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우의 이 말은 일방적으로 이도윤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기에 소지아는 긴장했다. 그녀는 이도윤의 소유욕을 알고 있었다.설사 그들이 이미 이혼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말한 바와 같이 그는 소지아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임건우가 이런 자리에서 말한 이상, 자신이 거절하면 그의 체면을 깎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두 같은 대학을 졸업했으니 그는 남의 우스갯소리로 될 수도 있었다.일시에 소지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김민아는 소지아의 처지를 알고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대신해 말했다.“물론 괜찮죠. 전 남친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이 새 애인을 찾는 거니까요. 선배는 재능도 있고 잘생겼으니 두 사람이 만나는 것에 대해 전 찬성해요. 지아는 그 남자에게 심하게 상처를 받아서 나도 누군가가 자아의 마음속의 그 상처를 달랠 수 있기를 바라요.”이 말은 흡사 소지아와 임건우를 한데 묶은 것 같았고 소지아는 얼른 반박했다.“민아야.”김민아는 전혀 그녀의 경고를 마음속에 두지 않았고, 머릿속은 모두 이도윤에게 복수하는 것이었다.“뭘 부끄러워해, 이혼했는데 설마 혼자 늙을 작정이야? 선배는 사람이 좋아서 그 찌질한 남자와는 달라. 선배 요즘 시간 있어요? 내가 우리 지아와 함께 여수에 가고 싶은데, 여자애 둘이 다니는 것은 그리 안전하지 않잖아요...”“너희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같이 갈 수 있다면, 그럼 내게는 영광이지.” 임건우가 소지아를 보는 눈빛은 너무 그윽해서 애정이 넘쳐날 것 같았다.김민아는 그때 특별히 이도윤의 그 새파란 얼굴을 보았는데,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이도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언론도 발표하지 않고 온몸에서 끊임없이 발산되는 냉기만이 그의 존재감을 일깨워주었다.양기범은 나서서 화제를 돌렸다.“지아가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기쁘고. 그리고 오늘 이 대표님을 볼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대표님과 누나에게 한 잔 올리며 두 분의 사랑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백채원은 축복
소지아는 손을 뻗어 술병을 가져갔다.“그래, 뭐라 해도 두 분께 한 잔 올려야죠.”동시에 두 손이 그녀의 앞을 막았는데, 바로 임건우와 김민아였다.“안 돼, 이 술은 마실 수 없어.”소지아는 간청하듯 김민아를 바라보았다.“나 조금만 마실게. 괜찮아.”찬란한 불빛 아래 김민아는 소지아의 눈빛에 결연함을 보고 묵묵히 손을 놓았다.소지아는 자신에게 와인 한 잔을 따랐다. 임건우는 말을 하려다 멈추었고, 소지아가 술잔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두 사람 앞으로 걸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두 분, 제가 술 한잔 올릴게요. 두 분 검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영원하시길 바랍니다. 난 원 샷 할 테니, 두 분은 알아서 마셔요. 이 술은 내가 미리 축하드리는 의미로 드리는 겁니다. 난 두 분의 약혼식에는 못 갈 거 같으니까.”소지아는 스스로 술을 한 잔 가득 따르고 이도윤과 백채원의 표정은 보지도 않고 고개를 들어 술을 권하러 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전부 마셨다.이도윤은 그녀의 주량을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와인 한 잔은 그녀를 취하게 하기에 충분했다.백채원은 일어나서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소지아 씨 축복해 줘서 고마워요. 당신 말처럼 나와 도윤 씨는 영원히 잘 살 거예요.”그녀는 약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고 자신도 같은 분량의 술을 따른 다음 마시기 시작했다.“그만!”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는데, 임건우와 이도윤이었다.임건우는 소지아에게서 술잔을 빼앗았고, 아직 절반의 술이 남았다. 그는 침착하게 이도윤에게 말했다.“지아는 위가 좋지 않으니 나머지 술은 내가 대신 마시죠.”입을 열지 않던 이도윤은 입꼬리를 치켜세우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뭔 데? 당신이 이 술을 대신 마실 자격이라도 있는 건가?”테이블의 사람들은 모두 살의가 찬 한기를 느꼈다. 모두들 이도윤이 다른 사람이 술을 대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라 생각하며 다른 방면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약간 난감한
