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62화

작가: 고나름
유월영은 현시우의 말대로 급한 일이 아닌 것 같아 더 이상 한세인을 찾지 않았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집사와 가정부들은 들락날락하며 문밖에 무릎 꿇고 있는 한세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누구도 유월영에게 말을 걸 엄두를 못 냈다.

식사를 마친 유월영은 현시우와 함께 체스 몇 판을 두다 나중에 졸려서 그대로 방으로 올라갔다.

현시우는 의자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시간을 한 번 확인한 후에야 집사를 시켜 문밖의 한세인을 불러오게 했다.

몇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은 한세인은 부은 무릎을 이끌고 천천히 현시우 앞으로 다가갔다.

“대표님.”

현시우는 느릿느릿 체스를 상자에 나눠 담았다. 체스 조각들은 모두 옥으로 만들어져서 그의 늘씬한 손가락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월영이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생각해 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도 대표님께서 좋아하지 않으실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어요.”

한세인이 이어 말했다.

“만약 대표님께서 굳이 이렇게 하셔야 한다면 최소한 아가씨께 진실을 알려주시고 아가씨가 계속 잘못된 길을 갈지 말지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분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그걸 이용해 대표님 마음대로 하시지만, 만약 나중에 아가씨가 알게 된다면요? 그리고 신경 쓴다면요? 대표님, 저는 결국 대표님께서 아가씨한테 상처를 주고 대표님도 상처를 받으실까 봐 두려워요.”

현시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한세인을 바라보았으며 눈에는 집착과 함께 냉혹함이 서려 있었다.

“지금 네가 나보다 그녀를 더 걱정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너무 비열하고 역겹다고 생각해?”

“그런 뜻이 아니에요. 대표님...”

현시우는 절반쯤 모은 체스 조각을 그대로 체스판에 던져버렸다. 와르르 소리를 내며 체스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더 이상 한세인의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어서 한 마디 던졌다.

“계속 무릎 꿇고 있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63화

    동해안.연재준이 자신에게 동해안에서 만나자고 요청한 사실에 유월영은 조금 놀랐다.유월영은 한 손으로 포크를 들고 다른 손으로 나이프를 잡은 채 무표정하게 앞에 있는 스테이크를 잘라냈다.그녀는 덜 익은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았고 맛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스테이크는 거의 완전히 익혀졌으며 가장자리가 약간 바싹하게 구워져서 고기를 자를 때 바삭한 소리가 났다.한세인도 연재준이 약속 장소를 동해안으로 정한 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제가 같이 갈게요.”유월영이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시우 씨한테는 우선 말하지 마세요. 괜히 그가 이것저것 걱정할까 봐요.”한세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다음 날 저녁, 유월영은 한세인과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동해안으로 갔다.3년 만에 다시 이곳에 발을 디디며 유월영은 그녀가 신주시를 떠나기 전 연재준에게 감금되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그 시절의 연재준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집착하며 사랑하는 사이를 연기하려고 했었다. 자신과 함께 병원에 가거나 회사에 가는 것도 모자라, 그녀가 임신했다는 핑계를 대며 여러 명의 요리사와 산후 도우미를 집에 불러들였다.임신이라...유월영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한세인이 앞으로 나가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연재준이 직접 나와 문을 열었고 그의 시선은 바로 유월영에게 떨어졌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었으며 이내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왔네.”그는 정장을 입지 않았고 검은색 스웨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상의는 몸에 딱 맞아 그의 넓은 어깨와 날씬한 허리를 돋보이게 했다.“연 대표님께서 직접 초대하는데 오지 않을 수 없죠.”유월영은 안으로 들어갔고 한세인이 그녀 뒤를 따르자 연재준이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외부 사람이 집에 오는 걸 좋아하지 않아.”그 말은 한세인과 경호원들은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유월영은 그를 돌아보았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64화

