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손이림이 인형태세를 빼앗으려는 순간 임찬혁은 이미 그녀에게 질병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는데 그녀는 보기 드문 선천적인 한체이다.이런 질병은 매우 희소하지만 사람을 지독하게 괴롭힌다. 특히 생리가 올 때면 생리통으로 지옥을 겪는다고도 한다.“그걸 어떻게?”손이림은 깜짝 놀랐다.여러 개의 세계적인 병원에서 진찰받았지만 전부 병을 진단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유랑 도사를 만났는데 도사는 그녀에게 선천성 냉증이라고 말해주었다.“대충 얻어걸린 것 같은데, 그렇다면 말해봐. 내 병명이 뭐야?”손이림이 계속 물었다.인형태세같은 진귀한 물건의 가장 큰 가치는 역시 약으로 쓰이는 것이다.그녀는 인형태세를 원하지만 사람들은 왜 그녀가 필요로 하는지 몰랐다.“매달 그날이면 많이 아프겠네. 게다가 출혈량도 많고 시간도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될 텐데 얼마나 괴롭겠어?”“외출할 때 가장 많이 챙기는 물건이 생리대지? 지금 당장 화장실로 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흘러넘친다?”임찬혁의 말에 손이림은 안색이 변하더니 다급히 생리대를 챙겨 화장실로 달려갔다.임찬혁의 말이 맞다. 곧 넘쳐날 것 같다.옆에 있던 유효진은 너무 놀라 입을 가렸다.그러니까, 임찬혁의 말이 맞았다고?단지 교도소에서 약간의 처방전을 배운 운 좋은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꽤 용하다.잠시 후 손이림이 화장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오만한 자태를 잃어버린 채 약간 붉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내 병도 알아봤으니 인형태세 좀 나눠줄래?”“가격은 네가 원하는 대로 줄게. 가지고 나온 돈은 얼마 없지만 집에 돌아가면 바로 통장으로 쏴줄게.”손이림은 그나마 사근사근한 말투로 말했다.임찬혁은 그녀의 질병을 낱낱이 알아봤고, 게다가 절친의 남편이라 강경한 방법은 쓸 수 없었다.임찬혁은 고개를 저었다.“인형태세를 쓴다고 해서 그 병을 치료할 수 없어. 단지 완화될 뿐이지. 하지만 난 고칠 수 있어.”“내 병 치료할 수 있다고?”“농담 아닌 거 확실해?”손이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치료받기 싫으면 관둬!”임찬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손이림은 입술을 꼭 깨물고 잠시 고민하다가 정서를 가다듬었다.“좋아! 만약 치료하지 못하면 넌 죽었어!”말을 끝낸 그녀는 침대에 엎드려 잠옷을 위로 조금씩 올렸고 결국 손바닥 마한 천 조각만 말랑한 엉덩이를 가린 채 다리가 다 드러났다.희고 가느다란 다리가 임찬혁의 시야에 들어왔다.손이림은 잠옷을 허리춤까지 끌어당기고 우물쭈물 물었다.“됐어?”“됐어.”임찬혁은 심호흡하고 속으로 감탄했다. 이 여자 나중에 아들을 낳을 것이 분명하다.잘록한 허리와 우뚝 솟은 힙은 완벽한 곡선을 이루었고 게다가 희고 가는 다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었는데 임찬혁은 저도 몰래 온몸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아무리 의지가 곧은 임찬혁이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몸매다.임찬혁은 속으로 투덜거렸다.교활하고 제멋대로인 여자가 이런 일품 몸매를 소유했다니.“짝!”임찬혁은 손바닥으로 그 탱탱한 엉덩이를 후려쳤다.“꺅! 너 뭐 하는 짓이야?”손이림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임찬혁을 노려보았는데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너 지금 나 치료해 준답시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 복수하는 거지?”손이림이 따져 물었다.“뭐라는 거야? 지금 치료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지금쯤이면 아랫배가 많이 편해졌을텐데?”임찬혁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손이림은 잠시 멈칫하더니 아랫배에서 전해지는 감각을 느껴보았다.정말 많이 편해졌다!임찬혁이 엉덩이를 후려친 이후로 정말 아랫배에 난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임찬혁은 우선 그녀의 체내에 내력을 주입해 혈을 뚫은 뒤 침을 놓았다.“많이 편해졌지?”임찬혁이 물었다.“응......”손이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더 해줘?”임찬혁이 또 물었다.“그러면...... 살살하면 안 될까?”손이림은 가여운 표정으로 물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네가 의사야, 내가 의사야?”“짝! 짝! 짝!”임찬혁이 연거푸 후려치자 손이림은 식
야식을 다 만들고 두 사람을 부르기 위해 올라온 유효진은 마침 이 장면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임찬혁 역시 깜짝 놀란 상태다.이 여자 사나운 여자 아니었어?병 치료해 줬다고 나한테 매달리는 거야, 뭐야?하지만 유효진의 경악한 표정에 순간 다른 생각이 들었다.명의상 부부인 두 사람은 같은 침대에 누워본 적도 없었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임찬혁이 존재하지 않는다.그런데 저 표정은 설마 질투?“별거 아니에요. 치료받았으니 고마워서 그러겠죠.”임찬혁은 이 기회를 빌려 유효진의 진심을 알아보려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유효진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가짜 결혼인데 뭐 어때요? 