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90화

작가: 가하
명성 건물로 돌아온 온유한은 옆집 베란다는 깜깜하고 인기척이 없는 걸 보고 강지아는 집에 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다음날 휴일이라 좀 늦게 일어났다.

아래층에 가서 아침을 먹고 강씨 저택으로 가서 강지아를 불러내 올까 고민하던 중 강지아가 심플한 캐주얼 차림으로 하품을 하며 문밖으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눈이 마주친 순간 하품하던 강지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여긴 왜 왔어?”

강지아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아마 온유한이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여기 사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 오빠가 알려줬어?”

계집애가 앞으로 혹시라도 본인을 피할까 봐 온유한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그저 ‘응’이라고 얼버무렸다.

강지아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최금혁이 다시는 괴롭히지 않을 거야. 내가 경고했으니까.”

강지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하고 대답한 뒤 능숙하게 아침 식사를 주문했다.

그녀는 가게 안에서 먹을 생각이 없었고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갈 계획이었다.

어젯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저택에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한밤중에 스스로 차를 몰고 명성 건물에 돌아왔고 밤을 새워 작업실 인테리어 설계도를 완성했다.

지금은 아침을 먹고 잘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온유한이 바로 그녀의 뒤를 따라왔다.

“또 무슨 일인데?”

“나 집에 초대하지 않을 거야?”

강지아는 어이없는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앞으로 우리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만약 오빠 엄마가 다음에 아무 남자나 데리고 와서 나한테 소개해 주면 우리 오빠가 아마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녀를 쳐다보던 온유한은 손을 들어 엘리베이터를 누르더니 사람을 엘리베이터 안으로 강제로 끌고 들어간 후 엘리베이터 층을 눌렀다.

일련의 동작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내가 22층에 사는지 어떻게 알았어?”

“이 집은 내가 너의 오빠와 같이 와서 보고 산 거야.”

이 사람을 쫓아낼 수 없는 것을 안 강지아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온유한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91화

    밥을 먹고 난 강지아는 너무 졸려서 눈을 뜰 수가 없어 양치질을 하고는 곧장 침대로 달려들었다.집에 남자가 한 명 더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온유한이 리모컨을 찾아 커튼을 닫고 돌아보니 계집애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정말 그를 남으로 여기지 않다.문을 닫고 나오자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주유정에게서 온 전화였다.“유한아, 오늘 쉬어? 어제 누군가가 할아버지께 물고기 두 마리를 선물했는데 오늘 너를 초대하고 싶대.”온유한은 바로 거절했다.“아니. 됐어. 앞으로 그런 가족 연회에는 참석하지 않을 테니 다시는 전화하지 마.”주유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유한아, 무슨 말이야?”온유한은 베란다에 나가 전화를 받았다.“여러 번 말했지만 다시 만나는 것은 불가능해. 주유정, 너 똑똑한 아이잖아. 어젯밤 같은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 너에게도 좋을 것이 없으니까.”주유정이 더 높이 평가될수록 두 집 사이가 가까워지고 결국 그녀만 난감해질 것이다.하지만 주유정도 최신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자신의 아들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던 최신애는 온유한이 분명 그녀가 선택한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최신애는 온유한을 끝까지 몰아붙여 결국 주유정을 선택하게 만들려고 했다.주유정 역시 온유한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최신애의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유한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확신하는 일은 나 말고는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없어.”주유정은 모든 것에 올인할 작정이다.“이번에 귀국한 가장 큰 목적이 너와 다시 만나는 것이야. 절대 너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어.”온유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주유정, 이 세상의 주인공은 네가 아니야. 가고 싶다고 가고 돌아오고 싶다고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은 더더욱 아니고.”온유한은 말을 마치자마자 주유정의 전화를 끊었다. 사실 이런 비신사적인 행동을 그는 거의 하지 않는다.잠들었던 강지아는 누군가에 의해 깼다.깊이 자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녀의 얼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92화

