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용천수 도련님을 찾아가? 정말 살고 싶지 않은가 보네.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눈치가 있으면 내 손발을 다시 붙여주고 무릎 꿇고 빌어. 그러면 내가 대신 좋은 말을 해줄지도 모르니까. 아니면 온 가족이 죽어야 할 거야.”김예훈은 무표정으로 류서우의 뺨을 때렸다.“악!”류서우는 비명을 지르며 경련을 일으켰다. 무서운 힘이 그녀의 몸속에서 휘몰아쳐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몇 분 후, 김예훈 일행이 진주·밀양 용문당 무도관 앞에 도착했다.문이 열리고, 김예훈 뒤로 추문성이 병신 된 류서우를 끌고 차에서 내렸다.이 시각, 전체 용문당 무도관은 이미 집법부대 사람들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다.그래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집법부대 사람들이었다.김예훈을 본 순간, 집법부대 제자들은 멈칫하더니 이어 큰소리를 쳤다.“김예훈! 어디서 감히 류서우 선배한테 손을 대. 죽고 싶어?”김예훈은 두말없이 바로 그의 뺨을 때렸다.쨕!“내 앞길을 막는 사람은 죽어야겠어.”집법부대 제자가 저 멀리 날아가는 동안 김예훈은 뒷짐 쥐고 청석으로 다듬어진 계단을 올라 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다른 집법부대 제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얼어붙고 말았다.잠시 후, 누군가 잔인하게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넌 여기가 부산 용문당인 줄 알고 있는 거야? 여기서도 권력이 있다고 생각해? 전에 집법부대에서 조금 이득을 봤다고 정말 우리를 가볍게 여기는 거야? 오늘은 용천수 도련님이 계시니 너는 이미 길가에서 죽은 고양이나 다름없어. 자, 우리를 먼저 건드렸으니 황천길로 보내줄게.”열몇 명의 집법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사악한 표정을 하고서 다가왔다.쨕! 쨕! 쨕!그들과 쓸데없는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김예훈은 바로 오른손을 휘둘렀다.눈깜짝할 사이에 아까 덤벼든 열몇 명의 집법부대 제자들이 모두 허공에 날아가 버렸다.바닥에 떨어졌을 때 몸부림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미 숨을 거둔 사람들도 있었다.이 장면을 보면 류서우는 속상하기만 했다.이들은
평소에 거만하기 그지없는 집법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을 마주했을 때 아무것도 아니었다.김예훈이 무심하게 손을 휘둘렀을 뿐인데 1분도 안 되어 용문당에서 가장 강하다고 불리는 제자들이 절반 이상 손실되었다.이 과정에서 김예훈은 몸에 피 한 방울 묻지 않았고, 이들은 그의 옷자락조차 건드리지 못했다.이 장면을 본 류서우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그제야 김예훈이 왜 이렇게 강력한지 깨달았다.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기 때문이다.용문당 같은 무력으로 지배하는 곳에서 김예훈은 그 어떤 배경도 필요하지 않았다.그가 제일 믿는 구석은 바로 자신이었다.앞을 가로막는 자를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한 것도 단순히 그냥 한 말이 아니라 정말 해낼 수 있었다.퍽!무도관이 문이 김예훈의 발에 차여 날아가고, 입구에 숨어있던 집법부대 제자들이 쏟아져나왔다. 그중 일부는 총을 들고 이미 총알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길 준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김예훈이 지나가는 곳마다 비명이 가득했고, 가끔 발버둥 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곧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이순간 김예훈은 압도적인 기세를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곧이어 무표정으로 거실 앞에 도착한 김예훈은 문을 발로 차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하지만 문을 차는 순간 도복을 입은 노인이 갑자기 나타났다.그는 손에 강철 발톱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건방진 자식. 할아버지가 지옥으로 보내줄게.”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강철 발톱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김예훈의 심장과 목구멍을 향해 뻗어왔다.어마어마한 위압감과 살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장병급 고수인 것 같았다.“헙!”하지만 그는 공격하기도 전에 목이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김예훈이 이미 오른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은 것이다.그는 멈칫하면서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충격으로 가득찬 표정을 지었다.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나머지 충격을 받은 것도 모자라 두렵기도 했다. 그는 도대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김