효진 씨와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유효진의 반응에 임찬혁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비록 표현한 적은 없지만 그녀도 아마 그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요. 상관없어요. 하던 일 계속하시죠.”유효진은 화가 나서 방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도무지 화를 참을 수 없었다.분명 가짠데, 왜 손이림에게 임찬혁을 빼앗긴 기분이 드는 걸까?“효진아!”손이림은 다급히 따라가 유효진의 손목을 잡았다.“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동안 고생 많이 했잖아. 그런데 이렇게 치료돼서 너무 기쁜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어. 나 미워할 거 아니지?”유효진은 잠시 멈칫했다.‘정말 내가 민감했던 걸까?’손이림의 병은 확실히 손이림을 괴롭게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장기간 해외에서 살았으니 이런 스킨십에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었다.“아니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효진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야식 준비했으니까 빨리 내려가자. 네가 제일 좋아하는 칼국수 끓였어.”“좋아, 좋아!”손이림은 위층을 힐끗 보며 물었다.“임찬혁도 같이 먹어?”“아니, 굶으라고 해.”손이림은 위층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오늘 나 이림이랑 잘 테니까 거실에서 자든가!”유효진은 비록 손이림에게 화가 나지 않았지만 임찬혁에
“임찬혁이 좋다고?”유효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너 하씨 가문과 정략 결혼하기로 한 거 아니야? 명문가 도련님을 놔두고 임찬혁에게 반했다고?”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손이림은 서울 명문가의 아가씨다.그녀를 원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임찬혁을?여자는 여자를 잘 안다고 그녀는 절대로 도사의 말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지금 임찬혁에게 진심을 움직였다.유효진은 용국에서 가장 빛나는 별 같은 아가씨가 정말 가슴만 컸지 생각은 한없이 짧다고 느껴졌다.“나 하찬림 싫어해!”손이림은 단호하게 말했다.“나 지금 그 일 때문에 가출한 거야.”“내가 싫어하는 남자는 아무리 잘나도 소용없어요. 하지만 내가 점찍은 남자는 거지라고 해도 반드시 내 손에 넣고 만다.”비록 임찬혁이 경매회에서 거액을 들여 인형태세를 낙찰받았다고 하나 유효진의 말을 들어보니 그 돈도 아마 유효진의 돈 같았다. 임찬혁은 어쩌면 정말 가난한 남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그녀의 경호원을 때려눕힐 정도로 싸움 실력이 대단했다.게다가 경이로운 의술까지 지녔으니 앞으로 더 빛날 것이다.그녀는 임찬혁이 대성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너 설마 임찬혁 좋아해? 아쉬운 건 아니지?”손이림은 여우처럼 교활한 표정으로 유효진의 표정을 관찰했다.그녀는 유효진이 어쩌면 언행 불일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운명의 남자를 만난 이상, 상대가 누구든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쟁취한다. 이것이 바로 손이림의 성격이다.“그럴 리가! 우린 가짜 결혼이야. 그러니 감정 있을 리가 있겠어?”유효진은 그녀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난 단지 네가 그런 남자한테 마음을 주는 게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그러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을까 봐.”유효진이 설명했다.“난 그 남자 대성할 거라고 믿어.”손이림이 계속 말했다.“조만간 용국에서 3년에 한 번 있는 용무 대회가 열리는데 임찬혁이 아마 이름을 올릴 수도 있겠어.”용무 대회는 나라에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열
임찬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칼을 들어 인형태세의 손가락을 잘랐다.“흑흑......”그랬더니 인형태세는 아이처럼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곧이어 공포스러운 천지 에너지가 절단된 손가락 부위로 몰려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잘린 손가락에서 새 손가락이 다시 자라 원래의 모양을 회복했다.임찬혁은 약간 흥분했다.역시 인형태세, 듣던 대로 신기하다.하지만 원래의 풍부했던 에너지는 아까만 약화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태세를 쉽게 자르면 안 되겠다.임찬혁은 미간을 찌푸렸다.경맥 회복에 필요한 약재들은 모두 인형태세처럼 귀하고 보기 드문 것들인데 언제쯤이면 다 얻을 수 있을까?사부님의 말로는 그의 경맥 손상은 인위적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그런 짓을 한 걸까?이 일은 어쩌면 그의 어머니에게서 답을 얻을 수 있다.임찬혁은 인형태세를 거둔 뒤 잘린 손가락을 들고 연우의 방으로 들어갔다.연우는 침대에 벌렁 누워 쿨쿨 자고 있었다. 아이의 피부는 희고 말랑한 것이 마치 인형처럼 귀여웠다.임찬혁은 연우를 살며시 밀었다.“아빠?”연우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내 치킨은요?”연우는 하루 종일 치킨만 생각했다.너무 졸리지 않았다면 먼저 잠들지 않았을 것이다.“치킨은 못 샀어. 하지만 더 맛있는 걸 가져왔지.”임찬혁은 인형태세의 손가락을 연우에게 넘겨주었다.인형태세는 사람의 체질을 바꿀 수 있고 또한 연우가 나중에 무도를 배울 수 있는 기초를 다질 수도 있다.“이게 뭐에요?”인형태세는 투명하고 맑으며 간간이 맑은 향기를 풍겼는데 이를 본 연우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바로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너무 맛있어요!”“아빠, 더 있어요? 연우 더 먹을래요.”연우는 마치 고양이처럼 입술을 핥으며 인형태세의 진미를 느꼈는데 치킨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그러다 코피 터질라.”임찬혁은 연우의 코를 톡톡 건드렸다.“그래요, 알겠어요. 아빠 오늘 연
