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79화

작가: 가하
강지찬에게 아무런 소식이 없었지만 K그룹이 문을 닫을 리가 없다. K그룹은 많은 사람들을 먹고 살리기 때문이다.

임우연은 비딩에 참가한 각 회사의 자료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정유진에게 전부 갖다 줬다.

“정 대표님, 이 자료들은 최 부사장님과 이미 확인해 봤습니다. 대략적으로 분류를 했는데 비딩 시 협력 의사가 유력한 곳은 왼쪽 첫 번째이고 가운데는 비교적 유망한 회사입니다. 제일 높이 쌓아놓은 것은 비딩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입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그러자 임우연이 말했다.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고남준의 회사는 첫 번째 부분에 있습니다.”

“네, 신경 써서 볼게요.”

입찰이 곧 다가오기에 이런 것들을 반드시 먼저 알아야 했다.

임우연도 방해하지 않고 문을 닫고 나갔다.

자료 하나를 집어 들었을 때, 누군가가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강지현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들어와 그녀 앞에 놓더니 의자를 끌어당겨 맞은편에 앉았다.

정유진이 바로 말했다.

“바빠요.”

강지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바쁜 거 알아요. 유진 씨, 나는 유진 씨를 해치지 않아요. 날 믿어요.”

정유진은 이런 말에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세요.”

“고남준과 협력하지 말아요.”

정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강지현이 말을 이었다.

“유진 씨는 강지찬 아니잖아요. 그 사람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나를 믿어요. 협력하지 마세요.”

정유진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강지찬이 아니기에 당연히 강지찬처럼 쇼핑몰에서 기세를 내세울 능력이 없다. 하지만 고남준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녀는 강지현의 이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고남준이 서울로 올라온 건 사실 한몫 챙기기 위해서예요. 이제 강지찬이 없으니 수작이 더 많을 거예요.”

강지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중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안 하는 게 나아요. K그룹을 등에 업고 서울에 발을 붙이려는 게 최종 목적이었지만 이 사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80화

    강지찬에게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구조대는 여전히 사람을 찾지 못했다.회의가 끝난 후 정유진은 강지아의 전화를 받았다.강지아는 전화기 너머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다.“새언니, 이 사람들이 찾지 않으려 해요. 어떡해요, 우리 오빠를 아직 찾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이대로 포기할 수 있어요? 새언니, 이제 어떡해요. 우리 오빠 어떡해요, 자기를 구해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일주일, 7일이 지났지만 이 사람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나타나지 않는다.온유한이 강지아의 핸드폰을 가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수님, 구조팀도 인력과 물자 모두 여기에 쓸 수는 없어요. 우리가 돈을 더 준다고 해도 말을 안 들어요. 구조팀도 이미 최선을 다했어요. 며칠 동안 수십 킬로미터의 강을 모두 찾아다녔거든요.”정유진은 간단하게 한마디로 대답했다.“알겠어요.”휴대폰을 내려놓았을 때,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다.‘지찬 씨, 진짜 못 오는 거예요?’강지아는 다음 날 돌아온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강홍식과 말다툼을 했고 방경숙은 정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와보라고 했다.서둘러 돌아갔지만 강지아는 진작 강홍식의 정원에서 한바탕 난동을 부렸다.바닥은 온통 난장판이라 발 디딜 틈이 거의 없다.강지아는 아직도 울고 있었고 왼쪽 뺨에는 손바닥 자국이 나 있었다.강지아의 얼굴을 본 정유진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누가 때렸어?”강지아는 창피한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정유진은 강홍식과 고세연을 번갈아 보다가 고세연의 얼굴을 노려보며 물었다.“누가 때렸어?”고세연이 이내 입을 열었다.“나 아니야, 나 보지 마.”이 집안에 고세연이 아니면 강홍식밖에 없다.강홍식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목까지 시뻘게졌다.“딸을 때리는데 남의 허락을 받아야 해?”하지만 강홍식을 무서워할 강지아가 아니다. 이내 정유진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새언니, 괜찮아요. 나나 오빠나 여태껏 살면서 이런 일이 없었겠어요? 따귀는 고사하고 오빠는 생사조차 알 수 없는데 아버지라는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81화

