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감이 괜찮네.”임찬혁은 손이림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크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그는 그저 그녀를 혼내주고 싶었던 거지 진짜로 건드릴 마음이 없었다. 만약 진짜로 힘을 썼다면 지금쯤 그녀는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손이림은 자기가 우세라고 생각해 돈을 주고 인형태세 절반을 가져가려고 했을 뿐, 그를 죽이고 빼앗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걸 임찬혁은 알고 있었다.그러니 결코 악랄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짜증 나! 내가 너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반드시 복수할 거야!”손이림은 새빨간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며 임찬혁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이런 치욕은 평생 처음이다.한참 뒤 그녀는 신봉호를 일으켜 세우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너 괜찮아?”신봉호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안 죽어요. 제가 무능해서 아가씨를 지켜드리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아니야, 네 탓 아니니까 우선 돌아가서 치료부터 받아. 난 친구한테 가 볼게.”손이림이 말했다.“네, 아가씨. 안전 조심하세요.”......임찬혁이 다시 길가로 돌아갔을 때, 양금희는 심심한 듯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금희야, 가자.”임찬혁이 말했다.임찬혁의 목소리에 양금희는 다급히 일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디 갔었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화장실 좀 다녀왔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 좀 서느라.”임찬혁은 대충 둘러대고 껄껄 웃었다.이내 두 사람은 택시에 올라 먼저 양금희의 집으로 향했다.차가 흔들리자 약간 과음한 양금희는 취기가 오르더니 임찬혁의 어깨에 머리를 비스듬히 기댔다.부드럽고 말랑한 몸과 은은한 향기에 고개를 돌리니 그녀의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옷깃 안의 하얀 피부가 낱낱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임찬혁은 깜짝 놀라 다급히 몸을 돌려 똑바로 앉았다.이내 택시는 양금희가 살고 있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화강마을로 도착했는데 임찬혁이 사는 동네와 막상막하였다.양금희의 지시로 택시는 한 낡은 주택 앞
“헤헷! 빨리 가. 늦으면 혼날라.”양금희는 임찬혁의 수줍은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 귀엽게 혀를 내밀더니 치마를 들고 곧장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양금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 그제야 임찬혁도 발길을 돌렸다.택시를 잡아탄 그는 기사에게 천천히 운전하라고 부탁하고 치킨집을 찾아다녔다.그런데 이때.곁눈으로 흙을 가득 실은 화물차 한 대가 보였는데 그 차는 마치 통제를 잃은 듯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만약 이대로 부딪힌다면 택시는 즉시 찌그러지고 말 것이다.“조심해요!”일촉즉발의 순간, 임찬혁은 핸들을 낚아채더니 바로 방향을 바꾸어 길가의 그린벨트 속으로 뛰어들었고 화물차는 바로 옆으로 스쳐 갔다.“쿵!”굉음과 함께 화물차와 뒤차들이 연쇄로 충돌했다.“젊은이, 고맙네.”택시 기사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정말 죽다 살아남았다.만약 임찬혁이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피해자는 바로 그들이다.“일단 내리죠.”임찬혁은 그린벨트에 끼인 문을 힘껏 밀고 차에서 내렸는데 그제야 참담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십여 대의 차가 연쇄로 충돌했다.십여 대의 아우디 차량이 행렬 중에 이런 사고를 당했는데 맨 앞에 아우디는 이미 완전히 균형을 잃고 뒤집혀 있었다.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상황은 더없이 혼란스러웠다.이때 사람들이 뒤집힌 차량에서 50대의 중년 남성을 끌어냈는데 남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고 있었다.“어떻게 됐어요?”이때 덩치가 큰 남자가 근엄한 표정으로 달려왔다.남자도 비록 다쳤지만 너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임찬혁은 이 남자를 기억한다. 상대는 경주시의 시장 장호민이다!통제를 잃은 화물차는 하필 시장의 차량 행렬을 들이박았다.“시장님, 괜찮으십니까?”“구급차 불렀습니다. 이시진 선생님께서도 응급처치하고 계십니다.”30대 안경남이 다급히 장호민을 부축하고 말했는데 그는 장호민의 비서다.“난 괜찮으니까 구급차부터 재촉해. 저분 반드시 아무 일도 없어야 해.”장호민은 비서를 밀치고 부상
