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자의 이름은 임표였다. 그의 옆에는 7, 8명의 2미터 가까이 되는 남학생들이 함께했다.이들은 학교 농구팀 멤버로서 덩치가 일반사람보다 컸다.다른 학교 농구팀과 경기했을 때 시비가 붙어 상대방 선수들을 20 몇 명이나 때려눕힌 적이 있다.임표가 조규범의 귓가에 속삭였다.“조 도련님, 이놈 심상치 않습니다.”“왜 겁먹은 거야? 너희 8명이 쟤 하나 해결 못 해?”조규범은 임표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가 보기엔 진서준이 아무리 무술을 배웠다고 해도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리 하나 부러뜨리면 오늘 클럽 쏠게!”조규범이 시원하게 말했다.이 말에 농구팀 선수들은 하나같이 눈이 반짝거렸다.한창 피가 들끓는 나이라 클럽에서 술 마시고 여자 만나는 것이 좋았다.이런 유혹으로 꾀면 안 넘어올 자가 없었다.농구팀 리더인 임표가 명령하기도 전에 이들은 진서준을 포위했다.“이봐. 가만히 다리를 내놓으면 고통받지 않게 해줄게!”진서준은 이들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지금 꺼지면 없었던 일로 해줄게. 아니면 뒷감당하지도 못할 거야...”그는 대학생을 상대로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그래도 눈치 없이 계속 달려든다면 혼쭐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뒷감당하지 못해? 허세는. 설마 혼자서 우리 8명을 때려눕히기라도 하겠다는 거야?”그중 한 선수가 진서준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키를 보든 체중을 보든 진서준이 열세였다.더군다나 일손도 많아 진서준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이때 한 선수가 먼저 1m 20cm 가까이 되는 긴 다리를 뻗어 진서준의 배를 걷어차려고 했다.이대로 맞았다간 일반사람이라면 전치 2주를 받았을 수도 있다.진서준은 눈썹을 움찔하더니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다.상대방은 진서준에게 닿기도 전에 발에 걷어차여 십 미터 밖으로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이 모습에 조규범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진서준이 무술을 배웠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방에 2백 근 가까이 되는
“오면 어쩔 건데?”진서준은 심지어 발걸음을 더 빨리 움직여 조규범 앞에 나타나 그의 목을 졸랐다.“으윽...”조규범은 얼굴이 빨개진 채 숨 쉬어 보려고 힘껏 발버둥 쳤다.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는 진서준 앞에서 개미보다도 못한 존재였다.“서준 씨, 그만 하세요!”대강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허윤진이 갑자기 달려왔다.진서준은 살기가 점차 사라지면서 조규범을 쓰레기 취급하듯이 한쪽으로 내팽개쳤다.바닥에 버려진 조규범은 오장육부가 찢기는 듯이 아파져 와 비명을 질렀다.허윤진 역시 그를 보고선 발로 한 매 걷어찼다.워낙 앞이 뾰족한 하이힐이라 조규범은 아파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허윤진은 진서준에게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요?”진서준이 피식 웃으면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농구부 선수들을 가리켰다.“제가 쟤들처럼 바닥에서 나뒹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겠어요.”진서준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허윤진은 뒤돌아 조규범을 향해 소리쳤다.“조규범, 내가 어제 말했지? 나한테 치근덕거리지 말라고. 그리고 내 남자친구한테 손대지도 마. 왜 말을 안 들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허윤진은 전에는 그래도 조규범의 체면을 지켜주었다면 오늘에 한 짓을 봐서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조규범은 아무 말 없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진서준과 허윤진을 쳐다보면서 속으로는 꼭 복수하리라 마음먹었다.어릴때부터 그는 이렇게 큰 망신을 당한 적이 없었다.진서준과 허윤진에게 복수하지 않고서는 고개를 쳐들고 살 수가 없었다.진서준은 조규범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고는 다가가 그의 머리를 짓밟았다.“복수할 거면 언제든지 환영해. 그런데 한 가지만은 기억해. 윤진 씨한테는 손대지 마. 아무리 네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똑같이 죽여버릴 거니까!”이 말을 들은 허윤진은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게 된다.이 순간만큼은 언니의 남자를 빼앗아 자기 남자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였다.조규범이 대답하지 않자 진서준은 그
