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팔찌는 비서 시켜서 구매한 거예요. 내 옆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라 믿고 맡겼는데 아마 비서가 중간에 바꿔치기를 한 것 같네요. 돌아가면 단단히 혼낼게요.”백현호는 자신이 피해자라도 되는 것처럼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의 눈물 겨운 연기에 유효진마저도 태도가 누그러졌다.“백 대표님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대표님 잘못은 아니니까요.”유효진이 나서서 그를 위로했다.“아니요. 이유야 어찌됐건 잘못은 잘못이죠. 내가 미안해요.”백현호는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이번에 새로 진행 중인 이안 광장 프로젝트가 곧 가동되는데 아버지가 직원들 고무한다고 주식을 조금 내놓으셨어요.”“앞으로 가족이 될 사이니까 제가 지분을 약간 양도할 테니 우리 백운의 주주가 되는 건 어때요? 이건 제 사과의 선물이에요.”“백 대표, 그게 진심인가?”유진안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이향과 유효진, 유설진마저 서로 얼굴을 번갈아보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이안광장은 백운그룹이 요즘 밀고 있는 가장 핫한 사업이었다. 그곳에 투자한다면 돈방석에 앉는 것과 같았다.이안광장이 건설되면 백운그룹은 돈을 찍어내는 기계를 가진 것과도 같을 것이다. 그리고 이안광장 관련 지분은 줄곧 백운 오너 일가가 꼭 쥐고 있었다.그런데 그 귀중한 지분을 양도한다니, 돈 벌 기회를 양보한다는 얘기와도 같았다.“회사와 오래 함께한 원년 직원들을 위한 복리로 풀 생각이었어요. 아시다시피 그 지분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워낙 많잖아요.”백현호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쏟아냈다.“절대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지 말아요. 아버지 아시면 저 죽어요.”“백 대표, 우리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우리가 4억을 투자할게. 성의를 봐서 가격을 좀 더 할인해 줄 수는 없나?”돈 벌 기회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이향은 당장 가지고 있는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투자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그럼 기존 지분에서 아줌마 명의로 5% 더 드릴게요.”백현호는 잠깐
“뭘 안다고 함부로 나서? 백 대표가 우리 돕는다고 한 일을! 이런 기회 다른 사람에게는 주어지지도 않아!”이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절대 밑지지 않을 장사인데 왜 하필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한테 팔려고 하겠어요?”임찬혁이 반박했다.“백 대표가 우리를 진짜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증거지. 너 질투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야!”이향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임찬혁을 노려보았다.그녀는 백현호가 돈 벌 기회를 자신들에게 양보한 건 다 유효진을 좋아해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일을 굳이 백현호 본인이 있는 앞에서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효진 씨, 그거 사지 마세요.”임찬혁도 더 이상 이향을 말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 눈 뜨고 유효진이 사기를 당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걱정 말아요. 밑지는 장사는 아닐 거예요.”유효진은 잠깐 고민하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이안 광장 프로젝트는 백운그룹에서 메인으로 미는 개발 사업이었기에 망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망하면 백운그룹마저 무너질 판이었다.4억은 그리 많은 돈도 아니었고 백현호가 유신 뷰티를 돕겠다고 확답까지 한 상황에서 그의 체면도 살려줘야 했다.물론 그녀는 백운그룹이 이미 파산의 위기에 처했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임찬혁은 이미 결정을 내린 그녀에게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들에게는 그리 많은 돈도 아니었기에 이 일로 그녀와 더 언쟁을 벌일 필요도 없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증명해 줄 것이다.“임찬혁 씨, 내가 가짜 팔찌 때문에 신뢰를 잃었기는 하지만 그건 실수였어요. 그거 하나로 나를 이렇게 모함하면 안 되죠!”아무도 임찬혁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백현호는 마치 승리자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 오기 전에 오늘 안으로 큰 계약을 물어오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되었나요?”백현호는 임찬혁이 절대 가치 있는 계약서를 가져오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기에 더 기
