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행사에서 술을 유월영보다 더 많이 마신 윤영훈은 취한 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 순간 부하의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이 그를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게 했다.“대표님! 주월향을 찾았습니다!”윤영훈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지?”부하는 빠르게 말했다.“어선을 매수해 몰래 신주시를 떠나려고 했습니다. 부두에서 감시 중이던 우리 쪽 사람들이 그녀를 발견했고 이미 붙잡아 뒀어요!”윤영훈이 바로 물었다.“아이도 같이 있나?”“있습니다!”윤영훈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옷장을 열어 옷을 갈아입으며 지시했다.“그 여자 아주 교활하니까 아이를 따로 가둬둬. 아이가 있으면 주월향도 감히 도망치지 못할 거야! 내가 바로 갈 테니 잘 지켜!”“알겠습니다!”부두 근처의 호텔 방에서 주월향은 우락부락한 경호원들에게 감시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러 번 강제로 도망치려 했지만 모두 제지당했다.윤영훈이 사람들을 데리고 나타나자마자 주월향은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옷깃을 잡고 다급하게 외쳤다. “연이를 내게 돌려줘요! 돌려달라고요!”윤영훈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신, 재주가 아주 많더군. 두 남자가 지키고 있는 와중에도 도망치다니.”어선에 숨어 지내던 주월향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옷도 지저분해 완전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남자를 바라보며 절망과 무력감을 느꼈다.“도대체, 도대체 나한테서 뭘 원하는 거예요?”윤영훈이 입을 열었다.“나한테 그동안 있었던 모든 걸 말해줬으면 좋겠어.”주월향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윤 대표님과 저, 이미 2년 동안이나 연락도 안 하고 지냈잖아요. 우리 사이에는 할 말이 없어요.”“아직도 시치미를 떼려고? 이미 친자 확인까지 했는데 말이야. 연이, 내 딸이잖아.”윤영훈의 말이 떨어지자 그의 옷깃을 잡고 있던 주월향의 손이 느슨해졌고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윤영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가 관계를
옆방에 갇혀 있던 여자아이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목청껏 울기 시작했다.“엄마, 엄마!”윤영훈은 옆방으로 가서 이제 막 한 살 반 된 딸을 안았다.“연이야, 내가 네 아빠야.”연이는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몸부림치며 엄마를 찾았다.“엄마, 엄마!”아이를 달랠 방법이 없자 윤영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비서에게 물었다.“전에 말한 아이 돌볼 줄 아는 보모 두 명 찾았나?”비서는 대답했다.“네 고용했습니다. 이미 별장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윤영훈은 딸을 안고 호텔을 떠났다. 아이는 보면 볼수록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나랑 참 닮았네.”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윤영훈은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고 자신은 방으로 갔다.주월향은 두 명의 가정부에게 강제로 욕조에서 씻겨지고 잠옷을 갈아입힌 채 방에 갇혀 있었다.윤영훈이 들어서자 그녀는 일어나며 따졌다.“우리 연이 어디 있어요!”윤영훈은 지겹다는 듯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며 말했다.“연이는 내 딸이야, 내가 왜 돌려줘야 하지?”주월향이 날카롭게 외쳤다.“연이는 내가 낳았어요!”윤영훈이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없었으면 당신이 낳을 수 있었을까?”“...”주월향은 순간 이 남자가 제멋대로이고 막무가내라는 걸 잊고 있었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진정하고 한 마디 한 마디 차분히 말했다.“연이는 내가 낳았어요.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그녀를 1년 반 동안 키운 것도 모두 나 혼자였어요.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이제 와서 아이 빼앗으려고 하는 거죠?”“윤영훈 씨, 지금 당장 연이를 내게 돌려줘요. 그렇지 않으면 고소할 거예요. 법원은 분명 아이를 나에게 줄 거예요!”“그래?” 윤영훈은 주월향의 위협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주월향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당연하죠! 아이가 세 살이 되기 전에는 법원이 항상 생모 쪽에 유리하게 판결해요!”윤영훈은 시계를 풀어 테이블에 놓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지난 2년 동안 내 아이를 숨기면서 꽤나 공부
