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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오늘 밤 일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진환은 그 여파로 정신없이 바빴다.

지아 옆에는 진봉만 홀로 남았다.

지아는 차 안에서 두꺼운 패딩을 벗었던 터라 얇은 니트만 입고 있었다.

복도에는 난방이 되지 않아 찬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지아는 이렇게 추위에 서서 도윤을 기다리던 몇 년 전 그날 밤이 떠올랐다.

진봉은 그다지 세심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지아의 뒷모습이 조금은 불쌍해 보였다.

특히 지나가던 구급대원들이 모두 일부러 지아에게 못되게 굴었다.

“비켜요, 길 막지 말고.”

더 이상 바쁘지도 않았지만 그저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지아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도윤이 그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들의 눈에 지아는 도윤에게 그저 짐일 뿐이었다.

털털한 진봉도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군 병원에 있는 의사들은 대부분 계급장을 달고 최전방에 있었던 사람들이라 뼛속까지 오만해서 지아의 신분이 어떻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아도 마음속 깊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상처받지 않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다른 사람들 눈치를 봐.’

언젠가 지아 자신도 남들이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될 거라 다짐했다.

지아는 이 순간, 애초에 한 남자 때문에 공부를 포기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달았다.

만약 자신이 공부를 제대로 마치고 뛰어난 의사가 되었다면, 꽃병 취급이나 받으며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시달렸을까?

지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언젠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영광을 되찾겠다고 남몰래 다짐했다!

지아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무시한 채 허리를 곧게 펴고 서서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난 줄 알았던 미셸이 다시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으러 돌아간 미셸은 평상복으로 갈아입고도 여전히 용감해 보였고, 군인은 태생부터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리에 서 있는 지아는 나약한 버드나무처럼 동정받아야 할 존재로 보였지만 미셸은 버드나무를 거꾸로 세운 여자 영웅 같은 인상을 주었다.

옅은 화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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