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경매장에 도착했을 때,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장소에 사람들이 가득 몰려있었다.오직 눈에 띄지 않는 코너 쪽에 빈 의자가 보였고 가장 좋은 자리인 앞줄에는 이미 사람들이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있었다.“임찬혁 님 되십니까? 김승태 도련님께서 VIP 룸을 준비했으니 제가 모시겠습니다.”이때 한 종업원이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고마워요.”임찬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두 사람은 VIP 룸으로 왔는데, 이곳의 환경은 아주 럭셔리하고 방음 처리도 잘 되어 있었다.게다가 시야는 말할 것도 없다.룸에는 외부 오디오와 연결된 마이크도 있어 언제든 가격을 부를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설계되어 있었다.이게 끝이 아니다.또 다양한 디저트와 과일도 먹음직스럽게 배치되어 있었다.“여기 너무 좋다.”환상적인 환경에 양금희는 저도 몰래 감탄했다.임찬혁을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평생 이런 고급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다.“저쪽 룸으로 들어갔어.”임찬혁이 룸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홀의 한쪽 모퉁이에서 몇몇 그림자가 나타났다.바로 왕현 무리다.그들은 방금 실컷 개숫물을 마신 뒤 길거리에 버려졌다.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김승태는 왜 임찬혁에게 벌벌 기는 걸까?하여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휘연에 잠입해 그 비밀을 파헤치려고 했다.“내가 보기엔 단지 운이 좋았던 것 같아. 김승태 그 자식과 친분을 쌓고 우리 앞에서 으스댄 게 틀림없어.”“단지 거지새끼일 뿐이야.”그들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7시가 되자 경매가 시작되었다.경매사의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고 경매 물품이 하나하나 올라오기 시작했다.첫 번째 경매품은 송나라 시기의 골동품으로 시작가는 1억이다.하지만 임찬혁은 별 볼 것 없다고 생각해 가격을 부르지 않았다.그는 유효진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오늘 이곳에서 사람을 깜짝 놀래킬 수 있는 최고의 물건을 골라야 한다.10여 개의 경매품이 낙찰 된 가운데 드디어
“200억!”임찬혁이 200억을 외치자 시끄러웠던 장내는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모두의 시선은 임찬혁이 있는 룸으로 향했다.그들은 룸에 있는 사람이 아마 어느 대단한 재벌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에 바로 100억을 더 높여 외치다니, 이는 태세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여러 재벌을 무력하게 만들었다.“300억!”몇 초가 지나고 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며 이번에도 역시 100억이나 더 불렀다.상대는 여자인데 장내가 조용하다 보니 임찬혁은 바로 여자가 옆 룸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400억!”임찬혁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가격을 불렀다.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가격을 더 외칠까 말까 망설이던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이 재미있는 돈 싸움을 지켜보았다.“500억!”여자도 따라 가격을 외쳤지만 목소리에는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1,000억!”인내심이 바닥난 임찬혁은 바로 최고가를 외쳤다.그랬더니 이번에는 십여 초가 지났지만 아무도 값을 외치지 않았다.여자도 포기한 모양이다.“1.000억 한 번!”“1.000억 두 번!”“1.000억 세 번!”“1.000억 낙찰!”임찬혁은 드디어 인형태세를 손에 넣게 되었다.“맙소사, 설마 4대 재벌가에서 손을 쓴 걸까요?”“온 경주를 털어도 4대 재벌가 외에는 이렇게 큰돈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긴 하죠.”“아무 생각 없이 나온 경매에서 이렇게 치열한 장면을 보게 되다니,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홀 안의 천여 명의 시선은 모두 임찬혁이 있는 룸으로 향한 채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왕현 등 사람은 넋이 나간 듯 그대로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천억!저렇게 쉽게 천억을 내던진다고?그들은 임찬혁이 김승태를 믿고 까부는 줄 알았다.하지만 김승태의 총자산은 겨우 200억에 불과한데 임찬혁은 저리 쉽게 천억을 내놓다니.이거 정말 우스운 일이다.임찬혁을 거지새끼라고 칭하며 그들과 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오만방자하게 굴었는데.사실
