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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Author: 수박빙수
뭔가 이상했지만 뭐가 이상한 건지 딱 집어 말하긴 어려웠다.

잠시 말이 없던 윤수철은 결국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너 또 무슨 수작 부리는 거 아니지?”

윤하경은 가볍게 웃었다.

“말씀을 참 재미있게 하시네요. 제가 무슨 수작을 부린다고요?”

그 순간, 그녀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준비 완료. 시작!]

순간 윤하경의 입가에 미소가 더 환하게 번졌고 다시 고개를 들어 윤수철을 바라볼 땐 눈빛 안에 묘한 연민이 섞여 있었다. 턱을 괴고 무심한 듯 고개를 돌린 그녀는 마치 우연인 척 거리 건너편을 바라봤다.

잠시 후, 윤수철도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재무 관련 조사는 여기서 그만하자.”

하지만 윤하경은 그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꺼냈다.

“어? 아빠, 저기... 저 사람, 수연 아줌마 아니에요? 호텔엔 왜 가시지?”

윤수철은 그녀가 보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정말로, 임수연이 몸에 딱 붙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높은 굽의 구두를 신은 채, 요란한 분위기로 호텔 로비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윤수철은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몇 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을 단번에 알아봤다.

잠깐 사이,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까매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침없이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

윤하경은 한 손으로 가방을 들고 그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아빠, 진정하세요. 심장 안 좋으시잖아요. 괜히 쓰러지시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하지만 그녀는 한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높은 굽을 신은 채로 달리다시피 했는데도 윤수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만큼 그가 분노에 휩싸여 있다는 뜻이었다.

결국 호텔 로비까지 쫓아가서야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었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윤수철이 허둥지둥 버튼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윤하경이 앞서 나서서 6층 버튼을 눌렀다.

“어떻게 6층인지 알았어?”

윤수철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사실 미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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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어제 말했던 그... 누가 현우 씨를 암살하려 했다는 건 어떻게 됐어요?”민진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주위를 둘러본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윤하경 씨, 그 일은... 안 묻는 게 좋습니다.”“네...”윤하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머릿속이 복잡해서였을까. 회사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아홉 시 반이나 되었다.입구에서 우지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왔다.“윤 대표님, 지금 오세요? 회장님께서 찾고 계세요.”“아버지가요?”윤하경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이유도 모른 채 짜증부터 치밀었다.“왜요?”우지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윤하경의 시야에 윤수철이 들어왔다.멀지 않은 곳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었고 얼굴에는 마치 온 세상을 빚졌다는 듯한 불만이 가득했다.윤하경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무슨 얘기든 사무실에서 하시죠. 여긴 일하는 곳이에요.”윤하경은 윤수철에게 겁이 나서가 아니라 이런 모습을 직원들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았다.가정사로 사람들 뒷얘기거리 되는 건 질색이었다.그렇게 말하고 윤하경이 먼저 걸음을 옮겼고 윤수철도 뒤따라 회장실로 들어왔고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윤하경은 소파에 털썩 앉아 무표정하게 물었다.“뭐 때문에 부르셨어요?”“뭐 때문에 부른 것 같아?”윤수철은 쏘아붙이듯 말했다.“내가 기억하기론 네가 한빛 그룹에 들어온 건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했기 때문이잖아. 그런데 지금까지 한 걸 보면 회사에 해가 되는 짓밖에 안 했어.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고.”윤하경은 아무런 표정 없이 소파 팔걸이에 손가락을 콩콩 두드리며 말했다.“그래서요?”눈썹을 살짝 치켜올린 그녀의 얼굴엔 전투태세를 갖춘 고슴도치 같은 기운이 번졌다.“그래서 말인데...”윤수철은 말끝을 흐리며 손짓했다.그러자 한 남자가 들어왔다.브랜드 슈트에 번듯한 외모를 가진 멀쩡해 보이는 남자였다.하지만 사내에서 강현우를 오래 마주친 윤하경 입장에선 그 남자는 마치 양가죽을 뒤집어쓴 늑대가 아닌 그냥 하이에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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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의 전장이 욕실에서 침대로 옮겨졌을 때 윤하경은 이미 기운이 다 빠져 있었다.처음에는 그럭저럭 응해주던 그녀였지만 나중엔 완전히 힘이 풀려버려서 강현우가 어떻게 하든 그냥 이불처럼 축 늘어져 있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지 않았다.사실 언제 끝났는지도 잘 몰랐다.다만 기억나는 건 뜨겁고 묵직한 몸이 밤새도록 자신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그렇게 지독하게 휘둘린 밤이었지만 오히려 그날 밤 윤하경은 유난히 편안하게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강현우보다 먼저 눈을 떴다.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그를 돌아보려는 순간 조금만 움직였을 뿐인데 남자의 팔이 다시 허리를 감아 그녀를 끌어당겼다.강현우의 몸은 여전히 뜨겁고 묵직했다.딱히 움직인 것도 아닌데 그녀는 허리 뒤쪽에서 단단하게 눌려오는 감촉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곧이어, 강현우의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움직이지 마.”그러자 윤하경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이 상태에서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젯밤의 2차전이 벌어질지도 몰랐다.그럴 기력은커녕 이미 온몸이 뻐근해서 제 몸 하나 가누기도 벅찼다.결국 그녀는 얌전히 강현우 품 안으로 몸을 더 말아 넣었다.꼼짝도 하지 않고 얌전히 안기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하지만 속으로는 살짝 불안했다.‘진짜 화가 풀린 걸까?’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강현우가 드디어 깨어났다.몸을 움직이진 않았지만 윤하경은 그가 눈을 떴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걸 느끼자 윤하경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윤하경의 커다란 눈망울이 촉촉하게 빛났다.그런 그녀를 본 강현우는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또 무슨 꿍꿍이야?”윤하경은 얌전한 고양이처럼 그의 가슴에 머리를 비비며 말했다.“대표님, 이제는... 화 안 나신 거죠?”그러자 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윤하경의 턱을 잡았다. 거칠고 단단한 손끝이 턱선을 따라 닿았고 그녀는 조금 아픈 듯 눈을 찌푸렸다.“아야...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20화