    유월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연 대표님이 그때 쏜 그 화살 덕분이죠. 제 목숨을 거의 가져갈 뻔했거든요. 화살 때문에 원기가 크게 상했고 회복하기가 아주 힘들었어요. 만약 시우 씨가 정성스럽게 돌봐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는 더 허약했을 거예요.”연재준의 목젖이 떨려왔고 따뜻한 조명도 그의 창백해진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두 사람은 결국 그 오래된 일을 끄집어냈고 연재준이 쏜 그 화살을 입에 올리게 되었다.유월영은 팔꿈치를 식탁에 올리고 손등으로 턱을 받친 채 장난스럽고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전에, 연 대표님께서 나를 진심으로 해친 적이 없다고 말했죠? 그렇다면 그 화살은 그저 장난으로 쏜 건가요?”연재준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유월영은 반성하듯 말했다.“아. 내가 잘못했네요. 연 대표님의 진정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하지만 연 대표님의 그 ‘장난'은 그래도 좀 과했어요. 안 그래요?”유월영을 바라보던 연재준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그 화살은 심장과 아주 가까웠고 그 화살을 빼내는 수술만 해도 10시간이 걸렸어요. 수술 도중 세 번이나 주치의가 바뀌었고 두 번의 위급 상황이 있었죠. 수술 후 저는 2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어요. 거의 깨어나지 못할 뻔했죠.”연재준이 갑자기 소리쳤다.“그만해.”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옛날얘기를 먼저 꺼낸 건 당신 아니었나요? 왜, 궁금할까 봐 자세히 얘기했는데 왜 이제 와서 마음 약한 척하는 건가요?”연재준은 와인잔을 움켜잡았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 강하게 쥐고 있었고 잔을 쥔 손의 뼈마디는 튀어나올 듯 하얗게 두드러졌다.약한 유리잔은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부서져 버렸다. 유리 조각이 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으며 핏자국이 유리 테이블을 붉게 물들였다.유월영은 꼼짝하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 그를 쳐다보았다. 연재준은 보기 드물게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감당이 안 되면 이제부터 제대로 된 일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65화

    유월영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연 대표님은 정말로 하나도 안 변했네요.”3년 전, 연재준은 이 장부를 위해 유월영의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3년 후,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추억을 운운한 목적도 여전히 이 장부 때문이였다.유월영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아무런 온기도 없었다. 그녀의 눈은 차갑기가 며칠 전 신주시에 내린 겨울비처럼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연재준은 유월영의 싸늘한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왜?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마음에 들고 안 들고 가 문제가 아니라.”유월영은 은색 긴 수저를 들어 올려 무심하게 그릇 안의 수프를 휘저으며 말했다.“지금 와서 장부를 달라고 하는 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숟가락은 그릇 가장자리에 부딪히면서 소리를 내었고 그 소리는 마치 경고의 종소리 같았다.“장부가 내 손에 있은 지 몇 년이 됐는데 내가 백업을 안 해놨을 것 같아요? 복사본, 스캔본, 전자 파일 등 얼마나 많은지 나도 몰라요. 원본을 당신들한테 줘도 내 손에는 여전히 당신들의 증거가 남아 있죠. 만약 정말로 법정에 가야 한다면 백업 본도 여전히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 와서 장부를 달라고 하는 건 너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아닌가요? 너무 늦은 것 같아서요.”연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월영은 수프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가져가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후후 불고는 말했다.“아니지. 당신들도 그걸 알고 있죠. 그래서 그때 당신들은 내 양부모와 나를 차례로 해치려고 했고, 이 몇 년 동안 내 여동생의 행방을 끊임없이 찾아내어 모든 뿌리를 제거하려고 했죠. 심지어 내 큰언니까지도 오랫동안 감시했고 그녀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확신한 후에야 목숨을 살려두었죠.”“왜냐하면, 죽은 자만이 비밀을 누설할 수 없고 그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겠죠.”그들이 비록 유설영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연재준의 자회사에서 일하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66화

    유월영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더러워진 장갑을 닦았다. 그녀는 저녁 내내 계속 장갑을 끼고 있었다.“그 집을 가지고 있고 싶다면 가지세요. 하지만 계속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유월영은 손수건을 버리고 한세인과 경호원을 데리고 바로 떠났다.동해안을 나와 차에 오른 유월영은 표정이 금세 차가워졌다.한세인이 말했다.“아가씨, 화 푸세요.”“화난 거 아니에요. 그가 약속을 잘 어기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이제야 안 것도 아니고, 예전에도 연재준한테 이런 식으로 여러 번 당했거든요.”유월영이 자조하듯 말했다.한세인이 물었다.“그럼 고씨 가문의 옛집은 어떻게 할까요? 다시 가져오실 건가요?”유월영이 더러워진 장갑을 벗어 옆에 던지자 한세인은 새 장갑을 하나 더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새 장갑을 끼며 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옛집을 내가 가져갈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집을 망가뜨릴지언정 연씨 가문의 손에 들어가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아요.”유월영은 새 장갑을 껴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한 비서님. 뭐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그날 밤, 고씨 가문의 옛집이 위치한 이화로에서 큰불이 났다.다행히도 주변 이웃들이 제때 발견해 신고했고 소방대가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이른 아침, 하얀 안개가 낀 가운데 연재준은 검은색 긴 코트를 입고 고씨 가문의 옛집 앞에 서 있었다.소방차가 막 떠났고 바닥에는 불을 끌 때 사용한 물이 뚝뚝 떨어졌으며 공기 중에는 아직도 타는 냄새가 남아 있었다.이때, 차 한 대가 길가에 멈췄다.연재준이 고개를 돌리자 유월영이 갈색 부츠와 베이지색 롱코트를 입고 차에서 내렸다.연재준을 발견한 유월영은 목도리를 매만지며 다가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며칠 전보다 더 춥네요. 연 대표님은 저에게 옷을 더 챙겨입으라고 당부하시면서 정작 본인은 이렇게 얇게 입으셨어요?”연재준은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말했다.“당신 왜 이렇게 독해졌어? 내가 가지지 못하면 차라리 부숴버리겠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67화

