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타일에 부딪치자, 격렬한 충돌 소리가 났고 모두를 놀라게 했다.이것은 추모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었다!‘이 대표 미친 거 아니야? 이 어린 소녀가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렇게 심하게 손을 쓰는 거지?’이예린은 자신이 지아의 장례식에 놀러 왔다가 뜻밖에도 남에게 발각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오빠에게.‘나와 소지아 사이에서 줄곧 날 선택했는데.’‘지난번에는 심지어 날 위해 소지아의 손까지 다치게 했고.’‘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머리가 타일에 박히자, 이예린은 어지러워서 눈앞이 캄캄해졌고, 이마는 아예 피투성이가 되었다.‘내가 지금 이 모습을 유지하려고 얼굴에 얼마나 많은 수술을 했는데!’“대표님, 지금 사람 잘못 본 거 아닌가요! 난 당신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왜 나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이예린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거친 목소리를 숨기기 어려웠다.그녀는 얼굴을 고칠 수 있어도 불에 타버린 성대를 통제할 수 없었다.그러나 도윤은 이예린과 다툴 마음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억누르더니 몸을 숙여 오직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이예린, 지아는 이미 떠났지만 그녀를 해친 사람, 난 하나도 놓치지 않을 거야. 지아 앞에 고분고분 무릎 꿇고 참회나 해. 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이예린도 더 이상 연기를 하지 않았다.“그 여자가 스스로 선택한 길인데,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앞으로 오빠가 지옥에 가면 스스로 그 여자 찾아가서 설명하든가.”“잘못을 뉘우치고 싶지 않은 건가? 하지만 오늘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아에게 꼭 절을 해야 해!”말을 마치자, 도윤은 이예린의 머리를 잡고 힘껏 눌렀고, 이예린은 발버둥 칠 여지가 전혀 없었다.심예지는 두 사람의 행동에서 이미 여자의 신분을 알아맞힐 수 있었다. 도윤이 이예린을 험하게 대하는 것을 보며 심예지는 마음이 아팠지만 나서서 막지 않았다.심예지가 이예린에게 빚진 것
도윤 쪽은 이미 단서를 찾았는데, 그는 지아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확신했고, 곧 그녀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그러나 도윤은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와줘서 고맙군.”건우는 도윤과 눈을 마주쳤는데, 그의 눈에는 이미 핏발이 가득했고 얼굴 역시 전보다 많이 야위었다. 요 며칠 도윤에게 있어 1분 1초가 고문이었다.장례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아주 이상하다고 느꼈다. 장례식에서 한 여자를 피투성이로 만들다니. 게다가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뜻밖에도 나서서 도윤을 막지 않았고 심지어 도윤이 무릎을 꿇도록 내버려두었다.남자는 쉽게 무릎을 꿇으면 안 된다는 옛말이 있었는데, 도윤은 뜻밖에도 자신의 부모님이 아닌 아내의 위패 앞에서 계속 무릎을 꿇고 있었다.시간은 1분 1초 지나갔고, 날이 점점 어두워질 때, 이예린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에 쓰러졌다.심예지는 얼른 가서 도윤을 말렸다.“도윤아, 이제 그만해.”도윤은 이예린을 바라보았다. 이마의 피는 이미 응고되었지만 안색은 많이 창백해졌다.왠지 모르지만, 지금 도윤의 머릿속은 온통 지아가 약물치료를 받은 후의 그 연약하고 불쌍한 모습으로 가득했다.‘그에 비하면 이게 뭐라고?’도윤은 냉담하게 웃었지만, 주위의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고 있었기에 그는 진환을 바라보았다.“데리고 가서 치료해 줘.”그리고 도윤은 계속 무릎을 꿇으며 참회했고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갔다.이예린은 자기가 이런 방식으로 다시 집에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얼마 동안 기절했는지, 이예린은 천천히 깨어났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귓가에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어디 아픈 데 없어?”이예린은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그것은 검은 원피스를 입은 심예지였다.심예지는 관심을 가진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움직이지 마. 너 지금 뇌진탕이라 휴식을 취해야 해. 오랫동안 잤으니 목마르지? 