복도 안에는 열몇 명의 집법부대 제자들이 지키고 있었다.김예훈을 보았을 때, 이들은 전부 다 멈칫하고 말았다.하지만 이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무심하게 손을 휘두르자 저 멀리 날아가 힘없이 쓰러졌다.많은 집법부대 제자들은 단 한 방에 무너져 생사가 불명했다.이 장면은 류서우에게 고통스럽고도 충격적이었다.한편으로는 집법부대 제자들이 이 정도로 무능할 줄 몰랐고, 다른 한편으로는 김예훈이 이렇게 잔인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이 순간 류서우가 마지막 용기를 짜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 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 무조건 후회할 거라고! 우리 집법부대 제자들을 이렇게 대하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김예훈은 류서우를 무시한 채 복도 깊숙한 곳으로 가 또 한 번 문을 걷어찼다.퍽!문이 저 멀리 날아가 거실의 정중앙에 떨어졌다.웃고 떠들던 거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술잔을 들고 있던 남녀들은 본능적으로 이쪽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무표정한 얼굴로 여느 때처럼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나 김예훈, 왔어.”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박차고 들어온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세글자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그리고 첩첩난관을 뚫고 이곳에 나타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그저 갑자기 들이닥쳐서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김예훈을 조롱과 비웃음이 가득하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여긴 용천수 도련님의 구역인데 말이야. 도련님이 오늘 아직 처녀인 몸의 아름다운 여성을 구해와서 제대로 즐기려고 파란색 알약까지 먹었는데 이 중요한 순간에 와서 방해한다고?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누군가 김예훈이 바로 방금 용천수와 전화한 사람인 것을 알아차렸을 때, 현장에 있던 남녀들은 더욱더 비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이들은 좋은 구경을 기대하고 있었다.또 누군가는 김예훈이 바로 최근에 진주·밀양을 발칵 뒤집어 놓은 장본인인 것을 알아보았다.그런데 쓰레기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짓밟은 것은 그렇다 치고, 용천수까지 건드리는 것은 죽
용천수는 바로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의 친아들이자 용씨 가문의 사람이었다.이런 관계 때문에 그는 용문당 내부에서 항상 거만하게 하고싶은대로 행동했다.전해진 바에 따르면 무송에서는 많은 여성이 피해를 보았다고 하는데 집법부대가 무서워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이번에 용천수가 진주·밀양에 온 목적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김예훈을 압박하기 위해서다.김예훈이 용문당 당주가 정성 들여 키우고 있는 상속자인 줄 알고 용천수의 이익에 어긋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집법부대에서는 김예훈을 죽이려고 했다.간단히 말해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용인주가 김예훈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용문당 최고층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안타깝게도 김예훈은 이런 일에 관심이 없었다.상대방이 먼저 건드리지만 않았다면 용천수에게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용천수가 제발로 찾아왔으니 죽음을 맞이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뒷짐을 쥐고서 담담하게 말했다.“진주·밀양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너의 뒤를 지켜주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전혀 관심이 없어. 그런데 두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어. 첫째, 강 회장님과 강서연 씨를 풀어줘. 둘째,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하라는 대로 하면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남은 평생 죽기보다도 못하게 해줄 거야.”김예훈이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고 거들먹거릴 줄 몰랐는지 용천수는 멈칫하고 말았다.그러다 잠시 후 웃음을 터뜨렸다.“김예훈, 내가 기분이 좋아서 잠깐 말을 섞어줬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어? 내 흥을 깨뜨린 대가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나 있어?”이때 용천수의 손짓하나에 두명의 부하가 가운으로 갈아입힌 여자를 그의 곁으로 데려왔다.몸매가 좋고 얼굴도 예쁜 그녀는 바로 강서연이었다.지금 모습을 보아하니 많은 고통을 겪은 것 같았고, 반항할 힘도 없이 혼미해 보였다.그런데 김예훈을 본 순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는지 정신을 번쩍 차렸다.김예훈은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고개를 끄덕
