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늙어빠진 여자만 없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잖아?김리정은 강문탁을 힐끔 보더니 자신의 벤틀리에 앉고 자리를 떠났다. 요 며칠 젊은 남자가 그녀의 비위를 맞추어 주었다. 남자가 이 회사를 갖고 싶다고 하자 그녀는 어렵지 않게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구석 도시의 작은 계열사는 김 씨 가문의 사람을 만나면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김리정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강문탁은 뒷짐을 쥐고 눈앞의 건물을 훑어보았다. 그는 한껏 으스대는 표정으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어? 강문탁? 레스토랑에 있어야 될 네가 왜 YE 투자 회사에 있어?”그가 막 회사 입구에 들어설 때, 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강문탁은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이 조이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의 대학 동기였다.강문탁은 정민아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이영과 한미니에게도 관심이 있었다. 집이 가난했던 그는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의 강문탁은 예전의 강문탁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는 곧 YE 투자 회사의 대표가 될 사람이다. 바라만 보았던 여자들도 지금의 그의 눈에는 하찮은 장난감에 불과했다.어제저녁에 먹은 파란 알약으로 아직 몸이 많이 허했지만, 조이영을 쳐다보는 그의 두 눈에는 음흉함으로 가득 찼다.“어머, 진자 오랜만이다!”강문탁은 뻔뻔하게 입을 놀렸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내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어? 네가 나의 동기였던 시절을 봐서라도 월급을 올려줄게.”“회사가 네 거였어?”조이영은 한참 멍한 표정이었다 조금씩 반응을 했다. YE 투자 회사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표. 설마 강문탁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설의 대표님?“맞아. 내 회사.”강문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회사 업무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은 좀 한가해서 회사에 왔어. 누가 자꾸 우리 회사의 이름으로 남해시 물을 흐린다는 소문은 나게 하지 말아야 되니까...”강문탁은 거짓말을
강문탁은 싱긋 웃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그래? YE 투자 회사의 대표는 꼭 성이 김 씨여야 한다고? 정민아의 데릴사위도 김 씨잖아. 그가 새로 온 대표인 것 같아?”조이영은 그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진짜 사실이라고?“이건 어때? 오늘 출근이 급하지 않으니까 네가 직접 만든 밥상으로 대접을 해주면 나의 보직 서류를 보여줄게. 어때?”강문탁은 조이영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마음속으로 욕망을 품고 있었다.며칠 동안 늙은 여자와 함께 있는 동안 그는 역겨웠다. 눈앞에 있는 젊고 예쁜고 섹시한 여자는 그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조이영도 멍청한 바보가 아니었다. 강문탁이 하는 말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재벌 집에 시집가고 싶었던 그녀는 잠깐 망설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너의 손에 있는 서류부터 보여주면 점심밥은 내가 살게. 어때?”“그래.”강문탁은 자신의 손에 있는 서류를 조이영에게 건넸다.서류에 적힌 내용을 본 조이영은 몸에 전류가 이르는 것 같았다.YE 투자 회사의 대표와 결혼을 하는 것은 조이영의 오랜 꿈이었다. 그녀는 YE 투자 그룹의 홈페이지에서 여러 가지 서류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중에서 보직 서류를 제일 많이 찾아보았다.눈앞의 있는 서류의 내용, 도장. 홈 페이지에서 그녀가 본 내용과 일치했다.그러니까, 강문탁이 진짜 YE 투자 그룹의 새로운 대표라는 것이다.조이영은 순간 얼굴이 불그스름해지며 강문탁의 팔을 끌어안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어머, 강 대표님.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저희 집으로 가서 밥을 먹는 건 어때요? 제가 직접 차려드릴게요.”강문탁은 매우 기뻤다. 늙은 여우가 있어 조이영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그녀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매를 맞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매우 흥분되었다. 굴러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조이영도 매우 흥분된 상태이다. 드디어 재벌 집으로 입문할 수 있다! 자신의 순결한 몸을 강문탁에게 내주어 그의 아이를 임신하면 강문탁은 도
조이영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한 그녀는 제일 먼저 잠옷 가운으로 바꿔 입었다. 요염한 몸매가 더욱 섹시하고 완벽했다.강문탁은 그녀의 요염한 자태를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대놓고 유혹을 하는 것을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삼류 가문, 강 씨 가문의 도련님이었던 시절 그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정민아를 짝사랑했지만 그녀는 그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틀렸다. 신임 대표로 회사에 온 첫날 이렇게 좋은 일이 일어나다니. 아주 만족스러웠다.조이영이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강문탁은 그녀의 뒤로 다가가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이영아, 요리 솜씨가 아주 훌륭해...”조이영은 가슴이 콩닥거리고 긴장을 했다.“너... 너는 잠깐 거실에서 조금만 기다려줘...”그에게 자신의 몸을 바치기로 했지만 아직도 많이 긴장되었다.강문탁은 조이영의 팔을 휙 잡았다.조이영은 너무 긴장되어 어쩔 바를 몰랐다. 그녀는 재벌가에 입문한다는 상상으로 버티고 있었다.강문탁은 싱긋 웃으며 조이영을 안아들고 침실로 향했다.하지만 조이영은 괴상한 표정으로 침실에서 나와 복잡한 얼굴로 욕실로 향했다.침실에서 강문탁은 절망에 가까운 표정이었다.“이연아, 걱정하지 마.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그래. 오늘 취임식이 끝나고 내가 다시 올게.”깅문탁은 옷을 챙겨 입고 어색한 표정으로 거실에서 말했다.조이영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래.”그녀는 욕실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재벌가에 시집을 가기 위해 저런 남자와 결혼을 해야 된다고?
