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처럼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치켜세우는 아스카를 보고도 김예훈은 담담하기만 했다.“나랑 상대가 안 될 텐데? 정범아, 너의 실력을 보여줘.”오정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빛에 살기를 품었다.어제저녁의 대결로 이미 실력이 레벌업된 상태였다.그는 허리춤에 있는 당도 손잡이를 잡더니 활처럼 앞으로 튕겨나가 어느샌가 아스카의 앞에 도착했다.“일반인 주제에 일본 검객 고수와 1:1로 붙어보겠다고? 죽고 싶어?”아스카는 콧방귀를 꼈다. 그녀는 이번에 부산에 파견된 고수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넘쳐났다.1:1로 붙으면 누구라도 때려눕힐 자신이 있었다.샤샥!아스카는 공기를 가르면서 오정범의 당도를 향해 검을 내밀었다.일본 검도는 멋보다 스피드와 정확성을 요구했다. 천하의 무술 중에 영원한 견고함이란 없으나, 오로지 속도만이 생명이라고 했다.만약 이대로 목에 검이 찔린다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검이 목에 닿으려던 순간, 오정범은 민첩하게 몸을 피하더니 오른손에 당도를 잡았다.바로 그의 최후 일격이었다!아스카는 순간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피할 새도 없이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풉!”이때 붉은 피가 그녀의 목에서 뿜어져 나왔다.이 상황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고 말았다.야마자키파 고수라고 해도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다....뒷짐을 쥐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변우진은 김예훈을 보자마자 멈칫하고 말았다.오늘이 하은혜를 자기 여자로 만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하은혜가 향을 올리다 말고 김예훈을 데려올 줄 몰랐다.조효임 역시 이 둘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하은혜는 별 설명도 없이 인사만 할 뿐 김예훈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뒤에 있던 조효임과 변우진은 당황도 잠시, 따라서 주차장으로 향했다....“김 대표님,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나 봐요.”걸어가던 하은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이 어떻게 소식 듣고 달려왔는지는 몰랐지만 그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진작에
이 장면을 보고 김예훈과 하은혜 두 사람은 어이가 없었다.지세도 가파른 이곳에 곧 비까지 올 상황에서 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니.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김예훈은 빨간딱지를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이거 청현 사찰 경비원이 한 짓이네요. 경비원 주제에 타이어에 자물쇠를 걸고 딱지까지 떼요? 몇 년이나 했길래 자신을 경찰이라고 착각하나 봐요!”김예훈은 청현 도장에게 전화하려다 그의 핸드폰 번호마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바로 이때, 경비복을 입은 3, 40대로 보이는 두 남자가 입에 담배를 물고 거들먹거리면서 걸어왔다.모자까지 비스듬히 걸쳐 쓰고 김예훈과 하은혜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거지를 만난 것처럼 가소롭기만 했다.하지만 하은혜를 본 순간 눈빛이 달려졌다.여신급 미모를 가진 그녀는 여느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보다도 예뻤다.이때 빡빡이 머리를 한 경비원이 다가오더니 하은혜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었다.“아가씨, 이 차 아가씨 거예요?”“네. 이 자물쇠 좀 풀어주세요. 저희 급한 일이 있어서요. 그리고 이거 벌금 10만 원이니까 잘 부탁드릴게요.”하은혜는 별로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서 10만 원을 꺼내주었다.이에 빡빡이 머리 경비원이 피식 웃더니 하은혜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이봐요, 아가씨. 지금 이게 무슨 뜻이죠? 저희가 무슨 거지로 보여요? 고작 10만 원으로 저희를 쫓아내게요?”하은혜는 또 5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그에게 던져주었다.“됐어요?”흩날리는 현금에 눈이 돌아갔지만 허리 굽혀 주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이때 빡빡이 머리 경비원이 냉랭하게 말했다.“아가씨, 아직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저희가 고작 벌금을 받아내겠다고 자물쇠를 걸어놓은 것 같아요? 경찰에 신고해도 아무도 뭐라 못해요. 알아요? 돈을 뿌리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어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내가 말해주는데 이 돈 당장 주워요! 