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의 질문에 양진우는 표정이 확 변했고 잠시 후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했다.“김예훈, 너 도대체 누구야? 왜 용문당과 견 세자님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너랑 관련된 일이야?”사실 양진우는 김예훈이 제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견청룡을 질투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봤을 때 용문당을 겨냥한, 목적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심지어 견청룡과 우충식이 아직 김예훈을 모르고 있을 때부터 김예훈은 이미 그들을 눈여겨보았던 것이다.“내가 누군지 알 필요 없어. 알아서 좋을 것도 없을 거니까. 내가 알고 싶어하는 것만 알려주면 돼. 아, 맞다. 그리고 나 사실 일본 야마자키 파에도 관심이 있는데 알고 있는 정보가 있으면 말해줘도 되고. 그러면 내가 너를 살려줄지 어떻게 알아.”야마자키 파를 듣자마자 양진우는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하지만 그도 똑똑한 사람이라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더니 말했다.“이제야 알겠네! 네가 바로 임강호 부부대신 일을 해결해 준 놈이었네! 네가 정민이를 죽였지? 백낙당에 가서 전국영 일행을 건드린 것도 일부러 그랬지?”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양진우는 결정적 질문이 떠올랐다.김예훈은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다시 질문했다.“그러면 임강호 부부의 일도 야마자키 파랑 어느 정도 연관 있는 거였네? 그리고 견청룡도 야마자키 파랑 엮여있는 거고. 내 말 맞지?”양진우는 표정이 확 바뀌긴 했지만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김예훈,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뭘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똑똑히 알려주는데, 야마자키 파도 그렇고 견 세자님도 그렇고 네가 건드릴 만한 존재가 아니야! 네가 무슨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지 알 자격도 없어! 내가 말해주는데, 그냥 모르고 있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자기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될 거니까!”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양진우, 아직도 자기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나 본데. 너는 지금 갇혀있는 거야. 누가 갇혔는데 너처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서서히 입을 열었다.“너는 견청룡 1호 킬러잖아. 그런데 너는 걔한테 충성을 다하지 않았어. 네가 충성을 다한 것은 그의 돈일 뿐이야. 너 같은 사람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조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있을 거라고.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이 기밀이긴 해도 너의 신분으로는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보들이야.”“김예훈, 그렇지만은 않아.”양진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내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있긴 하지만,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야. 정말 중요한 부분은 견 세자님이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지. 그러니까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김예훈은 피식 웃을 뿐이다.“그래? 그러면 쓸데없는 말 말고, 이거 하나만 물어볼게. 네가 죽으면 너의 와이프, 그리고 딸은 어떻게 할 건데? 나한테 말하지 않아도 해외에 너의 가족들이 몇백 년을 써도 남을 자금이 있다는 거 알아. 비록 지금은 사용할 수 없겠지만.”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양진우에게 캡처 사진을 보여주었다.양진우는 해외에 개설한 익숙한 은행 계좌에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은행 계좌를 알아낸 상황에서 동결시키는 것은 김예훈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하지만 양진우는 그래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고 했다.“곧 죽을 마당에 은행 계좌가 동결된 게 뭐 어때서? 어차피 쓰지도 못할 거.”“그래? 그러면 가족들은?”김예훈은 또 캡처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백인의 여인과 여자아이가 유럽풍 별장에서 뛰노는 모습이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세중립국이 안전하긴 하겠지만, 집에서 죽어버리면 현지 경찰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걸? 내 말 맞아?”양진우는 멈칫하더니 분노했다.“김예훈, 이 악마 같은 자식! 너는 진짜 악마야! 우리 바닥에서는 가족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너는 어쩜 그럴 수 있어?”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가족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견청룡 지시대로 사람을 죽이고 다닐 때는 언제고? 걱정하지 마.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니