사실 윤영훈은 여자에게 강요하는 취향이 없었으며 그의 곁을 거쳐 간 여자들은 모두 기꺼이 그를 따랐었다. 그러나 주월향한테만은 예전부터 유독 거칠게 대했던 것 같았다.윤영훈은 복잡한 감정이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그때 아이가 생긴 건가?”주월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영훈이 다시 물었다. “우린 그때 이미 헤어졌었는데 왜 아이를 낳은 거지?”주월향이 갑자기 냉소하며 말했다.“당신이 생각했던 게 맞아요. 처음엔 몰래 아이를 낳고 나서 당신이나 당신 부모한테 찾아가서 돈을 요구하려고 했었죠.”주월향은 고개를 들며 그를 바라봤다. 속눈썹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 눈빛만은 싸늘했다.“나를 원했던 건 영훈 씨였고 나를 대체품으로 여긴 것도 당신이었어요. 몇 달이 지나서 나를 질려하더니 새 여자가 생긴 것도 당신이었고. 새 여자 한마디에 내가 배신했다고 믿고 날 내쫓았으면서, 당신이 원할 때는 또 내 집에 제멋대로 쳐들어와 날 강제로 취했어요. 도대체 왜! 당신이 뭔데 이렇게 제멋대로 나를 대하는 거죠!”그녀는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난 당신을 잘 알아요. 쓰레기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악랄한 인간은 아니라는걸요. 당신의 피가 흐르는 아이가 생긴다면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죠. 그 아이가 내 피를 이어받으면 당신은 평생 나를 잊지 못할 거고, 그게 내가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결국, 그때의 그녀는 막 대학을 졸업한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힘도, 권력도 없었고 특별히 좋은 머리를 가진 것도 아니였다. 그녀가 생각한 복수란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 이 남자가 평생 그녀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정말 어리석었다.윤영훈은 주월향을 가만히 바라봤다.주월향은 목이 메어 말했다.“하지만 나중에...나중에 연이가 내 뱃속에서 자라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아이가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아이의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작은 손과 발도 볼 수 있었어. 연이는 내 아이였고 나는 그 아이를 사랑
윤영훈은 약간 혼란스러웠다. 유월영이 지금 이 시간에 왜 자신을 찾아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침대에서 자고 있는 주월향을 돌아봤다. 어젯밤 같은 방에서 지냈지만 그는 소파에서 자고 침대는 주월향에게 내어줬었다.“연이가 옆방에 있으니 보러 가봐.”그리고 그는 비서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에서 유월영을 만났다.유월영은 벽에 걸린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감상하고 있었다.“고 대표님, 미리 말도 없이 오셨네요. 실례지만 제가 이제 막 일어나서요.”윤영훈은 계단을 내려가며 유월영을 바라봤다. 그녀는 라즈베리 색의 긴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고, 짙은 보라색으로 그라데이션이 된 옷은 몸매에 딱 맞았다. 허리에는 가죽 벨트를 매어 얇은 허리가 돋보였고 짧은 부츠를 신어 세련돼 보였다. 윤영훈은 어젯밤 주월향이 자기를 유월영의 대체품으로 삼았다고 비난하던 일을 떠올랐다. 확실히 당시 유월영이 갑자기 “죽었을” 때, 그는 그녀를 잊지 못했었다.하지만 그와 유월영 사이에 깊은 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월영에 대한 감정도 사라졌다. 이제 그는 오히려 주월향을 더 많이 떠올리고 있었다.유월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공항에 가는 길이었어요. 마침 윤 대표님 집 근처를 지나게 돼서 찾아뵈어 인사드리려고 했죠. 그런데 이 그림, 진품은 아니겠죠?”“물론 아니죠. 진품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걸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그림도 아주 고급 복제품이에요. 몇천만 원 주고 샀거든요.”윤영훈은 유월영 옆에 다가가며 궁금한 듯 물었다.“공항에요?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유월영이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말했다.“윤 대표님, 잊으셨나요? 레온 그룹이 해성 그룹과 협력한 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레온 그룹의 참여하고 있잖아요. 이미 완성된 실험실을 점검하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알아보러 가야 해요.”“아, 맞아요. 어젯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지금 머리가 잘 안 돌아가네요.”윤영훈은 이마를 치며 말했다.
