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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작가: 김나비
어린아이는 어른들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의아함이 가득한 소망의 눈빛에 도윤이의 마음은 감정에 격렬하게 휘둘리고 있었다.

“아가, 그동안 많이 고생 했지?”

‘고생?’

고생이 뭔지 몰랐던 소망이는 아빠, 오빠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는 것만 알았다.

“참, 배 안 고파?”

도윤은 서둘러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역시나 어린아이였던지라 두 눈이 단번에 반짝거렸다.

소망은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 찬 식탁을 바라보며 막 밝아지던 눈빛이 다시 어두워졌다.

“오빠.”

도윤은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이미 사람을 보내서 오빠를 데려올 테니 곧 오빠랑 만날 수 있을 거야. 얼른 먹어. 오빠가 오면 또 줄게.”

소망이는 분명 배가 고팠지만 그렇다고 허겁지겁 먹지 않는 걸 보아 태생적으로 귀티가 났다.

외모는 자신과 닮았지만 행동은 엄마의 우아함을 물려받은 듯했다.

도윤은 소망을 바라볼수록 마음이 들떴고, 당분간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살아있고 옆에서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음식을 한참 먹던 소망은 남자가 먹지 않고 쳐다만 보고 있자 살갑게 도윤 앞에 과자를 내밀었다.

“삼촌도 먹어요.”

그 간단한 행동에도 도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다시 한번 도윤이 아이를 품에 안았다.

“착하기도 하지.”

소망은 삼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싫지는 않았다.

도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이.

‘삼촌 잘생겼다.’

이윽고 도윤은 차분하게 생선 가시를 발라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곧 오빠가 올 거라고 안심시켰다.

사탕까지 가져다주는 삼촌을 소망이는 무척 좋아했다.

하늘이 밝아지고 바다는 다시 잔잔해졌다.

폭우가 그치고 드디어 하늘이 맑아졌다.

지아는 열이 내렸다가 오르기를 반복하며 며칠 동안 앓았다.

마침내 배가 정박해 한 섬에 멈췄다.

더 이상 배가 흔들리지 않자 지아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마자 창밖으로 눈 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고, 지아는 손을 뻗어 눈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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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아는 가족과의 상봉만으로도 아주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임호가 이렇게 큰 선물을 준비할 줄은 몰랐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으면서 어렵게 찾은 가족이야. 나는 가족과의 정이 중요하지 재산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지아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오빠들이 다가와 위로했다.“부담 갖지 마. 이건 아버지와 우리 모두의 마음이야.” 시후는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 네가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했고, 네가 자라는 모습도 지켜보지 못했어.” 시하는 지아를 꼭 안으며 말했다.“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너한테는 이제 가족이 있잖아.” 지아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결국 ‘가족’이라는 한 마디였기에, 되려 오빠들을 끌어안으며 그동안 참아 왔던 눈물을 흘렸다. 지아는 자신이 이제 강해졌다고 믿었는데, 요즘 들어 자꾸만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세상일이 아무리 엉망이라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부장경은 지아가 가족의 품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멀찍이 서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A시에서 지내던 동안 지아는 부씨 가문과 재회했지만, 부장경은 지아에게 여전히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오늘, 소씨 가문과의 재회를 통해 그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한편, 소임호가 소씨 가문과 완전히 결별하겠다고 선언한 일은 모두에게 예상 밖의 일이었다.비록 이 모든 상황은 소임호가 오랜 시간 준비한 것이었지만, 그조차도 아내가 그 과정에서 희생될 줄은 몰랐다. 소임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조경숙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심세호는 철저히 가짜 신분을 사용했기에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 이제 남은 유일한 희망은 소시월이었고, 그녀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시월은 폐별장에 감금되어 있었고, 소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소상현이 저지른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빴다. 그 사이 지아는 먼저 시월이 감금된 폐별장으로 향했다. 차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22화

