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59화

Author: 수박빙수
단 두 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의사는 두 차례나 위급 통지서를 내렸다.

소지연은 너무 놀라 울음조차 잊은 채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의료진의 노력 끝에 김미애는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진료를 마치고 나온 의사는 차갑게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환자는 얼마 전 큰 수술을 받았어요. 흥분하면 절대 안 되는 상태였는데, 가족들은 그런 걸 몰랐던 건가요?”

소지연은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결국 벽에 기대앉은 채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윤하경은 그런 지연을 바라보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 선생님, 앞으로는 저희가 더 신중히 조심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환자분 치료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치료비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의사는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

병실로 돌아온 뒤, 소지연은 여전히 넋이 나간 듯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윤하경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지금 이렇게 자책한다고 뭐가 달라져?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거야?”

소지연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면 어쩌라고. 안현주는 안씨 가문의 딸이야.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그 말에 하경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소지연의 말대로, 안현주 앞에서 소지연은 아무 힘도 없는 존재였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소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만 가봐. 엄마 옆엔 내가 있을게.”

윤하경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려던 순간, 소지연이 덧붙였다.

“오늘만큼은 엄마랑 단둘이 있고 싶어.”

그 말에 윤하경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알겠어. 내일 다시 올게.”

윤하경은 병원을 나와 차에 올라탔고 결국 참지 못하고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 들었다.

원래 오늘은 임수연의 일로 기분이 좋았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그 기분도 사라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켜 스크롤을 내리던 중, 문득 한 게시물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놀랍게도, 유호천이 게시물을 올린 것이다.

사진 속 배경은 어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60화

    우지원은 그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윤하경은 그의 표정을 보고 단박에 알아챘다.‘또 쓸데없는 상상을 하고 있구나.’“유호천 씨 찾으러 왔어요. 어디 있는지 안내해 줘요.”우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분... 왜 찾으시려는 건가요? 비록 우리 대표님의 사촌이긴 해도 대표님만큼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헛소리 그만해요.”윤하경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강현우는 그렇게 과묵한데, 왜 이런 애를 부하로 두는 건지...'.“우지원 씨. 저번에 한밤중에 저 불러내 놓고 빚졌다고 했던 거 기억하죠? 그런데 지금 이 정도도 못 도와주겠다는 건가요?”우지원은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따라오세요.”그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슬쩍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 문자를 보냈다.윤하경은 그걸 알아채지 못한 채 그를 따라갔다.‘헤븐'의 어두운 복도는 여전히 불길했지만 윤하경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구불구불한 복도를 지나 우지원은 한 룸 앞에서 멈춰 섰다.“오늘 그분, 기분이 별로라 혼자 있고 싶다고 하셨어요. 정말 들어가실 건가요?”“됐고, 그만 가요.”더는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아 윤하경은 단숨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어두운 조명 속, 술병과 담배꽁초가 널브러진 가운데 유호천이 홀로 앉아 있었다.그는 마치 모든 걸 잃은 사람처럼 축 늘어져 있었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손에 쥔 술병을 그대로 던졌다.그 술병은 정확히 윤하경을 향해 날아왔고 뒤따라 들어오던 우지원이 황급히 그녀를 끌어당겼다.우지원의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윤하경이 여기서 다치기라도 하면... 대표님이 날 어떻게 벌을 줄지 상상도 안 가네.’“여자분한테 이렇게 대하는 게 말이 됩니까?”유호천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윤하경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아, 윤하경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61화

