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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7화

Author: 무가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23 19:00:00
조민영은 심씨 가문에 시집가기 전에 꼭 다시 한번 김평안과 만나고 싶었다.

조민영은 김평안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고 이후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김평안에게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평안에 대한 감정이 단순히 남녀 사이의 호감인지, 아니면 오빠에게 기대고 싶은 감정인지 심지어 조민영 자신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김평안이 옆에 있으면 조민영은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만 확신할 수 있었다.

진서준은 순수한 얼굴을 한 조민영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지금 수련 중이에요. 어디서 수련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 봉천시에 온 것도 김평안이 부탁해서 온 거예요.”

자신의 소원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만 조민영은 그 말을 듣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실망감에 빠져 고개를 푹 숙인 조민영을 보며 진서준은 격려의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나중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예요.”

“아니에요...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거예요.”

조민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조태희는 그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서준이 멀리서까지 와서 조민영의 병을 치료해 준 건 전부 김평안 덕분이었다.

조태희는 김평안에 대해 좋지 않았던 인상이 지금 완전히 사라졌다.

“민영아, 걱정 마. 이 진 마스터님이 우리가 지금 겪는 모든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줄 거야.”

조태희가 조민영을 안심시키며 말했다.

“아니요, 저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저 때문에 피를 흘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 조민영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빠, 저 한 사람으로 우리 조씨 가문 장래가 밝아지게 할 수 있다면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조민영의 결연한 태도를 본 허사연과 허윤진은 즉시 그녀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진서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 아이는 진서라와 정말 닮아 있었다.

진서준은 여전히 차분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고 조민영의 결정을 두고 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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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조민영을 데려가지 않은 이유는 딸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민영 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진서준도 조태희를 거들었다.“아니요, 저도 같이 가요.”하지만 조민영의 태도는 단호했다.“그럴 건가요? 그럼 아빠랑 함께 가요.”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진서준의 말이 떨어지자 조태희는 더 이상 실랑이하지 않고 조민영을 데리고 심씨 가문 사람들 쪽으로 향했다.조태희 부녀가 떠난 후, 허사연이 말문을 열었다.“서준아, 정말 민영 씨를 심씨 가문에 시집보낼 생각이야?”“모든 건 조민영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야. 조민영이 원하면 시집보내는 거지.” 진서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조민영이든, 진서라든, 다들 스스로 결혼을 원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진서준은 절대로 방해하지 않으려고 결심했다.결혼하든, 하지 않든, 모든 건 그녀들이 선택한 삶일 뿐, 다른 누군가가 대신 결정을 내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진서준의 생각이었다.“조민영은 심씨 가문에 시집가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아.”허윤진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단지 자기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결혼을 선택하려는 거야.”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청년이 진서준 일행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응? 저 세 명은 어떻게 들어왔지?”멋진 옷차림을 한 변지오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서준 일행을 바라보았다.“지오야, 저 사람들 네가 아는 사람이야?”변지오와 비슷한 나이대의 또 다른 청년이 물었다.“알지. 오후에 허씨 가문 집안 어르신이 내게 존예를 소개한다고 했잖아. 바로 저 여자야.”변지오는 허윤진을 가리키며 말했다.“대박, 저렇게 예쁜 자매는 처음 봐.”그 청년은 부러워 입을 쩝쩝 다시며 말했다.“나도 아쉽긴 해. 내가 네 여동생과 결혼하지 않으면 저 두 여자를 너랑 나랑 하나씩 나눠 가졌을 텐데.”그 말을 듣자 변지오는 웃음을 터뜨렸다.“도준아, 네가 내 동생과 결혼한 게 대수야? 어차피 결혼해도 넌 따먹을 여자 다 따먹잖아.”“좋아, 나중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97화

