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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지아는 단지 기억을 잃었을 뿐, 바보가 아니었다. 진환은 미리 이 복도를 깨끗이 정리했으니 어떻게 이유 없이 기자가 나타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메이크업이 정교하고 비싼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또 어떻게 공교롭게 치마를 밟고 넘어졌을까?

그녀는 일부러 기자를 불러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한 게 분명했다.

천박한 수단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다만 지아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도윤은 비록 집안이 괜찮지만, 그저 회사에서 연봉을 꽤 많이 받는 직원일뿐, 그 여자는 이런 수단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도윤은 또 어떻게 그 여자를 대처할까?’

지아는 자신이 생각만큼 괴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심지어 도윤의 반응을 지켜보려고 침착하게 기다렸다.

여린 여자가 넘어지면, 남자는 말한 것도 없고, 아마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그녀를 안아줄 것이다.

도윤은 전화 중이었는데, 이때 그의 늘씬한 그림자는 불빛에 길게 드리워졌고, 제자리에 훤칠하게 서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윤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는데, 여자가 품에 안겨 들려오려는 순간, 도윤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도윤은 이미 자신의 본능을 훌륭하게 통제할 수 있었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넘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혹여 누군가 그 자리에서 자살한다 하더라도 그는 그 사람의 피가 자신의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담담하게 뒤로 물러설 것이다.

지아는 여자가 넘어지기 전의 표정을 정확히 포착했다.

충격, 당황,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눈빛.

‘지금 뒤로 후퇴한 거야?’

여자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산했고, 기자들도 이 순간 그녀의 계획대로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오로지 그녀가 낭패하게 쓰러지는 사진만 찍혔다.

이 긴 복도에는 카펫을 깔지 않아 여자는 그대로 땅에 넘어졌다.

지아는 멀리서도 여자가 쿵 하고 넘어진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엄청 아프겠다.’

여자는 눈물을 머금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 오빠…….”

분명히 남자의 이름을 불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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