유월영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무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윤영훈이 웃음을 멈춘 뒤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두 번째 질문이에요. 우리 양어머니의 인공 심장을 훔쳐 간 사람은 누구의 지시를 받은 거죠?”“그것도 윤 대표인가요? 당신은 한편으로 우리 엄마를 죽이려 사람을 보내면서, 또 다른 암살자가 우리 엄마인 척 위장하게 해서 나를 죽이려 했잖아요.”윤영훈이 눈물을 닦아내며 웃었다. “후자는 인정해요.”당시 만약 연재준이 제때 나타나 화살을 쏘지 않았다면 유월영은 벌써 그 암살자에게 죽었을 것이다.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다시 어쩔 수가 없었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당시에 일이 그렇게 되고 월영 씨가 바로 도망가려 했잖아요. 우리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었죠. 그렇지 않으면 월영 씨는 도망가서 힘을 모으고 다시 돌아오면 지금처럼 우리에게 복수하려고 할 게 뻔한데, 그러면 우리만 곤란해질 테니까요.”“하지만 전자는.”그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는 일이에요. 내가 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유월영은 지금껏 그가 한 얘기를 믿었다. 윤영훈이 시점에 와서 굳이 자기가 저지른 일을 부인할 필요가 없었다.그 도둑, 이영화의 인공 심장을 훔쳐 간 도둑은 그와는 무관했다.“그러면 그 사람, 오성민이 보낸 건가요?”윤영훈이 고개를 저었다.“오 변도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아마도 그쪽 사람 아닐 거예요. 그의 주된 목표는 월영 씨였으니까요. 오 변호사는 그때 현시우가 당신을 도울까 봐 그의 유람선을 불태웠죠.”유월영이 말했다.“신 대표도 아니에요.”첫째, 신현우는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둘째, 그가 그 일을 했다면 오늘 감히 유월영 앞에서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선택지는 네 개뿐이었다.윤영훈도 아니고, 오성민도 아니고 신현우도 아니었다면, 그럼 누구일까?“그렇다면 결국 연 대표님밖에 없네요.”유월영이 눈을 감고 천천히 한 번 더
한세인이 재빠르게 대답했다.“바디 테크놀로지입니다.”“오늘 신 대표가 그러더라고요. 내 능력으로는 그들의 세 가문을 뒤흔들 수 없다고.”유월영이 무표정하게 말했다.“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주죠.”바디 테크놀로지에 대한 계획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된 것이었다.한세인이 바로 답했다. “알겠습니다.”…신현우의 그룹은 벤처 캐피털 기업이다.간단히 말해서 다양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투자하며 그들의 “물주”가 되는 것이다.최근 몇 년간 신현우는 인공지능의 의료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이 분야의 스타트업들에 연속으로 투자했다.그중 하나가 바로 바디테크였다.이 회사는 AI 진단 보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으며 기술 산업의 시연 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여러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더 많은 선택 권한을 얻게 되었다.그래서sk그룹이 최종적으로 바디 테크놀로지 주주가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그 후 신현우는 바디 테크놀로지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자금이 필요하면 돈을 주고, 인력이 필요하면 인력을 지원해 주며 이를 다음 sk그룹의 중요 자회사로 키우려는 의도가 보였다.그리고 최근 바디 테크놀로지는 중요한 연구개발 단계에 들어갔다.하지만 이 시점에서 팀의 두 핵심 인물 사이에 감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부부 사이인 두 연구 개발 직원은 남편이 외도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내는 간통 현장을 잡아내고 용서할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했고 자신의 회사 지분을 팔고 회사를 완전히 떠나겠다고 선언했다.게다가 아내는 연구개발팀의 핵심 인력이었기 때문에 부부 간의 분쟁은 연구개발의 진행에도 큰 차질을 빚었다.신현우가 심지어 직접 나서서 조정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결국 두 사람은 갈라섰고 아내는 회사를 떠났다.그 여자가 떠난 후 신현우는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인재를 찾았고 다시 연구개발을 추진했다.그러나 그때, “케어유”라는 이름의 신생 회사가 갑자기 등장했다.그 회사가 처음으로 출시한 제품은 바로 AI 진단 시스템
