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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Author: 수박빙수
임청하는 움찔하더니 기어 나오는 소리로 말했다.

“마시면 마시는 거지.”

윤하연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

임청하를 설득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임청하가 다섯 번째 잔을 비우고 나서야 그녀는 손을 들어 임청하를 막았다.

“청하야, 그만해.”

윤하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건 나와 언니 사이 일이야. 너희와 아무 상관없어.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언니의 부성애를 빼앗았으니 마땅히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야.”

술 몇 잔을 마시자 임청하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술 트림을 하고 윤하연의 어깨를 두드렸다.

“윤하연, 넌 절대 윤하경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 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시집간 건 어른들의 일이야.”

“널 괴롭힌 건 윤하경이 잘못한 거야. 이건 전혀 다른 문제야.”

임청하는 호기롭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또 하경이가 널 괴롭히면 나를 찾아와.”

임청하처럼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을 보며 윤하경은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그녀는 냉소를 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하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윤하경을 돌아보고 말했다.

“언니, 남은 술은 내가 다 마실게. 언니가 나 용서해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자신의 입에 술 다섯 잔을 콸콸 부었다.

그리고 깨끗한 컵에 술을 가득 따라 윤하경에게 건넸다.

“이제 언니 차례야.”

“이 술을 마시고 나면 우리 전에 맺혔던 감정을 모두 푸는 거야. 응?”

윤하경은 윤하연이 건넨 술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언니?”

윤하연이 그녀를 다시 부르더니 겁에 질려 물었다.

“그래도 나 용서해주기 싫어?”

윤하경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윤하연이 오늘 이렇게 큰 판을 벌인 것이 대체 무엇 때문인지 정말 궁금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구지호의 일을 빼고 윤하연은 그녀에게서 이득을 취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구지호는 쓰레기였다. 그녀는 쓰레기마저 주워간 것이다.

대체 무슨 용기로 윤하연은 지금 그녀에게 도발하고 있을까?

두 사람은 그렇게 대치하고 있었다.

꼬박 몇 분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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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철은 표정을 굳힌 채 먼저 앞장서 걸었다.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 그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자신의 딸이 자신의 회사에 입사하는데 정작 본인은 마지막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윤하경이 외부의 힘을 이용해 회사에 들어왔다면 앞으로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순간 그녀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한빛 그룹에서 준비한 부대표 취임식은 상당히 성대했다. 마치 작은 연회를 연 듯, 최상층 사무실이 파티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중앙에는 와인 바와 핑거푸드가 놓여 있었고 윤수철이 이 새로운 부대표를 환영하기 위해 꽤 공을 들였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기현수가 단상에 올라 짤막한 인사와 함께 윤하경을 소개하고 마이크를 넘겼다. 윤하경은 자연스럽게 무대 위로 걸어나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눈빛은 여유로웠고 입꼬리는 가볍게 올라갔다. “한빛 그룹에서 일하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다들 오늘 와인 많이 즐기시고요.” 그렇게 짧고 간결한 인사 후, 윤하경은 무대를 내려왔다. 그리고 내려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윤하연은 취임식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 윤하경을 발견하면서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그녀는 곧 옆에 서 있는 기현수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 순간, 윤하연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그녀는 시선을 살짝 돌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뒤,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다가갔다. “아빠.” 그러면서 은근히 기현수에게 쳐다보며 웃었다. 하지만 윤수철은 예상치 못한 방문에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몸도 안 좋은데 왜 나왔어?” “오늘 부대표님 취임식이라면서요? 그래도 우리 회사 부대표님인데 제가 빠지면 좀 그렇잖아요.”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기현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윤하연이라고 합니다. 신임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7화

