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감이 괜찮네.”임찬혁은 손이림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크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그는 그저 그녀를 혼내주고 싶었던 거지 진짜로 건드릴 마음이 없었다. 만약 진짜로 힘을 썼다면 지금쯤 그녀는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손이림은 자기가 우세라고 생각해 돈을 주고 인형태세 절반을 가져가려고 했을 뿐, 그를 죽이고 빼앗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걸 임찬혁은 알고 있었다.그러니 결코 악랄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짜증 나! 내가 너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반드시 복수할 거야!”손이림은 새빨간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며 임찬혁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이런 치욕은 평생 처음이다.한참 뒤 그녀는 신봉호를 일으켜 세우고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너 괜찮아?”신봉호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안 죽어요. 제가 무능해서 아가씨를 지켜드리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아니야, 네 탓 아니니까 우선 돌아가서 치료부터 받아. 난 친구한테 가 볼게.”손이림이 말했다.“네, 아가씨. 안전 조심하세요.”......임찬혁이 다시 길가로 돌아갔을 때, 양금희는 심심한 듯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금희야, 가자.”임찬혁이 말했다.임찬혁의 목소리에 양금희는 다급히 일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디 갔었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화장실 좀 다녀왔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 좀 서느라.”임찬혁은 대충 둘러대고 껄껄 웃었다.이내 두 사람은 택시에 올라 먼저 양금희의 집으로 향했다.차가 흔들리자 약간 과음한 양금희는 취기가 오르더니 임찬혁의 어깨에 머리를 비스듬히 기댔다.부드럽고 말랑한 몸과 은은한 향기에 고개를 돌리니 그녀의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옷깃 안의 하얀 피부가 낱낱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임찬혁은 깜짝 놀라 다급히 몸을 돌려 똑바로 앉았다.이내 택시는 양금희가 살고 있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화강마을로 도착했는데 임찬혁이 사는 동네와 막상막하였다.양금희의 지시로 택시는 한 낡은 주택 앞
“헤헷! 빨리 가. 늦으면 혼날라.”양금희는 임찬혁의 수줍은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 귀엽게 혀를 내밀더니 치마를 들고 곧장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양금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 그제야 임찬혁도 발길을 돌렸다.택시를 잡아탄 그는 기사에게 천천히 운전하라고 부탁하고 치킨집을 찾아다녔다.그런데 이때.곁눈으로 흙을 가득 실은 화물차 한 대가 보였는데 그 차는 마치 통제를 잃은 듯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만약 이대로 부딪힌다면 택시는 즉시 찌그러지고 말 것이다.“조심해요!”일촉즉발의 순간, 임찬혁은 핸들을 낚아채더니 바로 방향을 바꾸어 길가의 그린벨트 속으로 뛰어들었고 화물차는 바로 옆으로 스쳐 갔다.“쿵!”굉음과 함께 화물차와 뒤차들이 연쇄로 충돌했다.“젊은이, 고맙네.”택시 기사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다. 정말 죽다 살아남았다.만약 임찬혁이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피해자는 바로 그들이다.“일단 내리죠.”임찬혁은 그린벨트에 끼인 문을 힘껏 밀고 차에서 내렸는데 그제야 참담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십여 대의 차가 연쇄로 충돌했다.십여 대의 아우디 차량이 행렬 중에 이런 사고를 당했는데 맨 앞에 아우디는 이미 완전히 균형을 잃고 뒤집혀 있었다.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상황은 더없이 혼란스러웠다.이때 사람들이 뒤집힌 차량에서 50대의 중년 남성을 끌어냈는데 남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고 있었다.“어떻게 됐어요?”이때 덩치가 큰 남자가 근엄한 표정으로 달려왔다.남자도 비록 다쳤지만 너무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임찬혁은 이 남자를 기억한다. 상대는 경주시의 시장 장호민이다!통제를 잃은 화물차는 하필 시장의 차량 행렬을 들이박았다.“시장님, 괜찮으십니까?”“구급차 불렀습니다. 이시진 선생님께서도 응급처치하고 계십니다.”30대 안경남이 다급히 장호민을 부축하고 말했는데 그는 장호민의 비서다.“난 괜찮으니까 구급차부터 재촉해. 저분 반드시 아무 일도 없어야 해.”장호민은 비서를 밀치고 부상