유월영이 신현우에 대한 타격은 그들 한발 앞서 제품을 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계획까지 좌초시켰다.게다가 더 나아가 다방면으로 신현우의 다른 프로젝트를 저격하였으며 단 한 달 만에 신현우는 투자에서 잇따라 실패했다.유월영은 투자금이 풍부한 레온 그룹을 등에 업고 점점 더 거침이 없었고 자신이 배후 인물임을 숨기지 않았다.재정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그녀에게 대놓고 물었다.“신 대표님과 협력 파트너가 아니었나요? 왜 갑자기 경쟁사처럼 지내는지 알 수 있을까요?”유월영이 가볍게 대답했다.“경쟁 관계라니요. 그냥 우연일 뿐입니다.”“레온 그룹은 항상 국내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특히 올해는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제가 신 대표님과 동일한 프로젝트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단지 우리는 같은 목표를 알아본 것뿐이죠.”인터뷰를 마치고 유월영은 그녀의 신주시 사무실로 가려 했다. 다음에 ‘사냥'할 ‘귀여운 동물’을 보려는 것이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화면에 신연우의 이름이 떴다.“신 교수님.”“월영 씨, 바빠요?”“괜찮아요. 오늘은 컨디션 어떠세요?”신연우가 답했다.“오늘 재활 의사의 도움으로 몇 걸음 걸어봤어요. 의사가 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 하네요.”유월영이 진심으로 미소 지었다. “정말 다행이네요. 이따가 가는 길에 들를게요.”신연우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지 않아도 돼요. 월영 씨, 내일 시간 있어요?”“내일은...”유월영이 바로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무슨 일이죠?”“연아가 임신했어요. 그래서 내일 저녁에 가족 모임을 열어 축하하려고요. 결혼식 때 우리가 충분히 대접하지 못한 것 같은데 이번에 만회하려고 해요.”유월영이 놀라서 말했다. “신연아 씨 임신했어요?”“네, 우리도 이제 막 알게 되었어요.”신혼부부가 임신까지 했으니 정말 연달아 희소식이었다.신씨 가문은 결혼식에서의 대접이 소홀했다고 했지만 사실이 유월영이야말로 거의 결혼식 분위기를 망칠 뻔
“역시 집안 잔치라 모두 제 식구들이 왔네요.”유월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현 대표님, 연 대표님, 오 변호사님.”“모두 가족이니까 너무 격식 차릴 필요 없겠다 싶어 고 대표님이 준 매실주를 대접했어요.”가정부가 신연우의 휠체어를 부엌에서 밀고 나오자 유월영은 바로 그에게 다가갔다.“신 교수님, 다리가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주의해야 해요. 부엌에는 왜 가신 거예요?”신연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술병을 가리켰다.“술을 가져오느라고요.”연재준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오늘 모임에 참석한 강수영이 슬그머니 사촌 오빠의 소파 팔걸이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빠는 경쟁자가 왜 저렇게 많아? 현시우는 첫사랑이니까 그렇다 치고 노현재라는 날라리까지도 괜찮아. 그런데 나의 전 약혼자 신연우 씨는 분명히 유월영에게 특별한 존재야.”신연우는 잘생기고 온화한 성격에 유월영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그 사람이다. 게다가 여전히 그녀에게 진심이며 목숨까지 구해준 사람이었다.유월영은 신씨 가문을 눈에 거슬려 했지만 신연우의 전화만은 항상 꼭 받았고 신연우가 초대하면 꼭 왔었다.연재준은 고개를 돌려 강수영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자 그제야 강수영은 바로 입을 잠그는 시늉을 하고 물러났다.연재준은 눈을 살짝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때 유월영에게 신연우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아마도 정말 함께했을지도 모른다.유월영의 주변에 거슬리는 남자들이 너무 많다고 연재준은 생각했다.신현우는 동생 신연우의 말을 이어받으며 말했다.“월영 씨, 제 말이 맞죠? 연우가 정말 그 집의 매실주를 좋아한다니까요.”유월영은 웃으며 고개를 돌려 연재준에게 잠깐 시선을 준 신현우를 바라보았다.“현 대표님이 저를 속이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아요. 그러니 당연히 믿죠.”오성민이 안경을 고쳐 쓰며 덧붙였다.“사격장 옆의 그 매실주 말인가요? 나도 오래전부터 소문 들었는데 오늘은 고 대표님과 신 교수님 덕분에 마침내 맛볼 수 있게 됐네요.”그렇게