강문탁이 집을 나선 뒤, 조이영은 깊은 고민에 빠진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강문탁이 이런 사람일 줄 생각지도 못했다.재벌가에 시집을 가고 싶은 것은 그녀의 오래된 꿈이었다. 하지만, 재벌가에 시집을 가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될까?그녀의 곁에 있는 친구에게 비슷한 경험이 있다.깊은 고민에 빠진 그녀는 한참 후에야 자신의 친구 정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아야, 너 요즘 김예훈과 사이가 어때?”조이영은 뜸을 들이다 물었다.“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정민아는 그녀의 물음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조이영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한 남자와 여자가 잠자리를 하지 않고 생활을 하면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까?”정민아는 그녀의 물음에 멈칫했다.조이영은 말을 더듬으며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몰랐다.정민아는 그녀가 하는 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최근에 일어난 일을 회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아.”말을 하는 정민아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김예훈이 유나와 데이트를 하는 목적이 바로 이것 때문일까?설마 함께 몸을 섞으면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합되기라고 하는 걸까?정민아는 조이영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머리는 알고 있지만 행동에 옮기기 까지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3년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하며 거리를 지켜왔다. 여자가 먼저 주동적으로 다가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정민아도 사색에 잠겼다.전화의 다른 한편에서 조이영은 어두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고 소파에 누웠다. 어떻게 해야 될지 도저히 모르겠다.......YE 투자 회사.슈트 차림인 강문탁은 기세등등하게 회사로 향했다. 보안요원들도 더 이상 그를 막지 않았다.안내 센터에 온 그는 음흉한 눈빛으로 안내 센터 직원을 훑어본 후, 당당하게 말했다.“하은혜에게 전해. 당장 내려오라고.”
"대표 비서요?" 프런트 데스크 여직원이 의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선생님은 누구세요…"지금 YE 투자 회사가 남해시에서의 지위가 매우 높아서 많은 사람들이 하은혜를 만나려고 매우 공손한 태도를 보였는데 강문탁처럼 이렇게 기세가 등등한 사람은 그녀는 처음 본다."내가 3분 줄 테니까 나오지 않으면 대표 비서를 더 이상 할 필요 없어. "강문탁은 냉소했다. 그는 오늘 강제로 권력을 탈취하러 왔는데 예의 따위 갖출 리가 없다.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은 놀란 표정으로 강문탁을 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머리가 돌았나? 설마 하은혜가 신비로운 신임 대표님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건가?"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도대체 누구신지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YE 투자 회사입니다. 말씀을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선생님 같은 예의가 없으신 분들은 우리 회사에서 환영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가주십시오. 안 나가시면 경호원을 부를 것입니다.”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강문탁은 프런트 데스크에 두 손을 대고 피식 웃는 얼굴로 말했다. "나보고 꺼지라는 거야? 너 일개의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뭐라고? 사람을 부르라고 하면 빨리 불러와. 나를 기분 나쁘게 하면 오늘 무릎을 꿇고 노래 부르게 할 거야!"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은 얼굴이 어두워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정말 우리 YE 투자 회사에 와서 소란을 피울 작정입니까? 뒷감당을 잘 생각해 보셨습니까?""퍽."따귀 하나가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의 얼굴에 바로 내리쳤고, 우렁찬 소리가 로비 전체의 관심을 끌었으며 직원이든 고객이든 경호원이든 모두가 경악하는 표정이었다.요즘 세상에도 감히 YE 투자 회사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있어?예전에 정씨 가문의 정지용이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 희롱했다는 이유로 바로 회사에서 쫓겨났다.이놈이 설마 간이 부었나? 감히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을 때리다니?그러자 강문탁은 아예 주위에 경악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뺨을 감싸고 있었고 지금 그녀는 강문탁의 기세에 놀라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그녀는 오랫동안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으로 일했는데, 이렇게 날뛰는 사람은 처음 봤다."난 다시 한번 말하고 싶지 않아." 강문탁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동시에 걸어오는 경호원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당신들이 죽고 싶다면 마음껏 달려들어. 뒷감당만 할 수 있다면!"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강문탁의 기세에 놀라 입을 다물고 말았다."저… 제가 하 비서님에게 전화할 게요…."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은 재빨리 하은혜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눌렀다. 