참, 배도 고프겠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이예린은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방금 전의 일로, 지금 이예린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심예지는 도윤이 충분히 감정을 발산했다고 생각했다. 이예린이 하룻밤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그가 특별히 의료진을 청해 그녀를 돌보라고 했기 때문이다.“도윤아, 예린은 금방 깨어났으니 네가 이렇게 나오면 엄청 놀랄 거야.”도윤은 담담하게 심예지를 바라보았다.“어머니, 설마 제가 예린이 지아를 다치게 한 일을 이대로 넘어갈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심예지도 안색이 변하더니 이예린을 뒤로 감싸며 도윤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지금 예린은 이렇게 다쳤는데, 설령 지난날 지아에게 몹쓸 짓을 했더라도 이미 충분히 벌을 받았잖아?”비록 심예지는 지아를 귀여워했고 또 지아가 이렇게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까웠지만 이예린은 결국 그녀의 딸이었다.짐승도 자신의 새끼를 아꼈으니, 죽은 며느리와 딸 사이에서 심예지는 당연히 자신의 딸을 선택할 것이다.도윤은 싸늘하게 웃더니 절뚝거리며 이예린을 향해 걸어왔다. 그는 무릎을 너무 오래 꿇어서 무릎이 다쳤고 걷는 자세도 평소와 달랐다.“이예린이 무슨 일을 했는지, 어머니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데다 나와 지아의 관계까지 이간질하여 우리를 이혼하게 만들었죠. 그리고 지아를 수차례 죽이려는 것도 모자라 지아가 암 말기에 이르렀을 때, 고의로 지아를 자극했어요. 이예린이 이러고도 사람인가요?”심예지는 자신보다 키가 훨씬 더 큰 아들의 얼굴에 슬픈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 그러나 이예린도 그녀의 아이였으니 심예지는 또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도윤아, 예린도 물론 잘못을 저질렀지만, 지아는 이미 떠났으니 네가 지금 그녀를 위해 무슨 일을 해도 모를 거야. 죽은 사람은 하늘에서 편히 쉬게 하고, 우리처럼 살아있는 사람이 계속 속죄하는 건 어떨까?”도윤은 이런 말을 조금도 듣고 싶지 않아 손을 들어 심예지를 떼어냈다.“어머니, 지금 이예린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는 거, 저
도윤은 마치 괴물을 보는 것처럼 이예린을 바라보았다. ‘왜 소리를 지르지 않는 거지? 왜 이렇게 냉정한 거지?’이예린은 다른 한 손을 내밀어 도윤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뜻밖에도 웃기 시작했다.“오빠, 지금 나보다 더 아프겠지?”“왜, 왜 그런 거야? 지아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왜 그녀를 다치게 한 거냐고?”“별다른 이유 없어. 난 그 여자가 뼈에 사무칠 정도로 밉거든.”이렇게 보면 광기도 유전되는 것 같았다. 이예린과 도윤은 그들의 어머니처럼 미친 짓을 하기 좋아했다.“어쩜 아직도 반성을 할 줄 모르는 거야!”도윤은 재빨리 이예린의 오른손 수근을 잘랐고, 순간 새빨간 피가 그녀의 얼굴에 튀었다.그러나 이예린은 오히려 환하게 웃었다. “지금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그 여자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심예지는 도윤이 정말로 손을 쓸 줄은 몰랐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여동생의 손을 이렇게 만들다니.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도윤을 밀어냈지만 오히려 이예린이 웃는 얼굴을 마주했다.“미친놈, 너희 둘 다 미쳤구나! 이 집사! 빨리 의사 불러와!”심예지는 이예린의 손목을 살펴보려고 황급히 그녀의 소매를 걷어올렸는데 오히려 이예린의 팔에 있는 수많은 흉터들을 보았다.딱 봐도 수십 년 전에 생긴 것으로,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심예지는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 딸이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야.’그리고 딸의 손에 아직도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심예지는 일어나 도윤의 뺨을 때렸다.“예린이는 네 여동생인데, 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 빌어먹을 놈!”도윤도 그 흉터들을 보았다. 그는 이예린이 시골에 팔려가 죽기보다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도윤은 그녀를 불쌍히 여겨 한 번 또 한 번 봐주었다.그러나 이예린을 시골로 팔아먹은 사람은 지아가 아니었고, 그녀를 이렇게 만든 사람도 지아가 아니었으니 어째서 자신이 겪은 이 모든 고통을 지아의 탓으로 여긴 것일까?‘지아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도윤
