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와 하정은은 계속 앞좌석에 있었지만 그들은 연재준이 그들을 필요로 할때를 제외하고, 평소에 자신의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연재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운전기사는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연재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조 비서에게 사람 데리고 동해안으로 오라고 해. 우리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집에 있는 칼, 도자기, 날카로운 물건들, 그리고 사람이 다칠만하거나 자해할 만한 모든 물건들 교체하라고 해. 내 아내가 다치면 안 되니까.”하정은 낮게 대답했다.“네.”유월영은 그가 자신을 방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그들의 차는 곧장 동해안으로 향했고 윤영훈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병원에 따라가서 뭐 이상한 것 발견했어?”오성민은 이상한 점 없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윤영훈은 가만히 있자니 졸음이 몰려와서 하품하며 말했다.“당신도 봤잖아. 둘이 차 안에서 우쭈쭈하는거. 사이다 아주 좋아 보이던데 지금쯤같이 집에 갔을걸. 못 믿겠으면 우리도 따라갈까?”오성민은 손에 염주를 세면서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윤영훈이 손을 내저었다. “그래. 고해양이 아무리 친아버지라지만 만나 적도 없고 막말로 하면 남과 같은데. 뭐랄까, 내가 유 비서라면 나도 고해양에게 별로 감정 이입이 되지 않을 것 같아.”“그리고 연재준은 그래도 유 비서가 오랫동안 사랑하던 사람이니 연재준 편에 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오성민이 생각에 빠진 채 대답이 없자 윤영훈은 다시 입을 열었다. “고해양을 대신해 복수를 하는 길은 가시덤불과 같아서 삐끗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연재준을 선택하면 연씨 가문과 해운그룹의 사모님이 되는데 바보라도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알 거야.”오성민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그렇게 유 비서가 좋아? 계속 그녀를 위해 좋은 말을 해줄 만큼? 근데 당신 전에는 장부를 찾는 데 그렇게 적극적이더니.”“그거랑 별개야.”윤영훈은 다리를 쩍 벌
오성민이 다가가자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면서 공손하게 말 걸었다.“오 변호사님 아직 저녁 안 드셨지요? 저희 사모님께서 퓨전 한식집을 예약했는데 어서 가시죠.”오성민이 물었다.“사모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운전기사가 답했다.“연씨 사모님이세요.”‘뭐? 연씨라고?”오성민은 염주를 만지작거리다 허리 숙여 차에 올랐다. ...연재준을 따라 동해안으로 돌아온 유월영은 휑한 집안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모든 위협이 될 만한 물건들은 모두 치워졌고 꽃병마저 도자기가 아닌 플라스틱이었다.유월영은 냉소를 지었다.“다음은 나를 여기에 가두고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요?”연재준이 외투를 벗자 가정부가 조용히 다가와 받아주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부인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 거지. 내가 어떻게 당신을 감금하겠어. 당신이 그동안 너무 고생했으니 휴식도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래. 며칠 집에서 쉬어.”이제 와서 유월영도 뾰족한 수가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그래요. 쉴게요.”유월영은 곧장 게스트 룸으로 올라가 문을 쾅 닫았다.방문 닫는 소리에 집 전체에 울려 퍼졌고 연재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셔츠 소매의 단추를 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며칠 안 본 사이 성질만 나빠졌네.”유월영은 침대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웠다. 오늘은 잠을 못 잘 거라고 생각했지만 눕자마자 졸음이 쏟아졌다. 요 며칠 그녀는 자주 졸리는 듯했고 시간이 한 시를 가리키자 그녀는 곧 잠에 빠졌다. 눈을 감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무언가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껴안는 느낌이 들었으며 익숙한 손길이 그녀의 몸에 닿았다. 유월영은 피곤함이 순식간에 사라져서 팔꿈치를 구부리고 힘껏 뒤로 몸을 뺐다. “이거 놔요!”연재준은 그녀가 반응을 예상하고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쳐줬다.“부인이 쉬면 남편도 쉬어야지.”그는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춰 얘기했다.“그렇게 막 부딪치면 어떡해. 거기 허리인데 삐끗하기라도 하면 남은 인생 어떡하려고 그래?”
