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재중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대리권이 이미 YS 그룹으로 내정되었다면서 아침에 그렇게 잘난 척했어? 당신은 능력이 없는 것보다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었네. 염치없는 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야.”김재중이 음흉하게 웃더니 말했다.“김 사장님, 그런 말 참으면 어디 덧나나요? 능력 있으시면 대리권 따내시든가요! 잠자리를 가지든 어떻게 하든 이명재 씨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정말 인정해 드릴게요! 그런데 그럴 능력이 못 된다면 제가 무시할 수밖에 없어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부어오른 김재중의 얼굴을 툭툭 쳤다.“그렇게 잘 아는 걸 보니 이명재 씨를 설득하려고 잠자리까지 가졌나 봐? 그런데 저분은 여자를 좋아하지 당신과 같은 번지르르한 중년남성을 싫어할 것 같은데?”“너!”김재중은 처음 보는 김예훈과 같은 스타일에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김예훈은 매번 김재중이 화를 내는 포인트를 귀신같이 집어냈고 아무리 반격해 봐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우현아는 싫증 난 표정으로 김재중을 힐끔 쳐다보았다.‘능력 없는 것도 모자라 쌍스럽긴.’김재중은 김예훈을 전혀 개의치 않고 앞으로 다가가 예의 갖춰 인사했다.“이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희 우 대표님께서 뵈러 오셨습니다.”그는 거의 무릎 꿇다시피 이명재의 귓가에 속삭였다.이명재는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 우현아를 보는 순간 거의 침이 떨어질 정도의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청순한 외모와 유혹적인 몸매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느 남자가 봐도 마음이 빼앗길 정도였기 때문이다.수영장에 있는 여자들은 우현아와 비교했을 때 아무것도 아니었다.청순가련한 허운하라고 해도 우현아와는 급이 다를 정도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훔쳤던 것이다.바람둥이 이명재는 우현아를 보는 순간 그녀가 아직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이런 여자는 이 시대에 만나기 어려워!’우현아를 여자 친구로 만들 수만 있다면 수명이 3년 정도 짧아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그런 이명재를 차
이명재는 한껏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든 우현아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는 모양이었다.김재중을 포함한 고위직은 구경거리가 난 듯 우현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현아가 이명재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오늘 밤 바로 우현아가 몸을 팔아 대리권을 따냈다는 사실을 퍼뜨릴 모양이었다.우현아가 이명재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가 회사 이익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대표 자리에 앉을 자격이 안 된다고 소문낼 핑계가 생기는 것이었다.우현아도 이 점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이 대표님, 배우신 분이면 말씀을 가려서 하시죠.”“배운 사람? 말을 가려서 하라고요?”이명재는 한껏 보잘것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저처럼 비즈니스 하는 사람은 이익이나 비즈니스만 생각하는 거예요. 어떤 사람이 배운 사람이고 어떻게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건데요? 근데 그게 뭐가 중요해요? 비즈니스와 돈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인데.”이 순간 이명재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미 김재중을 통해 우현아가 처한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견청룡보다 앞서 우현아와 결혼할 생각까지 했다.이곳에서 우현아를 건드려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지금까지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의 존경과 떠받듦을 한 몸에 받은 이명재는 자신감이 잔뜩 찬 상태로 우현아를 무시했다.“우 대표님께서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청별 그룹 부산지역 대리권이 우 대표님께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고 있고요. 말을 돌려서 하지 않겠습니다. 저랑 잠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바로 계약해 드리죠. 