김예훈이 양진우를 해결하고 있을 때, 부산 사랑 병원에서는 우충식이 어두운 표정으로 중환자실 밖에 서 있었다.그의 옆에는 부산에서 이름있는 의사, 외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들로 가득했다.어렵게 한자리에 모였어도, 하나같이 표정이 어둡기만 했다.우충식은 그들의 표정을 보고 더욱 불안해졌다.“박 교수, 해결 방안이 있어요? 이미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 이대로라면 우리 와이프 견디지 못할 거예요.”우충식은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김옥자는 몇 시간 동안 병세가 호전되어 살짝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이 모두 거대한 대가를 치른 결과였다.아무리 호전되었다고 해도 아주 잠시적이라 절망적이기만 했다.“우 회장님, 저에게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사모님 병의 근원을 찾지 못했습니다.”이때 50 몇 살 되어 보이는 의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그래서 함부로 수술을 진행하지 못하는 거고요. 수술을 진행한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치료일 뿐입니다. 이대로 갔다간 10시간 후에 사모님께서... 철저히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 되면 사고까지 멈춰 수액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 회장님, 남은 시간 동안 사모님이랑 잘 얘기해 보십시오. 가끔은 안락사가 평생 식물인간이 되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러면 서로 고생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박 교수는 한숨을 내뱉을 뿐이다.의사는 부모의 마음으로 환자를 돌본다고, 박 교수 역시 김옥자를 살려내고 싶었다.하지만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수술을 진행했다가 김옥자가 죽게 된다면 모든 책임을 떠안을지도 몰랐다.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책임져야 할지도 몰랐다.박 교수의 말에 식은땀만 흘리고 있던 다른 의사들도 하나같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처음 보는 증세에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우충식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서서히 말했다.“여기 계신 분들 모두 부산 의학계에서 이름날린 분들이신데. 정말 병의 근원
전남산의 이름을 들은 우충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남산 어르신께서 함부로 서울을 떠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박 교수, 자신 있어요?”“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라 제가 부탁하면 꼭 오실 것입니다.”박 교수는 표정이 어두웠다.“그런데...”“그런데 뭐요?”우충식은 따라서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비서한테 연락했더니 지금 대수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수술하는 과정에 아무도 방해해서는 안 되고요. 그러니까 전남산 어르신을 모셔 올 자신은 있지만 수술이 끝난 후에야 비행기를 타고 오실 수 있으니 아마도, 24시간 뒤에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모님께서는 24시간이나 버텨내지 못하실 거고요.”박 교수는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당장 오라고 명령했을 거지만 상대는 명수 전남산이라 서울 세자라고 해도 함부로 명령하지 못하는 존재였다.더군다나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말이다.강제로 수술을 중단시켰다간 그 후과는 아무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우충식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부산에서는 어느 정도 권력을 쥐고 있었지만 서울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박 교수가 강제로 전남산을 모셔 오지 못하는 것처럼 우충식도 불가능했다.이 순간 우충식은 억지로 화를 억누르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박 교수, 그래도 이 일은 박 교수한테 맡길게요. 전남산 어르신도 모셔 오고, 우리 와이프 병세도 늦춰주세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얼마든지 투약해도 좋아요.”우충식은 말하다 목이 메어왔다.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김옥자가 정말 식물인간이 되어버린다면 금릉 권씨 가문과는 연이 끊길 수도 있었다.곧 회장 자리에 오를 우충식에게는 막대한 손해라 이것 때문에 회장직 자리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었다.그래서 부부 사이가 좋아서라기보다 이러한 이유로 어떻게든 김옥자를 살려내고 싶었다.박 교수는 우충식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더니 보조에게 보충제를 투약하라고 지시했다.보충제 용량이 그전보다
