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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2화

Author: 낭아감자
김예훈은 맞아서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김재중을 보면서 자료를 테이블 위에 던져놓고 말했다.

“청별 그룹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일개 인도 재벌그룹인 주제에! 대리권을 따내기 그렇게 어려워요? 굳이 이런 사소한 일로 대표님이나 내가 나서야 하겠어요?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따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몇억 원이나 되는 연봉을 받기 안 미안하겠어요? 회사에서 밥만 처먹으라고 돈 드리는 줄 아세요?”

김에훈은 사직서를 짚더니 차갑게 말했다.

“만약 제가 한 말이 너무 심하고, 일리가 없다고 생각되거나 자기 능력에 한계가 있어 이 업무를 해결하지 못하겠다고 생각되시면 그냥 꺼지면 돼요. 지금 가신다고 해도 올해 연봉과 보너스는 빠짐없이 챙겨드릴게요.”

김예훈의 말에 회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거들먹거리던 김재중 역시 벙어리가 되어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계속해서 김예훈에게 대들고, 거들먹거렸다간 그에 의해 회사 밖에 쫓겨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현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 순간 무조건 김예훈의 편을 들어야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모순이 생긴다면 김예훈의 말이 우습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김예훈을 알고 지내면서 그에 대한 믿음이 강했고 그가 하는 행동마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김재중은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가만히 있을 수 있어도 그는 그러면 안 되었다.

우현아를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지 못하면 우충식과 김옥자에게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두렵긴 했어도 잠시 망설이다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김예훈, 그게 무슨 뜻이야? 물갈이하려고? 우리 고위직이 하나같이 고생했다는 거 알고 있을 텐데. 회사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의 공은 없어도 고생한 보람은 있다고...”

“공은 없어도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김예훈은 테이블을 ‘탁’ 쳤다.

“김재중, 그런 말 하기 부끄럽지도 않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네가 사장직을 맡았을 때 모든 고위직 업무에 손댔다는 거?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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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존 사위   제1873화

    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증오의 눈빛으로 김재중을 쳐다보았다.김재중이 빈둥거리면서 여기저기 참견했던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면서 그가 자신보다 연봉이나 보너스를 몇 배나 더 많이 받을 줄 몰랐던 것이다...이 순간, 회의실에 있던 고위직들은 하나같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김재중은 아무런 능력도 없는데 왜 연봉이 그렇게 높아? 우리의 공을 빼앗아 가더니 오늘은 우리를 이용해 다시 사장 자리에 오르려고? 우리를 바보로 아나?’한순간 고위직들은 김재중에게 적개심을 품게 되었다.김재중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김예훈이 어디서 얻은 자료인지는 몰라도 이 자료가 공개된 이상 김재중에게는 치명적인 일격이었다.“김재중 씨, 전에 청별 그룹 부산 대리권은 김재중 씨가 관리하고 있었잖아요.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니까 그 책임을 우 대표님한테 떠넘기시네요?”“그러게. 능력이 부족하면서 그 죄를 우 대표님한테 떠넘기네? 회사에 좋은 일이 있으면 자기 덕이고 나쁜 일이 있으면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건가?”“김재중 씨, 이러는 거 너무 염치없는 짓 아니에요?”“김재중 씨, 얼른 우 대표님과 김 사장님께 사과드리세요. 좋은 분들이시니까 당신이 고생한 걸 봐서라도 용서해 드릴 거예요.”“그래요! 잘못을 저질렀으면 고치면 돼요!”고위직들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재중을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김재중을 짓밟아야 자신의 공을 빼앗아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김재중은 붉으락푸르락하면서 이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다 잠시 후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우 대표님, 김 사장님, 잘못했습니다. 제가 무능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책임입니다!”이 순간 김재중은 서러워서 김예훈의 멱을 따고 싶었다.원래는 우현아를 위해 준비해 두었던 함정이었지만 김예훈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뛰어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한마디로 갑작스러운 변화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 누구도 우현아에게 으름장을 놓으려던 김재중이 오히려

