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 씨, 안에 뭔가 좋지 못한 것이 있는 거 아닐까요?”한제성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작게 물었다.조금 전 바람이 불었을 때, 한제성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늦여름이라 아직도 기온이 30도 좌우였는데 말이다. 그러니 이곳에 좋지 못한 것이 있는 것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안이 확실히 이상해요. 여러분들은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저랑 권해철 씨만 들어가겠습니다.”다른 사람들까지 들어간다면 그들을 지키기 위해 또 신경을 써야 했다.“진서준 씨, 저도 같이 들어가겠습니다!”오윤산은 손녀의 안위가 무척 걱정되었다.진서준은 잠깐 망설이다가 승낙했다.“범인을 만나게 된다면 절대 싸우려고 하지 마세요!”“걱정하지 마세요. 곧바로 진서준 씨께 알리겠습니다!”오윤산은 곧바로 부하들에게 명령해 진서준과 권해철에게 이어폰을 나눠주었다.이 이어폰이 있다면 안으로 들어가서도 계속 연락할 수 있었다.“전 필요 없어요. 전 범인을 만나게 된다면 일격에 그를 죽일 겁니다.”엄재욱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휴...”오윤산은 한숨을 쉬면서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진서준 일행은 준비를 마친 뒤 곧바로 별장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그곳은 아주 넓었다. 안에는 총 20여 채가 넘는 별장이 있었고 별장마다 적어도 300평 이상이었다.한때 화려했던 별장 구역이었지만 지금은 잡초가 무성했다.이상한 점은 그곳에 벌레 우는 소리도,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이렇게 황폐한 곳이면 각종 벌레가 살기에 적합한 데 말이다.“별장 구역이 너무 크니까 따로 가죠.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바로 저한테 알려주세요.”진서준이 엄숙한 표정으로 당부했다.어렵사리 선인지로를 이용해 오세정의 위치를 파악했는데, 혹시라도 범인을 놓친다면 다시 찾기가 아주 어려워질 것이었다.“네, 바로 진 선생님께 알리도록 하겠습니다.”오윤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어젯밤 창격과 싸운 적이 있었기에 그가
오세정은 창격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창격이 자신을 속이는 거로 생각했다.“하하, 안 믿으면 말고. 여긴 아주 은밀한 곳에 있어. 아가씨 할아버지가 아무리 대단해도 절대 이곳을 찾을 수는 없어.”창격이 차갑게 웃었다.이때 창격의 몸 주변에서 갑자기 음산한 바람이 불었다.오세정은 뭔가가 속살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순간 창격의 안색이 달라졌다.“아가씨 할아버지 꽤 실력 있네.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면 말이야.”오세정은 그 말을 듣자 곧바로 흥분해서 소리쳤다.“할아버지, 할아버지...”그러나 창격이 곧바로 술법으로 오세정의 입을 막았다.“입 닥치고 얌전히 여기 누워있어. 잠시 뒤에 아가씨 할아버지를 여기로 잡아 와서 아가씨에게 그가 죽는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말을 마친 뒤 창격은 곧바로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그 음산한 바람은 창격이 기르는 귀신이었다.별장 구역 전체에 이런 귀신이 서른 마리가 넘었다.당시 별장 구역의 부자들이 갑자기 죽은 이유가 바로 창격 때문이었다.그는 자기가 기른 귀신들에게 부자들을 죽이라고 했고 그 뒤 별장 구역 전체를 점령했다.그렇게 한 이유는 단지 수련할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곧장 별장 구역의 가장 안쪽으로 향하던 엄재욱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그는 앞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걸 발견했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분명히 들렸다.곧 창격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창격은 엄재욱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그 노인이 너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야?”“쓸데없는 말은 그만 해.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겠어. 나와 같이 가서 자백하고 벌을 받든지, 아니면 여기서 죽든지.”엄재욱은 창격을 바라보면서 거만하게 말했다.그는 대성 종사였고 인의방 82위인 고수였다. 그러니 빼빼 마른 창격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창격은 그 말을 듣더니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너 따위 별 볼 일 없는 종사가 감히 내가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기를 바라는 거야?”별 볼 일 없는 종사라니?엄재욱의 눈동자에서 분노의 불길이 불타올랐