    서울 서쪽 교외의 한 폐창고.두식은 바지를 추켜올리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안방에서 나왔다.“형님, 저 여자가 말하길 며칠 후에 남쪽에서 행사한다고 해요. 그러면 우리가 경호원으로 분장해 서울을 떠날 수 있어요.”두식이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남자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 지난번 리츠에서 강원훈과 함께 구석에 앉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햇빛 아래에 있으니 사람이 점잖게 보였다.서른쯤 되어 보여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눈두덩이가 깊게 팬 데다 안경까지 끼고 있어 눈 밑의 정서가 잘 보이지 않았다.“믿을 수 있는 정보야?”두식은 코웃음을 쳤다.“저 여자가 아직도 강씨 집안에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들도 강씨 집안 씨고요. 아들이 우리 손에 있는 한 수작을 부리지 못할 겁니다.”잠시 후, 옷을 다 입은 주연지가 방에서 나오더니 눈물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보스, 절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게요. 강원훈은 이제 못 나와요. 내 아들과 나를 생각해 줘야 하지 않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당신들을 데리고 서울을 떠날 방법을 찾을 거니까.”보스라는 사름은 주연지를 힐끗 보았다.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주연지의 눈망울은 보기만 해도 애틋한 마음을 자아냈다.두식은 자기 형님이 다른 생각이 있는 줄 알고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형님, 이 여자가 밖에 있는 여자보다 훨씬 괜찮아요. 한 번 테스트...”“꺼져!”큰 형님은 냉혹하게 시선을 거두었다.어리둥절해 하던 두식은 손짓하여 동생을 불러냈다.“저 여자 내보내.”짐승들이 그녀를 놓아준 줄 알고 마음을 놓았으나 이내 두식이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시간이 다 되면 연락 올 거야, 그리고 강씨 집안 쪽도 힘 좀 써봐. 강지찬이 돈을 주지 않으면 우리 사람들의 수고비는 네가 낼 수밖에 없으니.”주연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창고를 떠났다.두식이는 ‘퉤’ 하고 침을 뱉은 뒤 말했다.“강원훈 그놈, 우리를 이렇게 팔아먹을 줄이야, 우리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93화

    강홍식은 강지찬의 여유로운 얼굴에 전혀 초조한 기색이 전혀 없자 대뜸 소리를 질렀다.“미연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라?”“알아요. 어젯밤 납치범들의 메시지를 받았어요.”강지찬의 말에 강홍식이 눈을 부릅떴다.“그런데도 아내와 아이랑 같이 아침밥을 먹을 기분이 나?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는 가던?”“아니면요? 내가 어르신도 아니고. 아내와 아이가 나에게 제일 중요해요. 다른 사람의 생사는 경찰이 있는데 나와 무슨 상관인데요?”강홍식은 화가 나서 기절할 뻔했다.“미연이 뱃속에 우리 장씨 집안 장손이 있는데도 전혀 신경 안 쓰인다고?”“내가 뭘 신경 써야 하는데요? 돈으로 사람이라도 사서 해결해야 해요?강홍식은 화가 나서 탁자를 쳤다.“당연히 돈을 주며 사람 풀어달라고 해야지. 얼마를 요구하든 준비하고 부족하면 내가 보탤게.”강지찬은 침울한 눈빛으로 강홍식을 바라보았다.“뭘 멍하니 있어? 얼마를 달라고 하는데?”“그때 엄마와 지아가 납치됐을 때 지금의 10분의 1만큼 긴장했어도 엄마는 죽지 않았고 지아는 미치지 않았을 거예요.”강홍식은 갑자기 목이 멘 듯 말을 하지 못했고 답답한지 얼굴이 빨개지며 얼버무렸다.“그, 그때는 어리석어서...”“아니요. 어리석은 게 아니라 무관심이죠. 사랑이 없었고요. 아들과 손자는 본인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아내와 딸은 소용이 없잖아요. 생사를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요.”강홍식은 화를 벌컥 냈다.“아니야! 어른의 일은 네가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이 없어. 그러니 빨리 가서 미연이를 구해와. 너의 아들이야!”강지찬은 연민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한평생 어리석게 살았는데 아직도 남들이 뭐라고 해도 다 믿어요? 임미연 배 속의 아이가 내 아이라고 누가 말했는데요?”강홍식은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무, 무슨 뜻이야?”강지찬은 일부러 설명하지 않고 돌아섰다.병원 입구에 도착하니 주연지가 정유진을 막아섰다.생각보다 빨리 온 주연지가 정유진을 다독였다.“납치범들이 인간성이 없다고 그러던데... 사람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94화