“안 돼!” 심예지는 가슴이 찢어지는 목소리로 외쳤다.‘이거 다 내 잘못이야. 그때 이남수와 얽매이지만 않았어도 멀쩡한 아이들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오빠는 오빠 같지 않았고, 여동생은 또 동생 같지 않았다.도윤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에 정말 이예린의 두 손과 두 다리를 못쓰게 만들어 그녀를 불구로 만들었다.심예지가 이예린의 곁에 있는 것은 마치 전에 주지 못한 사랑을 다시 메우기 위한 것 같았다.그녀는 매일 상냥하게 이예린을 위해 세수를 해주고 머리를 빗어주며 밥을 먹여 주었다.어릴 때 이예린이 받지 못한 사랑을 전부 보충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예린은 사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사는 것과 죽는 것은 별 차이가 없었으니까.인생에서 뜻밖에 만난 소시후가 준 그 따뜻함을 제외하고, 이예린은 이미 인간의 냉담함과 추악함에 익숙해졌다.그러나 심예지의 보살핌을 받자, 이예린은 좀 적응하지 못했다.예전에 그녀를 미워한 사람은 어머니였고, 그녀를 다정하게 대한 사람은 오빠였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도윤은 그녀를 극도로 싫어했지만 오히려 심예지가 아주 부드럽게 그녀를 챙겨주었다. 매일 이예린과 함께 먹고 함께 자며 심지어 그녀의 몸을 닦아주기도 했다.처음에 이예린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아픔도 모르고 웃을 줄도 모르는 인형 같았다.3일 뒤, 이예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유가 뭐죠?”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자, 심예지는 깜짝 놀랐지만 곧이어 무척 기뻐했다.“예린아, 지금 엄마랑 얘기하는 거야?”그 기쁨에 찬 표정을 보며 이예린은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왜 날 챙겨주시는 거죠? 전에 내가 엄청 밉지 않았나요?”“난...”영문 몰라 하는 아이의 눈빛에 심예지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이 세상에 딸인 자신에게 잘해준다고 엄마한테 이유를 물어보는 아이가 어딨어?’이예린은 두 손과 두 다리가 모두 못쓰게 됐지만,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이것은 이예린이 전에 이보다 더 아픈 상처를
어두운 밤, 건우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산속의 한 별장에 나타났다.밤이 되자, 1층에 있는 한 방에서 누군가 불을 켰다.건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원다빈이 재빨리 나왔다.“아무도 따라오지 않았죠?”“응, 지아의 상태는 좀 어때?”다빈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고, 두 손으로 건우의 목을 감으며 투덜댔다.“여자친구더러 첫사랑을 돌보라고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달려와서 하는 첫 마디 말도 첫사랑이에요? 이건 너무 하지 않나요?”“미안, 다빈아. 많이 고생했지? 하지만 지아의 상황이 좀 위급해서 그래.”건우가 황급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다빈은 참지 못하고 웃었고, 입가의 두 보조개는 매우 귀여웠다.“됐어요, 농담일 뿐이에요. 내가 속이 좁은 여자처럼 보여요? 사실 나도 이해할 수 있어요. 지아 언니는 정말 미모를 가진 천재잖아요. 사실 여자인 나도 언니 얼굴만 보면 막 설렜으니 선배는 더 하겠죠.”건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는 정말 다빈이 오해할까 봐 두려웠다.그는 비록 예전에 지아에게 호감을 가졌지만, 이 2년 동안 건우는 이미 원다빈이란 영리하고 발랄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또 이상한 말 한다.” 다빈은 두 손을 모으더니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 마침내 이 대표님이 왜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아 언니를 곁에 남겨두려 했는지 알 거 같아요. 언니는 웃는 모습이든 슬퍼하는 모습이든 모두 사람들의 동정을 자아냈으니 나였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니를 곁에 남기려 했을 거예요.”다빈은 혀를 내둘렀다.“또 이상한 말 했네요. 아무튼 걱정하지 마요. 난 지아 언니를 엄청 좋아하니까 절대로 질투하지 않을 거예요. 요 며칠 언니는 전에 병원에 있을 때처럼 의기소침하지 않았고 몸도 많이 회복된 것 같아요.”“그럼 다행이네. 지아는? 잤어? 지금 알려줄 소식이 좀 있는데.”“그래요, 내가 가서 불러볼게요.”다빈은 깡충깡충 뛰면서 지아의 방을 향했다. 그녀는 먼저 문을 두드렸고, 안에 있는 사람의 대답을 듣고서야 들어왔다.지아는 하