    조민영은 심씨 가문에 시집가기 전에 꼭 다시 한번 김평안과 만나고 싶었다.조민영은 김평안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고 이후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김평안에게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김평안에 대한 감정이 단순히 남녀 사이의 호감인지, 아니면 오빠에게 기대고 싶은 감정인지 심지어 조민영 자신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그저 김평안이 옆에 있으면 조민영은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만 확신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순수한 얼굴을 한 조민영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은 지금 수련 중이에요. 어디서 수련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이번에 봉천시에 온 것도 김평안이 부탁해서 온 거예요.”자신의 소원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만 조민영은 그 말을 듣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실망감에 빠져 고개를 푹 숙인 조민영을 보며 진서준은 격려의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나중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예요.”“아니에요...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거예요.”조민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조태희는 그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진서준이 멀리서까지 와서 조민영의 병을 치료해 준 건 전부 김평안 덕분이었다.조태희는 김평안에 대해 좋지 않았던 인상이 지금 완전히 사라졌다.“민영아, 걱정 마. 이 진 마스터님이 우리가 지금 겪는 모든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줄 거야.”조태희가 조민영을 안심시키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이 저 때문에 피를 흘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 조민영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빠, 저 한 사람으로 우리 조씨 가문 장래가 밝아지게 할 수 있다면 저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조민영의 결연한 태도를 본 허사연과 허윤진은 즉시 그녀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진서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 아이는 진서라와 정말 닮아 있었다.진서준은 여전히 차분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고 조민영의 결정을 두고 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96화

    “민영아, 이제 심씨 가문 도련님과 결혼하지 않아도 돼. 오늘 연회에 참석하는 것도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 앞에서 우리 조씨 가문 미래는 네가 짊어질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기 위해서 가는 거야.”“네?”조민영은 그 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이전에 조민영이 심씨 가문 도련님과 결혼해야 할지 망설이던 그때, 조태희가 얼마나 입이 아프게 자기를 설득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조민영이 병으로 쓰러지자마자 아버지가 이렇게 태도를 180도로 바꿀 줄은 몰랐다.조민영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의아한 눈빛으로 조태희를 바라봤다.“아빠, 저한테 장난치는 거 아니죠?”“당연히 아니지. 아빠가 이제 결혼 안 해도 된다고 했으면 정말 안 해도 되는 거야.”“그래도...”조민영은 그 말에 오히려 더 초조해졌다.조민영은 이 사회의 더러운 풍파 속에서도 순진무구함을 유지해 온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민영이 세상의 이치를 모르는 순진한 바보는 아니었다.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혼인이란 특별한 관계로 손을 잡지 않으면 심씨 가문이 변씨 가문과 동맹을 맺을 게 뻔했다.그렇게 되면 조씨 가문은 동북 지역에서 떠나든가 아니면 완전히 사라지는 길만 남을 것이다.“민영아, 사실 아빠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우리 조씨 가문에 귀인이 찾아왔기 때문이야.”조태희가 웃으며 설명했다.“귀인이라고요? 어떤 귀인이죠?”조민영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였다.“이건 내가 너한테 묻고 싶은 말인데?”조태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 대체 언제부터 진 마스터랑 친구가 된 거야?”이 질문을 들은 조민영은 어안이 벙벙했다.진 마스터라니, 조민영이 아는 사람 중에 진씨 성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아빠,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 진씨 성을 가진 사람은 모르는데요?”조민영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되물었다.“그럴 리가 있겠어? 네 병을 고쳐준 사람이 바로 진 마스터야.”조태희는 딸이 부끄러워서 그러는 줄 알고 웃으며 말했다.“민영아, 너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남자친구를 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95화