큰 체격의 악귀 네 마리를 본 순간 엄재욱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악귀에게서 종사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느꼈다.“미리 얘기해줄게. 이 네 악귀는 내가 99명을 희생해서 키운 거야. 모두 종사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창격은 차가운 미소를 띤 채로 엄재욱을 바라보았다. 그는 엄재욱을 죽은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우습네. 내가 보통 종사인 줄 알아? 난 호국사야. 인의방 82위인 대성 종사라고!”엄재욱이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인의방? 82위?”창격은 더욱더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에서 경멸이 느껴졌다.“난 반년 전 인의방 80위인 종사를 죽였어. 그 자식 이름이 기병민이었던 것 같은데.”창격이 웃으며 말했다.엄재욱의 안색이 달라졌다. 인의방 80위인 종사의 이름은 확실히 기병민이었다.하지만 반년 전 그는 갑자기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다.당시 기병민의 지인들은 그가 어딘가에서 폐관 수련을 하는 줄 알았다.그런데 창격의 손에 죽었을 줄이야!“어때? 이제야 두려워?”창격이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악귀들의 식량이 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 대부분의 놈들은 내 악귀들의 식량이 될 자격도 없으니 말이야!”“입 다물어. 오늘 호국사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겠어!”엄재욱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체내의 강기를 전부 두 주먹에 집중했다.그의 두 주먹에서 파란색 불꽃이 타올랐다. 온도가 너무 높아서 공간이 일그러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죽여버려!”창격이 명령을 내리자 네 악귀는 동시에 엄재욱을 향해 달려들었다.악귀는 소름 돋는 소리를 냈다.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듯한 소리라서 들으면 섬뜩했다.엄재욱은 꼼짝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네 악귀만 보였다.곧 엄재욱은 악귀들과 싸우기 시작했다.악귀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는 아주 짙었고, 엄재욱의 강기로 그것을 완벽히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겨우 몇 초 사이, 엄재욱의 몸에 상처가 7, 8개 정도 생겼다.엄재욱은 어느샌가 피투성이가 되었다.겁이 난 그는 지금 당장 도망치
엄재욱은 오윤산의 곁으로 달려가서 그에게 말했다.“저 네 악귀는 종사 수준이에요. 우리끼리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요!”“권해철 씨와 진서준 씨에게 얘기해 뒀습니다. 곧 올 겁니다.”오윤산이 말했다.“잠시 쉬세요. 제가 저 네 악귀를 상대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오윤산은 발을 굴렀고, 시멘트 바닥 위에 발자국이 남았다.오윤산은 마치 총알처럼 네 악귀에게로 돌진했다.악귀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오윤산을 보더니 같잖다는 눈빛을 해 보였다.퍽!오윤산은 한 악귀와 싸우기 시작했다. 오윤산의 강기가 악귀의 발톱에 부딪혔다. 그러나 악귀는 멀쩡했고 반대로 오윤산은 주먹이 따끔거렸다. 그의 주먹에 둘린 강기가 부서질 것 같았다.그 광경에 오윤산은 큰 충격을 받았다.종사의 강기는 총알도 막을 수 있었으나 이 악귀 앞에서는 한없이 약했다.이때 다른 한 악귀가 오윤산의 옆으로 날아갔다.예리한 발톱이 오윤산의 허리로 날아들었고, 공기 중에서 파열음이 들렸다.오윤산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곧바로 다른 손으로 허리를 향해 날아드는 발톱을 막으려고 했다.다음 순간, 오윤산은 줄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면서 피를 토했다.퍽...오윤산은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 오장육부가 전부 망가진 기분이 들었다.엄재욱은 그 광경을 본 뒤 두 사람만으로는 악귀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직감했다.“일단 가죠. 제가 다른 호국사에게 도움을 청할게요.”엄재욱이 말했다.“안 돼요. 제가 떠난다면 제 손녀는 죽을 거예요!”오윤산은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아내며 바닥에서 일어났다.어렵사리 범인을 찾았는데 이렇게 도망친다면 앞으로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엄재욱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도망치지 않는다면 여기서 죽을 테데요? 그러면 난 먼저 갈게요!”말을 마친 뒤 엄재욱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도망치려고? 그게 가능할 것 같아?”창격은 두 사람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두 종사를 자신이 기르는 네 악귀에게 먹인다면 악귀는