사람들이 수술실을 떠나서야 우충식은 김옥자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박 교수가 이미 전남산 어르신을 모셨어. 그쪽 수술이 끝나면 바로 오실 거야. 그러니까 꼭 버텨내야 해!”김옥자는 창백한 얼굴로 겨우 입을 열었다.“아까 한 말들 다 들었어요. 만약 전남산 어르신께서 2박3일 동안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면요? 수술 후에 환자 상태가 안 좋아서 더 지켜봐야 한다면요? 오셨는데 제가 이미 식물인간이 되어버렸다면요? 여보, 저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어요. 저를 좀 살려주세요!”우충식은 멈칫하고 말았다. 김옥자가 한 말들이 불가능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발생할 확률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김옥자를 다독이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어르신께서는 꼭 제때 나타나실 거야.”김옥자는 피식 웃고 말았다.“만약 나타나지 않는다면요? 이미 아는 사람들을 통해 어르신께 연락해 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다 똑같았어요. 환자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대기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대기 줄은 5년 뒤까지 꽉 찼고요. 저희 5년 동안 기다릴 수 있겠어요? 그리고 제가 그때까지 버틸 수 있다고 해도 어르신께서 저를 무조건 살려낼 수 있대요? 실수라도 한다면 저는 어떡해요? 그냥 죽기보다도 못하게 식물인간이 되어버릴까요?”이런 생각에 김옥자는 두렵기만 했다.예전에는 우현아 엄마가 이런 결말을 맞게 되어 비웃기만 했는데 정작 자신이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던 것이다.모두 인과응보라고 말할 수 있었다!“전남산 어르신께서 해낼 수 없다면 다른 전문의를 찾아봐야지!”우충식은 한마디 한마디 어렵게 내뱉었다.“이 세상에서 능력 있는 의사를 찾아내지 못하겠어?”김옥자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전남산 어르신께서 실수라도 한다면 저를 더 이상 살려낼 방도가 없을 거예요.”김옥자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화색이 돌았다.“김예훈! 김예훈을 찾으면 돼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도 몰랐는데 김예훈은 단번에 알아챘어요! 그러니까 해결
새벽 12시. 야식 시간이 돌아왔다.평소였다면 이 시간에 부산 타임 가든에서 영업을 마감했겠지만 김예훈이 찾았을 때는 불이 밝은 상태였다. 바로 우충식이 통으로 빌린 것이다.그는 로비 정중앙에 앉아 열심히 레어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마치 고기향을 느끼듯이 천천히 씹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불진을 들고 있는 한 도사가 도덕경을 읽고 있었다.앞에 놓여있는 핸드폰이 가끔 켜지지 않았다면 신선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우충식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끌어내 자리에 앉더니 스파게티 하나를 주문했다.스파게티가 올라오고, 포크로 먹으면서 말했다.“이 야심한 밤에 왜 보자고 하셨어요?”우충식은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 더 열정적이었다.김예훈이 스파게티를 주문한 것을 보고 직원더러 이미 준비한 요리를 올리라고 했다.그는 모든 음식이 올라서야 웃으면서 말했다.“김 도련님께서 아직 식사하지 않으셨다면 이 요리들도 입맛에 맞는지 한번 맛보세요. 별로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원하시는 거 모두 셰프님한테 해달라고 하면 되니까요.”아무리 열정적이라고 해도 옆에 앉아있는 도사의 신분을 먼저 소개할 생각이 없었다.포크를 잡고 있던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다른 건 필요 없고 스파게티면 충분해요. 남의 신세를 지면 함부로 말도 못 한다잖아요.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한테 신세 지는 거거든요.”김예훈은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하면서 5만 원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이 모습에 우충식은 동공이 흔들리고 말았다.옆에서 도덕경을 읽고 있던 도사는 고개 들어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싫증 난 표정을 지었다.눈앞에 있는 예의 바르지 않는 김예훈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우충식 역시 김예훈을 잠깐 쳐다보더니 짜증이 났다.‘부산 6대 세자도 다 만나보았는데. 성수현 세자님은 고집불통이고, 심옥연 세자님은 온화하고 예의 바르고, 견청룡은 야심이 가득하지... 세자님마다 자기 성격이 있긴 해도 김예훈처럼 다가가기
김예훈의 가시 돋친 말에 우충식은 미소가 점점 굳어졌다.‘김예훈 이 자식, 정말 혀를 찌르는 질문을 하네!’여진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비록 여러 번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도사 역시 김예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보잘것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은 우충식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먼저 말했다.“부 회장님, 쓸데없는 말 그만하시고, 야심한 밤에 저를 불러낸 건 단지 밥 먹자고 부른 건 아니겠죠? 할 말 있으면 빨리하시고, 없으면 그냥 갈게요. 부 회장님 따님 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거든요.”김예훈은 우충식이 자신을 부른 목적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자극했다. 우충식의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싶었다.우충식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고, 김예훈의 마지막 한마디를 무시한 채 말했다.“김 도련님께서 그렇게 직설적이라면 저도 그냥 말할게요. 예전에 저희 와이프를 만났을 때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챘다면서요. 올해 다시 발작하면 철저히 식물인간으로 될 거라고도 하셨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요. 증상이 아주 또렷했죠. 부산 전문의들 말고 전남산 어르신을 모셔 와도 살려내지 못할 거예요.”우충식은 움찔하고 말았다.“김옥자 씨는 무슨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식으로 도를 닦다가 사도에 빠지게 된 거예요.”