    허씨 가문을 떠날 때야 허윤진은 진서준과 함께 온 하얀이를 알아챘다.“진서준, 이 원숭이는 어디서 샀어?”허윤진은 하얀이를 원숭이로 착각하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하얀이는 그 말에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왜 다들 날 원숭이 취급하는 거지? 정말 원숭이처럼 생긴 건가?’진서준은 피식 웃으며 설명했다.“이건 원숭이가 아니라 천산의 괴물 설괴야.”“설괴라고?”허윤진은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에 눈을 반짝였다.“그래. 내가 천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만난 녀석이야. 쉽게 말하면 누렁이 친구라고 생각하면 돼.”진서준의 말에 허윤진은 금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누렁이한테 친구 만들어주려는 거야?”허윤진이 웃으며 물었다.“그런 셈이지. 게다가 하얀이는 누렁이보다 훨씬 강해. 집에서 누렁이랑 함께 있으면 어머니랑 서라 걱정을 덜어도 될 거야.”그때 허사연이 뜬금없이 물었다.“서준아, 그럼 변씨 가문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아까 허순재가 말했던 것처럼 변지오는 변씨 가문 가주의 장남이었다.게다가 변씨 가문은 동북 지역에서 손꼽히는 명문대가였으니 잘못 건드렸다가는 세 사람이 곤란해질 게 뻔했다.진서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늘 저녁에 열리는 변씨 가문 연회에 같이 가자.”“응? 근데 우린 초대도 안 받았잖아?”허윤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우리가 강제로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겠지?”“변씨 가문이 우리를 초대하진 않았지만 조씨 가문은 초대받았잖아.”진서준이 조씨 가문을 언급하자 허윤진은 질투 어린 눈길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아차, 깜빡했네. 네 귀여운 애인이 조씨 가문의 금지옥엽이었구나.”진서준은 그 말에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무슨 소리야? 민영이는 내 마음속에서 그냥 여동생 같은 존재야.”조민영은 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아무런 연애 감정도 없는 단순한 가족 같은 존재였다.조민영은 진서라처럼 진서준이 보호해 주고 싶은 대상일 뿐이었다.“흥, 너희 남자들 속은 뻔히 보인다고.”허윤진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94화

    지금 허순재가 진서준과 말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허사연이 진서준을 편들지 않을 리 없었다.“작은할아버지, 제 남자 친구 문제는 이제 그만 신경 쓰세요. 그리고 윤진 남자친구 문제도요. 이런 건 작은할아버지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에요.”허순재의 동공이 흔들리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를 꽉 악물었다.불효녀들이 오늘 여기서 대역죄를 저지르는 판이었다.옆에 있던 변지오는 상황을 대충 이해하고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허 어르신, 보아하니 허씨 가문 젊은이들이 당신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 같군요. 사실 오늘 밤 우리 범씨 가문 저택에서 여는 연회에 허씨 가문을 초대하려 했는데, 이제 보니 그럴 필요가 없겠네요.”변지오는 허순재가 만류하려는 것도 무시하고 곧장 허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허순재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허사연과 허윤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외쳤다.“너희 둘, 정말 날 화병으로 죽이려는 거야?”진서준의 눈빛은 싸늘했다.“당신이 사연과 조금이라도 혈연이 있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당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겁니다.”이 말은 허순재에게 겁주려고 위협하는 말이 아니었다.진서준은 이미 조씨 가문에서 조민영이 가문 사이 결혼을 강요당한 일을 듣고 내심 불쾌한 상태였다.그런데 허순재가 이번에는 허씨 가문을 위해 허윤진을 변지오에게 넘기려 하다니, 이건 진서준의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진서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몹쓸 짓을 하려는 자는 죽어 마땅했다.그런데 뜻밖에도 허순재는 피식 웃으며 진서준을 비꼬았다.“나도 한때 너처럼 젊고 겁 없던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곧 너희가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거야. 변씨 가문의 압도적인 실력은 너희처럼 세상 물정을 모르는 자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야.”허순재의 뻔뻔한 모습에 허사연은 역겨워 구역질이 났다.왜 지금까지 이 노인이 온순한 양의 가면을 쓴 늑대라는 걸 몰랐을까?“가자, 서준아. 여기 더 있을 필요 없어.”허사연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너희가 어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93화