지아는 며칠 동안 휴식을 취했기에, 신체의 각종 수치가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건우도 그녀의 안색이 며칠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을 발견했다.“지아야, 이곳에 지내면서 어디 불편한 데 없어?” 건우가 물었다.“없어요. 다빈도 세심하게 날 챙기고 있고, 아무튼 여기에 있으니 기분이 엄청 좋네요.”가장 중요한 것은 지아는 매일 도윤에게 묶여서 살 필요가 없었고, 또 누군가 자신을 암살하러 올까 하는 염려도 없었다.사람의 병은 대부분 마음에서 비롯됐기에, 마음의 부담만 없다면 병은 반쯤 아물게 될 것이다.“그럼 됐어. 다빈은 마음씨가 착한 아이니까 무슨 일 있으면 그녀에게 말해.”“고마워요. 나도 이 은혜를 잘 기억하고 있을게요. 만약 내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꼭 보답할 테니까요.”“지아 언니, 뭘 그렇게 따지고 그래요. 우리는 언니의 보답 같은 거 바라지도 않았어요. 자, 일단 앉아서 천천히 말해요.”지아는 앉아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요? 이도윤이 낌새라도 알아차린 건가요?”지아는 도윤에게 의심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요 며칠 도윤은 외부와의 모든 연락을 끊었고, 또 그녀의 시체를 찾을 리가 없었기에 지아는 도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다.“걱정하지 마. 그 사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꼬박 3일 동안 바다에 있다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 인양했는데, 완전히 희망을 잃고서야 장례식을 치른 거야.”다빈은 코웃음을 쳤다.“있을 때 잘 하지 그랬어요. 사람이 죽었으니 그렇게 큰 장례식을 치러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건우는 이어서 말했다. “나도 장례식에 참석했어. 그 사람은 엄청 초췌하고 수척해졌더라. 게다가 장례식에서 한 여자를 붙잡더니 네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절까지 하라고 했고. 그 사람 힘을 아주 세게 써서 그 여자는 머리가 온통 피로 뒤덮였는데, 후에 또 그녀를 붙잡고 함께 무릎을 꿇었어. 그 여자는 몇 시간 만에 바로 쓰러졌지만 그 남자는 꼬박 하루 동안 무릎을 꿇었어.”지아는 말을 하지 않았
현재 지아의 상태를 보며 건우는 한숨을 돌렸다.“네가 그 남자를 위해 마음 아파할 줄 알았는데, 자신의 결정을 후회할까 봐 말이야. 이제 완전히 내려놓은 것을 보니 나도 안심이 되네.”“임 의사, 과거의 소지아는 이미 그 바다에 빠져 죽었어요.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것이니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건우는 갑자기 전에 그가 지아에게 했던 질문을 떠올렸다. 그때 건우는 지아에게 도윤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냐고 물었고, 그녀 역시 지금처럼 냉정하게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아요.”다만 지금의 지아는 눈빛이 더욱 확고해졌고, 마치 다시 태어난 봉황처럼 굴복하지 않으려 했다.“해야 할 일을 다 하기 전에 난 절대로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지아가 자살한 척하려던 이유는 도윤의 곁에서 도망치는 것 외에 너무나도 많았다.도대체 누가 뒤에서 사람을 조종하여 자신을 죽였는지, 그리고 지아는 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지아는 기억을 회복한 후에야 자신이 기억을 잃었을 때 백화점에서 만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랐다. 그는 바로 전효였다.그때 전효는 쌍둥이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당시 지아는 그 두 아이가 매우 익숙하다고 느꼈다.가장 중요한 것은 지아가 두 아이 중 하나를 안았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기껏해야 4kg 정도 밖에 안됐는데, 신생아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전효는 세로로 아이를 안았던 것이다. 정상적으로 3개월 전의 아이는 뼈가 잘 발육되지 않아 가로로 안을 수밖에 없었다.그렇다면 오직 하나의 가능성밖에 없었다. 그 두 아이는 미숙아이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어렸던 것이다.지아가 임신하고 있을 때, 전효는 총알로 그녀에게 경고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는 그 킬러들과 함께 왔으니 지아를 보호하고 싶다고.날짜를 계산해 보면, 전효가 안고 있던 아이가 바로 지아가 낳은 그 쌍둥이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애석하게도 그때 지아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기에 제때에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그와 만날 기회를 놓쳤다.
