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연재준이 자신에게 동해안에서 만나자고 요청한 사실에 유월영은 조금 놀랐다.유월영은 한 손으로 포크를 들고 다른 손으로 나이프를 잡은 채 무표정하게 앞에 있는 스테이크를 잘라냈다.그녀는 덜 익은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았고 맛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스테이크는 거의 완전히 익혀졌으며 가장자리가 약간 바싹하게 구워져서 고기를 자를 때 바삭한 소리가 났다.한세인도 연재준이 약속 장소를 동해안으로 정한 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제가 같이 갈게요.”유월영이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시우 씨한테는 우선 말하지 마세요. 괜히 그가 이것저것 걱정할까 봐요.”한세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다음 날 저녁, 유월영은 한세인과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동해안으로 갔다.3년 만에 다시 이곳에 발을 디디며 유월영은 그녀가 신주시를 떠나기 전 연재준에게 감금되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그 시절의 연재준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집착하며 사랑하는 사이를 연기하려고 했었다. 자신과 함께 병원에 가거나 회사에 가는 것도 모자라, 그녀가 임신했다는 핑계를 대며 여러 명의 요리사와 산후 도우미를 집에 불러들였다.임신이라...유월영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한세인이 앞으로 나가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연재준이 직접 나와 문을 열었고 그의 시선은 바로 유월영에게 떨어졌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었으며 이내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왔네.”그는 정장을 입지 않았고 검은색 스웨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상의는 몸에 딱 맞아 그의 넓은 어깨와 날씬한 허리를 돋보이게 했다.“연 대표님께서 직접 초대하는데 오지 않을 수 없죠.”유월영은 안으로 들어갔고 한세인이 그녀 뒤를 따르자 연재준이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외부 사람이 집에 오는 걸 좋아하지 않아.”그 말은 한세인과 경호원들은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유월영은 그를 돌아보았다
유월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연 대표님이 그때 쏜 그 화살 덕분이죠. 제 목숨을 거의 가져갈 뻔했거든요. 화살 때문에 원기가 크게 상했고 회복하기가 아주 힘들었어요. 만약 시우 씨가 정성스럽게 돌봐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는 더 허약했을 거예요.”연재준의 목젖이 떨려왔고 따뜻한 조명도 그의 창백해진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두 사람은 결국 그 오래된 일을 끄집어냈고 연재준이 쏜 그 화살을 입에 올리게 되었다.유월영은 팔꿈치를 식탁에 올리고 손등으로 턱을 받친 채 장난스럽고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전에, 연 대표님께서 나를 진심으로 해친 적이 없다고 말했죠? 그렇다면 그 화살은 그저 장난으로 쏜 건가요?”연재준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유월영은 반성하듯 말했다.“아. 내가 잘못했네요. 연 대표님의 진정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하지만 연 대표님의 그 ‘장난'은 그래도 좀 과했어요. 안 그래요?”유월영을 바라보던 연재준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그 화살은 심장과 아주 가까웠고 그 화살을 빼내는 수술만 해도 10시간이 걸렸어요. 수술 도중 세 번이나 주치의가 바뀌었고 두 번의 위급 상황이 있었죠. 수술 후 저는 2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어요. 거의 깨어나지 못할 뻔했죠.”연재준이 갑자기 소리쳤다.“그만해.”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옛날얘기를 먼저 꺼낸 건 당신 아니었나요? 왜, 궁금할까 봐 자세히 얘기했는데 왜 이제 와서 마음 약한 척하는 건가요?”연재준은 와인잔을 움켜잡았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 강하게 쥐고 있었고 잔을 쥔 손의 뼈마디는 튀어나올 듯 하얗게 두드러졌다.약한 유리잔은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부서져 버렸다. 유리 조각이 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으며 핏자국이 유리 테이블을 붉게 물들였다.유월영은 꼼짝하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 그를 쳐다보았다. 연재준은 보기 드물게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감당이 안 되면 이제부터 제대로 된 일