우충식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러면 이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그럼요. 심지어 아주 간단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죠.”김예훈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제가 직접 나서면 반 시간 내로 해결해 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평생 다시 발작하지 않게 해드릴 수도 있고요.”김예훈은 담담하긴 했어도 자신감이 넘쳤다.도사는 참지 못하고 고개 들어 김예훈을 무시하듯이 쳐다보았다.“그래요? 그렇게나 자신 있으세요?”우충식은 오른손을 움찔하고 말았다.“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데요?”“전통 무술은 전통 무술로 해결해야죠.”김예훈이 아무렇지
“그러니까, 얼마면 김옥자 씨 문제를 해결해 드릴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는데. 제가 똑똑히 말해줄게요. 얼마를 주시든지 도와드리지 않을 거예요. 김옥자 씨는 저를 건드린 것도 모자라 현아에게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어요. 제 도움을 받을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김예훈은 차갑게 말했고, 우현아의 이름이 언급되자 도사의 눈빛은 더욱 예리해졌다.“김 도련님도, 저도 어른이잖아요. 어른이라면 이익을 따질 줄 알아야죠! 더군다나 원수져서 좋은 일도 없을 건데. 저희 와이프를 미워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저 우충식을 보잘것없다고 여기셔도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금릉 권씨 가문은 눈여겨보실 수 있는 거잖아요. 저를 도와주시기만 한다면 돈도 드리고, 저희 사이의 원한도 없었던 일로 해드리겠다고 약속하죠! 김 도련님께서 원하신다면 부산 용문당에 괜찮은 자리를 마련해 드릴게요. 김 장로님이라는 호칭은 꽤 마음에 드실 거예요. 심지어 부회장 자리에 앉혀드릴 수도 있어요. 그러면 저랑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죽게 되면 회장직은 당신에게 드릴게요.”권력, 힘, 사회적 지위, 돈.우충식은 김예훈을 설득하기 위해 내놓을 만한 조건을 모두 내놓았다.하지만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돈 따위는 관심도 없어요. 원한이 사라지든 말든 저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요. 부산 용문당 부회장직은 더욱 관심도 없어요. 회장직을 준다고 해도 별로 원하지 않아요. 당신은 지금 부회장인 주제에 부산 용문당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이런 조건을 내놓는 것은 그저 잠시 치욕을 무릅쓰고 부탁하는 거잖아요. 제가 해결해 드리면 대놓고 복수할 거잖아요. 아니에요? 그러니까, 저는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고 더욱이 도움을 드릴 수도 없어요.”우충식은 어두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말했다.“김예훈 씨,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저희 와이프를 살려주실 수 있을 건가요?”부산 용문당에서 지위가 높은 우충식은 이 정도로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김예훈이 또 한 번 가격을 올리려고 할 때, 방금 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자신만만한 말투였다.“8천억 원의 가격으로 총사령관님의 칼은 마리아 씨의 것이 되었습니다.”김예훈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이번에는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마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김예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요? 저는 1조 원을 제시하도록 할게요.”“저희 성녀분께서 이미 말씀하셨듯이 마리아 씨가 8천억 원에 이 물건을 낙찰받게 되었습니다.”그 중년 여도사는 김예훈을 가볍게 쳐다보고는 딱히 설명하지도 않고 다시 웃으면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마리아 씨, 비용을 내시고 총사령관님의 칼을 가져가셔도 좋아요. 제가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릴게요.”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모두 멍한 상태였다.김예훈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 총사령관의 칼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전설 속의 오륜 사찰의 성녀, 혜선 스님이 직접 나와서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릴 줄 몰랐다.혜선 스님의 신분과 지위로는 그녀가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었다.경매장 규칙 또한 그녀가 정한 것이었다.지금 그녀가 규칙을 바꾸려 하더라도 아무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비록 이 가격은 마리아에게는 큰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총사령관 칼을 손에 쥐었다.중년 여도사 역시 딱히 말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비록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성녀가 직접 규칙을 깨뜨린 이상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저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는데요?”김예훈이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죠? 제가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면 낙찰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오륜 사찰에서 이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싶지 않다면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든 말든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경매에 내놓고 규칙까지