“선생님, 한 번만 다시 봐주실래요? 반드시 구급차에 태워야 해요!”장호민이 간청했다.“지금 당장 수술 한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부상이 너무 심합니다. 혹시......”“혹시 뭐요?”장호민은 희망 가득한 눈빛으로 이시진을 바라봤다.“혹시 그분이 이 자리에 있다면 모를까...... 의술이 저보다 백배도 강한 분이지만 저도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윤 회장님은 10분도 버틸 수 없어요......”이시진은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의사로서 살아 있는 생명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건 아주 괴로운 일이다.쿠웅!장호민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수십 년 동안 사람을 구하고 명성을 쌓은 이시진이 결코 이런 결단을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윤운천을 정말 살리지 못할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는 이 세상에 이시진보다 더 의술이 뛰어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윤운철이 강주시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니.장호민은 솟구치는 자책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모두 그분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그의 잘못이다.다들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늘 사회에 베풀기만 하던 사업가 윤운철이 교통사고로 별세할 줄이야.하늘은 참 매정하다. 어찌 이런 영재를 빼앗는단 말인가?“아직 살릴 기회는 있어요!”이때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의 시선은 곧장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 자식 어디서 나타난 거지?보아하니 의사도 아닌데?이시진도 불가능하다는 상황에 감히 이시진의 판단을 불복하다니?“너 이 자식, 시장님이 여기 계시는데 무슨 헛소리야? 이시진 선생님께서도 치료할 수 없다는데 너 같은 놈이 나서긴 왜 나서? 당장 꺼져!”누군가 남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보아하니 시장님의 눈에 들려고 수를 쓰는 것 같은데, 정말 역겨운 인간이군.”“기껏해야 스무 살 남짓한 애송이 같은데, 설사 의사라고 해도 이제 졸업한 지 얼마
장호민은 놀라서 그대로 얼어붙었고 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시진을 바라보았다.새파랗게 젊은 애송이한테 본인을 후배라고 칭하다니!“선생님, 이게 대체 무슨?”장호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시장님. 임찬혁 선생님이 바로 제가 말씀드렸던 저보다 백배는 강한 그 신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나다니, 윤 회장님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이시진은 또 한 번 임찬혁에게 인사를 올리며 간청했다.“임찬혁 선생님에게 부탁드립니다. 윤 회장님을 살려주세요. 지금 윤 회장님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임찬혁 선생님뿐이십니다.”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이 애송이의 의술이 이시진을 능가한다고?이시진이 설마 치매라도 온 건 아닐까?이때 임찬혁이 싸늘하게 말했다.“맞아요. 난 구할 수 있어요. 근데 아까 꺼지라고 하지 않았어요? 경찰까지 부른다고 하던데? 그러니 그냥 갈래요.”말을 끝낸 임찬혁은 바로 뒤돌아 발걸음을 옮겼다.“잠깐!”장호민은 다급히 두 걸음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부탁했다.“죄송합니다. 아까는 제가 몰라뵙고 실수를 범했네요. 훌륭한 의술을 가지고 있으니 지나간 일은 내려놓고 윤 회장님을 살려주세요. 이분은 사회를 위해 많은 애심을 베푼 훌륭한 분입니다.”“살려주시기만 한다면 원하는 건 모두 들어드리겠습니다.”이시진 같은 사람은 절대 자세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치켜세우지 않는다는 걸 장호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상대의 의술이 그를 능가하지 않는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장호민은 아까 임찬혁을 사기꾼으로 생각한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임찬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래요. 한 번 해볼게요.”임찬혁도 윤운철에 대해 들은 적 있는데 그는 확실히 보기 드문 양심적인 사업가이며 사회에 많은 이바지를 했다.게다가 시장이 직접 사과했으니 더는 따질 이유도 없다.임찬혁은 윤운철에게 다가갔다.“상태로 보아하니 내출혈이 심하네요. 치명적인 원인이 될
사람들은 놀랍기도 기쁘기도 했다.임찬혁의 의술은 정말 이시진을 능가한다.이내 사람들은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아까만 해도 그들은 임찬혁을 사기꾼으로 여겼다.그런데 알고 보니 임찬혁은 사기꾼이 아니라 윤운철을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낸 신의였다.제일 기뻐하는 사람은 역시 장호민이다.윤운철에게 일이 생기면 남들은 고작 안타깝다는 생각만 하겠지만 경주의 경제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되어버린다.그리고 명예에도 큰 손상을 입을 것이다.하여 임찬혁은 윤운철 뿐만 아니라 장호민도 동시에 구한 격이다.“윤 회장님! 지금 어떠십니까?”장호민이 다급히 물었다.“머리가 조금 아프긴 한데 다른 건 다 괜찮은 것 같네요.”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운철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스스로 일어섰다.그 유창한 동작은 전혀 죽어가던 사람이 아닌 가볍게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 같았다.보아하니 윤운철은 정말 괜찮은 것 같았다.모두 다시 한번 임찬혁의 신기한 의술에 탄복했다.