    허윤진과 허사연 자매를 바라보는 변지오의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다.이렇게 아름다운 자매는 변지오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변지오는 스스로 이쁜 여자를 많이 봐왔다고 자부했지만 허사연 자매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매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허윤진 씨는 정말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완벽하군요.”변지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허윤진에게 걸어갔다.변지오의 우아한 매너와 세련된 기품은 한눈에 봐도 여성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거기에 변씨 가문 가주 장남이라는 신분까지 보탰으니 일반적인 여자는 변지오의 매력에 빠져들고도 남을 터였다.그러나 허윤진은 다른 여자와 달랐다.허윤진은 변지오에게 일말의 호감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살짝 반감이 섞인 눈빛으로 변지오를 바라보고 있었다.“감사합니다.”허윤진이 냉랭한 목소리로 대응하자 변지오는 멈칫하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차가운 반응을 보인 여자도 변지오는 난생처음이었다.이때 허순재가 급히 나서서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변 도련님, 오해하지 마세요. 제 손녀는 원래 성격이 이렇습니다. 어떤 남자를 대해도 다 이렇게 냉랭하게 대하곤 하지요.”그러나 허순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윤진은 진서준의 팔짱을 껴버렸다.그 행동은 허순재의 체면을 구기는 것과 다름없었다.허윤진은 사실 허순재를 존중했지만 허순재가 그녀의 동의도 없이 변지오를 집으로 부른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허순재가 허윤진을 가문 사이 결혼에 필요한 도구 취급하는 것 같아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허순재는 그 모습을 보며 눈빛에 살기가 번뜩였고 어색한 미소를 애써 유지했다.변지오 역시 허윤진의 돌발 행동에 화가 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작은할아버지, 저는 지금 연애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허윤진이 단호하게 변지오를 알 생각이 없다고 하자 허순재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변 도련님이 오늘 여기 온 건 단지 너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야.”그러면서 허순재는 진서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92화

    “으르르르...”하얀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자 조기강은 즉시 소리 나는 방향을 주목했다.그 울부짖는 소리는 조기강이 천산에서 마주했던 설괴의 소리와 똑같았기 때문이다.조기강은 곧바로 5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하얀이를 발견하고 얼굴이 굳어졌다.비록 몸집은 작아졌지만 하얀이의 몸속에 깃든 그 무시무시한 힘은 여전했기 때문이다.“이 짐승이 여기에 어떻게 온 거지?”조기강은 상대하기 버거운 적을 마주한 듯 긴장했다.진서준은 조기강의 긴장한 모습을 보자 하얀이를 향해 손짓했다.그러자 하얀이의 얼굴에 맺혀 있던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고분고분 진서준의 발치로 달려가 그의 종아리에 머리를 비비댔다.조기강은 본인을 거의 빈사 상태로 몰고 갔던 설괴가 이렇게 얌전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과연 자기가 천산에서 만났던 그 사나운 설괴가 맞는가?어떻게 이렇게 순한 모습으로 변했지?“천산에서 검존님이 만났던 게 이 하얀이 맞죠?”진서준이 조기강에게 물었다.“맞아요... 근데 어쩌다 이런 모습으로 변했죠? 게다가 왜 이렇게 말을 잘 듣는 거죠?”조기강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묻자 진서준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하얀이는 내 반려동물이 됐어요. 더 이상 천산의 야만적인 설괴가 아닙니다.”진서준이 설괴를 반려동물로 삼았다는 말에 조기강은 속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진서준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조기강은 본인과 진서준의 실력이 비슷하리라 여겼다.조기강은 현존하는 검존으로서 언제나 자부심이 넘쳐났었다.진서준이 비록 뛰어난 재능을 갖췄다고 해도 아직 스무 살 남짓이니 실전 경험에서는 조기강이 앞설 것이라 여겼다.그러나 지금 조기강의 모든 예상이 우르르 무너졌다.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조태희가 물었다.“기강아, 너 이 귀염둥이와 면목이 있어?”“형, 내가 천산에서 당한 상처가 바로 이 귀염둥이 때문이야...”조기강이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하자 조태희는 동공이 흔들렸다.조태희는 친동생 조기강의 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91화