권해철과 창격은 아는 사이였다. 20여 년 전 두 사람은 싸운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 권해철은 너무 약해서 창격을 이길 수가 없었다.그리고 창격 또한 권해철을 죽일 수가 없었다.그 뒤로 20여 년 동안 두 사람은 또 몇 번이나 싸웠었지만 매번 무승부로 끝났다.이번에 권해철은 인천의 일을 알고 나서 창격이 한 짓일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짐작했다.예전에 진서준이 서울에서 만났었던 악귀도 창격이 키우는 악귀 중 하나였다.그러나 그의 제자 은태산이 그 악귀를 가져갔고, 진서준이 그 악귀를 해치웠었다.“권해철, 지금 당장 꺼진다면 나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네 체면을 봐서 이번 한 번은 살려주겠어.”창격이 차갑게 말했다.이때 창격은 조금 전처럼 여유롭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아직 음살 마스터가 되지 못한 그로서는 권해철과 실력이 엇비슷했기 때문이다.만약 권해철이 나선다면 그의 계획이 실패할 수도 있었다.“나보고 꺼지라고? 너한테 그만한 실력이 있어?”권해철은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권해철이 수련한 술법은 귀신 같은 것들에 아주 치명적이었다. 무인을 상대할 때보다 그 공격력이 두 배는 더 강했다.그래서 권해철처럼 술법으로 마수를 상대한다면 조금 더 수월했다.게다가 이틀 전 권해철은 진서준이 준 단약을 복용해서 실력이 대폭으로 향상되었다.그 단약이 아니었더라면 조금 전 부적 하나로 일격에 악귀를 소멸시키지 못했을 것이다.“난 너한테 기회를 줬어. 그 기회를 차버린 건 너야.”창격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저 자식을 죽여버려!”명령이 떨어지자 세 악귀가 아주 빠른 속도로 권해철을 향해 달려들었다.순간 음산한 바람이 불면서 근처에 있던 귀신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그 소리를 들은 오윤산은 서둘러 귀를 막았다.그 소리는 신경 착란을 일으킬 수 있는 소리였다.권해철은 저번에 보운산에서 자신의 보물들을 전부 잃었었다. 그래서 지금은 부적으로만 세 악귀를 상대해야 했다.만약 그에게 천사검이 있었더라면 세 악귀를 아주 손쉽
“오늘 넌 내 윤회검에 죽을 거야!”창격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권해철을 향해 윤회검을 휘둘렀다.권해철은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다시금 뇌검을 만들어 손에 쥔 뒤 창격과 싸우기 시작했다.탁탁탁...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는 별장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아주 컸다. 이따금 천둥과 번개가 번쩍여서 아주 살벌했다.조금 전 세 악귀를 상대하느라고 권해철은 진기를 꽤 많이 소모한 상태였다.창격과 검으로 싸울 때 권해철은 체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검을 쥔 손이 살짝 떨렸다.창격은 상황을 보더니 악랄하게 웃었다.“이 자식, 오늘 넌 분명 죽을 거야!”“웃기네. 진 마스터님께서 곧 도착할 거야. 진 마스터님이 온다면 넌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권해철은 아주 똑똑했다. 그는 창격과 전력을 다해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는 피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올 때까지 버틴다면 창격은 분명 죽을 것이다.“이 자식, 도망치기만 하네?”창격은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네가 너무 느린 거야.”권해철은 차갑게 웃으면서 그를 도발했다.“진서준 씨!”오윤산은 진서준이 도착한 걸 보고 흥분해서 외쳤다.창격은 또 한 명이 오자 여기 남아있을 생각이 사라졌다. 그는 오세정을 데리고 도망칠 생각이었다.“난 이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음살 마스터가 되면 널 반드시 죽이고 말 거야!”말을 마친 뒤 창격은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권해철은 상황을 보다가 서둘러 검을 휘두르면 그를 쫓아갔다.“넌 도망칠 수 없어. 오늘 우리는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 너를 죽여 이곳에서 정의를 실현할 생각이거든.”진서준은 상황을 파악한 뒤 체내의 영기를 이용했다. 그의 손바닥은 투명한 담청색으로 변했고 천둥과 번개가 모이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손을 뒤집어 손뼉을 쳤다. 순간 번개가 창격의 종아리를 꿰뚫었다.털썩 소리와 함께 창격은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고, 그가 들고 있던 윤회검은 멀리 날아갔다.진서준은 창격의 옆으로 걸어가서 그의 등을 밟고 물었다.“오세정 씨는?”“날 놓