이 가격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갑자기 숨을 죽였다.아무리 총사령관이 요구를 하나 들어준다고 해도 끊어진 칼 하나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게다가 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와 계속 경쟁한다고?아무리 돈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영국 황실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6천억 원을 부른다고?그 모습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어디서 나타난 놈이길래 이렇게 담이 큰 거지?’“김예훈! 이 자식이!”장무준은 바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지금 일부러 방해하는 거야?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 돈 없으면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거, 주최 측의 이익을 해치는 짓인 거 몰라? 저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마리아 역시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짓은 하지 마.”“일부러 방해해? 돈 없으면서 가격을 올려? 남에게 해를 끼쳐?”김예훈은 무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이 물건이 너희 것인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계속 가격을 올려보든가. 돈 없으면 여기서 잘난 척하지 말고 꺼져. 그리고 영국 황실을 들먹이면서 사람들한테 겁주지 마.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 것 같아? 오후에 황실 신분을 박탈당한 사람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영국에서 이러는 거 중범죄인 거 몰라?”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여러분들 믿기지 않으시면 영국 최신 뉴스를 확인해 보세요.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되었다는 소식은 특종일 테니까요.”평소 뉴스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수군수군 의논 소리가 들려왔다.“맞아요. 영국 황실에서 제49번째 상속자인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당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네요.”“그리고 마리아가 황실을 이용해서 행동하는 것이 발각되면 바로 신고할 거라고 했네요.”“결국엔 가짜 신분을 가지고 잘난 척한 거였네요.”이 순간, 사람들은 격분하기 시작하면서 하나같이 소리쳤다.‘저
곧 격렬한 경매가 시작되고, 거의 모든 사람은 이 칼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여러 차례의 입찰 끝에 결국 마리아가 일어서서 이를 악물고 외쳤다.“4천억 원이요! 저랑 경쟁하는 분은 영국 황실과 적이 되는 거예요. 아무튼 이 물건은 저희 영국 황실에서 가져가야겠어요.”영국 황실을 언급한 순간, 현장은 고요해지기 시작했다.중동 왕족이나 유럽 황실 사람이라도 해도 하나같이 살짝만 미간을 찌푸릴 뿐이다.만약 마리아가 개인적으로 온 것이라면 얼마든지 경쟁해도 되지만 영국 황실을 대표해서 온 거라면 상황이 좀 복잡했다.누구나 알다시피 영국 황실 프린세스는 매우 다루기 힘든 인물이었다.아무리 총사령관의 칼이었다고 해도 영국 황실과 원수가 될 필요는 없었다.“보아하니 이제는 더 이상 저랑 경쟁할 분이 없으신 거죠?”마리아가 뿌듯한 표정으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아무도 저희 영국 황실과 경쟁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요. 총사령관님의 칼은 결국엔 우리 것이어야 해요. 이 칼을 소유하게 된다면 총사령관님께 저희 영국 황실에 합류할 것을 요구할 거예요. 이런 남자는 오직 영국 황실에서만 소유할 자격이 있어요. 대한민국은 이런 신과도 같은 존재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요!”마리아는 칼의 주인이 곧 결정될 거라는 생각에 자랑스럽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몇몇 내륙의 부유한 상인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꼬기 시작했다.“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 씨가 어떻게든 얻고자 하는데 저희는 굳이 경쟁할 마음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총사령관님 같은 분은 당신이 감히 모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요. 이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총사령관님은 대한민국의 총사령관이지 영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분이세요. 그러니까 헛된 망상을 버리는 것이 좋을 거예요.”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헛된 망상이라고요? 주최 측의 소개를 못 들었어요? 이 칼을 가지고 있으면 총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언급하지 못했다.게다가 칼은 이미 손상되어 별로 가치도 크지 않았다.