“연 대표님이 말하는 게 설마 나의 마음은 아니겠죠?”유월영이 냉소하며 말했다.“그렇다면 맞아요. 연 대표님한테는 준 적이 없죠.”“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걸 믿지 않아. 당신은 내 이름을 불러줬고 나는 그걸 평생 기억할 거야.”연재준이 가볍게 말했다.“내가 말한 건 다른 것이야.”다른 것이 무엇인지 연재준은 말하지 않았고 유월영도 묻지 않았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다.밖은 이미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가로등만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연재준이 입을 열었다.“당신 최근에 신현우한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더군.”“지금 신 대표님 대신해서 저의 횡포를 비난하려고 하는 건가요?”연재준이 약간 미소 지었다.“내가 그렇게 고상한 척하는 사람이겠어? 그렇게 해서 당신 속이 시원하다면 계속해도 좋아.”“그렇죠, 당신과 같은 재벌들에게 이런 건 아무 상관 없는 소소한 일들이겠죠.”유월영이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그녀 몸에서 풍기는 다소 낯선 향수 냄새가 그의 코끝을 감쌌고 연재준은 유월영을 내려다보며 예전의 순간들을 떠올렸다.그가 넋을 놓고 보고 있을 때 그녀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맞춰봐요, 내가 언제 그 장부를 공개할 것 같은지.”그 순간, 모든 아련한 기억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어둑한 조명도 순식간에 어두워진 연재준의 눈빛을 가리지 못했다.“불장난하지 말라고 충고했을 텐데.”두 사람은 마주 서 있었고 둘 사이의 거리는 몇 센티미터에 불과했다.그래서 마치 다른 사람 눈에는 두 사람이 갑자기 화해하고 가까이서 비밀을 속삭이는 것처럼 보였다.신현우와 오성민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하지만 유월영과 연재준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로맨틱하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의 날카로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연재준이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제 때가 왔다고 생각하는 거야?”유월영은 그저 웃을 뿐 아무 대답 없이 천천히 술을 마셨다. 아무렇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연
연재준의 목소리는 늦봄 추위보다 더 차가웠다.“신 대표님, 이런 서프라이즈를 왜 저한테는 미리 알려주지 않으셨나요?”오성민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연 대표님께서 얼마 전까지 몸이 안 좋으셨잖아요? 이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요양하시는데 방해 될까 얘기안했어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이건 고 대표님께 사과의 성의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니 연 대표님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아셨으니 늦지 않다고 생각되어서...”당연히 이 말들은 모두 핑계였다.연재준은 이 서툰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집요하게 물었다.“오 변호사님과 신 대표님은 이‘선물’을 준비하기 전에 조사하지 않으셨나요? 백유진 씨는 저희 어머니의 간병인입니다.”신현우는 처음 듣는 듯 말했다.“그런 관계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냥 고 대표님이 이 여자를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맞아요.” 오성민이 다시 유월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고 대표님.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에 서로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 것 같은데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오해를 풀면 어떨까요?”유월영은 소파에 앉은 채 다리를 꼬며 말했다.“오 변호사님이 말씀하시는 오해란 게 혹시 계향산에서의 일인가요?”오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모두 제 비서가 꾸민 일이기 한데 사장인 제가 관리가 미흡했던 잘못도 있으니 제가 대신 고 대표님께 사과드립니다.”아니나 다를까 오성민은 모든 책임을 비서에게 돌렸다.유월영이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싸늘하게 웃었다.오성민이 이어 말했다.“고 대표님께서 오늘 이 선물을 받아주신다면 이 일을 넘어가는 거로 알겠습니다. 어떠세요?”유월영이 대답 대신 물었다.“신 대표님 생각은요?”신현우가 차분하게 대답했다.“고 대표님과 제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프로젝트가 자꾸 겹치는 것 같은데, 우리 서로 더 많은 분야에서 협력하는 게 어떨까요? 그래야 외부에서 우리 관계를 두고 불필요한 추측을