    온유한은 장형준과 그 비서를 헬기로 태안병원으로 옮겼고 정유진은 두 사람을 찾아갔다.비서는 열심히 회복하고 있었다. 뼈가 부러진 곳은 꽤 오래 쉬어야 한다.장형준의 상태는 여전히 심각했다. 매일 깨어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 온유한은 전문 의사 선생님에게 연락하여 개두술을 준비했다.“걱정하지 마. 우리 의사들이 있잖아. 간병인도 24시간 배치했고.”말을 하던 온미정은 정유진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요즘 몸무게 재본 적 있어? 거울 좀 봐봐. 너무 야위어서 귀신 같아.”“잠이 안 와요.”정유진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너...”“고모님, 이제야 내가 그 사람을 많이 사랑했음을 알 것 같아요.”온미정은 한숨을 내쉬었다.“지찬이가 어떻게 되든 너는 꼭 견뎌야 해. 엄마, 아빠도 있고 아이도 있잖아. 지찬이가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아하겠어.”정유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설마 온미정마저 강지찬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온미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K그룹으로 돌아오자 임우연이 황급히 다가왔다.“정 대표님, 성유 쪽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정유진은 깜짝 놀랐다.“성유요?”임우연이 설명했다.“전태연, 기억나시죠? 작년에 강 대표가 전씨 가문의 사업에서 인수한 작은 회사인데 원래는 작은 동영상 플랫폼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되었어요. 이름을 성유라고 바꾸고 인플루언서들과 연예인 계약서를 체결하여 현재 몸집을 점점 더 키우려 했습니다.”“무슨 일인데요?”임우연은 사무실 문을 닫으며 말했다.“몇몇 인플루언서들이 매니저들을 스폰서에서 뇌물을 받고 횡령혐의로 신고해 경찰이 개입했어요.”“사실입니까?”“네, 사실입니다.”“공적인 일이니까 회사 입장에서 처리하세요.”임우연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정유진이 계속 말을 이었다.“이 일은 직접 처리하고 성유의 담당자가 능력이 안 되면 바꾸세요. 다시는 이런 일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82화

    화상회의는 어쩔 수 없이 중단되었다. 정유진이 몸을 돌리는 순간 자기를 향해 씩씩거리며 달려드는 남자를 발견했다.20대 후반의 이 남자는 꽤 잘 생겼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여자아이들보다 더 가녀린 발목을 드러내고 있었다.작은 키는 아니었고 적어도 1미터 80센티미터는 되는 듯했다.“제가 정유진입니다.”정유진이 대답하자 임우연이 얼른 나섰다.“정 대표님, 이분은 성유의 책임자 서원준입니다.”서원준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대표이사가 회사 연예인보다 더 예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정유진의 얼굴을 본 순간 까맣게 잊어버렸다.정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시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 것이죠?”“나는...”서원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오만방자한 태도를 취했다.“나야말로 물어봐야겠어요. 당신이 뭔데 나를 자르는데? 그런 암묵적인 룰을 만들고 돈을 탐낸 사람이 나인 것도 아니잖아요! 그 일은 더더욱 내가 한 게 아니고요!”정유진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본인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잖아요. 책임자로서 당연히 책임을 피할 수 없겠죠.”짜증이 난 서원준은 얼굴이 예쁜 사람은 역시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그게 내 탓입니까? 성유에 남아있던 망나니들이 한 짓이잖아요. 나는 본사에서 파견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았고 회사를 확장하느라 바빴어요. 그런 일은 나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요.”정유진이 임우연을 바라보자 임우연이 말했다.“서 대표님은 확실히 지난해 본사에서 성유에 파견한 게 맞습니다.”그리고 다시 서원준을 보고 말했다.“서 대표님, 오해입니다. 본사도 서 대표님을 해고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일이 생겼으니 외부에 공식 입장을 발표해야 합니다. 본사에서 사람을 보내 성유를 인수하고 이 난리를 수습할 겁니다.”“동의할 수 없어요!”김정은이 손을 내젓더니 의자를 끌어당기고 털썩 앉았다. 임우연의 말에 화가 난다는 뜻이다.“개고생은 혼자 다 했고 본사 요구대로 성유를 일으켜 세웠는데 이제 필요 없으니까 발로 뻥 차버리는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83화

    서원준이 헛소리하고 있는데 강지현이 들어왔다.회의실 안을 둘러보더니 정유진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했다.“아래층에서 누가 들이닥쳤다고 하던데 괜찮아요?”정유진이 대답했다.“괜찮아요.”코를 만지작거리던 서원준은 그제야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볼일 보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서원준이 가고 나서야 임우연이 정유진을 보며 말했다.“외국에서 돌아온 사람이라 성격이 불같아요. 능력은 있는 사람이어서 강 대표가 특별히 헤드헌터를 찾아 영입한 거예요.”정유진은 그의 막무가내 행동에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괜찮아요. 성유 쪽 일은 그 사람한테 맡기세요.”“네.”주주총회에 참석하러 온 강지현은 함께 회의실로 가니 다른 주주들은 거의 다 도착해 있었고 강원훈도 있었다.정유진이 들어오자 강원훈은 먼저 말했다.“유진아, 성유 쪽에 일이 생겼다면서?”“별일 아니에요. 서 대표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또 다른 주주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별일 아니라니요. 그 인플루언서들은 수백만 명의 팬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면 성유와 K그룹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말을 마친 뒤 옆에 있던 주주를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여자들은 역시 머리에 든 게 없어요. 강 대표가 있었더라면 바로 조치를 취했을 텐데...”이들은 정유진의 회장 직무대행에게 여전히 불만이 있는 게 분명했다.다만 말하는 사람은 강지찬의 편도 강지현의 편도 아닌 강원훈의 사람이었다.정유진이라는 사람은 원래부터 자기에게 들이민 칼을 피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누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알고는 아예 화살을 돌렸다.“셋째 숙부, 성유의 일에 대해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씀하세요.”강지현과 최의현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고 최의현은 신이 난 나머지 박수까지 치고 싶었다.강원훈은 정유진이 한눈에 그 주주가 강원훈의 사람임을 알아차릴 줄 몰랐다.두 손을 펼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대표님이시니 마음대로 하세요.”정유진은 사람들을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84화