그리고 반성하는 의미로 저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대단한데? 경비원 따위가 정말 무슨 경찰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해? 너희들이 그렇게 대단해?”빡빡이 머리 경비원이 무전기에 대고 이 상황을 알리자 어느샌가 열몇 명의 경비원이 나타났다.이들은 저마다 가소로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이때 달려오던 한 경비원이 김예훈을 삿대질하면서 말했다.“이봐, 내가 말해주는데. 이 주차장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인 거야!”“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걸어가 그의 뺨을 때렸다.쨕!거대한 뺨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저 멀리 날아가 한 자동차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자동차에서 경고음이 울렸다.김예훈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휴지로 손을 닦을 뿐이다.“감히 내 앞에서 잘난 척해? 겁도 없이.”차가운 눈빛, 싸늘한 말투에 앞장서던 빡빡이 머리 경비원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난 늘 이 구역의 에이스였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이때, 그의 손짓하나에 열몇 명의 경비원이 하나같이 삼단봉과 전기충격기를 꺼내 들고 미친 듯이 김예훈을 향해 덮쳤다.김예훈은 뒤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뺨을 때려 날려버렸다.쨕! 쨕! 쨕!찰진 소리와 함께 열몇 명의 경비원들은 저마다 얼굴을 감싸 쥔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그중에는 목에 쥐가 나 일어서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바로 이때, 저 멀리서 마침 이 장면을 지켜본 조효임과 변우진은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김예훈이 주차장에서까지 사람을 팰 줄은 몰랐다.하지만 이곳은 청현 사찰이라 그 어떤 신도라고 해도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되었다.부잣집 도련님, 따님이라고 해도 이곳에서 향을 피우려면 이 경비원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이 경비원들의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청현 도장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런 사람을 때렸다니...빡빡이 머리 경비원은 김예훈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또 무전기에 대고 열몇 명의 건장한 경비원을 불러왔다.이 외에도 몇몇 무술
바로 이때, 조효임이 정신 차리면서 소리쳤다.“김예훈, 그만해! 그만하라고! 이 경비원은 청현 도장님 친척분이시라고. 저분 몸에 손댔다간 큰일 나!”빡빡이 머리 경비원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더니 눈을 파르르 떨면서 흥분했다.“맞아. 청현 도장님은 내 외삼촌이라고! 날 때릴 수 없을걸? 우리 외삼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아? 부산에서 천하무적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내 몸에 있는 털끝 하나 건드렸다간 우리 외삼촌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청현 도장은 부산에서 영향력이 엄청났기 때문에 이들이 이토록 무서운 것이 없었다.청현 도장의 친척이라고 하면 평소에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었는데 김예훈은 그의 신분을 알고서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빡빡이 머리 경비원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고 있었다.“뭐 하려고? 도대체 뭐 하려고!”쨕!김예훈은 그의 뺨을 때려 바닥에 눕히고는 발로 그의 가슴을 짓밟았다.“대단한 거 아니었어?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내가 너 가만히 놔두지 않으면 뭐 어쩔 건데?”저 멀리서 달려오던 조효임은 미처 김예훈을 말리지 못해 미쳐서 날뛰었다.“김예훈, 지금 무슨 짓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사고 치고 있는 거라고! 그것도 큰 사고! 은혜 씨, 얼른 김예훈 좀 말려요. 저분 정말 청현 도장님 친척분이시라고요!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요!”조효임은 정말 화가 난듯했다.‘김예훈이 미쳐서 날뛰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 은혜 씨도 분위기 파악을 못 해.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담담한 표정인 하은혜는 원래 김예훈한테 일을 크게 벌이지 말라고 말리고 싶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하은혜가 못 들은 척하자 조효임은 화가 더 치밀어올랐다.“김예훈! 그만 못해? 책임질 수 있겠어?”“그래?”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가 책임질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지켜봐야겠네.”김예훈에게 손이 짓밟힌 경비원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냈다.이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의 악독스러움