“푸하하하하.”주위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강서연 얼굴에 남은 뺨 자국과 김예훈의 침묵을 보고 사람들은 아까까지만 해도 잘난 척하던 그가 정작 상황에 맞닥뜨리니 나약하다고 생각했다.“쯧쯧쯪. 미인구출작전을 펼치려던 거 아니었어?”“얼른 사람을 구해보지?”“그냥 입만 살았지. 겁이 나서 움직이지 못하겠어?”용천수는 샴페인 잔을 흔들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원래대로라면 나를 이 정도로 도발했는데 죽일 수도 있었어. 그런데 용기가 갸륵해서 봐주는 거야. 이따 내가 이 여자를 가지고 놀 때 뒤에서 나를 밀어주는 거 어때?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밀어주면 너도 잠깐 놀게 해줄게. 즐거운 건 함께해야지. 안 그래?”용천수의 거리낌 없는 말에 사람들은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김예훈을 이미 죽은 시체 취급했다.다들 김예훈이 자기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미인을 구출한다고 허세를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도련님 앞에서 잘난 척하더니, 사람도 구하지 못하고 이제는 뒤에서 밀어주기까지 해야 해? 남자 새끼가 이런 대우를 받을 바에 차라리 그냥 죽는 게 낫겠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어.’김예훈은 뒷짐을 쥐고 앞으로 걸어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아까 말이 많았던 것은 당주님과 용씨 가문, 그리고 집법부대의 체면을 봐서 그런거였어. 네가 염치도 없는 놈이라면 이만 보내주지.”“이런 제기랄! 누가 감히 나한테 이렇게 말하라고 했어! 나를 이만 보내주겠다고? 내가 할 소리!”용천수는 피식 웃으며 손짓했다.“죽여버려!”방안에서 즐기고 있던 일곱, 여덟 명의 청년은 말없이 화를 내며 앞으로 달려갔다.김예훈도 아무 말 없이 손바닥으로 이들을 전부 날려버렸다.이 중에 바닥에 그대로 떨어진 사람도 있었고, 욕조에 떨어진 사람도 있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창문으로 날아가 그 이후로 소식이 없었다.김예훈은 행동이 빠르지 않았지만 손쉽게 잘난 척하는 이들을 깔끔하게 처리했다.“쯧쯧쯧. 좀 대단한데? 역시 부산 용문당 회장다워. 그런데
담담한 표정의 어르신은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탑 장병급 실력과 기세가 이 순간 모두 발휘하는 것도 단 한 방에 김예훈을 제압하기 위해서였다.그는 김예훈을 죽이는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집법부대와 용천수를 건드린 대가가 오직 죽음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우르릉 쾅쾅.그의 주먹은 마치 기승을 부리는 천둥과 쏟아지는 홍수처럼 믿기 어려운 힘을 발휘했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이 모습을 보며 어르신을 존경스럽게 쳐다보았다.역시나 힘센 남자만이 여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다.이와 반대로 김예훈을 바라보는 표정은 그저 한심하다는 듯이 오늘 어르신을 만난 것이 가장 큰 불행이라고 생각했다.“병신같은 자식! 너무 약하잖아. 어르신 앞에서는 나약하다 못해 개보다도 못하다고.”이 아름다운 여성들은 비꼬면서 김예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도 들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왼손 손가락을 튕겼다.사람들이 멍하니 바라보는 가운데 김예훈은 어르신의 주먹을 튕겼다.빠직.주먹과 손가락이 부딪히는 순간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냥 보기에는 그냥 무심하게 손가락을 튕긴 것 같지만 상상할 수 없는 힘이 바로 어르신에게 전해졌다.빠직.이어 어르신의 부서지면서 팔마저 꽈배기처럼 비틀어졌다.“악!”다음 순간, 어르신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져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이대로 무너진다고?’“이럴 수가.”“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어떻게 손가락 하나로 어르신을 제압할 수 있어.”“어르신께서 너무 방심한 거 아니야?”적잖은 여성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르신은 탑 장병급인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어.’용천수도 표정이 확 변하더니 한가지 가능성을 떠올리며 질문을 던졌다.“너도 무신 급이야?”김예훈은 아무 말 없이 바로 용천수 앞에 나타났다.하지만 거의 동시에 깡마른 남녀 두명이 구석에서 동시에 튀어나왔다.이 둘은 양옆에서 김예
