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진은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동안 왕래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타난 걸까? 혹시 가문과 화해하려는 걸까?“언니, 형부, 왔어요?”손님을 맞이하던 유설진은 유효진 부부를 보고 급히 그들을 맞이했다.하지만 유설진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얼굴을 굳힌 채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임찬혁을 보는 시선은 더 경멸에 차 있었다.5년 전 유효진의 혼전 임신은 유씨 가문의 수치였다. 아이를 낳기 위해 유효진은 가문과 인연을 끊었고 이 일로 그녀는 유씨 가문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그런데 이젠 전과자 남편까지 얻었으니 정말 하찮은 존재가 되어버렸다.사람들 사이에 각진 얼굴에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보였는데 그 옆에는 미모의 중년 여성이 서있었다.그의 이름은 유진안, 유효진의 아버지다. 물론 그도 똑같이 얼굴을 굳히고 있다.“아버지, 엄마.”유효진이 그들을 불렀지만 부부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장인어른, 장모님.”임찬혁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올렸다.“흥! 나한테 전과자 사위는 없어!”유진안은 힘껏 콧방귀를 뀌더니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임찬혁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자산이 2,000억도 넘는 유씨 가문에 전과자 사위라니, 창피해서 얼굴을 들기도 힘들었다.“유효진, 너 정말 대단하다? 유씨 가문 체면 아주 제대로 깎는구나? 혼전 임신도 모자라 이젠 전과자 남편이야?”이때 유효진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그녀 이름은 유청미, 유씨 가문 둘째 아들의 장녀이자 유효진의 사촌 동생인데 몸매나 미모나 모두 출중했다.물론 유효진보다는 훨씬 부족하지만 보통 사람들 사이에선 최고라고 할 수 있다.“오늘 할아버지 칠순 생신이라 전부 귀한 손님들만 올 텐데 어떻게 전과자를 데리고 올 생각을 하지? 정말 뻔뻔하네.”유청미는 콧방귀를 뀌더니 마치 좀도둑을 보는 듯한 경멸의 눈길로 임찬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유효진은 어릴 때부터 외모나 능력에서 모두 그녀를 압도했다.게다가 유효진은 강주 제일 미녀 대표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으니 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아우라에 눌려 감히 막으려는 자가 없었다.커다란 뒷모습을 보니 유효진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사이다 같은 임찬혁의 행동에 그녀는 안전감을 느꼈다.유씨 저택 앞뒤 정원에는 모두 수백 개의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미 손님들로 북적거렸다.70세의 고령인 유씨 어르신은 의자에 앉아 사람들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었다.“손녀 유청미, 할아버지에게 인사 올립니다. 할아버지 만수무강하세요.”“할아버지 그림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제 남자친구 진세호가 특별히 할아버지를 위해 100억을 들여 당백호의 ‘행화초옥도’를 사 왔으니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유청미는 고풍스러운 스타일의 서화를 천천히 펼쳤고 이내 아름다운 그림이 눈앞에 펼쳐졌다.“어르신, 진세호가 인사드립니다. 만수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유청미 옆에 있던 거만한 표정의 양복남이 허리 굽혀 인사를 올렸다.남자는 유청미의 남자친구 진세호, 식품 무역회사의 아들로 자산은 유씨 가문과 비슷한 2,000억 정도이다.“세상에! 정말 ‘행화초옥도’야!”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며칠 전에 미스터리한 재벌이 ‘행화초옥도’를 100억으로 낙찰했다던데, 진세호였어?”“유청미는 정말 복도 많아. 진세호 집안 배경도 좋고 돈도 많고 게다가 저렇게 아낌없이 퍼주다니, 평생을 맡길 만해!”현장은 발칵 뒤집혔다.모두 ‘행화초옥도’에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이렇게 귀한 그림은 그들도 처음 본다.어떤 사람은 시선을 임찬혁에게로 돌려 손가락질하며 진세호와 비교했다.“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저렇게 귀중한 선물을 들고 온 진세호와 비교하니 저 전과자는 정말 쓰레기보다 못한 인물이야.”임찬혁은 손에 들린 족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당백호의 ‘행화초옥도’는 분명 그의 손에 들려있는데?감히 가짜를 선물이라고 들고 오다니, 정말 뻔뻔스러운 인간이군.전형적인 무뇌아인 유청미는 또 거기에 깜빡 속았다.