“선생님, 한 번만 다시 봐주실래요? 반드시 구급차에 태워야 해요!”장호민이 간청했다.“지금 당장 수술 한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부상이 너무 심합니다. 혹시......”“혹시 뭐요?”장호민은 희망 가득한 눈빛으로 이시진을 바라봤다.“혹시 그분이 이 자리에 있다면 모를까...... 의술이 저보다 백배도 강한 분이지만 저도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윤 회장님은 10분도 버틸 수 없어요......”이시진은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의사로서 살아 있는 생명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건 아주 괴로운 일이다.쿠웅!장호민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수십 년 동안 사람을 구하고 명성을 쌓은 이시진이 결코 이런 결단을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윤운천을 정말 살리지 못할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는 이 세상에 이시진보다 더 의술이 뛰어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윤운철이 강주시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니.장호민은 솟구치는 자책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모두 그분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그의 잘못이다.다들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늘 사회에 베풀기만 하던 사업가 윤운철이 교통사고로 별세할 줄이야.하늘은 참 매정하다. 어찌 이런 영재를 빼앗는단 말인가?“아직 살릴 기회는 있어요!”이때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의 시선은 곧장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 자식 어디서 나타난 거지?보아하니 의사도 아닌데?이시진도 불가능하다는 상황에 감히 이시진의 판단을 불복하다니?“너 이 자식, 시장님이 여기 계시는데 무슨 헛소리야? 이시진 선생님께서도 치료할 수 없다는데 너 같은 놈이 나서긴 왜 나서? 당장 꺼져!”누군가 남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보아하니 시장님의 눈에 들려고 수를 쓰는 것 같은데, 정말 역겨운 인간이군.”“기껏해야 스무 살 남짓한 애송이 같은데, 설사 의사라고 해도 이제 졸업한 지 얼마
장호민은 놀라서 그대로 얼어붙었고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시진을 바라보았다.새파랗게 젊은 애송이한테 본인을 후배라고 칭하다니!“선생님, 이게 대체 무슨?”장호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시장님. 임찬혁 선생님이 바로 제가 말씀드렸던 저보다 백배는 강한 그 신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나다니, 윤 회장님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이시진은 또 한 번 임찬혁에게 인사를 올리며 간청했다.“임찬혁 선생님에게 부탁드립니다. 윤 회장님을 살려주세요. 지금 윤 회장님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임찬혁 선생님뿐이십니다.”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이 애송이의 의술이 이시진을 능가한다고?이시진이 설마 치매라도 온 건 아닐까?이때 임찬혁이 싸늘하게 말했다.“맞아요. 난 구할 수 있어요. 근데 아까 꺼지라고 하지 않았어요? 경찰까지 부른다고 하던데? 그러니 그냥 갈래요.”말을 끝낸 임찬혁은 바로 뒤돌아 발걸음을 옮겼다.“잠깐!”장호민은 다급히 두 걸음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부탁했다.“죄송합니다. 아까는 제가 몰라뵙고 실수를 범했네요. 훌륭한 의술을 가지고 있으니 지나간 일은 내려놓고 윤 회장님을 살려주세요. 이분은 사회를 위해 많은 애심을 베푼 훌륭한 분입니다.”“살려주시기만 한다면 원하는 건 모두 들어드리겠습니다.”이시진 같은 사람은 절대 자세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치켜세우지 않는다는 걸 장호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상대의 의술이 그를 능가하지 않는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장호민은 아까 임찬혁을 사기꾼으로 생각한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임찬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래요. 한 번 해볼게요.”임찬혁도 윤운철에 대해 들은 적 있는데 그는 확실히 보기 드문 양심적인 사업가이며 사회에 많은 이바지를 했다.게다가 시장이 직접 사과했으니 더는 따질 이유도 없다.임찬혁은 윤운철에게 다가갔다.“상태로 보아하니 내출혈이 심하네요. 치명적인 원인이 될