    “그럼 말해보세요. 어떻게 해야 용서해 주실 건데요?”윤하경은 강현우라는 사람은 앙심 품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오늘 일을 제대로 풀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도 몰랐다.그런데 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윤하경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이래도 아직 화 안 풀리셨어요? 그럼... 한 번 깨물어보시는 건 어때요?”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슬쩍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허, 역시 여자들은 변덕스럽다더니... 오늘 아주 제대로 봤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툭 던졌다.“가자. 나 올라가서 쉴 거니까.”강현우의 말투는 지나치게 차가웠다.윤하경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가 곧 스스로 이해했다.강현우 같은 자존심 강한 남자에게 그런 식으로 퇴짜를 놓았으니 지금쯤 쫓아내지 않는 게 다행일 수도 있었다.강현우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올라갔다.윤하경은 한참을 서 있다가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천천히 뒤따라 계단을 올랐다.그의 방문은 닫히지 않은 채 열려 있었고 침대는 비어 있었고 욕실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그가 샤워 중인 것 같았다.윤하경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조용히 옷을 벗은 후 욕실 문을 열었다.욕실 안은 수증기로 가득했고 강현우는 샤워기 아래에서 눈을 감은 채 서 있었다.물줄기는 조각상 같은 그의 몸을 따라 흘러내리며 은근히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그는 윤하경이 다가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물소리가 커서였고 또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윤하경의 작고 따뜻한 몸이 그를 뒤에서 살짝 안았을 때야 그는 눈을 떴고 그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오빠, 이제 화 좀 푸세요... 네?”윤하경의 말투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보통 남자라면 웬만해선 이겨내기 어려운 일부러 애교를 부리는 목소리였다.강현우가 움직이지 않자 그녀는 그 앞으로 돌아와 그를 올려다봤다.그보다 어깨 하나는 작은 키로 인해 자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19화