“아까......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나요?”“그런데 왜 아무렇지 않은 거죠?”윤운철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분명 화물차가 돌진해 그가 탄 차량을 들이받았고, 순간 그는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멀쩡하게 깨어났다니.“윤 회장님 복도 많으십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임찬혁 선생님이 윤 회장님을 구해주셨습니다.”이시진은 다급히 임찬혁을 소개했다.“정말 고마워요.”윤운철의 얼굴에 감격의 빛이 역력했다.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어려 보였는데 이시진을 능가할 의술을 지녔다니.“사람을 살리는 것은 도인의 본분이죠.”임찬혁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윤 회장님 체내의 치명적인 부상은 이미 치료했으니 병원으로 옮겨서 외상만 치료받으시면 됩니다. 며칠간 안정을 취하면 바로 완쾌될 것이니 염려하지 마세요.”“임찬혁 선생님, 살려주신 은혜 잊지 않고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윤운철이 말했다.“원하는 게 있으면 내가 반드시 만족시켜 드릴 테니 뭐든지 말씀하세요.”사람들
유씨 가문 별장.안방.가볍고 얇은 실크 잠옷 차림의 유효진이 완벽한 몸매를 드러냈다.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여인도 역시나 잠옷 차림으로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냈는데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같은 방에 두 명의 절세미인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누가 이 방의 남자 주인이 될지 모르겠지만, 참 복을 많이 타고난 사람이다.만약 임찬혁이 여기 있다면 반드시 그녀를 알아보았을 것이다.이 여자는 그에게서 인형태세를 뺏으려 했던 손이림이다.유효진과 손이림은 미국 워싱턴 대학 유학 시절에 만났는데 같은 취미를 기반으로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이번에 강주에 온 김에 그녀는 유효진을 만나러 왔다.“몇 년 안 본 사이에 너 더 커졌다? 일로 와, 나 좀 만져보게.”손이림은 남자들이 보면 군침을 흘릴 그 곳을 향해 가느다란 손을 뻗었다.“에잇! 남 말 하기야? 너도 만만치 않거든?”“살살해, 아프잖아. 나도 네 거 만질래!”시크함을 거의 다 빼버린 유효진은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그녀도 질 수 없어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뻗어 손이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두 절세미인이 방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다.“야, 근데 네가 결혼했다니. 대체 어떤 집안 도련님이야?”한바탕 장난이 끝난 뒤 손이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한때 두 여인은 역사를 깨고 워싱턴 대학교의 최고 미인에 등극했으며 수많은 구애자를 배출했다.손이림은 아직 솔로인데, 유효진은 이미 결혼까지 했다니.“평범한 사람이야. 우리 연우가 좋아해서 가짜 결혼한 것 뿐이야.”유효진이 설명했다.“가짜 결혼? 연우도 아빠가 필요한데 만약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냥 진짜로 하지 그랬어?”손이림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운이 좋은 건지, 능력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날 몇 번 도와주긴 했어. 그런데 허세가 너무 많아. 더 열받는 건 어디서 가짜 친자 확인서를 가져왔더라고!”손이림은 절친에게 5년 전 그 일을 포함한
유효진은 둘도 없는 절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그래 그렇다면 정말 아름다운 만남이지. 그래서 찾았어?”손이림은 뭔가 생각하는 듯 잠시 침묵했다.유효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어. 어쩌면 영원히 못 찾을 것 같아......”“나도 오늘 만난 사람 있어!”손이림의 머릿속에 문득 임찬혁의 모습이 떠올랐다.“경매에서 내가 점찍은 물건을 빼앗았어. 그래서 절반만 팔라고 했는데 나 바로 거절당한 것도 모자라 얻어맞기까지 했다니까?”“내일 몽타주 줄 테니까 그 남자 찾을 때, 이 자식까지 좀 찾아줘. 내가 아주 제대로 혼내줄 거야.”손이림은 수치와 분노로 얼굴이 빨개졌다.임찬혁에게 엉덩이를 맞았던 순간을 생각하니 당장 찢어 죽이고 싶었다.“아니, 감히 너와 경쟁한다고? 어떤 자식인지 너무 궁금한걸?”유효진은 할 말을 잃었다.교토 명문가의 아가씨인 손이림이 이렇게 화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쿵쿵쿵!”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임찬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치킨을 사지 못해 연우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는데 연우는 이미 잠에 들었고 방에는 유효진을 제외하고도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너?”“너?”임찬혁과 손이림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다른 점이라면 임찬혁은 그저 놀랐을 뿐이지만 손이림은 격분하며 펄쩍 뛰었다.방금 유효진에게 부탁해 찾아달라던 남자가 바로 눈앞에 있다.여기서 서로를 마주치다니?“두 사람 아는 사이야?”유효진도 멍해졌다.임찬혁이 교토 명문가의 아가씨와 구면이라니?“저 자식 누구야? 날 때렸다는 자식이 바로 저 자식이야!”손이림은 임찬혁을 가리키며 씩씩거렸다.“네가 점찍은 물건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널 때렸다는 사람이 저 사람이라고?”유효진은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사고뭉치 임찬혁이 또 사고를 쳤다.“임찬혁 씨 내 남편......”유효진은 손이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찬혁 씨, 이림이 내 절친이니까 빨리 사과해요.”아무리 명의상 남편이라해도 손이림을 때