게다가 그녀의 입장에서는 불평등 계약이었다.계약서 내용이 너무 유신 뷰티에만 유리한 내용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회춘단의 가격마저 그녀에게 결정권을 넘기다니, 작정하고 유신 뷰티를 밀어주겠다는 의미였다.유효진은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대체 뭘 했기에 윤운철 회장이 이토록 편의를 봐주는 걸까?그녀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세상에나! 형부, 대체 어떻게 해낸 거예요?”옆에서 보고 있던 유설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임찬혁이 계약서 얘기를 꺼내자마자 그쪽에서 계약서를 들고 찾아온 상황이라니, 믿기지 않았다.“딱히 뭘 한 건 없어요. 다만 회춘단 샘플을 윤 회장께 보여드렸고 윤 회장님은 굉장히 흥미롭다면서 판매권을 사겠다고 했고요. 효진 씨, 어서 사인해요. 이것만 있으면 이제 송시후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요.”임찬혁은 담담한 얼굴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그럴 리 없어!”계약서를 확인한 이향이 비명을 질렀다.회춘단이 시간을 되돌리는 효능이 있다고 해도 임찬혁이 윤운철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는 상황이었다.상계의 큰손이라고 불리는 윤운철 회장이 한 번만 만나도 당장 계약서를 써줄 리도 만무했다.유진안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에는 임찬혁이 무능한 인간이라고 무시했는데 사실이 눈앞에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임찬혁 씨, 남의 공로나 가로채는 거, 부끄럽지도 않나요?”이때, 백현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윤 회장님은 아버지와의 친분 때문에 효진 씨와 계약하기로 한 거예요. 그걸 임찬혁 씨가 따낸 계약이라고 하면 곤란하죠. 분명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나누는 얘기를 들었을 거야!”사실 백현호 본인도 반신반의했다. 그는 아버지와 윤 회장이 모르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모든 게 유효진을 엮기 위한 연기임을 부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임찬혁이 계약을 따냈다고 했을 때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차라리 아버지가 어떻게 윤
임찬혁이 당당하게 핸드폰을 꺼내자 모두가 긴장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백현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임찬혁이 허세를 부린다고 믿고 싶었지만 그의 반응이 너무 수상했다.설마 이 계약을 정말 임찬혁이 따낸 거라고?“지금 거신 전화는 전화기가 꺼져 있어….”신호음이 한참 울렸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아마 바쁘신가 보네요. 지금 장 시장님께 전화를 걸어볼게요.”임찬혁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장호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같았다.사실 윤운철과 장호문은 중요한 회의를 진행하느라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둔 상태였다.“하! 연기는 이제 그만하지 그래요?”백현호가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속여 넘긴다고 곧 기업 평가회가 열리면 드러날 진실인데 그렇게 살고 싶어요?”그는 임찬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멍청한 녀석!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깐 격이잖아? 저놈 오늘 안으로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네!’그는 벌써 유효진을 품에 안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그러니까!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전화한다며? 계속 해봐. 차라리 대통령 연락처도 가지고 있다고 하지 그래? 허세에 쩔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녀석 같으니라고!”이향은 냉소를 지으며 비난을 퍼부었다.그들의 비아냥에도 임찬혁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두분 다 바쁜가 보네요. 믿고 싶지 않으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두 분 모시고 같이 식사나 해요.”임찬혁은 유효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만해요!”유효진은 실망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이 상황에도 그런 거짓말이 나와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요?”그녀는 처음부터 임찬혁이 계약을 따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그런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것을 보며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윤 회장을 소개한다는 황당한 얘기까지 나오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백 대표님, 도움 감사드릴게요. 덕분에 유신 뷰티가 살았어요.”“찬혁 씨, 거짓말을 할수록 찬혁 씨만