유월영은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닫고 얼굴이 달아올라 손에 잡히는 대로 그에게 던졌다. “연재준!”연재준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날아오는 곽티슈에 어깨를 맞았다. 휴지통은 그대로 그의 발아래에 떨어졌고 그는 허리 숙여 곽티슈를 주웠다. 그리고 그대로 휴지 한 장을 뽑아 입가를 닦으며 그녀에게로 향하자 가정부가 외투를 가져왔다. 그가 유월영의 머리카락을 매만지자 그녀는 이내 뿌리쳤다. 하지만 연재준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자기야, 집에서 얌전히 날 기다리고 있어.”유월영이 그를 노려보았다.연재준은 돌아서서 문을 나섰다.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유월영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 못 하고 남은 물건까지 부수기 시작했다.그녀는 평소에 절대 이렇게 물건을 내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슴에 쌓인 울화를 이렇게 분풀이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가정부가 주춤주춤 와서 치우려 하자 그녀가 소리 질렀다.“치우지 마세요!”가정부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만 했다. 유월영은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보이는 족족 아래층으로 내던졌고 멀쩡하던 신주시 제일 가는 별장이 하루아침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연재준은 아무 말 없이 모든 걸 감시카메라로 보고 있었다. 유월영은 항상 이성적이었으며 그녀의 이런 모습은 새롭게만 느껴졌다.그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어렸다. 차에 탄 연재준은 하정은에게 분부했다.“가정부들의 음식 솜씨 별로니까, 서덕궁에 연락해서 시간 맞춰 요리해서 가져오라고 해. 요리사도 몇 명 보내고.”하정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차는 해운그룹에 들어섰고 노현재도 막 도착했다.그의 타고 온건 고급 모터사이클이었다. 이 브랜드에 이 사양은 전 세계에 몇 대 없었으며 값은 신주시의 아파트 한 채의 값과 맞먹었다. 블랙과 골드로 된 차체는 매끄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며 마치 야생적인 치타처럼 연재준의 롤스로이스 컬리넌 옆에 서도 꿀리지 않았다.노현재는 헬멧을 벗고 머리를 털었다. 밝은 갈색 머리카
노현재는 바로 연재준의 사무실을 나와 주차원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는 기다리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해운그룹의 회사 로고를 돌아보았다. 그는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그날 유월영이 그릇을 깬 후 조각을 하나가 없어진 것을 한눈에 알아챘다. 다만...그의 턱에 힘이 들어갔고 평소와 다르게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주차원 몇 명이 힘겹게 그의 무거운 모터사이클을 밀고 왔다. 그는 한심한 듯 그들을 쳐다보다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는 헬멧을 쓰고 긴 다리로 모터사이클에 올라탄 후 시동을 걸고 빠르게 사라졌다....3월에 들어서자 봄기운이 완연했고 낮도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연재준은 지는 노을을 맞으며 동해안 저택에 도착했다.유월영은 식탁 앞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고 앞에 4개 반찬을 거의 다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연재준이 입을 열었다.“입맛에 괜찮은가 봐. 난 당신이 단식이라도 할 줄 알았어.”유월영이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원래를 단식해서 엄마를 보러 가게 해달라고 시위하려고 했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연 대표님에게 그리 중요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요. 내가 굶든 말든 연 대표님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면 나만 고생이잖아요.”가정부가 뜨거운 수건을 가져다주자 연재준은 손을 닦으면서 차갑게 내뱉었다. “잘 아네.”유월영은 수저를 내려놓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재준 씨, 우리 얘기해요.”연재준은 난장판이 된 바닥을 쓱 훑어보고 가정부에게 시선을 돌렸다. 가정부는 지시를 받고 즉시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는 긴 다리로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을 가로질러 거실로 향했다.“와서 얘기해.”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다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아직 장부를 못 찾은 걸 알아요. 내가 도와줄게요.”연재준은 소파에 던져진 슬리퍼 한 짝을 치우면서 여유롭게 물었다.“당신 찾을 수 있어?”“전 유현석의 딸이에요. 아버지와 함께 20년 넘게 같이 살았어요. 분명 외부인