사람들은 놀랍기도 기쁘기도 했다.임찬혁의 의술은 정말 이시진을 능가한다.이내 사람들은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아까만 해도 그들은 임찬혁을 사기꾼으로 여겼다.그런데 알고 보니 임찬혁은 사기꾼이 아니라 윤운철을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낸 신의였다.제일 기뻐하는 사람은 역시 장호민이다.윤운철에게 일이 생기면 남들은 고작 안타깝다는 생각만 하겠지만 경주의 경제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되어버린다.그리고 명예에도 큰 손상을 입을 것이다.하여 임찬혁은 윤운철 뿐만 아니라 장호민도 동시에 구한 격이다.“윤 회장님! 지금 어떠십니까?”장호민이 다급히 물었다.“머리가 조금 아프긴 한데 다른 건 다 괜찮은 것 같네요.”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운철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스스로 일어섰다.그 유창한 동작은 전혀 죽어가던 사람이 아닌 가볍게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 같았다.보아하니 윤운철은 정말 괜찮은 것 같았다.모두 다시 한번 임찬혁의 신기한 의술에 탄복했다.“아까......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나요?”“그런데 왜 아무렇지 않은 거죠?”윤운철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분명 화물차가 돌진해 그가 탄 차량을 들이받았고, 순간 그는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깨어났다니.“윤 회장님 복도 많으십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임찬혁 선생님이 윤 회장님을 구해주셨습니다.”이시진은 다급히 임찬혁을 소개했다.“정말 고마워요.”윤운철의 얼굴에 감격의 빛이 역력했다.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어려 보였는데 이시진을 능가할 의술을 지녔다니.“사람을 살리는 것은 도인의 본분이죠.”임찬혁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윤 회장님 체내의 치명적인 부상은 이미 치료했으니 병원으로 옮겨서 외상만 치료받으시면 됩니다. 며칠간 안정을 취하면 바로 완쾌될 것이니 염려하지 마세요.”“임찬혁 선생님, 살려주신 은혜 잊지 않고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윤운철이 말했다.“원하는 게 있으면 내가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 테니 뭐든지 말씀하세요.”사람들
유씨 가문 별장.안방.가볍고 얇은 실크 잠옷 차림의 유효진이 완벽한 몸매를 드러냈다.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여인도 역시나 잠옷 차림으로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냈는데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같은 방에 두 명의 절세미인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누가 이 방의 남자 주인이 될지 모르겠지만, 참 복을 많이 타고난 사람이다.만약 임찬혁이 여기 있다면 반드시 그녀를 알아보았을 것이다.이 여자는 그에게서 인형태세를 뺏으려 했던 손이림이다.유효진과 손이림은 미국 워싱턴 대학 유학 시절에 만났는데 같은 취미를 기반으로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이번에 강주에 온 김에 그녀는 유효진을 만나러 왔다.“몇 년 안 본 사이에 너 더 커졌다? 일로 와, 나 좀 만져보게.”손이림은 남자들이 보면 군침을 흘릴 그 곳을 향해 가느다란 손을 뻗었다.“에잇! 남 말 하기야? 너도 만만치 않거든?”“살살해, 아프잖아. 나도 네 거 만질래!”시크함을 거의 다 빼버린 유효진은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그녀도 질 수 없어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뻗어 손이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두 절세미인이 방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다.“야, 근데 네가 결혼했다니. 대체 어떤 집안 도련님이야?”한바탕 장난이 끝난 뒤 손이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한때 두 여인은 역사를 깨고 워싱턴 대학교의 최고 미인에 등극했으며 수많은 구애자를 배출했다.손이림은 아직 솔로인데, 유효진은 이미 결혼까지 했다니.“평범한 사람이야. 우리 연우가 좋아해서 가짜 결혼한 것 뿐이야.”유효진이 설명했다.“가짜 결혼? 연우도 아빠가 필요한데 만약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냥 진짜로 하지 그랬어?”손이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운이 좋은 건지, 능력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날 몇 번 도와주긴 했어. 그런데 허세가 너무 많아. 더 열받는 건 어디서 가짜 친자 확인서를 가져왔더라고!”손이림은 절친에게 5년 전 그 일을 포함한