‘행화초옥도’는 명나라 화가 당백호의 최고작으로 불리는 작품이다.경매장에서 당백호의 작품은 늘 사람들을 열광시켰고 소장 가치 또한 아주 높다.유씨 어르신의 생신 선물로 드린다면 아마 유효진의 체면을 제대로 세월 줄 것이다.이 경매품의 경매 시작가는 10억, 임찬혁은 바로 가격을 외쳤다.“10억!”“12억!”“14억!”......치열한 경쟁 끝에 임찬혁이 100억이라는 가격으로 이 작품을 손에 넣게 되었다.“그만 가자.”만족스러운 생신 선물도 손에 넣었고 예상 밖으로 인형 태세로 낙찰받았으니 그야말로 수확이 가득했다.게다가 경매회도 거의 끝나가니 더는 좋은 물건이 없을 거라고 확신한 임찬혁은 바로 돌아가려고 했다.“그래.”양금희는 다급히 일어나 임찬혁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떠나자마자 옆 칸 문이 열리더니 이목구비가 화려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늘씬한 몸매에 타이트한 롱드레스로 몸매를 부각한 20대의 젊은 여자다.잘록한 허리는 다리가 움직임에 따라 요염하게 움직였는데 외모로나 몸매로나 절대 미인이었고 강주 제일 미녀 유효진과도 견줄만했다.그녀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임찬혁이 떠난 방향을 응시하며 여성스러움과 청순함을 완벽하게 한데 섞어 표현했다.미모로 사람의 넋을 빼앗을 수 있지만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하게 하는 존재.그녀 이름은 손이림, 교토 손씨 가문의 아가씨지만 정략결혼에 불만을 품고 잠시 가출한 상태에서 인형태세를 만나다니.그녀는 숨겨진 병을 앓고 있었는데 인형태세는 그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반드시 사려고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니고 나온 돈이 부족해 이런 작은 도시에서 돈으로 체면을 잃게 되었다.“쫓아가!”손이림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가 점찍은 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아가씨, 염려마세요. 저 자식 도망 못 가요.”그녀 뒤로 마치 강철로 만든 듯한 우람한 체구의 남자가 자신 있게 입을 열었는데 그 근육들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양금희를 데리고 거리로
“강하게 나오시겠다?”손이림은 싸늘하게 웃으며 임찬혁을 위협했다.“거절하면 어쩔 수 없죠. 총 쏘는 수밖에.”임찬혁은 언짢은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과연 그럴 수 있을까?”“까부네. 얘들아, 처리해.”손이림 뒤에 있던 경호원은 앞으로 한 발 나서더니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임찬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슉슉!”그의 주먹은 거의 절정에 달해 마치 공기층을 찢고 나오는 폭탄 같았다.“퍽!”하지만 이때, 임찬혁도 서서히 움직였다.그는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더니 가볍게 상대의 주먹을 잡았다.뭐지?경호원은 멈칫했다.한주먹거리도 안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임찬혁의 힘은 크림처럼 부드럽지만 말로 할 수 없는 기력이 느껴졌고 순간 상대의 힘을 깡그리 잡아먹었다.“부드득!”이어 임찬혁이 손에 힘을 주자 부드럽던 손바닥은 순간 강철 집게처럼 돌변하더니 바로 경호원의 주먹을 부숴버렸다.하지만 경호원도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그는 격렬한 고통을 참고 임찬혁의 복부를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이번 공격만 제대로 들어간다면 바로 역전할 수 있는 기회다.“쿵!”하지만 임찬혁도 마찬가지로 다리를 휘두르더니 그의 종아리를 세게 걷어찼다. 안타깝게도 경호원의 종아리는 그대로 부러져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그까짓 실력으로 감히 나한테서 삥 뜯으려고?”임찬혁은 코웃음을 치더니 상대를 저 멀리 발로 차 날려버렸는데 골목 옆의 벽돌담에 세게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쾅!”순간 돌멩이가 난무하고 먼지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경호원은 무너진 돌담 아래 그대로 깔려버렸다.“신봉호, 너 괜찮아?”손이림의 예쁜 얼굴에 짙은 경악이 가득 찼다.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던 신봉호가 한 방에 무너지다니.게다가 한 마디 반박도 할 수 없는 완전한 패배!“아가씨, 빨리 도망가세요!”겨우 벽돌 아래에서 기어 나온 신봉호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임찬혁의 실력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그는 온몸에 분쇄성 골절상을 입고 연신 피를 토했는데 전투력
“촉감이 괜찮네.”임찬혁은 손이림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크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그는 그저 그녀를 혼내주고 싶었던 거지 진짜로 건드릴 마음이 없었다. 만약 진짜로 힘을 썼다면 지금쯤 그녀는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손이림은 자기가 우세라고 생각해 돈을 주고 인형태세 절반을 가져가려고 했을 뿐, 그를 죽이고 빼앗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걸 임찬혁은 알고 있었다.그러니 결코 악랄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짜증 나! 내가 너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반드시 복수할 거야!”손이림은 새빨간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며 임찬혁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이런 치욕은 평생 처음이다.한참 뒤 그녀는 신봉호를 일으켜 세우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너 괜찮아?”신봉호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안 죽어요. 제가 무능해서 아가씨를 지켜드리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아니야, 네 탓 아니니까 우선 돌아가서 치료부터 받아. 난 친구한테 가 볼게.”