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부터 백운가는 명망 높은 귀족 가문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영 불황으로 겉보기에는 여전히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거의 파산 직전에 이르렀거든요. 혹시 임 선생도 그 백현호 대표랑 아는 사이인가요?”장호문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 만약 임찬혁의 지인이라면 엄하게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다.임찬혁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아니,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냥 이름만 들어봤어요.”그는 속으로 싸늘한 냉소를 지었다.장모라는 사람이 그렇게 치켜세우기에 백현호라는 사람에 대해 무척 궁금했는데 파산 직전에 직면한 가짜 귀족 도련님일 줄이야.그는 진실을 알고 이향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두 분의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집사람이 5번 룸에서 식사를 하고 있어서요. 이만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임찬혁은 식사가 거의 진행되었고 원하던 일도 성사되었으니 자리에서 일어섰다.“임 선생은 정말 가정적인 남편이로군요. 걱정 말고 가보세요. 이따가 계약서를 작성해서 5번 룸으로 보내겠습니다.”윤운철이 말했다.장호민, 윤운철과 작별한 뒤, 임찬혁은 곧장 5번 룸으로 향했다.이제 유신 뷰티의 위기 문제를 철저히 해결했으니 이 좋은 소식을 유효진에게 알릴 차례였다.그 시각, 5번 룸.“시장님을 마중까지 나가게 한 귀한 손님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백현호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윤운철 회장님이었더군요.”이향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상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윤 회장님?”“맞아요, 바로 그분이었어요.”백현호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조금 전에 입수한 소식인데 장 시장이 윤 회장님을 이번 기업 평가회의 게스트로 특별 초대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윤 회장이 이 호텔에 들어오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까 장 시장이 기다린 분은 윤 회장님이 분명해요!”그는 귀한 손님이 임찬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기분이 매우 좋았다.“설진아, 내가 잘못 본 거라고 했지?”“임찬혁 같은 무능한
그 말을 들은 이향 일가의 얼굴에 감격이 스쳤다.가만히 있던 유효진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윤 회장도 장호문 시장의 초대를 받고 기업 평가회에 참석하기로 했으니 분명 어마어마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장 시장과의 인맥이 아니더라도 윤 회장 개인이 가지는 가치와 힘은 대단했다. 그런 인물이 만약 자신을 도와준다면, 아니 그냥 한 마디라도 유신 뷰티에 대해 좋게 얘기해 준다면 아무도 감히 유신 뷰티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백 대표가 우리 가문의 귀인이었어! 정말로 효진이를 도와서 이번 위기를 해결해 준다면 백 대표가 원하는 건 우리 모두 들어줄 수 있어!”이향이 감격한 얼굴로 말했다.백현호가 도움을 준다면 당장이라도 유효진과 임찬혁을 이혼시키고 백현호와 결혼하게 할 생각이었다.“잠깐만요. 지금 당장 아버지한테 전화할게요.”이향의 말을 들은 백현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당장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 전에 윤 회장님이랑 안면이 있다고 했잖아요. 제 친구 중에 송시후 눈밖에 난 사람이 있는데 혹시 윤 회장님 앞에서 얘기 좀 잘해주실 수 있나요?”백현호는 유효진의 상황을 간략해서 아버지에게 설명했다.“아버지, 저 지금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어요. 도와주기 곤란한 일이라면 지금 얘기해 주세요. 친구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요.”백현호는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사실 그의 아버지는 윤 회장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다만 이향 일가에게 환상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윤운철 회장? 옛날부터 친한 사이지. 며칠 전에 강주에 놀러 온다고 나중에 술 한잔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더라고. 걱정 마. 이 일은 아비한테 맡겨!”수화기 너머로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백현호의 아버지는 아들이 스피커폰으로 통화한다는 말을 듣고 무슨 상황인지 바로 알아차렸다.“아버지가 도와주시기로 했으니 무조건 잘될 거예요.”전화를 끊은 백현호가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고마워, 백 대표. 자네는 정말 우리 가문의 은인이야!”이향이
저런 귀중한 걸 선물로 받았다가 백현호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거절하기도 힘들었다.“앞으로 가족이 될 텐데 뭘 그렇게 선을 그어?”이향은 당연하다는 듯이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가족이요?”이때 문을 열고 들어온 임찬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설마 백 대표를 양자로 삼으실 건 아니죠?”그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백현호가 장모에게 금팔찌를 선물하는 것을 목격했다.임찬혁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이향 일가족이 당황했다.그의 냉랭한 목소리에서는 진한 불쾌함마저 느껴졌다.“너 잘 들어. 효진이는 백 대표랑 결혼할 거고 우리랑 가족이 될 거야!”이향은 당연하게 유효진의 옆자리에 앉는 임찬혁을 노려보며 앙칼지게 말했다.“거긴 백 대표 자리야. 여기 네 자리는 없으니까 당장 나가!”“효진 씨 옆자리를 남편인 내가 아니라 다른 남자를 위해 남겨뒀다고요?”임찬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당겨 유효진의 옆에 바짝 붙었다.솔직히 너무 기분이 나빴다.유신 뷰티의 위기를 해결하느라 영감들과 술자리를 하고 왔더니 장모가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의 품에 떠미는 상황이라니!