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람들의 희비는 서로 통하지 않았다. 저쪽은 ‘드라마’를 보며 떠들고 있었지만, 이쪽의 지아는 오히려 등골이 오싹했다.“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도윤, 나 놓아줘. 나 정말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이야.”그러나 도윤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아는 비록 그를 속였지만, 지금 보면 도윤이 그녀보다 훨씬 강했다.지아는 곧 강제로 그의 품에 안겼다.“이 세상에 너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이건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야.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그 어떤 결정도 응원해 줘야 하는 거 아니니?”“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지아야, 난 내 방식으로 널 위해 복수해 줄 테니까 넌 순순히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서 사모님 행세하면 돼.”지아는 두 눈으로 도윤을 노려보았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 다신 너와 재혼하지 않을 거라고. 우린 이미 돌아갈 수 없어.”“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지.”이때 진환과 진봉이 나타났고, 지아는 즉시 진환의 손에 든 주사를 발견하였다.지아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거둬들일 수 있겠어? 전에 발생한 일들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냐고? 그런 사실들이 우리 앞에 놓인 이상, 네가 다시 나에게 애원해도 난 승낙하지 않을 거야.”도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지아야, 난 확실히 시간을 되돌릴 능력이 없어. 하지만 만약 네가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어버린다면, 이 모든 일을 없던 걸로 할 수 있지 않을까?”“잊어버려? 사람이 어떻게 쉽게 그런 기억을 잊을…….”“지아야, 넌 사람의 집념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진수련은 일생 동안 정일 아저씨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설령 자취를 감춘 지금, 여전히 정일 아저씨를 잊을 수 없었어. 십여 년 전부터, 진수련은 아무런 자극도 없는, 주사만 하면 기억을 잊게 하는 약을 연구했는데, 성공하면 그 약을 정일 아저씨에게 쓰려고 했어. 이렇게 하면
지아는 힘차게 발버둥 치려 했지만 이 남자는 그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절대적인 힘에 억압당하고 움직일 수 없자, 지아는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그녀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곧 블랙X에 들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곧 도윤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싫어! 난 기억을 잃고 싶지 않아.”“이도윤, 더 이상 날 강요하지 마.”“해독제는? 너한테 해독제 있는 거 맞지?”지아는 도윤의 옷깃을 잡아당겼지만, 남자는 오히려 섬뜩하게 웃었다.“지아야, 난 후회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 이 세상엔 해독제는 없어.”지아는 털썩하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녀는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오직 지아만이 이 길을 걸어오느라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그녀는 견디지 못하고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만, 아무리 아파도 끝까지 버텼다.지난날의 아픈 기억들은 지아의 버팀목으로 되었고, 덕분에 그녀는 간신히 오늘까지 버틴 것이었다.지아는 강해졌고, 더 이상 나약하지도, 두려움에 떨지도 또 무서워하지도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몸에 감긴 사슬을 벗었지만, 도윤은 지금 뜻밖에도 그녀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려 했다.지아는 그를 세게 때리려 했지만 머리가 터질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감쌌고 고통 때문에 땅에서 이리저리 뒹굴었다.도윤은 놀라서 화가 났다.“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진환이 설명했다.“아마도 사모님의 체질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마다 약물을 복용한 후의 반응이 다른 데다, 사모님과 달리, 시약에 동의한 사람들은 대부분 진심으로 과거를 잊어버리길 원했기에 사모님처럼 반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사모님이 머리가 아픈 것도 단지 거부 반응에 나타난 부작용이니 안심하세요. 몇 분 후면 이상이 사라질 겁니다.”도윤은 몸을 웅크리며 지아를 꼭 껴안고, 한 번 또 한 번 그녀를 어루만졌다.지아는 그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도윤