손이림이 말했다.“네, 아가씨. 안전 조심하세요.”......임찬혁이 다시 길가로 돌아갔을 때, 양금희는 심심한 듯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금희야, 가자.”임찬혁이 말했다.임찬혁의 목소리에 양금희는 다급히 일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디 갔었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화장실 좀 다녀왔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 좀 서느라.”임찬혁은 대충 둘러대고 껄껄 웃었다.이내 두 사람은 택시에 올라 먼저 양금희의 집으로 향했다.차가 흔들리자 약간 과음한 양금희는 취기가 오르더니 임찬혁의 어깨에 머리를 비스듬히 기댔다.부드럽고 말랑한 몸과 은은한 향기에 고개를 돌리니 그녀의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옷깃 안의 하얀 피부가 낱낱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임찬혁은 깜짝 놀라 다급히 몸을 돌려 똑바로 앉았다.이내 택시는 양금희가 살고 있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화강마을로 도착했는데 임찬혁이 사는 동네와 막상막하였다.양금희의 지시로 택시는 한 낡은 주택 앞
“헤헷! 빨리 가. 늦으면 혼날라.”양금희는 임찬혁의 수줍은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 귀엽게 혀를 내밀더니 치마를 들고 곧장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양금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 그제야 임찬혁도 발길을 돌렸다.택시를 잡아탄 그는 기사에게 천천히 운전하라고 부탁하고 치킨집을 찾아다녔다.그런데 이때.곁눈으로 흙을 가득 실은 화물차 한 대가 보였는데 그 차는 마치 통제를 잃은 듯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만약 이대로 부딪힌다면 택시는 즉시 찌그러지고 말 것이다.“조심해요!”일촉즉발의 순간, 임찬혁은 핸들을 낚아채더니 바로 방향을 바꾸어 길가의 그린벨트 속으로 뛰어들었고 화물차는 바로 옆으로 스쳐 갔다.“쿵!”굉음과 함께 화물차와 뒤차들이 연쇄로 충돌했다.“젊은이, 고맙네.”택시 기사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정말 죽다 살아남았다.만약 임찬혁이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피해자는 바로 그들이다.“일단 내리죠.”임찬혁은 그린벨트에 끼인 문을 힘껏 밀고 차에서 내렸는데 그제야 참담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십여 대의 차가 연쇄로 충돌했다.십여 대의 아우디 차량이 행렬 중에 이런 사고를 당했는데 맨 앞에 아우디는 이미 완전히 균형을 잃고 뒤집혀 있었다.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상황은 더없이 혼란스러웠다.이때 사람들이 뒤집힌 차량에서 50대의 중년 남성을 끌어냈는데 남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고 있었다.“어떻게 됐어요?”이때 덩치가 큰 남자가 근엄한 표정으로 달려왔다.남자도 비록 다쳤지만 너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임찬혁은 이 남자를 기억한다. 상대는 경주시의 시장 장호민이다!통제를 잃은 화물차는 하필 시장의 차량 행렬을 들이박았다.“시장님, 괜찮으십니까?”“구급차 불렀습니다. 이시진 선생님께서도 응급처치하고 계십니다.”30대 안경남이 다급히 장호민을 부축하고 말했는데 그는 장호민의 비서다.“난 괜찮으니까 구급차부터 재촉해. 저분 반드시 아무 일도 없어야 해.”장호민은 비서를 밀치고 부상
“선생님, 한 번만 다시 봐주실래요? 반드시 구급차에 태워야 해요!”장호민이 간청했다.“지금 당장 수술 한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부상이 너무 심합니다. 혹시......”“혹시 뭐요?”장호민은 희망 가득한 눈빛으로 이시진을 바라봤다.“혹시 그분이 이 자리에 있다면 모를까...... 의술이 저보다 백배도 강한 분이지만 저도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윤 회장님은 10분도 버틸 수 없어요......”이시진은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의사로서 살아 있는 생명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건 아주 괴로운 일이다.쿠웅!장호민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수십 년 동안 사람을 구하고 명성을 쌓은 이시진이 결코 이런 결단을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윤운천을 정말 살리지 못할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는 이 세상에 이시진보다 더 의술이 뛰어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윤운철이 강주시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니.장호민은 솟구치는 자책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모두 그분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그의 잘못이다.다들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늘 사회에 베풀기만 하던 사업가 윤운철이 교통사고로 별세할 줄이야.하늘은 참 매정하다. 어찌 이런 영재를 빼앗는단 말인가?“아직 살릴 기회는 있어요!”이때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의 시선은 곧장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 자식 어디서 나타난 거지?보아하니 의사도 아닌데?이시진도 불가능하다는 상황에 감히 이시진의 판단을 불복하다니?“너 이 자식, 시장님이 여기 계시는데 무슨 헛소리야? 이시진 선생님께서도 치료할 수 없다는데 너 같은 놈이 나서긴 왜 나서? 당장 꺼져!”누군가 남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보아하니 시장님의 눈에 들려고 수를 쓰는 것 같은데, 정말 역겨운 인간이군.”“기껏해야 스무 살 남짓한 애송이 같은데, 설사 의사라고 해도 이제 졸업한 지 얼마