하지만 제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곳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얼른 꺼지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배운 사람이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배운 사람이라며 강요하지는 않아도 실실 웃으면서 협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우현아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까지 치욕스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견청룡한테서도 이런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이명재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우현아를 쳐다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피하지 말고 이대로 몇십억 원이나 되는 몸값을 느껴보세요.”우현아는 몸이 굳어버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김예훈이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오른손으로 이명재의 손목을 잡았다.“그러면 이 대표님도 가만히 있어 보세요. 저는 몇백억 원이나 되는 몸값이니까요.”빠직!이명재의 오른쪽 손목은 그대로 김예훈에 의해 부러지고 말았다.“으악!”굉장한 비명과 함께 훤칠한 키의 이명재는 그래도 바닥에 고꾸라져 경련이 일어났다.그의 부하들은 허둥지둥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김재중과 허운하 등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고 혼미한 상태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이명재가 우현아에게 치욕을 안겨줄 거라는 것과 우현아가 반항하면 맞을 거라는 것까지는 상상했지만 이명재의 손목이 이대로 부러질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김예훈이라는 사람 정말 독하네! 인정사정 볼 것 없이!’이명재가 청별 그룹 이씨 가문에서는 그저 평범한 존재이긴 했어도 무려 부산 대표였다.부산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은 청별 그룹 자체를 대표한다는 것과 이지윤의 의지를 대표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이명재를 건드려서 다치게 했으면서 그래도 청별 그룹 부산지역 대리권을 원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젠장! 너 도대체 누구야!”이명재는 아등바등 바닥에서 일어나 초췌한 모습으로 김예훈을 짚었다.“감히 내 손목을 부러뜨려? 죽고 싶어? 내가 알려주는데, 너는 오늘 죽었어! 너희 가족 모두 죽여버릴 거야!”지금까지 부산에서 존경과 떠받듦을 한 몸에 받았던 이명재는 이미 자기 신분은 잊은지 오래였다.부산에서 자기 뜻대로 만행을 저질렀던 이명재는 오랜만에 겪는 창피함에 미친 듯이 분노하고 말았다.이때 김예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손목은 물론 사지를 부러뜨렸다고 해도 이지윤이 너를 위해 나서지 못할 거야! 청별 그룹을 대표하는 거 대단한 일이지. 그런데 나한테는
허운하가 손짓하자 열몇 명의 정장남들이 갑자기 나타나 호시탐탐 김예훈을 노렸다. 마치 언제든지 그에게 손봐줄 준비가 된 듯처럼 말이다.“허운하 씨, 오늘은 이 대표님께서 먼저 저희를 무례하게 대한 것도 모자라 손까지 댔어요. 손목이 부러진 것도 인과응보인 거죠. 그러니까 오늘 이 일로 무슨 나쁜 결과가 발생하든 모두 제가 책임질 거예요!”우현아는 김예훈이 혼자 함정에 빠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가 없어 심각하고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너!”허운하는 우현아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있자니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어떻게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어요! 지금 바로 국제 경찰을 불러올 거예요! 감방에 갈 준비나 하세요!”허운하와 같은 금수저들은 공해에서 신고하려면 국제 경찰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김예훈과 우현아를 인도에 넘기면 험한 꼴을 당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신고하지 마세요. 누구한테 좋으라고!”이명재는 그제야 한숨을 돌리더니 닥터에게 응급처치를 부탁하고는 왼손으로 양주 한병을 들었다.“병신으로 만들어서 물고기 밥이 되게 바다에 버려버려! 죽든 살든 다 자기 운명인거지!”이명재의 사악한 미소에 그를 따르는 부하들과 보디가드들도 따라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일단 두드려 패고 바다에 버려버려요!”“그래도 죽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자고요!”“아니면 나중에 부산에서 얼굴이나 들 수 있겠어요?”이명재의 외침과 함께 술잔을 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악한 미소를 하고 접근했다.김재중 등은 신속히 뒤로 물러서면서 말했다.“이 대표님, 저는 이 사람과 모르는 사이입니다. 죽든 살든 저희랑 상관없습니다!”허운하 등도 역시 이 장면을 구경하면서 미소를 지었다.김예훈 같은 웃음거리가 바다에 버려지는 장면을 보기 좋아하는 모양이었다.이 중에는 오직 우현아만이 김예훈을 감싸고 있었고, 김예훈은 그런 그녀를 자신의 뒤에 숨겼다.“내가 직접 죽여버릴 거야!”우현아의 행동에 이명재는 질투가 나 눈이 돌아버릴 지경이