조규범의 아버지는 아들이 머리가 밟혔다는 사실을 듣고 화가 치밀었다.애지중지 키운 외동아들을 짐승처럼 대했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내일 바로 사람을 보낼게. 어디로 갔는지 확인해 봐.”조규범은 전화를 끊자마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이미 마음속으로 어떻게 복수할 것인지 계획한 모양이었다.진서준이 보는 앞에서 허윤진의 몸에 손대고, 또 허윤진이 보는 앞에서 진서준을 갈가리 찢어놓으려고 했다....진서준은 허윤진을 데리고 대강당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예 학교 밖으로 나가버렸다.방금 있었던 일로 춤에 흥미를 잃은 것이다.“죄송해요. 저는 조규범이 그런 놈일 줄 몰랐어요.”차에 올라탄 허윤진은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진서준은 그녀의 사과가 적응되지 않았지만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요. 마음에 두지도 않았는데요, 뭘.”“그런데 조규범은 전라도 3대 가문의 사람이라 분명 사람을 보낼 거란 말이에요.”허윤진이 후회막심한 표정으로 말했다.허씨 가문은 아무리 서울에서 손꼽히는 가문이라지만 전라도 3대 가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서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농담을 쳤다.“잊었어요? 저는 남주에서 이름난 진서준이라고요!”만월호 사건으로 진서준은 남주에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심지어 전라도 3대 가문도 이 소식을 듣고 그와 손을 잡고 싶어 했다.실례가 갈까 봐 직접 만나러 오지 않고 몰래 사람을 보내 진서준의 신분을 조사했다.조사가 끝나고, 진서준같이 실력이 강한 사람이 왜 감옥에 갔는지 의아했다.“그런데 혼자잖아요. 한 가문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어요?”허윤진은 여전히 진서준이 걱정되었다.“한 가문이면 뭐 어때서요? 결국엔 티끌 모아 티끌인 거예요.”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억지 좀 부리지 마세요!”허윤진이 화난 듯했다.하지만 진서준은 그녀가 지금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렇게 말했다.“조씨 가문이 대단하다는 걸 알아요. 만약 누가 찾아오면 숨어버리면 되잖아요. 그러면 되겠어요?”
허사연은 허윤진이 말한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진서준은 어차피 들킬 바에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어떤 남자가 처제한테 치근덕거려서 내가 손 좀 봐주고 왔어요.”허사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둘이 몰래 나쁜 짓을 한 줄 알았던 것이다.“그래요? 난 또...”진서준이 웃으면서 질문했다.“무슨 생각을 했던 거예요?”허사연은 어색한 표정으로 진서준의 팔을 꼬집었다.“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요. 얼른 옷이나 갈아입어요. 집에서 온종일 기다렸잖아요.”허사연이 이곳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진서준은 기쁘기만 했다.“그래요. 먼저 옷부터 갈아입고 올게요.”이 별장에도 진서준의 방이 있었다. 진서준은 냉큼 방으로 들어가 정장을 벗었다.진서라는 여전히 드레스를 입고있는 허윤진을 보면서 말했다.“윤진 씨도 얼른 옷 갈아입으세요. 식사하기 불편하겠어요.”“그런데 갈아입을 옷이 없네요...”허윤진이 뻘쭘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제 옷 입으면 돼요. 옷장에 새로 산 옷들이 많거든요.”그날 진서준이 사준 옷들을 아직 입어보지도 못했다.“그래요. 고마워요.”허윤진은 진서라 따라 방으로 들어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었다.모두 식탁 앞에 모이자, 유정과 진서라가 주방에서 요리를 꺼내왔다.진서진은 조희선을 가장 상석에 앉혔다.조희선은 밥상 앞에 모인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진서진이 모함을 받아 감옥에 갔을 때, 오직 진서라와 둘뿐이었다.심지어 진서라가 일 때문에 바쁠 때는 혼자 밥 먹을 때도 있었다.“엄마, 왜 그래요?”이상함을 감지한 진서준이 물었다.“아니야. 그냥 기뻐서 그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게 얼마 만이야. 네가 감옥에 갔을 때 맨날 네가 배를 곯지 않을까, 잠은 잘 자고 있을까 걱정했거든. 다리만 부러지지 않았다면 매주 보러 가는 건데...”옛 생각에 조희선의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엄마, 이미 지나간 일은 잊으세요. 같이 밥 먹는 날이 오늘만이겠