  • 지존 사위   제1874화

    우현아는 한껏 존경의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 너무 대단해. 이건 아무나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야.’이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어도 웬만한 자신감과 용기가 없이는 김재중을 무너뜨릴 만한 사람이 없었다.그야말로 현명한 결정에 김예훈의 능력이 상상을 초월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우현아에게 으름장을 놓으려는 사람은 없었고 그저 돈 버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 쓸데없는 말 그만 해! 존재하지도 않는 일로 화제를 돌리지 말고!”김재중은 붉으락푸르락하더니 테이블을 ‘탁’ 치면서 김예훈을 향해 소리 질렀다.“난 다른 사람과 내기 같은 거 안 해! 근데 너랑 한번 해보려고! 네가 3일 이내에 청별 그룹 대리권을 따내게 된다면 내가 일 푼도 받지 않고 바로 사직서를 낼게! 그와 반대로 내가 먼저 따냈으면 너는 사장직에서 물러나 이곳을 떠나야 할 거야! 김예훈, 나랑 내기할 자신 있어? 아니면 능력도 없는데 입만 살아서 그렇게 나불거렸던 거야?”김재중은 무조건 둘 중의 한 명은 죽어야 한다는 듯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힐 대로 짓밟혔으니 반격하지 않으면 다시 일어날 수가 없었다.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반격해 보기로 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김재중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말했다.“3일? 너무 식상하잖아! 판을 크게 벌여보자고. 오늘 내로 하는 거 어때? 만약 내가 먼저 따낸다면 너는 기어서 이 회사를 나가야 할 거고, 똑같이 네가 먼저 따냈다면 내가 기어서 나갈게. 어때, 받아들일 자신 있어?”김재중은 멈칫하긴 했기만 더는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테이블을 쿵 내리치면서 말했다.“그래! 그러자고! 김예훈 네가 얼마나 대단하지 한번 지켜볼 거야! 과연 오늘 내로 대리권을 따낼 수 있을지! 정말 따내게 되면 내가 깔끔하게 포기하고 이곳을 떠날게!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증인입니다!”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보더니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쳐들었다.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지켜

  • 지존 사위   제1875화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부산 대표가 아무리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대리권이 네 것이라고 했으면 네 것인 거야. 하루 내로 대리권을 따내게 되면 이제부터 JK 그룹은 너의 천하가 될 거야.”...점심 12시, 부산 요트 계류장.이곳은 부산 금수저들이 모이기 좋아하는 장소였다.일단 요트를 공해로 몰고 가면 무슨 짓을 하든지 대한민국의 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이 광활한 바다 위에서는 마음 놓고 놀 수 있었다.이 시각 JK 그룹 소유의 요트 위, 하와이안 룩의 김재중이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우 대표님, 김 사장님. 내기하기로 한 이상 그동안 회사에서 받은 월급도 있고 해서 기회를 한번 드릴게요. 청별 그룹 부산 대표 이명재와 이미 약속을 잡아놓은 상태입니다. 지금쯤 청별 그룹 소유의 요트 위에서 휴가를 지내고 있을 것입니다. 간신히 이 대표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따낸 거예요. 만약 이 대표님을 설득하여 부산 대리권 계약을 성사시킨다면 제가 두말없이 짐 정리하고 대표님 사무실부터 회사 밖까지 기어나가겠습니다. 그런데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김 사장님이 기어다니는 동영상을 SNS에 올려도 되죠?”오전에 김예훈한테 한 방 먹은 뒤 바로 우충식과 김옥자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들의 지시를 받고 바로 우현아와 김예훈을 찾아가 최선을 다해 JK 그룹을 위해 일하는 척하면서 주동적으로 청별 그룹 부산 대표 이명재와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김예훈은 무조건 배후에서 김재중을 지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현아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거나 음해하려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재중이 선뜻 나서서 이명재와 다리를 놓겠다는 말에 힘도 아낄 수 있고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억지 미소를 짓는 김재중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재중 씨, 걱정하지 마. 오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바로 사직서를 낼 테니까. 그런데 내가 착해서 말인데 미리 충고하나 할게.

  • 지존 사위   제1876화

    “아, 그리고 김 사장님. 한 가지 알려 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명재 씨는 청별 그룹 부산 대표일뿐만 아니라 청별 그룹 이씨 가문의 친척, 심지어 현 아시아 지역 대표인 이지윤 씨가 믿고 맡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지윤 씨의 체면을 대표하기도 하죠. 이지윤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 한국에서는 지고 지상의 한 분을 제외한 다른 사람한테는 전혀 가차 없으신 분입니다. 그러니까 이명재 씨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김재중은 다리를 꼰 상태로 김예훈에게 인생 교육했다.“이 대표님 앞에서는 절대적으로 겸손하셔야 합니다. 사장님 때문에 저희 쌍방의 관계가 안 좋아지면 사장님께서 사직서를 내셔야 하는 것도 모자라 우 대표님께서도 이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김예훈은 이렇다 저렇다는 말 없이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청별 그룹 내부에서 내 손에 죽은 사람이 어디 적기라도 해? 이지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지.’김예훈은 이 이름을 듣자마자 피식 웃으면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반 시간 뒤 요트가 공해에 도착했을 때, 앞에는 커다란 크루즈가 세워져 있었다.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장서는 김예훈의 옆에는 수영복 차림에 스카프를 둘러쓴 우현아가 서 있었다.수영복이 비록 보수적인 스타일이긴 했지만 매혹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자세히 보지 않는 김예훈과 달리 이들의 뒤에 서 있던 김재중을 포함한 고위직들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우현아가 견청룡이 봐둔 여자가 아니었다면 충동을 참지 못하고 덮쳤을지도 몰랐다.JK 그룹 요트가 정차되자, 몇몇 전투태세의 정장남들이 크루즈에서 뛰어 내려와 이들의 몸을 구석구석 수색했다.별다른 살상 무기가 발견되지 않자 크루즈에 올라와도 된다고 손짓했다.크루즈는 9층으로 되어있었고, 스태프들은 김예훈 일행을 갑판이 있는 3층으로 안내했다.이때 수영복 차림에 몸매 좋고 골드 볼테 안경을 쓴 한 인도 남자가 수영장에서 몸매좋은 한 여자에게