유월영은 손에 든 핸드폰을 꽉 쥐었다. 몇 초 후, 그녀는 차분하게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뒤에 있는 차를 따라가세요.”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차가 있었기에 유월영의 차량 대열은 눈보라 속에서 서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세 대의 차는 천천히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5~6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앞뒤로 정원이 딸린 2층 복층 주택에 도착했다.연재준은 차를 그 집 앞에 세웠고, 모두 차에서 내린 후에야 유월영은 그가 비서도 경호원도 없이 혼자임을 발견했다. 그는 검은색 패딩을 입고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입과 코에서 흰 김이 나왔다. 이 눈 내리는 한겨울 속에서 그의 이목구비는 더욱 선명해 보였다.연재준은 먼저 유월영을 살피며 그녀가 무사한지 확인한 후 집 대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유월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이 집이 그의 집이라고? 그는 어째서 이런 곳에 집을 가지고 있지?’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라도 한 듯 연재준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이 집은 내가 지난번 실험실을 보러 왔을 때 길을 지나다 경치가 좋아서 샀어. 나중에 당신이랑 휴가를 오려고 말이야.”유월영은 그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려보낸 채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실험실은 지난 3년 동안 건설된 것이고, 그녀는 3년 전에 이미 ‘죽은' 상태였다. ‘그는 그때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텐데, 어떻게 나랑 같이 휴가를 오려고 했다는 것일까?’‘뭐, 내 영정사진이라도 데려와서 휴가를 즐길 생각이었나?’연재준은 문을 열고, 이어서 메인 전기 스위치와 수도 밸브를 켰다.집은 유럽식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고, 거실에는 밀폐된 장작 벽난로가 있었다.연재준이 유월영의 경호원에게 벽난로에 불을 붙이라고 하자 유월영의 지시만을 따르던 경호원은 그녀의 동의를 구하는 듯 바라보았다. 유월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경호원은 그제야 연료실로 갔다.곧 벽난로안의 불은 타오르기 시작했고, 따뜻한 온기는 대설 속에 얼어붙었던 사람들의 몸에 다시 피가 돌게 했다
유월영은 무표정하게 연재준이 들고 있는 패딩을 바라봤다.‘그래,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감기에 걸리기 쉬워. 굳이 자해할 필요는 없지.’‘그렇게 좋은 사람 행세를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지.’그러다 연재준이 감기에 걸린다고 해도 그건 그의 선택일 뿐 자신은 어떤 죄책감이나 고마운 마음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유월영은 자신을 설득했다.결국 유월영은 입고 있던 패딩을 벗고 그의 옷을 받아 입었다. 입고 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그 옷에는 그의 체취가 묻어 있었고 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찌푸렸다.그리고 그들이 이 집에서 이틀, 삼일을 함께 지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짜증 났다.이런 상황이 그들에게 닥치다니 정말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이, 연재준은 의자를 벽난로 옆으로 끌고 와 유월영의 반쯤 젖은 패딩을 펼쳐 벽난로의 열기로 말리기 시작했다.“여기에 먹을 게 있어요?”유월영은 가장 중요한 것이 떠올랐다. 여기서 며칠을 버텨야 하는데 물만 마시고 있을 수는 없었다.연재준은 일회용 종이컵 세 개를 꺼내 차에 적당량의 커피를 넣으며 말했다.“차에 있어. 하지만 전부 즉석식품이야. 원래는 실험실 직원들에게 보내주려던 건데, 우리가 먼저 먹어야겠군.”유월영은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연 대표님, 업무 보러 오시면서 비상식량까지 가지고 다니세요?”연재준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실험실은 외곽에 있어서 주변에 슈퍼마켓이나 시장이 없어. 음식을 구하는 게 쉽지 않지. 그래서 한 번에 대량으로 구매해서 냉장고에 보관해. 지난번에 실험실을 둘러볼 때, 직원들이 먹는 음식이 별로 시원치 않은 것 같아 이번에는 미리 준비해 온 거야.”유월영은 그를 바라보며 말없이 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우연히 그렇게 된 걸까?’때맞춰 폭설이 내려 길이 막히고, 때맞춰 그와 마주쳤으며, 때맞춰 이 고속도로 근처에 집이 있고 음식을 챙겨 왔다.유월영은 이 모든 “우연”이 너무 많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자신을 의심하는 것