    주연지는 한참 후에야 반응을 보였다.“아이가 강원훈의 아이라고?”주연지는 무의식적으로 부인했다.“아니야, 강원훈의 아이일 리가 없어. 분명히 너의 아이야. 너의...”강지찬은 담담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머리 회전이 빠른 주연지는 무슨 일인지 잠시 알 수 없었지만 강지찬의 표정을 보고 이미 마음속으로 그 아이가 강지찬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강지찬의 것이 아니기에 정유진은 임미연의 존재 자체를 개의치 않은 것이다.“강원훈의 아이라니. 두 사람은 별로 만난 적이 없어.”주연지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강원훈이 아무리 날라리라고 해도 본인 핏줄을 소중히 여긴다.본인이 사생아이기 때문에 밖에 여자가 아무리 많아도 사람 목숨과 관련된 일은 없다.이 부분 만큼은 주연지는 자신했다.강지찬이 귀띔했다.“정말 만난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차 사고 후에 강원훈이 뭘 했는지 셋째 숙모는 아시잖아요? 그때 임미연도 있었어요.”주연지는 순간 벼락을 맞은 것 같다.강원훈이 한 짓을 강지찬이 알고 있었다는 것도 비로소 깨달았다.임미연과 아이를 미처 생각할 새가 없이 얼굴은 창백해졌다.“다 알면서 왜 말하지 않은 거야?”강지찬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왜 말 안 했느냐고요? 살인 미수면 몇 년 만에 풀려날 테니까요. 나는 평생 감옥에 넣을 테니까.”지금 마당에 아무도 없기에 강지찬도 여기서 주연지에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셋째 숙모와 지호는 죄가 없어요. 그래서 두 사람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고요.”주연지는 지금 완전히 넋이 나갔고 강지찬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무슨 뜻이야?”“임미연이 납치됐다고 신고했을 때 셋째 숙모의 일거수일투족도 내가 다 확인하고 있었거든요. 셋째 숙모, 그 사람들이 셋째 숙모에게 연락했죠? 그들은 지명수배자예요. 지명수배자의 도피를 돕고 은폐하는 것이 무슨 죄목인지 알아요?”두 다리에 힘이 빠진 주연지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강지찬더러 돈을 준비해 임미연을 구하라고 권유했지만 결국 3분 만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95화

    그 후 며칠 동안 강지찬과 장형준은 보이지 않다가 어느 날, 두 경찰이 강지호를 데려왔다.주연지는 집에 없었고 세 집에는 하인들만 남아 있었다.안주인 정유진이 가정부더러 강지호를 잘 보살피라고 당부했다.평소에 활발했던 아이는 많이 놀랐는지 집에 돌아오자 열이 났다.정유진은 강씨 집안의 의사를 불렀고 한참 후에야 강지호의 열도 내렸다.마당에 돌아오자마자 집사가 다가오더니 어색한 얼굴로 있다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어르신이 나를 찾는다고?”정유진이 먼저 물었다.강홍식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며느리 앞에서 한껏 폼을 잡았다.“방금 셋째 집안사람이 돌아왔다고?”“예, 지호가 병이 났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강홍식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임미연의 뱃속 아기가 강원훈의 것이야?”강홍식이 알아맞히는 것이 정유진에게도 의외였지만 숨기지 않았다.“네.”강홍식은 분개하는 얼굴로 말했다.“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이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숨겼어? 옆에 숨어서 내 우스운 꼴을 보고 싶었던 거야?”옆에 있던 집사조차 더 이상 들을 수 없어 참지 못하고 설득했다.“어르신, 임미연 씨 일을 대표님이 숨기는 데는 분명 일리가 있을 겁니다. 사모님과는 상관이 없습니다.”“어떻게 상관이 없어? 본인만 착한 척하고. 셋째 집안일에 네가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뛰는데?”어르신이 감히 강지찬을 찾지 못해 그녀에게 화풀이하러 왔음을 정유진은 알아챘다.기왕 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맞장구치기 귀찮았다.“어르신, 지찬 씨가 돌아오면 직접 설명하라고 할게요. 나도 잘 모릅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강홍식의 말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섰다.잠시 멍하니 있던 강홍식은 정유진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저, 저게 무슨 태도야?”또 하루가 지나고 강지찬이 돌아왔다. 임미연도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만 많이 놀라 병원에서 쉬고 있었다.주연지도 돌아와 자기와 아들을 마당에 가두고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았다.강지찬은 어디도 다치지 않은 채 집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96화

