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말을 마치자마자 분노를 느낀 유진을 남겨둔 채 지아를 끌고 훌쩍 떠났다.이 남자는 그녀가 어렸을 때보다 더 인정사정을 몰랐고, 그야말로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두 사람이 손을 잡고 떠나는 장면을 보면서 유진은 이가 깨질 것만 같았다.이때 그녀는 차갑게 웃더니, 마치 눈에 어둡고 푸른빛을 뿜어내며 차가운 혀를 내밀고 있는 어두운 곳에 숨은 뱀과 같았다.지아는 고개를 돌려 도윤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을 알아차린 도윤은 눈을 드리웠다.“왜? 궁금한 거 있으면 그냥 물어봐.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확실히 궁금한 게 있는데, 너 그때 정말 유진 씨의 가족들을 죽일 생각을 한 거야?”“응.”도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우리 어머니는 정신적인 질병이 있어 어릴 때 날 거의 돌본 적이 없었어. 그때 막내 이모는 가족이라며 나를 데려갔고, 바로 그때 유진과 알게 되었어. 그녀는 이웃집의 아이였지만 자꾸 나와 함께 놀자고 졸랐어. 그때 난 소꿉놀이를 싫어했는데, 유진은 내가 좋아하는 게임 하겠다고 소리쳤고.”지아는 호기심이 생겼다.“넌 무엇을 좋아했는데?”“사격, 복싱, 펜싱, 승마, 스키, 잠수…….”“그 후에는?”“유진은 사격장에서 총도 쏘지 못하고 심지어 모기에 물렸고, 나와 격투할 때 한방에 쓰러지더니 코피가 났어. 그리고 말을 타다 직접 말에게 차였고…….”“잠깐.” 지아는 손을 내밀었다. “그 여자는 확실히 얄밉지만, 코피를 흘리게 한 것은 일부러 그런 거지?”그때의 일을 생각하니 도윤은 더욱 머리가 아팠다.“아니, 그건 그 여자가 봐주지 말라고 소리친 거야. 게다가 유진도 연습한 적이 있었고, 봐주는 것은 그녀를 모욕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아무렇게 주먹을 휘둘렀어. 그런데 그런 간단한 공격조차 피하지 않고 심지어 얼굴로 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 그때 그녀의 코피는 내 온몸에 튀어서 얼마나 짜증이 났던지.”도윤의 불평을 듣자, 지아는 배를 안고 웃었다.
이 통로에는 지아와 도윤 두 사람밖에 없었다. 지아는 이미 그 막 뒤의 소란스러운 음악소리와 사회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곳은 무슨 행사 현장이었다.그녀는 도윤이 자신을 이곳에 데리고 온 이상, 왜 아직도 이렇게 신비롭게 구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도윤을 바라보면서 지아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대체 무슨 행사인데. 미리 나에게 말해야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할 거 아니야.”위쪽에는 등불이 있었는데, 남자의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을 비추자, 그의 모든 날카로움과 싸늘함을 지워버렸다.“무슨 행사든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우리 함께 참여했다는 거야.”밖에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아래에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는데, 지아는 이곳이 영화제의 시상식이란 것을 판단할 수 있었다.이는 지아로 하여금 도윤의 신분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도윤은 어느 큰 프로젝트의 공사장 책임자가 아니었어? 그런데 어떻게 이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지?’깨어난 요 며칠, 지아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도윤의 신분을 알 수 있었지만 누가 자신의 남편을 제1재벌로 생각하겠는가?이때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저희는 오늘 특별히 YH그룹 대표님과 그의 부인을 현장에 초대했는데, 모두들 큰 박수로 두 분을 환영하시길 바랍니다.”지아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자신의 남편이 뜻밖에도 대표님이라니?비록 도윤은 확실히 매우 바빠 보였지만, 매일 집에서 자신의 아내와 함께 하는 대표님이 또 어디 있을까?지아는 팔꿈치로 도윤을 쿡쿡 찔렀다.“뭐야, 왜 나에게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어!”“네가 이씨 집안의 사모님이란 것을 알리고 싶었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지아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그럼 이렇게 한 이유가…….”도윤은 지아의 손을 빈틈이 없을 때까지 조금씩 꽉 잡았고,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난 모든 사람들에게 네가 내 아내란 것을 알려주고 싶어.”막이 올라가자, 모든 라이트와 카메라는 지아와 도윤의