창격은 진서준의 싸늘한 눈빛을 바라보더니 겁을 먹고 침을 꿀꺽 삼켰다.“저... 저기에 있어!”진서준은 창격이 가리킨 별장을 바라보더니 권해철에게 말했다.“권해철 씨, 오세정 씨가 안에 있는지 한 번에 확인해 보세요.”“네!”권해철은 곧바로 오윤산과 함께 별장으로 달려갔다.곧 이어폰에서 권해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 마스터님, 오세정 씨 별장 안에 있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창격에게 말했다.“이젠 죽어!”창격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서둘러 외쳤다.“죽이지 마, 날 죽이지 마! 난 내 모든 걸 너에게 줄 수 있어! 우리 사부님은 마교의 4대 법왕이야. 내가 죽은 걸 우리 사부님이 알게 된다면 분명 너에게 복수하러 올 거야!”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죽이지 않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당신 사부님이 감히 날 찾으러 화진에 온다면 당신과 함께 지옥으로 보내줄게!”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창격의 머리를 밟았다.콰득 소리와 함께 창격의 머리가 공처럼 터져 나갔다.창격처럼 극악무도한 인간은 절대 살려둘 수 없었다. 지금 죽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손에 죽을 것이다.진서준은 창격을 죽인 뒤 곧바로 별장에게 달려갔다.조금 전 창격은 오세정의 체내에 음기가 있다고 했다. 진서준은 그녀의 체내에 있는 음기를 빨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오세정의 목숨이 위험했다.“진서준 씨, 어서 제 손녀를 구해주세요!”오윤산은 진서준을 보자마자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진서준이 다가갔을 때 오세정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오세정은 안색이 창백했고 추운 듯이 몸을 움찔움찔 떨고 있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오세정 체내의 음기가 발작했다는 걸 깨달았다.“다들 뒤로 물러나세요. 제가 오세정 씨 체내의 음기를 빨아들일 겁니다.”권해철과 오윤산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진서준은 오세정의 단전에 손을 올려둔 뒤 체내의 장철결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장철결은 이 세상의 모든 혼탁한 기운을 빨아들일 수 있었
“좋습니다. 그러면 진서준 씨께서 제 손녀에게 수련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시죠!”오윤산의 안색이 환해졌다.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오세정 씨는 제 공법을 수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권해철 씨가 권해철 씨 사문의 공법을 오세정 씨께 가르쳐드릴 수는 있어요.”장철결은 아무나 수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당시 감옥에서 구창욱은 진서준의 몸을 보더니 그에게 용의 핏줄을 타고났다면서 그에게 장철결을 가르쳐줬다.“저한테 맡겨주세요. 손녀분이 오윤산 씨보다 더욱 강해지도록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권해철은 오윤산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오윤산은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진서준은 본인 체내의 영기를 오세정의 체내로 흘려보내서 오세정 단전 안의 음기를 억눌렀다.오세정은 곧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진서준 씨!”진서준이 자기 옆에 서 있는 걸 본 오세정은 무척 흥분했다.“오세정 씨를 납치한 놈은 이미 죽었습니다.”진서준이 말했다.“감사합니다, 진서준 씨!”오윤산은 황급히 감사 인사를 했다.“별말씀을요. 하지만 오세정 씨께 설명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진서준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말씀하세요.”곧 진서준은 조금 전 했던 말을 다시 오세정에게 전했다.오세정은 그 말을 듣더니 진서준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기쁜 얼굴로 말했다.“전 권해철 마스터님을 항상 존경해 왔어요. 사부님의 제자가 될 수 있다니, 너무 기쁘네요!”“사부님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는데.”권해철은 웃으며 말했다.“아뇨, 그건 안 돼요!”오세정은 권해철의 앞으로 걸어가서 정중히 말했다.“사부님, 제자를 받아주세요!”말을 마친 뒤 오세정은 권해철을 향해 예를 갖췄다.권해철은 서둘러 오세정을 일으킨 뒤 크게 웃으며 말했다.“인천에 온 보람이 있군요. 재능 있는 제자를 받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제 술법을 이어받을 사람이 생겼네요!”오세정은 진서준을 몰래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경외심이 가득했다.그녀는 권해철의