퍽!마지막으로 술병에 머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차리게 되었다.그저 김예훈이 아무렇지 않게 휴지를 꺼내 조용히 자기 손을 닦는 모습을 쳐다보게 되었다.동시에 달려온 열몇 명의 슈트 남들은 저마다 바닥에 몸져눕고 말았다.누구는 머리가 터져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고, 누구는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말았다.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을 눈뜨고 찾아볼 수도 없었다.“윽!”허운하 등은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비교적 뒤에 서 있던 김재중을 포함한 고위직들은 입가를 부들부들 떨면서 하나같이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바닥에 몸져누워 피를 철철 흘릴 사람은 보디가드가 아니라 김예훈이였다.우현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김예훈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금 그가 나서려고 할 때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이명재는 붉으락푸르락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어느 정도 손을 말끔히 닦아낸 김예훈은 이명재의 앞으로 다가갔다.이명재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반보 물러서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자존심을 내세웠다.“김예훈, 지금 뭐 하는 거야! 감히 내 구역에서 내 사람을 때려? 죽고 싶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면서 그의 얼굴을 툭툭 쳤다.“내가 너의 구역에서 이러고 있는 거 너의 사람은 하나도 두렵지 않아서라는 거 몰라? 사실대로 말해줄게. 너의 보디가드들은 나랑 상대가 안 돼. 나를 상대하려면 사람을 불러와야 할 거야. 평소라면 사람 불러올 시간을 충분히 줬을 건데 오늘은 안 되겠네. 오후 2시, 부산 대리권 계약서를 들고 JK 그룹 앞에서 무릎 꿇고 있어야 할 거야. 알겠어?”이명재는 입가를 부들부들 떨더니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화를 내고 싶어도 웃을 듯 말 듯 한 김예훈의 표정에 다시 참아보려고 했다.이러한 상황에서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은 자신감이 넘쳐서거나, 미친 자거나 둘 중 하나였다.하지만 김예훈을 아무리 봐도 미
“비켜.”담담한 김예훈과 달리 허운하는 분노한 말투였다.“그래, 김예훈. 감히 날 모욕해? 내가 말해주는데, 넌...”짝!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바로 허운하의 뺨을 때렸다. 그녀는 그대로 날아가 수영장에 빠지고 말았다.“꼬르륵!”사람들은 점점 물에 잠기는 허운하를 바라보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몇몇 여자들은 입이 떡 벌어져 도무지 다물 수가 없었다.유독 김재중은 이 장면은 보면서 두려움도 잠시 눈빛이 반짝거렸다....점심시간 이후, 부산 버뮤다 JK 그룹 빌딩.김예훈과 우현아가 회사에 들어서자 몇몇 직원들은 종종 달려와 이 둘을 큰 회의실로 모셨다.회의실 안은 사람들로 빼곡했다.회사 고위직은 물론, 이사장 자리에는 우충식이 떡하니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원래는 비어있던 자리에는 분노한 주주들이 앉아있었다.하나같이 옷차림이 화려하고 우아해 보이는 그들은 김예훈과 우현아가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욕설을 퍼부었다.“도움이 되기는커녕, 일을 망치는 개년 놈들!”“오후에 너희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면 죽을 줄 알아!”“머리털도 덜 자란 년을 대표 자리에 앉혔더니 정말 비즈니스 머리라도 있는 줄 알았어?”“시간 되면 자기가 어떤 모습인지 거울이나 쳐다보라고!”“나라면 진작에 사표를 냈어!”“회사에 막심한 손해를 가져다준 것도 모자라 아무렇지 않게 일식을 먹고 있어? 어이가 없어서...”김예훈은 회의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기까지 온갖 욕을 들어야만 했다.‘주주총회에서 이렇게나 빨리 소식을 접했을 리가 없는데... 눈빛을 보니 구체적 내용을 알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에 따른 나쁜 결과도 알고 있는 모양이네. 재미있군.’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웃어? 감히? 김예훈, 무슨 자격으로 웃는 건데!”김재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탁’ 치더니 김예훈을 째려보면서 말했다.“이 자리에 계신 이사장님, 주주님들, 그리고 고위직 분들! 이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바로 현재 저희 JK 그룹 사장님이십니다. 김 사장님