황당해도 이렇게 황당한 경우는 없었다.“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백 대표랑 경쟁하겠다는 거야?”임찬혁의 당당한 태도에 분노한 이향이 테이블을 탕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백 대표 보고 좀 배워. 선물 하나에 3천만 원이나 한다잖아. 게다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고경 장인의 작품이래. 너 같은 건 평생 일해도 구경도 하지 못할 소중한 팔찌라고!”유진안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임찬혁, 밥 얻어먹으러 온 건 이해하겠는데 백 대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 당장 옆으로 가!”“3천만 원 주고 가짜 팔찌를 샀다고요?”임찬혁은 비웃음을 지으며 백현호를 노려보았다.“멍청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사기꾼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짜 팔찌를 선물이랍시고 들고 오다니. 참 예의가 바른 분이로군요.”임찬혁의 말에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팔찌가 가짜라고?백현호의 두 눈에 잠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도 속았어요!”거짓말이 들통나자 백현호는 수치스러워서 당장이라도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진작에 파산직전까지 간 백운그룹이지만 가문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유효진에게 접근했다. 가짜 선물로 대충 속여넘겨서 결혼까지 가려고 했는데 꼼수가 들통나 버린 것이다.그는 이미 이런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속였다. 의심을 받지 않은 건 그가 가진 배경 때문에 아무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임찬혁은 한눈에 가품을 알아보고 그의 가면을 벗겨버린 것이다!“진짜 가짜였네….”이향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렸다.백현호는 그녀가 고르고 고른 완벽한 사윗감이었다.유효진을 더 좋은 집으로 시집 보내기 위해 그녀는 학문이나 집안 배경, 인맥관계 모두 철저한 조사를 했고 그렇게 선택한 사람이 백현호였다.그녀는 이 일이 있기 전까지 백현호가 완벽한 남자라고 굳게 믿었다.그런데 가짜 팔찌를 금팔찌라고 속여서 선물하다니!백현호만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이향 본인도 수치스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유진안과 유설진도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효진도 놀랐지만 더 의아한 건 임찬혁이 어떻게 한눈에 팔찌의 진위 여부를 알아보았느냐였다.임찬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백 대표 당신이 속은 게 아니라 당신이 우리한테 사기 치려다가 걸린 거겠지.”그의 예민한 관찰력으로 팔찌의 진위 여부를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몇천 년 된 골동품도 한번에 진위를 알아볼 만큼 그는 예리한 관찰력을 가졌다.그는 백현호가 가져온 다른 귀중품들도 모두 가품이거나 모조품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아줌마한테 일부러 사기를 쳤다는 거야?”진실은 이미 밝혀졌지만 백현호는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그건 본인이 잘 알겠지.”임찬혁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백현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이때, 정신을 차린 이향이 목청
“금팔찌는 비서 시켜서 구매한 거예요. 내 옆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라 믿고 맡겼는데 아마 비서가 중간에 바꿔치기를 한 것 같네요. 돌아가면 단단히 혼낼게요.”백현호는 자신이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눈물 겨운 연기에 유효진마저도 태도가 누그러졌다.“백 대표님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대표님 잘못은 아니니까요.”유효진이 나서서 그를 위로했다.“아니요. 이유야 어찌됐건 잘못은 잘못이죠. 내가 미안해요.”백현호는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이번에 새로 진행 중인 이안 광장 프로젝트가 곧 가동되는데 아버지가 직원들 고무한다고 주식을 조금 내놓으셨어요.”“앞으로 가족이 될 사이니까 제가 지분을 약간 양도할 테니 우리 백운의 주주가 되는 건 어때요? 이건 제 사과의 선물이에요.”“백 대표, 그게 진심인가?”유진안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이향과 유효진, 유설진마저 서로 얼굴을 번갈아보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이안광장은 백운그룹이 요즘 밀고 있는 가장 핫한 사업이었다. 그곳에 투자한다면 돈방석에 앉는 것과 같았다.이안광장이 건설되면 백운그룹은 돈을 찍어내는 기계를 가진 것과도 같을 것이다. 그리고 이안광장 관련 지분은 줄곧 백운 오너 일가가 꼭 쥐고 있었다.그런데 그 귀중한 지분을 양도한다니, 돈 벌 기회를 양보한다는 얘기와도 같았다.“회사와 오래 함께한 원년 직원들을 위한 복리로 풀 생각이었어요. 아시다시피 그 지분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워낙 많잖아요.”백현호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쏟아냈다.“절대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지 말아요. 아버지 아시면 저 죽어요.”“백 대표, 우리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우리가 4억을 투자할게. 성의를 봐서 가격을 좀 더 할인해 줄 수는 없나?”돈 벌 기회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이향은 당장 가지고 있는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투자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그럼 기존 지분에서 아줌마 명의로 5% 더 드릴게요.”백현호는 잠깐