조희선은 아주 즐겁게 식사를 했다.아들은 사업이 성공했고 현모양처 같은 여자 친구도 있었다.지금 유일하게 마음 놓이지 않는 것이 바로 진서라였다.진서라는 지금까지 남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기에 조희선은 진서라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 줄로 알았다.조희선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진서라와 단둘이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었다.그렇게 저녁 열 시가 되어서야 식사가 끝났다.“서준아, 사연이랑 윤진이 집으로 데려다주도록 해.”조희선이 진서준에게 말했다.10시 넘는 시각은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밤 생활이 시작되는 시간이다.그러나 조희선은 아주 늦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진서준이 운전하는 와중에 또 위험이 생길까 봐 걱정됐다.“알겠어요. 그러면 설거지는 서라에게 맡겨야겠어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별장을 나섰다. 허윤진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차에 오른 뒤 허사연은 기지개를 켜더니 고개를 돌려 진서준에게 말했다.“서준 시, 나 오늘 꽤 잘했지?”조금 전 밥을 먹을 때 허사연은 계속 저희선에게 음식을 집어주고 물을 따라줬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허사연을 조희선의 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꽤 괜찮은 정도가 아니던데요. 우리 엄마 당장 사연 씨를 며느리로 들이고 싶어 하는 눈치였어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의 말에 허사연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그녀는 진작에 진서준과 결혼하고 싶었다. 비록 겉으로는 연적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꽤 있었다.그중 한 명이 김연아였다.김연아는 집안이 허사연보다 못하긴 하지만 몸매와 외모는 허사연과 엇비슷했다.“그러면 우리 아빠한테 결혼 얘기 꺼내봐요. 아빠가 동의한다면 저도 좋아요.”허사연은 술을 조금 마셔서 배짱이 커졌다.평소였다면 그녀는 절대 이런 말을 감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결혼은 연애와 전혀 달랐다.양가 어른들은 반드시 한 번 만나야 했고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얘기를 나눠봐야 했다.그러나 진서준은 더 먼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몰라요. 어쨌든 만족스럽지 않아요.”허윤진은 진서준을 향해 눈을 흘겼다.억지를 부리는 허윤진을 상대로 허사연은 못 말린다는 듯이 웃었다.그러나 아직 결혼 얘기를 꺼내기는 일렀다.이내 차는 허씨 일가 별장 앞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릴 때 허사연은 몰래 진서준에게 뽀뽀한 뒤 미련 가득한 얼굴로 떠났다.진서준의 집, 유정 등은 설거지를 마친 뒤 떠났고 조희선과 진서라만이 남았다.“서라야, 여기 와봐.”조희선이 진서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왜요, 엄마?”진서라는 조희선의 앞으로 다가가서 쭈그리고 앉아 그녀를 보았다.“서라야, 너도 이제 어리지 않아. 남자 친구 사귀어야지.”조희선은 진서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애로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조희선이 갑자기 연애 얘기를 꺼내자 진서라는 조금 짜증이 났다.“엄마, 저 아직 어려요!”“안 어려. 벌써 23살이잖아. 엄마는 네 나이 때 서준이를 낳았어!”조희선은 진지한 얼굴로 진서라를 바라보았다.“엄마한테 얘기해 봐. 지금 마음에 둔 남자 있어?”질문을 들은 진서라의 머릿속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비록 등이 넓은 건 아니었지만 그녀를 대신해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었다.경험이 있는 조희선은 단번에 진서라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음을 발견했다.“엄마한테 얘기해 봐. 누구야?”조희선이 작게 물었다.“엄마, 그만 물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진서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얘기할 생각이 없었다.진서라가 말하려고 하지 않자 조희선은 한숨을 쉬었다.“됐다. 엄마도 강요할 생각은 없어. 내가 죽어도 네 오빠가 널 보살펴 줄 거야.”“퉤, 퉤, 퉤. 엄마, 자꾸 죽는다는 말 좀 하지 마세요.”진서라는 입을 비죽이며 짜증 난 듯 말했다.조희선은 이제 곧 50살이었기에 그렇게 늙지 않았다.이때 집으로 돌아온 진서준은 진서라와 조희선이 뭔가 얘기하고 있자 웃는 얼굴로 물었다.“무슨 얘기하는 거예요?”“아무것도 아냐. 오빠는 얼른 쉬어!”진서라는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일어나서