“동의합니다!”“이에 한 표를 던집니다!”김재중의 말을 따르는 고위직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곧이어 주주총회 대표들도 따라서 일어나 발언하기 시작했다.오늘 이 일에 대해 우현아와 김예훈한테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김예훈과 우현아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이 바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이들은 모두 자기 이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었다.오늘 이 일이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 그리고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 따질 생각도 없었다. 그저 김예훈과 우현아의 행동으로 자신이 피해당하였다고 생각했고, 자신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입힌 김예훈이 바로 이 사건의 원흉이라고 생각하면서 쫓아내려고 했다.“그만, 조용히 해보세요!”계속 눈감은 채로 생각에 잠겨있던 우충식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손짓했다.부산 용문당의 부 회장직과 JK 그룹 이사장직을 맡은 그에게 어느 정도 위엄과 통제력이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의 손짓 하나로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기 때문이다.이때 우충식이 말했다.“현아가 한 일은 여러분들이 똑똑히 보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고 나쁜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께 약속드리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모든 화살이 새로 부임한 두 분을 향하게 된다면 여러분 뜻대로 진행할 것이라고요.”우충식의 말에 김재중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이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뒤이어 우충식은 엄숙한 표정으로 우현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현아야, 네가 내 딸이라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전에 물어봐야 할 것이 있어. 김재중 씨의 말을 들어보니 대리권을 따내려고 김예훈 씨를 데리고 갔다가 계약도 무산되고 이 대표님 팔목도 부러뜨렸다며. 사실이야?”우현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사실이긴 하지만...”퍽!우현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우충식이 테이블을 ‘쿵’ 내리쳤다.“설명은 필요 없고 진실의 여부만 중요해. 이제 사실이라는
우충식의 얼굴은 순식간에 심하게 일그러졌다.김예훈은 그에게 더 이상 함부로 혀를 놀릴 기회를 주지 않고 쌀쌀하게 말했다.“이명재가 험한 말로 네 딸을 모욕한 건 하나도 신경 안 쓰이나 보구나. 네 딸이 인도 새끼에게 처참하게 능욕을 당하고 그 대가로 JK 그룹에 별 의미 없는 대리권을 얻어와야 너 우충식이 딸의 능력을 인정하는 거야? 뭐 그렇다 치자. 근데 말이야. 그 새끼를 팬 건 네 딸이 아니라 나야. 네가 이걸 문제로 삼고 싶으면 사장인 나를 먼저 혼내야 하지 않겠어? 근데 날 훌쩍 건너뛰고 감히 우 대표님에게 시비를 걸어? 우 부사장, 이 김예훈이 네 눈엔 가차 없이 밟아도 찍소리도 내지 않는 등신으로 보여?”김예훈은 웃을 듯 말듯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우충식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그는 김예훈과 여러 번 정면으로 충돌한 적이 있지만 매번 불리한 상황에 빠졌고 심지어 막대한 손실도 본 적도 있었다.그런 김예훈이 지금 이렇게 직설적으로 자기에게 맞받아치니 우충식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옆에 있던 김재중이 콧방귀를 뀌며 우충식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김 사장, 네가 꼴에 달린 입이라고 함부로 막 지껄이는구나. 우리 잘생기고 혈기왕성한 이 대표님이 예쁜 우 대표님을 보니 남녀 사이에 흔히 생기는 성적 충동이 생긴 게 아니겠어? 고작 말장난 몇 마디 한 걸 갖고 왜 그 난리야? 그가 무슨 몹쓸 짓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농담만 한 거잖아. 이런 농담은 사업에 관련된 대화에서 흔해 빠진 게 아니냐고! 근데 명색이 사장이라는 사람이 그 농담 때문에 이 대표님을 두들겨 팼다고? 이봐 김 사장, 넌 뭐 산에서 살다 온 야만인이야? 싸우고 죽이는 거 빼고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네가 이 대표님을 두들겨 패기 전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생각이나 해봤어? 너의 그 무지막지한 무모함 때문에 조 단위의 대리권이 연기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결과는 생각이나 해봤냐고?”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세상 정의로운 척은 혼자 다