    방 안으로 들어온 건 바로 안현주였다.기세등등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던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하경을 훑어보며 비아냥댔다.“또 그 낯짝 두꺼운 친구 대신 고자질하러 온 거예요?”거칠고 모욕적인 말에 윤하경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말조심하세요.”“조심해야 할 건 그 여자죠. 당신 그 잘난 친구가 내 약혼자한테 기웃거리고 있는데, 내가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요?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당신네 쪽부터 조심시키세요.”윤하경은 이를 악물며 침착하게 대꾸했다.“안현주 씨. 당신이 지금까지 한 일들, 전부 불법이라는 거 알고 있죠?”하지만 안현주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그래서요? 그게 뭐 어떻다는 건데요?”그 뻔뻔한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걸 억누르며 윤하경이 낮게 말했다.“좋아요. 그럼 우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시죠.”그녀는 등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않아 안현주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를 붙들었다.“잠깐.”윤하경이 멈춰서서 돌아보는 순간, 안현주는 차가운 술을 윤하경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었다.“강현우를 등에 업었다고 해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요. 그 사람, 그냥 잠깐의 호기심으로 당신한테 관심 보인 거예요.”안현주의 눈빛엔 조롱과 경멸이 가득했다.“강현우 씨 맞선녀가 벌써 경성에 도착했단 얘기 못 들었나 보죠? 얼마 안 가서, 당신도 버려지겠네요. 쓰레기처럼.”윤하경의 온몸은 술로 흠뻑 젖었다. 머리부터 가슴까지 흐르는 액체가 그녀의 자존심까지도 타고 흘러내렸다.모욕감에 치를 떨며 반격하려는 찰나, 그녀의 뒤로부터 따뜻한 온기가 다가왔다.안현주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고 목소리가 엉겼다.“강...”그 순간,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강현우가 등장했다.“말은 잘하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더듬어요?”윤하경이 놀란 듯 뒤돌자, 그의 날카로운 턱선이 시야에 들어왔다.안현주는 입술을 달싹이며 식은땀을 흘렸다.‘혹시... 내가 한 말 전부 들은 건가?'그녀는 다급히 태세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화

    경성 상류층 사람들은 윤하경이 구지호에게 목숨 걸고 매달리는 순정파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한밤중에 몸에 꼭 맞는 섹시한 슬립 드레스를 입고 강현우가 묵고 있는 호텔 방을 두드렸을 때, 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물었다.“구지호가 알면 어쩌려고?”윤하경은 코웃음을 치며 그의 목을 감싸안고 대담하게 입을 맞췄고 과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그의 입술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담배 향이 이상하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경성 상류층 사람들은 강현우가 여자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윤하경이 그를 선택한 이유도 분명했다.첫째, 강현우는 구지호보다 훨씬 강력한 인물이었고 구지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둘째, 강현우는 여자를 오래 곁에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곁에 머무는 여자는 길어야 한 달이다.구지호가 자신과 이복동생 윤하연과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윤하경은 주저 없이 강현우를 찾아왔다.구지호는 윤하경이 자신을 떠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믿음을 깨뜨릴 차례였다.‘나는 너 없이도 잘 살아!’강현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방 안으로 그녀를 끌어들였다. 문이 닫히고 그는 윤하경을 문에 밀어붙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후회하지 마.”“현우 씨, 뭐 이렇게 질질 끌어요? 진짜...”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그녀의 입술을 막으며 그대로 침대 위로 그녀를 던졌다.그 순간, 윤하경은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강현우는 이 방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능숙했고 처음의 고통을 제외하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생각보다 좋은데?’다만 이상했던 건, 여자와의 경험이 많다고 소문난 강현우가 이 밤만큼은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었다는 점이었다. 두 시간 동안 사랑을 나눈 윤하경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던 강현우는 침대 한쪽을 가리키며 물었다.“첫 경험이야?”믿지 못하겠다는 그의 말투에 윤하경은 차갑게 웃었다.“걱정하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화

    윤하경은 핸드폰을 들어 소지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경아, 설마 구지호랑 끝까지 간 거야? 첫 경험은 결혼할 때까지 남겨둔다고 하지 않았어?]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누가 구지호라고 했어? 다른 남자가 없을 것 같아 보여?]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소지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진짜야? 윤하경, 대단한데?”
소지연의 흥분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터져 나왔다.
“그 구지호 같은 쓰레기를 네가 차버렸다니! 역시 내 친구!”누가 봐도 구지호가 형편없는 남자라는 건 다 알고 있었다.
 윤하경도 예전에 그에게 푹 빠졌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를 믿고 사랑했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그래. 내가 구지호를 찼어. 그렇게 소문내줘.”
윤하경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구지호는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이었기에 윤하경은 그를 망신 주고 싶었다.“근데 그 남자는 누구야?” 
윤하경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답했다.
“옷 갈아입고 회사에서 얘기하자.”
“알았어. 그런데 오늘 중요한 고객 만나는 날이니까 빨리 와.”전화를 끊고 호텔을 나선 윤하경은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어젯밤, 그녀는 차를 가져오지 않고 택시를 타고 왔었다.
 시계를 보니 이 시간에 택시를 잡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난감해하며 고민하던 순간, 익숙한 검은색 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췄다.
 천천히 내려가는 창문 너머로 강현우가 보였고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차 안 가져왔어?”
윤하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 택시를 부르면 되겠네. 난 먼저 간다. 잘 있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몰고 떠났다.“뭐야, 진짜?”
윤하경은 멀어져가는 차를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발치에 있던 돌멩이를 발로 세게 차며 혼잣말했다.
“남자는 다 똑같아. 할 일 끝나면 모른 척.”윤하경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예상치 못했던 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구지호와 윤하연이었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화