“지아야, 꼭 행복해야 해.”“제, 제가 말했잖아요, 반드시…… 아, 아가씨를 지켜낼 것이라고. 아가씨, 꼭 행복하시고 건강하셔야 해요.”“지아야, 이 아빠가 너와 아이를 보호할 거야.”“우리 딸 정말 예쁘네. 아쉽게도 엄마가 너무 늦게 돌아왔구나.”“지아야, 정말 대단해, 이번에 또 전교 1등을 따냈다니.”“지아 씨, 난 지아 씨를 좋아해요. 우리 사귈지 않을래요?”“아가씨 또 만두 사러 왔구나? 아줌마가 늘 시키던 걸로 주문해 줄게.”“만약 내 손자가 널 괴롭힌다면 난 죽었어도 무덤에서 기어 나와 그를 혼내줄 거야.”“지아 학생, 지금 성적이 너무 우수하니까 외국에 가서 연수하는 건 어때? 넌 정말 내가 본 학생들 중 재능이 가장 타고난 아이거든.”“야, 너 이름이 뭐니? 나중에 또 보자.”전에 알게 된 그 사람들은 마치 작별을 하는 것처럼 지아의 눈앞에 나타났고, 지아는 손을 내밀며 그들을 붙잡으려 했다.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에, 그들은 물거품으로 되었다.도윤은 불안함과 당황함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여자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지아는 지금 손을 내밀며 사방을 향해 흔들고 있었지만, 결국 풀이 죽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도윤은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기억은 지아가 열 몇 살 되던 해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운동장에서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를 보았고, 그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눈빛이 부드러웠다.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제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지아는 머릿속이 텅 비었고, 다음 순간,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그녀는 매섭게 땅에 쓰러졌다.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지아는 마지막으로 세 글자를 들었다.“지아야.”도윤은 그녀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록 중간에 이런저런 해프닝이 있었지만, 다행히 모든 것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주위의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지?’순간, 누런이는 더 이상 과자를 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의 서늘한 눈빛이 자신에게
거대한 낙지창에서 따뜻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더니 화려한 유럽식 큰 침대에 떨어졌다.침대에 누운 여자는 하얀 피부에 이목구비가 정교하여 백설 공주처럼 아름다웠다.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그런지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방금 깨어났기 때문에 여자는 머리가 어지러웠고 심지어 은근히 통증을 느꼈다.마치 무언가가 머릿속의 모든 것을 뽑아낸 것처럼, 머리가 텅 비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텅 비었다.‘난 누구? 여긴 어디?’귓가에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오자, 소지아는 호기심으로 욕실을 바라보았다.‘누가 씻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구일까?’그녀는 이불을 젖히며 일어났고, 맨발로 부드러운 털 카펫을 밟았다.바깥은 날씨가 추웠지만, 방안은 따뜻한 난방 덕분에 마치 3, 4월의 봄날과 같았다.지아는 주위를 한 번 훑어보았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위주로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드러냈는데,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침대에 베이지색으로 된 구름 모양의 소파가 있었다.벽에는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었고, 사진 속의 여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남자의 품에 안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고 있는 남자는 몸매가 훤칠했고 얼굴 또한 말이 안 될 정도로 잘생겼다.지아는 화장대 앞으로 걸어왔는데, 자신이 사진 속의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내가 바로 이 여자였어? 게다가 결혼까지 했다니?’지아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욕실 문이 열렸고, 사진 속에서 본 남자는 목욕 수건을 두른 채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사진에서 볼 때, 남자는 이미 충분히 멋있었지만, 사진은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드러내지 못했다.그가 나오자, 방안은 수증기로 가득했고, 분명히 애써 카리스마와 싸늘함을 감추었지만, 지아는 여전히 남자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수건 사이로 보이는 가슴에는 긴 흉터가 있었는데, 남자의 그 존귀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았다.“지아야, 드디어 깨어났군.”지아는 도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손으로 벽에 있는 웨딩 사진을 가리켰다.“우리 두