이 말이 나오자마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몸을 움츠렸고, 그들 중에는 한때 소임호의 뒤를 따르던 사람도 적지 않았다. 비행기 사고 소식이 전해지며 소씨 가문이 혼란에 빠지자, 그 사람들은 곧장 새로운 선택을 했다.본래 군자는 좋은 벗을 택하는 법이지 않은가? 소임호가 죽었다고 생각한 그들은, 시후가 병으로 쇠약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게다가 다른 형제들도 믿음직하지 못하니, 결국 사람들은 소상현 쪽으로 몰리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소임호가 죽음을 위장하고, 이렇게 난감한 시점에 돌아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일명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은 즉각 태도를 바꾸었고, 앞다투어 소임호에게 아부하며 말했다. “대표님, 무사하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희는 날마다 대표님을 위해 기도드리며...”소임호가 차갑게 그들의 말을 끊었다.“빨리 극락에 가서 뼈도 남지 않길 바랐다고?” “허허, 여전히 유머러스하시네요.” “저희는 대표님께서 하루빨리 돌아오시길 바랐습니다. 대표님께서 부재중인 동안 회사가 이렇게 큰일을 겪었으니까요.” “이쪽으로 오시죠.”방금까지는 시후를 몰아세우며 목소리를 높이던 한 원로가, 소임호를 보자마자 태도를 바꿔 소지훈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여긴 너 같은 애송이가 앉을 곳이 아니야! 어서 비켜, 대표님께서 오셨다고!”이 세상에서 진정한 힘은 실력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모두 이 회사가 누구의 손에서 태어났는지, 누구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인지, 누구의 뿌리이자 삶의 전부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본래 소임호가 없다고 생각하고 산 정상에 꽂힌 깃발을 훔치려 했지만, 고지에 닿기도 전에 장군이 병력을 이끌고 역습을 해온 꼴이었다.상황을 지켜보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은 자연스레 소임호의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소상현의 편에 서 있었으나, 소임호가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이 소상현에게 등을 보였다. 이 상황에 소상현도 살짝 당황했
소상현과 소임호는 원래 이복형제였지만, 어린 시절의 소상현은 아버지에게서 아주 엄격한 대우를 받았다. 그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네 형의 반이라도 닮으렴.”“형은 똑똑하고 재능이 있는데, 넌 왜 그렇게 어리석니?” “이렇게 간단한 보고서도 이해 못 한다니, 네 형이라면...”소상현은 집안의 둘째였기에 형인 소임호와 비교되는 일이 많았다. 소임호의 빛나는 존재감 아래, 소상현은 얼마나 평범해 보였는지 모른다. 소상현은 이미 열심히 노력했지만 노력과 재능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소임호는 단순히 똑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노력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천부적인 재능 위에 더해진 노력은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었다.즉, 소상현은 평생을 다 바쳐도 소임호를 따라잡을 수 없을 터. 소임호는 소상현의 평생의 트라우마였다. 그러던 오늘, 드디어 진실이 밝혀졌다.이번 기회에 소상현은 당당히 소임호와 그의 가족을 몰아내고 자신들의 모든 것을 되찾을 참이었다. “시후야, 너도 똑똑한 사람이니 길게 말하진 않으마. 네가 약간의 지분을 샀다고 해도, 우리 손엔 여전히 아버지의 지분이 있어. 결국 너희는 ‘패배’했단 뜻이지!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하니? 결국 사람들한테 비웃음이나 살 텐데.” 시월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그 말은 옳지 않아요! 우리 아빠가 할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한 핏줄로 연결된 가족이에요. 우리 몸에는 할머니의 피도 흐르고 있으니까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애틋하게 사랑하며 함께 살아오셨는데, 우리한테 상속권이 없다는 게 말이나 돼요?” “게다가 이 회사는 우리 아빠가 맨손으로 일궈낸 거예요.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크게 성장한 회사에 숟가락을 얹겠다니, 세상에 이렇게 구차한 일이 어디 있어요?” 소지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아버지, 더는 말싸움할 것도 없어요.” 소지훈은 손뼉을 치며 전문 변호사팀을 불러들였다. 그와 동시에 시후 측의 변호사들도 들어왔는데, 그들은