    강씨 일가는 며칠째 온 가족이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강지찬과 정유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아이를 데리고 출근했다.강원훈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강지찬에 대한 평가는 더욱 나빠졌다.자세한 내막을 알든 모르든 강지찬 얘기만 나오면 다들 표정이 굳어졌다.감히 건드릴 수도 미움을 살 수도 없었다.둘째 집안의 유선이 방금 감옥에 갇힌 상태에 강원훈도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첫 재판이 진행될 때는 이미 8월 중순이 되었고 주연지는 법정에서 강원훈과의 파혼을 요구했다.수갑을 찬 강원훈은 마지막 결과를 태연하게 받아들인 듯했고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강지찬을 바라봤다.다만 무기징역이라는 말에 강원훈은 갑자기 미친 듯이 웃었다.강원훈은 항소하지 않았고 주연지는 K그룹 주식을 강지찬에게 전부 팔아 재산을 처분한 뒤 돈을 챙겨서 강지호와 함께 출국했다.아주 깔끔하게 떠났기에 서울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예전부터 강씨 집에서 투명인간처럼 산 강원훈이었지만 셋째 집이 비자 고택은 더 휑뎅그렁해 보였다.고세연은 강홍식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한탄했다.“지찬이가 정유진과 함께 있은 이후로 강씨 집안은 하루도 평안할 날이 없어요. 둘째 셋째 집안이 차례로 일이 생겨 모두 감옥에 들어갔잖아요. 어르신 그거 모르죠? 바깥에서 지금 얼마나 듣기 거북한 말이 도는지.”이 점은 강홍식도 잘 알고 있다. 사람들과 차를 마시러 나갈 때마다 옆에 노인들은 그가 오는 것을 꺼렸다.강홍식은 따돌림을 당했다고 느꼈지만 그 사람들은 감히 강지찬의 미움을 살 수가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외출도 하지 않았다.“흥, 다른 사람들은 좋은 아내를 맞으면 집안이 더 잘 나간다고 하는데 이 아이는 어디서 그렇게 불운한 사람을 데려왔는지. 딸도 다른 사람의 성을 따르게나 하고!”고세연은 능청을 떨며 달랬다.“어르신, 더 이상 참견하지 마세요. 부자 관계가 더 틀어지면 안 되잖아요. 지금 지찬이는 그 여자에게 완전히 빠졌어요. 정유진이 아직도 K그룹에서 안 나가고 있잖아요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97화

    임미연이 강원훈과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강홍식은 그 후부터 그녀에게 전혀 호의적이지 않았다.얼굴도 보기 싫었다.결국 고세연이 임미연 만나러 나와 그녀의 배를 훑었다.평범한 사람처럼 평탄한 배를 보니 아이가 없어진 게 분명했다.경찰을 본 임미연은 깜짝 놀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산했다고 했다.아이가 어디로 갔는지는 임미연만이 잘 알 것이다.“여긴 왜 왔어?”고세연은 통쾌한 얼굴로 비아냥거렸다.“강씨 저택에 올 면목이 남아 있어? 지찬이를 찾으러 온 거야, 아니면 강원훈을 찾으러 온 거야? 강원훈을 찾는 거면 장소를 잘못 찾았어. 강원훈은 이제 강씨 집안 사람이 아니야.”임미연은 살이 좀 빠진 상태였다. 예전엔 얼굴에 어린 티가 좀 났었는데 지금은 성숙해졌고 더 요염해졌다.“강지찬을 찾으러 왔는데 지금 없다니 굳이 그쪽하고 얘기할 필요는 없겠네요.”임미연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나를 못마땅해하는 거 알지만 나는 그쪽과 많이 달라요. 어쨌든 강지찬은 나에게 목숨을 빚졌어요. 이것만으로도 평생 나에게 빚진 것이고요.”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고세연은 ‘퉤’하고 침을 뱉었고 손바닥이 빨개질 정도로 화가 났다.강지찬과 정유진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까지 임미연은 아직 가지 않았다.연우는 길에서 잠이 들었고 강지찬은 아이를 핑계로 위층으로 올라가 상황을 정유진에게 맡겼다.“지찬 오빠, 볼일이 있어요. 지찬 오빠?”“나와 얘기해.”정유진의 말에 임미연이 한마디 했다.“지찬 오빠와의 일이지 그쪽하고는 상관없어요.”정유진이 웃었다.“장형준 씨, 손님 배웅해드려요.”임미연이 미처 발작을 일으키기도 전에 장형준이 그녀를 강제로 내보냈다.정유진은 조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에 들어가 샤워를 했고 밖으로 나왔을 때 강지찬은 이미 침대에 누워있었다.강지찬은 그녀를 보자마자 눈썹을 치켜올렸다.“우리 정 대표님은 점점 더 기백이 넘치시네.”정유진은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그의 얼굴에 던지며 말했다.“어떻게든 임미연을 단념시키는 게 좋을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98화