    본가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강홍식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기에 정유진은 인사하러 가지 않았다.강지아는 아직 잠을 자지 않은 채 소파에서 쿠션을 안고 멍하니 있었다.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보니 또 울었음이 분명했다.“무슨 일 있었어?”강지아는 정유진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새언니, 오빠 장례식을 치를 거래요.”그제야 시아버지가 이 일로 그녀를 본가에 오라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유진은 가슴이 미어졌다.강지아가 펑펑 울며 말했다.“새언니, 오빠는 죽지 않았어요. 우린 기다려야 해요. 사람도 못 찾았는데 무슨 근거로 우리 오빠가 죽었다고 하는데요?”“새언니, 장례식 치르지 말아요. 오빠는 안 죽었어요. 안 죽었다고요.”정유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치를 거야. 우리 같이 기다리자. 장례식 같은 것은 없어.”다음 날 아침, 집사가 와서 정유진을 불렀다.아니나 다를까 강지찬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그녀를 불렀다.“사람이 사라진 지 보름이 다 되어가. 첫 번째 7일제는 이미 놓쳤으니 장례식은 반드시 치러야 지찬이를 편안히 보낼 수 있어.”남의 집 얘기를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강홍식에 정유진은 화가 났다.“강씨 집안에는 장례식 같은 건 없어요. 강지찬 씨는 죽지 않았다고요!”강홍식은 정유진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워낙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더욱이 이 여자에게 재산을 빼앗겼으니 정유진이 미워 죽을 지경이다.강홍식은 정유진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지찬이가 혼이 되어 이 승에 남아 떠돌면 어떡하려고 그래.”“다시 한번 말하지만 강지찬은 죽지 않았어요. 꼭 돌아올 거예요!”정유진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말을 마치자마자 가버리자 강홍식은 숨을 헐떡였다.“이 악독한 여자! 거기 서!”집사가 따라나서며 말렸다.“사모님, 어르신께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저, 저 사람은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구실을 찾아서 고향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오려고 해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해요.”정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85화

    이틀도 지나지 않아 강씨 집안의 고향 친척들이 모두 왔다.정유진이 강홍식의 마당에 들어서자 울음소리가 들렸다.“새언니, 들어가지 말아요.”셋째 고모, 넷째 고모들의 말하는 소리만 들으면 강지아는 가슴이 답답해 그들과 어울리기 싫었다.정유진은 아주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괜찮아. 어차피 언젠간 부딪혀야 할 일이야.”아마 정유진이 옆에 있은 탓인지 강지아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사람들로 가득 찬 홀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고 처음 본 사람도 있었다. 지난번 생신을 쇠었던 고모할머니도 있었는데 목소리가 제일 컸다.“지찬이가 찾는 아내 때문에 팔자가 안 좋은 것 같아. 내 생일잔치에서 그런 짓까지 했으니 지찬이가 없으면 더더욱... 오빠, 지찬이 대신 집 잘 지켜야 해요. 추잡한 일이 벌어지면 안 되잖아요. 우리 같은 가문에 똑똑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애들을 창피하게 하면 안 되잖아요.”다른 할머니들이 얼른 맞장구쳤다.“맞아요. 우리 강씨 가문이 창피를 당하면 안 되죠.”“지찬이만 불쌍하게 되었죠. 젊은 나이에 어쩌다가...”“설마 누가 재물을 노리고 사람을 죽인 건 아니겠죠? 요즘 인심이 흉흉해서 돈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잖아요.”이 말은 또 한 번 많은 사람들의 토론을 불러일으켰다.현관에 서 있던 정유진과 강지아는 그제야 나이 든 어른들을 초대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들으면 들을수록 정유진이 돈 때문에 강지찬의 사고를 사주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다들 닥쳐요!”강지아는 집안의 친척들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누가 우리 집에 와서 허튼소리를 하라고 했어요?”이 방은 모두 어르신들이고 게다가 강홍식이 초대한 친척이기도 했다. 절반은 강홍식보다 족보가 높은데 후대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니 하나같이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홍식아, 얘 지아지? 가정 교육을 어떻게 했기에.”“예의가 하나도 없구나, 어쩐지 엄마가 없더라니.”“오빠, 아이를 버릇없이 키우면 안 돼요.”강홍식은 강지아를 매섭게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86화