두 사람은 모두 성인이니 그가 말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유월영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그녀에게 몸을 밀착하고 있어 그의 모든 반응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두 사람 사이는 이렇게 파국으로 향하는데...그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이런 말들을 하다니. 그이 마음속에 그녀가 어떠한 존재인지 유월영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모든 진실을 알아도, 그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더라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녀는 계속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는 원하는 대로 그녀를 대할 수 있었다. 유월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이거 놔요!”연재준은 그녀의 몸을 누른 채 턱을 잡고 키스해 왔다. 유월영은 주저하지 않고 그의 혀를 있는 힘껏 깨물었다. 연재준은 재빨리 입술을 떼고 유월영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증오만 남아있었다. 연재준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더니 아예 유월영의 눈을 가렸다. “왜 화가 아직도 안 풀렸어?”그의 말투는 마치 그녀가 철없이 억지를 부리는 듯했다.유월영은 어이가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당신 아버지는 내 친아버지를 죽게 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나의 양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갔고. 그러고도 내가 당신 아이를 낳아주기 원해요? 재준 씨, 당신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럴 수 있어요!”연재준이 냉정하게 말했다. “난 당신 아버지에게 강요한 적 없어. 양아버지는 나 때문에 죽은 게 아니야.”“거짓말!”유월영은 악을 지르다 심장이 빨리 뛰고 위를 짓누르는듯한 통증에 갑자기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욱.유월영은 연재준을 밀치고 소파에 엎드린 채 가만히 있었다. 연재준은 얼굴이 굳은 채로 그녀를 바라봤다.“왜? 내가 그렇게 싫어?”유월영은 소파를 꽉 잡은 채 그를 노려봤다.“그래요! 당신이 역겨워요!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게 바로 4년 전 비 오는 날 밤에 당신을 만난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때 그 사람들에게 끌려가 그냥 빚 갚을 걸 그
병원에 도착하여 연재준이 유월영을 의사에게 데려간 후에야 그녀는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ICU에 엄마 보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여기는 왜...”연재준이 한쪽에 선 채 그녀에게 말했다.“우선 앉아.”유월영은 영문도 모른 채 그가 시킨 대로 앉았다. 그러자 간호사가 쟁반을 들고 다가와 바로 그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유월영은 쟁반을 위에 있는 물건들을 봤다. 고무줄, 소독제, 주삿바늘과 채혈 튜브...연재준이 입을 열었다.“피검사 한 번 해봐.”유월영은 그제야 그의 의도를 알아채고 그를 올려다봤다.“아직도 내가 임신했다고 의심해서 이러는 건가요?”연재준은 사실 오래전부터 유월영이 임신하기를 바랬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도 조치하지 않았기에 임신한다고 해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검사해 보면 알겠지.”“...”유월영은 사실 검사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원래 임신 아닐 거라고 확신했지만 며칠 동안 확실히 잠도 많아지고 식욕이 왕성해졌다. 그리고 자주 헛구역질을 한걸 떠올리면서 갑자기 임신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배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정말로 자신이 임신한 걸까 봐 두려웠고, 연재준이 알까 봐 두려웠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의 손에 잡혀있는 것은 이미 그녀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아이를 임신한거라면 그의 손에 약점이 하나 더 늘고 그녀도 더욱더 벗어날 수 없을 것이었다.유월영은 고개를 들어 연재준을 바라봤다. 마침 그의 시선도 유월영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검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이 순간 평온하면서도 복잡해 보였다. 마치 이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에 대해 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이미 병원까지 왔으니 유월영은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아랫입술을 깨문 채 팔을 내밀었다.간호사가 그녀의 팔에 고무줄을 묶은 후 정맥을 찾아 날카로운 주삿바늘을 찔러넣었다. 순간 유월영의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연재준이 자신의 손바닥