    구지호는 쓰러질 듯한 윤하연을 서둘러 부축했다. 
윤하경은 꼴도 보기 싫어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거실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윤수철이 소리를 질렀다.
“윤하경! 당장 돌아와! 그 남자는 대체 누구야?!”‘역시. 우리 아버지는 늘 내 잘못만 본다니까.’윤하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구지호와 윤하연이 서로 껴안고 있는 걸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을 땐 마치 귀머거리가 된 사람처럼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하지만 윤하경은 이제 그러려니 했다. 5년 전, 계모와 윤하연이 이 집에 들어온 후에 이곳은 그녀에게 더 이상 ‘집’이라는 존재가 아니었다.
 다만 엄마의 물건들이 이 사람들 손에서 망가질까 봐 참으며 머물고 있었을 뿐이었다.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선 윤하경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가 책상에 서류를 올려놓을 때쯤, 소지연이 다가왔다.
“하경아, 상대 회사 사람들이 왔어. 게다가 대표님이 직접! 우리 이번 프로젝트 진짜 중요한가 봐.”
소지연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특히 네가 직접 만나길 원한대. 잘해봐! 내가 다음 달 유럽 여행 갈 수 있을지는 네 손에 달렸어!”윤하경은 자신감 있게 회의실로 들어갔지만 문을 열고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잠시 발이 멈칫했다.
 그곳에 강현우가 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윤 대표님, 소문으로만 듣던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치 어젯밤의 일이 전혀 없었던 사람처럼, 냉정한 태도였다.윤하경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강 대표님께서 직접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그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연’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테마를 통해 귀사의 제품이 경쟁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를 부각할 계획입니다.”윤하경은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했다. 일에 몰두한 그녀의 표정은 더욱 진지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화려한 이목구비에 눈가의 붉은 점은 그녀를 더욱 매혹적으로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화

    택시 안에서 윤하경은 거울을 꺼내 립스틱을 덧발랐다. 그러자 창백한 얼굴이 조금은 생기를 되찾았다.
30분쯤 지나, 택시는 화려한 불빛으로 빛나는 클럽 ‘옥타곤’ 앞에 멈췄다.
 하이힐을 신고 안으로 룸에 들어서자 안에는 남녀가 뒤섞여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방 안 공기는 담배 연기, 술 냄새, 그리고 강한 향수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찌를 정도였다.
 윤하경은 손으로 코를 가리며 가볍게 기침하고 안쪽을 둘러보며 온지우를 찾았다.하지만 온지우 대신, 그녀가 발견한 건 소파에 비틀거리며 누워 술을 마시고 있는 구지호였다.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잔을 연달아 들이켰다. 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욕했다.
‘재수 없게.’온지우가 구지호와 짜고 자신을 여기로 불렀다는 게 뻔히 보였다.
 기분이 상한 그녀는 돌아서서 나가려 했지만 구지호가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구지호의 흐릿하던 눈빛이 윤하경을 보자마자 선명해졌고 그는 휘청거리며 다가오더니 윤하경의 손을 붙잡았다.
“하경아, 가지 마. 우리 얘기 좀 하자.”“얘기할 게 없어.”
윤하경은 차갑게 대꾸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불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구지호는 손을 놓지 않고 애원했다.
“하경아, 내 말 좀 들어봐. 나랑 윤하연은 그런 사이가 아니야. 걔가 먼저 나한테 접근한 거야.”“그만해.”
윤하경은 그의 말을 끊고 쏘아붙였다.
“책임을 여자한테 떠넘기는 게 남자라고 생각해? 윤하연이 잘못했다면 너도 똑같아. 둘 다 한심하다고.”구지호는 그녀의 날 선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평생 남에게 비난받아 본 적이 없었고 게다가 늘 자신을 쫓아다니던 윤하경에게 이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구지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내가 이렇게 사과했으면 됐잖아. 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 정말 약혼을 깨겠다는 거야?”
그는 화가 난 듯 말을 이었다.
“하경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매달렸는지 잊었어? 네가 그렇게 애원해서 내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5화