    본래 악랄한 자는 더 악랄한 자가 상대해야 하는 법이었다. 시월은 자신을 예린에게 넘긴다는 말을 듣고 공포에 사로잡혔다. ‘저 여자는 완전 미친 사람이야!’ ‘소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리 나를 증오한다고 해도 인간적인 동정심을 느낄 거야. 하지만 이예린이면 말이 달라질 거라고!’ 예린은 독충에서 연구를 할 때부터 가장 잔혹하고 무자비한 인물로 악명이 높았다. 게다가 시월은 시후를 해친 데다가 예린을 속인 적도 있으니, 예린이 시월을 가만두지 않을 것은 뻔했다. 예린은 심문 전문가보다도 더 가혹할 것이었고, 예린에게 붙잡힌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정도의 고통을 겪을 게 분명했다. “안 돼요! 아빠, 오빠들, 우린 그래도 한 가족이었잖아요. 제발 이예린한테 저를 넘기지 말아주세요. 저 여자는 악마예요! 정말이라고요!” 소씨 가문 사람들은 잠시 망설였지만, 시월이 이토록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고 곧 결정을 내렸다. 예린은 마치 유령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한 걸음씩 시월에게 다가갔다. 시월은 황급히 도망치려 했지만, 긴 팔과 다리를 가진 채 온몸에서 서릿발 같은 살기를 뿜어내는 부장경에게 그대로 붙잡히고 말았다. 부장경은 키도 크고 체격도 우람하여,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아우라로 시월을 집어삼키려 했다. 부장경은 곧이어 시월을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힘껏 탁자 위로 내던졌고, 시월은 탁자 위에 쌓여 있던 서류들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남자와 여자의 힘의 격차는 너무도 크기에, 시월은 자기 등이 아프다는 것만 느낄 뿐, 말 한 마디 할 힘조차 없었다. 부장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시월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어디 가려고?” “그, 그게...”시월은 말을 잇지 못한 채 더듬거렸는데, 바로 그때 시월의 팔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시월은 고개를 돌렸고, 예린이 어느새 주사기로 자기 팔에 약물을 주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하지만 이미 주사기 안의 모든 액체가 시월은 몸에 주입된 뒤였다. “이예린, 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21화

    소씨 가문 사람들은 마치 굶주린 이리 떼처럼 시월을 둘러싸고 있었다. 모두가 시월을 증오했지만, 당장 죽일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소임호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살의를 억눌렀다. “시월아, 내가 원하는 건 네가 독충의 모든 은신처와 거점, 그리고 그동안 조경선이 해 온 짓거리를 낱낱이 밝히고, 조경선을 여기로 끌어내는 거야.” 이것이 바로 시월이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시월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저한테서 온갖 방법으로 모든 걸 빼앗아 갔으니 이제 전 빈껍데기나 다름없어요. 이제 와서 제가 말하는 말든 무슨 차이가 있죠? 결국 빨리 죽느냐, 늦게 죽느냐의 차이일 뿐이잖아요.” 시월은 주위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본 듯 덧붙였다.“제 손에 독충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데이터가 있어요. 만약 저를 살려준다면 여러분한테 협조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어요.” 총명한 사람은 어떤 궁지에서도 탈출구를 찾기 마련이다.시월 역시 그런 사람이었는데, 절벽 끝에 뿌리내린 한 줌의 씨앗처럼, 시월에게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위로 뻗어 나가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시월의 문제는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 있었고, 인간으로서의 도덕과 양심을 버렸다는 점에 있었다. 시월은 이제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괴물이 되어 있었다. 시하는 분노에 차서 시월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꿈 깨! 네가 그동안 저지른 악행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갈 구멍을 찾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집어 치워. 네가 스스로 모든 걸 털어놓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입을 벌리게 하고 말 거야.” 시월은 뺨을 맞아 입가에서 피가 흘렀지만, 예전처럼 울며 오빠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려 하지는 않았다. 예전의 시월이라면 사람들의 연민을 사기 위해 연약한 척하고 애교를 부렸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수법이 통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차분한 태도를 유지한 것이었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20화

