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 멀쩡한 나무 한 그루가 대체 어쨌길래 대표님이 눈에 거슬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설마 길을 걷다가 나무에 부딪힌 건 아니겠지?’‘하지만 대표님은 속이 좁고 따지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아이도 나무와 싸우지 않을 텐데.’‘대표님 정말 이상해.’도윤이 전에 그들과 맞서는 세력을 뿌리째 뽑은 적은 있지만, 나무의 뿌리를 뽑은 적은 없었다.진환은 진봉을 잡아당기더니 한쪽으로 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냥 대표님이 시키시는 대로 해. 지금 대표님의 기분이 아주 안 좋은 거 못봤어?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진작에 피하고 다녔을 텐데, 넌 오히려 쓸데없는 말만 하다니.”“너무 궁금해서 그래. 사모님도 이제 대표님의 곁으로 돌아왔으니 마땅히 기쁘셔야 할 텐데, 왜 한밤중에 나와서 나무를 뽑으려는 거지?”“말 적게 하고 시키는 일이나 해.”“알았어. 자, 다들 시작하지. 이 나무가 정말 소문처럼 그렇게 신기한지 봐야겠어.”진봉은 삽을 든 채로 굴착기를 지휘했다.“자자, 앞으로 계속 가.”나무와 점점 가까워지자, 굴착기는 작동을 멈추었고, 아무리 시동을 걸어도 움직이지 않았다.“정말 이상하네, 이건 새 굴착기인 데다 전에는 멀쩡했는데, 왜 지금 고장이 났을까?”“젠장, 정말 신이라도 있는 거야?”진봉은 놀라서 안색이 변했고 급히 달려가 보고하려고 했다.고개를 들자, 도윤은 전기톱을 들고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는데, 늘씬한 그림자는 아주 길게 땅에 드리워졌다.진봉은 몸서리를 쳤다.‘이 한밤중에 영화 쏘우라도 찍으시려는 건가!’“대, 대표님, 지금 이거 진심이세요?”도윤은 어두운 얼굴로 전기톱을 들고 큰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그는 진봉을 상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개를 들어 그 나무를 바라보았다.“내가 말했지, 신의 기운을 받았다면 일을 똑바로 하라고. 나와 지아의 인연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널 남겨 둬야 하는 이유가 더 있을까?”그의 뒤에 있던 진봉은 눈을 크게 떴다.“대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이런 도윤은 그들이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딴판이었다.그가 왜 굳이 이 나무를 베어야 하는지, 아무도 납득할 수 없었다.천둥소리가 이따금 나는 가운데, 도윤의 손에 있던 전기톱은 불꽃까지 튀었다.“형, 저 천둥 좀 봐. 난 대표님이 벼락에 맞을까 봐 너무 두려운데. 설마 또 사모님 때문에 자극을 받은 거 아니야?”진환은 냉담하게 말했다.“사모님 때문에 자극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사모님과 관계가 있을 거야. 난 지금 대표님의 상태가 너무 걱정돼.”“그러게, 전의 대표님은 무슨 일 있어도 속마음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대표님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잖아. 그런데 이런 타격을 거쳐 지금 대표님의 정신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니, 난 대표님이 사모님처럼…….”“지금 대표님의 곁에 사모님이 있으니 별일 없을 거야. 하지만 나는 사모님이 떠날까 봐 걱정이 돼. 그럼 대표님은 자극을 받아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될 것이고, 그때 되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진봉은 눈살을 찌푸렸다.“그 약의 효과는 아주 좋은 것 같은데. 사모님은 과거를 깨끗이 잊어버렸고, 게다가 대표님은 이번 달 말에 사모님을 데리고 이 슬픈 곳을 떠나기로 하셨으니, 설령 그 주모자라도 사모님의 행방을 찾을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앞으로 사모님이 다시 임신해서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아이가 생길 것이고, 사모님이 기억을 회복하지 않는 한, 모든 일이 좋아질 거야.”진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일이 정말 이렇게 간단했으면 좋겠네. 그러나 이 세상에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 만약 대표님의 계획에 약간의 문제라도 생긴다면, 사모님과 완곡할 여지도 없이 철저히 끝날 거야.”“아무런 변고도 없이 계속 이대로 지냈으면 좋겠는데.”“그래.”지아는 한창 잠들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천둥소리에 잠이 깼다.천둥소리가 울렸을 때, 그녀는 놀라서 안색이 창백해졌고 온몸을 떨었는데, 마치 예전에 이와