    “죄송합니다. 두 분 대화를 엿들은 건 아니에요.”
강현우는 코끝을 한번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윤하경과 구지호 사이를 지나치려 했지만 윤하경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강현우의 팔을 당기며 구지호를 향해 말했다.
“어제 내가 누구랑 있었는지 알고 싶다며? 바로 이 사람이야.”윤하경의 말에 구지호의 창백하던 얼굴이 순간 굳어졌지만 이내 흘깃 웃으며 강현우를 향해 말했다.
“강 대표님, 죄송합니다. 하경이가 잠시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 같네요. 먼저 들어가서 술 한잔하시죠.”강현우는 상류층에서도 가장 손대기 어려운 인물로 통했다.
 그의 집안은 재력과 권력 모두 독보적이었고 젊은 나이에 이미 가문 기업의 실권을 쥐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농담을 건네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고 윤하경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후회했다.‘어젯밤 함께 잤는데 이 작은 부탁도 못 들어주나?’그때 구지호가 말했다.
“하경아, 네가 나를 화나게 하고 싶어 하는 건 알겠어. 하지만 강현우를 끌어들이는 건 위험해.”그 말을 들은 강현우가 걸음을 멈췄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구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구 대표님의 말은 제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뜻인가요?”구지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그가 어색하게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순간, 강현우는 윤하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 끝났으니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윤하경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갈까요?”구지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현우는 평소 누군가의 일에 끼어드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런 그가 윤하경을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다니.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구지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결국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옆 벽에 주먹을 내리쳤다.강현우는 블랙 마이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6화

    소지연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뭐 어때? 안 되면 말지. 우리한테 고객이 그 사람 하나뿐이 아니잖아. 천천히 하면 돼.”윤하경은 한숨을 내쉬며 뒷좌석에 몸을 깊숙이 기대었다. 겉으로는 언제나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가끔 모든 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 그녀는 자신을 철옹성처럼 단단히 감싸며 살아왔다. 조금이라도 약해 보이면 누군가 틈을 타 자신을 짓밟아 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그녀는 언제나 전투태세를 갖춘 닭처럼,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고 평소라면 윤수철은 벌써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다.하지만 오늘 윤수철은 소파에 단정히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윤하경은 그를 못 본 척 지나치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았다.“어디 갔다 온 거야? 왜 이렇게 늦었어?”윤하경은 돌아서며 쏘아붙였다.“갑자기 왜 저한테 관심을 가지세요?”엄마가 살아있던 시절, 윤수철은 괜찮은 아버지였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계모와 윤하연이 이 집에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부녀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였고 지금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윤수철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했지만 평소와 달리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하경아, 여기 앉아봐. 할 얘기가 있어.”그의 부드러운 말투는 오랜만이라 더 의심스러웠지만 무슨 말을 꺼낼지 궁금해 얌전히 소파에 앉았다.윤수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본론을 꺼냈다.“하경아, 우리 가문이 여기까지 오는데 쉽지 않았어. 그런데 말이다... 네 엄마가 남긴 물건 좀 나한테 줄 수 없겠니?”그 말에 윤하경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졌다.“그건 절대 안 돼요.” 그녀는 단호하게 외쳤다.“그건 엄마가 저에게 남긴 유일한 유산이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드릴 수 없어요!”엄마가 남긴 건 열쇠 하나였다. 하지만 그 열쇠는 그녀가 스물네 살이 되기 전까지 열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엄마의 가장 소중한 물건을 보관한 상자의

