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준은 유월영을 안아 차에 태웠다. 유월영은 그의 옷깃을 꽉 잡고 차에서 몸을 빼지 못하게 하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재준 씨, 우리 엄마 왜 갑자기 혼수상태로 된 거예요? 당신들 우리 엄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그녀가 신주시를 떠나기 전까지 이영화는 분명 멀쩡했으며 며칠 사이에 갑자기 그렇게 된 건지 유월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재준은 허리를 굽힌 자세를 유지한 채 유월영을 내려다보다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까 그 승용차가 천천히 그들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유월영의 머릿속에서 병실에 누워있던 어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목이 메어 숨이 막혀왔다. “어머니를 협박했었나요?”연재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매번 자기 어머니와 관련된 일에 유월영은 침착함을 잃었고 그의 옷깃을 꽉 잡고 있었다. “재준 씨! 지금 당장 정해요.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장부를 가지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나와 우리 엄마 목숨을 갖고 싶은 거예요?”그녀가 잡고 놓지 않자 연재준의 시선이 그녀의 화난 얼굴로 향했다. “난 두 가지 다 원하지 않아. 내가 원하는 건 그저 당신이 온전하게 나의 곁에 있는 거야.”유월영은 꿈 깨라는 듯 그를 노려보았다. 연재준은 갑자기 그녀의 머리를 받친 채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훔쳤다. 익숙한 숨결이 바로 전해지자 유월영은 바로 그를 밀쳐냈다. “재준 씨, 이게 무슨...읍.”연재준은 다시 한번 자신의 입으로 그녀의 입을 막아왔고 그녀의 저항하는 손을 잡아 자신의 목에 둘렀다. 그 모습은 마치 그녀가 그를 놓아주지 않고 먼저 키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른 유월영은 그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가 그녀의 머리를 누르고 있어 꼼짝할 수 없었다. 연재준이 입술은 마른 그녀의 입술을 적시고 입을 벌려 그녀의 하얀 치아를 훑고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녀의 입안을 탐하고 매달렸다.그렇게 한 사람은 차 안에서, 한 사람은 차 밖에 허리를 숙
연재준의 목의 상처는 제때 처치하지 않아 피가 검은 셔츠의 옷깃을 더 어둡게 물들였고, 피는 이미 응고되어 그의 하얀 피부에 달라붙어 유난히 눈에 띄었다.유월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연씨 가문의 외아들로 작은 상처 하나 없이 귀하게 보호받고 자랐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상처를 내고 피까지 봤으니 해운그룹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경호원이나 노현재부터 아마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지.’그도 몇 번 다친 적이 있었다.한 번은 황야 수풀에서 그는 그녀를 안은 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의 몽둥이에 등을 맞은 적 있었다. 또 한 번은 마을을 시찰하다가 주영문의 부하의 칼에 복부가 찔렸었다. 다행히 그녀가 그 부하들을 제때 따돌려서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우연인지 두 번 다 그녀와 관계가 있었다.유월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연재준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는 그녀를 달래는 듯 그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자기야, 우리 다 없었던 일로 하고 당신도 이 일 잊으면 안 될까. 우리 다시 옛날처럼 알콩달콩 잘살아 보는 거야.”유월영은 몇 초간 생각하다 그의 어깨에 기대어 대답했다.“좋아요.”연재준은 그녀의 어깨를 잡은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진심인 걸까?’유월영이 입을 열었다. “오늘 밤 병원에서 엄마 곁을 지키고 싶어요. 그러니 먼저 혼자 돌아가요.”연재준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등을 쓸었다.“몇 시간 비행기를 탔는데 안 피곤해? 오늘은 먼저 나랑 집에 가고, 다음에 다시 어머님 뵈러 오자. 걱정하지 마, 의사가 잘 돌봐줄 거야.”유월영은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안 피곤해요. 오늘은 병원에서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요.”이번에는 연재준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유월영의 눈에 희미한 비웃음이 비쳤다. “왜요? 못 하겠어요?”그녀는 웃음이 나왔다.“예전처럼 다시 잘 해보자고 하지 않았어요? 전에 내가 엄마 옆에 있겠다고 했을 때, 당신은 병원에 소파도 가져다주고 주고 꽃도 보내줬어요