    주유정의 작업실도 곧 인테리어가 완성되어 최신애와 함께 액세서리를 고르러 온 것이다.최신애 생일잔치 이후 강지아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고 오늘 이렇게 만난 이상 못 본 척할 수는 없어 최신애를 향해 걸어갔다.“아주머니, 유정 씨, 이런 우연도 있네요.”주유정이 웃으며 말했다.“지아도 공예품 보러 온 거야. 우연이네.”최신애는 싱겁게 ‘응’이라고 외쳤지만 강지아를 보자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동안 밖에서 생활하던 온유한은 지난번 그녀가 감기에 걸린 말을 듣고서야 그녀를 보러 갔다.강지아도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예의만 차렸다.“그럼 방해하지 않을 테니 천천히 보세요.”말을 마치고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한쪽으로 갔다.“제가 주문한 작품 다 적어주세요. 다 살 테니.”점원에게 당부하자 점원은 서둘러 공책과 펜을 챙겨오더니 눈을 반짝이며 강지아를 바라봤다.강지아는 흰 사슴 조각상 앞에 서서 조금 고민했다.이 사슴은 모양과 공예가 모두 훌륭하고 선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아름답다.이 디자인이 매우 마음에 들지만 그녀의 작업실 스타일과 좀 어울리지 않았다.이때 주유정과 최신애도 사슴을 발견했고 순간 주유정은 눈이 번쩍 뜨였다.“이 사슴은 영기가 넘치네요.”점원이 서둘러 영업 멘트를 날렸다.“이건 저희 사장님이 새로 내놓은 작품입니다.”주유정은 하얀 장갑을 낀 채 사슴뿔 애지중지 만지작거리다가 뒤따르던 점원에게 말했다.“이 사슴 제가 살게요.”두 점원이 눈을 마주치자 주유정은 그제야 반응했다.“아 미안. 지아가 찜한 거야?”강지아는 이 사슴이 마음에 들었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주유정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양보하겠다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최신애가 말했다.“방금 장 보듯 한 뭉치 샀는데 그거 하나쯤은 없어도 돼. 유정아, 이 사슴은 재물을 뜻해. 문을 열고 장사하는 사람에게 사슴 한 마리가 뛰어든다는 좋은 의미를 담고 있어.”말을 마치자마자 점원을 향해 한마디 했다.“이 사슴 우리가 살게요.”이에

최신 챕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6화

    식탁 위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색했다.최신애는 강지아에게 많이 먹으라고 말하며 계속 반찬을 얹어 주었다.앞에 있는 접시는 가득 찼지만 강지아는 최신애가 짚어 준 반찬을 한 입도 먹지 않은 채 먹고 싶은 것은 스스로 집어 먹었다.최신애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다.온혁진이 기침을 하며 강지찬과 강씨 가문으로 말머리를 돌렸다.“오빠 회사 일은 잘 몰라요. 제가 관여할 일도 없고요.”강지아는 온혁진의 물음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절했다.“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오빠한테 물어보세요.”식사를 마친 뒤 강지아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그녀는 온유한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갔다.밖에서 차 떠나는 소리가 들리자 최신애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아들아, 지아는 대체 무슨 뜻이야?”핸드폰을 들고 흉부외과 팀의 온라인 수술 토론을 보고 있던 온유한은 최신애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지아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묻지도 마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요.”강지아는 화령과 술을 마시러 나갔다.화령의 기분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오늘 에이프릴 홀에서 방 하나를 빌려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미안해, 온씨 저택으로 들어간 첫날 밤인데 내가 불러냈네. 온 대표님이 화내겠다?”“그 사람 기분 따위 상관 안 해.”강지아가 소파에 편안히 누우며 말했다.“무슨 일인데? 최금성이 왜 또?”“별거 아니야.”화령이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최금성의 소울메이트가 돌아왔어. 지금 밖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을 거야.”“소울메이트?”강지아는 깜짝 놀랐다.“유주?”화령이 물었다.“너도 알아?”강지아가 일어나 앉으며 혀를 찼다.“골치 아프게 됐네.”그 말에 화령의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왜 골치 아픈데, 정확히 얘기해봐.”술을 마실 마음이 싹 사라진 강지아는 화령보다 더 초조해 보였다.“왜 돌아왔대?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뭐야?”화령은 더욱 초조해졌다.“대체 왜 그러는 건데? 유주라는 여자, 대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5화

    온혁진과 최신애는 마당에 서서 강지아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지아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는 것이었다.최신애의 미소는 눈으로 보기에도 어색했다.가장인 온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이야. 지아야, 필요한 게 있으면 네 아주... 네 어머니에게 말해.”최신애도 말했다.“그래, 그래. 얼른 방에 가서 마음에 드는지 봐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줄게.”고개를 끄덕인 강지아는 열려 있는 문을 바라보며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최신애가 유난히 열정적으로 말했다.“지아야, 먼저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 조금 이따가 저녁 식사 준비할게. 오늘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하라고 했어.”강지아는 깜짝 놀랐다.“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세요?”“당연히 기억하지.”최신애가 약간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키웠는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모를 리가 있겠니? 너는 매운 걸 싫어했어, 어릴 때 실수로 고추를 먹으면 한참을 울었어. 네 엄마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지, 그 매운맛이 가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그걸 기억하시네요.”강지아가 말했다.간단한 몇 마디였고 특별히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최신애는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문을 들어서자 강지아는 긴장을 풀었다.이곳에 결국 들어오게 되다니... 평생 다시는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하지만 옛말대로 매듭은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나는 게스트 룸에 있을게요.”강지아의 말에 최신애와 온혁진은 깜짝 놀랐다.“아, 아니. 네가 게스트 룸에 있으면 안 되지...”온유한이 말했다.“2층 방 좀 정리해 주세요.”게스트 룸이 2층에 있었기에 온유한은 당연히 그녀와 한 층에 있고 싶었다.강지아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최신애는 즉시 사람들을 시켜 2층에 있던 온유한 방 옆의 방을 강지아의 취향에 맞게 정리했다. 창고에 물건이 많았지만 하인들이 함께 움직여 30분 만에 강지아에게 아름답고 아늑한 방을 만들어줬다.강지아가 세수를 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4화