    이렇게 많은 친척들 앞에서 며느리의 큰 소리에 한참 생각하던 강홍식은 점점 더 화가 났다.“정상으로 잘 돌아간다는 게 무슨 말이야? 남편이 없는데도 잘 돌아간다고? 정유진, 너는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고모할머니도 한마디 거들었다.“너의 마음에 지찬이가 있기는 해? 너를 좀 봐. 옷도 요염하게 차려입고 화장도 짙고 남자가 죽자마자 방탕해지기 시작하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정유진은 그동안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해 안색이 안 좋았다.하지만 회사에 출근해야 하고 K그룹의 그렇게 많은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울상을 하고 K그룹의 임직원들을 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정유진을 안 좋게 말하는 것을 도저히 들을 수 없었던 강지아는 얼른 일어나 두둔했다.“우리 새언니의 화장이 어디가 진한데요? 비비와 립스틱만 바르고 눈썹을 그린 것뿐이에요. 오피스 룩을 입은 개 요염한 옷차림이에요?”“너 같은 계집애가 뭘 알아, 저리 가!”고모할머니는 계속 정유진을 보며 말했다.“지찬이 사고 난 게 얼마나 큰일인데 감히 우리 어른들에게 숨겨?”다른 사람들도 앞장서며 말했다.“지찬이의 신분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렇게 큰 회사는 지찬이가 관리해야 하는데 사고가 났을 때 너는 꼭꼭 숨겼어. 만약 너의 아버님이 전화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고향의 가족들은 전부 몰랐을 거야.”“지찬이의 재산을 몰래 빼돌리고 싶은 거지? 미리 말하는데 우리가 있는 한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마.”“너의 아버님이 그러는데 지찬이의 장례마저 치러주기 싫다고 했다며? 이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야. 죽은 사람은 편히 보내줘야 하는 거야. 지찬이가 죽어서도 눈을 못 감으면 어떡해?”“넌 지찬이의 재산만 생각하고 마음속에는 지찬이가 전혀 없지? 듣자니 지찬이의 주식도 모두 너에게 줬다고 하던데 아버님께 조금이라도 남기는 것이 어때? 욕심이 너무 많으면 안 돼. 네가 뭔데 그렇게 많이 가져?”“맞아. 네가 뭔데 그렇게 많이 받아? 네가 받아도 되는 거야?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진작 K그룹 주식을 돌려줬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587화

    저녁 연회는 큰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안에는 수십 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큰 원형 테이블이 가득 찼다.오후에 정유진과 강지아에게 한마디 들은 어르신들은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말하던 정유진은 강지찬이 죽지 않았고 장례식은 절대 치르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주식을 돌려받고 싶으면 고소하러 가라고 했다.고모할머니는 강원훈과 강지현도 같이 끌어들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사람에게 무시를 당했다.식사가 끝나자 집사는 차를 준비해 이들을 호텔로 데려다주었다.고세연은 고향에서 온 어른들도 소용이 없자 화가 나서 강홍식과 다시 말다툼을 벌였다.강홍식이 이렇게 쓸모없을 줄은 몰랐다. 전반생은 자기 아버지에게, 후반생은 아들에게 의지하는 강홍식이 정말 쓸모없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강씨 저택의 본가는 다시 조용해졌다.고세연은 영양제 한 무더기를 들고 작은 집 마당으로 향했다.조예원은 새로 사 온 아기 옷과 이불을 말리는 하인을 바라봤다. 온 마당이 아기 옷들로 가득 찼다.하지만 고세연을 본 순간 눈이 따가웠다.고세연은 정유진 덕분에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왜 왔어요?”조예원이 싸늘하게 쳐다보자 고세연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물건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어젯밤에 밥 먹을 때도 안 오길래 얼굴 보려고 왔어요.”별일이 없으면 조예원은 이 여자와 말을 섞고 싶지 않다.마당에는 하인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어 고세연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어젯밤에 왜 밥 먹으러 안 왔어요? 일부러 정유진을 피하는 거예요?”조예원의 머릿속에는 지금 온통 아이밖에 없다. 요즘 주위에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잘 먹고 잘 잔 탓에 정신도 많이 맑아졌다.하지만 너무 말라서 아무리 살을 찌우려고 해도 살이 안 쪘다.“볼일 없으면 이만 가보세요.”고세연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예전 같으면 조예원을 쳐다보지도 않았을 텐데 이제는 조예원이 감히 자기에게 눈을 희번덕이고 있으니 말이다.“단지 이야기를 나누러 온 거라니까요. 우리가 어