넓은 안방에는 벽등 하나만 켜져 있었고, 지아는 얇은 잠옷을 입은 채 신발도 신지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지아는 공포와 당황스러운 기색을 드러냈고, 도윤은 가슴이 아파서 재빨리 그녀 앞으로 달려갔다.“지아야, 너 왜 그래?”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지아는 즉시 도윤의 품에 안겼다.도윤은 눈물투성이로 된 그녀를 보고 가슴은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울지 마, 나 왔어.”도윤의 옷은 차갑고 촉촉했지만, 지아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도윤의 팔을 꽉 잡으며 말했다.“말해줘, 우리의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왜 또 그 얘기를 꺼내는 거야?” 도윤은 손으로 지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방금 머릿속으로 한 사람이 아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스쳤어.”도윤은 지아를 위로하면서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그날 밤 천둥번개가 치며 아주 큰 비가 내렸어. 도로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아 차는 산을 오르다 통제력을 잃고 난간을 들이박았고, 결국 바다에 떨어졌거든. 네가 본 게 이거야?”지아는 머리를 흔들며 계속 중얼거렸다.“몰라, 모르겠어.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파. 그리고 그 일들을 다시 돌이켜보면 머리가 아파서 곧 터질 것 같아.”도윤은 그녀의 머리를 힘껏 안았다.“그럼 생각하지 마. 다 지나간 일이니까. 내가 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지 않는 것도 네가 슬퍼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야.”“지아야, 네 곁에 내가 있으니 우리 더 이상 과거의 일에 대해 생각하지 말자. 응?”지아는 도윤의 품에서 천천히 진정을 되찾았고, 몇 번 흐느끼더니 눈물을 멈추었다.도윤은 그녀가 신발도 신지 않은 것을 보고 부드럽게 타일렀다.“비록 난방이 있지만 그래도 신발은 신어야지. 넌 몸도 안 좋으니까 한기 들면 안 돼.”“알았어. 난 깨어난 후 네가 보이지 않은 데다 또 밖에 천둥이 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겁이 났고 이렇게 나와서 널 찾아다닌 거야.”“미안, 앞으로 더 이상 함부로 네 곁을 떠나지 않을게.”도윤은 자책을 하며 허리를
지아는 기억을 잃은 나날에 점점 익숙해졌다. 비록 항상 심장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았지만, 때로는 영문도 모른 채 어딘가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기도 했지만, 도윤이 그녀에게 모든 사랑을 주었기에, 이 어려움들을 완벽하게 극복했다.지아는 도윤과 출국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듣자니 그녀는 전에 방학 때마다 외국으로 여행을 갔다고 한다. 그녀는 많은 곳에 가봤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외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지아는 엄청난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그녀의 본심은 이 도시에 있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이번에 떠나면 또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기에 떠나기 전, 지아는 가족들을 방문하고자 했다. A시는 겨울에 진입하자마자 큰 눈으로 뒤덮여 날씨가 춥고 길도 많이 미끄러웠다. 지아는 두꺼운 패딩으로 자신을 꽁꽁 싸맸다.산길은 험난했기에, 도윤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며칠 전처럼 남자를 경계하는 대신, 지아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체온은 낮은 편이었고, 특히 겨울이 되면 추위를 많이 탔다.도윤은 지아가 연속 두 차례의 조산 때문에 몸을 다쳐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고, 예전보다 지아를 더욱 아끼고 사랑했다.그는 지아와 지윤이 만나게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모든 위험을 깨끗이 해결해야 했다. 설령 지아가 앞으로 임신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이미 아들 하나가 있었기에 유감스러운 일은 없었다.블랙X가 지아를 암살하는 과정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일은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그들은 소지아란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넣었고, 번거로운 문제를 초래할까 봐 아무도 감히 그녀를 암살하는 임무를 받지 못했다. 이런 조직에서 엘리트 하나를 양성하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기에 아무도 자신의 사람으로 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현재 암살은 통하지 않았지만, 주모자에게 다른 수단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지윤이의 신분은 아직 공개하면 안 됐다.도윤의 뜨거운 체온에, 지아의 손도