유효진은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아 한동안 왕래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타난 걸까? 혹시 가문과 화해하려는 걸까?“언니, 형부, 왔어요?”손님을 맞이하던 유설진은 유효진 부부를 보고 급히 그들을 맞이했다.하지만 유설진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얼굴을 굳힌 채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임찬혁을 보는 시선은 더 경멸에 차 있었다.5년 전 유효진의 혼전 임신은 유씨 가문의 수치였다. 아이를 낳기 위해 유효진은 가문과 인연을 끊었고 이 일로 그녀는 유씨 가문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그런데 이젠 전과자 남편까지 얻었으니 정말 하찮은 존재가 되어버렸다.사람들 사이에 각진 얼굴에 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보였는데 그 옆에는 미모의 중년 여성이 서있었다.그의 이름은 유진안, 유효진의 아버지다. 물론 그도 똑같이 얼굴을 굳히고 있다.“아버지, 엄마.”유효진이 그들을 불렀지만 부부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장인어른, 장모님.”임찬혁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올렸다.“흥! 나한테 전과자 사위는 없어!”유진안은 힘껏 콧방귀를 뀌더니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임찬혁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자산이 2,000억도 넘는 유씨 가문에 전과자 사위라니, 창피해서 얼굴을 들기도 힘들었다.“유효진, 너 정말 대단하다? 유씨 가문 체면 아주 제대로 깎는구나? 혼전 임신도 모자라 이젠 전과자 남편이야?”이때 유효진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그녀 이름은 유청미, 유씨 가문 둘째 아들의 장녀이자 유효진의 사촌 동생인데 몸매나 미모나 모두 출중했다.물론 유효진보다는 훨씬 부족하지만 보통 사람들 사이에선 최고라고 할 수 있다.“오늘 할아버지 칠순 생신이라 전부 귀한 손님들만 올 텐데 어떻게 전과자를 데리고 올 생각을 하지? 정말 뻔뻔하네.”유청미는 콧방귀를 뀌더니 마치 좀도둑을 보는 듯한 경멸의 눈길로 임찬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유효진은 어릴 때부터 외모나 능력에서 모두 그녀를 압도했다.게다가 유효진은 강주 제일 미녀 대표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으니 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아우라에 눌려 감히 막으려는 자가 없었다.커다란 뒷모습을 보니 유효진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사이다 같은 임찬혁의 행동에 그녀는 안전감을 느꼈다.유씨 저택 앞뒤 정원에는 모두 수백 개의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미 손님들로 북적거렸다.70세의 고령인 유씨 어르신은 의자에 앉아 사람들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었다.“손녀 유청미, 할아버지에게 인사 올립니다. 할아버지 만수무강하세요.”“할아버지 그림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제 남자친구 진세호가 특별히 할아버지를 위해 100억을 들여 당백호의 ‘행화초옥도’를 사 왔으니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유청미는 고풍스러운 스타일의 서화를 천천히 펼쳤고 이내 아름다운 그림이 눈앞에 펼쳐졌다.“어르신, 진세호가 인사드립니다. 만수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유청미 옆에 있던 거만한 표정의 양복남이 허리 굽혀 인사를 올렸다.남자는 유청미의 남자친구 진세호, 식품 무역회사의 아들로 자산은 유씨 가문과 비슷한 2,000억 정도이다.“세상에! 정말 ‘행화초옥도’야!”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며칠 전에 미스터리한 재벌이 ‘행화초옥도’를 100억으로 낙찰했다던데, 진세호였어?”“유청미는 정말 복도 많아. 진세호 집안 배경도 좋고 돈도 많고 게다가 저렇게 아낌없이 퍼주다니, 평생을 맡길 만해!”현장은 발칵 뒤집혔다.모두 ‘행화초옥도’에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이렇게 귀한 그림은 그들도 처음 본다.어떤 사람은 시선을 임찬혁에게로 돌려 손가락질하며 진세호와 비교했다.“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저렇게 귀중한 선물을 들고 온 진세호와 비교하니 저 전과자는 정말 쓰레기보다 못한 인물이야.”임찬혁은 손에 들린 족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당백호의 ‘행화초옥도’는 분명 그의 손에 들려있는데?감히 가짜를 선물이라고 들고 오다니, 정말 뻔뻔스러운 인간이군.전형적인 무뇌아인 유청미는 또 거기에 깜빡 속았다.“착한 것, 이 할아버지는 당백호 작품을 정말 좋아한단다. 