    아침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하얀 안개도 점차 사라졌다.연재준은 유월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유월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는 내가 오랫동안 좋아해 온 첫사랑이죠. 당신도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가짜 부부일 수 있겠어요?”연재준은 갑자기 손수건을 들고 있는 유월영의 손을 움켜잡았다!표정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평온해 보였지만 그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유월영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의 힘에 당해낼 수 없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연 대표님. 이게 무슨 추태인가요.”연재준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가 잡은 유월영의 손에 붉은 자국을 남겼고 거의 그녀의 손을 부러뜨릴 듯했다.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리자 연재준은 결국 손을 놓아주었다.그는 손수건을 뺏어 들고 입술을 가리며 기침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그녀를 마주하기 싶지 않은 듯 몸을 돌려 눈을 감았다.“손수건은 깨끗이 씻어 내일 집의 양도 계약서랑 같이 호텔로 보내줄게.”유월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그녀는 돌아서서 떠나려 하자 연재준은 기침을 가라앉히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연락처가 없어서. 번호를 알려줘. 앞으로 연락하기 편하게.”유월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연 대표님. 언제부터 이렇게 예의를 차리셨어요?”그의 한마디면 바로 그녀의 모든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데 직접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보니 유월영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말없이 연락처를 저장하는 연재준을 보면서 유월영은 두 사람한테 작별 인사했다.“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윤 대표님, 오후에 다시 만나 자선단체에 관해 논의하죠.”윤영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좋아요!”유월영이 차에 타고 떠난 후에도 연재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비록 더 이상 기침을 하지 않았지만 얼굴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윤영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68화

    딸이 다칠까 봐 얼굴이 창백해진 주월향은 급히 몸을 일으키고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요?”윤영훈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주월향,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가 서덕궁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일부러 나에게 접근하고 나한테 불쌍한 모습을 보이려고 꿍꿍이 꾸민 거잖아.”주월향은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당신이 믿든 말든 나는 서덕궁의 급여가 높아서 간 것뿐이에요. 나는 돈이 필요했을 뿐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복잡한 의도는 없어요.”그녀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유 대표님, 당신이 제 이름에 ‘월' 자가 들어 있다고 해서 저를 데려갔고 저는 당신 곁에서 반년 동안 당신만을 바라보며 지냈어요. 하지만 당신의 그 여자들은 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났다고 날조했죠. 그리고 당신은 제 결백을 믿지 않고 저를 내쫓았어요.”“저는 억울했지만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 않고 지난 2년 동안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저는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아직도 저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저는 차라리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겠어요. 당신이라는 사람을 모른 채.”윤영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몇 초 후, 그는 갑자기 아이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낚아챘다. 여자아이는 놀라서 머리를 감싸며 울음을 터뜨렸다.주월향은 머리카락을 빼앗으려 달려들며 외쳤다.“뭐 하는 거예요!”윤영훈은 그녀의 손이 닿지 않게 손을 높이 들고 말했다.“네가 부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길 바래.”그는 더 이상 지체하고 싶지 않아 큰 걸음으로 문을 나서며 부하에게 말했다.“내가 결과를 얻을 때까지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잘 지켜봐.”“네!”윤영훈은 바로 아이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병원에 가서 친자 확인을 의뢰했다!결과는 금방 나왔다. 단 두 시간 만에.“윤 대표님.”비서는 빠르게 그의 앞에 와서 검사 결과를 그에게 건넸다.윤영훈은 서둘러 받아 들고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친자확인 보고서에는 그와 주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69화