도윤은 손에 약간 힘을 주더니 지아를 품속으로 안았다.방금 샤워를 마쳤기에, 남자의 몸은 촉촉했고, 공기 중에 심지어 샴푸 냄새가 있었다.지아의 여린 손바닥은 도윤의 가슴에 닿았고, 남자의 뜨거운 체온에 그녀는 좀 뜨겁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도윤의 입술은 부드럽게 그녀의 귓가에서 속삭이고 있었다.“너 허벅지 안쪽에 점이 하나 있어.”상큼한 박하 향기를 머금은 기운이 지아의 피부에 떨어지자, 그녀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그녀가 쑥스러워 하는 것을 보고, 도윤은 두 사람이 금방 사귀던 그때를 떠올렸고, 눈빛조차 부드러워졌다.그는 손을 내밀어 지아의 코를 어루만졌다.“장난 그만하고 먼저 밥 먹으러 가자. 밥 먹고 나면 네가 알고 싶은 거 모두 알려줄게.”말이 끝나자, 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고 안방에서 나왔고, 복도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가득 걸려 있었다. 모든 사진 속의 지아는 눈웃음을 짓고 있었고, 그 모습은 해맑고 활발해서 마치 태양처럼 눈이 부셨다.그중 한 장의 사진에서, 지아는 장미가 가득한 화원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고, 도윤은 뒤에서 그녀를 밀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채 남자를 바라보았고, 남자의 드리워진 속눈썹조차 눈 밑의 부드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또 다른 사진에서는 지아가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어 위에 있는 남자를 잡아당기고 있었는데,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을 보였지만 입가에 오히려 담담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지아가 멀리서 나비를 잡자, 남자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부드럽게 그녀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사진들은 평범한 일상을 드러냈고, 조금도 가식적이지 않았으며 매 장마다 지아는 장난을 쳤고, 도윤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집 전체의 디자인 역시 매우 아늑했고, 지아는 나오자마자 익숙함을 느꼈다. 그녀는 확실히 이곳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그렇게 지아는 무심코 한 방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전에 자주 이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지아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었다.손잡이에 놓은 손은 멈칫했지만, 이때 부드러운 큰 손이 지아의 손을 잡더니 다정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두려워할 필요 없어, 내가 여기 있으니까.”문이 열리자, 안에는 봉인된 괴물도, 끔찍한 화면도 없었다.그것은 아기자기한 방이었는데, 안의 가구들은 모두 옮겨지고 오직 텅 빈 방과 카펫만 남았다.벽에는 심지어 미처 철거하지 못한 아기 장난감이 있었다.지아는 이곳이 아기방이란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마음이 무거워졌고 코가 찡했다.넓고 텅 빈 방을 지나, 지아는 전에 아기 침대를 놓았던 그곳에 멈춰 섰다.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앉았는데, 분명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이곳에 멈춘 것은 완전히 본능이었다.“여기에 뭐가 있었어?”도윤도 지아의 행동에 놀랐고, 그녀의 곁에 앉으며 대답했다.“아기 침대.”지아는 비워진 방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러니까, 우리에게 아이가 있었던 거야?”“응.”지아는 입술을 떨며 물었다.“그럼…… 아이는?”“조산으로 요절했어.”이미 일어난 일이었지만, 지아는 아이가 없어졌단 것을 들은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다.“잃었다니? 왜? 내가 그 아이를 엄청 아꼈다며?”도윤은 지아의 그 절박한 눈빛을 마주하며 마음이 아파서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지아야, 넌 원래 몸이 좋지 않은 데다 그 당시 교통사고를 당해서 조산을 한 거야.”“교통사고?” 지아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서 난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거구나?”“물론 그 원인도 있지만, 넌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줄곧 우울증에 시달렸거든. 게다가 마침 네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그런 여러 가지 충격으로 인해 기억을 잃게 된 거야.”큰 타격은 끊어지지 않았고, 지아는 가슴이 답답해졌다.“내 엄마 아빠도 죽었다고?”“응, 어머님은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님은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되어 오랫동안 치료를 받다 결국 이 세상을