그의 걸작을 소장할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유진하는 감격에 겨워 말했다.“안심하세요. 반드시 우리 가문을 질서정연하게 관리하여 아버지한테 제 능력을 보여드릴 겁니다.”유청미를 비롯한 유진하 라인의 사람들도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놀라운 일이고, 기쁜 일이다.두 형제의 암투는 수년간 지속되었는데 줄곧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행화초옥도’ 한 점으로 유씨 가문의 상속자가 결정되었고, 최후의 승자는 유진하로 판정되었다.“아버지! 이렇게 큰일을 너무 쉽게 결정하시는 거 아닌가요? 다시 생각해 주세요!”유진안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는 유씨 가문의 권력이 동생에게 넘어가는 꼴을 볼 수 없었다.“그러니까요, 아버님. 이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이향도 애처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입 다물어! 감히 누굴 가르쳐?”유씨 어르신의 호통에 두 사람은 더는 반박할 수 없었다.유진안 부부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유설진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진하가 어떤 인간인지 유설진은 너무 잘 알고 있다.유씨 어르신이 사망하는 날엔, 그들 가족은 바로 유씨 저택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유효진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다들 1억이나, 많게는 수억 원의 선물을 들고 왔는데 유청미는 바로 100억 원 상당의 선물을 선사했다.하지만 그녀는 임찬혁에게 고작 1억을 주고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다.이번에는 조금의 도움도 되지 못한다.“유 대표님, 경축드립니다.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손님들은 분분히 유진하의 환심을 사기 시작했다.“어머!”유청미는 득의양양해서 유효진에게 다가와 물었다.“언니, 할아버지가 언니 얼마나 아끼셨어? 언니는 어떤 선물 준비했어?”“빈손으로 왔거나 몇억짜리 쓰레기 가져온 건 아니겠지?”유청미는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다들 알다시피 유신 뷰티 컴퍼니는 요즘 송시후 때문에 재정 상황이 아주 빠듯하다.하여 유청미는 유효진이 이렇다 할 선물을 내놓지 못한다고 확신했다.1억의 선물은 보통 사람들의
어쨌든 이 일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골머리가 아팠지만 임찬혁은 어쩔 수 없이 육성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하씨 가문.하찬림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단발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비서가 볼륨감이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늘씬하고 새하얀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싸여 시시각각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제가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까? 효과는?”“분부하신 대로 홍보했고 이번 책임은 체스턴에게 모두 떠넘겼습니다.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겠다는 양해도 구했고요.”여비서는 공손한 표정으로 일일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해주었다.“음, 아주 좋네요.”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인지 하찬림의 안색이 비로소 밝아지기 시작했다.오늘은 정말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임찬혁을 모함하려다 오히려 임찬혁의 회춘단이 만병통치약이 되고 중생환이 독이 된 것이다.다행히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여론은 쉽사리 통제되었다.“임찬혁... 두고 봐, 국제 무도 대회 날 내가 널 어떻게 짓밟아버릴지.”하찬림이 이를 갈며 임찬혁의 이름을 곱씹었다.국제 무도 대회 날 임찬혁을 이기기만 하면 하찬림은 그동안 잃었던 모든 것들을 되돌릴 수 있다.“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육소연과 임찬혁이 정말 혼약을 맺었단 말입니까?”“네, 두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약혼을 맺었는데 육소연이 계속 임찬혁을 못마땅해하는 바람에 관계가 불안정했다고 합니다.”그 순간, 하찬림의 어두운 얼굴에 음침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찬혁아... 임찬혁, 전에 네가 바로 나와 손이림을 갈라놓은 장본인이지? 두고 봐.”“이번에는 내가 기필코 육소연을 꼬셔서 손에 넣을 테니 너도 어디 한번 망신당하는 꼴을 느껴봐.”...레드 로즈 바.임찬혁은 육성재의 전화를 끊은 후 또 팽런웅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임찬혁, 너 정말 국제 무도 대회에 참가할 거야?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난 지금 당장 널 무도 협회에 가입시킬 수