“착한 것, 이 할아버지는 당백호 작품을 정말 좋아한단다. 그의 걸작을 소장할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유진하는 감격에 겨워 말했다.“안심하세요. 반드시 우리 가문을 질서정연하게 관리하여 아버지한테 제 능력을 보여드릴 겁니다.”유청미를 비롯한 유진하 라인의 사람들도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놀라운 일이고, 기쁜 일이다.두 형제의 암투는 수년간 지속되었는데 줄곧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행화초옥도’ 한 점으로 유씨 가문의 상속자가 결정되었고, 최후의 승자는 유진하로 판정되었다.“아버지! 이렇게 큰일을 너무 쉽게 결정하시는 거 아닌가요? 다시 생각해 주세요!”유진안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는 유씨 가문의 권력이 동생에게 넘어가는 꼴을 볼 수 없었다.“그러니까요, 아버님. 이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이향도 애처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입 다물어! 감히 누굴 가르쳐?”유씨 어르신의 호통에 두 사람은 더는 반박할 수 없었다.유진안 부부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유설진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진하가 어떤 인간인지 유설진은 너무 잘 알고 있다.유씨 어르신이 사망하는 날엔, 그들 가족은 바로 유씨 저택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유효진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다들 1억이나, 많게는 수억 원의 선물을 들고 왔는데 유청미는 바로 100억 원 상당의 선물을 선사했다.하지만 그녀는 임찬혁에게 고작 1억을 주고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다.이번에는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한다.“유 대표님, 경축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손님들은 분분히 유진하의 환심을 사기 시작했다.“어머!”유청미는 득의양양해서 유효진에게 다가와 물었다.“언니, 할아버지가 언니 얼마나 아끼셨어? 언니는 어떤 선물 준비했어?”“빈손으로 왔거나 몇억짜리 쓰레기 가져온 건 아니겠지?”유청미는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다들 알다시피 유신 뷰티 컴퍼니는 요즘 송시후 때문에 재정 상황이 아주 빠듯하다.하여 유청미는 유효진이 이렇다 할 선물을 내놓지 못한다고 확신했다.1억의 선물은 보통 사람들의
“여봐라! 감히 유씨 가문서 행패를 부리는 이 자를 잡아라!”유진하의 명령이 떨어지자 순간 수십 명의 경호원이 임찬혁을 포위했다.“그리고 자식 교육 제대로 못 한 형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거야!”유진하는 싸늘하게 웃었다.유진안은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유진하는 권력을 손에 쥐었으니 유진안이 절대 바라오를 수 없게 서열 정리를 확실하게 하려고 했다.“임찬혁, 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유청미는 악랄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임찬혁의 무릎을 꿇려 유효진의 자존심을 짓밟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임찬혁에게 뺨을 맞았다.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감히 그녀에게 손을 대다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다.“내 여자를 건드렸으니 유씨 가문뿐만 아니라 나도 널 가만두지 않아.”진세호도 벌떡 일어나 임찬혁을 노기등등하게 노려보았다.여자친구가 눈앞에서 맞았으니 그도 체면이 깎였다.“아까 뺨을 때린 건 네가 불효했기 때문이야.”“그리고 방금 때린 것 또한, 네가 불효했기 때문이지!”임찬혁은 손을 툭툭 털며 담담하게, 심지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히 모조품으로 할아버지를 속였으니 혼나야 하지 않겠어?”“내가 어떤 선물을 준비했냐고 물었지?”임찬혁은 그림을 폈다.“마침 나도 ‘행화초옥도’를 준비했어. 하지만 이건 진품이고, 네 그건 모조품이야.”“그래도 억울해?”임찬혁의 높은 목소리는 사람들의 고막을 아프게 했다.두 점의 똑같은 그림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그들은 임찬혁도 ‘행화초옥도’를 준비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두 점의 그림 중 하나는 틀림없이 모조품이다.“무슨 헛소리야! 이 그림이 왜 모조품이야? 네가 보기엔 네 그림이야말로 모조품인데?”유청미가 펄쩍 뛰며 말했다.그녀는 그림은 잘 모르지만 진세호는 분명 100억짜리 그림을 친구한테서 3억으로 양도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가짜일 리가?“그래, 대체 누구의 그림이 모조품인지 한 번 확인하자고!”임찬혁은 유씨 어르신 앞으로 와