사실 손이림이 인형태세를 빼앗으려는 순간 임찬혁은 이미 그녀에게 질병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는데 그녀는 보기 드문 선천적인 한체이다.이런 질병은 매우 희소하지만 사람을 지독하게 괴롭힌다. 특히 생리가 올 때면 생리통으로 지옥을 겪는다고도 한다.“그걸 어떻게?”손이림은 깜짝 놀랐다.여러 개의 세계적인 병원에서 진찰받았지만 전부 병을 진단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유랑 도사를 만났는데 도사는 그녀에게 선천성 냉증이라고 말해주었다.“대충 얻어걸린 것 같은데, 그렇다면 말해봐. 내 병명이 뭐야?”손이림이 계속 물었다.인형태세같은 진귀한 물건의 가장 큰 가치는 역시 약으로 쓰이는 것이다.그녀는 인형태세를 원하지만 사람들은 왜 그녀가 필요로 하는지 몰랐다.“매달 그날이면 많이 아프겠네. 게다가 출혈량도 많고 시간도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될 텐데 얼마나 괴롭겠어?”“외출할 때 가장 많이 챙기는 물건이 생리대지? 지금 당장 화장실로 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흘러넘친다?”임찬혁의 말에 손이림은 안색이 변하더니 다급히 생리대를 챙겨 화장실로 달려갔다.임찬혁의 말이 맞다. 곧 넘쳐날 것 같다.옆에 있던 유효진은 너무 놀라 입을 가렸다.그러니까, 임찬혁의 말이 맞았다고?단지 교도소에서 약간의 처방전을 배운 운 좋은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꽤 용하다.잠시 후 손이림이 화장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오만한 자태를 잃어버린 채 약간 붉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내 병도 알아봤으니 인형태세 좀 나눠줄래?”“가격은 네가 원하는 대로 줄게. 가지고 나온 돈은 얼마 없지만 집에 돌아가면 바로 통장으로 쏴줄게.”손이림은 그나마 사근사근한 말투로 말했다.임찬혁은 그녀의 질병을 낱낱이 알아봤고, 게다가 절친의 남편이라 강경한 방법은 쓸 수 없었다.임찬혁은 고개를 저었다.“인형태세를 쓴다고 해서 그 병을 치료할 수 없어. 단지 완화될 뿐이지. 하지만 난 고칠 수 있어.”“내 병 치료할 수 있다고?”“농담 아닌 거 확실해?”손이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어쨌든 이 일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골머리가 아팠지만 임찬혁은 어쩔 수 없이 육성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하씨 가문.하찬림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단발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비서가 볼륨감이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늘씬하고 새하얀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싸여 시시각각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제가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까? 효과는?”“분부하신 대로 홍보했고 이번 책임은 체스턴에게 모두 떠넘겼습니다.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겠다는 양해도 구했고요.”여비서는 공손한 표정으로 일일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해주었다.“음, 아주 좋네요.”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인지 하찬림의 안색이 비로소 밝아지기 시작했다.오늘은 정말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임찬혁을 모함하려다 오히려 임찬혁의 회춘단이 만병통치약이 되고 중생환이 독이 된 것이다.다행히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여론은 쉽사리 통제되었다.“임찬혁... 두고 봐, 국제 무도 대회 날 내가 널 어떻게 짓밟아버릴지.”하찬림이 이를 갈며 임찬혁의 이름을 곱씹었다.국제 무도 대회 날 임찬혁을 이기기만 하면 하찬림은 그동안 잃었던 모든 것들을 되돌릴 수 있다.“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육소연과 임찬혁이 정말 혼약을 맺었단 말입니까?”“네, 두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약혼을 맺었는데 육소연이 계속 임찬혁을 못마땅해하는 바람에 관계가 불안정했다고 합니다.”그 순간, 하찬림의 어두운 얼굴에 음침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찬혁아... 임찬혁, 전에 네가 바로 나와 손이림을 갈라놓은 장본인이지? 두고 봐.”“이번에는 내가 기필코 육소연을 꼬셔서 손에 넣을 테니 너도 어디 한번 망신당하는 꼴을 느껴봐.”...레드 로즈 바.임찬혁은 육성재의 전화를 끊은 후 또 팽런웅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임찬혁, 너 정말 국제 무도 대회에 참가할 거야?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난 지금 당장 널 무도 협회에 가입시킬 수
