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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도윤은 조용히 지아를 안은 채 조금도 밀어붙이지 않았다.

“아가씨, 일이 이렇게 됐으니 다른 얘기는 나중에 해요. 지금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입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게 싫은 건 알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어요.”

도윤은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오늘 밤 일은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오늘 밤이 지나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예전과 같아요. 제가 싫으면 차라리... 하빈이나 다른 사람을 불러도 되고...”

지아는 손을 뻗어 도윤의 입을 가린 채 다소 질책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차라리 당신이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그들은 서로를 알고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아는 정말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입으로는 싫다고 말했지만, 몸은 본능적으로 고양이가 애교를 부리듯 도윤에게 바짝 붙었다.

지아는 더 이상 남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팔로 감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당장이라도 그 이상을 원하고 있었다.

도윤과 침대에서 사랑에 빠졌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미치도록 원했다.

도윤은 물속에서 치마의 한 부분을 낚아채고 이빨로 레이스의 가벼운 부분을 뜯어냈다.

지아는 조금 불안했다.

“뭐, 뭐 하는 거예요?”

도윤은 레이스로 지아의 눈을 가렸다.

“아가씨, 날 누구로 상상하든 상관없어요.”

여전히 내키지 않았던 지아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임강욱 씨, 하지 마요. 나, 나 아직 버틸 수 있어요...”

욕조의 찬물을 빼고 도윤은 미지근한 물을 다시 넣은 뒤 불을 껐다.

밖에서 희미한 빛만 쏟아져 들어와 눈부시지도 않았고 분위기도 딱 좋았다.

지아는 당황하며 손으로 도윤의 가슴팍을 밀었다.

“저, 전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도윤은 몸을 숙여 지아의 귀에 속삭였다.

“아가씨 몸은 이미 오래전에 준비됐어요.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것뿐이죠. 두려워하지 마요. 난 아가씨 마음 바라지 않아요.”

악마처럼 낮게 속삭이며 도윤은 지아가 닫힌 마음의 문을 열도록 조금씩 밀어붙였다.

도윤의 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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