유월영은 연재준의 농담을 무시하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다 배터리가 거의 없는 걸 확인하고 한세인한테 충전 케이블을 가져오라고 하려던 찰나, 연재준이 자신의 핸드폰에 꽂혀 있던 충전 케이블을 그녀에게 건넸다.유월영은 그의 행동에 조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매번 자신이 뭘 하려 하는지 알아맞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유월영은 연재준의 손에 있는 케이블 선을 낚아채고 한세인이 돌아오면 바로 충전기를 가져오라고 할 생각이었다.연재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배고프지 않아? 차에 즉석식품 있는데.”이미 저녁 시간이 되어 유월영은 당연히 배가 고팠다. 그래서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고, 연재준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 트렁크에서 즉석식품 몇 상자를 꺼내왔다. 그는 남은 사람들에게 두 상자를 남기고, 한 상자를 들고 올라왔다.유월영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연재준은 이미 그녀의 냉소적인 말이 아무렇지 않았다. 그는 상자를 뒤적이며 말했다.“당신 매운 걸 잘 못 먹었던 것 같은데. 어떤 게 괜찮아?”유월영은 그의 손을 피해 아무거나 집어 들며 말했다.“굳이 연 대표님을 귀찮게 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유월영은 포장을 뜯고 소스 팩을 꺼내면서 말했다.“근데 아직 물어보지 않았네요, 연 대표님도 실험실을 보러 오셨나요? 전혀 그런 일정이 있다고 들은 적이 없어서요.”“급하게 결정한 일정이었어. 주된 이유는 신주시를 잠시 떠날 구실을 찾기 위해서였지.”“왜요? 신주시에 연 대표님이 두려워하는 무언가라도 있나요?”유월영은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연재준은 뜨거운 물을 그녀의 컵밥에 부으며 대답했다.“당신이 이 시점에 신주시를 떠난 이유와 같아.”유월영은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즉석 도시락은 몇 분 만에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유월영은 일회용 수저를 뜯어 한 숟가락 떠서 후후 불었다.“연 대표님께서 무슨 말
유월영은 연재준의 말이 귀에 거슬리게 느껴져서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연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 씻었으니 와서 먹어.”유월영은 그제야 그가 매운 반찬을 모두 골라내어 유리그릇에 담아 매운맛을 제거하려고 물에 헹군 것을 알아차렸다.“이제는 덜 매울 거야. 내가 다시 우유를 데워 줄게.”유월영은 그를 바라보았다.연재준은 원래 세심하거나 자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도려님으로 자라온 그는 조금이라도 음식이 짜거나 싱겁거나 식어버리면 차라리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가 자신의 한 끼 식사를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가며 신경을 쓰고 있었다.유월영은 소파로 돌아가며 말했다.“연 대표님께서 갑자기 이렇게 자상하게 나오니 오히려 겁이 나네요.”연재준은 음식을 유월영의 앞에 두며 말했다.“내가 당신한테 그렇게 많은 걸 빚졌으니 조금이라도 잘해주는 게 당연하지 않나?”유월영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옷 한 벌 빌려주고, 음식을 좀 신경 써주고 우유 데워주는 걸로 날 위한 보상이 된다고 생각해요?”비꼬는 말투였지만 연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그럼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 말해봐. 뭐든지 말해.”유월영은 그가 또 무슨 속임수를 쓰는지 알 수 없어 새 일회용 젓가락으로 그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연 대표님, 그렇게 비굴하게 굴지 마세요. 당신답지 않게.”연재준도 피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 당신이 생각하는 나란 어떤 사람이지?”“당신은...”유월영의 젓가락은 그의 턱에서부터 목젖까지 천천히 내려갔다. 다만 그 행동은 어떤 애정도 없이 차갑고 날카로운 놀이였다.“나를 거역하는 자는 멸망할 것이요.”“나만 너를 버릴 수 있고 네가 날 먼저 떠난다면 죽을 각오를 해야 하고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감히 나에게 반항하다니, 이 결과는 네 스스로 자초한 거야.”“당신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죠. 이게 진짜 연 대표님 모습이에요.”연재준의 울대가 움찔거리더니 낮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