“안 돼, 네가 서류 들고 도망가면 어쩌려고?”황현호가 서류를 품에 꼭 안고 거절하자 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널 데려가면 나만 귀찮아질 뿐이야. 내가 그걸 강제로 빼앗으면 네가 내게서 다시 뺏을 능력이 있겠어?”황현호는 진서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겨 마지못해 서류를 건넸다.“이번 한 번만 믿을게. 우리 누님이 무사히 돌아오지 않으면 난 죽어서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서류를 받아 봉투에 넣었고 자세히 살펴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기밀 서류는 받았어. 너희는 어디에 있어?”진서준이 전화를 걸어 상대방에게 물었다.“속도가 꽤 빠르네.”상대방은 놀란 듯 말했다.“바다 근처에 있는 한 폐기물 처리장에 있어. 빨리 오지 않으면 이 여자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진서준이 그 폐기물 처리장의 이름을 묻기도 전에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바다 근처 폐기물 처리장이 몇 군데나 있죠?”진서준이 비서에게 묻자 비서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시작했다.“모르겠어요, 검색해 볼게요.”잠시 후, 검색을 마친 비서가 대답했다.“아직 운영 중인 폐기물 처리장은 9곳이 있어요.”진서준은 아까 갔던 찻집을 떠올리며 찻집 주변에 있는 한 곳이 유전이라는 이름의 폐기물 처리장임을 확신했다.이 유전 폐기물 처리장은 진서준이 방금 있었던 찻집과 거리가 가장 가까웠다.“나만 가면 돼요. 둘은 여기서 기다리세요.”진서준은 말을 마친 후, 급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유전 폐기물 처리장.건장한 남자 다섯 명이 한 방에 앉아 있었다.“저쪽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중이야. 물건이 도착하면 즉시 철수할 준비해.”방에 있던 우두머리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형님, 그 여자 어떻게 할 건가요?”방 한쪽에 있는 교활하고 변태처럼 생긴 남자가 물었다.“왜? 그 여자를 맛볼 생각이야?”우두머리 남자가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당연하죠! 저 여자 얼마나 이쁘게 생겼는데요? 딱 내 취향인데요.”변태 같은 남자는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지
전화가 끊어진 신호가 들린 후, 진서준은 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상대방이 황씨 가문 기밀을 원한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 아나요?”비서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는 황 대표님의 작은 비서에 불과해요. 황씨 가문 기밀을 알 리가 없죠. 하지만 황 대표님 동생이라면 알 수도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황현호의 전화번호가 없어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했다.전화 너머에서 황현호의 목소리가 들렸고 자초지종을 듣고 난 후, 처음에는 진서준을 욕하며 격렬하게 분노를 표출하다가 황현호는 결국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황현호가 회사로 올 때, 진서준은 눈을 감고 황예은을 잡을 범인이 도대체 누구일지 추측하고 있었다.“황씨 가문 기밀을 원한다면 황씨 가문의 위치를 대신하려는 걸까요?”진서준은 사무실에서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는 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황씨 가문과 경쟁 관계에 있는 가문은 어느 가문인가요?”비서는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황씨 가문 산업이 매우 방대해서 명주시에서 황씨 가문과 경쟁하는 가문만 해도 대여섯 개는 될 거예요. 그리고 이 가문들은 전부 실력이 만만치 않죠.”비서의 설명을 듣고 진서준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명주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 심지어 서울시 같은 작은 도시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했다.하지만 도시 실력만 놓고 보면 이곳은 대한민국 수도인 경성과도 견줄 수 있는 곳이었다.20분 후, 황현호는 숨을 헐떡이며 사무실에 도착했다.“진서준, 너 이 자식 도대체 우리 누님을 어떻게 경호한 거야?”황현호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네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있나 했더니 별거 아닌 쓰레기였잖아! 하루도 안 돼서 우리 누님이 사람에게 납치당하는 소란을 일으켜?”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경고했다.“너 그 입 조심해.”황예은이 납치당한 건 전적으로 그녀의 잘못이었다.황예은이 진서준을 몰래 추적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납치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진서준은 요 며칠을 무사히