  • 지존 사위   제1877화

    김예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재중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대리권이 이미 YS 그룹으로 내정되었다면서 아침에 그렇게 잘난 척했어? 당신은 능력이 없는 것보다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었네. 염치없는 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야.”김재중이 음흉하게 웃더니 말했다.“김 사장님, 그런 말 참으면 어디 덧나나요? 능력 있으시면 대리권 따내시든가요! 잠자리를 가지든 어떻게 하든 이명재 씨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정말 인정해 드릴게요! 그런데 그럴 능력이 못 된다면 제가 무시할 수밖에 없어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부어오른 김재중의 얼굴을 툭툭 쳤다.“그렇게 잘 아는 걸 보니 이명재 씨를 설득하려고 잠자리까지 가졌나 봐? 그런데 저분은 여자를 좋아하지 당신과 같은 번지르르한 중년남성을 싫어할 것 같은데?”“너!”김재중은 처음 보는 김예훈과 같은 스타일에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김예훈은 매번 김재중이 화를 내는 포인트를 귀신같이 집어냈고 아무리 반격해 봐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우현아는 싫증 난 표정으로 김재중을 힐끔 쳐다보았다.‘능력 없는 것도 모자라 쌍스럽긴.’김재중은 김예훈을 전혀 개의치 않고 앞으로 다가가 예의 갖춰 인사했다.“이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희 우 대표님께서 뵈러 오셨습니다.”그는 거의 무릎 꿇다시피 이명재의 귓가에 속삭였다.이명재는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 우현아를 보는 순간 거의 침이 떨어질 정도의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청순한 외모와 유혹적인 몸매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느 남자가 봐도 마음이 빼앗길 정도였기 때문이다.수영장에 있는 여자들은 우현아와 비교했을 때 아무것도 아니었다.청순가련한 허운하라고 해도 우현아와는 급이 다를 정도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훔쳤던 것이다.바람둥이 이명재는 우현아를 보는 순간 그녀가 아직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이런 여자는 이 시대에 만나기 어려워!’우현아를 여자 친구로 만들 수만 있다면 수명이 3년 정도 짧아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그런 이명재를 차

  • 지존 사위   제1878화

    이명재는 한껏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든 우현아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는 모양이었다.김재중을 포함한 고위직은 구경거리가 난 듯 우현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현아가 이명재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오늘 밤 바로 우현아가 몸을 팔아 대리권을 따냈다는 사실을 퍼뜨릴 모양이었다.우현아가 이명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가 회사 이익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대표 자리에 앉을 자격이 안 된다고 소문낼 핑계가 생기는 것이었다.우현아도 이 점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이 대표님, 배우신 분이면 말씀을 가려서 하시죠.”“배운 사람? 말을 가려서 하라고요?”이명재는 한껏 보잘것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저처럼 비즈니스 하는 사람은 이익이나 비즈니스만 생각하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배운 사람이고 어떻게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건데요? 근데 그게 뭐가 중요해요? 비즈니스와 돈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인데.”이 순간 이명재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미 김재중을 통해 우현아가 처한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견청룡보다 앞서 우현아와 결혼할 생각까지 했다.이곳에서 우현아를 건드려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지금까지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존경과 떠받듦을 한 몸에 받은 이명재는 자신감이 잔뜩 찬 상태로 우현아를 무시했다.“우 대표님께서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청별 그룹 부산지역 대리권이 우 대표님께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고 있고요. 말을 돌려서 하지 않겠습니다. 저랑 잠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바로 계약해 드리죠. 하지만 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곳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얼른 꺼지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배운 사람이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배운 사람이라며 강요하지는 않아도 실실 웃으면서 협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우현아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치욕스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견청룡한테서도 이런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 지존 사위   제1879화