운전기사와 하정은은 계속 앞좌석에 있었지만 그들은 연재준이 그들을 필요로 할때를 제외하고, 평소에 자신의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연재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운전기사는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연재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조 비서에게 사람 데리고 동해안으로 오라고 해. 우리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집에 있는 칼, 도자기, 날카로운 물건들, 그리고 사람이 다칠만하거나 자해할 만한 모든 물건들 교체하라고 해. 내 아내가 다치면 안 되니까.”하정은 낮게 대답했다.“네.”유월영은 그가 자신을 방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그들의 차는 곧장 동해안으로 향했고 윤영훈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병원에 따라가서 뭐 이상한 것 발견했어?”오성민은 이상한 점 없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윤영훈은 가만히 있자니 졸음이 몰려와서 하품하며 말했다.“당신도 봤잖아. 둘이 차 안에서 우쭈쭈하는거. 사이다 아주 좋아 보이던데 지금쯤같이 집에 갔을걸. 못 믿겠으면 우리도 따라갈까?”오성민은 손에 염주를 세면서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윤영훈이 손을 내저었다. “그래. 고해양이 아무리 친아버지라지만 만나 적도 없고 막말로 하면 남과 같은데. 뭐랄까, 내가 유 비서라면 나도 고해양에게 별로 감정 이입이 되지 않을 것 같아.”“그리고 연재준은 그래도 유 비서가 오랫동안 사랑하던 사람이니 연재준 편에 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오성민이 생각에 빠진 채 대답이 없자 윤영훈은 다시 입을 열었다. “고해양을 대신해 복수를 하는 길은 가시덤불과 같아서 삐끗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연재준을 선택하면 연씨 가문과 해운그룹의 사모님이 되는데 바보라도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알 거야.”오성민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그렇게 유 비서가 좋아? 계속 그녀를 위해 좋은 말을 해줄 만큼? 근데 당신 전에는 장부를 찾는 데 그렇게 적극적이더니.”“그거랑 별개야.”윤영훈은 다리를 쩍 벌
오성민이 다가가자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면서 공손하게 말 걸었다.“오 변호사님 아직 저녁 안 드셨지요? 저희 사모님께서 퓨전 한식집을 예약했는데 어서 가시죠.”오성민이 물었다.“사모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운전기사가 답했다.“연씨 사모님이세요.”‘뭐? 연씨라고?”오성민은 염주를 만지작거리다 허리 숙여 차에 올랐다. ...연재준을 따라 동해안으로 돌아온 유월영은 휑한 집안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모든 위협이 될 만한 물건들은 모두 치워졌고 꽃병마저 도자기가 아닌 플라스틱이었다.유월영은 냉소를 지었다.“다음은 나를 여기에 가두고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요?”연재준이 외투를 벗자 가정부가 조용히 다가와 받아주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부인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 거지. 내가 어떻게 당신을 감금하겠어. 당신이 그동안 너무 고생했으니 휴식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래. 며칠 집에서 쉬어.”이제 와서 유월영도 뾰족한 수가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그래요. 쉴게요.”유월영은 곧장 게스트 룸으로 올라가 문을 쾅 닫았다.방문 닫는 소리에 집 전체에 울려 퍼졌고 연재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셔츠 소매의 단추를 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며칠 안 본 사이 성질만 나빠졌네.”유월영은 침대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웠다. 오늘은 잠을 못 잘 거라고 생각했지만 눕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요 며칠 그녀는 자주 졸리는 듯했고 시간이 한 시를 가리키자 그녀는 곧 잠에 빠졌다. 눈을 감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언가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껴안는 느낌이 들었으며 익숙한 손길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 유월영은 피곤함이 순식간에 사라져서 팔꿈치를 구부리고 힘껏 뒤로 몸을 뺐다. “이거 놔요!”연재준은 그녀가 반응을 예상하고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쳐줬다.“부인이 쉬면 남편도 쉬어야지.”그는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춰 얘기했다.“그렇게 막 부딪치면 어떡해. 거기 허리인데 삐끗하기라도 하면 남은 인생 어떡하려고 그래?”