임찬혁이 뒤돌아선 순간, 유효진은 무언가가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지며 소중한 것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내가 혹시 너무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임찬혁이 허물이 많은 사람이지만 자신을 대할 때는 항상 진심으로 대해주던 사람이었다.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남자는 많지만 대부분은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 유독 임찬혁만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봐 주었다.그녀는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쳇, 무능한 녀석!”임찬혁이 나가자마자 이향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딸, 이제 임찬혁이 어떤 인간인지 잘 봤지? 널 위하는 사람은 백 대표밖에 없어. 백 대표처럼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 남은 인생이 행복한 거야. 당장 임찬혁이랑 이혼하고 백 대표랑 결혼준비 해!”백현호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효진 씨,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나이가 어려서 사람을 잘못 볼 수도 있죠. 걱정 마세요. 앞으로 내가 진심으로 아껴줄게요. 효진 씨가 아끼는 기업도 내가 뒤에서 팍팍 밀어줄 거예요.”“기업 평가회가 곧 시작인데 남는 입장권 구해다줄게요. 때가 되면 같이 참석해요. 송시후 쪽에는 내가 말을 잘 해놓을게요. 어쨌든 마찰을 피하는 게 좋으니까요.”백현호는 세치혀로 아주 멋진 그림을 그려냈다.그는 여자가 어떤 때 위로가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일반인이었다면 아마 그의 사탕발림 말에 벌써 넘어갔을 것이다.하지만 유효진은 짜증만 치밀었다.“말씀 감사해요, 백 대표님. 천천히 드시다 가세요. 저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만 돌아가볼게요.”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룸을 나왔다.계약서에 관한 일은 기업 평가회 때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호텔에서 나온 임찬혁은 윤운철의 전화를 받았다.“임 선생, 회의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네요. 정말 미안해요.”“괜찮습니다.”임찬혁은 상대를 원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와 유효진 사이에 신뢰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었다.잠시 후, 장호문에게서도 연락이 와서 미안하다고
며칠간의 수련을 거쳐 임찬혁은 내력이 충만하고 이미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다. 이렇게 한번만 더 돌파하면 더 넓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매일 돌파구를 돌파하려 할 때마다 체내의 경맥이 거대한 손상을 일으키고 뼈를 깎는 고통이 이어지면서 실패했다.그는 경맥을 복구하는 약재를 구해야겠다고 다짐했다.임찬혁은 기업 평가회에 참석할 외출 준비를 마쳤다.유효진의 불신에 대해 조금 화가 났지만 그래도 연우의 엄마이자 5년 전 함께 온기를 나누었던 여자였기에 송시후가 유신 뷰티를 짓밟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이번 일을 해결하고도 유효진이 그를 거부한다면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다.그 시각 강주시는 이미 들끓고 있었다.기업 평가회는 강주의 거대 행사로서 미래의 경제발전에 밀접한 연관이 있었기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리하여 모두의 시선이 오늘의 평가회로 쏠렸다.하지만 진짜 기업 평가회에 참석하여 시장이나 윤운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해당했다.참석한 인원이 너무 많으면 평가회가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고 현장도 아수라장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이번 기업 평가에게 참석할 수 있는 조건은 무조건 자산 가치가 2천억 이상이 되는 기업이나 개인이어야 참석이 가능했다.자산 가치가 요구 금액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초대장이 있거나 참가 자격이 있는 사람과 동참해야 했다.다만 아무리 자산 가치가 2천억을 초과한다고 해도 아무나 대동하고 들어갈 수는 없고 사전 조사와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다시 말해서 이번 평가회 참석 자격을 가지려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그리고 묘한 소문이 강주시에 돌기 시작했다.이번 기업 평가회에 윤운철 회장이 특별 게스트를 초대했다는 소문이었다.강주의 상류층 인사들은 대체 누가 그 행운아가 될지 의논이 분분했다.윤운철 회장이 직접 초대한 사람이라면 분명 귀족 출신이거나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일 거라는 게 그들의 추측이었다.기업 평가회는 강주 시중심에 있
유씨 가문은 마침 총 자산이 2천억을 넘어서 겨우 입장 자격을 갖출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겨우 세 명만 참석할 수 있었다.유 회장은 참석 자격을 유진하 일가에게 넘겼다.이번에 유효진 일가가 여기 참석할 수 있었던 건 백현호 덕분이었다.“핸드폰이 꺼져 있었나 보네요.”어차피 핸드폰은 외부와 연락하는 도구에 불과하고 며칠간 수련에만 매진했기에 굳이 핸드폰을 체크할 이유가 없었다.“내 얼굴 보고 싶지 않다며 가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임찬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어딜 가든 찬혁 씨 자유죠. 연우가 아빠를 찾아서요.”유효진이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현대 사회를 살면서 핸드폰을 챙기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그녀는 임찬혁이 일부러 자신의 연락을 피했다고 생각했다.“오늘은 정말 중요한 자리니까 자중해 주세요.”그녀가 당부하듯 말했다.임찬혁은 원래 생각나는 대로 지르는 성격이라 여기서 또 적을 만들까 봐 그녀는 걱정이 앞섰다.기업 평가회 참석 자격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강주에서 한 세력하는 사람들일 테고 장 시장과 윤 회장이 주최하는 자리인 만큼,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효진 씨한테는 내가 항상 무례한 짓만 저지르는 사람으로 보이나 봐요?”