“뭘 안다고 함부로 나서? 백 대표가 우리 돕는다고 한 일을! 이런 기회 다른 사람에게는 주어지지도 않아!”이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절대 밑지지 않을 장사인데 왜 하필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한테 팔려고 하겠어요?”임찬혁이 반박했다.“백 대표가 우리를 진짜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증거지. 너 질투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야!”이향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임찬혁을 노려보았다.그녀는 백현호가 돈 벌 기회를 자신들에게 양보한 건 다 유효진을 좋아해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일을 굳이 백현호 본인이 있는 앞에서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효진 씨, 그거 사지 마세요.”임찬혁도 더 이상 이향을 말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 눈 뜨고 유효진이 사기를 당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걱정 말아요. 밑지는 장사는 아닐 거예요.”유효진은 잠깐 고민하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이안 광장 프로젝트는 백운그룹에서 메인으로 미는 개발 사업이었기에 망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망하면 백운그룹마저 무너질 판이었다.4억은 그리 많은 돈도 아니었고 백현호가 유신 뷰티를 돕겠다고 확답까지 한 상황에서 그의 체면도 살려줘야 했다.물론 그녀는 백운그룹이 이미 파산의 위기에 처했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임찬혁은 이미 결정을 내린 그녀에게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들에게는 그리 많은 돈도 아니었기에 이 일로 그녀와 더 언쟁을 벌일 필요도 없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임찬혁 씨, 내가 가짜 팔찌 때문에 신뢰를 잃었기는 하지만 그건 실수였어요. 그거 하나로 나를 이렇게 모함하면 안 되죠!”아무도 임찬혁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백현호는 마치 승리자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 오기 전에 오늘 안으로 큰 계약을 물어오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되었나요?”백현호는 임찬혁이 절대 가치 있는 계약서를 가져오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기에 더 기
게다가 그녀의 입장에서는 불평등 계약이었다.계약서 내용이 너무 유신 뷰티에만 유리한 내용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회춘단의 가격마저 그녀에게 결정권을 넘기다니, 작정하고 유신 뷰티를 밀어주겠다는 의미였다.유효진은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대체 뭘 했기에 윤운철 회장이 이토록 편의를 봐주는 걸까?그녀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세상에나! 형부, 대체 어떻게 해낸 거예요?”옆에서 보고 있던 유설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임찬혁이 계약서 얘기를 꺼내자마자 그쪽에서 계약서를 들고 찾아온 상황이라니, 믿기지 않았다.“딱히 뭘 한 건 없어요. 다만 회춘단 샘플을 윤 회장께 보여드렸고 윤 회장님은 굉장히 흥미롭다면서 판매권을 사겠다고 했고요. 효진 씨, 어서 사인해요. 이것만 있으면 이제 송시후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요.”임찬혁은 담담한 얼굴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그럴 리 없어!”계약서를 확인한 이향이 비명을 질렀다.회춘단이 시간을 되돌리는 효능이 있다고 해도 임찬혁이 윤운철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 상황이었다.상계의 큰손이라고 불리는 윤운철 회장이 한 번만 만나도 당장 계약서를 써줄 리도 만무했다.유진안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에는 임찬혁이 무능한 인간이라고 무시했는데 사실이 눈앞에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임찬혁 씨, 남의 공로나 가로채는 거, 부끄럽지도 않나요?”이때, 백현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윤 회장님은 아버지와의 친분 때문에 효진 씨와 계약하기로 한 거예요. 그걸 임찬혁 씨가 따낸 계약이라고 하면 곤란하죠. 분명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나누는 얘기를 들었을 거야!”사실 백현호 본인도 반신반의했다. 그는 아버지와 윤 회장이 모르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모든 게 유효진을 엮기 위한 연기임을 부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임찬혁이 계약을 따냈다고 했을 때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차라리 아버지가 어떻게 윤
임찬혁이 당당하게 핸드폰을 꺼내자 모두가 긴장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백현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임찬혁이 허세를 부린다고 믿고 싶었지만 그의 반응이 너무 수상했다.설마 이 계약을 정말 임찬혁이 따낸 거라고?“지금 거신 전화는 전화기가 꺼져 있어….”신호음이 한참 울렸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마 바쁘신가 보네요. 지금 장 시장님께 전화를 걸어볼게요.”임찬혁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장호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같았다.사실 윤운철과 장호문은 중요한 회의를 진행하느라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둔 상태였다.“하! 연기는 이제 그만하지 그래요?”백현호가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속여 넘긴다고 곧 기업 평가회가 열리면 드러날 진실인데 그렇게 살고 싶어요?”그는 임찬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멍청한 녀석!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잖아? 저놈 오늘 안으로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네!’그는 벌써 유효진을 품에 안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그러니까!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전화한다며? 계속 해봐. 차라리 대통령 연락처도 가지고 있다고 하지 그래? 허세에 쩔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녀석 같으니라고!”이향은 냉소를 지으며 비난을 퍼부었다.