...모두의 눈빛이 밝아지고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용운 그룹이 옹호 그룹의 모든 자산을 삼켰고 하씨 가문의 사람까지 죽여 하씨 가문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명문 가문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만약 육소연이 정말 용운 그룹의 대표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들 모두가 함께 덕을 볼 수 있다.“안 된다.”육성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단칼에 잘라버렸다.“넌 이미 찬혁이와 약혼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고백할 수 있단 말이냐? 정녕 창피하지도 않단 말이냐?”임찬혁과 육소연 사이에는 이미 혼약이 잡혀있다. 이는 그와 임찬혁의 죽은 아버지가 정한 것인데 육성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혼인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얼굴로 구천에 있을 친구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그러니 용운 그룹의 대표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는 꿋꿋이 임찬혁을 선택할 것이다.“아빠! 그 임찬혁 얘기는 꺼내지도 마! 임찬혁은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줄지언정 나에게 주지 않는데 내가 왜 그런 무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건데?”육소연이 얼굴을 홱 돌리며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그 입 다물지 못해? 그 일은 찬혁이 탓이 아니야. 네가 먼저 찬혁이를 의심했잖니.”육성재 역시 회춘단 대리 문제에 관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고 임찬혁과 육지영 사이에 거래가 있었으니 임찬혁이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주는 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그리고 육성재가 보기에 그 회춘단에는 분명 놀라운 부의 가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딸이 임찬혁과 결혼한다면 그 재산 역시 공동 재산이 되지 않겠는가?하지만 육성재는 굳이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육성재는 오직 육소연이 임찬혁과 결혼하는 것만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싫어. 난 용운 그룹 대표가 좋아. 당장 내일이면 대표님한테 달려가서 고백할 거야.”“만약 아빠가 자꾸 임찬혁과 결혼하라고 달달 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테야.”육소연은 결연
방금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체스턴을 발견한 임찬혁은 곧바로 상대가 도망갈 것을 예상하고 청룡을 파견하여 체스턴을 잡아 오라고 당부했다.사실 체스턴은 중생환을 가지고 용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그의 죽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같은 시각, 육씨 가문.육소연은 침실에 숨어 몰래 울음을 삼키며 절친 배두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흑흑, 두나야, 임찬혁에게 정말 회춘단이 있었다니. 그런데 임찬혁이 회춘단의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어. 이건 분명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라고!”육소연의 입장에서 아무리 그녀가 임찬혁을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회춘단의 대리권만큼은 그녀에게 넘겨줬어야 했다.육지영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다는 건 일부러 육소연과 맞서겠다는 뜻 아닌가?“임찬혁、 이 천벌 받아도 싼 놈... 네 아버지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걸 그새 잊었던 말이야?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 따로 없네.”배두나는 이번 발표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발표회에서의 일은 진즉 전해 들었다.지금 회춘단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점에 회춘단의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떼돈을 벌고도 남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임찬혁은 줄곧 육소연에게 잘 보여 육씨 가문의 사위가 되기 위해 하염없이 노력해왔었다. 그러니 육소연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임찬혁이 한결같이 육소연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처럼 육소연에게 냉담하게 굴면서 다른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흥, 설령 임찬혁이 나에게 대리권을 준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하지 않았을 거야.”육소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입을 삐죽였다.“괜찮아, 네 말대로 임찬혁은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야. 그러니 그 남자를 위해 슬퍼할 가치도 없어. 지금은 작은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용운 그룹 대표와는 비교할 가치가 되지 못해.”배두나가 육소연을 다독여주며 투덜거렸다.“너도 용운 그룹 대표가 정말 날 좋