허윤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럼 넌 뭐해?”“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진서준이 대답했다.“무슨 일인데?”“다른 사람 경호원 역할을 맡았거든.”허윤진은 바로 은행카드를 꺼내 진서준 앞에 놓으며 말했다.“그딴 거 집어치우고 내 경호원이 되어줘.”진서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정말 경호원 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 그 사람 신분이 중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흥,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예뻐서 그런 거겠지.”허윤진은 코웃음을 쳤다.“이번에 내가 온 건 우리 언니 명령 때문이야. 여기서 다른 여자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우리 언니는 바로 날아올 거야.”이 말은 허사연이 할 법한 말이기에 진서준도 약간 믿음이 갔다. 허사연이라면 정말 그렇게 할 사람이었다.“얼른 서지은 찾으러 가자. 그 여자 대표님이랑 알콩달콩한 시간 보내는 걸 더 이상 방해 안 할게.”허윤진은 삐친 듯한 말투로 말했다.진서준은 여전히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심기가 불편한 허윤진을 데리고 찻집을 나섰다.두 사람이 찻집을 나설 때, 마침 황예은이 앉아 있던 곳을 지나쳤다.하지만 진서준이 지나갈 때 황예은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황예은은 급히 차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차 안에 있던 비서가 진서준과 허윤진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황예은도 곧 나오겠거니 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황예은은 나타나지 않았다.“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가?”비서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급히 휴대폰을 꺼내 황예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두 번 울리자마자 상대가 끊어버렸고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나중에는 아예 전원이 꺼져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다.“큰일 났어, 정말 뭔가 좋지 않은 일 생겼어.”비서는 초조하게 중얼대다가 기사에게 소리쳤다.“빨리 저 차를 따라가세요.”하지만 기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황 대표님은 아직 차에 안 타셨는데요.”“황 대표님이 위험에 처했어요. 빨리 진서준을 쫓아가요.”비서는 목소리를 높였다.그 말을 듣자 경호원은 즉
황예은은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황예은은 진서준이 이 두 여자와 불건전한 대화를 나눌 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그들은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중요한 이야기는 황예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서양의 혈수사 조직, 멸용 조직, 그리고 올림푸스 신전과 교회 조직에 관해 황예은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이 조직들은 전 세계적 범위 내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들이었다.해외의 왕족이나 귀족들도 신왕, 원탁 기사 같은 인물을 만나면 반드시 예의를 갖춰야 했다.그때, 진서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넌 그럼 어떻게 탈출한 거야?”진서준의 현재 실력으로는 천용 반지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이 인물들 손에서 살아서 도망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바이올렛의 눈빛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곧바로 설명을 시작했다.“그 당시 다른 혈수사들도 있었어. 그 혈수사들이 가까스로 멸용 조직의 시선을 끌고 있는 틈을 타 겨우 도망쳐 나왔어.”진서준은 바이올렛의 눈빛에 깃든 당황한 감정을 놓쳤고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은 대충 알겠어. 넌 일단 호텔을 찾아 거기 잠시 머무는 게 좋을 것 같아.”그러자 바이올렛이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너랑 함께 있으면 안 돼?”“저 여우 같은 년!”허윤진과 황예은은 동시에 속으로 욕설을 날렸다.두 사람은 바이올렛처럼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는 처음 보았다.주동적으로 진서준과 같은 방을 쓰겠다니, 정상적인 욕구가 있는 진서준이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덮치기라도 한다면 어쩔 건데?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넌 나랑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더 안전해. 지금 난 오히려 너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야. 네 안전을 생각해서 혼자 호텔에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진서준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고 바이올렛이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애틋한 눈빛을 진서준에게 보냈다.“진서준, 앞으로 잘 부탁할게.”허윤진은 경계의 눈빛으로 바이올렛을 쏘아보며 말했다.