    기현수는 윤하경의 표정을 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왠지 모르게, 지금 그녀의 이 묘한 미소가 강현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떤 일이든 쉽게 넘어갈 것 같지 않은, 그런 표정이었다.하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그냥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며 애써 웃었다.“윤 부사장님 말씀대로죠.”그가 아무리 계약서에 이름을 올렸어도, 사실상 그는 그냥 얼굴마담에 불과했다.이 자리는 윤하경을 위한 것이었고 그는 단순히 그녀를 돕는 역할일 뿐이었다.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던 기현수는, 윤하경이 손목시계를 흘끗 확인하는 순간 긴장했다.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시간 됐네요. 이제 가죠.”그렇게 두 사람은 한빛 그룹으로 향했다.한빛 그룹에 도착하자, 윤하경은 건물 곳곳이 새로 단장된 듯한 것을 눈치챘다.깔끔하게 정리된 로비며 반짝거리는 대리석 바닥까지, 아무리 봐도, 오늘을 위해 꽤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아버지가 새로 오는 부대표를 위해 이 정도까지 준비하다니.’윤하경은 속으로 비웃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진짜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였다.과연 윤수철이 자신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녀는 기대가 됐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바로 눈앞에 윤수철이 서 있었고 그는 손을 내밀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어서 오...”하지만 그의 표정은 단 한 순간에 굳어버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사람이 윤하경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그의 얼굴이 마치 멈춘 듯 경직되었다.“네가 여길 왜 왔어?”목소리에는 분노가 스며들어 있었지만 윤하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왜긴요? 출근했죠.”그녀는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오늘부터 한빛 그룹에서 일하게 됐거든요.”윤수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내가 직접 너한테 회사 오라고 했을 때는 거절하더니 지금 와서 무슨 속셈이야?”그는 주변에 있던 임원들이 듣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쏘아붙였지만 윤하경의 얼굴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6화

    임수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친 윤하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엄마, 설마 밖에서 수상한 짓이라도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임수연은 마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날카롭게 반응했다. “네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이 모든 걸 누구를 위해 하고 있다고 생각해?” “날 위해서?” 윤하연은 비웃으며 팔짱을 꼈다. “나를 위해서라면서 내가 한빛 그룹 부대표 자리에 앉는 것도 못 도와주잖아.” “애초에 오늘 환영회도 원래는 나를 위한 자리여야 했어.” 그녀는 여전히 그 사실이 못마땅했다. “그건 네가 실력이 부족한 탓이지. 네가 확실한 성과만 냈어도, 네 아버지가 널 거절했겠어?” 모녀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고 곧 말다툼으로 번질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다 윤하연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끊었다. “됐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돈 없어. 나도 지금 빠듯해서 줄 게 없다고. 필요하면 아빠한테 직접 가서 받아.”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쾅 닫아버렸다. 임수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럼 네가 가진 주얼리라도 나한테 줘. 급한 불부터 끄게.” “뭐?” 윤하연은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엄마, 설마 내 주얼리를 팔 생각이야?” “사회에서 사람을 만나고 다니려면 격식은 차려야 하잖니.” 임수연은 필사적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야, 네가 날 좀 도와줘야 해. 안 그러면 우리 둘 다 한빛 그룹에서 쫓겨날 수도 있어.” 그녀는 윤하연의 손을 꽉 잡고 애원하듯 바라보았다. 오늘이 마지막 기한이었다. 100억을 채우지 못하면 곧 윤수철에게 그 수치스러운 영상과 사진이 넘어가게 된다. 이미 그녀는 지금까지 모은 재산을 거의 다 처분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몇십억 정도가 더 필요했다. 윤하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5화