지아는 머리가 좀 어지러웠고 심장도 아주 빨리 뛰고 있었다.마치 이 장면을 오랫동안 기대했던 것 같다.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도윤을 바라보았는데, 만인의 주목을 받은 남자는 지금 반짝반짝 빛이 났다.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애정이 흘러넘쳤다.“과거의 저는 제 아내를 너무 사랑했고, 심지어 제 아내를 숨겨 그녀의 모든 빛을 가리고 싶을 정도로 집착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영광을 다시 아내에게 돌려주고 싶어요.”도윤은 최선을 다해 지아를 숨겼고, 오직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그녀를 상처투성이로 만든 사람은 자신이었다.그래서 도윤은 다른 방식으로 지아를 지키고 싶었다. 전의 잘못을 메우고 싶어서 그런 것이든 그녀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든 상관없었다.만약 이것이 지아가 원하는 것이라면, 도윤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녀를 만족시키고 싶었다. 그는 더 이상 지아를 숨기고 싶지 않았고, 당당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지아가 바로 자신의 아내라고 말하고 싶었다.마이크는 도윤의 목소리를 곳곳으로 전달했고, 지아는 심장이 거의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녀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도윤은 부드럽게 지아의 손을 잡았다.“오늘 저의 부부가 초대를 받고 영화계의 선배님들에게 상을 수여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이에요.”도윤은 마치 시상하러 오기 위한 게 아니라 애정을 과시하러 나온 것 같았다.그의 고백을 듣고, 모든 카메라는 그들 두 사람을 겨누었고, 일시에 영화 주인공의 인기를 덮어버렸다.유진도 오늘 초대를 받은 게스트 중 하나였다. 그녀는 힘들게 도윤이 오늘 이 자리에 나올 것이란 것을 알아냈고, 수많은 시간을 들여 그와 만날 기회를 만들었는데, 자다 깨어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샴페인색 드레스를 입은 지아는 도윤의 곁에 서 있었는데, 드레스로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그려냈다. 도윤의 넥타이도 마침 지아의 드레스 색깔과 맞추었고, 두 사람은 고귀하면서도 잘 어울려 그야말로 한 쌍의 선남선녀였다.유진은 화
시상식을 마친 도윤은 지아를 데리고 두 사람의 전용 좌석에 앉았다. 불빛이 어두워지자, 지아는 그제야 그의 귓가에 대고 중얼거렸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 나 방금 마음의 준비가 전혀 없었단 말이야. 무대에 서 있을 때 완전 바보 같았다고.”지아의 원망을 듣고 도윤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서프라이즈 해주고 싶어서.”“뭐야, 난 정말 놀라 죽는 줄 알았다고. 지금 손에 땀까지 쥐었으니 화장실에 다녀올게.”“좋아.”지아가 일어나자마자, 도윤은 눈짓을 했고, 진환은 즉시 사람을 데리고 지아를 따라갔는데, 적절한 거리에서 그녀를 보호했다.도윤은 나른하게 의자에 기대어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눈빛은 차가웠다.주머니 속의 핸드폰은 끊임없이 울렸고, 몇 번 끊었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끈질기게 전화를 했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지아는 시상식이 끝난 후, 여전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는데, 심정은 아주 복잡했다.한 편으로는 마침내 소원을 이뤄서 만족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달갑지가 않았다.그녀도 자신에게 왜 이런 감정이 있는지 몰랐다.멍을 때리는 사이, 지아는 부주의로 한 사람과 부딪쳤고,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미안해요.”남자는 고급스럽지만 일부러 매칭이 되지 않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위에는 장미 도안이 있었다. 그는 브릿지 염색을 한 은색의 짧은 머리에, 왼쪽 귀에는 장미 모양의 다이아몬드 귀걸이가 있었다.남자는 아주 과감하게 차려입었고, 얼굴은 여자보다 더 정교했다. 그는 좁고 긴 눈을 드리우며 대부분의 동공을 가렸고, 유난히 차갑고 싸늘해 보였다.‘착각인가? 이 사람 낯이 좀 익은 것 같아.’남자는 상대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아인 것을 보고 즉시 멈추었다.“소지아 씨?”지아는 그를 쳐다보았다.“나 알아요?”‘설마 과거에 알고 지낸 사람이기 때문에 방금 익숙하다고 느낀 건가?’“우리는 만난 적이 없지만, 지아 씨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어요. 내 여동생의