    강현우는 별다른 표정도 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윤하경을 한번 흘겼다.“꺼져.”윤하경은 그의 차가운 눈빛에 숨이 턱 막혔고 아무 말도 못 한 채, 강현우는 벌써 성큼성큼 방을 나가버렸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하경은 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갔지만 그녀가 본 건 이미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뒷모습뿐이었다.아직 방을 나가지 않은 민진혁이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가며 혀를 찼다.“하경 씨, 진짜 간이 크시네요.”그 말은 아마도 아까 강현우를 깨문 일에 대한 것이겠지.윤하경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까 말한... 어젯밤 그 여자, 무슨 일이었어요?”민진혁은 걸음을 멈추다 말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누가 사장님 암살하라고 여자를 보냈는데 대표님이 한눈에 간파했죠. 그나저나 난 이만 가봐야겠어요. 대표님 기분 더 상하기 전에.”민진혁은 말을 끝내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다.남겨진 윤하경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결국 자신이 오해했던 거였다. 어젯밤에 있었던 그 일은 여자 문제가 아니라 암살 함정이었던 거다.빌어먹을 오건우가 얼핏 흘린 그 애매한 말투 때문에, 괜히 오해했다.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다. 강현우는 이미 화가 단단히 난 눈치였고 이 상태로 두면 일이 더 꼬일 수 있었다.윤하경은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자책하듯 중얼거렸다. 결국 마음이 심란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사과해야 하나...?’하지만 그 강한 자존심에 메시지 한 통으로는 통하지 않을 사람이다.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켜 있는 사이,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윤하경은 그냥 그대로 강현우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진짜 일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배달앱을 켜 이것저것 재료를 주문하고 영상을 보며 몇 가지 요리를 배워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하지만 저녁을 다 차려도 강현우는 돌아오지 않았다.늦을 줄은 알았지만 너무 늦는 게 마음에 걸려 문자를 보냈다.[오늘 밤엔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18화

    차고 안은 휑하고 조용했다. 그런 공간 속에서 남자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윤하경의 귓가를 울렸다. 그녀는 별생각도 없이 울컥한 감정으로 강현우의 어깨를 있는 힘껏 깨물었지만 바로 후회했다.강현우의 어깨는 말도 안 되게 단단했고 그가 아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이가 먼저 아팠다.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강현우는 전혀 조심성 없이 윤하경을 침대 위로 내던졌다.침대 매트리스가 좋아서인지 다행히 아프진 않았다. 그런데도 괜히 억울한 감정이 올라와, 눈시울이 붉어졌다.이런 관계에서 자신과 강현우는 절대 평등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이 아팠다.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으며 비웃듯 말했다.“왜, 오건우한테 손 내밀고 나니까 이제 나랑 있는 게 서러워졌어?”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그 속에 담긴 위협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그런 사이 아니에요.”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촉촉한 눈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목을 한번 꿀꺽 삼켰다.“그래? 근데 왜 걘 너 입에서 내가 낯선 사람처럼 들리냐. 오건우, 마음에 들어? 다음은 그쪽 라인에 서보려고?”비아냥거리는 눈빛, 그녀를 조롱하는 말투.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결코 지지 않겠다는 듯 강현우를 노려봤다.“그런 적 없어요.”‘네가 다른 여자랑 밤을 보냈잖아. 왜 내가 비난을 받아야 해?’하지만 그건 절대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이었다.이 불균형한 관계에서 강현우는 어떤 말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자신은 아니었다.기껏해야 키우는 어장 속의 한 마리 물고기일 뿐인 질투할 자격조차 없었다.강현우는 그런 그녀의 턱을 더 세게 움켜쥐며 비꼬듯 말했다.“그래?”말꼬리를 길게 늘이는 그의 어조엔, 전혀 믿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리고 바로, 또다시 입술이 덮쳐졌다.윤하경은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지만 강현우는 한 손으로 그녀를 쉽게 끌어당겨 거리를 없앴다.“하지 마...”그녀의 미약한 저항은, 결국 아무 의미도 없었고 참다못한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17화