    연우의 생일 파티에는 강씨 가문의 친지들이 많이 참석했기에 강지아는 낯이 익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한동안 응대를 해야 했다.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친 뒤 손을 씻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누구야, 놔!”깜짝 놀란 강지아가 발로 그 사람을 밟으려 했다.이것은 장형준에게 배운 호신술이었다. 하이힐로 상대방의 발을 밟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호신술이었다.하지만 하이힐로 밟기 전에 강지아를 안고 있는 사람이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나야.”온유한이였다.강지아는 움직이지 않았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온유한의 품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 익숙했다.그에게 꽉 안겨 귀에서 들리는 그의 숨소리는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다.이제는 그가 두렵지 않다.하지만 완전히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렸으며 몸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예전처럼 그를 보자마자 떨리는 것은 아니었다.“내 생각 안 했어? 지아야?”온유한의 물음에 강지아는 매우 평온하게 말했다.“생각했어.”그 대답에 온유한이 오히려 놀랐다.강지아가 놓아달라는 듯 온유한을 밀어내자 온유한도 그녀의 뜻대로 그녀를 놓아주었다.강지아가 말했다.“오늘 저녁에는 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 내일 오후에 데리러 와. 같이 온씨 저택으로 가자.”온유한은 또 한 번 놀랐다.“지아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니?”“알아, 우리 결혼했잖아. 같이 온씨 저택에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쉽게 한 말 같지만 당연하지 않다...온유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는 온씨 저택에 갈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서울 캐슬에 살자. 그 집은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거기서 살면 편할 거야.”“아니, 온씨 저택으로 들어갈 거야.”강지아가 단호하게 말했다.강지아가 집에 들어와 살 거라는 소식을 들은 최신애는 마음속으로 거부감을 느꼈다.이제 강지아와 그녀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3화

    “온씨 가문이 정말 예전 같지 않아, 작년에 많은 일이 일어나면서 태안 그룹의 평판도 영향을 받았지.”“그건 다 최신애가 자초한 일이야, 이제는 강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아부하려고 하지만 강지아가 어디 쳐다보기라도 해?”“강 대표가 냉정하다고들 하지만 온씨 가문에게는 정말 잘해주네. 최신애가 예전에 강지아에게 어떻게 했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끔 귀에 들려오자 얼굴이 빨개진 최신애는 화가 나면서도 당황스러웠다.강지아도 몇 마디 들었지만 그냥 무시해 버렸다.“조카딸 생일 때문에 잠깐 돌아온 거야? 아니면 더는 안 나가는 거야?”화령의 물음에 강지아가 미소를 지었다.“내가 마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하네.”“그래, 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아. 그냥 피하러 다니는 거지.”서원준이 다가오자 화령이 웃으며 말했다.“한 번 나가면 두 명 다 피할 수 있구나.”서원준은 여전히 건들거리는 모습이었다.“돌아왔어?”“응, 돌아왔어.”강지아가 동하민을 향해 손을 내젓자 동하민이 그녀의 가방을 가져왔다.화령이 농담으로 한마디 던졌다.“우리 강씨 가문의 아가씨가 선물 주는 버릇은 고치지 못했나 봐.”서원준도 웃었다.“나한테도 줄 선물이 있나 보네.”말투에는 비꼬는 기색이 없었다. 이미 마음을 놓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가볍게 보이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강지아는 이번에 브로치 선물을 준비했다. 남자 것과 여자 것은 당연히 달랐지만 모두 예뻤고 값비싼 것들이었다.“또 도매한 거야? 정성이 없네.”화령은 겉으로는 비난했지만 이미 브로치를 들고 가슴에 대어 보고 있었다. 입과 몸이 따로 노는 게 특징인가 보다.강지아가 말했다.“나에게 뭐라고 하지 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 너도 알잖아.”화령이 콧방귀를 뀌었다.“바쁘겠지, 펀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얼마나 바빴겠어. 그래도 브로치가 내 미모와 잘 어울리니까 마음에 드네, 고마워.”말을 마친 화령은 선물과 잔을 들고 알아서 자리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2화