    윤영훈은 약속한 찻집으로 향하며 가는 길에 꽃다발을 주문했다.그가 찻집에 도착했을 때 마침 꽃도 같이 도착했다.그는 꽃다발을 들고 가계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다 창가 쪽 자리에 있는 유월영을 발견하고는 곧장 걸어가 웃으며 사죄했다.“고 대표님, 정말 죄송해요. 제 사과를 꼭 받아주세요.”유월영을 꽃다발을 받아 들고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예쁘네요. 하지만 꽃다발로 그냥 넘어가려는 건 아니겠죠? 윤 대표님?”윤영훈이 진지하게 대답했다.“고 대표님, 제가 어떻게 사과하면 될까요? 말씀해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반드시 해드리겠습니다.”유월영은 꽃다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렇다면...윤 대표님, 신주시에서 저를 위해 사무실 하나를 찾아주시는 걸로 하죠.”“사무실이요?”그는 이해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레온 그룹이 아직 신주시에 지사가 없거든요. 보아하니 우리가 앞으로도 여러 가지로 협력할 게 많은데 사무실 하나쯤 있으면 편할 것 같아서요.”윤영훈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이내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제가 싫다는 건 아니고요. 다만 고 대표님께서 원래 신주시 출신이시고 여기서 오랫동안 일하셨잖아요. 사무실 찾는 것쯤은 쉽게 하실 수 있을 텐데 왜 저한테 부탁하세요? 저는 송초 출신이고 신주시는 아무래도 고 대표님만큼은 잘 모르는데...”“신주시 같은 고도로 번화한 도시는 거의 두 달마다 한 번씩 추세가 변하죠. 저도 여기서 떠난 지 3년이 지났는데 방금 보니 많은 것들이 변했더군요. 이제는 제가 아는 신주시가 아니에요. 그래서 윤 대표님께 부탁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아까 윤 대표님께서도 저에게 집을 선물하시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윤영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고 대표님, 방금 전에 연 대표님한테서 집 한 채를 받으시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또 저한테 사무실을 달라고 하신다고요? 양쪽에서 다 얻어가시려는 건가요?”유월영이 찻주전자를 들고 그에게 차를 따라주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670화

    “어젯밤에요.”신연우는 유월영이 권하기도 전에 자리에 앉으며 그녀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다.“학교에서 방학하자마자 바로 항공권 사서 날아왔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고 대표님의 풍채를 빨리 보고 싶었거든.”유월영은 그의 농담에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한세인에게 다시 웨이터를 불러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전에 연극을 더 실감 나게 하려고 파리까지 직접 오셔서 도와주셨잖아요.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먼저 떠나버리셨더라고요.”신연우가 말했다.“어쩔 수 없었어요, 공무가 있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거든요.”“신 교수님이 나타나야만 연재준과 그 일행들이 내가 신부라고 굳게 믿게 할 수 있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들이 결혼식을 망치려고 무대에 뛰어오는 바람에 해성 그룹과 아르사의 협력을 망칠 수 있었어요.”유월영은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일 후에 형님께서 신 교수님을 찾아와서 추궁하지 않던가요?”신연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나한테 따지긴 했어요. 모든 책임을 월영 씨한테 돌렸죠. 초대장을 받아서 월영 씨가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용당한 거였다고 둘러댔죠.”유월영이 미안한 듯 말했다. “신 교수님 곤란하게 해서 미안해요.”유월영은 그의 형을 속이고 도와준 것에 대해 사과했다.“나도 내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 신연우는 그녀 앞의 작은 접시 위에 반쪽 남은 다과를 보고는 가볍게 화제를 돌렸다. “맛있어요?”유월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꽤 맛있는데 너무 달아요. 제가 단 걸 싫어해서 다 먹지 못하겠어요.”“내가 도와준 것에 대해 보답하려면 밥 한 끼 사죠?”유월영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뭐든지요. 드시고 싶은 거 아무거나 골라보세요. 이제 저도 예전처럼 신 교수님한테 밥을 얻어먹기만 하던 유 조교가 아니니까요.”신연우는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렇다면 비싼 걸 먹어야지.”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웨이터가 따뜻한 차

