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낙지창에서 따뜻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더니 화려한 유럽식 큰 침대에 떨어졌다.침대에 누운 여자는 하얀 피부에 이목구비가 정교하여 백설 공주처럼 아름다웠다.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그런지 여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났다.방금 깨어났기 때문에 여자는 머리가 어지러웠고 심지어 은근히 통증을 느꼈다.마치 무언가가 머릿속의 모든 것을 뽑아낸 것처럼, 머리가 텅 비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텅 비었다.‘난 누구? 여긴 어디?’귓가에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오자, 소지아는 호기심으로 욕실을 바라보았다.‘누가 씻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구일까?’그녀는 이불을 젖히며 일어났고, 맨발로 부드러운 털 카펫을 밟았다.바깥은 날씨가 추웠지만, 방안은 따뜻한 난방 덕분에 마치 3, 4월의 봄날과 같았다.지아는 주위를 한 번 훑어보았다.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위주로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드러냈는데,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침대에 베이지색으로 된 구름 모양의 소파가 있었다.벽에는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었고, 사진 속의 여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남자의 품에 안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고 있는 남자는 몸매가 훤칠했고 얼굴 또한 말이 안 될 정도로 잘생겼다.지아는 화장대 앞으로 걸어왔는데, 자신이 사진 속의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내가 바로 이 여자였어? 게다가 결혼까지 했다니?’지아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욕실 문이 열렸고, 사진 속에서 본 남자는 목욕 수건을 두른 채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사진에서 볼 때, 남자는 이미 충분히 멋있었지만, 사진은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드러내지 못했다.그가 나오자, 방안은 수증기로 가득했고, 분명히 애써 카리스마와 싸늘함을 감추었지만, 지아는 여전히 남자에게서 위험을 느꼈다.수건 사이로 보이는 가슴에는 긴 흉터가 있었는데, 남자의 그 존귀한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았다.“지아야, 드디어 깨어났군.”지아는 도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손으로 벽에 있는 웨딩 사진을 가리켰다.“우리 두
도윤은 손에 약간 힘을 주더니 지아를 품속으로 안았다.방금 샤워를 마쳤기에, 남자의 몸은 촉촉했고, 공기 중에 심지어 샴푸 냄새가 있었다.지아의 여린 손바닥은 도윤의 가슴에 닿았고, 남자의 뜨거운 체온에 그녀는 좀 뜨겁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도윤의 입술은 부드럽게 그녀의 귓가에서 속삭이고 있었다.“너 허벅지 안쪽에 점이 하나 있어.”상큼한 박하 향기를 머금은 기운이 지아의 피부에 떨어지자, 그녀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그녀가 쑥스러워 하는 것을 보고, 도윤은 두 사람이 금방 사귀던 그때를 떠올렸고, 눈빛조차 부드러워졌다.그는 손을 내밀어 지아의 코를 어루만졌다.“장난 그만하고 먼저 밥 먹으러 가자. 밥 먹고 나면 네가 알고 싶은 거 모두 알려줄게.”말이 끝나자, 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고 안방에서 나왔고, 복도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가득 걸려 있었다. 모든 사진 속의 지아는 눈웃음을 짓고 있었고, 그 모습은 해맑고 활발해서 마치 태양처럼 눈이 부셨다.그중 한 장의 사진에서, 지아는 장미가 가득한 화원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고, 도윤은 뒤에서 그녀를 밀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채 남자를 바라보았고, 남자의 드리워진 속눈썹조차 눈 밑의 부드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또 다른 사진에서는 지아가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어 위에 있는 남자를 잡아당기고 있었는데,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을 보였지만 입가에 오히려 담담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지아가 멀리서 나비를 잡자, 남자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부드럽게 그녀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사진들은 평범한 일상을 드러냈고, 조금도 가식적이지 않았으며 매 장마다 지아는 장난을 쳤고, 도윤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집 전체의 디자인 역시 매우 아늑했고, 지아는 나오자마자 익숙함을 느꼈다. 