줄곧 인내심을 가졌던 남자는 지금 머물 의사가 없었고, 끊임없이 지아를 재촉했다.“다른 사람의 묘비를 볼 필요가 어딨겠어. 얼른 가자.”지아는 그의 말에 찬성하지 않았고, 그 묘비를 살펴보았다.“정말 신기해. 이름이 조율이란 것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난 이 사람이 네 친척인 줄 알았어.”지아는 또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조율, 이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 도윤아, 혹시 내가 전에 알고 있던 사람이야?”이 무덤은 이예린이 죽지 않았단 것을 확인한 다음, 다시 조율에게 수리한 것으로서, 이름은 이미 조율로 고쳤다. 그는 지아가 이렇게 집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도윤은 마음을 안정시키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 모르는 사람이야.”지아는 몇 번 더 보고 나서야 시선을 거두었다.“내가 너무 예민했나 봐. 이 세상에 닮은 사람이 있는 것도 정상이지. 가자 우리.”도윤은 외투를 가져와 지아에게 걸쳤고, 눈빛은 부드러움이 흘러넘쳤다.“응, 눈이 또 내리기 시작했으니 우리 얼른 제사 마치고 돌아가자.”“그래.”지아는 도윤을 따라 떠났고, 몇 걸음 걷다 여전히 참지 못하고 뒤돌아보았다.가지 끝에 매화가 마침 피었는데, 붉고 아름다운 매화꽃에 하얀 눈이 내려앉았다. 바람이 불자, 눈과 매화가 우수수 떨어졌고, 묘비를 두껍게 뒤덮었다.“뭘 그렇게 봐?”“아무것도 아니야.” 지아는 시선을 거두고 마음속의 알 수 없는 그 감정을 애써 무시했다.제사를 마친 다음, 지아는 지난번의 레스토랑에 가서 밥 먹자고 제안했고 도윤은 사람 시켜 자리를 예약했다.지아는 도윤과 함께 있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전에 도윤이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인지, 지아는 도윤을 데리고 광장에서 산책했다.두 사람의 외모는 아주 뛰어나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지아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날 밤 여기에 나무 한 그루 있지 않았어? 근데 왜 없어졌지?”100년이 넘은 그 큰 나무가 있던 곳은 이미 시멘트를 칠한 다음 주위와 같은 무늬의 타일을
지아도 도윤에게 무슨 계획이 있는지 몰라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에 각종 화장품을 바르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그녀를 칭찬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어머, 피부가 어쩜 이렇게 좋아요? 딱 봐도 대표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신 거 같네요.”“어디 피부뿐이겠어요, 얼굴도 예뻐서 흠이라곤 없다니까요? 제가 그렇게 많은 연예인들에게 화장을 해봤지만, 자연 미인이든 성형 미인이든 이렇게 완벽한 얼굴을 찾기 힘들다니까요.”지아는 쏟아지는 칭찬에 어쩔 바를 몰라 작은 소리로 물었다.“저기, 다 꾸민 다음 어디로 가는 거죠?”메이크업은 살짝 놀랐다.“대표님께서 말씀하지 않았어요? 그럼 저희도 말하면 안 되겠네요. 이건 대표님의 서프라이즈니까요.”진환은 미리 그들에게 입단속 잘 하라고 당부했고, 그들은 어떤 말을 할 수 있는지, 또 어떤 말을 하면 안 되는지 몰랐기에 하나하나 입을 다물고 조용히 지아에게 화장을 해주었다.이때 문밖에서 갑자기 귀를 찌르는 소리가 울렸다.“내가 여기까지 직접 찾아온 이유가 로라에게 스타일링을 맡기려고 한 건데. 그런데 이게 뭐야?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미나 아가씨, 정말 죄송해요. 로라는 이미 다른 예약이 있어서요. 저희 숍의 다른 디자이너도 아주 유명하니까 사람을 바꾸시는 건 어때요?”“싫어, 로라 아니면 안 돼. 까짓 거 돈 주면 되잖아? 내가 두 배로 줄게.”“아가씨, 이건 돈 문제가 아니에요.”“야 이 병신들아, 돈 받고 일하는 주제에 뭘 그렇게 나불대? 빨리 가서 로라 불러와.”한참 동안 설득했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성질을 부렸고, 로라가 나오기도 전에 오히려 자신이 먼저 들어왔다.“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로라를 불러간 거야?”지아는 들어온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상대방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지만, 옷을 입는 스타일은 아주 전위적이었다.이렇게 큰 눈이 내리는 날씨에 그녀는 뜻밖에도 맨다리에 긴 구두를 신고 있었다.비록 실내에 있으면 춥진 않겠지만 지아는 여전히 이런 스타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아는 도윤의 표정에서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방금 그 여자의 날뛰는 태도를 생각하면, 유진이란 사람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도윤은 자아가 쓸데없는 생각할까 봐 두려운 듯, 전에 먼저 설명을 해본 적이 거의 없던 남자는 몸을 굽히더니 지아의 손을 잡았다.그는 그렇게 반쯤 쪼그리고 앉았고, 훤칠한 몸은 앉아 있는 지아보다 조금 낮았다. 그러나 도윤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그는 고개를 들어 진지하게 설명했다.