백채원은 이도윤의 차가운 옆모습을 보았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소지아와의 관계를 폭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이혼까지 했다. 다만 임건우가 그녀를 대신해서 술을 마신다고 하니 이도윤이 화를 내다니?백채원은 소지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보아하니 이혼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는 여전히 이도윤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이었다.임건우의 처지는 난처해졌고, 이때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고 아무도 감히 이도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도 이도윤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물러나 소지아를 포기하란 뜻이었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도윤의 이런 협박에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임건우의 머릿속에는 모두 소지아의 미소로 가득했다. 예전에 그는 소지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는 소지아를 깊이 사랑했다.그때의 그녀는 아침 햇살처럼 아름답고 생기발랄했다.애석하게도 그때 그는 졸업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또 출국해서 연수해야 했기 때문에 이 감정을 마음속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귀국한 후, 그는 그녀가 이미 휴학을 하고 시집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그때의 밝은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나날이 시들어 가는 나무처럼 남에게 영양분을 뽑혀 점차 죽음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이제서야 그녀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설령 그녀와 잠시 잠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했다.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그는 규칙을 따르는 남자로 컸으니 지금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위해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갔고, 임건우는 그의 협박을 무시하고 검은 눈동자는 맑고 확고했다.“내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이 대표님이 결정할 일 아니죠. 이 대표님의 약혼녀는 아직 곁에 있으니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은 백채원 아가씨죠. 지아가 날 받아들이든 말든 난 영원히 지아를 잘 보호할 거예요. 절대로 전남편처럼 지아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거라고요.”말이 끝나자 그는 고개를 들어 소지아가 남긴 술을 단숨에 다 마
그의 성격으로 여동생이 죽었지만 소씨 집안은 파산당했을 뿐, 아직 다른 사람은 죽지 않았으니, 그녀는 이미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그러나 임건우는 운이 이렇게 좋지 않을 것이다. 소지아는 고개를 저었다.“그렇지 않아요, 선배, 이 일에 끼어들지 말았어야 했어요.”임건우는 바삐 나오느라 그녀의 외투도 챙기지 못했기에 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고 소지아의 몸에 걸친 다음 두 손으로 그녀의 두 어깨를 잡았다.“지아야, 나는 그 사람이 너한테 많은 상처를 줬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나도 네가 날 받아들일 것이라 기대하지 않아. 난 단지 남은 시간 동안 너와 함께 있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내가 너를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친구로서라도.”그의 애원에 소지아의 마음은 복잡했다. 임건우가 자신에게 친절할수록 그녀는 그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됐다.“선배, 호의는 알겠지만 그 사람은...”소지아는 말을 다 하지 못했지만 여광은 이미 검은 그림자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저승사자처럼 냉담한 표정으로 그녀와 그를 주시하는 것을 보았다.이도윤은 소지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이리와.”소지아는 남자의 소유욕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많아지며 심지어 이혼 전보다 더욱 심해졌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건우는 얼른 그녀를 뒤로 감싸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도윤을 바라보았다.“이 대표님, 당신들은 이미 이혼했으니 더 이상 지아에게 이러지 마세요.”이도윤은 임건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그윽하고 새까만 두 눈은 소지아의 외투에 떨어지며 다시 한번 말했다.“그 옷 벗고, 이리와.”그는 주인처럼 명령을 내렸고, 임건우가 없었으면 소지아는 당장 몸을 돌려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방금 연회장에서 그가 한 협박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이도윤은 확실히 그런 짓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눈빛의 굴욕을 감추고 임건우의 옷을 벗었다.“선배, 내가 상관하지 말라고 했잖아요.”임건우는 이해하지 못했다.“너희는 이미 이혼했어!”소지아는 대답하지 않고 옷