한때 수석 비서였던 유월영을 해운그룹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1년 만에 연재준의 손을 잡고 다시 회사로 돌아올 거라고 직원들은 생각 못 했다. 주위의 시선을 조금도 꺼리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유월영이 해운그룹에 들어선 지 반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소식을 알게 되었고 그 후 3일 동안 직원들의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그 덕분에 연재준과 백유진의 사이도 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점차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유 비서가 그때 퇴사한 건 연재준이 여우 같은 백유진에게 홀렸기 때문이고, 이제야 연재준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유 비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증거는 설 전부터 연 대표가 부지런히 지성으로 출장 갔고 이는 유 비서가 지성의 SK그룹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추측이었다. 이 버전의 소문은 하정은이 문 대표와 유 비서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무심코’ 흘리면서 더욱더 사실로 굳어졌다. 물론, 이건 모두 나중의 일이었다. 유월영은 그런 소문을 신경 쓰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익숙한 방안을 둘러보니 자기도 모르게 옛날 기억이 떠올라 있는 고개를 흔들어 기억에서 삭제시키고 연재준에게 물었다. “그날 당신들이 현시우네 사람을 잡은 걸 알아요. 그를 어떻게 했나요?”연재준은 정장 단추를 풀어 헤쳤다. “지남이라는 그 사람 말하는 거야?”“맞아요.”“노현재 손에 있어. 당신들이 어디로 갔는지 끝까지 얘기 안 하더군. 그리고 다시 묻지 않았어. 당신이 오늘 말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 있다는 것도 까먹을 뻔했어.”연재준은 정장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그 사람 놔줘요.”유월영이 입을 열었다. “제가 이미 당신의 손에 있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도 이제는 쓸모없을 텐데 그를 놓아주는 것 외에 당신도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설마 당신, 사람을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건 아니죠?”연재준은 대답하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 바
신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유흥 장소, 서덕궁. 룸 안은 어둑어둑하고, 술과 낭만이 가득하며 야릇한 옷차림의 여자가 병풍 뒤에서 은밀한 춤을 추며 밤의 열기를 고조시켰다.하지만 윤영훈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고 있었다.발밑 카펫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앉아 있으며, 그의 무릎에 엎드려 가끔 술을 따르고 과일을 입에 넣어주었다.겉보기에는 친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이상의 행위는 없었다. 그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옆에 던졌다. 여자는 곧바로 그에게 포도를 먹여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윤 대표님~”“착하지.” 윤영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로 그때 오성민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물었다. “누구한테 전화했어?”“우리 연 대표님이지.” 윤영훈은 포도가 꽤 단 듯 입맛을 다셨다.“병원에 심어둔 사람이 하는 말이 연재준이 유 비서를 데리고 혈액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임신한 것 같대.”오성민은 임신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 표정이 어두워지며 소파에 앉았다. 다른 여자가 다가와 시중을 들려고 했지만, 그는 바로 밀어냈다. 윤영훈이 그를 힐끗 쳐다봤다. “유 비서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보다 더 기분이 나빠 보이네.” 오성민은 술 한 잔을 들고 조용히 한 모금 마셨다. “어떤 사람의 임신은 확실히 기뻐할 일이 아니야. 없애버릴 수만 있으면 좋겠어.”윤영훈은 웃으며 여자의 턱을 잡았다. “어이 여동생, 빨리 우리 오 변호사님한테 법을 어기지 않고도 태아를 없앨 방법을 좀 알려줘.”여자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사향이요~” 오성민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윤영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그게 뭐야?”“윤 대표님, 사극 드라마에서 못 봤어요? 후궁들이 누가 임신하는 걸 원치 않으면 사향으로 태아를 떨어뜨리잖아요."여자는 나풀거리며 일어나 윤영훈 옆에 앉아 그의 팔을 감싸안으며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그에게 문질러 왔다. 오늘 밤 그가 머물도록 하려는 심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