Latest chapter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61화

    방 안으로 들어온 건 바로 안현주였다.기세등등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던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하경을 훑어보며 비아냥댔다.“또 그 낯짝 두꺼운 친구 대신 고자질하러 온 거예요?”거칠고 모욕적인 말에 윤하경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말조심하세요.”“조심해야 할 건 그 여자죠. 당신 그 잘난 친구가 내 약혼자한테 기웃거리고 있는데, 내가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요?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당신네 쪽부터 조심시키세요.”윤하경은 이를 악물며 침착하게 대꾸했다.“안현주 씨. 당신이 지금까지 한 일들, 전부 불법이라는 거 알고 있죠?”하지만 안현주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그래서요? 그게 뭐 어떻다는 건데요?”그 뻔뻔한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걸 억누르며 윤하경이 낮게 말했다.“좋아요. 그럼 우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시죠.”그녀는 등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않아 안현주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를 붙들었다.“잠깐.”윤하경이 멈춰서서 돌아보는 순간, 안현주는 차가운 술을 윤하경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었다.“강현우를 등에 업었다고 해서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요. 그 사람, 그냥 잠깐의 호기심으로 당신한테 관심 보인 거예요.”안현주의 눈빛엔 조롱과 경멸이 가득했다.“강현우 씨 맞선녀가 벌써 경성에 도착했단 얘기 못 들었나 보죠? 얼마 안 가서, 당신도 버려지겠네요. 쓰레기처럼.”윤하경의 온몸은 술로 흠뻑 젖었다. 머리부터 가슴까지 흐르는 액체가 그녀의 자존심까지도 타고 흘러내렸다.모욕감에 치를 떨며 반격하려는 찰나, 그녀의 뒤로부터 따뜻한 온기가 다가왔다.안현주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고 목소리가 엉겼다.“강...”그 순간,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강현우가 등장했다.“말은 잘하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더듬어요?”윤하경이 놀란 듯 뒤돌자, 그의 날카로운 턱선이 시야에 들어왔다.안현주는 입술을 달싹이며 식은땀을 흘렸다.‘혹시... 내가 한 말 전부 들은 건가?'그녀는 다급히 태세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60화

    우지원은 그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윤하경은 그의 표정을 보고 단박에 알아챘다.‘또 쓸데없는 상상을 하고 있구나.’“유호천 씨 찾으러 왔어요. 어디 있는지 안내해 줘요.”우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다시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분... 왜 찾으시려는 건가요? 비록 우리 대표님의 사촌이긴 해도 대표님만큼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헛소리 그만해요.”윤하경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강현우는 그렇게 과묵한데, 왜 이런 애를 부하로 두는 건지...'.“우지원 씨. 저번에 한밤중에 저 불러내 놓고 빚졌다고 했던 거 기억하죠? 그런데 지금 이 정도도 못 도와주겠다는 건가요?”우지원은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고 있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따라오세요.”그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슬쩍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 문자를 보냈다.윤하경은 그걸 알아채지 못한 채 그를 따라갔다.‘헤븐'의 어두운 복도는 여전히 불길했지만 윤하경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구불구불한 복도를 지나 우지원은 한 룸 앞에서 멈춰 섰다.“오늘 그분, 기분이 별로라 혼자 있고 싶다고 하셨어요. 정말 들어가실 건가요?”“됐고, 그만 가요.”더는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아 윤하경은 단숨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어두운 조명 속, 술병과 담배꽁초가 널브러진 가운데 유호천이 홀로 앉아 있었다.그는 마치 모든 걸 잃은 사람처럼 축 늘어져 있었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손에 쥔 술병을 그대로 던졌다.그 술병은 정확히 윤하경을 향해 날아왔고 뒤따라 들어오던 우지원이 황급히 그녀를 끌어당겼다.우지원의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윤하경이 여기서 다치기라도 하면... 대표님이 날 어떻게 벌을 줄지 상상도 안 가네.’“여자분한테 이렇게 대하는 게 말이 됩니까?”유호천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윤하경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아, 윤하경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59화

    단 두 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의사는 두 차례나 위급 통지서를 내렸다.소지연은 너무 놀라 울음조차 잊은 채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다행히도, 의료진의 노력 끝에 김미애는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하지만 진료를 마치고 나온 의사는 차갑게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환자는 얼마 전 큰 수술을 받았어요. 흥분하면 절대 안 되는 상태였는데, 가족들은 그런 걸 몰랐던 건가요?”소지연은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결국 벽에 기대앉은 채 중얼거렸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윤하경은 그런 지연을 바라보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의사 선생님, 앞으로는 저희가 더 신중히 조심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환자분 치료에 최선을 다해 주세요. 치료비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의사는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병실로 돌아온 뒤, 소지연은 여전히 넋이 나간 듯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윤하경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지금 이렇게 자책한다고 뭐가 달라져?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거야?”소지연은 씁쓸하게 웃었다.“아니면 어쩌라고. 안현주는 안씨 가문의 딸이야. 내가 뭘 할 수 있겠어.”그 말에 하경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소지연의 말대로, 안현주 앞에서 소지연은 아무 힘도 없는 존재였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소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만 가봐. 엄마 옆엔 내가 있을게.”윤하경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려던 순간, 소지연이 덧붙였다.“오늘만큼은 엄마랑 단둘이 있고 싶어.”그 말에 윤하경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알겠어. 내일 다시 올게.”윤하경은 병원을 나와 차에 올라탔고 결국 참지 못하고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 들었다.원래 오늘은 임수연의 일로 기분이 좋았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그 기분도 사라졌다.그녀는 핸드폰을 켜 스크롤을 내리던 중, 문득 한 게시물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놀랍게도, 유호천이 게시물을 올린 것이다.사진 속 배경은 어느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58화

