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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정곡을 찌르는 지아의 말에 도윤은 침묵만 지켰다.

“처음에는 당신도 동생에게 속았다는 걸 알지만, 소씨 가문에 일어난 일도, 당신이 나에게 상처를 준 것도 사실이야. 동생을 지키기 위해 내 손목을 부러뜨리던 모습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해.”

“지아야, 미안해.”

“그렇게 거듭되는 일들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 미안해, 난 이 오래된 원한을 잊고 다시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

평온한 지아의 말은 마치 오래된 친구와 얘기를 나누듯 어떤 흥분도 담겨 있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는데 왜 손을 놓지 않는 거야? 다시 함께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고, 또다시 나와 심지어 내 아이에게도 상처를 주는 것이야.”

도윤은 무덤덤하게 말하는 지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아기를 보고 싶어.”

“그럴 필요 없어. 아이들한테는 이미 아빠가 죽었다고 했어. 애들을 보살펴 줄 수 없다면 애초에 만나지 않는 게 낫지.”

지아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미워했어. 그러면서도 당신은 여러 번 위험에서 나를 구해 주었어. 이젠 더 이상 과거의 원한도 누구의 잘잘못인지도 잴 수 없어. 칼을 겨누는 대신 서로 헤어지고 잊는 것이 가장 좋은 결말이지 않겠어?”

무거워진 도윤의 마음과 반대로 지아의 마음은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평온해졌다.

모든 것에 무뎌진 지아는 속세에 해탈한 신처럼 침착하고 절제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도윤은 마가 씐 악마처럼 계속해서 두 사람의 과거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금껏 많이 양보한 이유는 아직 인내심의 한계까지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선을 돌파하면 도윤은 모든 통제를 벗어나 완전히 야수로 변할 것이다.

도윤은 지금 지아를 또다시 놀라게 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자신의 야수적인 본성을 제대로 숨기고 있었다.

“내가 못 하겠다고 하면? 이혼하더라도 너와 아이를 볼 권리가 있지 않나?”

도윤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앞으로 지아를 볼 수 없다면 자신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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