그들의 비아냥에도 임찬혁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두분 다 바쁜가 보네요. 믿고 싶지 않으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두 분 모시고 같이 식사나 해요.”임찬혁은 유효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만해요!”유효진은 실망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이 상황에도 그런 거짓말이 나와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요?”그녀는 처음부터 임찬혁이 계약을 따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그런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것을 보며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윤 회장을 소개한다는 황당한 얘기까지 나오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백 대표님, 도움 감사드릴게요. 덕분에 유신 뷰티가 살았어요.”“찬혁 씨, 거짓말을 할수록 찬혁 씨만
어쨌든 이 일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골머리가 아팠지만 임찬혁은 어쩔 수 없이 육성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하씨 가문.하찬림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단발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비서가 볼륨감이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늘씬하고 새하얀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싸여 시시각각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제가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까? 효과는?”“분부하신 대로 홍보했고 이번 책임은 체스턴에게 모두 떠넘겼습니다.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겠다는 양해도 구했고요.”여비서는 공손한 표정으로 일일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해주었다.“음, 아주 좋네요.”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인지 하찬림의 안색이 비로소 밝아지기 시작했다.오늘은 정말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임찬혁을 모함하려다 오히려 임찬혁의 회춘단이 만병통치약이 되고 중생환이 독이 된 것이다.다행히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여론은 쉽사리 통제되었다.“임찬혁... 두고 봐, 국제 무도 대회 날 내가 널 어떻게 짓밟아버릴지.”하찬림이 이를 갈며 임찬혁의 이름을 곱씹었다.국제 무도 대회 날 임찬혁을 이기기만 하면 하찬림은 그동안 잃었던 모든 것들을 되돌릴 수 있다.“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육소연과 임찬혁이 정말 혼약을 맺었단 말입니까?”“네, 두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약혼을 맺었는데 육소연이 계속 임찬혁을 못마땅해하는 바람에 관계가 불안정했다고 합니다.”그 순간, 하찬림의 어두운 얼굴에 음침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찬혁아... 임찬혁, 전에 네가 바로 나와 손이림을 갈라놓은 장본인이지? 두고 봐.”“이번에는 내가 기필코 육소연을 꼬셔서 손에 넣을 테니 너도 어디 한번 망신당하는 꼴을 느껴봐.”...레드 로즈 바.임찬혁은 육성재의 전화를 끊은 후 또 팽런웅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임찬혁, 너 정말 국제 무도 대회에 참가할 거야?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난 지금 당장 널 무도 협회에 가입시킬 수
...모두의 눈빛이 밝아지고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용운 그룹이 옹호 그룹의 모든 자산을 삼켰고 하씨 가문의 사람까지 죽여 하씨 가문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명문 가문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만약 육소연이 정말 용운 그룹의 대표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들 모두가 함께 덕을 볼 수 있다.“안 된다.”육성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단칼에 잘라버렸다.“넌 이미 찬혁이와 약혼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고백할 수 있단 말이냐? 정녕 창피하지도 않단 말이냐?”임찬혁과 육소연 사이에는 이미 혼약이 잡혀있다. 이는 그와 임찬혁의 죽은 아버지가 정한 것인데 육성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혼인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얼굴로 구천에 있을 친구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그러니 용운 그룹의 대표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는 꿋꿋이 임찬혁을 선택할 것이다.“아빠! 그 임찬혁 얘기는 꺼내지도 마! 임찬혁은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줄지언정 나에게 주지 않는데 내가 왜 그런 무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건데?”육소연이 얼굴을 홱 돌리며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그 입 다물지 못해? 그 일은 찬혁이 탓이 아니야. 네가 먼저 찬혁이를 의심했잖니.”육성재 역시 회춘단 대리 문제에 관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고 임찬혁과 육지영 사이에 거래가 있었으니 임찬혁이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주는 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그리고 육성재가 보기에 그 회춘단에는 분명 놀라운 부의 가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딸이 임찬혁과 결혼한다면 그 재산 역시 공동 재산이 되지 않겠는가?하지만 육성재는 굳이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육성재는 오직 육소연이 임찬혁과 결혼하는 것만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싫어. 난 용운 그룹 대표가 좋아. 당장 내일이면 대표님한테 달려가서 고백할 거야.”“만약 아빠가 자꾸 임찬혁과 결혼하라고 달달 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테야.”육소연은 결연