    윤하경은 입술을 꼭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 지연이는 정말 아무 잘못 없어요. 누구의 내연녀도 아니고요."그녀는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김미애를 진정시키려 했지만,김미애는 흥분한 채 윤하경을 밀쳐내며 테이블 위에 놓인 사진을 가리켰다.“이걸 보고도 아직 그런 말이 나와? 이 사진들을 보라고!”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사진을 바라봤다.사진 속에는 소지연과 유호천이 마치 껴안고 있는 듯한 장면이 찍혀 있었다.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곧바로 소지연을 바라봤다.소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우린 정말 그런 사이 아니야. 난 그냥 부축했을 뿐이야.”소지연의 말을 윤하경은 믿을 수 있었다.윤하경은 그 말을 믿을 수 있었다.지연은 단순한 구석은 있었지만, 남자에게 쉽게 빠질 인물은 아니었다.더군다나 유호천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친구인 자신을 속일 이유도 없었다.과거 윤하경이 구지호와 사귀었을 때, 소지연은 옆에서 수없이 그녀에게 남자에게 너무 빠지지 말라고 나무랐었다.‘그런 지연이가 내연녀일 리 없어.'윤하경이 돌아서서 김미애를 차분하게 설득하기 시작했다.윤하경은 차분히 돌아서 김미애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어머님, 이 사진들만 봐선 절대 어머님 말씀처럼 단정 지을 수 없어요. 지연이도 분명히 아니라잖아요. 따님의 말을 믿어주세요.”“남의 말에 너무 휘둘리시면 안 돼요.”소지연은 머리가 복잡해 어찌 설득해야 할지 몰랐고,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난 정말 그런 적 없어. 정말이에요, 엄마. 제발 믿어줘요.”하지만 김미애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확신에 찬 듯한 표정으로 딸과 윤하경을 문밖으로 밀어내더니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엄마, 이 문 좀 열어봐요! 진짜 그런 사이 아니에요!”소지연은 울먹이며 문을 두드렸고 윤하경은 그런 그녀를 껴안아 진정시켰다.“어머님 지금 너무 화가 나신 것 같아. 조금만 기다려보자, 응?”눈물범벅이 된 소지연의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57화

    임수연이 윤씨 집안에서 판을 치며 날뛴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이번엔 간신히 그녀의 약점을 쥐게 된 이상, 반드시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다시는 기회를 잡지 못하도록, 완전히 짓눌러버려야 했다.그래서일까, 윤하경은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녀는 가방에서 두툼한 현금을 꺼내 유 집사에게 건넸다.“이건... 감시하는 사람에게 주는 수고비예요.”유 집사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 사람이었다. “하경 씨,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드릴게요.”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인 뒤, 높은 굽의 힐을 신고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조금 전, 소지연과 통화할 때 분명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목소리 끝에 떨림이 있었고 울고 있는 게 분명했다.오랜 친구였기에 윤하경은 소지연이 조금만 달라져도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그래서 곧장 차를 몰았다.집에서 병원까지 보통 40분 거리였지만 30분도 안 되어 도착했다.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소지연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무슨 일이야?”윤하경은 그녀 옆에 앉으며 물었다.“무슨 일 생긴 거야?”소지연은 훌쩍이며 말했다.“하경아... 나, 같이 집에 좀 가주라.”윤하경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어머니... 무슨 일 생긴 거야?”그녀도 바보는 아니었다. 소지연은 멀쩡해 보였고 집에 가자는 말을 하는 걸 보니 틀림없이 소지연의 엄마 쪽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윤하경은 더 묻지 않고 조용히 소지연을 부축해 병원을 나섰다.집으로 가는 내내 차는 속력을 높였고 도착했을 땐 이미 집 안이 아수라장이었다.온 집안이 엉망진창이었고 마치 도둑이라도 들었던 것처럼, 모든 물건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소지연의 어머니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두 눈은 허공을 바라본 채, 생기라고는 없었다.“엄마...”그 말에 정신을 차린 소지연의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딸을 바라봤다.소지연의 손에 감겨 있는 붕대를 보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56화