    윤하경의 무심한 태도에 윤하연은 거의 뒤로 넘어질 뻔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열받게 할 수 있을까? 윤하경은 그녀를 보며 천천히 걸어와, 위아래로 훑어보듯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오늘은 또 하나 가르쳐 줄게. 바로 ‘인과응보’야. 네가 한 짓은 결국 네게 돌아오는 법이지. 그러니까, 다시 한번 해볼 테면 해봐.” 윤하경의 목소리는 가볍고 여유로웠지만 그 속에 깔린 냉소는 분명했다. “이번에도 교훈이 부족하다면 또 한 번 직접 느껴봐.”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그러면서 손을 뻗어 윤하연의 턱을 살짝 쥐었다. “죽고 싶으면 계속 날 건드려 봐.” 말을 마치고 윤하경은 가볍게 돌아서 계단을 내려갔다. 윤하연은 서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다 홧김에 발을 세게 굴렀다. 그때 마침 집안일을 하던 집사가 다가왔다. “하연 씨, 회장님께서 몸을 잘 추스르라고 하셨습니다.” 윤하연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시끄러워, 당장 샤워 준비해. 회사에 다녀올 거야.” “네? 지금이요?” 집사는 그녀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이 안 좋은데 회사에 가실 건가요?” 그 말에 윤하연의 표정이 확 바뀌었고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며 집사를 노려보았다. “내가 어떤 상태인데?” 그녀의 차가운 시선에 가정부는 움찔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집사는 황급히 욕실로 뛰어갔다. 윤하연은 이를 악물고 침착하려 애썼지만 속에서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녀는 손으로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아래층에서 몰래 올라오는 익숙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임수연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윤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임수연은 잠시 윤하연을 바라보다가, 흠칫 놀란 듯 물었다. “하연아, 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윤하연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4화

    의사의 말은 마치 날벼락처럼 윤수철을 강타했다. 그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책상을 쾅 내려치며 벌떡 일어섰다. “네?” 임 의사는 그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 “윤 회장님께서 제 진단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다른 의사를 불러서 다시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그 말에 윤수철은 마치 힘이 빠진 듯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건 그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도 훨씬 더 끔찍했다. 그의 덩치 큰 몸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듯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윤수철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잠깐만요.” 그는 서랍을 열어 돈을 두툼하게 꺼내, 방금 전의 봉투까지 보태어 임 의사의 손에 쥐여주었다. “임 의사님, 이 일은 철저히 비밀로 해주세요.” 임 의사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많은 재벌가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이런 일도 처음 겪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윤 회장님. 저는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한 뒤, 임 의사는 방을 나갔고 이제 방 안에는 윤수철 혼자 남았다. 그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윤하경은 그 시간, 세상 편하게 단잠을 자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윤하경이 개운한 얼굴로 식탁에 앉았을 때, 윤수철은 이미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윤수철을 단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윤수철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네 동생이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했는데 네가 언니로서 전혀 걱정되지도 않아?” “걱정?” 윤하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말했다. “당연히 걱정되죠.” 그녀의 말투는 전혀 진지하지 않았다. 그 태도에 윤수철은 이를 악물었고 화가 난 듯 젓가락을 탁 내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3화

    “너 대체 우리 윤씨 가문을 온 경성의 웃음거리로 만들 셈이냐?”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손이 허공을 가르며 윤하경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윤하경은 이미 익숙한 듯 가볍게 몸을 틀어 피했고 대신 그녀의 손이 뻗어 윤하연을 거칠게 끌어당겼고 망설임 없이 손바닥을 크게 휘둘렀다. “아버지가 묻고 계셔. 넌 윤씨 가문이 경성의 화제가 되길 바라는 거야?” 윤하연은 손바닥이 얼굴에 닿는 순간 충격에 얼어붙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윤수철 또한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화를 터뜨렸다. “내가 너한테 말한 거야!” 그러나 윤하경은 콧방귀를 뀌며 무심하게 대꾸했다. “아니 참 이상하네요? 집안이 창피해지는 게 싫다면 몸을 이렇게 만든 딸이 창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히려 그에 대해 따지고 드는 저를 창피해하시는 거 보면 혹시라도 아빠 머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신 건 아니겠죠?”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윤수철의 얼굴을 훑었다. “확실히 검사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그녀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윤수철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지만 윤하경의 말에는 반박할 틈이 없었어 노기가 가득한 얼굴로 소리쳤다. “유 집사, 당장 이 아이를 방으로 데려가!” 그동안 조용히 지켜보던 유 집사가 황급히 나섰다. “하경 씨, 이제 그만 올라가서 쉬세요. 밤이 늦었잖아요.” 윤하경은 굳이 더 붙잡고 싸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가볍게 혀를 차며 뒤돌아서는 순간, 뭔가 미련이 남은 듯 되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더 싸워볼 의지가 가득했다. 그러나 유 집사의 강한 손길에 이끌려 억지로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윤수철과 윤하연만 남았다. 윤하연은 뺨이 화끈거렸고 온몸이 욱신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윤수철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아빠...” 윤수철은 길게 숨을 내쉬며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더니 한참을 침묵한 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2화