많은 권력자들은 자세히 살펴보더니 그럴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이런 칼의 경매 시작 가격만 해도 20억 원이었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김예훈은 중앙에 앉아있는 마리아가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마치 친아버지를 만난 듯한 표정에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그 칼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김예훈은 순간적으로 마리아가 칼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것도 정상이었다. 만약 이 칼이 대한민국 국방부의 전설이자 살아있는 신화인 것을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아마 지금쯤 수많은 사람이 쟁탈전을 벌였을 것이다.이런 물건은 될수록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에 김예훈은 동하임의 손등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이 물건을 낙찰받아요.”동하임은 김예훈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비록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질문하나 없이 바로 손을 들었다.“2천억 원이요.”이 말 한마디에 여유롭던 현장 분위기는 갑자기 얼어붙고 말았다.권력자들은 끊어진 칼의 가치가 왜 이렇게 높은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볼 뿐이다.2천 원도 아니고 2천억 원이었으니 말이다.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동하임을 째려보았다.이 물건을 반드시 손에 넣고 싶었던 마리아는 입을 열기도 전에 동하임이 2천억 원을 외칠 줄 몰랐다.‘지금 저 물건이 탐나서 저러는지, 아니면 일부러 방해하려고 저러나?’특히 마리아는 동하임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동하임은 첫 번째로 가격을 부른 사람이었고, 반드시 낙찰받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모든 사람은 동하임이 정말 이 칼을 마음에 들어 하거나 이 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이렇게 높은 가격을 불렀다고 생각했다.이런 타
동씨 가문은 별로 중시를 못 받은 듯 최악의 자리에 안배되었다.진주·밀양 두 도시에 상류층의 권력자들이 너무 많이 존재했고 동씨 가문이 일류 가문이고 총독이긴 하지만 자본이 왕인 두 도시에서는 여전히 뒤떨어져 있었다.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도 참여했을 테지만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김예훈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아 인사하러 가지 못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들은 경매장에 도착한 후로부터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큰소리로 웃었다.그들은 약간 가운데 쪽에 앉았기 때문에 눈에 쉽게 띄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항상 눈이 높아서 웬만한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영국 제국 황실의 관심을 끈 물건이 무엇일까?그런 생각을 하며 김예훈은 손에 든 책자를 넘겼고 그중 속해있는 하나의 물건을 보게 된 순간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신사 숙녀 여러분, 오륜 사철의 경매를 지금 시작하겠습니다.”30분쯤 지나자 무표정의 여도사가 걸어 나왔다.그녀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평소에 관리를 많이 하는듯해 보였다.유일한 단점은 얼굴이 차갑고 미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그녀가 걸어 나와서 거리낌 없이 입을 열어 경매의 서막을 알렸다.첫 번째 경매품은 남송 시대의 청화백자로 색상이 투명하고 질감이 일품이며 온전히 보관된 손상이 없는 완벽한 물건이었으며 현세대에서 보기 드문 귀한 보물이었다.곧 이 물건은 수십억의 가치에 한국의 부유한 상인의 손에 들어갔다.두 번째 물건은 나무로 조각한 불탑이었다.득도한 고승의 소지품으로 명상할 때 불탑에서 흘러나오는 불음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그 물건이 나오자 몇몇 불교에 관심이 있는 거장들이 즉시 입찰에 참여했고 최종 천억에 가까운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세 번째 물건은 골수를 정화하고 뼈를 강화할 수 있는 단약이었다.일류 고수로 보이는 몇몇 거물들이 이 단약때문에 하마터면 싸울 뻔했다
동하임의 말을 듣고 김예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다른 사람의 무도 교본마저 경매에 내놓는다고요?”“그건 오륜 사찰이 너무 한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서 오륜 사찰이 대단하다는 거예요. 그들이 내놓은 무도 교본은 모두 과거 전설 속에만 존재했던 것들이고 현대에는 전해 받은 사람이 없어요.”“그러니 아무도 그 물건의 주인이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어요. 결국엔 오륜 사찰의 거라고 묵인할 수 밖에 없죠!”“오륜 사찰이 자기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원하는 사람에게 팔아넘기는데 누가 그걸 관할하겠어요?”김예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은 차가웠다.문화가 해외로 전파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명을 지키며 경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의 눈빛이 차가워진 걸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오륜 사찰이 주최한 경매가 매년 많은 국내외 거장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거예요!”