최신 챕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6화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 연이가 원하는 거라면 아빠는 꼭 해낼 거야.”윤영훈은 목이 메어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주월향은 딸에게 그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빠가 누군지 알려주며 7년 동안 떨어져 있었음에도 딸이 그를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해줬다.‘이 세상에 이런 여자가 또 어디 있을까?’그러나 윤영훈은 주월향의 이런 행동이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뜻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집안에 들어서자 연이가 활기차게 떠들었다.“엄마!”주월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이야, 배고프지? 어제 배추전 먹고 싶다고 했잖아? 방금 만들어서 아직 따뜻해. 간식이니까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알았지?”아이가 환호하며 말했다.“고마워요, 엄마!”주월향은 윤영훈을 힐끗 보며 말했다.“당신도 먹어볼래요?”윤영훈은 그녀 쪽으로 다가가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월향아, 미안해...”“나한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주월향이 그의 말을 끊었다.그리고 딸을 한 번 보더니 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마당으로 걸어 나갔다.윤영훈도 그녀를 따라 나갔다.주월향은 식물에 물을 주며 담담하게 말했다.“7년 전, 영훈 씨가 감옥에 가기 전에 우리 모녀를 위해 모든 걸 준비해 줬어요. 돈, 집, 차까지 모두 마련해줬죠. 게다가 내가 당신을 한 번 배신하기도 했으니 당신에게 상처 준 대가로 다 갚았다고 볼 수 있겠죠. 우리는 7년 전에 이미 정리됐어요. 그러니 서로에게 빚진 건 없어요.”윤영훈은 숙연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주월향이 돌아서서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이 7년 동안 내가 감옥 면회를 가지 않은 이유는 더 이상 먼저 다가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오늘 출소한다는 건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죠. 당신이 날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그냥 이대로 끝났을 거예요.”“하지만 영훈 씨는 나를 찾아왔어요. 그래서 지금 당신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남을 건가요?”“...내가 여기 남아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5화

    “됐어요, 사촌 오빠, 얼른 가세요. 곧 비가 올 것 같아요. 이모와 이모부께는 제가 잘 지낸다고 전해주세요. 여기서 부족한 것 하나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요.”‘사촌 오빠?’남자는 주월향의 남편이 아니라 사촌 오빠였다.거의 죽어가던 윤영훈의 마음이 한순간에 되살아났다.그는 참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뻔했다.그러나 그 사촌 오빠가 집을 나서자 윤영훈은 재빨리 수박 덩굴 아래로 몸을 숨겼다.물론 그 남자가 남편이 아니라고 해서 주월향에게 남편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하지만 이 반전만으로도 그는 잠시나마 안도감을 느꼈다.그때 머리 위의 수박잎이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젖혀졌다.윤영훈은 순간 얼어붙었다. 본능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려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청아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내가 아까 한 말 못 들었어요?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빨리 벼부터 거두는 걸 도와줘요. 비 맞으면 이번 농사는 다 망해요.”윤영훈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주월향의 말투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마치 그가 7년 동안 감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잠깐 외출했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들렸다.천천히 돌아선 윤영훈을 주월향은 담담하게 바라보며 갈퀴를 건넸다.“모두 한데 모아주세요. 내가 자루를 가져올게요.”윤영훈은 멍하니 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그는 감옥에서도 농사일을 해봤기에 이런 일이 낯설지 않았다.하지만 일을 하다가도 자꾸 주월향의 눈치를 살폈고 그녀의 의도를 이해하려 애썼다.주월향이 입을 열었다.“지금 나는 온라인에서 요리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어요. 팔로워가 몇백만 명은 되죠. 영상 편집이 아직 안 끝났으니 벼를 다 거두고 나면 이 앞에 초등학교에 가서 연이를 좀 데려와 주세요.”“지안 초등학교가 어디 있는지 알죠? 몰라도 괜찮아요. 핸드폰 내비게이션 켜고 찾아가면 돼요.”윤영훈이 여전히 멍하니 있자 주월향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 말 들었어요?”“들었어...”주월향은 거둔 벼를 집 안으로 가져가며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4화