임찬혁은 유효진의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백현호를 보자 기분이 언짢았다.“그냥 좋은 마음에 경고하는 거예요.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돌아가요. 어차피 여기 남아서 할 일도 없잖아요.”오늘은 경제발전에 대해 의논하려고 모인 자리이고 그녀는 임찬혁이 경영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생각했기에 여기 나타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송시후는 대놓고 유신 뷰티를 저격하겠다고 선포했는데 어떻게든 오늘 승부를 보고 싶었다.임찬혁 성격에 또 여기서 사고라도 치면 상황은 머리 아파질 것이다.“그러니까 효진 씨는 줄곧 나를 무능하면서 사고만 치는 불량배로 생각하고 있었군요. 오늘 나도 초대를 받고 참석했어요. 내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각자 갈 길을 가면 되
“효진아, 봤지? 임찬혁 저 자식은 미친놈이라니까!”이향은 당장이라도 화가 나서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말했다.“오늘 돌아가면 당장 이혼서류에 도장 찍어! 백 대표 같이 진중하고 능력 있는 남자가 진국인 거야! 임찬혁 저 놈은 네 앞길에 걸림돌만 될 뿐이라고!”유진안도 혐오스럽다는 듯이 한마디 거들었다.“임찬혁, 이혼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네가 원하는 거 뭐든 들어줄게. 너무 무리한 요구만 아니면 뭐든 맞춰줄 자신 있어!”진짜 상류 사회에 발을 들이고 보니 그들은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백현호만 꽉 잡으면 영원히 이곳에서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도장은 언제든 찍어줄 수 있지만 효진 씨랑만 합의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임찬혁은 이들과 더 이상 말을 섞기 싫어 이 말 한마디만 남기고 뒤돌아섰다.“유효진, 임찬혁!”이때, 사람들 틈에서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한껏 차려입은 송시후가 냉기를 풀풀 풍기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그는 재벌가 도련님들 중에서도 꽤 준수한 외모를 가진 것으로 유명했다.그의 등장에 수많은 여자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송시후는 기세등등하게 임찬혁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유신 뷰티는 자산 가치가 불과 2백억밖에 안 되는 걸로 아는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여기 들어왔지? 오늘 이 자리에서 너희에게 선전포고를 할 걸 알고도 감히 발을 들였네?”송시후는 자신이 심판관이라도 된 듯이 좌중을 둘러보며 당당히 말했다.유효진을 좋아했기에 점점 집착에서 증오로 변해버렸다.유효진 얼굴 한번 보겠다고 온갖 더러운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매번 임찬혁에게 밀려서 실패했던 기억이 몰려왔다.지난번 유 회장의 칠순 잔치에서 임찬혁에게 얻어맞은 뒤로 그는 거대한 수모를 느꼈다.그래서 임찬혁을 알아보자마자 먼저 기선 제압을 하겠다고 들이박았다.사람들은 송시후의 기세에 눌려 점점 뒷걸음질쳤다.유효진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송시후를 노려보았다.이미 송시후를 대처할
어쨌든 이 일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골머리가 아팠지만 임찬혁은 어쩔 수 없이 육성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하씨 가문.하찬림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단발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비서가 볼륨감이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늘씬하고 새하얀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싸여 시시각각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제가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까? 효과는?”“분부하신 대로 홍보했고 이번 책임은 체스턴에게 모두 떠넘겼습니다.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겠다는 양해도 구했고요.”여비서는 공손한 표정으로 일일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해주었다.“음, 아주 좋네요.”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인지 하찬림의 안색이 비로소 밝아지기 시작했다.오늘은 정말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임찬혁을 모함하려다 오히려 임찬혁의 회춘단이 만병통치약이 되고 중생환이 독이 된 것이다.다행히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여론은 쉽사리 통제되었다.“임찬혁... 두고 봐, 국제 무도 대회 날 내가 널 어떻게 짓밟아버릴지.”하찬림이 이를 갈며 임찬혁의 이름을 곱씹었다.국제 무도 대회 날 임찬혁을 이기기만 하면 하찬림은 그동안 잃었던 모든 것들을 되돌릴 수 있다.“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육소연과 임찬혁이 정말 혼약을 맺었단 말입니까?”“네, 두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약혼을 맺었는데 육소연이 계속 임찬혁을 못마땅해하는 바람에 관계가 불안정했다고 합니다.”그 순간, 하찬림의 어두운 얼굴에 음침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찬혁아... 임찬혁, 전에 네가 바로 나와 손이림을 갈라놓은 장본인이지? 두고 봐.”“이번에는 내가 기필코 육소연을 꼬셔서 손에 넣을 테니 너도 어디 한번 망신당하는 꼴을 느껴봐.”...레드 로즈 바.임찬혁은 육성재의 전화를 끊은 후 또 팽런웅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임찬혁, 너 정말 국제 무도 대회에 참가할 거야?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난 지금 당장 널 무도 협회에 가입시킬 수