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기꺼이 부탁하니 안 들어주면 예의가 아니겠지?”말을 마친 후 그는 휴대폰에서 몇 년 동안 한 번도 전화를 걸지 않았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세 번 울린 후 상대방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고 충격과 의아함이 가득 찬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랑하는 예훈 씨, 드디어 나한테 전화했네요!”“제 프러포즈를 받아주시려는 건가요? ”“빅토리카.”김예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전화한 건 당신이 처리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예요.”“당신네 영국 제국 황실에 마리아라고, 무슨 49번째 황위 계승자라고 하는데 사람이 너무 별로네요.”“이 사람의 존재가 당신과 나의 우정 그리고 한국과 영국 제국의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처리 좀 부탁할게요.”말을 마친 김예훈은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깔끔하게 전화를 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마리아, 당신은 이제 영국 제국 황실에서 제명되었어.”“빅토리카? 영국 제국 장공주?”마리아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영국 제국의 장공주 빅토리카는 서양 최고의 미녀일 뿐만 아니라 문학과 무술도 뛰어난 분이란 걸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야!”“그분 이름을 언급한다고 해서 내가 겁먹을 줄 알아?”“그분이 맨날 티비에 나와서 심지어 흑아프리카에서도 그분의 명성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역시 너 같은 관종은 주목을 끌려고 진짜 별짓 다 하네. 네가 무슨 세계 연방의 사무총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장무준도 비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김예훈, 수작 그만 부려.”“황실에서 제명됐다고? 진짜 너같이 상류층의 규칙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다.”“티비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진짜 전화 한 통으로 황실 제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거야?”“잘 들어. 황실 제명은 상원의 승인뿐만 아니라 교황의 승인도 필요해!”“모든 절차를 밟는데 적어도
“장씨 가문?”“한국의 장씨 가문? 아니면 영국 제국의 장씨 가문?”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장무준, 상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됐고 한국 사람들은 진작에 일어섰어. 너같이 은혜를 모르고 조상을 잊은 것들이 아직도 서양 놈을 조상으로 삼고 떠받들어 모시는 거야.”“날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디 한번 해봐!”“안타깝지만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넌 나한테 안돼.”“너같이 외국의 것만 맹목적으로 숭상하고 외국인들한테 아첨하는 사람은 평생 날 못 이겨.”말을 마친 김예훈은 동하임의 팔을 잡고 돌아서 떠날 준비를 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감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역시 이 남자는 달랐다.외국의 것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아첨하는 뻔뻔스러운 장무준과 비하면 김예훈이야말로 진정한 남자였다.“이봐, 무슨 말을 그렇게 해?”“네가 뭔데 내 남친한테 그런 말을 해?”“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서구 문명을 비꼬는 거야?”이때 줄곧 경멸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던 마리아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분노한 장무준의 팔을 잡고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거기 한국 사람, 좋은 말 할 때 무릎 꿇고 당장 사과해!”“여기에 3일 동안 무릎 꿇고 있어!”“아니면 영국 제국 황실을 통해 즉시 진주를 제재하는 성명을 발표할 거야!”“내 말 한마디면 네가 한 짓 때문에 진주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거야!”“또한 내 말 한마디면 진주 기관에서 너한테 중벌을 내릴 거야!”“영국 제국의 능력을 의심하지 마. 나 마리아의 능력도 의심하지 말고!”“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고 내뱉은 맡은 무조건 실천해!”마리아는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 옆에 서 있던 영국 제국의 남녀들도 모두 비웃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김예훈은 멍청한 한국 사람으로 보였고 마리아를 건드린 게 주제넘은 행동으로 보였다.이 한국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영국 제국 황실과 비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