유월영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연 대표님은 정말로 하나도 안 변했네요.”3년 전, 연재준은 이 장부를 위해 유월영의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3년 후,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추억을 운운한 목적도 여전히 이 장부 때문이였다.유월영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아무런 온기도 없었다. 그녀의 눈은 차갑기가 며칠 전 신주시에 내린 겨울비처럼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연재준은 유월영의 싸늘한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왜?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마음에 들고 안 들고 가 문제가 아니라.”유월영은 은색 긴 수저를 들어 올려 무심하게 그릇 안의 수프를 휘저으며 말했다.“지금 와서 장부를 달라고 하는 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숟가락은 그릇 가장자리에 부딪히면서 소리를 내었고 그 소리는 마치 경고의 종소리 같았다.“장부가 내 손에 있은 지 몇 년이 됐는데 내가 백업을 안 해놨을 것 같아요? 복사본, 스캔본, 전자 파일 등 얼마나 많은지 나도 몰라요. 원본을 당신들한테 줘도 내 손에는 여전히 당신들의 증거가 남아 있죠. 만약 정말로 법정에 가야 한다면 백업 본도 여전히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 와서 장부를 달라고 하는 건 너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아닌가요? 너무 늦은 것 같아서요.”연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월영은 수프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가져가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후후 불고는 말했다.“아니지. 당신들도 그걸 알고 있죠. 그래서 그때 당신들은 내 양부모와 나를 차례로 해치려고 했고, 이 몇 년 동안 내 여동생의 행방을 끊임없이 찾아내어 모든 뿌리를 제거하려고 했죠. 심지어 내 큰언니까지도 오랫동안 감시했고 그녀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확신한 후에야 목숨을 살려두었죠.”“왜냐하면, 죽은 자만이 비밀을 누설할 수 없고 그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겠죠.”그들이 비록 유설영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연재준의 자회사에서 일하
유월영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더러워진 장갑을 닦았다. 그녀는 저녁 내내 계속 장갑을 끼고 있었다.“그 집을 가지고 있고 싶다면 가지세요. 하지만 계속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유월영은 손수건을 버리고 한세인과 경호원을 데리고 바로 떠났다.동해안을 나와 차에 오른 유월영은 표정이 금세 차가워졌다.한세인이 말했다.“아가씨, 화 푸세요.”“화난 거 아니에요. 그가 약속을 잘 어기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이제야 안 것도 아니고, 예전에도 연재준한테 이런 식으로 여러 번 당했거든요.”유월영이 자조하듯 말했다.한세인이 물었다.“그럼 고씨 가문의 옛집은 어떻게 할까요? 다시 가져오실 건가요?”유월영이 더러워진 장갑을 벗어 옆에 던지자 한세인은 새 장갑을 하나 더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새 장갑을 끼며 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옛집을 내가 가져갈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집을 망가뜨릴지언정 연씨 가문의 손에 들어가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아요.”유월영은 새 장갑을 껴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한 비서님. 뭐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그날 밤, 고씨 가문의 옛집이 위치한 이화로에서 큰불이 났다.다행히도 주변 이웃들이 제때 발견해 신고했고 소방대가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이른 아침, 하얀 안개가 낀 가운데 연재준은 검은색 긴 코트를 입고 고씨 가문의 옛집 앞에 서 있었다.소방차가 막 떠났고 바닥에는 불을 끌 때 사용한 물이 뚝뚝 떨어졌으며 공기 중에는 아직도 타는 냄새가 남아 있었다.이때, 차 한 대가 길가에 멈췄다.연재준이 고개를 돌리자 유월영이 갈색 부츠와 베이지색 롱코트를 입고 차에서 내렸다.연재준을 발견한 유월영은 목도리를 매만지며 다가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며칠 전보다 더 춥네요. 연 대표님은 저에게 옷을 더 챙겨입으라고 당부하시면서 정작 본인은 이렇게 얇게 입으셨어요?”연재준은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말했다.“당신 왜 이렇게 독해졌어? 내가 가지지 못하면 차라리 부숴버리겠