최신 챕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7화

    대화를 나눈 후에야 온유한은 강지아에게 문신해준 사람이 진수혁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녀가 타투이스트와 친구가 된 것을 온유한은 모르고 있었다.“지아가 그쪽 이름을 문신으로 새긴 거 보면 많이 사랑한 것 같은데 왜 헤어진 거야?”온유한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지아에게 내가 어울리지 않으니까.”맥주를 다 마신 뒤 온유한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진수혁은 쓰레기를 치운 뒤 샤워를 했다.진수혁은 이 집에 살고 있긴 했지만 강지아의 안방이 아니라 게스트 룸에 묵었다.샤워를 마친 뒤 강지아에게 문자를 보냈다.[네 전 남자친구와 한바탕 싸웠어.]강지아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누가 이겼어?][당연히 내가 이겼지, 네 전 남자 친구 몸도 별로 안 좋았어. 반쯤 취했거든.][앞으로는 손 쓰지 마. 감당 못 하니까.][마음이 아픈 거야?][내가 마음 아플 게 뭐가 있겠어. 진작 헤어진 사람인데.][언제 돌아와? 단골 술집 가서 술이나 한잔하자.][곧 갈 거야, 돌아가면 연락할게.]이날 밤 온유한과 현채영 두 사람 모두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온씨 저택에 얼굴을 비쳤다.현채영이 종이백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쇼핑을 하고 온 모양이었다.임유희를 본 현채영은 반갑게 인사했다.“임유희 씨, 퇴근했나 봐요? 오늘 쇼핑하다가 임유희 씨와 잘 어울리는 치마가 있어서 샀어요.”현채영은 치마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마음에 드는지 한 번 봐요.”이런 체면치레에 임유희는 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아니요. 괜찮아요.”약간 울먹거리는 임유희의 목소리에도 현채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우리 사이에 왜 예의를 차리고 그래요. 이 치마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산 거예요. 유희 씨가 나보다 날씬해서 안 입으면 나도 못 입는단 말이에요. 나와 유한 씨가 특별히 임유희 씨를 위해 산 건데.”그러자 옆에 있던 최신애가 종이봉투를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누가 이따위 치마가 필요하대? 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온유한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6화

    임유희가 돌아오자 최신애는 얼른 하인더러 저녁 식사를 차리라고 지시했다.마침 현채영이 없으니 임유희와 온유한에게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음식이 다 나오기도 전에 온유한이 술을 마시러 나가자 임유희도 밥을 먹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최의현과 단둘이 술을 마시기로 약속한 온유한인지라 강지찬을 부르지 않았다.“현채영을 집으로 데려갔다면서?”“응.”최의현은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집안이 시끌벅적하겠구나, 임유희에 현채영까지.”술을 한 모금 마신 온유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룸을 예약하지 않고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며칠 후면 지찬이네 아들 생일인데 갈 거야?”온유한은 양복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최의현에게 건넸다.안에는 순금에 보석을 박은 금 자물쇠가 들어있었다. 뭘 선물해야 좋을지 몰라 비싼 것으로 선택했다.선물을 받은 최의현이 물었다.“안 갈 거야? 지아가 올지도 모르는데.”술을 마시던 온유한은 한참 뒤에야 말했다.“안 가.”최의현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너 설마 진짜로 현채영과 그런 사이야? 일부러 네 엄마 화나게 하기 위해 만나는 줄 알았는데... 아니,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인데?”온유한은 술을 한 모금 더 마신 후 말했다.“지아와 진작 헤어졌고 강씨 가문과도 인연을 끊었는데 내가 가서 뭐해?”“너 이 자식...”최의현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내뱉을 기세였다.“너 그냥 화가 나서 이러는 거지?”온유한이 피식 웃었다.“서원준과 약혼하면 내가 큰 선물 보낼게.”“너 정말 미쳤구나.”최이현이 한마디 했다.두 사람은 적당히 마신 후, 에이프릴 홀에서 나왔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열한 시가 되지 않았다.최의현은 약혼녀의 전화를 받고 먼저 가버렸고 온유한은 차 열쇠를 운전 기사에게 건넸다.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눈을 감은 온유한은 집만 생각하면 짜증이 났다.“오늘은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운전 기사는 백미러로 그를 힐끗 쳐다본 뒤 말했다.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5화