도윤은 계속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서로를 알고 사랑한 것에 대해 말했고, 지아는 비록 기억하지 못했지만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렸다.“과거의 난 널 많이 사랑했겠지?”도윤은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맞아, 뭐라도 생각난 거야?”지아는 고개를 흔들었다.“네가 말한 난 그렇게 우수했지만 가정을 위해 학업을 포기했잖아. 만약 널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있었겠어?”이 말에 도윤의 안색이 복잡해졌고, 지아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멀리서 흩날리는 눈을 보며 가볍게 중얼거렸다.“그러게, 만약 날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면, 넌 또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포기했을까? 지아야, 앞으로 난 널 잘 아껴줄 거야.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해.”말하면서 도윤은 지아를 세게 안았고,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어 그저 도윤을 힘껏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아는 오히려 자신의 오른손에 힘이 별로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손목에는 흉터가 있었다.“내 손…….”도윤은 얼른 지아를 놓아주었다.“전에 상처를 입었는데, 지금은 이미 좋아졌어.”지아는 손목을 움직여 봤는데, 민첩하지 못한 것 외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단지 이상함을 느낄 뿐이었다.“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손목을 다쳤을까? 어떻게 다쳤는데? 대체 누가 나한테 이런 짓을?”“아주 나쁜 사람이 그랬어. 그는 이미 벌을 받고 있으니 그만 생각해.”지아는 눈을 깜빡였고, 도윤이 많은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비록 도윤은 그녀에게 아주 잘해주었지만, 지아도 도대체 어디가 이상한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줄곧 도윤을 경계하고 있었다.“넌 의학에 관심이 있어서, 내가 특별히 너에게 외국으로 연수할 기회를 마련했는데.”“하지만 방금 내가 널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말하지 않았어? 지금 넌 왜 또 내가 학업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거지?”도윤의 눈빛은 의미심장했고, 미안함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왜냐하면 난 이 몇 년 동안 네가 생각만큼
도윤은 재빨리 밖으로 나갔고,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다.“음.”“대표님, 사모님은 깨어나셨습니까? 상태는요?” 양요한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지아는 그날 약물 주사를 맞은 후, 사흘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으니, 이제 마땅히 깨어나야 했다.도윤이 지아의 상태를 대충 말했고, 양요한은 한숨을 돌렸다.“그럼 됐습니다, 저는 그냥…….”양요한은 요 며칠 줄곧 긴장을 하고 있었다. 1년 전에 지아가 고열이 났을 때, 그녀의 백혈구와 적혈구는 말이 안 될 정도로 낮았다. 그리고 수치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지아가 약물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지만, 후에 지아의 검사 보고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양요한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약은 아주 특별했는데, 임산부, 노인, 아이와 같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 외에 종양 환자 역시 복용 금지였다. 그래서 양요한은 수시로 1년 전 지아의 종이처럼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곤 했다.“뭐가?”“그냥 사모님이 그동안 몸이 별로 좋지 않은 거 같아서 약을 배척하실까 봐 걱정했는데, 괜찮으시면 됐습니다.”생각하다 양요한은 한마디 덧붙였다.“그동안 사모님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시고, 어떤 이상이라도 있으면 얼른 저에게 연락하세요.”“그래.”지아는 발신자의 이름을 놓치지 않았다. 양요한.‘남자인 것 같은데, 왜 날 피해서 전화를 받는 거지?’‘그러나 이 별장의 부지면적과 인테리어를 보면 가격이 만만치 않았으니, 이도윤은 돈이 꽤 많은 사람인 것 같아.’‘이 남자는 회사의 고위층일 수 있으니 중요한 고객에게 연락하는 것도 정상이겠지?’이때의 지아는 아직도 도윤의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비록 마음속에 의문이 있었지만, 시간이 많았으니 그녀는 천천히 답을 찾을 것이다.지아는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별장을 참관하기 시작했다. 이 집의 인테리어에서부터 모든 장식품까지,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옆에 있던 아주머니는 설거지를 마치고 손에 오이 하나를 들고 씹으면서 말했다.“당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