    윤영훈은 10년 형을 선고받았다.모범수로 인정받아 감형된 덕분에 실제 복역 기간은 7년 10개월이었다.출소하는 날,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감옥 문 앞에 서서 바라본 세상은 이미 많이 변해 있었다. 그의 모습도 더 이상 과거의 의기양양하고 자유분방했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윤영훈은 감옥 문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출소를 반년 앞두고 그는 출소 후의 삶을 계획하려 애썼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윤씨 가문은 이미 몰락한 지 오래였다.2년 전, 그의 아버지는 감옥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교도관들의 배려로 그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그곳에서 그는 가난에 시달리는 친척들을 보았다.가문의 보호막 없이 근근이 살아가는 그들에게 윤영훈은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의 사촌 서정희는 출소 후 찾아오라 했지만 그녀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윤영훈이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주월향이었다.그녀와 딸 연이를 보고 싶었지만 갑작스러운 등장이 그녀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웠다.게다가 그녀는 이미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재판을 받던 날에도 주월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그녀는 분명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것이고 어쩌면 그녀 곁에는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남자가 없더라도 모녀는 안정적이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윤영훈은 감옥에 가기 전 그녀에게 충분한 재산을 남겼고 그녀가 이를 잘 활용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등장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비열하다고 느꼈다.주월향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욕망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멀리서 그녀를 한 번 보기만 해도 만족하겠다고 다짐한 윤영훈은 감옥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기차표를 사서 그녀의 고향으로 향했다.그곳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작은 마을이었다.기차역에서 그녀의 집까지는 버스로 2시간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3화

    “그래도 돼?”강수영은 신현우가 미쳤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정말로 그녀의 애인이 되었고 강수영은 반년 넘게 그와 몰래 관계를 이어갔다.강수영은 일부러 자신이 이미 남편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매주 몰래 찾아오는 신현우를 지켜보며 즐거워했다.가끔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면 그녀는 짐을 싸서 바로 떠났다.그럴 때마다 신현우는 알림도 받지 못한 채 허탕을 치고 돌아가야 했다.친구들은 강수영이 신현우를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즐길 뿐이었다.현재 신현우의 눈에는 질투와 시기가 가득 차 있었고 늘 당당하던 그의 얼굴에는 답답함과 우울함이 서려 있었다.강수영은 자신이 그의 곁에서 겪었던 모든 억울함과 상처를 이렇게 풀고 싶었다.이번 주, 강수영은 영국으로 떠날 예정이었고 신현우는 그녀가 남편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밤 강수영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그는 거실에서 홀로 술병을 비우고 있었다.엉망이 된 그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초라해 보였고 강수영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그녀는 오랜 시간 방치해둔 녹음기를 꺼냈다. 그건 예전에 신연우가 건넨, 신현우의 음성이 담긴 파일이었다.그녀는 당시 결혼 생활에 전념하고 싶어 듣지 않았던 녹음을 재생했다.녹음기에서는 술에 취한 신현우의 흐릿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것은 강수영의 결혼식 날, 신현우가 취한 상태에서 남긴 말들이었다.신연우가 그를 말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수영이가 내 앞을 그렇게 지나갔어. 남편 팔짱을 끼고 날 쳐다보지도 않았어.”“내가 정말로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까? 아니야, 난 수영이를 좋아했어. 다만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길 바랐을 뿐이야.”“나 때문에 부모님과 친구들과도 관계를 끊었잖아. 너무 어리석었어. 나는 그런 가치를 줄 만한 사람이 아닌데...”“다 내 잘못이야. 처음부터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지 않았더라면 수영이가 이렇게 집착하지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2화

    두 사람은 서쪽으로 스위스 알프스를 찾아가 산맥의 낭만을 만끽하며 자연 보호구역에서 아름다운 야생동물들을 만났다.북쪽으로는 핀란드의 로바니에미와 캐나다의 퀘벡으로 향해 겨울 축제와 북유럽의 신비로운 매력을 경험하고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오로라의 장관을 즐겼다.그러던 중, 한 여행지에서 강수영은 신연우를 우연히 마주쳤다.오래된 친구라 할 수 있는 사이였기에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었다.식사 후, 신연우는 그녀에게 녹음 파일을 건네며 말했다.“이 안에는 우리 형의 음성이 들어 있어. 들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 하지만 듣는다면 네 결혼 생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그는 이어 덧붙였다.“형이 요 몇 달 동안 상태가 많이 안 좋았어. 큰 병을 앓아 체중이 많이 빠졌고, 회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어. 최근에서야 조금 회복됐지.”강수영은 특별히 반응하지 않고 녹음 파일을 받았지만 끝내 듣지 않았다.신혼여행을 마치고 부부는 지성으로 돌아와 결혼 후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이혼 절차를 밟게 되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큰 갈등이 없었다. 강수영의 남편은 여전히 훌륭한 사람이었고 이혼의 원인은 문화적 차이와 생활 습관의 차이였다.한 사람은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다른 한 사람은 서양식 사고방식으로 자라며 서로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그들은 평화롭게 헤어졌고 이혼 후에도 좋은 친구로 남았다.부모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이혼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합의한 후 강수영은 다시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했다.그러다 각 나라, 각 도시에서 신현우를 계속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세 번째 만남에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한 강수영이 그를 조롱했다.“신 대표님, 이렇게 한가하신 줄 몰랐네요. 왜 자꾸 저를 따라다니시는 거죠?”“따라다닌 게 아니야. 우연일 뿐이야.”“우연이 이렇게 자주 겹칠 리가 있나요?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차가운 미소를 띤 강수영에게 신현우는 화제를 돌렸다.“넌 왜 여기저기 여행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1화

