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긴요? 집안을 망하게 할 건지, 아니면 액땜이라 생각하고 쿨하게 줄 건지 마음대로 하세요.”“아무튼 당신들 다 죽이면 재산은 다 내가 가져올 테니까.”송시후는 섬뜩하게 협박했다.“너무 큰 일이라 상의를 좀 해봐야겠어요.”유진안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가 보세요. 내 인내심은 한계가 있으니 빨리 상의하시고요.”송시후는 마치 파리 쫓듯 말했다.“송시후! 불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널 건드린 사람은 난데 왜 우리 집안에 화풀이야?”유효진이 앞으로 나서서 싸늘하게 말했다.“네 조건, 하나도 못 들어주겠어.”“아무리 송씨 가문이 대단하다고 해도 넌 법도 몰라?”그녀의 말에 유씨 가문 사람들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지금 대세는 모두 송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는데 감히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상대를 더욱 화나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네가 저지른 잘못이니 당장 송시후 도련님께 무릎꿇고 우리 가문 살려달라고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판에 감히 어디서 대꾸야?”유청미가 큰 소리로 호통쳤다.“송시후 도련님이 너한테 개처럼 짖으라고 해도 넌 해야 해! 송시후 도련님의 마음을 돌려야만 우리 가문도 살 수 있어.”송시후는 유청미의 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사실 그는 돈보다 유효진을 정복하는 쾌감을 느끼고 싶었다.자산이 수조 원에 달하는데 그깟 푼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효진 같은 절세 미녀는 평생 가야 한 번 만날 수 있다.“푸하하! 이 여자 말이 맞아. 유효진, 머리가 돌아간다면 당장 개처럼 내 앞에 꿇어. 그러면 유씨 가문은 살려둘 생각 있는데.”“날 기쁘게 해준다면 유씨 가문을 먼지처럼 무시해 줄 수도 있어.”그 말에 유씨 가문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고마움을 표시했다.“역시 송시후 도련님 너그러우세요. 유효진 당장 무릎 꿇어!”“네 아버지도 승낙한 일을 왜 거역해?”“이렇게 멋진 분의 여자가 된다면 그것도 영광이야!”가족들의 차가운 말에 유효진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혼자 감당하려
임찬혁은 유효진을 품에 안고 온화한 목소리로 위로했다.그는 유효진이 그녀가 아끼고 신경 쓰는 가족들의 진면모를 보여주려고 일찍 손을 쓰지 않았다.유효진은 온몸이 굳어진 채 충동적으로 행동한 자기를 탓했다.만약 이대로 죽었다면 연우에게서 엄마를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다.임찬혁의 말은 유효진의 마음 깊숙한 곳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줬다.태어나서 처음, 의지라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임찬혁의 말에 사람들은 놀라 쓰러질 뻔했다.역시 끼리끼리 논다고, 이들 부부는 정말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게 틀림없다.유효진은 송시후를 무시했고, 임찬혁은 송시후를 쓰레기라고 칭했다.4대 명문가 송씨 가문의 송시후를!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더없이 존귀한 송시후를 쓰레기에 비유한다고?죽지 못해 안달이는 놈 같았다.역시!송시후는 완전히 꼭지가 돌아 흉악한 맹수처럼 악랄한 눈빛을 불태우며 먹잇감을 노렸다.“임찬혁, 죽음이 임박했는데 여전히 주둥이만 살았구나. 오늘 너한테 죽기보다 못한 것이 어떤 건지 똑똑히 알려주지!”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맞은 적 없었던 그가 저번에 멜튼 호텔에서 임찬혁에게 개돼지보다 못하게 얻어맞았다.먹잇감으로 생각했던 유효진도 지금은 임찬혁의 마누라가 되었고, 더욱 그를 화나게 하는 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감히 그를 모욕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어떻게 화나지 않을 수 있을까?하지만 임찬혁은 여전히 무덤덤하게 말했다.“주둥이만 살았다니? 쓰레긴걸 쓰레기라지, 뭐라 불러?”“돈이 아무리 많아서 뭐 해? 인간이 되지 않았으니 그냥 짐승보다 못한 거라고 해두지.”임찬혁의 말에 송시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댔다.“싸움 좀 한다고 내 앞에서 잘난 척하고 싶어?”송시후는 뒤에 있는 마른 체구에 키가 크고 관자놀이가 불룩한 남자를 가리켰다.“이 사람 내력절정 무사야. 오늘 널 죽여줄 건데, 마치 개돼지처럼.”“똑똑한 놈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아니면 무릎