...모두의 눈빛이 밝아지고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용운 그룹이 옹호 그룹의 모든 자산을 삼켰고 하씨 가문의 사람까지 죽여 하씨 가문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명문 가문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만약 육소연이 정말 용운 그룹의 대표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들 모두가 함께 덕을 볼 수 있다.“안 된다.”육성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단칼에 잘라버렸다.“넌 이미 찬혁이와 약혼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고백할 수 있단 말이냐? 정녕 창피하지도 않단 말이냐?”임찬혁과 육소연 사이에는 이미 혼약이 잡혀있다. 이는 그와 임찬혁의 죽은 아버지가 정한 것인데 육성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혼인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얼굴로 구천에 있을 친구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그러니 용운 그룹의 대표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는 꿋꿋이 임찬혁을 선택할 것이다.“아빠! 그 임찬혁 얘기는 꺼내지도 마! 임찬혁은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줄지언정 나에게 주지 않는데 내가 왜 그런 무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건데?”육소연이 얼굴을 홱 돌리며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그 입 다물지 못해? 그 일은 찬혁이 탓이 아니야. 네가 먼저 찬혁이를 의심했잖니.”육성재 역시 회춘단 대리 문제에 관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고 임찬혁과 육지영 사이에 거래가 있었으니 임찬혁이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주는 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그리고 육성재가 보기에 그 회춘단에는 분명 놀라운 부의 가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딸이 임찬혁과 결혼한다면 그 재산 역시 공동 재산이 되지 않겠는가?하지만 육성재는 굳이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육성재는 오직 육소연이 임찬혁과 결혼하는 것만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싫어. 난 용운 그룹 대표가 좋아. 당장 내일이면 대표님한테 달려가서 고백할 거야.”“만약 아빠가 자꾸 임찬혁과 결혼하라고 달달 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테야.”육소연은 결연
방금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체스턴을 발견한 임찬혁은 곧바로 상대가 도망갈 것을 예상하고 청룡을 파견하여 체스턴을 잡아 오라고 당부했다.사실 체스턴은 중생환을 가지고 용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그의 죽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같은 시각, 육씨 가문.육소연은 침실에 숨어 몰래 울음을 삼키며 절친 배두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흑흑, 두나야, 임찬혁에게 정말 회춘단이 있었다니. 그런데 임찬혁이 회춘단의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어. 이건 분명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라고!”육소연의 입장에서 아무리 그녀가 임찬혁을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회춘단의 대리권만큼은 그녀에게 넘겨줬어야 했다.육지영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다는 건 일부러 육소연과 맞서겠다는 뜻 아닌가?“임찬혁、 이 천벌 받아도 싼 놈... 네 아버지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걸 그새 잊었던 말이야?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 따로 없네.”배두나는 이번 발표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발표회에서의 일은 진즉 전해 들었다.지금 회춘단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점에 회춘단의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떼돈을 벌고도 남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임찬혁은 줄곧 육소연에게 잘 보여 육씨 가문의 사위가 되기 위해 하염없이 노력해왔었다. 그러니 육소연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임찬혁이 한결같이 육소연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처럼 육소연에게 냉담하게 굴면서 다른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흥, 설령 임찬혁이 나에게 대리권을 준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하지 않았을 거야.”육소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입을 삐죽였다.“괜찮아, 네 말대로 임찬혁은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야. 그러니 그 남자를 위해 슬퍼할 가치도 없어. 지금은 작은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용운 그룹 대표와는 비교할 가치가 되지 못해.”배두나가 육소연을 다독여주며 투덜거렸다.“너도 용운 그룹 대표가 정말 날 좋