    시월은 목소리를 높였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외쳤다.“나는 너처럼 태어나면서부터 귀한 가문의 아가씨로 살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었어! 나 같은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발버둥 치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고. 내가 태어난 그 가난한 산골 마을을 네가 알기나 해?”“그곳 여자들은 소랑 말보다도 못한 삶을 살아가. 대부분의 아이는 십 대가 되기도 전에 부모에게 팔려 나가 늙은 노총각에게 시집가고, 아이를 낳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지. 조경선이 아니었다면 나도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을 거야. 그 여자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으면, 난 이미 죽었을 거라고!”“하지만 당신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걸 가졌잖아. 손만 뻗으면 뭐든 가질 수 있었잖아! 그런데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했지?!” 지아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치를 떨며 외쳤다.“아직도 책임을 회피하고 동정을 사려는 거야?! 어린 나이에 그런 악랄한 수를 썼다는 건, 네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라는 증거야! 태어난 환경이 잔혹함을 정당화하는 핑계가 될 순 없다고!” “너, 정말 네가 저지른 모든 죄를 몇 마디 말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아는 지난 2년 동안 자신이 왜 어린 나이에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는지 철저히 조사했다. 짧은 시간에 암이 그 정도로 형성되려면 몹시 어려운 조건이 필요했는데, 지아는 어릴 적부터 소계훈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귀한 딸이었다.설령 소계훈 가문이 몰락하고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아주 힘들었다고 해도, 그렇게 단기간에 병이 악화될 리 없었다. 결국 단 하나의 결론이 남았다.‘누군가 오래전부터 나한테 암을 유발하는 약물을 썼던 거야.” 결혼 문제로 인한 혼란은 단지 발단에 불과했다. 그때만 해도 이서가 조금만 더 일찍 검진받았다면 병을 더 일찍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마침 그 시기에 소계훈 가문이 몰락했고, 그의 치료비만으로도 생활이 빠듯했던 지아는 자신의 건강을 챙길 여유조차 없었다. 결국 쓰러져 검사받고 나서야 병이 이미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19화

    시월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자신이 아주 완벽하게 숨겨왔다고 생각했지만, 지아는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다.심지어 시월의 얼굴뿐만 아니라 과거까지 말이다. 지아는 시월에게 한 무더기의 성형 기록을 내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정말 끈질긴 노력을 했더라?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그렇게 많은 성형을 해서 나랑 비슷한 얼굴을 만들면 뭐 해? 가짜는 어디까지나 가짜이고, 아무리 얼굴을 바꾼다 해도 진짜가 될 수는 없는 법인데. 마치 네 신분처럼 말이야!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진짜가 될 수 없다는 걸 이젠 알겠니?” “언제부터 알았던 거지?”“그게 그렇게 중요해? 소씨 가문이 혼란에 빠지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소영수 어르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소문만 돌지 않았으면, 나도 끝까지 속았을 거야. 평생 네 거짓말에 속아 살았을 거라고.” “소시월, 우리 소씨 가문에 그렇게 많은 악행을 저질러 놓고 후회한 적은 없니?” 지아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넌 몇 번이고 나를 죽이려 했고,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죽였고, 심지어 내 배 속의 아이까지 해치려 했어.” 시언도 입을 열었다.“내 손, 시하의 다리, 그리고 시영이의 목숨까지... 그 모든 걸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지?!” 시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네가 우리 친동생이 아니라는 건 잘 알겠어. 하지만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우리 남매들은 너를 친딸, 친동생처럼 대했어. 네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줬고, 넌 우리 소씨 가문에서 호강하며 자랐다고. 그런데 어떻게 이런 악랄한 짓을 할 수 있어? 시영이 죽음도 네가 벌인 짓이지?” 시월은 담배를 비벼 끄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면 무슨 소용이죠?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죄인이 되는 법인 걸요. 난 이미 패배자가 됐다고요.” “아니, 시영이 일만큼은 명확하게 말해! 시영이는 당시 이상한 죽음을 맞이했어. 그 사건, 네가 벌인 짓 아니야?” “그래요, 내가 벌인 짓이에요. 하지만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18화

    “형님,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형님은 우리 형님입니다. 그건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에요.”“형수님께 무슨 일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만 해주세요.” 소재호와 소윤성이 격앙된 채 말했으나, 소임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해. 자, 이만 돌아가거라. 나는 아직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이 좀 있어서.” 소재호와 소윤성은 부장경을 힐끗 바라보며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자리를 떠났고, 그저 소상현 가족만이 큰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너희들도 이만 가 봐.”소상현은 마음이 착잡했다.마치 자신이 패배한 것 같았고, 소임호의 회사를 손에 넣지는 못했으나 결국 소씨 가문 전체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상현이 이겼다고 생각할 수도 없었기에, 마음 한구석에는 기쁨이 아닌 허탈함만이 가득했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어...’‘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고.’소상현이 원했던 건 소임호를 소씨 가문에서 몰아내고, 소임호가 절망한 채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굴욕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소임호는 소씨 가문을 흔쾌히 넘기고 떠나려 하고 있었다. “당신, 그런다고 내가 고마워할 것 같아? 나는...” 소상현은 본심을 말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또다시 가시 돋친 말이었다. “아버지, 그러지 마세요.”소지훈이 소상현의 팔을 살짝 당기며 만류했다. 소임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지훈아, 앞으로 소씨 가문에선 네가 아버지를 잘 보살펴드려야 해. 소씨 가문은 네 할아버지께서 평생을 들여 이루어진 가문이야. 절대 그분을 실망하게 하지 않아야 해.” “큰아버지...”소지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지금껏 자신이 연예계에서 위기를 넘길 때마다 도와준 사람이 소임호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 깊은 곳에서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왔다. “정말 죄송합니다.”소임호는 한숨을 쉬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모두 나가봐.” 소지훈은 망설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17화