비록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반드시 하은혜 비서님이 나서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몇 분 후, 하은혜가 로비에 나타났고 그녀의 옆에는 송문영이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방금 업무를 얘기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말을 듣고 같이 내려왔다."송 비서님, 드디어 오셨네요!""송 비서님이 안 오시면 우리 회사는 곧 박살날 것 같아요."프런트 데스크 여직원이 얻어맞아 코가 시퍼렇게 되고, 얼굴이 부어올랐고, 다른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놀라서 가만있는 모습을 보고 하은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말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이렇게 많은 경호원들이 있는데, 누가 감히 너를 때려요?”"하 비서님, 바로 저 사람이예요! 엄청 날뛰고 있어요. 그리고 비서님이 3분 안에 나타나지 않으면 무릎을 꿇게 한다고 했어요!”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은 눈물을 흘렸다.눈앞의 이 남자가 때렸다고?하은혜는 돌아서서 지금 기세가 당당한 강문탁을 바라보며 알아보았다. 이 남자의 이름은 강문탁이고 남해시 한 삼류 가문의 사람인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이 어떻게 감히 YE 투자 회사에 와서 소란을 피울 수 있을까? 그는 아직 그럴 자격이 없을 텐데?"저 사람? 저 사람은 아직 그럴 배짱이 없을 텐데
강문탁은 쓸데없는 소리를 할 생각이 없으며 임명장을 하은혜에게 내던졌다."오늘부터 이 회사는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 이번이 마지막으로 얻어맞기를 바란다. 만약 말을 듣지 않으면 다음 번엔 뺨 때리기로 쉽지 끝나지 않을 거야."하은혜는 무의식적으로 서류를 받아 들고 그 내용을 보았을 때,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김씨 가문이 서명한 문서이며 내용은 강문탁이 YE 투자 회사의 대표로 임명한다는 것이다.이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김예훈 대표가 취임한지 얼마나 됐다고? 게다가 김씨 가문은 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인물을 대표로 임명했을까? 이거 장난 아닌가?"이 문서 어디서 났어요? 위조의 결과를 잘 알 텐데요?" 하은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위조? 내가 위조할 필요 있겠어? 너 아무리 그래도 대표 비서인데 이 문서를 분별할 수 없어? 아니면 나 같은 사람이 너희들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안타깝게도 네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일은 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거야!"강문탁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 말은 하은혜에게 커다란 충격이었으며 그녀는 몸을 약간 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강문탁이 정말 김씨 가문에서 보낸 것이며, 그러면 이제 김예훈 대표님은 어떻게 되는 걸까?"내 사무실로 안내해." 강문탁은 손을 뻗어 하은혜의 완벽한 턱을 치켜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은혜는 갑자기 몇 걸음 뒤로 물러서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하지만 이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제가 직접 위에 확인해 봐야겠어요.""마음대로 해." 강문탁은 미소를 지었으며 이 일은 김리정이 결정한 일이니 하은혜가 어떻게 사실을확인해도 가짜가 될 일이 없다.하은혜는 떠나기 전에 송문영을 힐끗 쳐다보고 엘리베이터에 빠르게 들어갔다.송문영은 잘 알고 있다. 방금 이 장면을 본 직원들을 회의실로 재빨리 소집해서 진지하게 말했다. "
하은혜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나빠졌으며 그녀는 결코 쉬운 여자가 아니다. 만약 김예훈이 그런 말을 했다면, 그녀는 아마 또….그런데 강문탁이라는 얄미운 놈이 이런 말을 해서 그녀의 마음을 화나게 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여전히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 가문 쪽에 이메일을 보내 당신의 신원을 확인했어요. 당신이 우리 회사의 신임 대표이든 아니든 간에, 여기에서 대표와 비서는 단순한 상사와 부하 관계일 뿐이니까 저에게 기본적인 존중을 유지했으면 좋겠어요!""존중?" 강문탁은 웃는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강문탁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사무실 문을 '팍' 닫았다."강문탁 씨, 뭘 하는 거예요?" 그의 행동에 하은혜는 깜짝 놀랐다."뭐 하는 거냐고?" 하은혜의 표정을 보며 강문탁은 옹졸한 웃음이 가득 찼다. "내가 아까 말했잖아. 어차피 난 지금 할 일도 없는데, 이게 정상 아닌가?"하은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며 강문탁이 이렇게 뻔뻔할 줄 몰랐다. 그녀는 그의 암시를 거절했는데 그는 지금 강행하려고 하는 걸까? 이것은 정상적인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다.이 생각을 하자 하은혜는 갑자기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문탁 씨, 나를 내보내 줘. 아니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가만 있지 않는다고? 어떻게 할 건데? 내가 만약 내 비서도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 내가 대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강문탁은 굶주린 호랑이가 먹이를 본 것처럼 하은혜에게 달려들려고 했다.하은혜는 따귀를 한 번 때렸지만 강문탁은 오히려 더욱 흥분했다. 게다가 그녀는 강문탁의 신분이 조금 두려워 감히 세게 때리지 못했다. 곧 그녀는 강문탁에게 두 손이 잡혔다.아침에 강문탁은 화가 잔뜩 나서 조이영 같은 예쁜 여자를 품에 안고 아무것도 못했지만 이때 그는 오히려 조금 회복되어 이미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퍽."강문탁은 뺨을 때리고 차갑게 협박하며 말했다. “너는 가만 있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비서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