도윤은 지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자기야. 이미 사람들을 보내 조사하고 있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아.” 도윤의 세력은 대부분 A국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곳에서는 섣불리 행동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심세호는 이날을 위해 오랜 세월 동안 계획을 세웠으니, 심세호를 단번에 찾아내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소임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소임호가 보낸 사람들마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도윤은 이틀 동안 무릎을 꿇은 탓에 체력이 바닥나 빗속에서 기절할뻔했지만, 소씨 가문 사람들은 조금의 동정도 보이지 않았다.시하가 냉담하게 말했다.“저러다 죽으면 더 좋겠어.” 시언도 맞장구쳤다.“좋은 사람은 오래 못 산다더니, 나쁜 놈은 천년이 가도 안 죽는구나.” 소임호는 그저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당장 끌어내. 내 눈앞에서 치워버리라고!”지아는 그들의 태도에 머리가 아팠다.‘아무래도 가족들이 도윤 씨를 받아들이는 건 단기간에 이루어질 일이 아닌 것 같아.’ 지아는 진봉에게 도윤을 방으로 옮겨 정성껏 간호하라고 지시했다. 소씨 가문에서 도윤에 대해 가장 악의가 적은 사람은 시후였는데, 시후가 천천히 지아의 곁으로 다가왔다.“소시월이 자금을 다 모았어.” “그럼 이제 우리가 연극을 시작할 때네요.” 시월이 밤새 달려와 도착하자, 시후는 일부러 얼굴에 화장하고 아주 쇠약한 모습을 연출했다.“콜록콜록... 월아, 왔구나.” “오빠, 이틀 만에 상태가 왜 이렇게 악화된 거예요? 절대 쓰러지시면 안 돼요.” “걱정하지 마, 월아. 오래된 병이라서 그래. 그나저나 돈은 다 모은 거야?” “네, 오빠, 지금 상황은 좀 어때요?” “내가 있는 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의 재산을 지켜내려 하겠지만...” 시후는 일부러 기침을 몇 번 더 하며 말했다.“월아, 앞으로 우리 소씨 가문은 너한테 달렸어.” “오빠, 괜찮을 거예요.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시월은 겉으
어떤 고통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법이지만, 사실 지아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이미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첫째, 지아는 여전히 도윤을 사랑하고 있었다.둘째, 지아와 도윤 사이에는 네 명의 자녀가 있었다.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가족과 재회한 후에야 지아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복수에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지금 가진 것들을 꼭 붙드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느꼈다. 지아는 누구보다 지금의 평온을 애틋하게 아끼고 있었다.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지아와 같은 마음가짐이 아니었다. 도윤이 예전에 저지른 일들로 인해, 도윤이 백번을 죽는다 해도 소씨 가문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도윤은 정원에서 하루 밤낮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지아가 몇 번이고 도윤을 말렸지만, 도윤은 부드럽게 말했다.“자기야, 난 당신이랑 재혼하고 싶어. 당신한테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다고. 하지만 부모님의 축복이 없는 결혼은 완벽하지 않은 거잖아.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당신 가족의 용서를 구하고 싶어.”“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지아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모든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건 다 내 잘못이야. 당신이 살아 있고, 나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면 이 정도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도윤의 무릎은 이미 감각이 없었지만, 도윤은 등을 곧게 펴고 있었고 눈빛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그리고 내가 겪는 고통은 당신의 만분의 일도 안 될 거야.” 그날 밤, 하늘에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고, 도윤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여자라면 이미 기절했을지도 모르지만, 도윤은 강인한 체력으로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한편, 지아는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소임호는 어제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 보였다. 소임호가 지아를 보자마자 빙그레 웃었다.“우리 지아 왔니? 네가 처방해 준 약이 효과가 정말 좋더구나. 오늘 몸이 한결 가벼워졌어.”소임호의 얼굴에는 약간의 혈색이 돌았지만, 아내를 걱정하며
도윤이 예전에 지아에게 저지른 일들은 정말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물며 지아의 가족들이 그녀의 과거 고통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겠는가? 지아가 아무리 ‘다 지나간 일이다’라고 말한다 한들, 깊은 밤 홀로 고통과 싸우며 버틴 지아의 고통은 절대 그렇게 쉽게 잊힐 수 없는 것이었다. 소임호는 도윤을 원수 대하듯 노려보았다. “아빠,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지금은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지아가 부드럽게 달래자, 소임호는 가슴을 쓰다듬으며 간신히 감정을 추슬렀다.“딸아, 우리 집안에 어떤 일이 생기든, 나는 절대로 저 자식과 네가 엮이게 두지 않을 거란다.” 소임호는 도윤을 향해 다시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뭘 그렇게 보고만 있어?! 당장 썩 꺼지지 못해? 우리 소씨 가문은 너 같은 놈을 환영하지 않아! 예전에 네가 우리 딸을 어떻게 괴롭혔는지는 벌써 잊은 게야? 