“저 녀석이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명주시를 떠날 생각인가?”황예은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대표님, 계속 따라갈까요?”비서의 질문에 황예은은 바보를 쳐다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곳 사람이 이렇게 적은데 굳이 진서준에게 들킬 일 있어?”비서는 그제야 자기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차 안에서 기다려.”진서준은 공항에서 거의 세 시간을 기다렸고 오랜 기다림의 끝에 마침내 바이올렛의 비행기가 도착했다.“넌 왜 따라왔어?”진서준은 검은 선글라스를 쓴 허윤진을 보고 의아해했다.“내가 왜 못 오지?”허윤진은 눈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혹시 내가 오면 네 계획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래?”진서준은 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전에 말했잖아, 명주시는 안전하지 않다고.”“괜찮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윤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서준의 팔을 끌어안으며 자기 품에 밀어 넣었다.진서준은 얼굴색이 살짝 변하며 급히 벗어나려 하자 허윤진은 오히려 더 꽉 안았다.어쩔 수 없이 진서준은 허윤진의 팔을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바이올렛은 주위를 경계하며 살폈다.“다른 곳에서 얘기하자. 여기 사람 많아.”“따라와.”진서준은 두 사람을 주차장으로 안내했다.차 안에서 잠시 졸고 있던 황예은은 진서준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벌떡 자세를 고쳐 앉았다.“세상에, 저 남자가 여자 두 명 데리고 왔네요. 그중 한 명은 심지어 서양 여자네요.”비서는 이 장면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그래서 아까 대표님이 물어봤을 때 저 남자가 제대로 대답을 안 했던 거구나.’비서는 진서준과 함께 온 두 여자가 분명히 진서준과 그렇고 그런 관계일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진서준이 양쪽에 여자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황예은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더 큰 감정은 서글픔이었다.황예은도 자기 솔직한 감정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황 대표님, 불륜 현장을 잡으러 가시는 건가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을 듣자 황예은
한바탕 소동 끝에 황예은의 얼굴 양옆이 홍조로 물들어 술에 취한 사람처럼 보였다.온몸에 진한 향기와 땀이 배어 침대 시트엔 큰 자국이 남았다.항상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만 보이던 황예은이 지금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과 수줍음이 섞여 있었다.진서준조차도 조금은 머리가 띵한 기분이었다.어젯밤에 약 바를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왜 지금은 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보니 마치 진서준이 황예은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다.가장 중요한 건 옆에 있는 비서가 사냥감을 보는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정확히 말하면 비서는 진서준이 아니라 진서준의 손에 들고 있는 약을 보고 있었다.이 세상에 더 예쁘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걸 원하지 않는 여자는 있을 수 없었다.그런 마치 남자라면 누구나 다 자기 소중한 부위 사이즈가 늘어나길 원하는 것과 똑같은 도리였다.“왜 아직도 안 나가?”황예은은 돌아누우며 이불을 당겨 몸을 가렸다.이번에 약을 발라줄 때, 진서준은 모든 것을 다 본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이유는 단순했다. 상처 두 곳 중, 하나는 가슴 아래쪽에 있었고 또 한 곳은 허벅지 안쪽에 있었다.진서준이 이 약은 내가 발라야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지 않았다면 황예은은 절대로 진서준에게 이런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어젯밤, 진서준이 자기 알몸을 만졌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황예은의 얼굴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진서준도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살짝 죄책감을 느끼며 방을 나갔다.10분쯤 지나자 황예은이 방에서 나왔다.황예은은 새로운 검은색 정장으로 갈아입었지만 한 가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황예은의 눈부신 가슴 라인은 절대 새 정장으로 가려지지 않았다.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황예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수줍은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고 차갑고 도도한 표정만 남았다.“네 상처는 이제 다 치료했어. 다른 일이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황예은이 사무실에
“네, 알겠습니다.”비서는 벗은 옷을 다시 주워 입기 시작했다.비서가 옷을 다 입자 황예은은 진서준을 방으로 불렀다.가운은 황예은의 풍만하고 매혹적인 몸매를 전혀 감출 수 없었다.그 몸매를 슬쩍 본 진서준은 아랫도리에서 불타는 느낌이 솟기 시작했다.“젠장,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지?”진서준은 속으로 자기를 욕하고 곧바로 청심주를 속으로 읊었다.다행히 그 불타오르는 욕망이 곧바로 내려가기 시작했다.“먼저 등 쪽부터 처리하자.”진서준은 평온하게 말했다.황예은은 침대에 엎드려서 수건을 천천히 허리까지 내리며 그녀의 부드럽고 윤기 나는 등을 드러냈다.황예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서준은 이전에 목욕탕에서 목욕할 때, 그곳 직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이렇게 좋은 등을 보면 컵 마사지를 해주지 않으면 아쉽죠.”비서는 세 가지 감정이 섞인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봤다.긴장함과 호기심 그리고 부끄러운 세 가지 감정이었다.비서는 진서준과 황예은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이런 방식으로 즐기는 건 비서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손가락에 약을 묻혀서 황예은의 상처 부위에 가볍게 눌렀다.“으윽!”황예은은 순간 차가운 숨을 들이마시며 신음을 냈다.약이 아픈 게 아니라 너무나 차가워서였다.마치 한겨울 눈이 내리는 날, 갑자기 누군가 목에 눈 뭉치를 던져 넣은 것처럼 너무나 차가웠다.이건 혹시 특별한 애무 방식인가?비서는 여전히 의심을 가득 품고 또 엉뚱한 생각을 했다.황예은의 등에는 상처가 두 군데 있었다. 진서준은 약을 발라준 뒤, 손바닥으로 고르게 그녀의 등을 문지르며 약을 완전히 흡수시켰다.그러자 황예은은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진서준이 이 틈을 타 자기를 추행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생겼다.“다른 곳엔 상처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그러자 진서준이 천천히 설명했다.“이 약은 네 몸에 좋은 거야. 피부가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질 거야.”어떤 여자도 피부가 더 하얗고 탄력 있게 변하는 걸 원하지 않을 수