휘영은 임찬혁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는데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천근 무게처럼 무거워 땅이 다 흔들렸다.그는 상부의 명령으로 송시후를 도와 임찬혁을 상대하러 왔다.하여 오늘 임찬혁을 죽이지 못한다면 돌아갈 면목이 없을 것이다.“네 주먹도 네 그 방정맞은 입처럼 살아있길 바란다.”휘영은 짧은 말을 끝으로 바로 임찬혁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마치 폭탄처럼 강하고 빠른 그의 주먹은 기세가 아주 놀라웠다.사람들은 일제히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저 주먹은 반드시 임찬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갈 것이다.이런 강력한 주먹을 상대로, 임찬혁도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퍽!”거대한 소리와 함께 두 주먹이 격렬하게 부딪혀 사람들의 귀를 아프게 했다.“쿵쿵쿵!”임찬혁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건만 휘영은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주먹에서 전해지는 심한 통증에 휘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다섯 손가락이 모두 부러진 것 같았다.사람들은 경악했다.다들 임찬혁이 한주먹거리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우위를 점했다. 이 전과자, 좀 하는 것 같다.“어쩐지 건방지게 굴더라니, 실력 좀 되네?”휘영은 고통을 참으로 싸늘하게 웃었다.“난 절반의 힘밖에 쓰지 않았어. 내가 전력을 다하면 네 놈은 반드시 죽는다.”임찬혁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비아냥거렸다.“난 또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더니. 힘 절반이 고작 이거야?”“난 내 힘의 10분의 1도 안 썼어.”“허세 부리지 마! 그렇다면 네 진짜 실력을 보여줘!”휘영은 두 발로 땅을 밟고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임찬혁을 향해 돌진했다.그가 휘두른 두 주먹은 너무 빨라 그림자만 언뜻거리는 것 같았는데 이따금 들리는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 소리가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다들 이 놀라운 기세에 눌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이런 강력한 전투력은 오직 영화에서만 보았는데, 임찬혁은 이제 끝장이다.유효진은 걱정이 밀려와 가슴을 졸였다.하지만 유청미 등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임찬혁이 당장이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코 임찬혁을 이길 수 없다.“퍽퍽퍽!”임찬혁은 산에서 내려온 호랑이처럼 주먹으로 살을 찔렀고 그들은 마치 종이 인형처럼 주먹 한 방에 한 명씩 픽픽 쓰러졌다.10분도 안 돼 모두 바닥에 쓰러져 전투력을 상실했다.그 모습에 송시후는 완전히 당황했고 처음 같은 오만함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백여 명의 경호원과 휘영이라는 내력절정 무사까지 데려와 유씨 가문을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했는데 임찬혁에게 완전히 패배하고 말았다.유씨 가문도 잠시 한숨을 돌렸다.어쨌든 오늘 이 고비는 무사히 넘기게 되었다.그렇지 않으면 2,000억을 빼앗기거나 유씨 어르신을 빼앗겼을 것인데 어떤 결과도 유씨 가문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아빠 너무 대단해요!”“나쁜 놈들 다 퇴치했어요!”모두가 넋을 잃고 있는 그때 연우는 마치 무협영화라도 보는 듯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다른 집 아이라면 이런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 아마 깜짝 놀라 엉엉 울었을 것이다.하지만 연우는 겁을 먹기는커녕 마치 어린 마녀처럼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순간 임찬혁은 연우가 천성적으로 무술을 연마하기 좋은 재질이라고 생각했다.“꼬맹아, 내가 언젠가는 반드시 네 아빠 죽인다.”송시후는 분노가 솟구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연우의 두 마디 해맑은 말은 송시후의 뚜껑을 열리게 했다.“뭐라고?”임찬혁은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송시후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졸랐다.“감히 내 딸한테 겁을 주려고? 근질거려?”말을 끝낸 임찬혁은 송시후를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짝!맑은소리와 함께 어금니가 그대로 부러져 피가 흘러나왔고 얼굴은 마치 파도가 이는 듯 일렁이었다.“임찬혁, 너 이거 놓는 게 좋을 거야.”“주먹 좀 쓴다고 무법천지라고 생각해? 사람은 세력이 중요한 거야.”임찬혁은 마치 병아리 들 듯 송시후를 번쩍 들어 올렸지만 송시후는 여전히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며칠 뒤면 강주 비즈니스 서밋이야.”“강주를 비롯한 주변 도시의 거물들이 모두 참