유월영은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닫고 얼굴이 달아올라 손에 잡히는 대로 그에게 던졌다. “연재준!”연재준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날아오는 곽티슈에 어깨를 맞았다. 휴지통은 그대로 그의 발아래에 떨어졌고 그는 허리 숙여 곽티슈를 주웠다. 그리고 그대로 휴지 한 장을 뽑아 입가를 닦으며 그녀에게로 향하자 가정부가 외투를 가져왔다. 그가 유월영의 머리카락을 매만지자 그녀는 이내 뿌리쳤다. 하지만 연재준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자기야, 집에서 얌전히 날 기다리고 있어.”유월영이 그를 노려보았다.연재준은 돌아서서 문을 나섰다.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유월영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 못 하고 남은 물건까지 부수기 시작했다.그녀는 평소에 절대 이렇게 물건을 내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슴에 쌓인 울화를 이렇게 분풀이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가정부가 주춤주춤 와서 치우려 하자 그녀가 소리 질렀다.“치우지 마세요!”가정부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만 했다. 유월영은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보이는 족족 아래층으로 내던졌고 멀쩡하던 신주시 제일 가는 별장이 하루아침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연재준은 아무 말 없이 모든 걸 감시카메라로 보고 있었다. 유월영은 항상 이성적이었으며 그녀의 이런 모습은 새롭게만 느껴졌다.그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어렸다. 차에 탄 연재준은 하정은에게 분부했다.“가정부들의 음식 솜씨 별로니까, 서덕궁에 연락해서 시간 맞춰 요리해서 가져오라고 해. 요리사도 몇 명 보내고.”하정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차는 해운그룹에 들어섰고 노현재도 막 도착했다.그의 타고 온건 고급 모터사이클이었다. 이 브랜드에 이 사양은 전 세계에 몇 대 없었으며 값은 신주시의 아파트 한 채의 값과 맞먹었다. 블랙과 골드로 된 차체는 매끄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며 마치 야생적인 치타처럼 연재준의 롤스로이스 컬리넌 옆에 서도 꿀리지 않았다.노현재는 헬멧을 벗고 머리를 털었다. 밝은 갈색 머리카
노현재는 바로 연재준의 사무실을 나와 주차원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는 기다리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해운그룹의 회사 로고를 돌아보았다. 그는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그날 유월영이 그릇을 깬 후 조각을 하나가 없어진 것을 한눈에 알아챘다. 다만...그의 턱에 힘이 들어갔고 평소와 다르게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주차원 몇 명이 힘겹게 그의 무거운 모터사이클을 밀고 왔다. 그는 한심한 듯 그들을 쳐다보다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는 헬멧을 쓰고 긴 다리로 모터사이클에 올라탄 후 시동을 걸고 빠르게 사라졌다....3월에 들어서자 봄기운이 완연했고 낮도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연재준은 지는 노을을 맞으며 동해안 저택에 도착했다.유월영은 식탁 앞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고 앞에 4개 반찬을 거의 다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연재준이 입을 열었다.“입맛에 괜찮은가 봐. 난 당신이 단식이라도 할 줄 알았어.”유월영이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원래를 단식해서 엄마를 보러 가게 해달라고 시위하려고 했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연 대표님에게 그리 중요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요. 내가 굶든 말든 연 대표님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면 나만 고생이잖아요.”가정부가 뜨거운 수건을 가져다주자 연재준은 손을 닦으면서 차갑게 내뱉었다. “잘 아네.”유월영은 수저를 내려놓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재준 씨, 우리 얘기해요.”연재준은 난장판이 된 바닥을 쓱 훑어보고 가정부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정부는 지시를 받고 즉시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는 긴 다리로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가로질러 거실로 향했다.“와서 얘기해.”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다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아직 장부를 못 찾은 걸 알아요. 내가 도와줄게요.”연재준은 소파에 던져진 슬리퍼 한 짝을 치우면서 여유롭게 물었다.“당신 찾을 수 있어?”“전 유현석의 딸이에요. 아버지와 함께 20년 넘게 같이 살았어요. 