유효진은 둘도 없는 절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그래 그렇다면 정말 아름다운 만남이지. 그래서 찾았어?”손이림은 뭔가 생각하는 듯 잠시 침묵했다.유효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어. 어쩌면 영원히 못 찾을 것 같아......”“나도 오늘 만난 사람 있어!”손이림의 머릿속에 문득 임찬혁의 모습이 떠올랐다.“경매에서 내가 점찍은 물건을 빼앗았어. 그래서 절반만 팔라고 했는데 나 바로 거절당한 것도 모자라 얻어맞기까지 했다니까?”“내일 몽타주 줄 테니까 그 남자 찾을 때, 이 자식까지 좀 찾아줘. 내가 아주 제대로 혼내줄 거야.”손이림은 수치와 분노로 얼굴이 빨개졌다.임찬혁에게 엉덩이를 맞았던 순간을 생각하니 당장 찢어 죽이고 싶었다.“아니, 감히 너와 경쟁한다고? 어떤 자식인지 너무 궁금한걸?”유효진은 할 말을 잃었다.교토 명문가의 아가씨인 손이림이 이렇게 화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쿵쿵쿵!”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임찬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치킨을 사지 못해 연우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는데 연우는 이미 잠에 들었고 방에는 유효진을 제외하고도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너?”“너?”임찬혁과 손이림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다른 점이라면 임찬혁은 그저 놀랐을 뿐이지만 손이림은 격분하며 펄쩍 뛰었다.방금 유효진에게 부탁해 찾아달라던 남자가 바로 눈앞에 있다.여기서 서로를 마주치다니?“두 사람 아는 사이야?”유효진도 멍해졌다.임찬혁이 교토 명문가의 아가씨와 구면이라니?“저 자식 누구야? 날 때렸다는 자식이 바로 저 자식이야!”손이림은 임찬혁을 가리키며 씩씩거렸다.“네가 점찍은 물건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널 때렸다는 사람이 저 사람이라고?”유효진은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사고뭉치 임찬혁이 또 사고를 쳤다.“임찬혁 씨 내 남편......”유효진은 손이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찬혁 씨, 이림이 내 절친이니까 빨리 사과해요.”아무리 명의상 남편이라해도 손이림을 때
사실 손이림이 인형태세를 빼앗으려는 순간 임찬혁은 이미 그녀에게 질병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는데 그녀는 보기 드문 선천적인 한체이다.이런 질병은 매우 희소하지만 사람을 지독하게 괴롭힌다. 특히 생리가 올 때면 생리통으로 지옥을 겪는다고도 한다.“그걸 어떻게?”손이림은 깜짝 놀랐다.여러 개의 세계적인 병원에서 진찰받았지만 전부 병을 진단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유랑 도사를 만났는데 도사는 그녀에게 선천성 냉증이라고 말해주었다.“대충 얻어걸린 것 같은데, 그렇다면 말해봐. 내 병명이 뭐야?”손이림이 계속 물었다.인형태세같은 진귀한 물건의 가장 큰 가치는 역시 약으로 쓰이는 것이다.그녀는 인형태세를 원하지만 사람들은 왜 그녀가 필요로 하는지 몰랐다.“매달 그날이면 많이 아프겠네. 게다가 출혈량도 많고 시간도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될 텐데 얼마나 괴롭겠어?”“외출할 때 가장 많이 챙기는 물건이 생리대지? 지금 당장 화장실로 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흘러넘친다?”임찬혁의 말에 손이림은 안색이 변하더니 다급히 생리대를 챙겨 화장실로 달려갔다.임찬혁의 말이 맞다. 곧 넘쳐날 것 같다.옆에 있던 유효진은 너무 놀라 입을 가렸다.그러니까, 임찬혁의 말이 맞았다고?단지 교도소에서 약간의 처방전을 배운 운 좋은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꽤 용하다.잠시 후 손이림이 화장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오만한 자태를 잃어버린 채 약간 붉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내 병도 알아봤으니 인형태세 좀 나눠줄래?”“가격은 네가 원하는 대로 줄게. 가지고 나온 돈은 얼마 없지만 집에 돌아가면 바로 통장으로 쏴줄게.”손이림은 그나마 사근사근한 말투로 말했다.임찬혁은 그녀의 질병을 낱낱이 알아봤고, 게다가 절친의 남편이라 강경한 방법은 쓸 수 없었다.임찬혁은 고개를 저었다.“인형태세를 쓴다고 해서 그 병을 치료할 수 없어. 단지 완화될 뿐이지. 하지만 난 고칠 수 있어.”“내 병 치료할 수 있다고?”“농담 아닌 거 확실해?”손이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