침실로 돌아온 뒤 진서준은 찬물로 씻었다.몸을 식힌 뒤 그는 침대로 돌아와서 수련하기 시작했다.몸은 평온해졌지만 마음은 심란했다. 유정과 고한영 두 사람의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진서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유정과 고한영을 제외하고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허윤진의 모습도 불현듯 진서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저녁에 진서준은 허윤진의 부드러운 몸을 느꼈었다. 그 감각이 자꾸만 떠올랐다.심지어 마지막에는 김연아가 치료받을 때의 모습도 떠올랐다.진서준은 결국 수련을 포기하고 자려고 침대 위에 누웠다.그러나 그럼에도 진서준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진서준이 자고 있을 때 네 명의 불청객이 서울에 도착했다.그 네 명은 혈운 조직의 대성 종사 네 명이었다.그들은 유혁수를 위해 복수하러 온 것이었다.혈운은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아야 하는 조직이었다. 혈운 조직 중 한 명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면 그들은 상대방을 죽일 때까지 최선을 다해 뒤쫓는다.진서준은 남주성 가문들 앞에서 유혁수를 죽였었다. 그로 인해 혈운 조직은 크게 체면을 깎였다.만약 진서준이 계속 편안히 산다면 앞으로 혈운 조직을 두려워할 사람은 없었다.“서울의 진 마스터, 우리가 왔어.”“우선 백은수를 찾아가서 그 진 마스터의 위치를 알아내.”혈운 조직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예준섭이 말했다.다른 세 명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정민식이 서울에 왔을 줄이야. 게다가 진 마스터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고?”손에 들린 최신 정보를 본 백은수는 깜짝 놀랐다.정민식은 비록 최근에야 종사에 다다랐지만 서울과 주변 몇 개 도시에서는 오래전부터 꽤 유명했다.이때 백은수의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백은수는 서둘러 서랍 안에서 총 하나를 꺼내 문가를 겨누었다.하지만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뒤 백은수는 당황했다.정보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문 앞에 서 있는 네 사람을 백은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네 명 모두 무도계에서 거센 피바람을 일으킬
백은수는 진서준의 정보를 가리키며 말했다.예준섭 등 사람은 정보를 자세히 살펴봤다.꼼꼼히 들여다보던 네 사람은 진서준의 정보가 아주 이상함을 발견했다.3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 갑자기 사람이 달라지다니, 혹시 감옥에서 뭔가 기연이라도 만난 걸까?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기연이라고 해도 평범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강해질 수는 없지 않은가?25살의 청년이 권해철을 참패시키고 유혁수를 죽이다니.선천 대종사가 한 게 아니라면 도저히 믿기가 어려웠다.“설마 가짜 정보로 우리를 속이려는 건 아니지?”변정선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꼰 다리가 움찔하자 대리석으로 만든 탁자에 균열이 갔고 곧 산산이 조각났다.백은수는 겁을 먹어서 식은땀을 흘리며 서둘러 말했다.“종사님들, 제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떻게 종사님들을 속이겠습니까? 믿기지 않는다면 내일 진 마스터와 정민식 씨가 싸우니 그곳에 직접 가보세요!”“정민식? 종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는 그 사람?”함영식이 물었다.“네, 그 사람이요.”백은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어디서 하는데?”“용행 무관이요. 내일 아침 아홉 시에 시작합니다.”시간과 장소를 알게 되자 예준섭 등은 시선을 주고받았다.그들은 일단 내일 그 대결을 구경할 생각이었다. 그 청년에게 종사와 싸울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만약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들은 백은수를 봐줄 것이다.하지만 정보가 가짜라면 백은수도 진서준과 함께 지옥으로 보낼 것이다.“내일 아침 당신도 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예준섭이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백은수의 귓가에서 터졌다.그 순간 백은수는 저승에 발을 반쯤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예준섭 등 네 사람이 떠난 뒤 백은수는 서둘러 숨을 돌리며 고개를 돌렸다.조금 전 예준섭이 손가락을 튕겼던 방향의 벽에 십여 센티미터의 큰 구멍이 남아있었다.벽도 그런데 사람 몸이었으면 어땠을까?백은수는 자신이 내일 반드시 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