장호민은 놀라서 그대로 얼어붙었고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시진을 바라보았다.새파랗게 젊은 애송이한테 본인을 후배라고 칭하다니!“선생님, 이게 대체 무슨?”장호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시장님. 임찬혁 선생님이 바로 제가 말씀드렸던 저보다 백배는 강한 그 신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나다니, 윤 회장님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이시진은 또 한 번 임찬혁에게 인사를 올리며 간청했다.“임찬혁 선생님에게 부탁드립니다. 윤 회장님을 살려주세요. 지금 윤 회장님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임찬혁 선생님뿐이십니다.”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이 애송이의 의술이 이시진을 능가한다고?이시진이 설마 치매라도 온 건 아닐까?이때 임찬혁이 싸늘하게 말했다.“맞아요. 난 구할 수 있어요. 근데 아까 꺼지라고 하지 않았어요? 경찰까지 부른다고 하던데? 그러니 그냥 갈래요.”말을 끝낸 임찬혁은 바로 뒤돌아 발걸음을 옮겼다.“잠깐!”장호민은 다급히 두 걸음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부탁했다.“죄송합니다. 아까는 제가 몰라뵙고 실수를 범했네요. 훌륭한 의술을 가지고 있으니 지나간 일은 내려놓고 윤 회장님을 살려주세요. 이분은 사회를 위해 많은 애심을 베푼 훌륭한 분입니다.”“살려주시기만 한다면 원하는 건 모두 들어드리겠습니다.”이시진 같은 사람은 절대 자세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치켜세우지 않는다는 걸 장호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상대의 의술이 그를 능가하지 않는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장호민은 아까 임찬혁을 사기꾼으로 생각한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임찬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래요. 한 번 해볼게요.”임찬혁도 윤운철에 대해 들은 적 있는데 그는 확실히 보기 드문 양심적인 사업가이며 사회에 많은 이바지를 했다.게다가 시장이 직접 사과했으니 더는 따질 이유도 없다.임찬혁은 윤운철에게 다가갔다.“상태로 보아하니 내출혈이 심하네요. 치명적인 원인이 될
어쨌든 이 일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골머리가 아팠지만 임찬혁은 어쩔 수 없이 육성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하씨 가문.하찬림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단발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비서가 볼륨감이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늘씬하고 새하얀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싸여 시시각각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제가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까? 효과는?”“분부하신 대로 홍보했고 이번 책임은 체스턴에게 모두 떠넘겼습니다.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겠다는 양해도 구했고요.”여비서는 공손한 표정으로 일일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해주었다.“음, 아주 좋네요.”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인지 하찬림의 안색이 비로소 밝아지기 시작했다.오늘은 정말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임찬혁을 모함하려다 오히려 임찬혁의 회춘단이 만병통치약이 되고 중생환이 독이 된 것이다.다행히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여론은 쉽사리 통제되었다.“임찬혁... 두고 봐, 국제 무도 대회 날 내가 널 어떻게 짓밟아버릴지.”하찬림이 이를 갈며 임찬혁의 이름을 곱씹었다.국제 무도 대회 날 임찬혁을 이기기만 하면 하찬림은 그동안 잃었던 모든 것들을 되돌릴 수 있다.“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육소연과 임찬혁이 정말 혼약을 맺었단 말입니까?”“네, 두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약혼을 맺었는데 육소연이 계속 임찬혁을 못마땅해하는 바람에 관계가 불안정했다고 합니다.”그 순간, 하찬림의 어두운 얼굴에 음침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찬혁아... 임찬혁, 전에 네가 바로 나와 손이림을 갈라놓은 장본인이지? 두고 봐.”“이번에는 내가 기필코 육소연을 꼬셔서 손에 넣을 테니 너도 어디 한번 망신당하는 꼴을 느껴봐.”...레드 로즈 바.임찬혁은 육성재의 전화를 끊은 후 또 팽런웅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임찬혁, 너 정말 국제 무도 대회에 참가할 거야?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난 지금 당장 널 무도 협회에 가입시킬 수