아침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하얀 안개도 점차 사라졌다.연재준은 유월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유월영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는 내가 오랫동안 좋아해 온 첫사랑이죠. 당신도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가짜 부부일 수 있겠어요?”연재준은 갑자기 손수건을 들고 있는 유월영의 손을 움켜잡았다!표정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평온해 보였지만 그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유월영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의 힘에 당해낼 수 없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연 대표님. 이게 무슨 추태인가요.”연재준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가 잡은 유월영의 손에 붉은 자국을 남겼고 거의 그녀의 손을 부러뜨릴 듯했다.유월영이 미간을 찌푸리자 연재준은 결국 손을 놓아주었다.그는 손수건을 뺏어 들고 입술을 가리며 기침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그녀를 마주하기 싶지 않은 듯 몸을 돌려 눈을 감았다.“손수건은 깨끗이 씻어 내일 집의 양도 계약서랑 같이 호텔로 보내줄게.”유월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그녀는 돌아서서 떠나려 하자 연재준은 기침을 가라앉히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연락처가 없어서. 번호를 알려줘. 앞으로 연락하기 편하게.”유월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연 대표님. 언제부터 이렇게 예의를 차리셨어요?”그의 한마디면 바로 그녀의 모든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데 직접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보니 유월영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말없이 연락처를 저장하는 연재준을 보면서 유월영은 두 사람한테 작별 인사했다.“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윤 대표님, 오후에 다시 만나 자선단체에 관해 논의하죠.”윤영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좋아요!”유월영이 차에 타고 떠난 후에도 연재준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비록 더 이상 기침을 하지 않았지만 얼굴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윤영
딸이 다칠까 봐 얼굴이 창백해진 주월향은 급히 몸을 일으키고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요?”윤영훈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주월향,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가 서덕궁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일부러 나에게 접근하고 나한테 불쌍한 모습을 보이려고 꿍꿍이 꾸민 거잖아.”주월향은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당신이 믿든 말든 나는 서덕궁의 급여가 높아서 간 것뿐이에요. 나는 돈이 필요했을 뿐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복잡한 의도는 없어요.”그녀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유 대표님, 당신이 제 이름에 ‘월' 자가 들어 있다고 해서 저를 데려갔고 저는 당신 곁에서 반년 동안 당신만을 바라보며 지냈어요. 하지만 당신의 그 여자들은 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났다고 날조했죠. 그리고 당신은 제 결백을 믿지 않고 저를 내쫓았어요.”“저는 억울했지만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 않고 지난 2년 동안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저는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아직도 저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저는 차라리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겠어요. 당신이라는 사람을 모른 채.”윤영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몇 초 후, 그는 갑자기 아이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낚아챘다. 여자아이는 놀라서 머리를 감싸며 울음을 터뜨렸다.주월향은 머리카락을 빼앗으려 달려들며 외쳤다.“뭐 하는 거예요!”윤영훈은 그녀의 손이 닿지 않게 손을 높이 들고 말했다.“네가 부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길 바래.”그는 더 이상 지체하고 싶지 않아 큰 걸음으로 문을 나서며 부하에게 말했다.“내가 결과를 얻을 때까지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잘 지켜봐.”“네!”윤영훈은 바로 아이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병원에 가서 친자 확인을 의뢰했다!결과는 금방 나왔다. 단 두 시간 만에.“윤 대표님.”비서는 빠르게 그의 앞에 와서 검사 결과를 그에게 건넸다.윤영훈은 서둘러 받아 들고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친자확인 보고서에는 그와 주