...모두의 눈빛이 밝아지고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용운 그룹이 옹호 그룹의 모든 자산을 삼켰고 하씨 가문의 사람까지 죽여 하씨 가문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명문 가문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만약 육소연이 정말 용운 그룹의 대표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들 모두가 함께 덕을 볼 수 있다.“안 된다.”육성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단칼에 잘라버렸다.“넌 이미 찬혁이와 약혼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고백할 수 있단 말이냐? 정녕 창피하지도 않단 말이냐?”임찬혁과 육소연 사이에는 이미 혼약이 잡혀있다. 이는 그와 임찬혁의 죽은 아버지가 정한 것인데 육성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혼인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얼굴로 구천에 있을 친구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그러니 용운 그룹의 대표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는 꿋꿋이 임찬혁을 선택할 것이다.“아빠! 그 임찬혁 얘기는 꺼내지도 마! 임찬혁은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줄지언정 나에게 주지 않는데 내가 왜 그런 무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건데?”육소연이 얼굴을 홱 돌리며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그 입 다물지 못해? 그 일은 찬혁이 탓이 아니야. 네가 먼저 찬혁이를 의심했잖니.”육성재 역시 회춘단 대리 문제에 관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고 임찬혁과 육지영 사이에 거래가 있었으니 임찬혁이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주는 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그리고 육성재가 보기에 그 회춘단에는 분명 놀라운 부의 가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딸이 임찬혁과 결혼한다면 그 재산 역시 공동 재산이 되지 않겠는가?하지만 육성재는 굳이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육성재는 오직 육소연이 임찬혁과 결혼하는 것만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싫어. 난 용운 그룹 대표가 좋아. 당장 내일이면 대표님한테 달려가서 고백할 거야.”“만약 아빠가 자꾸 임찬혁과 결혼하라고 달달 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테야.”육소연은 결연
방금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체스턴을 발견한 임찬혁은 곧바로 상대가 도망갈 것을 예상하고 청룡을 파견하여 체스턴을 잡아 오라고 당부했다.사실 체스턴은 중생환을 가지고 용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그의 죽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같은 시각, 육씨 가문.육소연은 침실에 숨어 몰래 울음을 삼키며 절친 배두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흑흑, 두나야, 임찬혁에게 정말 회춘단이 있었다니. 그런데 임찬혁이 회춘단의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어. 이건 분명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라고!”육소연의 입장에서 아무리 그녀가 임찬혁을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회춘단의 대리권만큼은 그녀에게 넘겨줬어야 했다.육지영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다는 건 일부러 육소연과 맞서겠다는 뜻 아닌가?“임찬혁、 이 천벌 받아도 싼 놈... 네 아버지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걸 그새 잊었던 말이야?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 따로 없네.”배두나는 이번 발표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발표회에서의 일은 진즉 전해 들었다.지금 회춘단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점에 회춘단의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떼돈을 벌고도 남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임찬혁은 줄곧 육소연에게 잘 보여 육씨 가문의 사위가 되기 위해 하염없이 노력해왔었다. 그러니 육소연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임찬혁이 한결같이 육소연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처럼 육소연에게 냉담하게 굴면서 다른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흥, 설령 임찬혁이 나에게 대리권을 준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하지 않았을 거야.”육소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입을 삐죽였다.“괜찮아, 네 말대로 임찬혁은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야. 그러니 그 남자를 위해 슬퍼할 가치도 없어. 지금은 작은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용운 그룹 대표와는 비교할 가치가 되지 못해.”배두나가 육소연을 다독여주며 투덜거렸다.“너도 용운 그룹 대표가 정말 날 좋