김예훈은 말을 끝내자마자 빡빡이 머리 경비원의 뺨을 수십 대나 때렸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발로 걷어차이는 바람에 그는 한참 동안 얼어서지도 못했다.이때, 드디어 달려온 조효임이 이 장면을 보고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김예훈, 내 말 우습게 들려? 내 말 안 들리냐고! 청현 도장님의 친척분을 건드리면 어떡해!”어느샌가 몰려온 구경꾼들은 김예훈이 평소에 거들먹거리던 경비원들을 교육시키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깨 고소해했다.청현 사찰은 외진 곳이라 주차장 자리가 많지 않았다.경비원들이 돈을 뜯어내고, 여자 신도들을 희롱하려고 일부러 주차장 자리를 줄이는 바람에 많은 신도들이 피해를 보았다.하지만 신성한 곳이라고 여겨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못 본 척한 것이다.심지어 어떤 신도들은 이 경비원들에게 일 년에 몇백만 원을 바치기도 했다.그런 사람들이 맞아대는 걸 보니 환호할 뿐이다.바로 이때, 누군가 실성한 듯 소리쳤다.“큰일 났어요. 청현 도장님께서 아셨어요!”“오신대요?”“네?”“청현 도장님께서 정말 이곳에 오신대요?”“어떻게 이런 후진 곳을 오실 수가 있대요?”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움과 두려움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다 김예훈을 불쌍하게 쳐다보았다.‘이런 사소한 일로 청현 도장님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좋은 꼴을 보지 못하겠군...’청현 도장의 천하무적이라는 타이틀은 괜히 붙여진 타이틀이 아니었다.밑에 제자들을 많이 두고 있는 청현 도장님을 건드렸다간 김예훈이 열 명이라도 꼼짝하지 못할 수 있었다.조효임이 두려운 마음에 중얼거렸다.“김예훈,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도망갈 생각하지 마! 어차피 도망가봤자 청현 도장님이 끝까지 쫓아가실 거야! 그냥 무릎 꿇고 용서 빌어. 다른 수 없을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 나는 절대 도망가지 않을 거니까.”김예훈은 휴지로 두 손을 닦을 뿐이다.“청현 도장님은 나한테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아야 할 거야.”김예훈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내가 청현 도장한테 너무 예의를 갖췄나?
“변우진?”“소문으로만 듣던 격투기 리그전 챔피언?”“왜 이곳에 있는 거지?”“MZ한테 인기 많은 사람이잖아. 실력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어!”변우진이라는 말에 주위가 떠들썩했다.그는 평소에 유명 플랫폼에 손으로 벽돌을 부수고, 가슴으로 대리석을 부수는 등 동영상을 업로드해 인기가 많았다.청현 도장이 두려웠던 조효임은 변우진이 나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은혜 씨, 걱정하지 마세요. 지난번 사찰에서도 변 도련님께서 저희를 보호해 줬잖아요! 이번에 사고를 크게 저지르긴 했지만 청현 도장님께서 그래도 변 도련님 체면을 세워 드릴 거예요. 그런데 김예훈 저놈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죽든 살든 그냥 내버려 두죠 뭐!”조효임은 한껏 우쭐거리는 표정이었다. 변우진만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아무리 충고해봤자 듣지 않는 김예훈이 무슨 결말을 맞이하든 모두 자초한 짓이었다.“청현 도장님 오셨어요!”조효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청현 도장 일행이 이쪽으로 걸어왔다.앞장서던 청현 도장은 청색 도포를 입은 채 심상찮은 포스를 풍겼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뒷짐을 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현 도장이 설명을 내놓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사실 김예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청현 도장이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청현 도장의 자존심이 짓밟힌 상황이었기 때문이다.변우진 같은 사람이 나선다고 해도 이대로 마무리될 분위기가 아니었다.조효임도 무의식결에 파르르 떨고 말았다.비록 변우진 실력이 대단하고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천하무적이라고 불리는 청현 도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일에서 직접 나선 적이 없었다.그렇게 그가 나서겠다고 하면 아무도 말릴 자가 없었다.아무리 변우진이 대단하다고 해도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청현 도장을 꺾을 수가 없었다.