그녀는 확실히 이곳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그렇게 지아는 무심코 한 방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전에 자주 이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지아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었다.손잡이에 놓은 손은 멈칫했지만, 이때 부드러운 큰 손이 지아의 손을 잡더니 다정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두려워할 필요 없어, 내가 여기 있으니까.”문이 열리자, 안에는 봉인된 괴물도, 끔찍한 화면도 없었다.그것은 아기자기한 방이었는데, 안의 가구들은 모두 옮겨지고 오직 텅 빈 방과 카펫만 남았다.벽에는 심지어 미처 철거하지 못한 아기 장난감이 있었다.지아는 이곳이 아기방이란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마음이 무거워졌고 코가 찡했다.넓고 텅 빈 방을 지나, 지아는 전에 아기 침대를 놓았던 그곳에 멈춰 섰다.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앉았는데, 분명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이곳에 멈춘 것은 완전히 본능이었다.“여기에 뭐가 있었어?”도윤도 지아의 행동에 놀랐고, 그녀의 곁에 앉으며 대답했다.“아기 침대.”지아는 비워진 방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러니까, 우리에게 아이가 있었던 거야?”“응.”지아는 입술을 떨며 물었다.“그럼…… 아이는?”“조산으로 요절했어.”이미 일어난 일이었지만, 지아는 아이가 없어졌단 것을 들은 순간, 눈물을 왈칵 쏟았다.“잃었다니? 왜? 내가 그 아이를 엄청 아꼈다며?”도윤은 지아의 그 절박한 눈빛을 마주하며 마음이 아파서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지아야, 넌 원래 몸이 좋지 않은 데다 그 당시 교통사고를 당해서 조산을 한 거야.”“교통사고?” 지아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서 난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거구나?”“물론 그 원인도 있지만, 넌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줄곧 우울증에 시달렸거든. 게다가 마침 네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그런 여러 가지 충격으로 인해 기억을 잃게 된 거야.”큰 타격은 끊어지지 않았고, 지아는 가슴이 답답해졌다.“내 엄마 아빠도 죽었다고?”“응, 어머님은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님은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되어 오랫동안 치료를 받다 결국 이 세상을
도윤은 계속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서로를 알고 사랑한 것에 대해 말했고, 지아는 비록 기억하지 못했지만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렸다.“과거의 난 널 많이 사랑했겠지?”도윤은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맞아, 뭐라도 생각난 거야?”지아는 고개를 흔들었다.“네가 말한 난 그렇게 우수했지만 가정을 위해 학업을 포기했잖아. 만약 널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있었겠어?”이 말에 도윤의 안색이 복잡해졌고, 지아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멀리서 흩날리는 눈을 보며 가볍게 중얼거렸다.“그러게, 만약 날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았다면, 넌 또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포기했을까? 지아야, 앞으로 난 널 잘 아껴줄 거야.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해.”말하면서 도윤은 지아를 세게 안았고, 그녀는 숨을 쉴 수 없어 그저 도윤을 힘껏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아는 오히려 자신의 오른손에 힘이 별로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손목에는 흉터가 있었다.“내 손…….”도윤은 얼른 지아를 놓아주었다.“전에 상처를 입었는데, 지금은 이미 좋아졌어.”지아는 손목을 움직여 봤는데, 민첩하지 못한 것 외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단지 이상함을 느낄 뿐이었다.“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손목을 다쳤을까? 어떻게 다쳤는데? 대체 누가 나한테 이런 짓을?”“아주 나쁜 사람이 그랬어. 그는 이미 벌을 받고 있으니 그만 생각해.”지아는 눈을 깜빡였고, 도윤이 많은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비록 도윤은 그녀에게 아주 잘해주었지만, 지아도 도대체 어디가 이상한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줄곧 도윤을 경계하고 있었다.“넌 의학에 관심이 있어서, 내가 특별히 너에게 외국으로 연수할 기회를 마련했는데.”“하지만 방금 내가 널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말하지 않았어? 지금 넌 왜 또 내가 학업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거지?”도윤의 눈빛은 의미심장했고, 미안함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왜냐하면 난 이 몇 년 동안 네가 생각만큼