유진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지아는 천천히 휴지로 손을 닦은 다음 유유히 핸드크림을 발랐다.“유진 씨, 난 당신이 내 앞에서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도윤과 소꿉놀이를 한 거? 아니면 당신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그 집안? 사랑이란 게임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진 거죠. 게다가 도윤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분식 파는 할머니를 향한 관심조차 당신보다 많을 거예요.”지아는 핸드크림을 내려놓았다.“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창피해서 숨어 다녔을 텐데, 어떻게 오히려 사람 앞에 나타나서 날뛸 수 있는 거죠?”“소지아, 그럼 우리 두고 보자. 누가 진 사람인지. 우리 곧 다시 만날 거야.”유진은 원래 모진 말을 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지아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지아가 지금 자랑스럽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그녀에 대한 도윤의 사랑 때문이었다.도윤이 없으면 지아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도윤을 가진 지금, 지아는 전 세계를 가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지아는 유진의 협박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만약 도윤이 자신을 사랑한다면, 지아는 다른 여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남자가 만약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울고 떼를 써도 소용없을 것이다.그래서 다른 여자는 중요하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의 진심이었다.지아는 하이힐을 신은 채 도도하게 떠났고, 유진이 뒤에서 무슨 망언을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그러나 한 모퉁이에서 귀를 찌르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이 드레스가 얼마나 비싼지 알아? 내가 이 옷을 빌리려고 어떻게 브랜드를 설득했는데! 이런 고급스러운 옷감은 물을 묻힐 수 없다는 거 아예 모르는 거야? 너 같은 거지가 배상할 돈이나 있는 거냐고?”멀리서 블루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치맛자락을 들고 한 청소부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그 남자는 키가 컸지만 지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죄송합니다.”“죄송, 죄송 그놈의 죄송! 죄송하다
모두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이 대표님의 아내가 쓸데없는 곳에 선심을 베풀 줄 몰랐는데. 청소부가 취약계층이라고 잘못을 저질렀으면 무작정 봐줘야 하는 건가? 그럼 만약 내가 롤스로이스와 부딪쳤는데, 돈이 없다고 하면 배상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야?”“이 대표님의 아내라면 돈도 많을 텐데, 고작 1억 가지고 남과 다툼을 벌이다니. 그냥 시원하게 대신 돈을 내주면 될걸 하필 이곳에서 그 배우를 난처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그러게, 전에 무대에 올라갔을 때, 대표님과 엄청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정말 별거 아니네. 우리와 같은 연예인들은 뭐 쉽게 돈을 버는 줄 아나 봐. 이런 드레스는 원래 빌리기 어려운 데다, 지금 물기가 묻었으니 바로 폐기된 거와 다름없잖아. 배상을 하는 것은 작은 문제지만, 드레스를 더럽히면 바로 브랜드의 블랙리스트에 들어갈 텐데. 이건 입만 놀리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1억은 무슨, 2억을 달라고 해도 시원찮은데, 주아담은 그래도 양심이 있는 편이야.”모두들의 말을 듣고, 청소부는 다급하게 말했다.“아가씨, 저 상관하지 마세요. 제가 배상하면 되니까요.”주아담도 더욱 거만해졌다.“들었니? 아까 한 말 못 들은 걸로 할 테니까 착한 척 그만 좀 해. 네가 대신 배상을 하든지 아니면 입 다물고 꺼지든지 해.”지아는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만 원 정도의 세탁비는 대신 낼 수 있거든요.”“세상에, 이 대표님 혹시 파산이라도 했어? 어쩜 아내가 이렇게 쩨쩨하지? 1억조차 내려 하지 않다니.”“대표님은 자신의 아내가 이렇게 쩨쩨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정말 이 여자 어디에 반했는지 모르겠어.”지아는 천천히 말했다.“모두들 조급해하지 마요. 만약 이 드레스가 진품이라면 1억은커녕, 100억이라도 난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분명 짝퉁이에요. 남이 평생 고생해도 1억을 벌지 못할 텐데, 왜 짝퉁을 배상해야 하는 거죠?”“짝퉁? 에이 설마, 이 옷감 보니까 진품인 것 같은데.”“그저 아주 잘 만들었다