...모두의 눈빛이 밝아지고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용운 그룹이 옹호 그룹의 모든 자산을 삼켰고 하씨 가문의 사람까지 죽여 하씨 가문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명문 가문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만약 육소연이 정말 용운 그룹의 대표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들 모두가 함께 덕을 볼 수 있다.“안 된다.”육성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단칼에 잘라버렸다.“넌 이미 찬혁이와 약혼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고백할 수 있단 말이냐? 정녕 창피하지도 않단 말이냐?”임찬혁과 육소연 사이에는 이미 혼약이 잡혀있다. 이는 그와 임찬혁의 죽은 아버지가 정한 것인데 육성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혼인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얼굴로 구천에 있을 친구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그러니 용운 그룹의 대표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는 꿋꿋이 임찬혁을 선택할 것이다.“아빠! 그 임찬혁 얘기는 꺼내지도 마! 임찬혁은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줄지언정 나에게 주지 않는데 내가 왜 그런 무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건데?”육소연이 얼굴을 홱 돌리며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그 입 다물지 못해? 그 일은 찬혁이 탓이 아니야. 네가 먼저 찬혁이를 의심했잖니.”육성재 역시 회춘단 대리 문제에 관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고 임찬혁과 육지영 사이에 거래가 있었으니 임찬혁이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주는 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그리고 육성재가 보기에 그 회춘단에는 분명 놀라운 부의 가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딸이 임찬혁과 결혼한다면 그 재산 역시 공동 재산이 되지 않겠는가?하지만 육성재는 굳이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육성재는 오직 육소연이 임찬혁과 결혼하는 것만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싫어. 난 용운 그룹 대표가 좋아. 당장 내일이면 대표님한테 달려가서 고백할 거야.”“만약 아빠가 자꾸 임찬혁과 결혼하라고 달달 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테야.”육소연은 결연
방금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체스턴을 발견한 임찬혁은 곧바로 상대가 도망갈 것을 예상하고 청룡을 파견하여 체스턴을 잡아 오라고 당부했다.사실 체스턴은 중생환을 가지고 용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그의 죽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같은 시각, 육씨 가문.육소연은 침실에 숨어 몰래 울음을 삼키며 절친 배두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흑흑, 두나야, 임찬혁에게 정말 회춘단이 있었다니. 그런데 임찬혁이 회춘단의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어. 이건 분명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라고!”육소연의 입장에서 아무리 그녀가 임찬혁을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회춘단의 대리권만큼은 그녀에게 넘겨줬어야 했다.육지영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다는 건 일부러 육소연과 맞서겠다는 뜻 아닌가?“임찬혁、 이 천벌 받아도 싼 놈... 네 아버지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걸 그새 잊었던 말이야?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 따로 없네.”배두나는 이번 발표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발표회에서의 일은 진즉 전해 들었다.지금 회춘단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점에 회춘단의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떼돈을 벌고도 남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임찬혁은 줄곧 육소연에게 잘 보여 육씨 가문의 사위가 되기 위해 하염없이 노력해왔었다. 그러니 육소연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임찬혁이 한결같이 육소연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처럼 육소연에게 냉담하게 굴면서 다른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흥, 설령 임찬혁이 나에게 대리권을 준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하지 않았을 거야.”육소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입을 삐죽였다.“괜찮아, 네 말대로 임찬혁은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야. 그러니 그 남자를 위해 슬퍼할 가치도 없어. 지금은 작은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용운 그룹 대표와는 비교할 가치가 되지 못해.”배두나가 육소연을 다독여주며 투덜거렸다.“너도 용운 그룹 대표가 정말 날 좋