도윤은 재빨리 밖으로 나갔고,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다.“음.”“대표님, 사모님은 깨어나셨습니까? 상태는요?” 양요한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지아는 그날 약물 주사를 맞은 후, 사흘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으니, 이제 마땅히 깨어나야 했다.도윤이 지아의 상태를 대충 말했고, 양요한은 한숨을 돌렸다.“그럼 됐습니다, 저는 그냥…….”양요한은 요 며칠 줄곧 긴장을 하고 있었다. 1년 전에 지아가 고열이 났을 때, 그녀의 백혈구와 적혈구는 말이 안 될 정도로 낮았다. 그리고 수치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지아가 약물치료를 받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지만, 후에 지아의 검사 보고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양요한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약은 아주 특별했는데, 임산부, 노인, 아이와 같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 외에 종양 환자 역시 복용 금지였다. 그래서 양요한은 수시로 1년 전 지아의 종이처럼 창백한 얼굴을 떠올리곤 했다.“뭐가?”“그냥 사모님이 그동안 몸이 별로 좋지 않은 거 같아서 약을 배척하실까 봐 걱정했는데, 괜찮으시면 됐습니다.”생각하다 양요한은 한마디 덧붙였다.“그동안 사모님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시고, 어떤 이상이라도 있으면 얼른 저에게 연락하세요.”“그래.”지아는 발신자의 이름을 놓치지 않았다. 양요한.‘남자인 것 같은데, 왜 날 피해서 전화를 받는 거지?’‘그러나 이 별장의 부지면적과 인테리어를 보면 가격이 만만치 않았으니, 이도윤은 돈이 꽤 많은 사람인 것 같아.’‘이 남자는 회사의 고위층일 수 있으니 중요한 고객에게 연락하는 것도 정상이겠지?’이때의 지아는 아직도 도윤의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비록 마음속에 의문이 있었지만, 시간이 많았으니 그녀는 천천히 답을 찾을 것이다.지아는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별장을 참관하기 시작했다. 이 집의 인테리어에서부터 모든 장식품까지,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옆에 있던 아주머니는 설거지를 마치고 손에 오이 하나를 들고 씹으면서 말했다.“당연하
밤이 깊어지자, 아주머니는 일찍 돌아갔고 별장에는 지아와 도윤 두 사람만 남았다.“안 졸려?”지아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하나도 안 졸려. 그냥 드라마 좀 보고 싶어서 그래.”사실 지아는 어색함을 느낄 뿐이었다. 비록 두 사람은 이미 결혼한 부부였지만, 지금 그녀에게 있어 도윤은 여전히 낯선 사람이었기에, 그와 친밀한 접촉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색했다.도윤은 그녀가 긴장해하는 것을 보고 하나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좋아, 그럼 같이 있어줄게.”지아는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었고, 도윤은 옆에서 공무를 처리하며 노트북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렸다.가끔 지아는 도윤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금색 테두리 안경을 쓰고 있었고, 머리 위의 불빛은 노란 빛을 드리우며 그의 차가운 얼굴을 부드럽게 비추었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듯 도윤은 고개를 들었다.검은색 실크 잠옷은 질감이 아주 좋았고, 심지어 불빛 아래에서 부드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그가 낀 안경까지 밝게 비추었다. 그는 길쭉한 중지로 가볍게 안경을 위로 밀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았다.“왜 그래?”남자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지만. 지아는 왠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더니 목이 탔다.“아, 아무것도 아니야.”하지만 도윤은 이미 노트북을 내려놓았다.“목이 마른 거야? 아니면 배고픈 건가? 저녁에 별로 먹지 않은 거 같은데, 야식해 줄까?”지아는 큰 눈을 깜박거리며 도윤을 바라보았다.“정말 요리할 줄 아는 거야?”전에 아주머니는 말을 아주 과장하게 했기에 그녀는 아주머니가 일부러 자신에게 도윤을 어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도윤은 이미 소매를 걷어붙였고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졌다.“기다리고 있어.”말을 마친 다음, 도윤은 긴 다리를 내디디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주방에서는 곧 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지아는 남자가 기껏해야 자신에게 파스타를 만들어 줄줄 알았지만,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마치 미슐랭 셰프와도 같았다.번쩍이는 불빛 속에