    ‘소은혜’에서 다시 ‘강수영’으로 돌아온 후, 강수영은 그 차가운 남자와 더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한눈에 반했던 감정은 결국 그녀의 인생을 망쳤고 다시는 그 남자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파혼하고 집을 떠나 이름까지 바꾼 채 명분 없이 그의 곁을 지켰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라며 손가락질했다.그러는 동안 그는 가문 배경이 잘 맞는 귀한 집 아가씨와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스스로를 명문가의 딸에서 천한 첩으로 전락시켰지만 그에게선 차가운 시선만 돌아왔다. 그녀가 바친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는 온기 한 줌 나눠주지 않았다.강수영은 결국 깨달았다. 그 감정을 고집한 자신이 문제였다는 것을.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그녀는 강씨 집안의 딸로 돌아왔고 그는 여전히 신씨 가문의 장남으로 남아 있었다.부모님은 그녀를 위해 맞선을 주선했고 두 가문 모두에게 이로운 자리였다.강수영은 더 이상 부모님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기쁜 마음으로 맞선에 응했다.맞선 상대는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훌륭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다. 나이도 비슷했고 배경도 잘 맞았다.며칠간 그와 시간을 보내본 그녀는 그가 괜찮다고 느꼈다. 특히, 그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고백했을 때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나 고된 일이었기에 이번에는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3개월간 교제했고 큰 문제 없이 잘 맞았다. 비록 심장이 크게 뛰는 설렘은 없었지만 세상 대부분의 결혼이 ‘적당함’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 기준에서 본다면 그와의 결혼은 충분히 합리적이었다.결국 두 사람은 약혼했고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그러나 결혼식 당일,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나타났다. 바로 신현우였다.그의 등장에 강수영은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미소를 띠며 신랑과 함께 술잔을 들었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60화

    방금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축 늘어져 있었다.이승연은 고양이가 우울증에 걸릴까 봐 걱정되어 이혁재에게 맡기기로 했다.“경험 있는 네가 좀 맡아줘.”이혁재는 황당했다.“내가 무슨 경험이 있다고 그래!”이승연은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처지가 비슷하잖아.”화가 난 이혁재는 이승연을 들어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곱게 바른 립스틱을 번지게 했다.“전혀 비슷하지 않거든!”이혁재의 사무실.이혁재와 연재준은 일 얘기를 하고 있었고 두 아이는 옆에서 놀고 있었다.그때 이혁재가 무심코 고양이에게 한마디를 건넸다.“호두야, 누나를 잘 돌봐야 해.”기어다니기 시작한 윤아는 갑자기 호두의 꼬리를 잡았다.호두는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좋아했지만 꼬리만큼은 예외였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이혁재의 말 때문인지 꼬리를 잡힌 채로 억울한 듯 야옹 소리만 냈다.윤아는 깔깔 웃으며 꼬리 끝을 입에 넣으려 했고 그제야 호두는 꼬리를 빼내더니 아기에게 돌아서서 야옹 소리를 내며 경고했다.마치 “입에 넣으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러자 윤아는 호두를 향해 돌진하며 그를 덮쳤다.두 아빠가 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찾으러 갔을 때 윤아는 카펫 위에서 잠들어 있었고 호두는 듬직한 몸을 베개 삼아 윤아를 받치고 있었다.그 동화 같은 장면에 연재준과 이혁재는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지었다.“고양이가 어린이를 알아본다더니 진짜인가 봐.”퇴근 시간이 되어 이혁재는 호두를 데리고 이승연의 사무실로 향했다.이승연은 호두를 품에 안고 기뻐하며 입을 맞췄고 이어 호두가 이혁재에게도 뽀뽀하도록 했다.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이혁재는 고양이 털을 한가득 삼키고 서둘러 뱉어냈다.“퉤퉤퉤.”그 순간, 호두도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흉내를 낸 게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를 토해냈다.이혁재는 어이가 없어 발끈했고 이승연은 웃음을 참지 못해 의자에 쓰러지듯 폭소했다.사실 고양이는 털을 핥으며 스스로를 청소하는 습성 때문에 위에 털 뭉치가 생겨 종종 토하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9화