윤영훈은 약속한 찻집으로 향하며 가는 길에 꽃다발을 주문했다.그가 찻집에 도착했을 때 마침 꽃도 같이 도착했다.그는 꽃다발을 들고 가계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다 창가 쪽 자리에 있는 유월영을 발견하고는 곧장 걸어가 웃으며 사죄했다.“고 대표님, 정말 죄송해요. 제 사과를 꼭 받아주세요.”유월영을 꽃다발을 받아 들고 한번 훑어보며 말했다.“예쁘네요. 하지만 꽃다발로 그냥 넘어가려는 건 아니겠죠? 윤 대표님?”윤영훈이 진지하게 대답했다.“고 대표님, 제가 어떻게 사과하면 될까요? 말씀해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반드시 해드리겠습니다.”유월영은 꽃다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렇다면...윤 대표님, 신주시에서 저를 위해 사무실 하나를 찾아주시는 걸로 하죠.”“사무실이요?”그는 이해 안 된다는 듯 되물었다.“레온 그룹이 아직 신주시에 지사가 없거든요. 보아하니 우리가 앞으로도 여러 가지로 협력할 게 많은데 사무실 하나쯤 있으면 편할 것 같아서요.”윤영훈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이내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제가 싫다는 건 아니고요. 다만 고 대표님께서 원래 신주시 출신이시고 여기서 오랫동안 일하셨잖아요. 사무실 찾는 것쯤은 쉽게 하실 수 있을 텐데 왜 저한테 부탁하세요? 저는 송초 출신이고 신주시는 아무래도 고 대표님만큼은 잘 모르는데...”“신주시 같은 고도로 번화한 도시는 거의 두 달마다 한 번씩 추세가 변하죠. 저도 여기서 떠난 지 3년이 지났는데 방금 보니 많은 것들이 변했더군요. 이제는 제가 아는 신주시가 아니에요. 그래서 윤 대표님께 부탁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아까 윤 대표님께서도 저에게 집을 선물하시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윤영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고 대표님, 방금 전에 연 대표님한테서 집 한 채를 받으시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또 저한테 사무실을 달라고 하신다고요? 양쪽에서 다 얻어가시려는 건가요?”유월영이 찻주전자를 들고 그에게 차를 따라주며
“어젯밤에요.”신연우는 유월영이 권하기도 전에 자리에 앉으며 그녀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다.“학교에서 방학하자마자 바로 항공권 사서 날아왔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고 대표님의 풍채를 빨리 보고 싶었거든.”유월영은 그의 농담에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한세인에게 다시 웨이터를 불러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전에 연극을 더 실감 나게 하려고 파리까지 직접 오셔서 도와주셨잖아요.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먼저 떠나버리셨더라고요.”신연우가 말했다.“어쩔 수 없었어요, 공무가 있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거든요.”“신 교수님이 나타나야만 연재준과 그 일행들이 내가 신부라고 굳게 믿게 할 수 있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들이 결혼식을 망치려고 무대에 뛰어오는 바람에 해성 그룹과 아르사의 협력을 망칠 수 있었어요.”유월영은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 일 후에 형님께서 신 교수님을 찾아와서 추궁하지 않던가요?”신연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나한테 따지긴 했어요. 모든 책임을 월영 씨한테 돌렸죠. 초대장을 받아서 월영 씨가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용당한 거였다고 둘러댔죠.”유월영이 미안한 듯 말했다. “신 교수님 곤란하게 해서 미안해요.”유월영은 그의 형을 속이고 도와준 것에 대해 사과했다.“나도 내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 신연우는 그녀 앞의 작은 접시 위에 반쪽 남은 다과를 보고는 가볍게 화제를 돌렸다. “맛있어요?”유월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꽤 맛있는데 너무 달아요. 제가 단 걸 싫어해서 다 먹지 못하겠어요.”“내가 도와준 것에 대해 보답하려면 밥 한 끼 사죠?”유월영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뭐든지요. 드시고 싶은 거 아무거나 골라보세요. 이제 저도 예전처럼 신 교수님한테 밥을 얻어먹기만 하던 유 조교가 아니니까요.”신연우는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렇다면 비싼 걸 먹어야지.”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웨이터가 따뜻한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