임건우가 떠난 후에야 소지아는 이도윤의 손에서 벗어났고 담담하게 말했다.“나한테 무슨 일 있겠어? 난 아주 건강해.”며칠의 휴식을 거쳐, 소지아의 안색은 전보다 많이 좋아졌고, 보기에 곧 죽어가는 사람 같지 않았다. 이도윤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하긴, 넌 줄곧 아주 건강했지.”소지아는 마음속으로 싸늘하게 웃으며 설명하지 않고 몸에 걸친 옷을 벗었다.“이 대표도 안심해. 나는 계약을 준수하고 재혼하지 않을 테니까.”두 사람의 이혼 합의서는 그가 고심하여 작성한 것이기에, 비록 그녀에게 많은 물질적인 보상을 했지만, 동시에 재혼할 수 없다는 이 조항은 거의 그녀의 모든 희망을 깨버렸다.재혼하면 그녀는 그에게 10배의 위자료를 배상해야 했다.즉 20조였다.소지아가 깔끔하게 계약에 사인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에게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방금 마신 술이 위에서 뒤섞이더니 한바탕 또 뼈를 찌르는 통증에 그녀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소지아는 고통을 참으며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나 손목이 다시 이 남자에게 꽉 잡혔는데, 바로 방금 임건우가 잡은 곳이었다.“이 대표, 당신 약혼녀가 아직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설마 내가 당신의 전처라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거야?”이도윤은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마디만 했다.“더러우니까 깨끗이 씻어.”소지아는 자신이 환자가 아니라 병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그라고 느꼈다.두 사람은 이혼했지만, 이도윤은 자신에 대한 소유욕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많아져서, 심지어 일종의 변태적인 지경에 이르렀다.그녀는 강제로 엘리베이터로 끌려갔고, 입을 열어 말을 하려고 했지만, 엘리베이터는 5층에서 멈추더니 술에 취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왔다.이도윤은 눈썹을 찌푸렸지만, 긴 다리는 묵묵히 한걸음 물러나 소지아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그의 훤칠한 그림자는 마치 벽처럼 소리 없이 그녀와 다른 사람들을 갈라놓았다.소지아는 빳빳한 양복과
차가운 손끝은 뱀처럼 그녀의 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소지아는 그와 다툼을 벌일 겨를이 없었지만, 그녀는 이도윤이 또 정신 나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와 교제할 때, 그는 세 가지를 요구했다. 배신하지 말고, 남이 건드리게 하지 말고, 떠나지 말고.그녀는 전부터 이도윤이 자신에 대한 일반인과 다른 소유욕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뺨을 때렸기 때문에 그는 그 사람의 유골까지 뿌릴 수 있었다.그녀가 각 방면으로 우수해서 학교에 있을 때, 사람들의 눈에 띄었기 때문에 이도윤은 불만이 가득했다. 운동회에서 그녀는 넘어졌고, 한 동창이 그녀를 업고 의무실로 갔다.그날 저녁, 소지아는 처음으로 이도윤의 무서운 보습을 바라보았는데, 그는 몇 글자밖에 말하지 않았다. 깨끗이 씻으라고.소지아가 아무리 설명해도 그는 듣지 않았고, 그날 밤, 그녀는 밤새 찬물에 담가야 했다.비록 이도윤이 좀 비정상적이지만, 그녀는 그를 너무 사랑했기에 그를 위해 휴학하고 모습을 드러낼 기회를 줄였다.이혼 후에도 그의 소유육은 늘기만 했고 줄지 않아서 난처했다.그녀는 위가 아팠는데, 약물치료 인해 이제야 좀 좋아졌다. 하지만 이 방에는 난방이 없어 찬물을 이렇게 맞으니 소지아는 몹시 아팠다.“꺼, 나 추워, 이도윤, 나 너무 춥다고.”이도윤은 그녀의 몸을 차디찬 벽돌에 몰아붙이며, 입가의 미소는 섬뜩했다.“지아야, 내가 널 안으면 넌 춥지 않겠지?”“미친놈, 이 미친놈아!”소지아는 떨면서 손을 뻗어 물뿌리개의 스위치를 만졌지만, 이도윤에게 바로 잡혔다.그는 그녀의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고, 몸은 촉촉하게 젖어 완벽한 몸매를 그려냈다.이도윤도 그녀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흰 셔츠가 찬물에 젖어 그의 복근이 보일락 말락 했다.그의 몸은 매우 뜨거웠고, 그녀에게 바짝 붙어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금세 애매해지자 이도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지아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아야, 이혼해도 너는 내 여자일 수밖에 없어. 설마 잊은 거