    작은 고양이는 케이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고 치료로 인해 털이 대부분 깎인 채 볼품없는 모습이었다.이혁재가 싫은 소리를 내자 새끼 고양이는 힘겹게 눈을 떴다. 그리고 이승연을 알아본 듯 비틀거리며 케이지 가장자리로 다가와 그녀를 향해 야옹 울었다.이승연은 손가락을 내밀어 고양이를 살짝 만졌다. 그러자 고양이는 꿈틀거리며 그녀의 손가락에 머리를 가져다 대었다.그녀는 미소 지었고 이를 지켜보던 이혁재가 말했다.“여보, 얘 다 낫고 나면 집에 데려가 키우자. 이렇게 작고 못생긴 애가 혼자 힘으로 먹을 걸 찾기도 힘들고, 다른 고양이들이 받아주지도 않을 거야.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얘 어떻게 살겠어.”이승연도 같은 생각이었다.두 달 후, 고양이는 건강을 회복했다.이혁재는 직접 고양이를 씻기고 구충한 뒤 집으로 데려갔다.시간이 지나면서 고양이는 털이 윤기 나게 자랐고 살이 올라 뼈만 앙상했던 이전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결국, 고양이는 기름지고 윤기 나는 털을 자랑하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이혁재의 몸 위로 덮치는 대형 고양이가 되었다.“이런 젠장!”이혁재는 고양이의 기습에 또 당했고 숨이 턱 막힐 뻔했다.고양이가 도망치려 하자 그는 재빨리 붙잡아 들어 올리며 따졌다.“너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지 전혀 모르는 거야? 아니면 정말 날 깔아뭉개려고 작정한 거야?”고양이는 억울하다는 듯 야옹거리며 반응했다. 그러나 고양이가 이승연에게는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기에 이혁재는 고양이가 일부러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다.고양이는 이승연이 일할 때 그녀의 발등 위에 앉아 체온으로 발을 따뜻하게 해주었다.그녀가 서류를 검토할 때는 네 발을 모아 단정한 자세로 그녀 곁에 앉아 ‘독서’에 동참했다.때로는 앞발로 서류를 톡톡 두드리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중요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이혁재는 고양이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고양이를 뒤집어 배를 위로 한 채 들어 올려 얼굴을 고양이 배에 묻고 한 번 흡입했다.고양이는 저항하며 네 발로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58화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합의한 후, 이혁재는 정관 절제술을 받았다. 흔히 말하는 ‘피임 수술’을 통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정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이혁재는 이 일을 이승연에게 알리지 않았다. 관련 정보를 철저히 조사한 뒤, 직접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갔다.수술은 간단했고 외래 진료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수술을 마친 그는 바로 퇴원했고 그날 오후에는 몇 시간 동안 회의를 열기도 했다.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그 불편함조차 완전히 사라졌다.수술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이혁재는 가벼운 농담처럼 이 일을 이승연에게 털어놓았다.이승연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평소 재빠른 두뇌 회전과 날카로운 눈치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이번에는 말을 잇지 못했다.이혁재는 그녀가 ‘수술’이라는 단어에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혹시 일이 심각하다고 오해했을까 봐 그녀를 안고 달래며 자세히 설명했다.“여보, 내가 요즘 아이를 갖는 게 얼마나 두려웠는지 몰랐지? 피임을 해도 혹시 실수라도 생길까 봐 계속 걱정했어. 만약 사고가 생기면 낳든 낙태하든 둘 다 누나 몸에 무리가 갈 거잖아. 그래서 아예 근본적으로 위험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이승연은 그의 허리를 감싸안고 이마를 그의 가슴에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이 수술 알아. 우리 아빠가 받았거든.”그녀는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갔다.“그 시절에는 보통 여자가 피임 수술을 받곤 했는데 우리 아빠는 알아보니 여자가 받는 수술이 훨씬 위험하고 몸에 무리가 된다는 걸 알게 됐대. 그래서 엄마가 고생하는 걸 차마 볼 수 없어 자신이 받았지.”“아빠는 우리 동네에서 피임 수술을 받은 유일한 남자였고 사람들은 우리 아빠를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남자라고 칭찬했어. 엄마도 복 받은 거라고 하셨고.”이혁재는 그녀가 아버지를 칭찬하며 은근히 자신도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날 밤, 소파와 카펫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