이 모든 것은 임찬혁을 믿었기 때문이다.“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결국, 육씨 가문 전체에서 육성재를 제외하고 임찬혁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육지영뿐이었다.게다가 방금 어머니까지 모시고 와 약을 시험해 본 것도 작은 도움이 된 셈이니 임찬혁은 당연히 약속을 어길 리가 없었다.“잘됐네, 지영아. 네가 찬혁이를 믿은 건 옳은 선택이었어.”박영화와 육지영이 감격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임찬혁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판이 이렇게까지 뒤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터.그러나 다른 한쪽에 서 있던 육소연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보처럼 느껴졌다.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처음에 임찬혁은 그들에게 회춘단의 대리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시큰둥하게 거절해버렸다.그런데 임찬혁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니. 언제부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까지 없었던 거지?지금 서울의 모든 사람들은 임찬혁 회춘단의 이 대리권을 구하기 위해 피 터지도록 경쟁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육소연만이 도무지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과거 너무 절대적으로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마음속의 그 거만함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깊은 회의감이 솟구쳐올라오며 육소연은 감히 임찬혁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찬혁아, 이렇게 좋은 제품이 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우리 사이에 대리 하나 맡겨주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지?”육지영은 차마 티를 낼 수 없었지만 하미현은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임찬혁에게 대리를 내놓으라며 요구했다.“허허, 전 분명 기회를 드렸고 거절한 건 숙모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또 갖고 싶으세요?”임찬혁이 하미현을 빤히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미현은 다른
이어 임찬혁은 또 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먹였다.“콜록콜록!”얼마 지나지 않아 연신 기침을 하더니 창운 도인이 정말 서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순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대박, 회춘단이 이 정도로 신기하다고?”“죽은 줄 알았던 생쥐도 회춘단을 먹으니 다시 살아났다니까.”“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도 살릴 수 있다니. 회춘단은 정말 미용 제품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이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연이어 임찬혁에게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제발 회춘단 하나만 주세요.”“저도 하나만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당신이 내 목숨만 구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그들은 임찬혁에게 연이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아직은 몸에 큰 반응이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중생환의 부작용이 닥치면 그땐 정말 끝장일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쥐보다 훨씬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 역시 모두 중생환을 복용했지만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거예요.”“그리고 회춘단은 곧 서울에서 판매될 예정이니 몇 알 복용하면 중생환의 악영향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다독여주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들도 괜찮다는 임찬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임찬혁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연히 회춘단 한 알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임 선생님, 회춘단 대리점을 하고 싶은데 지금 200억의 계약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샘플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한 여자가 물었다.“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찬혁은 즉시 여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건네주었다.“저도 회춘단 대리를 하고 싶습니다.”“저도 하겠습니다.”“임 선생님, 저한테도