유월영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그녀는 백유진의 턱을 꽉 잡고 강제로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저 사람에게 구해달라고 해봐야 소용없어.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 질문에 답하는 것뿐이야.”그녀의 무심한 말투는 갑자기 분노로 변하며 소리쳤다. “말해!”백유진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다시 한번 연재준을 바라보았고 그가 자신을 구해주기만을 바랐다...그러나 연재준도 똑같이 물어왔다.“왜 그랬어?”“...” 백유진은 체념한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오늘 대답하지 않으면 정말로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지금 눈앞의 유월영은 3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백유진은 유월영이 두려워졌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그, 그건...큰 사모님이 시켜서...”“큰 사모님? 윤미숙 씨를 말하는 거야?”유월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네가 윤미숙 씨랑 서로 알고 있다고?”백유진은 두려움에 눈물을 흘렸다. “...저는 연 대표님을 오랫동안 좋아해 왔어요. 윤미숙 씨가 먼저 저를 찾아와서 만약 연 대표님과 함께 있고 싶다면 유월영 씨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어요. 당시 제가 잠시 제정신이 아니어서 그 말대로 따랐어요. 하지만 정말로 유월영 씨가 임신한 줄은 몰랐어요. 저는 단지 당신을 쫓아내고 싶었을 뿐이에요...”“단지 쫓아내고 싶었을 뿐이라고?”유월영은 지금까지도 그 수술할 때 살을 도려내는 듯한 그 고통을 잊을 수 없었다.그녀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단지 나를 깊은 산속에 팔아넘겨서 나이 많고 장가 못 간 시골 영감에게 시집보내려고 했다는 거야? 백유진 씨, 당신 정말 자비롭네.”노현재는 그저 두 여자 사이의 작은 갈등이라고 생각하고 관여할 생각이 없었지만 백유진의 말을 듣고 난 후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유월영의 옆으로 다가가며 얼굴이 한층 차가워졌다.백유진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상
술잔이 깨지는 소리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유월영에게 향했다.유월영이 건조하게 웃으며 말했다.“실수로 컵을 깼네요.”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 말투만큼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겨울의 호수처럼 얼어붙어 있고 햇볕에도 녹지 않는 차가운 느낌이었다.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백유진을 보며 눈에는 희미하게 핏발이 섰다.백유진도 위험을 감지하고 울며 뒤로 물러났다.연재준이 곧바로 다가가 유월영의 손을 붙잡았다. 유월영의 시선이 그의 얼굴로 향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유월영의 손을 살폈다.손바닥은 깨진 유리 조각에 베여 상처가 생겼고 피가 손등을 타고 타일 바닥에 떨어져 붉은 꽃처럼 퍼졌다. 다행히 상처는 생각만큼 깊지 않았고 게다가 그녀는 장갑을 끼는 습관이 있어서 상처는 얕았다.신현우가 가정부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구급상자를 가져오세요.”유월영이 힘껏 손을 빼려 했지만 연재준은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내가 지금 기분이 별로라서요. 연 대표님, 더 이상 선 넘지 마시죠.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연재준이 되물었다. “상관없어. 당신 나한테 자주 손찌검하잖아.”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유월영이 싸늘한 눈빛으로 연재준을 노려봤지만 그는 그저 침착하게 그녀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는 태도였다.그 옆의 오성민과 신현우도 묵묵히 서로를 쳐다보았다.오성민은 미소를 지으며 술 한 모금을 마셨고 신현우의 시선은 살짝 뒤로 가서 강수영이 손에 들고 있던 두 잔의 술을 보았다.매실주는 옅은 녹색을 띠고 있어 마치 동화 속에서 불안한 기운을 풍기는 독약처럼 보였다.유월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백유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내가 그만해도 된다고 한 적 없는 것 같은데?”노현재가 백유진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술병을 들어 그녀의 입에 강제로 부었다.노현재는 결코 자신을 신사나 군자라고 자처한 적이 없었다. 그의 원칙은 단 하나였다. 유월영을 해친 사람은 모두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유월영이 조롱하듯 말했다.“연 대표님,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