    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의 가족 모임에 강홍식과 고세연은 초대받지 못했기에 참석하지 않았다.본가로 돌아오자 강홍식이 마당에 서서 강지찬과 강지아를 불효자식이라고 욕했지만 둘 다 아버지를 무시했다.강지아는 바로 자기 집 마당으로 돌아갔다.정유진은 강지아가 결혼식 날 왜 모른 척했는지 물어볼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내내 강지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지아가 걱정돼.”강지찬은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본인도 속으로 알고 있을 거야. 서원준과 결혼하는 것보다 온유한과 결혼하는 게 낫다는 걸.”사실 강지아는 지금 서원준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그날 밤, 강지아는 화령과 동하민을 데리고 해외로 패션쇼를 보러 떠났다.에이프릴 홀.술을 좀 많이 마신 최의현은 옆에 있는 온유한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했다.“친구야, 우리랑 술 마신 지 얼마나 됐지? 너 벌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온유한이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한 잔을 따라 강지찬을 향해 들었다.“지찬아, 내 잔도 받아줘.”강지찬은 온유한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나서야 잔을 들고 멀리서 살짝 부딪혔다.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은 이렇게 화해했다.온씨 집안.최신애가 매우 불쾌해하며 거실에 앉아 한숨을 쉬자 신문을 보던 온혁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졸리면 자러 들어가, 아들이 오늘 늦게 들어올 거야. 기다릴 필요 없어.”최신애는 또 한숨을 쉰 후 말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남들은 며느리를 들이면 기뻐서 날뛰는데 우리 집은 왜 이럴까요? 며느리에게 차 한 잔도 못 얻어 마시고 조상님보다 더 조상님 대접을 해줘야 하잖아요.”온혁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를 탓하겠어? 당신이 불평할 자격이 있어? 경고하는데 이런 말 아들 앞에서 하지 마. 지아가 온씨 가문의 문턱도 안 들어오겠다고 해도, 평생 우리를 부모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은 아무 말도 할 자격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1화

    강지아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온유한을 잔뜩 경계하는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온유한은 쟁반을 둥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지금 먹기 딱 좋으니까 얼른 와서 먹어.”온유한의 모습은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떨어져 있던 3년의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강지아는 배가 고팠지만 가까이 가지 않았다.“알았어.”온유한은 항복하는 듯 말했다.“와서 밥 먹어, 나는 잘게.”말을 마친 온유한은 옆방 침실로 들어갔다.강지아는 여전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집이 완전히 그녀의 취향에 맞게 꾸며져 있다면 충전기도 그녀가 평소에 두던 곳에 있을 것이다.테이블 아래 서랍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충전기가 그 안에 있었다.밥을 먹은 뒤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강지아는 옷장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옷장 안의 옷마저 그녀의 옷장에 있는 것들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었다.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강지아는 잠들지 못할 줄 알았으나 새벽까지 깊이 잠들었다.천장을 바라본 강지아는 무력감이 들면서도 이런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아래층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온유한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조금이나마 덜 위험한 모습을 보이면 강지아의 경계심도 조금은 풀어지게 될 것이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온유한은 신문을 가지런히 접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침 식사 준비됐어, 어서 와서 먹자.”말을 마친 뒤 주방으로 가서 밥과 반찬을 차렸다.집안일을 하는 온유한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아마도 잘생긴 남자는 무슨 일을 해도 멋져 보이는 법인가 보다.“얼른 와, 맛이 괜찮을 거야.”온유한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강지아는 순간 깨달았다. 이 집에 하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어제 저녁 식사와 오늘 아침 식사도 온유한이 준비한 것일까?마음이 너무 닫힌 탓인지 이에 대해서도 전혀 감동을 하지 못했다.감동은커녕 마음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안 먹을 거야, 좀 이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80화