이 모든 것은 임찬혁을 믿었기 때문이다.“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결국, 육씨 가문 전체에서 육성재를 제외하고 임찬혁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육지영뿐이었다.게다가 방금 어머니까지 모시고 와 약을 시험해 본 것도 작은 도움이 된 셈이니 임찬혁은 당연히 약속을 어길 리가 없었다.“잘됐네, 지영아. 네가 찬혁이를 믿은 건 옳은 선택이었어.”박영화와 육지영이 감격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임찬혁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판이 이렇게까지 뒤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터.그러나 다른 한쪽에 서 있던 육소연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보처럼 느껴졌다.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처음에 임찬혁은 그들에게 회춘단의 대리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시큰둥하게 거절해버렸다.그런데 임찬혁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니. 언제부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까지 없었던 거지?지금 서울의 모든 사람들은 임찬혁 회춘단의 이 대리권을 구하기 위해 피 터지도록 경쟁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육소연만이 도무지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과거 너무 절대적으로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마음속의 그 거만함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깊은 회의감이 솟구쳐올라오며 육소연은 감히 임찬혁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찬혁아, 이렇게 좋은 제품이 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우리 사이에 대리 하나 맡겨주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지?”육지영은 차마 티를 낼 수 없었지만 하미현은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임찬혁에게 대리를 내놓으라며 요구했다.“허허, 전 분명 기회를 드렸고 거절한 건 숙모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또 갖고 싶으세요?”임찬혁이 하미현을 빤히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미현은 다른
이어 임찬혁은 또 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먹였다.“콜록콜록!”얼마 지나지 않아 연신 기침을 하더니 창운 도인이 정말 서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순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대박, 회춘단이 이 정도로 신기하다고?”“죽은 줄 알았던 생쥐도 회춘단을 먹으니 다시 살아났다니까.”“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도 살릴 수 있다니. 회춘단은 정말 미용 제품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이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연이어 임찬혁에게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제발 회춘단 하나만 주세요.”“저도 하나만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당신이 내 목숨만 구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그들은 임찬혁에게 연이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아직은 몸에 큰 반응이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중생환의 부작용이 닥치면 그땐 정말 끝장일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쥐보다 훨씬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 역시 모두 중생환을 복용했지만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거예요.”“그리고 회춘단은 곧 서울에서 판매될 예정이니 몇 알 복용하면 중생환의 악영향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다독여주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들도 괜찮다는 임찬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임찬혁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연히 회춘단 한 알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임 선생님, 회춘단 대리점을 하고 싶은데 지금 200억의 계약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샘플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한 여자가 물었다.“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찬혁은 즉시 여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건네주었다.“저도 회춘단 대리를 하고 싶습니다.”“저도 하겠습니다.”“임 선생님, 저한테도