그때는 우리가 없어서 네가 설치게 내버려뒀지만, 이제 내 딸한테 가까이 오기만 해 봐! 나는 평생 내 딸을 지킬 거야!” “장인어른, 제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은 씻어낼 수 없는 죄악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잘못을 사죄하고, 가능한 한 보상하고 싶습니다.” “필요 없어! 사과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세상에 경찰이랑 법은 왜 필요하겠나? 진심이든 아니든, 네 사과 따윈 듣고 싶지 않아!” “장인어른.”“그 따위로 부르지 말게. 난 너 같은 사위는 둔 적 없으니까!” “저와 지아는 두 아들과 두 딸, 총 네 아이를 두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저희를...”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소임호는 더욱 격분했다. “빌어먹을 자식 같으니라고! 이제 와서 아이들을 들먹이다니! 예전에 지아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네가 백채원을 살리겠다고 지아를 유람선에서 밀어 조산하게 했던 건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지? 지아가 목숨 걸고 낳은 아이를 왜 네 입에 들먹여! 그 망할 ‘은혜’ 때문에, 어미로서 자식을 사랑할 권리마저 뺏겠다는 건가?”소임호의 목소리는 격해지며 갈라
밤하늘 아래, 무무는 조용히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고, 두 사람의 애틋한 장면은 영상 통화를 통해 중계되고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해경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좀 더 가까이 찍어봐! 잘 안 보여!]소망은 지윤의 머리를 밀쳐내며 핀잔을 주었다.[좀 조용히 해. 엄마랑 아빠를 방해하지 말란 말이야! 그리고 그 큰 머리 좀 치워봐! 하나도 안 보이잖아!] [누구 머리가 크다고 그래? 형, 형이 판단 좀 해줘. 우리는 쌍둥이잖아. 내 머리가 크다면, 쟤도 똑같은 거지? 그렇지?]두 아이는 만나기만 하면 다투기 일쑤였지만, 지윤과 무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비록 무무는 말할 줄 모르지만, 부모가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 두고, 남매들이 다투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가족은 원래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엄마는 A시로 돌아가면 아빠랑 재혼할 거라고 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날은 금방 올 것 같았고, 그동안 지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가족들을 보살폈다. 소임호는 온화한 눈빛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가 내 곁에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군.’ 소임호는 오랜 세월이 흘러 마주한 딸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지아가 걸어온 지난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지아는 침을 놓으면서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사실 어릴 때는 큰 고생을 하지 않았어요. 양아버지께서 절 많이 사랑해 주셨거든요. 물질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고, 무엇보다 제게 온전한 사랑을 주셨어요.” 소임호는 손을 들어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정말 온화한 분이셨던 모양이구나. 너를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셨으니까.” “네, 만약 그분이 살아 계셨다면, 제가 가족을 찾은 걸 정말 기뻐하셨을 거예요. 물론 제 인생에도 어두운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분이 주신 빛이 제 삶의 어둠을 몰아내고, 제가 진흙탕
심장후는 신중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고, 단지 평안한 삶을 살기를 원할 뿐이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시월이 두 사람의 전 재산을 걸고 미래를 도박하려는 것이 걱정이었다.‘만약 월이의 계획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모든 걸 잃고 말 거야.’ 심장후도 시월과 비슷한 출신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특수한 계기로 지금의 명문가 도련님 신분을 얻었지만, 심장후는 그 신분은 아주 소중히 여겼다. 지금 이 순간 물러난다고 해도, 심장후가 가진 돈은 평생을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심장후는 욕심이 없었고, 그에게 있어서는 지금이 인생의 정점이었다.‘나는 단 한 번도 기적 같은 부를 바란 적이 없어.’ 하지만 시월은 심장후의 생각과 달랐다.삼징후가 설득하려 애썼지만, 시월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화만 커질 뿐이었다. “딱 한 가지만 물을게. 날 도울 거야, 말 거야?” “월아, 내가 어떻게 널 돕지 않을 수 있겠어. 하지만...”“그럼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내가 소씨 가문을 손에 넣으면, 오빠도 많은 걸 누릴 수 있을 거야.” 심장후는 한숨을 내쉬었다.“월아, 우리가 누구든,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해. 네가 원한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게.” “그럼 가서 방법이나 생각해 봐, 최대한 빨리 2조를 마련해야 해.” 