이 모든 것은 임찬혁을 믿었기 때문이다.“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결국, 육씨 가문 전체에서 육성재를 제외하고 임찬혁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육지영뿐이었다.게다가 방금 어머니까지 모시고 와 약을 시험해 본 것도 작은 도움이 된 셈이니 임찬혁은 당연히 약속을 어길 리가 없었다.“잘됐네, 지영아. 네가 찬혁이를 믿은 건 옳은 선택이었어.”박영화와 육지영이 감격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임찬혁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판이 이렇게까지 뒤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터.그러나 다른 한쪽에 서 있던 육소연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보처럼 느껴졌다.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처음에 임찬혁은 그들에게 회춘단의 대리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시큰둥하게 거절해버렸다.그런데 임찬혁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니. 언제부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까지 없었던 거지?지금 서울의 모든 사람들은 임찬혁 회춘단의 이 대리권을 구하기 위해 피 터지도록 경쟁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육소연만이 도무지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과거 너무 절대적으로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마음속의 그 거만함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깊은 회의감이 솟구쳐올라오며 육소연은 감히 임찬혁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찬혁아, 이렇게 좋은 제품이 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우리 사이에 대리 하나 맡겨주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지?”육지영은 차마 티를 낼 수 없었지만 하미현은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임찬혁에게 대리를 내놓으라며 요구했다.“허허, 전 분명 기회를 드렸고 거절한 건 숙모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또 갖고 싶으세요?”임찬혁이 하미현을 빤히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미현은 다른
이어 임찬혁은 또 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먹였다.“콜록콜록!”얼마 지나지 않아 연신 기침을 하더니 창운 도인이 정말 서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순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대박, 회춘단이 이 정도로 신기하다고?”“죽은 줄 알았던 생쥐도 회춘단을 먹으니 다시 살아났다니까.”“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도 살릴 수 있다니. 회춘단은 정말 미용 제품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이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연이어 임찬혁에게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제발 회춘단 하나만 주세요.”“저도 하나만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당신이 내 목숨만 구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그들은 임찬혁에게 연이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아직은 몸에 큰 반응이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중생환의 부작용이 닥치면 그땐 정말 끝장일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쥐보다 훨씬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 역시 모두 중생환을 복용했지만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거예요.”“그리고 회춘단은 곧 서울에서 판매될 예정이니 몇 알 복용하면 중생환의 악영향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다독여주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들도 괜찮다는 임찬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임찬혁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연히 회춘단 한 알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임 선생님, 회춘단 대리점을 하고 싶은데 지금 200억의 계약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샘플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한 여자가 물었다.“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찬혁은 즉시 여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건네주었다.“저도 회춘단 대리를 하고 싶습니다.”“저도 하겠습니다.”“임 선생님, 저한테도