분명 외부인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니 그가 말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유월영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그녀에게 몸을 밀착하고 있어 그의 모든 반응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두 사람 사이는 이렇게 파국으로 향하는데...그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이런 말들을 하다니. 그이 마음속에 그녀가 어떠한 존재인지 유월영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모든 진실을 알아도, 그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더라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녀는 계속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는 원하는 대로 그녀를 대할 수 있었다. 유월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이거 놔요!”연재준은 그녀의 몸을 누른 채 턱을 잡고 키스해 왔다. 유월영은 주저하지 않고 그의 혀를 있는 힘껏 깨물었다. 연재준은 재빨리 입술을 떼고 유월영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증오만 남아있었다. 연재준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더니 아예 유월영의 눈을 가렸다. “왜 화가 아직도 안 풀렸어?”그의 말투는 마치 그녀가 철없이 억지를 부리는 듯했다.유월영은 어이가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당신 아버지는 내 친아버지를 죽게 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나의 양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갔고. 그러고도 내가 당신 아이를 낳아주기 원해요? 재준 씨, 당신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럴 수 있어요!”연재준이 냉정하게 말했다. “난 당신 아버지에게 강요한 적 없어. 양아버지는 나 때문에 죽은 게 아니야.”“거짓말!”유월영은 악을 지르다 심장이 빨리 뛰고 위를 짓누르는듯한 통증에 갑자기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욱.유월영은 연재준을 밀치고 소파에 엎드린 채 가만히 있었다. 연재준은 얼굴이 굳은 채로 그녀를 바라봤다.“왜? 내가 그렇게 싫어?”유월영은 소파를 꽉 잡은 채 그를 노려봤다.“그래요! 당신이 역겨워요!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게 바로 4년 전 비 오는 날 밤에 당신을 만난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때 그 사람들에게 끌려가 그냥 빚 갚을 걸 그
병원에 도착하여 연재준이 유월영을 의사에게 데려간 후에야 그녀는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ICU에 엄마 보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여기는 왜...”연재준이 한쪽에 선 채 그녀에게 말했다.“우선 앉아.”유월영은 영문도 모른 채 그가 시킨 대로 앉았다. 그러자 간호사가 쟁반을 들고 다가와 바로 그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유월영은 쟁반을 위에 있는 물건들을 봤다. 고무줄, 소독제, 주삿바늘과 채혈 튜브...연재준이 입을 열었다.“피검사 한 번 해봐.”유월영은 그제야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그를 올려다봤다.“아직도 내가 임신했다고 의심해서 이러는 건가요?”연재준은 사실 오래전부터 유월영이 임신하기를 바랬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도 조치하지 않았기에 임신한다고 해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검사해 보면 알겠지.”“...”유월영은 사실 검사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원래 임신 아닐 거라고 확신했지만 며칠 동안 확실히 잠도 많아지고 식욕이 왕성해졌다. 그리고 자주 헛구역질을 한걸 떠올리면서 갑자기 임신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배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정말로 자신이 임신한 걸까 봐 두려웠고, 연재준이 알까 봐 두려웠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의 손에 잡혀있는 것은 이미 그녀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아이를 임신한거라면 그의 손에 약점이 하나 더 늘고 그녀도 더욱더 벗어날 수 없을 것이었다.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연재준을 바라봤다. 마침 그의 시선도 유월영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검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이 순간 평온하면서도 복잡해 보였다. 마치 이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에 대해 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이미 병원까지 왔으니 유월영은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아랫입술을 깨문 채 팔을 내밀었다.간호사가 그녀의 팔에 고무줄을 묶은 후 정맥을 찾아 날카로운 주삿바늘을 찔러넣었다. 순간 유월영의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연재준이 자신의 손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