    조민영 체내의 칠채지독이 완전히 제거되자 진서준은 여자 하인들에게 조민영을 욕실로 데려가라고 지시했다.“진 마스터님, 정말 감사합니다.”조태희는 다시 한번 깊이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조태희가 다시 몸을 치켜 세우자 진서준은 냉랭하게 물었다.“누가 독을 넣었는지 짐작 가는 사람이 있나요?”“변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의심됩니다. 근데 제 생각에는 변씨 가문의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제 딸 민영이 이미 심씨 가문과 혼약을 맺은 상황에서 우리 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손을 잡으면 변씨 가문은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할 게 뻔하니까요.”조태희가 가문 사이의 상황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의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심씨 가문과의 혼약은 조 가주님이 정한 건가요, 아니면 민영 씨 본인의 뜻인가요?”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질린 조태희는 얼굴이 새파래지며 급히 대답했다.“진 마스터님, 이건 제 결정이긴 합니다만... 민영이도 동의했습니다.”“동의했다고요?”진서준은 동의라는 글자를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조 가주님이 제안했는데 민영 씨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나요?”가문 간의 혼사는 오직 양가 어른들 간의 합의만 있으면 결정되는 것이고 정작 그 당사자는 어떠한 거부권도 가질 수 없다.이전의 김연아도 이런 일을 경험했었다.김연아는 당시 가문 어르신과 저항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의 힘으로 진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지금 조태희가 조민영이 동의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참 가소로운 일인 것 같았다.“민영 씨가 깨어나면 내가 직접 물어볼 겁니다. 민영 씨가 진심으로 이 혼인을 원했다면 나도 더 이상 이 일에 간섭하지 않을 거고요. 하지만 민영 씨가 이 혼인을 원치 않는다면 누구도 민영 씨를 강요할 수는 없을 겁니다.”진서준의 목소리는 싸늘했다.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조민영은 이미 자기 여동생 같은 존재였다.만약 누군가가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에게 강제 결혼을 강요한다면 진서준은 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90화

    이때 조태희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혹시... 그 따귀 두 대로 장 의사의 병이 치료된 건가?정말 그런 신기한 치료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장 의사를 힐끗 쳐다보고 냉랭하게 말했다.“저리 비켜, 방해하지 말고.”“네, 알겠습니다.”장 의사는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급히 옆으로 비켜 자리를 내주었다.“이제 침을 놓을 거니까 아무도 날 방해하지 마세요.”진서준은 말하고 나서 손에 든 은침을 마술처럼 능숙하게 다루며 조민영의 몸 위에 놓기 시작했다.그 손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조기강조차 제대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조태희는 이 틈을 타 장 의사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장 의사님, 방금 그건 대체 무슨...”“이분이야말로 진정한 명의입니다. 제가 눈이 멀어 몰라봤네요.”장 의사는 부끄러운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이론적으로 제 병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입니다. 그런데 진 마스터님의 따귀 두 대로 제가 오랜 세월 앓아온 신경 경화가 완치되었습니다. 이분은 명의가 아니라 신의라고 해야 할 겁니다.”조태희는 그 말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아까 조태희가 예상한 것과 같단 말인가?단 따귀 두 대로 장 의사의 불치병을 치료한 게 사실이라면 이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능력일 것이다.진서준의 무도 실력은 무도계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고 의술은 세상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이런 천재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조태희의 머릿속에서 번쩍이자 진서준을 바라보는 조태희의 눈빛도 번뜩이기 시작했다.조태희는 이미 진서준에게 자기 딸 조민영을 시집보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물론 진서준과 조민영 사이에는 일곱 살 정도의 나이 차가 있지만 이 정도는 문제 될 게 없었다.문제는 진서준이 이 결혼을 원하느냐는 것이다.만약 진서준이 원한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이 원하지 않는다면 골치가 아플 것이다...그 시각, 진서준은 조민영의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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