중생환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 일로 하찬림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악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하찬림 이 망할 자식아, 내가 널 얼마나 철석같이 믿었는데 나한테 독약을 먹여?”곧이어 한 중년 부인이 하찬림의 눈앞에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고 해명을 요구했다.방금 하찬림의 설득 하에 그녀도 중생환을 먹었기 때문이다.하여 우리 안에서 점점 죽어가는 쥐를 보며 화들짝 놀란 중년 부인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나도 중생환을 먹었는데... 설마 나도 저 생쥐들처럼 죽게 되는 건가? 하찬림 이 개자식아!”“당신 제대로 해명 안 하면 가만 안 둘 거야.”방금 중생환을 먹었던 사람들이 모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하찬림을 에워쌌다.이제 목숨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하찬림의 신분과 지위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하찬림 역시 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감히 일반인에게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잘못하면 하씨 가문 전체가 나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꼭 합리한 설명을 하겠습니다.”“체스턴 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하찬림은 많은 사람들의 공격에 대응하며 다급히 체스턴을 찾아 헤맸지만 상대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조금 전, 중생환의 일이 탄로 날 것을 미리 눈치챈 체스턴은 진즉 뒤꽁무니를 빼고 도망쳐버렸던 것이다.“체스턴!”“체스턴!”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체스턴에 하찬림의 마음도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놈에게 속았구나.한편, 덩달아 당황해하는 하찬림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더더욱 중생환에 문제가 있음을 단정했다.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심지어 당장이라도 하찬림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찬림,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다.”한 중년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하찬림의 얼굴을 도려냈다.악!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찬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일반인들의 공격은 전혀 피할 방법이 없었고 얼굴에는 핏자국이 번지며 하찬림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열 마리의 생쥐에게로 향해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중생환을 먹은 생쥐들도 멀쩡하잖아. 그렇다면 중생환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 아냐?”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이 구역에서 작게 소문난 부잣집 딸인데 이번에도 중생환의 분대리로 선발되었다.중생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하찬림의 뒤를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임찬혁의 말이 전부 거짓이길 바라는 것이다.“맞아요, 임찬혁이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만약 중생환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우리 하 대표가 모를 리 있겠어요? 그리고 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실험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임찬혁도 괜히 하 대표가 질투 나서 태클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하 대표의 제품이 회춘단 못지않게 훌륭하니까 일부러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 아니겠어. 이런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어. 당장 쫓아내자고...”...눈치를 보던 다른 대리상들도 너나없이 나서서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에게 있어 임찬혁은 그들의 장사를 방해하러 온 눈엣가시일 뿐이다.어렵게 중생환의 대리권을 얻고 드디어 큰돈을 벌려는데 웬 낯선 남자가 이곳에 찾아와 중생환에 문제가 있다고 선포를 하니 이건 그들과 맞서고 들려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곧이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임찬혁을 쏘아붙였다. 비록 임찬혁의 회춘단은 확실히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리 장사에 눈이 멀어도 난데없이 중생환이 위험하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릴 필요는 없었다.어쨌든 하영 그룹은 유명한 대기업이고 하찬림은 또 남부 군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니 돈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니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중생환의 발표회를 열 수도 없었을 것이다.오히려 임찬혁이야말로 질투에 눈이 멀어 난데없이 소란을 피우러 온 입장이 되어버렸다.육소연의 눈동