중생환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 일로 하찬림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악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하찬림 이 망할 자식아, 내가 널 얼마나 철석같이 믿었는데 나한테 독약을 먹여?”곧이어 한 중년 부인이 하찬림의 눈앞에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고 해명을 요구했다.방금 하찬림의 설득 하에 그녀도 중생환을 먹었기 때문이다.하여 우리 안에서 점점 죽어가는 쥐를 보며 화들짝 놀란 중년 부인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나도 중생환을 먹었는데... 설마 나도 저 생쥐들처럼 죽게 되는 건가? 하찬림 이 개자식아!”“당신 제대로 해명 안 하면 가만 안 둘 거야.”방금 중생환을 먹었던 사람들이 모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하찬림을 에워쌌다.이제 목숨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하찬림의 신분과 지위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하찬림 역시 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감히 일반인에게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잘못하면 하씨 가문 전체가 나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꼭 합리한 설명을 하겠습니다.”“체스턴 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하찬림은 많은 사람들의 공격에 대응하며 다급히 체스턴을 찾아 헤맸지만 상대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조금 전, 중생환의 일이 탄로 날 것을 미리 눈치챈 체스턴은 진즉 뒤꽁무니를 빼고 도망쳐버렸던 것이다.“체스턴!”“체스턴!”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체스턴에 하찬림의 마음도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놈에게 속았구나.한편, 덩달아 당황해하는 하찬림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더더욱 중생환에 문제가 있음을 단정했다.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심지어 당장이라도 하찬림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찬림,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다.”한 중년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하찬림의 얼굴을 도려냈다.악!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찬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일반인들의 공격은 전혀 피할 방법이 없었고 얼굴에는 핏자국이 번지며 하찬림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열 마리의 생쥐에게로 향해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중생환을 먹은 생쥐들도 멀쩡하잖아. 그렇다면 중생환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 아냐?”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이 구역에서 작게 소문난 부잣집 딸인데 이번에도 중생환의 분대리로 선발되었다.중생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하찬림의 뒤를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임찬혁의 말이 전부 거짓이길 바라는 것이다.“맞아요, 임찬혁이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만약 중생환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우리 하 대표가 모를 리 있겠어요? 그리고 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실험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임찬혁도 괜히 하 대표가 질투 나서 태클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하 대표의 제품이 회춘단 못지않게 훌륭하니까 일부러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 아니겠어. 이런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어. 당장 쫓아내자고...”...눈치를 보던 다른 대리상들도 너나없이 나서서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에게 있어 임찬혁은 그들의 장사를 방해하러 온 눈엣가시일 뿐이다.어렵게 중생환의 대리권을 얻고 드디어 큰돈을 벌려는데 웬 낯선 남자가 이곳에 찾아와 중생환에 문제가 있다고 선포를 하니 이건 그들과 맞서고 들려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곧이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임찬혁을 쏘아붙였다. 비록 임찬혁의 회춘단은 확실히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리 장사에 눈이 멀어도 난데없이 중생환이 위험하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릴 필요는 없었다.어쨌든 하영 그룹은 유명한 대기업이고 하찬림은 또 남부 군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니 돈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니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중생환의 발표회를 열 수도 없었을 것이다.오히려 임찬혁이야말로 질투에 눈이 멀어 난데없이 소란을 피우러 온 입장이 되어버렸다.육소연의 눈동