방금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체스턴을 발견한 임찬혁은 곧바로 상대가 도망갈 것을 예상하고 청룡을 파견하여 체스턴을 잡아 오라고 당부했다.사실 체스턴은 중생환을 가지고 용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그의 죽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같은 시각, 육씨 가문.육소연은 침실에 숨어 몰래 울음을 삼키며 절친 배두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흑흑, 두나야, 임찬혁에게 정말 회춘단이 있었다니. 그런데 임찬혁이 회춘단의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어. 이건 분명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라고!”육소연의 입장에서 아무리 그녀가 임찬혁을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회춘단의 대리권만큼은 그녀에게 넘겨줬어야 했다.육지영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다는 건 일부러 육소연과 맞서겠다는 뜻 아닌가?“임찬혁、 이 천벌 받아도 싼 놈... 네 아버지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걸 그새 잊었던 말이야?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 따로 없네.”배두나는 이번 발표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발표회에서의 일은 진즉 전해 들었다.지금 회춘단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점에 회춘단의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떼돈을 벌고도 남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임찬혁은 줄곧 육소연에게 잘 보여 육씨 가문의 사위가 되기 위해 하염없이 노력해왔었다. 그러니 육소연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임찬혁이 한결같이 육소연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처럼 육소연에게 냉담하게 굴면서 다른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흥, 설령 임찬혁이 나에게 대리권을 준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하지 않았을 거야.”육소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입을 삐죽였다.“괜찮아, 네 말대로 임찬혁은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야. 그러니 그 남자를 위해 슬퍼할 가치도 없어. 지금은 작은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용운 그룹 대표와는 비교할 가치가 되지 못해.”배두나가 육소연을 다독여주며 투덜거렸다.“너도 용운 그룹 대표가 정말 날 좋
이 모든 것은 임찬혁을 믿었기 때문이다.“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결국, 육씨 가문 전체에서 육성재를 제외하고 임찬혁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육지영뿐이었다.게다가 방금 어머니까지 모시고 와 약을 시험해 본 것도 작은 도움이 된 셈이니 임찬혁은 당연히 약속을 어길 리가 없었다.“잘됐네, 지영아. 네가 찬혁이를 믿은 건 옳은 선택이었어.”박영화와 육지영이 감격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임찬혁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판이 이렇게까지 뒤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터.그러나 다른 한쪽에 서 있던 육소연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보처럼 느껴졌다.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처음에 임찬혁은 그들에게 회춘단의 대리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시큰둥하게 거절해버렸다.그런데 임찬혁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니. 언제부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까지 없었던 거지?지금 서울의 모든 사람들은 임찬혁 회춘단의 이 대리권을 구하기 위해 피 터지도록 경쟁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육소연만이 도무지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과거 너무 절대적으로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마음속의 그 거만함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깊은 회의감이 솟구쳐올라오며 육소연은 감히 임찬혁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찬혁아, 이렇게 좋은 제품이 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우리 사이에 대리 하나 맡겨주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지?”육지영은 차마 티를 낼 수 없었지만 하미현은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임찬혁에게 대리를 내놓으라며 요구했다.“허허, 전 분명 기회를 드렸고 거절한 건 숙모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또 갖고 싶으세요?”임찬혁이 하미현을 빤히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미현은 다른