    “오늘 밤 이 일에 대해 누구든 밖에 나가 입을 놀리면 그땐 봐주지 않겠다.” 그의 목소리는 냉정하고 강압적이었고 잠시나마 ‘집안의 가장’다운 위엄이 느껴졌다. 그러나 윤하경은 속으로 비웃었다. “하연이를 방으로 데려가.” 그리고 다시 윤하경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너는 따라와. 따로 할 이야기가 있어.” 윤하경은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아빠, 여기서 말하면 안 돼요? 한밤중에 굳이 서재까지 갈 필요 있나요? 내일 회사 출근해야 해서 피곤하거든요.” 그러나 윤수철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서재로 와.”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갔고 윤하경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서재 문을 열었더니 윤수철은 이미 걸상에 앉아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깍지 낀 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어둑한 조명 아래서 더욱 깊어진 주름과 어두운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윤하경은 별로 개의치 않고 소파에 털썩 앉았고 강현우와의 일로 지친 그녀는 다시 하품을 하며 느긋하게 말했다. “아빠, 무슨 이야기든 빨리 해요. 저 지금 너무 피곤하거든요.” 그녀가 말하는 태도에 윤수철은 인상을 찌푸렸다. “너는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겠지만 하연이가 오늘 이런 꼴을 당한 거, 너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겠어?” 윤하경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빠, 저녁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발짝도 밖에 나간 적이 없어요. 하연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저도 궁금하네요. 아까 그녀가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이 모든 건 원래 네가 당해야 할 일이었다’라고 하더라고요.” 윤하경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말끝에 묻어나는 차가운 기운은 숨길 수 없었다. “아빠, 저한테 이게 무슨 의미인지 설명 좀 해주실래요?” 그녀의 말에 윤수철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그 역시 윤하연이 어리석고 경솔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입술을 굳게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11화

    윤하경은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고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오며 계단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입을 가리며 일부러 하품을 하곤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이 한밤중에 왜 이렇게 시끄러워. 사람이 자야 살지.” 갓 잠에서 깬 듯한 살짝 갈라진 목소리. 그러나 계단을 내려오며 거실을 본 순간, 윤하경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거실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유 집사와 다른 가정부들도 다 깨서 거실에 모여 있었고 윤수철 역시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중심에 서는 완전히 망가진 윤하연 있었다. 옷은 찢겨 제대로 몸을 가리지도 못했고 여기저기 남은 상처들이 말해주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대로만 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강현우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놀란 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걸어 내려가며 일부러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연아,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들어오는 것도 이상한데 대체 무슨 꼴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적당한 놀라움과 당혹감을 담고 있었지만 그런 태도가 윤하연의 분노를 더욱 자극했다. 그녀는 힘없이 서 있었지만 눈빛만은 증오로 이글거렸다. “윤하경... 너지? 이거 다 네가 한 짓이지?” 윤하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천진난만하게 되물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또 시치미 떼네!” 윤하연은 미칠 듯이 화가 나 있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떠올릴수록, 윤하경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이거 전부 원래 네가 당해야 할 일이었어!” 그 말에 윤하경은 일부러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슬쩍 윤수철 쪽을 힐끔 보며 코끝을 찡긋했다. “하연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네가 나를 싫어하는 거야 알지만... 네가 겪은 일은 안타까운 일이야. 그렇다고 나한테 함부로 원망하는 건 좀 아니지 않니?” 그녀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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