    결혼식 연회는 계속되었지만 결혼식이 아니라 친지 친구들 간의 대형 모임으로 변했다.강지찬은 받은 축의금은 모두 돌려줄 것이며 오늘 이 자리에 온 하객들은 맘 편히 먹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강지찬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장형준이 와서 보고했다.“대표님, 서원준 씨가 돌아왔습니다.”밖에 있는 서원준은 손에 있던 외투도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고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입고 있던 셔츠도 헐렁해졌다.입구의 테이블에서 술병을 하나 집어 들고는 바닥에 쏟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는 강지찬 앞에 다가와 술병을 위로 집어 들었다.장형준은 서원준이 혹시라도 폭력을 쓸까 봐 재빨리 강지찬 앞을 가로막았다.강지찬은 장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비키라고 했다.“왜?”강지찬이 술병을 바라보며 묻자 서원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진작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날만 기다린 거예요?”강지찬은 솔직하게 말했다.“응, 예상했어.”“그래요, 그렇군요.”서원준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강지찬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다.술병의 술을 다 마신 후, 그는 서연희를 데리고 호텔을 떠났다.성대한 결혼식이었지만 남자 측의 친지와 회사 동료들을 합쳐도 두 테이블밖에 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 두 모자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원준은 서연희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마당은 강지아가 전에 개조해 조금 변화가 있었다. 풀들이 제각각 자라던 마당이 강지아 덕분에 많이 질서정연해졌다.가을이 되었음에도 꽃들이 여전히 만발해 있었다.“지아가... 이제는 오지 않겠지?”서원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어머니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서연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들아, 지아의 오빠를 원망하지 마라. 오늘 이런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지아의 마음속에 네가 없다는 것을.”한참 후, 서원준이 말했다.“알아.”주위 인테리어가 너무 익숙했던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79화

    온유한이 강지아를 거실 한가운데에 앉히자 강지아는 순간 멍해졌다.이 집은 온유한이 현채영에게 사 준 집이 아니었던가? 왜...“강지아 씨가 이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낄 거라고 유한 씨가 그랬어요.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도 유한 씨가 직접 하나하나 주문 제작한 거고요. 어떤 물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거예요. 강지아 씨가 산 것과 같은 제품이에요. 온유한 씨가 겨우 찾아낸 거예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지아 씨가 이 집의 주인이에요. 나는 그냥 온유한 씨가 고용한 연기자일 뿐이에요. 오늘이 내 마지막 출연이 될 거예요.”강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두 사람, 그런 사이 아니었어요...?”“아니에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유한 씨의 마음속에 여자는 항상 강지아 씨뿐이에요. 이건 의심할 필요 없어요.”현채영은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조용히 물러났다.집이 아주 넓었지만 강지아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지아야, 마음에 들어?”온유한이 다시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강지아는 그 손을 뿌리쳤다.“내가 감동할 거라고 생각해? 감동하고 그다음에 같이 잘 살 거라고 생각해? 온유한, 인생이 장난이야?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모든 일이 쉽게 넘어갈 것 같아?”강지아는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자리에 서 있는 온유한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리모컨을 눌렀다. 이내 열려 있던 대문이 서서히 닫혔다.“뭐 하는 거야? 나를 가두려고? 이것도 우리 오빠에게서 배운 거야?”강지아가 비웃으며 말하자 온유한은 다시 문을 열더니 그녀가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가리켰다.“정말 그런 차림으로 강씨 본가에 돌아갈 거야? 그리고 지찬이와 형수님은 아직 호텔에 있어. 지아야, 일단 위층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다음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강지아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오빠와 형수를 만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위층이라고 해도 저택의 집과 똑같았기에 강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78화

    “알았어! 그래! 내가 꺼질게! 강지아, 분명 나를 찾아와서 울 날이 있을 거야.”분노에 가득 찬 서원준은 외투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초라한 얼굴로 옷을 들고 사라졌다.강지아가 이제 막 숨을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를 방어하는 건 내가 혹시라도 서원준에게 해를 끼칠까 봐서야?”온유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강지아는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지아야, 네 마음속에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네.”강지아는 냉정한 얼굴로 온유한을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아?”그러고는 온유한의 손을 뿌리치고 웨딩드레스를 들고 걸어 나갔다.하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온유한, 뭐 하는 거야?”온유한은 그녀를 차 안에 앉혔다.차는 다시 출발했고 이번만큼은 온유한도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했다.하지만 차는 명도 빌딩이나 강씨 혹은 온씨 저택으로 향하지 않았다.“어디로 가는 거야?”“우리의 새집으로.”새집.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는 신혼부부였다면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분명히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하지만 강지아는 그저 눈을 감았다.“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온유한이 아무 말 없이 계속 운전하자 강지아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소용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차는 마침내 고급 빌라 단지로 들어섰다.강지아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온유한이 여기에 수십억 원짜리 집을 현채영에게 사줬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화령은 너무 부러워했다.“여기로 와서 뭐 하려고?”“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차는 한 대형 빌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마당에 현채영이 서 있는 것을 본 강지아는 말문이 막혔다.온유한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옛 애인과 새 애인을 양손에 끼고 노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지아야, 내려.”온유한이 차 문을 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지아는 그저 황당하다는 생각뿐이었다.“내려가서 뭐 하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