    현채영은 두 손가락으로 카드를 집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어머님, 카드 안에 얼마 있는데요?”“20억.”현채영이 입을 삐죽거리자 최신애가 냉소를 지었다.“왜 적어? 네 집에 20억은커녕 2천만 원이라도 있긴 해?”현채영은 어깨를 한 번 들썩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머님, 제가 바보 같아 보이나요? 유한 씨에게 시집오면 온씨 가문 사업이 모두 내 것이 될 텐데 고작 20억으로 유한 씨를 포기하라고요?”그러자 최신애가 현채영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유한이에게 시집가고 싶어? 꿈 깨! 눈치가 있으면 돈 들고 꺼져.”현채영은 카드를 최신애 앞으로 밀며 말했다.“제가 나갈지 말지는 어머님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유한 씨가 결정하는 거예요.”“너!”이때 마침 현채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를 받은 현채영은 전화기 너머의 사람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오 대표님이시네요? 오랜만이에요. 오 대표님... 생각이요? 당연히 했죠. 너무 보고 싶어요... 저녁이요? 알겠어요. 그럼 저녁에 뵐게요.”최신애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너! 너 다른 남자와 노닥거리는 걸 유한이 알아?”현채영이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유한 씨는 당연히 모르죠. 하지만 오 대표님은 그저 친구일 뿐이에요. 오랜만이라 만나서 술 한잔 마시는 거니까 유한 씨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이런 여자를 온유한이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집으려 데려왔다니! 최신애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정말 가문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 환장했나...“너 이거, 이거...”화가 난 최신애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도 잇지 못했다.“유한이에게 네 민낯을 똑똑히 알리고 말 거야. 널 내쫓게 할 거야.”그 말에도 현채영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대꾸했다.“말하세요. 유한 오빠가 어머님을 믿을까요. 아니면 저를 믿을까요?”최신애는 말문이 막혔다.오후에 꿀잠을 잔 현채영은 온유한이 퇴근하기 전에 메이크업을 하고 집을 나섰다.온유한이 돌아오자마자 최신애는 바로 가서 고자질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4화

    최신애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열받아 죽겠네. 유한이가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조금 전에 한 말 무슨 뜻이야? 밖에서 현채영과 자고 오겠다는 얘기야?”임유희는 심장이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첫 만남 때 절친이 힘을 내라고 북돋우는 데 용기를 얻어 그에게 다가가 연락처를 물었지만 그는 다정하면서도 단호하게 대답했다.“여자친구가 있어요.”그때 강지아가 너무 부러웠다.지금의 온유한은 더 이상 그녀를 설레게 했던 온유한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어머님, 아니면 저 그냥 집에 갈게요. 제가 여기 있어 봤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유한 오빠를 더 화나게 하는 것 같아요.”“안돼. 네가 가면 저 여자가 더 함부로 나댈 거야. 내일부터 출근이잖아. 운전 기사에게도 얘기했으니 앞으로 네 출퇴근 픽업을 책임질 거야.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 저런 여자와 넌 달라. 넌 네 할 일만 해. 나머지는 나에게 맡기고.”이 말에 임유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날 밤 온유한과 현채영은 진짜로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정오에야 얼굴을 비쳤다.그 모습을 본 최신애는 현채영에게 눈을 희번덕인 뒤 온유한을 향해 말했다.“유한아, 오늘 평일인데 병원에 안 가봐도 돼? 넌 어중이떠중이들과 달라. 앞으로 온씨 가문 사업을 물려받아야 하는 사람이야.”그러자 현채영이 온유한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어머님, 유한 씨를 잘 모르시나 봐요. 어제 저녁에 간 석식 자리가 평범한 술자리는 아니에요. 단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밖에서 하룻밤 묵은 것뿐이에요. 알다시피 저와 유한 씨 다 성인이고 집에서는 좀 불편한 것도 있어서.”그 말에 최신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무슨 뜻이지? 아들이 이 천한 년과 잤다는 뜻인가?이제 서른다섯 살이나 먹은 온유한인지라 이런 것들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3년 전에 임유희도 건드리지 않았고 아마 강지아도 건드리지 않았을 것으로 최신애는 짐작했다.그런데 이 뻔뻔한 천한 년과 잤다고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3화

    다행히 주방에서 매일 죽을 끓였기에 현채영의 앞에 죽 한 그릇이 놓여졌다.그러나 한 입 맛본 현채영은 미간을 찌푸렸다.“맛이 이상해요. 음식 재료를 안 좋은 거 쓰신 거 아니에요?”화가 난 최신애는 테이블을 탁 하고 쳤다.“먹기 싫으면 먹지 마! 여기가 네 집인 줄 알아? 교양이 하나도 없네!”최신애의 이런 모습에도 현채영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어머님이 안 좋은 거 드실까 봐 걱정돼서 그러죠. 어떤 사람들은 안 좋은 물건을 좋은 것이라고 속여서 팔아요. 먹는 음식은 자기가 즐겨 먹는 음식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음식 재료 자체도 좋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말을 마친 현채영은 죽을 내려놓으며 옆에 있는 하인을 향해 말했다.“집에 두유 있나요? 없으면 따뜻한 우유 한 잔 주세요.”성격이 좋은 온혁진도 자리가 가시방석이라 밥을 먹자마자 출근했다.최신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임유희 앞인지라 뭐라고 말하지 못했다.두유와 찐만두 두 개를 먹은 현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온유한에게 말했다.“어젯밤 늦게 자서 난 조금만 더 잘게. 안 그러면 피부가 안 좋아져.”그 말에 온유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마디 했다.“방 앞까지 데려다줄게.”“어머님, 유희 씨, 그럼 전 먼저 일어날게요.”현채영은 온유한의 팔짱을 끼며 한마디 인사하고는 온유한과 같이 자리를 떴다.그 모습에 화가 난 최신애는 옆에 있는 임유희를 다독이며 말했다.“너무해! 유한이가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니 넌 신경 쓰지 마.”임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그런데 어머님, 유한 오빠가 저를 점점 더 차갑게 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최신애도 한숨을 내쉬었다.“3년 전 그날, 너희 둘이 진짜로 잤더라면 좋았을 텐데… 유한이가 어떤 애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때 강지아가 아무리 좋아도 널 건드린 이상 분명 책임지려 했을 거야.”사실 그 일은 임유희에게 언급하기조차 싫은 인생의 오점이었다.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2화