“매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겨우 300~500명뿐이래요!”“오늘 이 중에 한 자리가 수천만 원에 팔렸다고 들었어요!”“우리 초대장은 아빠가 준거에요.”“아빠가 아니었다면 난 이 초대장을 구할 수도 없었어요!”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온 김예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면을 응시하며 말했다.“보아하니 마리아도 이 경매를 노리고 있네요.”“뭘 얻으려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요.”김예훈의 말을 듣고 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그들의 눈앞에 장무준과 마리아가 팔짱을 낀 채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다가 큰소리로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두 사람 모두 의기양양해 보였고 딱 봐도 한 쌍의 커플이었다.많은 진주 상류층 거장들이 이 광경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동하임과 장무준이 혼약이 있다는 걸 진주의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었다.근데 장무준이 동하임을 앞에 두고 외국 여자랑 시시덕거리고 있는 게 분명히 동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거였다.하지만 동씨 가문은 현직 총독
“장무준이 갑자기 돌아온 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아마 오륜 사찰 경매 때문일 거예요.”“이 경매는 부정기적으로 열리는데 매번 경매에서 나오는 물건들이 모두 희귀한 보물들이에요!”“그래서 많은 권력자들이 모일 거 예요.”“중동과 서양의 일부 황족과 리카 제국의 재벌 상속자들이 신분을 숨긴 채 경매에 참여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어요.”“재밌네요.”김예훈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원래는 갈 마음이 없었는데 오륜 사찰이 주최한다니까 가고 싶어지네요. 날 데리고 가서 구경 좀 시켜줘요.”...저녁 7시 정각, 김예훈과 동하임은 각각 턱시도와 드레스로 갈아입고 시즌 호텔 최상층에 나타났다.김예훈은 오륜 사찰에 관심이 많았다.오륜 사찰은 경기도 지역의 무술 성지이고 예전에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은 김현민 편에 서서 허씨 가문이랑 대항하기도 했다.무술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나온 사람이 재벌가의 싸움에 개입한 게 범상치 않았다.이제 경매까지 주최하니 김예훈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경매로 인해 시즌 호텔의 최상층은 경비가 삼엄했다.많은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갖 최첨단 장비도 동원했다.일반인은 입장할 수 없었고 초대장을 소지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다.이곳에 입장하는 사람은 모두 초대장을 소지해야 하고 최대 한 명의 손님만 동반할 수 있는 걸 봐서 초대장이 얼마나 귀중한지 알 수 있었다.동씨 가문은 진주의 최고 가문으로서 당연히 초대장을 받았다.“하임 씨, 이곳에서는 매달 경매가 열리나요?”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흥미로운 듯이 입을 열었다.“매달이요? 그럴 리가요.”어깨를 살짝 드러내는 샤넬 드레스를 입은 동하임은 청순함 속에 약간의 섹시함이 감돌았고 매력적인 자태를 뽐냈다.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오륜 사찰이 길가 노점인 줄 알아요?”“이 정도 규모의 경매는 1년에 한 번도 열릴까 말까 해요.”“왜 수많은 권력자들이 오륜 사찰의 경매를 탐내는지 알아요?”“이유는 세 가지예
“그래, 당신의 능력을 믿어!"“장씨 가문이 진주에서 왕이라고 당신이 그랬잖아. 어서 증명해 봐!”마리아는 장무준이 아부 떠는 모습에 몹시 흡족해하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리고 오늘 밤 황실이 원하는 그 물건을 무조건 낙찰해야 해!”“그 물건을 여왕한테 바치기만 하면 바로 황실 신분을 회복할 수 있고 심지어 서열도 더 앞당길 수 있어!”장무준은 흥분해서 말했다.“마리아, 걱정하지 마. 반드시 내 손에 넣을 거야!”마리아가 황실로 다시 들어가 서열이 높아진다면 자신도 황실의 사위가 되면서 지위가 향상될 거였다.순간 장무준은 열정이 불타올랐고 그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나 주최 측과 아는 사이라서 내 체면을 살려줄 거야!”“우리 무조건 최저가로 원하는 물건을 꼭 낙찰할 수 있을 거야!”장무준은 마리아가 원하는 물건의 가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건 알 필요가 없었고 중요한 건 그 물건이 영국 제국 황실에 의미가 있으면 됐다.그가 해야 할 일은 가치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전력을 다해 자기 손에 넣어야 했다.생각을 마친 장무준은 재빨리 온화한 미소를 되찾고 영국 제국에서 온 남녀들에게 사과했다.“여러분,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한국인들이 전반적으로 수준이 너무 낮아서 서구 문명 세계에 사는 우리와는 비교가 안 돼요!"“그런 사람들과 같은 혈통인 게 저도 참 부끄러워요!”“여러분, 마음에 두지 마세요. 그냥 지나가는 개가 짖는다고 생각하세요.”동시에 장무준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게다가 그들이 말하는 민족의식도 사실상 허세일 뿐이에요!”“제가 장담하는데 아까 그 김예훈이랑 동하임한테 외국에 정착할 기회를 주기만 한다면 무조건 무릎 꿇고 감사해할 거예요!”“아휴, 아쉽게도 저는 출생과 혈통을 선택할 수 없어요!”“그렇지 않으면 전 이곳에서 위선적인 문명을 느끼기보다 차라리 영국 제국의 빈민굴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자유의 공기를 느끼는 게 낫겠어요!”말을 마친 장무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