조효임이 어이없다고 느끼는 것은 김예훈도 똑같이 뒷짐을 쥐고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현 도장은 제자더러 이 경비원들을 챙기라고 하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변우진을 쳐다보았다.“내 사람들 때린 사람이 자넨가?”“그게 뭐 어때서요. 안 돼요?”변우진은 뒷짐을 쥔 채 담담하게 말했다.청현 도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뒤에 서 있던 제자들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변우진을 째려보았다.변우진은 인플루언서에 격투기 리그전 챔피언이긴 해도 제대로 된 무술을 배운 이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알량한 실력을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기회만 된다면 변우진을 짓밟아 놓고 싶었다.변우진이 멋있게 모든 책임을 지는 순간까지도 김예훈이 전혀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이 서 있는 모습에 조효임이 화가 나서 말했다.“청현 도장님,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변 도련님의 억울함을 씻겨드리려고 합니다. 저분들 변 도련님이 아니라 김예훈이 때린 거예요. 도장님 친척분이든 다른 경비원들이든 모두 김예훈이 때렸습니다. 변 도련님은 그저 이 상황을 수습하려던 참이었습니다.”좋은 사람으로 될 수 있는 나이스 타이밍에 변우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슬쩍 발을 빼려고 해도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부담 없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청현 도장님, 이 일은 확실히 은혜 씨와 연관된 일이라 제가 대신 책임지려고 합니다. 언짢으신 부분이 있으시면 저한테 화풀이하시면 됩니다. 제가 눈 하나 깜빡하면 이제부터 격투기 리그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내놓겠습니다.”청현 도장을 주위를 살피다 포르쉐 차량 타이어에 자물쇠가 잠겨져 있는 것을 보고 순간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렸다.아마도 빡빡이 머리 경비원이 하은혜의 미모에 이끌려 희롱하려다 김예훈한테 된통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김예훈이 본때를 보여준 모습에 청현 도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잘 때리셨어요! 전부터 저의 못난 조카가 다른 경비원을 데리고 사람을 괴롭힌다는 클레임을 받았었는데 제 앞에서는 하도 잘 숨겨서 딱히 증거를 못 찾았거든요! 오늘 보니 정말 파렴치하네요! 그저
“이대로 마무리 짓는다고?”모든 사람들이 혼란 끝에 상황이 마무리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때, 변우진이 갑자기 콧방귀를 뀌면서 앞으로 나섰다.“청현 도장님, 사실의 경과는 확인해 보셨어요? 오늘은 도장님 조카분이 은혜 씨한테 시비 거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요. 이대로 다쳤으면 다예요? 더 하실 말씀 없으세요?”청현 도장은 거들먹거리는 변우진을 무시하고 하은혜 앞으로 다가갔다.“은혜 씨, 오늘 제 못난 조카가 은혜 씨한테 실례가 많았습니다. 맞아댄 것도 응당한 도리입니다. 사과드리는 의미에서 제가 직접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이때, 청현 도장의 손짓하나에 한 제자가 빡빡이 머리 경비원에게 다가가더니 나머지 손목마저 부러뜨렸다.“아악!”처참한 비명이 들려오자 청현 도장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본능적으로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화낼까 봐 두려운 모양이었다.이 모습에 하은혜는 어리둥절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청현 도장님께서 이렇게까지 하셨는데 오늘 이 일은 없었던 일로 하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청현 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은혜 씨,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부터 청현 사찰을 잘 다스리겠습니다. 딴마음을 품은 놈들은 모조리 쫓아내겠습니다. 저희 사찰은 마음을 비우는 곳이지 소란을 피우는 곳이 아닙니다.”곧이어 청현 도장의 손짓 하나에 제자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경비원들을 끌고 갔다.조효임은 이 장면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역시 변 도련님이야! 정말 대단해!’이 사건에 엮인 이상 아버지한테까지 피해갈까 봐 두려웠지만 변우진의 몇 마디에 청현 도장이 더는 캐묻지 않을 줄 몰랐다.그것도 모자라 조카의 손목을 부러뜨려?역시 체면도, 포스도 장난 아니야!조효임은 속으로 더 이상 변우진과 하은혜를 엮어놓을 것이 아니라 자기 남자로 만들이라 다짐했다.변우진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만 한다면 부산 상류사회 중에서도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그녀와 달리 하은혜는 청현 도장이 변우진이 아니라 김예훈의 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