“진! 서! 준!”황예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빨개졌고 그녀의 눈에서는 화가 치솟아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만약 사무실에 두 사람만 있을 때 진서준이 이런 말을 했다면 황예은은 이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비서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다.진서준이 갑자기 옷을 벗으라는 건 일부러 자기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 아니겠는가?황예은은 자존심이 극도로 강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급하게 해명을 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비서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으면 아마 다음 날에는 회사뿐만 아니라 명주시 전역에서 황예은이 남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분노가 가득한 황예은을 보자 진서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황예은의 예상대로 진서준은 일부러 황예은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왜 소리쳐? 등 뒤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겠다면 난 그냥 가겠어.”진서준은 말을 마친 후, 황예은이 망설일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바로 나가려 했다.옆에 있던 비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두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자극적으로 놀았기에 등 뒤에 상처까지 생긴 거지?평소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황 대표가 이렇게 야생마처럼 열정적인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황예은은 비서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 것이다.“기다려!”황예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날 따라와.”황예은은 차갑게 말한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무실을 나가려던 순간, 황예은은 다시 돌아서서 비서에게 말했다.“너도 함께 와.”황예은은 굳이 구구절절 해명하고 싶지 않았고 설령 해명한다고 해도 비서가 믿을지 의문이었다.그래서 황예은은 비서가 직접 보고 알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또한, 비서가 함께 있으면 진서준도 도가 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비서는 그 말에 당황해하더니 급히 말했다.“황 대표님, 저도 같이 가는 게 적절할까요?”비서는 이곳에 일하러 온 것이지 그런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비서가 황예은이라는 여성 상사와 함께
그리고 왜 굳이 대한민국으로 도망쳤는지 그 이유는 단순했다.대한민국에는 국안부가 존재해 그 사람들이 함부로 소란을 일으킬 수 없었다.게다가 대한민국에는 진서준이 있었다.“용란 혈수사들이 재난을 겪었다고?”진서준은 멈칫하더니 눈빛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전에 바이올렛은 용란 혈수사 집단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실력은 매우 강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게다가 그들 중에는 지선 급의 존재도 하나 있었다.이렇게 강력한 혈수사 집단이라면 해외에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은 별로 없을 것이다.“맞아, 넌 어디 있어?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난 지금 명주시에 있어. 도착하면 전화해, 마중 나갈게.”진서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휴대폰을 허사연에게 돌려준 후 바이올렛은 떠나려고 몸을 돌렸다.“기다려요, 옷 좀 갈아입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한테 눈에 띄지 않을 거예요.”허사연이 바이올렛을 말렸다.처음에는 바이올렛의 신원을 확신하지 못했으나 이제 바이올렛이 진서준의 친구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허사연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고마워요.”바이올렛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탈출하는 길에 실제로 많은 현지 경찰들이 바이올렛을 추적했지만 다행히 바이올렛의 속도가 빨라 도망칠 수 있었다.샤워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바이올렛은 허사연과 작별을 고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기다려요, 나도 같이 갈 거예요.”허윤진이 작은 가방을 메고 나왔다.“너 뭐 하러 가는 거야?”허사연은 허윤진을 제지하려고 했다.“당연히 이분한테 길을 알려줘야지, 길이라도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허윤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길을 안내하는 것은 그저 구실일 뿐, 사실은 바이올렛을 감시하려는 목적이었다.비록 바이올렛이 47세였지만 외모만 봤을 때 그녀의 성적 매력은 이 여자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아까 속옷을 갈아입을 때, 허사연은 본인이 입을 수 있는 가장 큰 사이즈를 꺼내야 겨우 바이올렛이 입을 수 있었다.이런 여자라면 나이가 47이든 57이든 여전히 예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