    이곳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강현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지만 윤하경은 미칠 듯이 창피했다.“놔요! 당장 내려놔요!”그녀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소리쳤다.이런 꼴을 남들이 보면 강현우는 바람기 많은 남자로 비칠 것이고 자신은 뭐가 될지 뻔했다.아무래도 아까 말이 너무 심했나 보다. 강현우는 얼굴이 새까맣게 굳어 있었고 행동 하나하나가 거칠기 그지없었다.그녀를 차 뒷좌석에 던져 넣을 때는 문에 머리를 부딪칠 뻔했다.막 뭐라 하려던 찰나, 강현우가 그대로 따라 타더니 굳은 얼굴로 운전석의 민진혁에게 출발해라고 냉정하게 명령했다.윤하경은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강현우를 쳐다봤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의 차가운 분위기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고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잠시 후, 강현우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고 차 안은 곧 연기로 가득 찼다. 윤하경은 아무 생각 없이 숨을 들이쉬다가 그대로 기침이 터졌다.그녀의 그런 모습을 본 강현우는 뜻 모를 표정을 짓더니 느긋하게 웃었고 그 웃음이 오히려 더 소름 끼쳤다.“싫어?”그가 갑작스레 물었다.윤하경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현우가 불쑥 몸을 기울였다. 남자의 향수 냄새와 담배 연기가 뒤섞여 윤하경의 코를 파고들었다.그녀는 당황해서 몸을 움찔했지만 강현우는 그녀에게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길고 날렵한 손가락으로 담배를 집은 채,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물고 들어왔다.입 안 가득 밀려드는 담배 연기에 윤하경은 숨이 막혔다.기침을 하려 했지만 강현우는 놓아주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고 거칠게, 그녀의 입안을 훑었다.도저히 밀쳐낼 수도 없었고 그저 그가 원하는 대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강현우는 원래 이런 쪽에서 압도적으로 강한 사람이었지만 이번엔 분명 어딘가 달랐다. 입술 사이로 전해지는 그의 분노, 감춰지지 않았다.“으응... 그만... 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그녀의 거절을 막듯 입을 더 세게 눌렀고 오히려 도발처럼 느껴졌는지 더 격해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16화

    오건우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손에 들고 있던 펜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하경 씨, 너무 마음에 담지 마세요. 저는 그저 파트너 입장에서 선의로 조언한 것뿐입니다.”그 말에 윤하경은 속으로 헛웃음을 쳤다.마치 본인이 대단한 호의라도 베푼 사람인 양 굴다니.윤하경도 계약서를 받아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써넣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오 대표님. 일과 관련된 부분은 저희 한빛 그룹에서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겁니다.”그리고 살짝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조용히 덧붙였다.“하지만 그 외의 사적인 일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자신이 너무 나선 거 아니냐는 말을 에둘러 한 것이었지만 오건우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윤하경은 순간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졌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마침 그때, 강현우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왔고 말없이 자리에 앉아 윤하경을 바라봤다. 그 시선엔 도무지 무슨 감정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었다.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 오건우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계약 세부 조율은 다음에 우리 팀끼리 별도로 회의 잡죠.”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시죠.”오건우가 나간 후, 윤하경도 자리를 뜨려는 찰나 갑자기 누군가가 손목을 확 낚아챘다.다음 순간, 그녀는 그대로 따뜻한 품에 안겨버렸고 그 품의 주인은 말할 것도 없이 강현우였다.“놔요.”윤하경은 불쾌한 얼굴로 강현우를 올려다보며 말했고 강현우는 코웃음을 치며 비꼬듯 물었다.“안 친하다고?”그제야 윤하경은, 아까 오건우와의 대화를 강현우가 문밖에서 들었단 걸 눈치챘다.그의 눈빛이 자신을 향해 매섭게 꽂히자, 괜히 눈길을 피하게 됐다.“그럼 말해봐. 내 몸 중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데가 어디야? 좋은 기회니까, 다시 자세히 알아보자고.”“...”윤하경은 말이 막혔다.강현우는 늘 이런 식이었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15화