이어 임찬혁은 또 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먹였다.“콜록콜록!”얼마 지나지 않아 연신 기침을 하더니 창운 도인이 정말 서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순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대박, 회춘단이 이 정도로 신기하다고?”“죽은 줄 알았던 생쥐도 회춘단을 먹으니 다시 살아났다니까.”“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도 살릴 수 있다니. 회춘단은 정말 미용 제품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이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연이어 임찬혁에게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제발 회춘단 하나만 주세요.”“저도 하나만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당신이 내 목숨만 구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그들은 임찬혁에게 연이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아직은 몸에 큰 반응이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중생환의 부작용이 닥치면 그땐 정말 끝장일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쥐보다 훨씬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 역시 모두 중생환을 복용했지만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거예요.”“그리고 회춘단은 곧 서울에서 판매될 예정이니 몇 알 복용하면 중생환의 악영향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다독여주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들도 괜찮다는 임찬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임찬혁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연히 회춘단 한 알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임 선생님, 회춘단 대리점을 하고 싶은데 지금 200억의 계약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샘플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한 여자가 물었다.“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찬혁은 즉시 여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건네주었다.“저도 회춘단 대리를 하고 싶습니다.”“저도 하겠습니다.”“임 선생님, 저한테도
중생환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 일로 하찬림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악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하찬림 이 망할 자식아, 내가 널 얼마나 철석같이 믿었는데 나한테 독약을 먹여?”곧이어 한 중년 부인이 하찬림의 눈앞에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고 해명을 요구했다.방금 하찬림의 설득 하에 그녀도 중생환을 먹었기 때문이다.하여 우리 안에서 점점 죽어가는 쥐를 보며 화들짝 놀란 중년 부인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나도 중생환을 먹었는데... 설마 나도 저 생쥐들처럼 죽게 되는 건가? 하찬림 이 개자식아!”“당신 제대로 해명 안 하면 가만 안 둘 거야.”방금 중생환을 먹었던 사람들이 모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하찬림을 에워쌌다.이제 목숨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하찬림의 신분과 지위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하찬림 역시 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감히 일반인에게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잘못하면 하씨 가문 전체가 나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꼭 합리한 설명을 하겠습니다.”“체스턴 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하찬림은 많은 사람들의 공격에 대응하며 다급히 체스턴을 찾아 헤맸지만 상대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조금 전, 중생환의 일이 탄로 날 것을 미리 눈치챈 체스턴은 진즉 뒤꽁무니를 빼고 도망쳐버렸던 것이다.“체스턴!”“체스턴!”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체스턴에 하찬림의 마음도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놈에게 속았구나.한편, 덩달아 당황해하는 하찬림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더더욱 중생환에 문제가 있음을 단정했다.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심지어 당장이라도 하찬림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찬림,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다.”한 중년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하찬림의 얼굴을 도려냈다.악!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찬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일반인들의 공격은 전혀 피할 방법이 없었고 얼굴에는 핏자국이 번지며 하찬림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열 마리의 생쥐에게로 향해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중생환을 먹은 생쥐들도 멀쩡하잖아. 그렇다면 중생환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 아냐?”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이 구역에서 작게 소문난 부잣집 딸인데 이번에도 중생환의 분대리로 선발되었다.중생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하찬림의 뒤를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임찬혁의 말이 전부 거짓이길 바라는 것이다.“맞아요, 임찬혁이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만약 중생환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우리 하 대표가 모를 리 있겠어요? 그리고 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실험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임찬혁도 괜히 하 대표가 질투 나서 태클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하 대표의 제품이 회춘단 못지않게 훌륭하니까 일부러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 아니겠어. 이런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어. 당장 쫓아내자고...”...눈치를 보던 다른 대리상들도 너나없이 나서서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에게 있어 임찬혁은 그들의 장사를 방해하러 온 눈엣가시일 뿐이다.