중생환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 일로 하찬림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악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하찬림 이 망할 자식아, 내가 널 얼마나 철석같이 믿었는데 나한테 독약을 먹여?”곧이어 한 중년 부인이 하찬림의 눈앞에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고 해명을 요구했다.방금 하찬림의 설득 하에 그녀도 중생환을 먹었기 때문이다.하여 우리 안에서 점점 죽어가는 쥐를 보며 화들짝 놀란 중년 부인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나도 중생환을 먹었는데... 설마 나도 저 생쥐들처럼 죽게 되는 건가? 하찬림 이 개자식아!”“당신 제대로 해명 안 하면 가만 안 둘 거야.”방금 중생환을 먹었던 사람들이 모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하찬림을 에워쌌다.이제 목숨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하찬림의 신분과 지위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하찬림 역시 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감히 일반인에게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잘못하면 하씨 가문 전체가 나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꼭 합리한 설명을 하겠습니다.”“체스턴 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하찬림은 많은 사람들의 공격에 대응하며 다급히 체스턴을 찾아 헤맸지만 상대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조금 전, 중생환의 일이 탄로 날 것을 미리 눈치챈 체스턴은 진즉 뒤꽁무니를 빼고 도망쳐버렸던 것이다.“체스턴!”“체스턴!”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체스턴에 하찬림의 마음도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놈에게 속았구나.한편, 덩달아 당황해하는 하찬림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더더욱 중생환에 문제가 있음을 단정했다.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심지어 당장이라도 하찬림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찬림,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다.”한 중년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하찬림의 얼굴을 도려냈다.악!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찬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일반인들의 공격은 전혀 피할 방법이 없었고 얼굴에는 핏자국이 번지며 하찬림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열 마리의 생쥐에게로 향해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중생환을 먹은 생쥐들도 멀쩡하잖아. 그렇다면 중생환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 아냐?”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이 구역에서 작게 소문난 부잣집 딸인데 이번에도 중생환의 분대리로 선발되었다.중생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하찬림의 뒤를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임찬혁의 말이 전부 거짓이길 바라는 것이다.“맞아요, 임찬혁이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만약 중생환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우리 하 대표가 모를 리 있겠어요? 그리고 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실험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임찬혁도 괜히 하 대표가 질투 나서 태클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하 대표의 제품이 회춘단 못지않게 훌륭하니까 일부러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 아니겠어. 이런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어. 당장 쫓아내자고...”...눈치를 보던 다른 대리상들도 너나없이 나서서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에게 있어 임찬혁은 그들의 장사를 방해하러 온 눈엣가시일 뿐이다.어렵게 중생환의 대리권을 얻고 드디어 큰돈을 벌려는데 웬 낯선 남자가 이곳에 찾아와 중생환에 문제가 있다고 선포를 하니 이건 그들과 맞서고 들려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곧이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임찬혁을 쏘아붙였다. 비록 임찬혁의 회춘단은 확실히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리 장사에 눈이 멀어도 난데없이 중생환이 위험하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릴 필요는 없었다.어쨌든 하영 그룹은 유명한 대기업이고 하찬림은 또 남부 군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니 돈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니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중생환의 발표회를 열 수도 없었을 것이다.오히려 임찬혁이야말로 질투에 눈이 멀어 난데없이 소란을 피우러 온 입장이 되어버렸다.육소연의 눈동