도윤은 재빨리 지아의 곁으로 걸어가 그녀를 품에 와락 껴안았다.“괜찮아?”“응, 지금 청소부가 이 여자의 괴롭힘을 받고 있어. 좀 도와주려고.”지아는 설명을 마치고 주아담을 바라보았다.“난 이 드레스를 구매한 영수증과 지금 우리 집 옷장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여줄 수 있는데. 주아담 씨는 무슨 증거를 제공할 수 있죠?”주아담은 지아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계속 잡아뗐다.“이건 내 매니저가 대신 빌린 거라 나한테 그런 건 없어요.”“그래요, 그럼 지금 매니저 불러와서 한 번 물어봐요. 도대체 어느 작업실에서 빌려왔는지. 그래야 주아담 씨도 억울하게 당하지 않죠.”“아 참, 내 매, 매니저는 방금 일이 있다고 먼저 갔어요…….”“그래서 지금 당신은 근거도 없이 남을 모함하고, 또 배상 금액을 마음대로 정하고 있으니, 남의 돈을 사취하고 있는 거 맞죠?”주아담은 도둑이 제 발 버렸다.“사취라뇨? 함부로 말하지 마요. 됐어요, 사모님은 지위가 높고 권세가 있어서 내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이 일은 그냥 없던 걸로 할게요.”주아담은 감히 도윤과 맞서지 못하고 핑계를 대며 의기소침하게 떠났다.‘더 이상 일이 커지면 안 돼. 만약 사람들이 내가 입은 옷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끝까지 따진다면 난 정말 끝장이야.’지아는 한쪽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앞으로 조심해요. 다시 이런 일 만나면 절대로 쉽게 타협하지 말고요.”“네, 사모님. 이렇게 도와주셔서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청소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다음 절뚝거리며 떠났다.지아는 그의 뒷모습을 살펴보며 말없이 한숨을 쉬었다. ‘이 세상엔 힘이 없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내가 일시적으로 도울 수 있다고 해도 평생 도울 순 없을 텐데.’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도윤과 떠날 준비를 했지만, 도윤의 눈빛이 여전히 그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도윤아, 그 사람 너무 불쌍해 보이지?”도윤은 표정이 복잡했고, 작은 소리로 응답했다.“이제 돌아가자.”“응.”예
주아담은 연예계에 발을 들이기 전, 학교에서 이름을 날렸던 일진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녀는 주변을 괴롭히는 것에 익숙했으나, 이처럼 심한 모욕은 처음이었다.비록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주아담은 과감한 성격으로 돈 많은 남자를 많이 유혹했다.돈을 위해서라면, 주아담은 모든 일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었고,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그러나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녀의 눈동자는 점점 커지더니 주아담은 겨우 소리를 내뱉었다.“이, 이유가 뭐야?”남자는 처음에 그렇게 약해 보였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돌변할 수가?지금 남자는 차가운 살의를 뿜어내고 있었고, 더 이상 전의 그 평범한 청소부가 아니었다.“주아담 씨, 그냥 자신이 주제 넘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단 것만 알면 돼요. 누군가가 당신의 목숨을 샀거든요.”주아담은 종래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기에 이 순간에야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대체 누가 법까지 무시하고 대담하게 길거리에서 사람을 죽이려는 거지?’“살, 살려줘요. 돈 줄게요. 내가 그동안 모은 거 다 줄 테니까 제발 살려줘요.”하지만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고, 주아담은 숨이 막혀 얼굴이 빨개졌다.그녀는 끊임없이 몸을 떨며 발버둥 치고 있었고, 그제야 모자 아래에 숨겨진 남자의 눈을 보았다.그것은 보통 눈빛이 아니었고, 남자는 킬러였다.그렇게 질식으로 죽기직전, 주아담은 남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을 들었다.“다음 생에는 더 이상 남의 물건 빼앗지 마요. 남에게 빚진 물건은 언젠간 갚아야 하니까.”여자의 호흡이 완전히 끊어지자, 남자는 주아담을 가차없이 땅에 내팽개쳤다.나뭇가지의 매화가 한창 아름답게 피었는데, 남자는 그중 하나를 꺾어 그녀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여자는 눈을 감지 않았고 땅바닥에 뻣뻣하게 누워 일그러진 표정으로 상공을 응시했다.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에 하얀 눈이 흩날리고 있었지만 여자는 더 이상 깨어날 수 없었다.“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