어렵게 중생환의 대리권을 얻고 드디어 큰돈을 벌려는데 웬 낯선 남자가 이곳에 찾아와 중생환에 문제가 있다고 선포를 하니 이건 그들과 맞서고 들려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곧이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임찬혁을 쏘아붙였다. 비록 임찬혁의 회춘단은 확실히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리 장사에 눈이 멀어도 난데없이 중생환이 위험하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릴 필요는 없었다.어쨌든 하영 그룹은 유명한 대기업이고 하찬림은 또 남부 군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니 돈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니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중생환의 발표회를 열 수도 없었을 것이다.오히려 임찬혁이야말로 질투에 눈이 멀어 난데없이 소란을 피우러 온 입장이 되어버렸다.육소연의 눈동
“게다가 당신의 중생환은 사실 사람의 잠재력을 착취하는 부작용이 있잖아요. 심지어 강한 중독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나라와 국민에게 재앙을 끼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 아니겠어요?”임찬혁의 매 한 마디, 한 글자가 모두의 귓가에 때려 박혔다.뭐라고?임찬혁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들에게 있어 중생환은 신약과도 같은 존재로 모두가 하찬림을 숭배하며 존경해왔다. 그런데 설마 정말 임찬혁의 말처럼 그런 일이 생길까?체스턴의 파란 눈동자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체스턴만큼은 중생환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잘 알고 있다. 임찬혁의 말은 정말 모두 사실이었다.‘뭐지? 임찬혁이 어떻게 이걸 알게 된 거지?’그의 중생환이 서양 국가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임찬혁이 말했던 부작용 때문이었다.하여 이곳저곳 쫓겨 다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용국의 시장을 노리게 된 것인데 이것마저 임찬혁에게 들켜버리다니...“건방진 소리!”하찬림이 불같이 화를 내며 으름장을 놓았다.“증거 있어? 증거도 없이 무작정 물어뜯는 건 예의가 아니지.”하찬림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임찬혁을 노려보았다. 하찬림을 모욕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중생환을 비하하다니. 체스턴은 분명 그에게 중생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장했단 말이다.“그럼 제 회춘단에 금지 성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증거 있습니까?”“제 회춘단은 어떤 검사도 받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금지 성분이 검출된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하찬림을 똑똑히 바라보며 반박했다. 대화가 오가고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물론 내 중생환도 얼마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지요.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나도 어떤 대가라도 달게 받겠어.”하찬림도 임찬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품에 자신감이 넘쳤다.애초에 하찬림은 중생환을 받을 때부터 모든 검사를 거쳐 조금의 금지 성분도 없다는 결과를 받게 되었었다. 하
하찬림뿐만이 아니다.체스턴, 전정우, 허원무, 곽해진 그리고 손강오까지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들은 모두 비즈니스계의 정상에 있는 인물이기에 식견이 매우 넓은 편이었다.그런데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어마어마할 줄이야.이건 성공적인 프로젝트일 뿐이 아니었다. 아마 전 세계를 뒤져 보아도 이 정도의 돈줄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마 임찬혁이 이렇게 좋은 제품을 내놓았으리라고 꿈에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회춘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막상 회춘단의 상업적 가치를 확인하니 모두의 마음속에 욕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만약 회춘단의 대리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분명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절대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건데...한편, 육소연도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찬혁이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라니.회춘단이 보여준 효과만 봐도 중생환을 넘어서는 건 물론이고 아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회춘단은 임찬혁이 직접 참여하여 연구 개발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회춘단의 모든 권한은 자연히 임찬혁의 손에 있다.회춘단의 대리권만 손에 쥔다면... 중생환의 대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우와!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신기하다니...”육지영이 뛸 듯이 기뻐하며 외쳤다.회춘단을 먹고 생긴 변화는 단지 발의 흉터가 사라진 것 뿐만이 아니었다. 피부도 훨씬 좋아지고 안색도 전과 다르게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알을 복용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효과라니... 계속 복용하면 얼마나 예뻐질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내가 시험해줄게요. 나한테도 한 알 줘봐요.”“저도, 저도.”...금세 수많은 여자들이 몰려들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회춘단처럼 쉽게 비주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을 마주하니 여자들은 전부 이성을 잃고 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