진세호의 매정한 뒷모습에 유청미는 너무 쪽팔려서 당장이라도 숨고 싶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앞에서 진세호를 칭찬했고 심지어 유진하도 두 사람의 결혼을 입에 올렸는데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다니?가짜 그림으로 진세호에게 뒤통수를 맞고도 고맙다고 인사했으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이제야 알겠어? 감히 모조품을 선물로 드린 것도 모자라 위세라니?”임찬혁의 담담한 말투는 마치 칼날처럼 유청미의 심장을 찔러댔다.“흥, 내 그림이 가짜라고 해도 왜 네 그림이 진짜야?”유청미는 눈물을 닦고 악독한 표정으로 말했다.“다 망해가는 유효진의 회사에 돈이 어딨다고 100억짜리 ‘행화초옥도’야?”“내 그림은 가짜야. 하지만 네 그림도 진품이 아니야!”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다들 알다시피 유신 뷰티 컴퍼니는 송시후의 억압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100억을 들여 선물을 준비한단 말인가?유청미의 그림이 가짜라면 임찬혁의 그림 또한 가짜다. 그러니 누가 누굴 뭐라할 것 없다.유효진의 얼굴에 근심이 스쳤다.1억만 주었는데 100억짜리 선물을 샀을 리가 없다. 이젠 들통나게 생겼다.“임찬혁 씨의 그림은 진품입니다. 제가 보장합니다!”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휘연의 대표인 김승태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그는 예전에 임찬혁 때문에 사지를 잃게 되었지만 나중에 임찬혁이 대용문파의 지존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꺼이 그에게 충성했다.사람들이 임찬혁의 말을 믿지 않자 김승태가 직접 나서서 진상을 밝혔다.“다들 알다시피 이 그림은 우리 휘연 경매회의 경매품입니다. 제가 직접 사람을 보내 임찬혁 씨에게 이 그림을 전해주었으니 확실합니다.”김승태의 말에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어 더는 임찬혁이 가져온 그림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았다.김승태가 직접 나서서 말했는데 만약 이 그림이 가짜라고 판명 난다면 휘연의 이미지도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김승태는 굳이 자기 발등을 찍을 필요는 없다.유청미는 마치 한
곧이어 유씨 어르신은 임찬혁에게 인자한 눈빛을 보냈다.정확이 말하면 임찬혁 손에 들린 ‘행화초옥도’를 보고 두 눈이 빛났다.“그 그림이 우리 손주사위의 선물인가?”이 그림은 유씨 어르신의 꿈이다. 만약 손에 넣지 못한다면 아마 밥도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이건 효진이가 준비한 선물입니다.”임찬혁은 그림을 유효진에게 넘겨주었다.그는 유효진이 가문의 인정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유효진은 임찬혁에게 고마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그림을 받아 두 손으로 유씨 어르신에게 건넸다.“손녀 효진이가 할아버지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유씨 어르신은 활짝 웃으며 두 손으로 그림을 건네받았다.“그래, 그래. 효진이 네가 애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한 가족이야. 그러니 앞으로 자주 집에 들리거라.”유씨 어르신은 인자하게 말했다.모두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 말은 즉, 유효진을 다시 받아들인다는 말이다.“염려하지 마세요. 자주 들를게요.”유효진의 차가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아무리 차갑고 강인한 성격의 그녀라도 가족의 품이 필요했다.오늘 다른 사람들이 준비한 선물은 기껏해야 몇억이겠지만 유효진이 준비한 ‘행화초옥도’는 가치가 100에 달한다. 이로써 그녀는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유씨 어르신의 명확한 태도에 워낙 그녀를 못마땅해하던 유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에는 오만함이 사라졌다.“진하야, 넌 아직도 한참 부족하구나. 그러니 아무래도 유씨 가문은 네 형에게 맡기고 넌 옆에서 네 형님을 잘 모시거라.”유씨 어르신은 ‘행화초옥도’를 한 번 보더니 유씨 가문의 권력을 유진안에게 넘겨주었다.“아버지, 고맙습니다.”이번에는 유진안이 기뻐할 차례다.이향도 너무 좋아 활짝 웃었고 유설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으며 유효진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 유효진이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드린 건 사실 앙심을 품고 하는 짓이에요!”이때 유청미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또 한 번 발악했다.그녀의 말은 순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검은 정장에 날카롭고 오만한 눈빛의 송시후는 어두운 아우라를 풍기며 모두를 겁에 질리게 했다.