“지아야, 내가 어릴 때 막내 이모네 집에서 한동안 지낸 적이 있었거든. 유진네 집안은 서씨 집안과 서로 아는 사이였고, 연회 때 우리는 아이들끼리 함께 모여 몇 번 놀았을 뿐이야.”지아는 도윤이 이렇게 진지하게 설명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쑥스러움을 느꼈다.“나도 널 의심하지 않았어.”도윤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난 네가 상관없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해하는 거 원하지 않아. 만약 불편하다면 꼭 나에게 말해줘.”도윤의 다정한 고백에 주위의 여자들도 마음이 설렜다.‘이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남자가 있을까?’지아는 쑥스러워서 도윤을 밀어냈다.그녀에 대한 도윤의 사랑은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라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사실 지아는 도윤을 의심하지 않았고 단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안정감 넘치는 대답에, 지아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날이 어두워지자, 지아는 드레스를 입고 거울 속 몸매가 가녀린 자신을 바라보았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그녀는 줄곧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꾸미니 지아 자신도 깜짝 놀랐다.주위 사람들의 칭찬도 확실히 사실이었다. 지아 자신도 조금의 흠도 찾지 못했으니까.그녀가 문을 열고 나오자, 도윤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을 때 멈칫했다.‘우리 지아는 정말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예뻐.’도중에 도윤은 입이 아주 무거워 지아에게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았다.도윤도 머리를 약간 다듬고 정장을 갈아입었는데, 넥타이와 가슴에 꽂은 꽃은 모두 지아의 드레스와 같은 색이었고, 중요한
지아는 단지 기억을 잃었을 뿐, 바보가 아니었다. 진환은 미리 이 복도를 깨끗이 정리했으니 어떻게 이유 없이 기자가 나타날 수 있겠는가?그리고 메이크업이 정교하고 비싼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또 어떻게 공교롭게 치마를 밟고 넘어졌을까?그녀는 일부러 기자를 불러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한 게 분명했다.천박한 수단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다만 지아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도윤은 비록 집안이 괜찮지만, 그저 회사에서 연봉을 꽤 많이 받는 직원일뿐, 그 여자는 이런 수단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그리고 도윤은 또 어떻게 그 여자를 대처할까?’지아는 자신이 생각만큼 괴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심지어 도윤의 반응을 지켜보려고 침착하게 기다렸다.여린 여자가 넘어지면, 남자는 말한 것도 없고, 아마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그녀를 안아줄 것이다.도윤은 전화 중이었는데, 이때 그의 늘씬한 그림자는 불빛에 길게 드리워졌고, 제자리에 훤칠하게 서 있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도윤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했는데, 여자가 품에 안겨 들려오려는 순간, 도윤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도윤은 이미 자신의 본능을 훌륭하게 통제할 수 있었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넘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혹여 누군가 그 자리에서 자살한다 하더라도 그는 그 사람의 피가 자신의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담담하게 뒤로 물러설 것이다.지아는 여자가 넘어지기 전의 표정을 정확히 포착했다.충격, 당황,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눈빛.‘지금 뒤로 후퇴한 거야?’여자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산했고, 기자들도 이 순간 그녀의 계획대로 셔터를 눌렀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오로지 그녀가 낭패하게 쓰러지는 사진만 찍혔다.이 긴 복도에는 카펫을 깔지 않아 여자는 그대로 땅에 넘어졌다.지아는 멀리서도 여자가 쿵 하고 넘어진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엄청 아프겠다.’여자는 눈물을 머금고 억울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도윤 오빠…….”분명히 남자의 이름을 불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