    “쳇, 누가 알아.”“내 생각엔 강현우 쪽일 듯.”“그럼 난 오건우에 건다. 2천만. 뱅커는 누구?”“내가 할게!”그렇게 불과 몇 분 만에 현장에서 즉석 내기가 시작됐다.윤하경은 흘깃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두 남자의 승부는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장난처럼 시작된 말타기였지만 지금은 마치 서로 절대 지지 않겠다는 오기처럼 느껴졌다.심지어 윤하경은 오건우의 말이 강현우 쪽으로 일부러 들이받으려는 걸 목격했다.그 순간, 심장이 목까지 뛰어올랐다.하지만 다행히도, 강현우는 노련하게 방향을 틀며 매끄럽게 피했고 오히려 더 빠르게 가속해 결승선을 향해 달려갔다.속도는 거의 비슷했다. 강현우가 간신히 반 마신 정도 앞서고 있는 상황이고 결승선까진 이제 몇십 미터 남짓했다.윤하경의 손은 어느새 앞의 울타리를 꽉 붙잡고 있었다.“10, 9, 8... 3, 2, 1!”“강현우가 이겼다!”“내가 이겼어!”강현우에게 걸었던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모두가 들떠 있었지만 윤하경은 오히려 그 순간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강현우가 이기든 지든, 어차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그녀가 잠시 멍하니 있는 사이 강현우와 오건우가 말을 몰고 자신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오건우가 먼저 말에서 내려 웃으며 말했다.“생각보다 강 대표님, 말도 잘 타시네요. 사업뿐만 아니라 말솜씨도 대단하신데요?”강현우도 말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었고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지만 여전히 표정은 여유로웠다.“오 대표님도 만만치 않으셨죠.”윤하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강현우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축하한다고 짧게 말했다.그리고 시선을 돌려 오건우를 바라봤다.“오 대표님, 오늘 계약 얘기하신다더니... 서명은 하실 건가요?”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하지만 오건우는 그녀의 바람을 무시하듯 시계를 보며 말했다.“마침 점심시간이네요. 밥 먹으면서 얘기하죠.”당장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는 엄연히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14화

    오건우의 말은 의도가 너무도 분명했다. 그러자 강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왜요, 오 대표님도 한번 해보고 싶으신가요?”순간 윤하경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어젯밤? 아가씨? 그럼 어젯밤, 강현우가 다른 여자랑 있었다는 말인가?’숨이 턱 막혔지만 곧 윤하경은 정신을 다잡았다. 애초에 그와 자신은 명확하게 서로 필요해서 얽힌 사이였을 뿐인데 자기가 이런 감정을 느낄 자격이 있긴 한가?윤하경은 속으로 자신을 비웃으며 애써 웃음을 되찾았지만 그 미소는 더 이상 진심이 담긴 웃음은 아니었다.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오건우를 바라봤다.“두 분 다 이렇게 기분이 좋으신데... 제가 구경 좀 하면 안 될까요? 한번 붙어보시는 건 어때요?”오건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좋죠. 강 대표님은 어떠신가요?”강현우도 짧게 웃었지만 그 눈빛은 싸늘하게 오건우를 꿰뚫고 있었다.“오 대표님의 제안이라면 응하지 않을 수 없죠.”두 남자의 눈빛 사이에는 확실히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었다.그 기운을 느낀 윤하경은 괜히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럼 말을 고르시죠. 하경 씨도 같이 가시죠?”오건우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하경 씨의 안목이 남다르시던데 이번에도 도와주시면 제가 이기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요?”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운 좋게 한 번 맞힌 거예요. 이번엔 패스하겠습니다. 두 분 먼저 가세요. 전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가볍게 입꼬리를 올린 뒤, 그녀는 조용히 돌아섰다.강현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았고 그녀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서 있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오건우가 익살스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강현우는 눈빛이 차가워지며 피식 웃었다.“가시죠, 오 대표님.”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발을 옮겼다.윤하경은 혼자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서 있었다. 애초에 강현우와 어떤 미래가 있을 거란 기대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도, 어젯밤 그가 다른 여자와 있었다는 걸 직접 들으니 가슴이 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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