송씨 가문의 거대한 실력에 비해 유씨 가문은 확실히 티끌처럼 보잘것없었다.사람들은 웅성웅성하더니 위험을 감지하고 뒷걸음질했다.유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 관을 들고 나타나다니, 분명 좋은 심보는 아니다.유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은 전부 일그러졌다.이것은 가문의 수치다.모두 유씨 어르신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데 송시후는 유씨 어르신이 빨리 사망하길 바란다며 관을 들고 나타났다.그들은 화가 났지만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상대는 송시후니까!손가락만 건드려도 그들을 압살할 수 있는 인물이니까!“송시후 도련님, 어찌 이러십니까?”“우리 가문은 도련님을 건드린 적 없습니다.”유진안은 울상을 지으며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말했다.아무리 상대가 지나친 행동을 해도 그는 그저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다.“건드린 적 없다고 누가 그래요?”찌질한 유씨 가문에 송시후는 더욱 신이나 큰 소리로 말했다.“임찬혁과 유효진이 날 건드렸잖아요. 내가 전에도 말했죠? 매장하겠다고.”“그런데 감히 저 둘을 받아줬어요? 그러니까 나에게 맞서겠다는 거 아닌가요?”“송시후 도련님, 우리의 불찰이니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당장 내보내겠습니다.”유진안은 마음을 다잡고 바로 유효진과 선을 그으려고 했다.“매장한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선을 긋는다고 소용 있겠어요?”송시후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유진안을 바라봤다.“난 이미 화났으니까 알아서 만족스러운 답을 준비하세요. 그게 아니라면 오늘 어르신을 이 관에 담아 갑니다.”그 말에 유씨 가문 사람들은 더욱 겁에 질렸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다리를 떨기도 했다.송시후가 데려온 백여 명의 경호원들이 이미 유씨 저택을 포위했다.거기에 비하면 유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한없이 부족했다.“송시후 도련님, 원하시는 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유진안은 땀을 닦으며 굽신거렸다.“간단해요!”송시후의 시선은 임찬혁과 유효진
“많긴요? 집안을 망하게 할 건지, 아니면 액땜이라 생각하고 쿨하게 줄 건지 마음대로 하세요.”“아무튼 당신들 다 죽이면 재산은 다 내가 가져올 테니까.”송시후는 섬뜩하게 협박했다.“너무 큰 일이라 상의를 좀 해봐야겠어요.”유진안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가 보세요. 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으니 빨리 상의하시고요.”송시후는 마치 파리 쫓듯 말했다.“송시후! 불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널 건드린 사람은 난데 왜 우리 집안에 화풀이야?”유효진이 앞으로 나서서 싸늘하게 말했다.“네 조건, 하나도 못 들어주겠어.”“아무리 송씨 가문이 대단하다고 해도 넌 법도 몰라?”그녀의 말에 유씨 가문 사람들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지금 대세는 모두 송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는데 감히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상대를 더욱 화나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네가 저지른 잘못이니 당장 송시후 도련님께 무릎꿇고 우리 가문 살려달라고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판에 감히 어디서 대꾸야?”유청미가 큰 소리로 호통쳤다.“송시후 도련님이 너한테 개처럼 짖으라고 해도 넌 해야 해! 송시후 도련님의 마음을 돌려야만 우리 가문도 살 수 있어.”송시후는 유청미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사실 그는 돈보다 유효진을 정복하는 쾌감을 느끼고 싶었다.자산이 수조 원에 달하는데 그깟 푼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효진 같은 절세 미녀는 평생 가야 한 번 만날 수 있다.“푸하하! 이 여자 말이 맞아. 유효진, 머리가 돌아간다면 당장 개처럼 내 앞에 꿇어. 그러면 유씨 가문은 살려둘 생각 있는데.”“날 기쁘게 해준다면 유씨 가문을 먼지처럼 무시해 줄 수도 있어.”그 말에 유씨 가문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고마움을 표시했다.“역시 송시후 도련님 너그러우세요. 유효진 당장 무릎 꿇어!”“네 아버지도 승낙한 일을 왜 거역해?”“이렇게 멋진 분의 여자가 된다면 그것도 영광이야!”가족들의 차가운 말에 유효진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혼자 감당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