    “나가라고 했지 못 들었어?!”윤수철의 고함이 터지자, 그 기세에 눌려 극심한 기침까지 쏟아졌다.윤하연은 더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그가 ‘쾅’ 소리를 내며 서재 문을 닫고 나서야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몸을 겨우 일으켰다.예전까지만 해도 그런 수모는 늘 윤하경의 몫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 모든 게 자신에게 돌아오니 이토록 아플 줄은 몰랐다.입술을 꾹 깨문 채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돌아서자마자 윤하경의 비웃음 섞인 시선과 마주쳤다.윤하연은 이를 악물며 다가와 콱 소리를 내고 물었다.“이제야 속이 시원해?”“내가 아빠한테 맞는 거 보니까 아주 기분 좋지?”윤하경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말 안 해도 알겠구먼.”윤하연은 이를 악물더니 입술은 터져 피가 맺혀 있었고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그런 얼굴로, 의기양양하게 윤하경에게 외쳤다.“넌 진짜, 악독해.”그 말에 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찍었다.그러자 윤하연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뭐 하는 거야?”윤하경은 핸드폰을 흔들며 유쾌하게 웃었다.“악독해도, 너처럼 악마 같진 않거든. 내가 너라면 당장 방구석에 처박혀서 아무도 못 보게 숨었을 거야.”사실 윤하연은 외모 자체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저 적당히 단아하고 얌전한 이미지이지만 지금 이 몰골은 딱 사람 놀라게 할 만한 수준이었다.윤하연은 뺨을 붉히며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이번엔 더는 덤벼들지 않았다.윤하경이랑 붙어봤자 이득은커녕, 손해만 늘어나고 괜히 윤수철의 눈 밖에 나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결국 이를 갈며 굽 높은 구두 소리만 요란하게 남긴 채, 그녀는 위층을 내려갔다.윤하경은 그 뒷모습을 흘끗 보고 미소를 짓다가 다시 서재 쪽을 흘끔 바라봤다가, 시선을 내리깔았다.윤수철이 지금 어떤 심정일지 잘 알고 있었다.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고 그 진실을 딸의 손에 들킨 상황. 그건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서 수치심과 자괴감까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그런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55화

    윤하경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땅에 쏟아진 닭고기 국수를 바라봤다. 잠시나마 감정의 파문이 스치듯 일었다.그녀는 짧게 숨을 고르며 지금 당장 윤하연의 뺨을 올려 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누르더니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말했다.“사람 말 못 알아듣겠으면 다시 태어나서 인간 교육부터 받아? 이따위로 창피한 짓 하느니 그냥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윤하연은 이를 악물고 윤하경을 노려봤고 그 여유로운 표정이 더 얄밉고 괘씸했다.“윤하경, 시치미 떼지 마. 오늘 일, 네가 한 짓 맞잖아. 당장 말해. 우리 엄마 어디로 보냈어?”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이 바보는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구나.’“그렇게 네 엄마 걱정하기 전에 먼저 네가 한빛 그룹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부터 해. 괜히 함께 쫓겨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아까 그릇 부순 거, 가격 꽤 나가거든? 나중에 물어주고 나가야 할지도 몰라.”윤하경의 톤은 가볍고 속도는 느긋했지만 말끝마다 날이 서 있었다.그러자 윤하연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냥... 아빠랑 엄마가 싸운 거잖아?” “왜 우리가 쫓겨나야 해?”윤하경은 그녀가 부르는 “아빠”라는 말에 어이없게 웃음이 났다. 자기보다 더 친근하게 부르니 참 볼만했다.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하면 그 사랑하는 사람의 것까지 아끼게 된다’는 말. 윤수철이 임수연을 얼마나 감싸고 돌았는지, 그 감정이 고스란히 윤하연에게도 이어졌던 것이다.하지만 앞으로 임수연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물론, 윤하연까지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는 윤수철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들었다. “내가 너한테 설명해 줘야 할 의무는 없어.”그리고 고개를 돌려 유 집사를 불렀다. “다시 만들어 주세요. 앞으로 음식 버리는 사람한텐, 밥 안 해도 돼요.”그러곤 윤하연을 싸늘하게 쳐다봤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소파로 돌아가 잡지를 펼쳤다.윤하연은 그런 윤하경을 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고 손이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54화