    이명재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우현아를 쳐다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피하지 말고 이대로 몇십억 원이나 되는 몸값을 느껴보세요.”우현아는 몸이 굳어버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김예훈이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오른손으로 이명재의 손목을 잡았다.“그러면 이 대표님도 가만히 있어 보세요. 저는 몇백억 원이나 되는 몸값이니까요.”빠직!이명재의 오른쪽 손목은 그대로 김예훈에 의해 부러지고 말았다.“으악!”굉장한 비명과 함께 훤칠한 키의 이명재는 그래도 바닥에 고꾸라져 경련이 일어났다.그의 부하들은 허둥지둥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김재중과 허운하 등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고 혼미한 상태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이명재가 우현아에게 치욕을 안겨줄 거라는 것과 우현아가 반항하면 맞을 거라는 것까지는 상상했지만 이명재의 손목이 이대로 부러질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김예훈이라는 사람 정말 독하네! 인정사정 볼 것 없이!’이명재가 청별 그룹 이씨 가문에서는 그저 평범한 존재이긴 했어도 무려 부산 대표였다.부산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은 청별 그룹 자체를 대표한다는 것과 이지윤의 의지를 대표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이명재를 건드려서 다치게 했으면서 그래도 청별 그룹 부산지역 대리권을 원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젠장! 너 도대체 누구야!”이명재는 아등바등 바닥에서 일어나 초췌한 모습으로 김예훈을 짚었다.“감히 내 손목을 부러뜨려? 죽고 싶어? 내가 알려주는데, 너는 오늘 죽었어! 너희 가족 모두 죽여버릴 거야!”지금까지 부산에서 존경과 떠받듦을 한 몸에 받았던 이명재는 이미 자기 신분은 잊은지 오래였다.부산에서 자기 뜻대로 만행을 저질렀던 이명재는 오랜만에 겪는 창피함에 미친 듯이 분노하고 말았다.이때 김예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손목은 물론 사지를 부러뜨렸다고 해도 이지윤이 너를 위해 나서지 못할 거야! 청별 그룹을 대표하는 거 대단한 일이지. 그런데 나한테는

  • 지존 사위   제1880화

    허운하가 손짓하자 열몇 명의 정장남들이 갑자기 나타나 호시탐탐 김예훈을 노렸다. 마치 언제든지 그에게 손봐줄 준비가 된 듯처럼 말이다.“허운하 씨, 오늘은 이 대표님께서 먼저 저희를 무례하게 대한 것도 모자라 손까지 댔어요. 손목이 부러진 것도 인과응보인 거죠. 그러니까 오늘 이 일로 무슨 나쁜 결과가 발생하든 모두 제가 책임질 거예요!”우현아는 김예훈이 혼자 함정에 빠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가 없어 심각하고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너!”허운하는 우현아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어떻게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어요! 지금 바로 국제 경찰을 불러올 거예요! 감방에 갈 준비나 하세요!”허운하와 같은 금수저들은 공해에서 신고하려면 국제 경찰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김예훈과 우현아를 인도에 넘기면 험한 꼴을 당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신고하지 마세요. 누구한테 좋으라고!”이명재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더니 닥터에게 응급처치를 부탁하고는 왼손으로 양주 한병을 들었다.“병신으로 만들어서 물고기 밥이 되게 바다에 버려버려! 죽든 살든 다 자기 운명인거지!”이명재의 사악한 미소에 그를 따르는 부하들과 보디가드들도 따라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일단 두드려 패고 바다에 버려버려요!”“그래도 죽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자고요!”“아니면 나중에 부산에서 얼굴이나 들 수 있겠어요?”이명재의 외침과 함께 술잔을 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악한 미소를 하고 접근했다.김재중 등은 신속히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이 대표님, 저는 이 사람과 모르는 사이입니다. 죽든 살든 저희랑 상관없습니다!”허운하 등도 역시 이 장면을 구경하면서 미소를 지었다.김예훈 같은 웃음거리가 바다에 버려지는 장면을 보기 좋아하는 모양이었다.이 중에는 오직 우현아만이 김예훈을 감싸고 있었고, 김예훈은 그런 그녀를 자신의 뒤에 숨겼다.“내가 직접 죽여버릴 거야!”우현아의 행동에 이명재는 질투가 나 눈이 돌아버릴 지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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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존 사위   제2759화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 지존 사위   제2758화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 지존 사위   제2757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 지존 사위   제2756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 지존 사위   제2755화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 지존 사위   제2754화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 지존 사위   제2753화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 지존 사위   제2752화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 지존 사위   제2751화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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