이 모든 것은 임찬혁을 믿었기 때문이다.“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결국, 육씨 가문 전체에서 육성재를 제외하고 임찬혁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육지영뿐이었다.게다가 방금 어머니까지 모시고 와 약을 시험해 본 것도 작은 도움이 된 셈이니 임찬혁은 당연히 약속을 어길 리가 없었다.“잘됐네, 지영아. 네가 찬혁이를 믿은 건 옳은 선택이었어.”박영화와 육지영이 감격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임찬혁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판이 이렇게까지 뒤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터.그러나 다른 한쪽에 서 있던 육소연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보처럼 느껴졌다.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처음에 임찬혁은 그들에게 회춘단의 대리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시큰둥하게 거절해버렸다.그런데 임찬혁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니. 언제부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까지 없었던 거지?지금 서울의 모든 사람들은 임찬혁 회춘단의 이 대리권을 구하기 위해 피 터지도록 경쟁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육소연만이 도무지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과거 너무 절대적으로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마음속의 그 거만함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깊은 회의감이 솟구쳐올라오며 육소연은 감히 임찬혁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찬혁아, 이렇게 좋은 제품이 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우리 사이에 대리 하나 맡겨주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지?”육지영은 차마 티를 낼 수 없었지만 하미현은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임찬혁에게 대리를 내놓으라며 요구했다.“허허, 전 분명 기회를 드렸고 거절한 건 숙모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또 갖고 싶으세요?”임찬혁이 하미현을 빤히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미현은 다른
이어 임찬혁은 또 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먹였다.“콜록콜록!”얼마 지나지 않아 연신 기침을 하더니 창운 도인이 정말 서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순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대박, 회춘단이 이 정도로 신기하다고?”“죽은 줄 알았던 생쥐도 회춘단을 먹으니 다시 살아났다니까.”“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도 살릴 수 있다니. 회춘단은 정말 미용 제품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이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연이어 임찬혁에게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제발 회춘단 하나만 주세요.”“저도 하나만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당신이 내 목숨만 구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그들은 임찬혁에게 연이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아직은 몸에 큰 반응이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중생환의 부작용이 닥치면 그땐 정말 끝장일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쥐보다 훨씬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 역시 모두 중생환을 복용했지만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거예요.”“그리고 회춘단은 곧 서울에서 판매될 예정이니 몇 알 복용하면 중생환의 악영향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다독여주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들도 괜찮다는 임찬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임찬혁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연히 회춘단 한 알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임 선생님, 회춘단 대리점을 하고 싶은데 지금 200억의 계약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샘플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한 여자가 물었다.“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찬혁은 즉시 여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건네주었다.“저도 회춘단 대리를 하고 싶습니다.”“저도 하겠습니다.”“임 선생님, 저한테도