“게다가 당신의 중생환은 사실 사람의 잠재력을 착취하는 부작용이 있잖아요. 심지어 강한 중독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나라와 국민에게 재앙을 끼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 아니겠어요?”임찬혁의 매 한 마디, 한 글자가 모두의 귓가에 때려 박혔다.뭐라고?임찬혁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들에게 있어 중생환은 신약과도 같은 존재로 모두가 하찬림을 숭배하며 존경해왔다. 그런데 설마 정말 임찬혁의 말처럼 그런 일이 생길까?체스턴의 파란 눈동자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체스턴만큼은 중생환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잘 알고 있다. 임찬혁의 말은 정말 모두 사실이었다.‘뭐지? 임찬혁이 어떻게 이걸 알게 된 거지?’그의 중생환이 서양 국가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임찬혁이 말했던 부작용 때문이었다.하여 이곳저곳 쫓겨 다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용국의 시장을 노리게 된 것인데 이것마저 임찬혁에게 들켜버리다니...“건방진 소리!”하찬림이 불같이 화를 내며 으름장을 놓았다.“증거 있어? 증거도 없이 무작정 물어뜯는 건 예의가 아니지.”하찬림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임찬혁을 노려보았다. 하찬림을 모욕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중생환을 비하하다니. 체스턴은 분명 그에게 중생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장했단 말이다.“그럼 제 회춘단에 금지 성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증거 있습니까?”“제 회춘단은 어떤 검사도 받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금지 성분이 검출된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하찬림을 똑똑히 바라보며 반박했다. 대화가 오가고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물론 내 중생환도 얼마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지요.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나도 어떤 대가라도 달게 받겠어.”하찬림도 임찬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품에 자신감이 넘쳤다.애초에 하찬림은 중생환을 받을 때부터 모든 검사를 거쳐 조금의 금지 성분도 없다는 결과를 받게 되었었다. 하
하찬림뿐만이 아니다.체스턴, 전정우, 허원무, 곽해진 그리고 손강오까지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들은 모두 비즈니스계의 정상에 있는 인물이기에 식견이 매우 넓은 편이었다.그런데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어마어마할 줄이야.이건 성공적인 프로젝트일 뿐이 아니었다. 아마 전 세계를 뒤져 보아도 이 정도의 돈줄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마 임찬혁이 이렇게 좋은 제품을 내놓았으리라고 꿈에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회춘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막상 회춘단의 상업적 가치를 확인하니 모두의 마음속에 욕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만약 회춘단의 대리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분명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절대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건데...한편, 육소연도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찬혁이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라니.회춘단이 보여준 효과만 봐도 중생환을 넘어서는 건 물론이고 아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회춘단은 임찬혁이 직접 참여하여 연구 개발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회춘단의 모든 권한은 자연히 임찬혁의 손에 있다.회춘단의 대리권만 손에 쥔다면... 중생환의 대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우와!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신기하다니...”육지영이 뛸 듯이 기뻐하며 외쳤다.회춘단을 먹고 생긴 변화는 단지 발의 흉터가 사라진 것 뿐만이 아니었다. 피부도 훨씬 좋아지고 안색도 전과 다르게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알을 복용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효과라니... 계속 복용하면 얼마나 예뻐질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내가 시험해줄게요. 나한테도 한 알 줘봐요.”“저도, 저도.”...금세 수많은 여자들이 몰려들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회춘단처럼 쉽게 비주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을 마주하니 여자들은 전부 이성을 잃고 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