시월은 자신이 보유한 고정 자산, 즉 부동산, 상가, 펀드 등을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없었기에, 심장후에게 방법을 찾아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심장후는 결국 시월의 요구를 받아들였다.심장후는 심씨 가문에서 사랑받는 가족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그런 명문가 집안을 통해 2조를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모든 행동은 시후의 감시 아래 있었고, 도윤은 일찍이 사람들을 배치하여 모든 사실을 지아에게 알려주었다. “소시월이 미끼를 물었어. 곧 자금을 마련할 것 같아.” 지아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너무 큰 야망은 독이 되는 법인데... 소시월은 너
2조는 시월에게 전 재산이었다.만약 시월이 그 돈을 들여 소씨 가문의 적자를 메우고도 돌려받지 못한다면, 시월이 수년간 힘들게 세운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분명히 말했다.“회사가 안정을 되찾으면, 우리 소씨 가문은 너에게 맡길게.”즉, 시월이 2조를 투자하면, 소씨 가문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그것은 몇 배의 높은 수익을 의미했다. 1을 투자해 100을 얻는, 그야말로 엄청난 도박인 셈이었으니 말이다. 도박꾼에게 있어 베팅이 클수록 보상이 풍부해지면, 유혹도 더욱 커지는 법이었다. 시월은 자신이 실패할 가능성도 고려했지만, 소씨 가문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지켜본 결과, 시후는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실패했을 때의 대가와 성공했을 때의 수익을 비교했을 때, 성공의 가능성이 시월을 더 사로잡았다. ‘그래, 수년 동안 공들여 기다려온 기회를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순 없어.’ 시후가 시월을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2조는 적은 금액이 아니야. 월아, 큰 부담이 되지 않겠어? 우리가 이미 은행에서 2조의 대출을 받지 않았다면, 은행에 도움을 요청했겠지만...”“오빠, 오빠는 어릴 때부터 저를 보호해 주셨잖아요. 이제 집안에 문제가 생겼으니, 이번엔 제가 나설 차례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는 저축한 돈도 있고, 그동안 밖에서 조금씩 모은 돈도 있어요. 방법을 조금 더 찾아볼게요.”“월아, 정말 잘 자라줬구나. 하지만 최대한 빨리 돈을 마련해야 해. 친척들도 우리가 반격할까 봐 계속해서 지분을 사들이고 있거든.” “당장 방법을 찾아볼게요.” “그래,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회사를 지키게 되면, 아버지께서 너에게 회사를 넘겨주실 거야.”“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오빠들은 잘 지키고 싶을 뿐이니까요.” 시월은 참으로 감동적인 말을 했는데, 시후조차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정도였다. ‘아주 완벽한 연기가 따로 없네.’두 사람이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시
시후는 계속해서 부드럽게 설득했다. “지금 우리는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어. 어머니의 행방은 아직 알지도 못하고, 이젠 방계 친척들까지 우리를 노리고 있으니까.”“그 사람들은 원래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편애한다고 불만이 많았고, 아버지의 회사도 할아버지의 재산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부터 이미 회사 지분의 일부를 몰래 사들이기 시작했던 거야.”“물론 원래는 걱정할 일이 아니었어. 그 지분들은 큰 위험이 되지 않았거든. 하지만 이제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잖아.” 소시월은 표정이 크게 변했다.“그래서 문제가 생긴 거예요?”“그래, 큰 문제가 생겼어. 그 사람들이 가진 소액 지분에 할아버지의 지분까지 더해지면서 아버지께서 가진 모든 지분을 넘어서고 말았으니까.” 시후는 한숨을 내쉬었다.“아버지께서 우리를 너무 사랑하신 탓에, 자식들에게 지분을 나눠주셨던 게 화근이 된 거야. 그 누구도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고, 친척 쪽에서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던 거지.” “이제 아버지께서 가진 지분은 그 사람들보다 훨씬 적어. 이대로라면 회사의 주도권도 그 사람들에게 넘어가고 말 거야. 우리가 소송을 해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거라고.” “그럼 이제 어떡해요?”시월이 그 거대한 재산에 눈독을 들이며, 지금까지 도망가지 않고 시후와 대치 중인 것도 그 탐스러운 금은보화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야. 손실을 최소화하고, 우리가 가진 모든 지분을 아버지께 돌려드려야 해.” 이는 시월이 가지고 있는 3%의 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비록 3%라고 해도, 시월이 매년 받는 배당금은 수십억대에 달했다.“그걸로 충분할까요?”“부족해.”시후는 단호히 말했다.“그 사람들은 그동안 치밀하게 준비했어. 우리에게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을 거란 뜻이지. 그 사람들이 몰래 사들인 지분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아. 거기에 할아버지의 20% 지분까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