머지않아 그들은 운영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재정 상황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임찬혁, 송시후 도련님 당장 놔드리고 사과해!”유청미가 선두로 나서 입을 열었다.“당장 그 손 놔. 비즈니스 서밋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몰라서 그래? 시장님도 직접 참여하시는 행사라고. 네가 이렇게 무모하게 굴면 우리 유씨 가문 파산이야!”“미친놈, 무모한 놈! 송씨 가문의 인맥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알기나 해? 전화 한 통이면 모든 납품을 중단시킬 수도 있어!”“4대 명문가는 아주 끈끈한 사이야. 그들이 협력하면 강주에서 맨손으로 하늘도 가릴 수 있다고. 넌 상대가 될 수 없어!”나머지 유씨 가문 사람들도 송시후를 구출하려고 아우성을 질러댔다.“송시후, 네가 먼저 시작했으니 후회할 사람은 반드시 네가 될 거야.”하지만 임찬혁은 사람들의 말을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에게는 몇 개의 작은 나라를 살 수 있는 부가 쥐어져 있고 용호파의 세력은 용국을 도배했다.인맥과 실력을 비교한다면, 4대 명문가는 그에게 신발을 들어줄 자격도 차려지지 않을 것이다.“송시후 도련님, 매장하시려거든 유효진만 매장해 주세요. 우리는 당장 유효진과 인연을 끊을 것입니다.”임찬혁이 손을 놓지 않자 유청미가 또 말했다.“맞아요! 저 두 사람은 워낙 유씨 가문을 배신한 반역자들이에요. 송시후 도련님이야말로 우리 가문의 귀한 손님이십니다. 유효진은 이미 버려진 아이니 죽이든 살리든 송시후 도련님 마음대로 하세요!”“만약 사람이 더 필요하다면 말만 해주세요.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다!”“저 배은망덕한 남녀를 죽여주세요. 우리도 더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유씨 가문 사람들은 끊임없이 유효진의 심장을 찔러댔다.심지어 유진안 부부마저도 딸을 위해 나서지 않았는데 이미 유효진과 인연을 끊겠다고 묵인한 바와 다름없다.유설진과 유씨 어르신은 그들을 위해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들의 미약한 목소리는 이내 시끄러운 소리에 커버되었다.“송시후 도련님,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유씨 가문과 손절하겠습
“관을 가져왔으니 네가 쓰도록 해.”임찬혁은 싸늘하게 웃으며 주변을 훑어보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꺼져!”아직 힘이 조금 남아있는 송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마치 사형을 면제받은 듯 다급히 관을 들고 부상자를 끌고 상갓집 개처럼 도망갔다.이 광경에 사람들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임찬혁을 바라봤다.백여 명의 경호원과 무사를 동행해 관까지 가져왔는데 결국 송시후가 그 관에 담겨 나갔다는 사실을 두 눈을 펀히 뜨고도 믿을 수 없었다.그들은 두려웠다.송시후의 말처럼 만약 비즈니스 서밋에서 유씩 가문을 매장한다면 유씨 가문과 가까이하는 모든 사람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다.“임찬혁, 유효진! 당장 여기서 꺼져!”“송시후를 건드리고 우리 가문까지 망하게 할 셈이야?”또 유청미가 먼저 나서 입방정을 떨었다.비록 임찬혁의 전투력은 강하지만 그녀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뒤에 있는 모든 유씨 가문은 전부 유효진의 친인척이기에 그들에게 독한 마음을 품진 않을 것이다.“재수탱이들, 당장 꺼져!”“더는 유씨 저택에 나타나지 마! 한 번만 더 나타나는 날엔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감히 송시후를 패다니, 네가 천하무적이라도 돼? 무모한 것.”유청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적대적인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허리를 곧게 폈다.송시후를 그렇게 비참하게 때렸으니 더는 되돌릴 여지도 없다.그러니 덩달아 매장당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일찌감치 선을 그어야 한다.“찬혁 씨, 우리 그만 가요.”유효진은 연우를 안고 파격적으로 임찬혁의 손을 잡더니 함께 밖으로 나갔다.마음이 한없이 차가워졌다.소위 말하는 모든 친인척을 이 기회에 전부 꿰뚫어 보게 되었다.송시후의 비위를 맞추려고 그녀를 개돼지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었으며 심지어 그녀의 죽음을 기다렸다.반대로 임찬혁은 모든 순간에 망설임 없이 그녀 앞을 막아줬다.저택을 나서기 전, 임찬혁은 몸을 돌려 유씨 가문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사람 보는 눈 더럽게 없네. 당신들