    “정확히 말하면 소씨 가문의 숨겨진 사업 중 하나였지.” 소임호는 이 한마디로 소지훈이 모든 상황을 깨닫게 했다. 소지훈은 그동안 자신이 실력으로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했다고 믿어 왔으나, 훌륭한 매니저를 만난 것도, 첫 출연작이 최고 등급의 작품이었던 것도 모두 우연이 아니었다.세상에 그렇게 많은 우연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것은 소임호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다. “당, 당신이...”소지훈은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그토록 오랜 시간 자신을 지켜 주고 보호해 준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을 무시해 왔던 큰아버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소지훈이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 “허, 당신이 만성의 대표였다니, 이제서야 알게 된 나도... 정말 바보 같군요.” “지훈아, 너도 연예계에서 몇 년간 몸담았으니 그 업계의 룰을 잘 알고 있을 거야. 만성은 너한테 맡기게 된 건 내가 너를 믿기 때문이야. 이건 네 할아버지와 상의한 끝에 정한 일이기도 해.” 소지훈은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손가락으로 옷깃을 세게 쥐고 있었고, 머릿속은 복잡한 감정으로 어지러웠다. 소지훈도 소상현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세워온 가치관이 조금씩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안 돼, 이런 식이면 안 된다고...’소지훈이 생각하던 큰아버지는 권위적이고 독단적이며,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이렇게 조용히 자신을 보호해 왔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소지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소상현을 바라보았다.“도훈이는 오래전부터 제 곁에서 일을 배워 온 사람이에요. 제가 하나하나 가르쳐 키운 인재나 다름없죠. 앞으로 소씨 가문의 사업 관련 문제는 도훈이에게 넘기겠습니다. 도장, 주요 문서가 들어있는 서랍 열쇠, 금고 비밀번호 등 모든 것을 도훈이에게 위임할 테니 믿고 맡기셔도 됩니다.” “너...!”소상현은 입을 열었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답답하게 한숨만 내쉬었다. 소임호는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16화

    소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이게 말이 돼? 아버지께서 형님을 얼마나 아끼셨는데, 유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으셨다고?’ 소상현이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아버지가 당신한테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셨을 리 없어!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그런 유언장에 동의할 수 있지? 그 유언장은 분명 가짜일 거라고!” 소임호는 담담하게 설명했다.“물론 아버지는 내게 유산을 나눠 주고 싶어 하셨지만, 내가 거절했어. 나도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재산을 모았고, 소씨 가문의 것은 탐낸 적이 없으니까. 그래, 난 소씨 가문의 것을 탐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소임호는 미리 준비해 둔 수표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2조야. 아버지께서 보유하셨던 20% 지분에 대한 금액인데, 현재 시가로 따지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 아버지께서 투자하신 400억에 비하면 수십 배로 늘어난 금액이야. 그동안 소씨 가문이 우리 가족에게 베풀어준 보살핌에 대한 감사의 뜻이란다.” 가볍게 내민 수표 한 장은 보이지 않는 강렬한 손바닥으로 소상현의 얼굴을 내리친 것과 같았다.소재호와 소윤성은 즉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형님, 저희도 형님이 오랜 세월 동안 소씨 가문을 지탱해 오셨다는 걸 압니다. 이 돈을 절대 받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다고 해도 절대 받지 않으셨을 거고요.” “맞습니다. 형님은 어머니의 아들이니 당연히 유산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형님은 아버지께서 가장 아끼신 자식이었잖아요. 그런데 유산을 거부한 걸로도 모자라 저희에게 주시다니요!” 소영수가 살아 있을 때도 그들이 이 돈을 받을 리는 없었지만, 지금 이 돈을 받는 것은 소임호와 소씨 가문의 관계를 완전히 끊겠다는 뜻이었다. 소임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언제나 너희를 친동생으로 생각해 왔어. 딴마음을 품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더구나.”“상현이가 나와 우리 가족을 내쫓기 위해 이런 극단적인 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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