“게다가 당신의 중생환은 사실 사람의 잠재력을 착취하는 부작용이 있잖아요. 심지어 강한 중독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나라와 국민에게 재앙을 끼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 아니겠어요?”임찬혁의 매 한 마디, 한 글자가 모두의 귓가에 때려 박혔다.뭐라고?임찬혁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들에게 있어 중생환은 신약과도 같은 존재로 모두가 하찬림을 숭배하며 존경해왔다. 그런데 설마 정말 임찬혁의 말처럼 그런 일이 생길까?체스턴의 파란 눈동자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체스턴만큼은 중생환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잘 알고 있다. 임찬혁의 말은 정말 모두 사실이었다.‘뭐지? 임찬혁이 어떻게 이걸 알게 된 거지?’그의 중생환이 서양 국가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임찬혁이 말했던 부작용 때문이었다.하여 이곳저곳 쫓겨 다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용국의 시장을 노리게 된 것인데 이것마저 임찬혁에게 들켜버리다니...“건방진 소리!”하찬림이 불같이 화를 내며 으름장을 놓았다.“증거 있어? 증거도 없이 무작정 물어뜯는 건 예의가 아니지.”하찬림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임찬혁을 노려보았다. 하찬림을 모욕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중생환을 비하하다니. 체스턴은 분명 그에게 중생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장했단 말이다.“그럼 제 회춘단에 금지 성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증거 있습니까?”“제 회춘단은 어떤 검사도 받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금지 성분이 검출된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하찬림을 똑똑히 바라보며 반박했다. 대화가 오가고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물론 내 중생환도 얼마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지요.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나도 어떤 대가라도 달게 받겠어.”하찬림도 임찬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품에 자신감이 넘쳤다.애초에 하찬림은 중생환을 받을 때부터 모든 검사를 거쳐 조금의 금지 성분도 없다는 결과를 받게 되었었다. 하
하찬림뿐만이 아니다.체스턴, 전정우, 허원무, 곽해진 그리고 손강오까지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들은 모두 비즈니스계의 정상에 있는 인물이기에 식견이 매우 넓은 편이었다.그런데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어마어마할 줄이야.이건 성공적인 프로젝트일 뿐이 아니었다. 아마 전 세계를 뒤져 보아도 이 정도의 돈줄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마 임찬혁이 이렇게 좋은 제품을 내놓았으리라고 꿈에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회춘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막상 회춘단의 상업적 가치를 확인하니 모두의 마음속에 욕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만약 회춘단의 대리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분명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절대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건데...한편, 육소연도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찬혁이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라니.회춘단이 보여준 효과만 봐도 중생환을 넘어서는 건 물론이고 아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회춘단은 임찬혁이 직접 참여하여 연구 개발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회춘단의 모든 권한은 자연히 임찬혁의 손에 있다.회춘단의 대리권만 손에 쥔다면... 중생환의 대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우와!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신기하다니...”육지영이 뛸 듯이 기뻐하며 외쳤다.회춘단을 먹고 생긴 변화는 단지 발의 흉터가 사라진 것 뿐만이 아니었다. 피부도 훨씬 좋아지고 안색도 전과 다르게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알을 복용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효과라니... 계속 복용하면 얼마나 예뻐질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내가 시험해줄게요. 나한테도 한 알 줘봐요.”“저도, 저도.”...금세 수많은 여자들이 몰려들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회춘단처럼 쉽게 비주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을 마주하니 여자들은 전부 이성을 잃고 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