돌아가려는 순간 임찬혁의 휴대폰으로 낯선 번호가 들어왔다.“여보세요. 임찬혁 씨, 장호민입니다.”전화기 저편에서 젠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살려주신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윤 회장님께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하십니다.”“그리고 윤 회장님이 유신 뷰티 컴퍼니에서 생산한 회춘단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계시니 내일 혹시 시간 되시면 제가 호텔 앙떼에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장호민은 시장의 기세를 내려놓고 더없이 정중하게 말했다.임찬혁이 윤운철을 구한 것은 장호민을 구한 것과 마찬가지다.그는 이미 임찬혁에 대해 조사를 끝냈으며 유신 뷰티 컴퍼니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모두 알고 있다.유신 뷰티 컴퍼니가 송씨 가문에 눌리고 있으니 윤운철은 임찬혁에게 보답도 할 겸 유신 뷰티 컴퍼니와 협력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좋아요!”임찬혁은 시장인 장호민이 이렇게 직접 그에게 연락할 줄은 몰랐다.워낙 용호파의 힘을 빌어 유신 뷰티 컴퍼니를 구하려고 했는데 윤운철이 손을 내밀다니.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기업가인 윤운철의 도움을 받는다면 송시후는 언급할 가치도 없기에 그는 바로 승낙했다.“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뒤, 유효진은 문자를 확인하더니 다급히 말했다.“이림이 또 발병했대요. 빨리 가서 치료해 줘요!”방금 손이림은 그녀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는데 임찬혁에게 빨리 돌아와 병을 치료해달라고 했다.“그럴 리가요. 병은 이미 다 나았을 텐데?”임찬혁은 의아했다.비록 선천성 한증이 불치병이라 하지만 귀문십삼침으로 치료했다면 더는 발병하지 않는다.그런데 발병이라니?“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요. 빨리 가 봐요.”유효진이 재촉했다.그녀는 임찬혁이 교도소에서 계통적인 의술을 연마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하여 손이림이 다시 발병했다는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래요.”임찬혁은 할 수 없이 승낙했다.두 사람은 두 갈래로 나뉘어 움직였다.유효진은 먼저 연우를 데려다준 뒤 회사 일로 나갔고 임찬혁은 손이림이 있는 멜
워낙 사람의 넋을 빼앗는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그녀가 이런 표정을 지으니 아마 하늘 아래 어떤 남자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아니. 별일 없으면 이만 간다.”임찬혁도 견디기 어려워 다급히 떠나려고 했다.임찬혁의 당황한 표정에 손이림은 뛰어날 의술에 무술 실력까지 겸비한 이 남자에게도 수줍은 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만약 다른 남자였으면 벌써 달려들었을 것이다.이런 모습에 손이림은 임찬혁이 바로 그녀의 운명이라고 더욱 확신했다.그런데 임찬혁은 두 발짝 걷다가 갑자기 되돌아왔다.“왜? 아쉬워?”손이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거만하게 말했다.“나 준다고 했는데 기회를 놓친 건 너야. 이젠 내가 싫어.”임찬혁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보답하겠다며? 부탁 하나만 들어줘.”손이림은 또 실망했다.되돌아온 이유가 고작 이거라고?이렇게 매혹적인 그녀가 유혹하는데 흔들리지 않는다고? 매력이 부족한 걸까?“부탁이 뭔데?”손이림은 궁금한 듯 물었다.“한약재 좀 찾아줘. 보선왕, 인삼정 그리고 용혈석.”임찬혁이 말한 한약재는 모두 경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비록 보잘것없어도 송씨 가문에 내력절정 무사가 나타났고 용국에는 더 많은 숨은 고수들이 존재한다.이제 그는 용호파의 지존으로 앞으로 더 많은 위험에 처할 것이다.그러니 경맥을 회복해야 더 강해져 어머니와 유효진, 그리고 연우를 지킬 수 있다.손이림은 명문가 아가씨로 식견이 넓을 테니 어쩌면 그에게 한약재를 찾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른다.“그건 어디다 쓰게?”손이림은 아름다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임찬혁이 말한 한약재들은 전부 인형태세와 같은 레벨의 물건으로 심지어 그녀가 들어보지 못한 것도 있었다.“쓸 곳이 있어서 그래. 만약 이 약재들에 대한 단서라도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 내가 직접 사러 갈게.”임찬혁은 약간 기대에 차서 말했다.“알아봐 줄게. 보선왕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알려줄 수도 있지만 조건이 있어.”임찬혁은 마음이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