    최신애는 건강상의 이유를 대면서 임유희더러 온씨 저택에 머물라고 했다.하지만 뜻은 분명했다. 온유한과 자주 부딪히면서 정을 쌓으라는 것이었다.일찍 최신애의 이런 수법을 경험한 온유한은 두 번 다시 그녀에게 휘둘리지 않았다.“어머님이 편찮으시니 저도 남아서 모실게요.”현채영이 웃으며 말하자 온유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사람 많으면 시끌벅적한 게 좋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시끌벅적한 거 좋아하니까 승낙할 거야.”최신애는 또 한 번 테이블을 내리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고 싸늘하게 말했다.“아니야. 유희만 있어도 돼.”현채영이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어려워하지 마세요. 임유희 씨는 일도 나가야 하잖아요. 저는 시간이 많으니 어머니와 같이 쇼핑도 하고 꽃도 기를게요. 모르시겠지만 제가 차도와 꽃꽂이, 그리고 장기까지 다 배웠어요. 참,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칠 줄 알아요. 답답하시면 피아노 한 곡 쳐 드릴게요.”최신애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이렇게 뻔뻔한 여자는 처음이라 최신애는 순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온유한은 최신애가 뭐라고 하기 전에 옆에 있는 하인에게 지시를 내렸다.“뒤에 있는 두 객실을 치워 주세요. 당분간 임유희 씨와 현채영 씨가 묵을 거예요.”하인은 최신애의 눈피를 살폈고 최신애는 이내 화를 냈다.“온유한, 대체 뭘 어쩌려는 거야?”온유한이 최신애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니면 채영이는 나와 같은 방 쓰게 할까요?”“너 정말!”최신애가 임유희를 집에 남겨두겠다고 하는 한 온유한도 현채영을 집에 남겨둘 것임을 주위 사람들은 이내 알아챘다.최신애는 화가 났지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임유희의 부모님은 화가 나서 밥도 먹지 않고 가버렸지만 임유희는 온유한의 집에 남겨 뒀다.결국 최씨 가문 사람들만 온씨 저택에 남아 밥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최신애는 여전히 최금성이 온유한을 설득하기를 바랐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형더러 와서 나를 타이르라고 하는 거야?”최금성은 피식 웃었다.“그러니까, 나도 몰라.”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1화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임유희 부모님의 안색도 매우 어두웠다.임유희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3년 동안 좋아했던 온유한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말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온유한은 주위 사람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현채영을 끌어안고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온씨 집안 하인들도 현채영을 쫓아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임근우가 테이블을 치며 말했다.“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이 집 사람들은 내 딸이 안중에도 없나요?”최신애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하긴 했지만 임근우가 면전에서 책상을 두드리는 것을 온혁진은 참을 수 없었다.애초에 임씨 가문이 대놓고 온씨 가문의 뒤를 쫓아다니지 않았더라면 온씨 가문은 임씨 가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 모든 일은 최신애가 저지른 것이었기에 온혁진은 최신애에게 이 난장판을 넘기고 본인은 찻잔을 들고 빠져나왔다.최씨 가문 식구들도 마찬가지로 좌불안석이다. 보다 못한 최금성의 엄마 황은숙이 최신애를 도와 상황 수습에 나섰다.타이르고 위로하느라 거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이때 임유희가 일어서더니 온유한에게 다가갔다.그나마 안색은 조금 전에 비해 한결 누그러졌다.“유한 오빠, 나가서 얘기 좀 해요.”온유한이 다리를 꼰 채 말했다.“우리가 할 얘기가 있나? 그리고 그쪽과 같이 나가면 우리 채영이가 질투할 거야.”옆에 있던 현채영이 한마디 했다.“가봐, 질투 안 할 테니.”온유한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정말 질투 안 할 거야?”현채영이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내가 질투할지 말지는 가보면 알 거 아니야?”두 사람은 앞에 서 있는 임유희를 아랑곳하지 않고 대놓고 대화를 주고받았다.주먹을 꽉 쥔 임유희는 기가 막혀 숨이 안 쉬어질 정도였다.“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뭔데?”온유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임유희는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나서야 온유한을 향해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죠? 날 난처하게 하고 어머니와 맞서는 이유, 다 강지아 씨 때문이죠?”온유한은 피식 웃었다.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0화