“만약, 내가 정말 죽는다면?”웅얼웅얼 거리는 차가운 목소리가 욕실에서 울리자 이도윤은 멍해졌다.“내가 있는 한, 넌 죽지 않을 거야.”그렇다, 그는 최고의 권리와 재산을 가지고 있었고, 세계 최고의 의료 자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어느 의사도 말기 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맹세할 수 없었다.그는 많은 사람의 생사를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는 신의 모든 것을 가졌지만, 그는 진짜 신도 아니었으니 그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낮은 웃음소리가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이도윤, 우리 집안이 네 여동생의 목숨을 빚졌으니 차라리 내 목숨으로 갚는 건 어때?”“지아야, 내가 정말 네 목숨을 원했다면 2년 전에 이미 널 죽였어. 나는 비록 너를 미워하지만, 동시에 너를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나는 네가 살아서 계속 벌을 받기를 원해.”“나를 사랑한다고?” 소지아는 코웃음을 쳤다.“네가 정말 나를 사랑해? 그런데 나를 배신해? 그리고 내가 앞으로 큰 병원을 차리고 싶다고 말했었지. 그래서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는데, 넌 수천억을 들여 병원을 설립해서 병원이름을 애원이라고 지었어.”“내가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했고, 장소까지 골랐는데, 넌 백채원에게 블린시트를 지어줬지.”“내가 우리 아이에게 지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자고 했는데, 넌 당신들 아이에게 그 이름을 지어주었어.”“이도윤, 이것이 바로 네가 말한 사랑이야?”차가운 물이 그의 턱을 따라 떨어졌고, 그의 늘어진 속눈썹은 그의 눈빛을 가렸다. 이도윤은 입을 벌리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한 글자도 말하지 않았다.소지아는 그에게 무슨 고충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모든 비밀번호를 바꾸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원래 모순된 사람이었으니, 그는 자신을 사랑해도 자신을 미워할 수 있었다.아마도 이것이 그의 복수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죽길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소
그는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지아야, 오늘의 벌, 잘 기억해.”“이도윤, 차라리, 날 괴롭혀. 절대 임씨 집안에 손 대지 마.”“이도윤, 이제 나 좀 놔줘. 그리고 나 혼자 여기에 두지 마. 너무 무서워!“이도윤, 물 좀 꺼, 나 추워, 나 아프면 안 돼...”그러나 소지아를 대답하는 것은 이도윤의 무관심한 뒷모습과, 쿵 하고 닫는 문 소리였다.“날 두고 가리지 마.”“내가 잘못했어. 나를 어떻게 괴롭히든 상관없지만 나 혼자 여기에 내버려 두지 마.”“이도윤, 나 너무 추워. 날 내보내줘. 네 말 잘 들을게...”“불 끄지 마, 무서워...”애원에 가까운 그 목소리는 그로 하여금 한순간 마음이 약해지게 했지만, 곧 사라졌다.그는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로비에서 백채원은 사방에서 그를 찾다가, 그의 곁에 소지아가 없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도윤 씨, 어디 갔었어요? 내가 한참 찾았잖아요.”“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왜요?” 이도윤의 담담한 표정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백채원은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 했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고 피했다.“난 저녁에 약속이 하나 더 있으니, 끝났으면 기사에게 데려다 주라고 할게요.”“그래요, 그럼 술 좀 적게 마시고 일찍 들어가요.” 백채원은 불만을 접고 얌전하게 대답했다.그날, 이도윤은 구청 밖에서 혼인신고를 거부했다. 백채원은 어쩔 수 없이 이도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착한 여자로 위장해야 했다.“음.”이도윤이 성큼성큼 떠나자 백채원은 즉시 얼굴의 웃음을 거두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는 이미 옷을 갈아입었다.다음 약속 때문인가, 아니면 소지아 때문인가?“좀 보고 다녀요!”김민아는 하이힐을 신은 채 뒤에서 달려왔다. 그녀가 무엇을 먹고 컸는지, 백채원은 아예 옆으로 밀려났다.“김민아 씨!”김민아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미안해요. 앞에 분명히 사람이 없었는데 못 봐서 미안해요.”지금 김민아는 자신을 짐승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