    어머니의 비참한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윤하경은 다짐했다. 임수연과 윤수철, 두 사람 모두 자기가 저지른 죗값을 치르는 걸 똑똑히 지켜볼 거라고러야 한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수연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발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경호원들에게 양팔이 붙들려 끌려왔다.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수연은 이제 윤하경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여보, 내 말 좀 들어봐요! 정말, 정말 내가 함정에 빠진 거라니까요! 날 믿어줘요.”어머니를 여읜 사람처럼 목 놓아 우는 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소파에 앉아 있던 윤하경은 너무 시끄러운 그 울음에, 손가락으로 귀를 툭툭 쳤다. 듣기 싫을 정도로 참 피곤한 소리였다.그렇게 울부짖는 임수연을 향해, 윤수철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잠시 후, 약을 챙겨 올라갔던 유 집사가 내려왔다고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미소가 어른거렸다.그녀는 등을 곧게 펴고 임수연을 붙잡고 있던 경호원들에게 말했다. “회장님 말씀입니다. 임 여사님은 뒷마당 지하실에 가두라고 하셨습니다.”그러곤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근데 한 명밖에 없네요?”경호원은 임수연을 힐끔 보며 말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땐, 이분 혼자였습니다.”유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처리하세요. 저는 회장님께 다시 보고드릴게요.”그녀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갔고 내려올 땐 아예 얼굴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리고 슬며시 윤하경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하경 씨,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 여자가 왜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진 거예요?”윤하경은 그녀를 힐끔 보고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유 집사님, 아는 게 너무 많으면 목숨이 위험해질 텐데요?”유 집사는 머쓱한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냥... 좀 신기해서요.”“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오늘 아직 끝난 게 아니니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53화

    “뭐라고요?” 윤하경은 어이가 없어 눈을 깜빡였다.자기 바람피운 아내에게 화낼 생각은 안 하고 바람 들킨 걸 알려준 딸한테 성질을 낸다고?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도무지 아빠라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윤수철은 거친 숨을 내쉬며 현장을 박차고 나갔다.잠시 방 안에 혼자 남은 윤하경은 방바닥에 무릎 꿇고 엉엉 울고 있는 임수연을 바라보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 그럼 전 이만 갈게요.”임수연은 거의 분노로 이성을 잃은 듯 옆에 있던 찻잔을 들어 윤하경을 향해 던졌다. “꺼져! 당장 꺼지라고!”더 이상 감정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 그녀의 눈에는 독기만이 가득했다. “너지? 너 아버지 데리고 온 거! 지난번 사진도 너지, 맞지?”윤하경은 무표정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줌마, 이 나이에 화내면 건강에 안 좋아요. 그러다 어디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벌써 조심하셔야죠.” 그녀의 말투는 한없이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조롱은 차갑기만 했다.임수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 너 앞으로 뭘 더 하려는 거야?” 그 말 한마디에 그녀는 뼛속 깊이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고 윤하경의 말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돌았다.하지만 윤하경은 더는 말을 섞을 생각이 없어 무심하게 발걸음을 돌리고 방을 나섰다.그녀와 윤수철이 모두 떠나고 나서야, 발코니 위에 숨어 있던 유한빈이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슬쩍 빠져나가려는 순간, 임수연이 재빨리 그의 팔을 잡아챘다.“어딜 가?” “그, 그냥 문 좀 닫으려고...” 유한빈은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했다.임수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지금 도망친다고 끝날 것 같아? 윤수철은 나뿐 아니라 너도 절대 가만 안 둘 거야.”유한빈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럼... 우리 그냥 도망칠까?” “도망?” 임수연은 비웃음을 흘렸다. “세상 끝까지 도망쳐도 쟤가 놓아줄 것 같아?” “해외로 가자고... 유럽 같은 데로..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