중생환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 일로 하찬림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악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하찬림 이 망할 자식아, 내가 널 얼마나 철석같이 믿었는데 나한테 독약을 먹여?”곧이어 한 중년 부인이 하찬림의 눈앞에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고 해명을 요구했다.방금 하찬림의 설득 하에 그녀도 중생환을 먹었기 때문이다.하여 우리 안에서 점점 죽어가는 쥐를 보며 화들짝 놀란 중년 부인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나도 중생환을 먹었는데... 설마 나도 저 생쥐들처럼 죽게 되는 건가? 하찬림 이 개자식아!”“당신 제대로 해명 안 하면 가만 안 둘 거야.”방금 중생환을 먹었던 사람들이 모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하찬림을 에워쌌다.이제 목숨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하찬림의 신분과 지위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하찬림 역시 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감히 일반인에게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잘못하면 하씨 가문 전체가 나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꼭 합리한 설명을 하겠습니다.”“체스턴 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하찬림은 많은 사람들의 공격에 대응하며 다급히 체스턴을 찾아 헤맸지만 상대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조금 전, 중생환의 일이 탄로 날 것을 미리 눈치챈 체스턴은 진즉 뒤꽁무니를 빼고 도망쳐버렸던 것이다.“체스턴!”“체스턴!”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체스턴에 하찬림의 마음도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놈에게 속았구나.한편, 덩달아 당황해하는 하찬림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더더욱 중생환에 문제가 있음을 단정했다.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심지어 당장이라도 하찬림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찬림,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다.”한 중년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하찬림의 얼굴을 도려냈다.악!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찬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일반인들의 공격은 전혀 피할 방법이 없었고 얼굴에는 핏자국이 번지며 하찬림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열 마리의 생쥐에게로 향해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중생환을 먹은 생쥐들도 멀쩡하잖아. 그렇다면 중생환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 아냐?”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이 구역에서 작게 소문난 부잣집 딸인데 이번에도 중생환의 분대리로 선발되었다.중생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하찬림의 뒤를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임찬혁의 말이 전부 거짓이길 바라는 것이다.“맞아요, 임찬혁이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만약 중생환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우리 하 대표가 모를 리 있겠어요? 그리고 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실험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임찬혁도 괜히 하 대표가 질투 나서 태클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하 대표의 제품이 회춘단 못지않게 훌륭하니까 일부러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 아니겠어. 이런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어. 당장 쫓아내자고...”...눈치를 보던 다른 대리상들도 너나없이 나서서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에게 있어 임찬혁은 그들의 장사를 방해하러 온 눈엣가시일 뿐이다.어렵게 중생환의 대리권을 얻고 드디어 큰돈을 벌려는데 웬 낯선 남자가 이곳에 찾아와 중생환에 문제가 있다고 선포를 하니 이건 그들과 맞서고 들려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곧이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임찬혁을 쏘아붙였다. 비록 임찬혁의 회춘단은 확실히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리 장사에 눈이 멀어도 난데없이 중생환이 위험하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릴 필요는 없었다.어쨌든 하영 그룹은 유명한 대기업이고 하찬림은 또 남부 군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니 돈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니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중생환의 발표회를 열 수도 없었을 것이다.오히려 임찬혁이야말로 질투에 눈이 멀어 난데없이 소란을 피우러 온 입장이 되어버렸다.육소연의 눈동