용천수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다.피융! 피융! 피융!거의 찰나의 순간, 김예훈은 모든 총알을 피해 오른손으로 용천수의 뺨을 때렸다.쨕!용천수는 눈앞이 어두워질 정도로 고통을 느끼며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한 방에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이런 제기랄!”입가에서 피가 흐르는 용천수는 뒤로 물러나면서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겼다.피융! 피융! 피융!수십 발 후에 드디어 빈 탄환의 소리가 들려왔다.이때 김예훈은 이미 무표정으로 용천수 앞에 도착해 있었다.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류서우가 이때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도련님! 조심하세요!”용천수는 김예훈이 계속 가까이 다가오자 다시 주머니에서 다른 총을 꺼냈다.하지만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김예훈이 발로 차버렸다.피융!총알은 방향을 잃고 그만 용천수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눈깜짝할 사이에 용천수의 왼쪽 귀도 반쪽이 날아갔다.“악!”잠시 멍해 있던 용천수는 창백한 얼굴로 비명을 지르며 식은땀을 흘렸다. 얼굴마저 일그러져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자기 총으로 거의 죽을 뻔했다는 생각에 그는 한순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그래도 용씨 가문 도련님으로서의 자존심이 있었기 다행이지, 아니면 지금쯤 이미 겁에 질려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이 모습은 주위 남녀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남자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잘못 본 줄 알았고, 여자들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이들은 김예훈처럼 주제 파악할 줄 모르는 사람이 괴롭히는 당하는 모습을 보고싶었다.그런데 오히려 용천수가 크게 다쳐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충격이 얼마나 큰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들은 오직 용천수 같은 도련님만이 김예훈 같은 찌질이를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찌질이가 반격하는 모습은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이순간 이들은 김예훈이 극도로 미웠다.“총 재밌어? 용문당 사람으로서 검을 연습하
“도련님을 건들지 마!”“함부로 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얼마 남지 않은 집법부대 제자들이 한 번에 달려왔다. 이들은 용천수가 죽으면 자신의 운명도 끔찍해질 것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용천수를 보호하던 그 세 명도 힘겹게 일어나려 했다.문 앞에 버려진 류서우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모든 집법부대 정예 제자들은 전부 추문성에게 당해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다.밖에서는 이미 용전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차가운 표정으로 들어오고 있었다.딱봐도 추하린의 사람들이 온 것이다.이 모습에 류서우는 얼굴에 절망이 가득했다.만약 김현민의 사람들이 왔다면 어느정도 희망이 있었겠지만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이 왔다는 것은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김예훈이 용천수의 목덜미를 짓밟고 이마에 총을 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화가 나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김예훈! 무슨 자격으로 도련님을 해치는 건데. 도련님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의 아들인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 10대 명문가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도련님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아?”여자들은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아까 그 어르신도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김예훈, 지금 네가 뭘 하는지나 알아? 외적과 내통한 죄도 있는데 도련님을 해친 것으로 죄가 더 엄해질 거야. 이제는 용문당 당주님이 오셔도 널 구하지 못해. 넌 이제 죽었어. 내일 집법부대 당주님께서 진주·밀양에 오는 건 알아?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죽을 준비나 하고 있어.”용천수의 부하들은 김예훈의 실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집법부대 당주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곧 진주·밀양을 관리할 집법부대 당주는 안동 김씨 가문과도 아주 아까운 관계였다.진주·밀양 사람들은 그를 발 벗고 맞이할 것이다.용천수를 건드리는 것은 집법부대는 물론 안동 김씨 가문과도 맞서는 것이다.그야말로 죽고 싶어서 환장한 짓이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