“게다가 당신의 중생환은 사실 사람의 잠재력을 착취하는 부작용이 있잖아요. 심지어 강한 중독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나라와 국민에게 재앙을 끼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 아니겠어요?”임찬혁의 매 한 마디, 한 글자가 모두의 귓가에 때려 박혔다.뭐라고?임찬혁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들에게 있어 중생환은 신약과도 같은 존재로 모두가 하찬림을 숭배하며 존경해왔다. 그런데 설마 정말 임찬혁의 말처럼 그런 일이 생길까?체스턴의 파란 눈동자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체스턴만큼은 중생환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잘 알고 있다. 임찬혁의 말은 정말 모두 사실이었다.‘뭐지? 임찬혁이 어떻게 이걸 알게 된 거지?’그의 중생환이 서양 국가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임찬혁이 말했던 부작용 때문이었다.하여 이곳저곳 쫓겨 다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용국의 시장을 노리게 된 것인데 이것마저 임찬혁에게 들켜버리다니...“건방진 소리!”하찬림이 불같이 화를 내며 으름장을 놓았다.“증거 있어? 증거도 없이 무작정 물어뜯는 건 예의가 아니지.”하찬림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임찬혁을 노려보았다. 하찬림을 모욕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중생환을 비하하다니. 체스턴은 분명 그에게 중생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장했단 말이다.“그럼 제 회춘단에 금지 성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증거 있습니까?”“제 회춘단은 어떤 검사도 받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금지 성분이 검출된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하찬림을 똑똑히 바라보며 반박했다. 대화가 오가고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물론 내 중생환도 얼마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지요.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나도 어떤 대가라도 달게 받겠어.”하찬림도 임찬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품에 자신감이 넘쳤다.애초에 하찬림은 중생환을 받을 때부터 모든 검사를 거쳐 조금의 금지 성분도 없다는 결과를 받게 되었었다. 하
하찬림뿐만이 아니다.체스턴, 전정우, 허원무, 곽해진 그리고 손강오까지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들은 모두 비즈니스계의 정상에 있는 인물이기에 식견이 매우 넓은 편이었다.그런데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어마어마할 줄이야.이건 성공적인 프로젝트일 뿐이 아니었다. 아마 전 세계를 뒤져 보아도 이 정도의 돈줄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마 임찬혁이 이렇게 좋은 제품을 내놓았으리라고 꿈에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회춘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막상 회춘단의 상업적 가치를 확인하니 모두의 마음속에 욕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만약 회춘단의 대리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분명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절대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건데...한편, 육소연도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찬혁이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라니.회춘단이 보여준 효과만 봐도 중생환을 넘어서는 건 물론이고 아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회춘단은 임찬혁이 직접 참여하여 연구 개발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회춘단의 모든 권한은 자연히 임찬혁의 손에 있다.회춘단의 대리권만 손에 쥔다면... 중생환의 대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우와!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신기하다니...”육지영이 뛸 듯이 기뻐하며 외쳤다.회춘단을 먹고 생긴 변화는 단지 발의 흉터가 사라진 것 뿐만이 아니었다. 피부도 훨씬 좋아지고 안색도 전과 다르게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알을 복용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효과라니... 계속 복용하면 얼마나 예뻐질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내가 시험해줄게요. 나한테도 한 알 줘봐요.”“저도, 저도.”...금세 수많은 여자들이 몰려들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회춘단처럼 쉽게 비주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을 마주하니 여자들은 전부 이성을 잃고 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