    온유한이 일부러 맞서는 것을 최신애는 알 수 있었다.어젯밤에 온유한에게 보여주려 했던 사진을 그의 앞에 던지며 말했다.“그럼 네 눈으로 봐! 이 여자와 결혼할 거야?”온유한은 힐끗 보고 말했다.“안 될 것도 없죠.”“개자식아! 너 요즘 이런 여자와 어울리느라 매일 늦게 들어온 거야? 집안 상황을 몰라서 그래?”“그래서 뭐요?”온유한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현씨 가문이 지금은 파산했지만 예전에 잘나갈 때는 가장 바랐던 며느릿감 아니었어요?”“예전은 예전이고! 예전에는 현씨 가문 딸이었지만 지금은 돈만 주면 뭐든 다 하는 여자야. 그때와 지금이 같아?”온유한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예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든 지금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요.”“무슨 뜻이야?”최신애는 순간 멍해졌다.“설마 진짜로 데리고 올 것은 아니지?”“안 될 이유라도 있나요?”“당연히 안 되지!”최신애는 화가 나서 테이블을 쳤다.“죽는 한이 있어도 이런 여자를 우리 온씨 가문에 들일 수는 없어. 잘 들어, 오늘 퇴근하자마자 바로 집에 들어와. 오늘 유희와 결혼 날짜 잡을 거야. 이것은 임씨 가문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기도 해. 잊지 마. 임씨 가문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온씨 가문도 없었을 테니.”“그래요?”온유한은 여전히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온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인연을 끊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요? 그런데 지금 나더러 임유희와 결혼하라고요? 내 인생이에요.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 내가 그렇게 쉽게 말을 들을 사람처럼 보여요? 순진하네, 온 여사. 더 이상 강요하지 마세요!”온유한은 밥도 먹지 않은 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한편 최신애는 화가 나서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성격상,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저녁 식사에 그녀는 온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최씨 가문 사람들까지 초대했다.최신애는 온유한을 설득하기 위해 최금성도 불렀다.이제 모든 사람이 다 도착했지만 온유한만 오지 않았다.최신애는 끊임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79화

    “집에 돌아올 줄은 알아?”벽에 걸린 시계의 시간을 본 최신애는 더욱 화를 냈다.“지금 몇 시인지 좀 봐! 하루 종일 무엇을 하기에 점점 늦게 들어오는 거야?”하지만 오늘 심하게 취한 온유한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그저 눈앞의 사람이 귀찮다고 생각했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저 입은 벌렁거릴 때마다 섬뜩하게 느껴졌다.“누구야, 비켜! 막지 마.”운전기사는 제대로 서지조차 못하는 온유한을 붙잡으며 말했다.“사모님, 도련님이 많이 취했으니 할 말이 있으면 내일 하세요.”최신애는 가슴이 아프면서도 화가 났다.“얘 오늘 어디 간 거야?”“최의현 도련님의 약혼식에 참석했다가 끝나고 에이프릴로 갔습니다.”“거기서 여태껏 술을 마셨다고?”“네...”최신애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얼른 방으로 데려가 눕혀... 아줌마, 내일 유한이에게 해장국을 끓여줘...”온유한을 방에 눕힌 뒤 최신애는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돌아갔다.일찍 잠이 든 온혁진을 본 최신애는 화가 치밀어 손바닥으로 때려 그를 깨웠다.“아들이 이 꼴인데 잠이 와요?”온혁진은 싫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무슨 뜻이에요?”그 말에 화가 난 최신애는 모든 불만을 온혁진에게 쏟아냈다.“다 유한이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요. 당신, 아버지로서 유한이를 위해 한 게 뭔데요?”온혁진은 더 이상 잘 수 없어 침대에서 일어났다.“아들 일, 관여하고 싶지 않아. 어차피 언젠가는 온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텐데 평생 의사로 살 수는 없잖아. 왜 그렇게 유한이를 핍박하는 거야? 죄만 안 짓고 사고만 안 치면 상관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당신도 신경 쓰지 마. 예전의 우리 아들이 아니라고.”하지만 최신애는 다른 일을 생각했다.“강씨 가문에서 투자를 회수한 후 임씨 가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유희가 3년째 유한이를 기다리고 있다고요. 우리 아들도 이제 서른 다섯이에요. 유희 집안에 정식으로 결혼에 대해 얘기해야 하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