“게다가 당신의 중생환은 사실 사람의 잠재력을 착취하는 부작용이 있잖아요. 심지어 강한 중독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나라와 국민에게 재앙을 끼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 아니겠어요?”임찬혁의 매 한 마디, 한 글자가 모두의 귓가에 때려 박혔다.뭐라고?임찬혁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들에게 있어 중생환은 신약과도 같은 존재로 모두가 하찬림을 숭배하며 존경해왔다. 그런데 설마 정말 임찬혁의 말처럼 그런 일이 생길까?체스턴의 파란 눈동자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체스턴만큼은 중생환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잘 알고 있다. 임찬혁의 말은 정말 모두 사실이었다.‘뭐지? 임찬혁이 어떻게 이걸 알게 된 거지?’그의 중생환이 서양 국가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임찬혁이 말했던 부작용 때문이었다.하여 이곳저곳 쫓겨 다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용국의 시장을 노리게 된 것인데 이것마저 임찬혁에게 들켜버리다니...“건방진 소리!”하찬림이 불같이 화를 내며 으름장을 놓았다.“증거 있어? 증거도 없이 무작정 물어뜯는 건 예의가 아니지.”하찬림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임찬혁을 노려보았다. 하찬림을 모욕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중생환을 비하하다니. 체스턴은 분명 그에게 중생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장했단 말이다.“그럼 제 회춘단에 금지 성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증거 있습니까?”“제 회춘단은 어떤 검사도 받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금지 성분이 검출된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하찬림을 똑똑히 바라보며 반박했다. 대화가 오가고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물론 내 중생환도 얼마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지요.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나도 어떤 대가라도 달게 받겠어.”하찬림도 임찬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품에 자신감이 넘쳤다.애초에 하찬림은 중생환을 받을 때부터 모든 검사를 거쳐 조금의 금지 성분도 없다는 결과를 받게 되었었다. 하
하찬림뿐만이 아니다.체스턴, 전정우, 허원무, 곽해진 그리고 손강오까지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들은 모두 비즈니스계의 정상에 있는 인물이기에 식견이 매우 넓은 편이었다.그런데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어마어마할 줄이야.이건 성공적인 프로젝트일 뿐이 아니었다. 아마 전 세계를 뒤져 보아도 이 정도의 돈줄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마 임찬혁이 이렇게 좋은 제품을 내놓았으리라고 꿈에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회춘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막상 회춘단의 상업적 가치를 확인하니 모두의 마음속에 욕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만약 회춘단의 대리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분명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절대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건데...한편, 육소연도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찬혁이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라니.회춘단이 보여준 효과만 봐도 중생환을 넘어서는 건 물론이고 아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회춘단은 임찬혁이 직접 참여하여 연구 개발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회춘단의 모든 권한은 자연히 임찬혁의 손에 있다.회춘단의 대리권만 손에 쥔다면... 중생환의 대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우와!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신기하다니...”육지영이 뛸 듯이 기뻐하며 외쳤다.회춘단을 먹고 생긴 변화는 단지 발의 흉터가 사라진 것 뿐만이 아니었다. 피부도 훨씬 좋아지고 안색도 전과 다르게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알을 복용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효과라니... 계속 복용하면 얼마나 예뻐질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내가 시험해줄게요. 나한테도 한 알 줘봐요.”“저도, 저도.”...금세 수많은 여자들이 몰려들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회춘단처럼 쉽게 비주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을 마주하니 여자들은 전부 이성을 잃고 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