지아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닭발 맛있어 보인다. 먼저 먹어볼게.”그녀가 집기도 전에, 도윤은 재빨리 뼈가 없는 닭발 하나를 그녀에게 먹여주었다.“맛있어?”먹자마자 달콤새콤한 향이 입안에서 퍼졌다.익숙한 맛이 혀끝에서 위로 전해졌고, 오랫동안 먹지 못한 맛에 지아는 매워서 혀를 내밀며 레몬물을 마셨다.“그렇게 매워?” 도윤이 얼른 물었다.“조금 매운데 맛있어.” 지아는 매워서 귀까지 빨개졌지만 여전히 먹으려고 했다.도윤은 옆에서 닭발의 뼈를 발라주고 있었지만, 지아가 먹는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다.“천천히 먹어.”“너무 맛있어. 이 요리 솜씨로 가게 하나 차려도 될걸.”지아는 물을 마시면서 도윤을 칭찬했다.도윤은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아무나 자신이 만든 매운 닭발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지아는 오랫동안 먹지 않아서 그런지 아무리 매워도 꾸준히 물을 마시면서 먹었다.그녀는 혼자 뼈를 바르는 속도가 너무 느렸지만 도윤은 아주 빨랐다.남자가 건네주지 않아도 지아는 이미 머리를 내밀었고, 입을 벌려 도윤의 손에 있던 닭발을 성공적으로 흡입했다.순간, 도윤은 멍해졌다.방금 지아는 너무 빨리 먹어서 입이 그의 피부에 닿았다. 비록 일회용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그 촉감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마치 깃털이 그의 마음을 살살 간지럽히고 있는 것 같았다.“두근두근.”그의 심장은 아주 빠르게 뛰고 있었다.지아는 자신이 마른 장작에 불을 지핀 것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지아를 바라보는 도윤의 눈빛은 마치 지아가 접시에 있는 닭발을 보고 있는 것과 같았다. 달콤하고 매콤해서 그는 그녀를 한입에 삼키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지아가 여전히 자신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에 처했을 뿐,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숨을 깊이 쉬더니 그는 충동을 애써 참았다.‘충동하면 안 돼, 지아가 놀랄 수도 있어.’지아가 그를 보기도 전에, 도윤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과일 좀 썰어 줄게.”지아
지금의 지아는 도윤과 이혼하기 전과 많이 비슷했다. 그때의 그녀는 순진하고 해맑았으며 매일 희망을 품고 살아갔다.아무리 자질구레한 일 때문에 골치가 아파도, 지아의 웃는 얼굴을 보면 도윤은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가 무심코 한 고백에 지아는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를 보고 있으니 그녀도 참을 수 없었다.지아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체리가 참 크고 다네.”“좋아하면 됐어.”도윤은 아주 바쁜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만들었지만, 그는 별로 먹지 않았고, 지아에게 뼈를 발라준 다음 또다시 노트북을 가져와 업무를 처리했다.지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참, 아직 네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데, 평소에 하는 일이 뭐야?”“매니지먼트.” 도윤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어쩐지 이렇게 바쁘더라니.”그녀는 도윤이 업무를 빌어 주의력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지아는 그렇게 귀여웠으니 그는 자신이 욕망을 참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지아는 혼자서 닭발 한 접시를 다 먹은 다음 또 많은 과일을 먹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도윤이 엄숙한 표정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체리를 그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이…… 이거 좀 먹을래?”예전의 지아도 자주 도윤에게 먹을 것을 먹였기에, 도윤은 보지도 않고 체리를 먹었다.혀는 무심코 지아의 손가락을 스쳤고, 그녀는 쑥스러워서 작은 얼굴을 붉히더니 어쩔 바를 몰랐다.“나 너무 많이 먹은 거 같아. 올라가서 소화 좀 할게.”마침 지아도 배가 불러서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얼른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러나 그녀는 뒤에 있는 한 쌍의 눈이 안경을 통해 불타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사실 오늘 하루의 체험은 꽤 좋았다. 도윤의 상냥함과 친절함은 모든 기억을 잃은 그녀의 불안감을 잘 달래주었다.그는 그녀를 공주처럼 아끼고 사랑했다.개봉하지 않은 샴푸조차 지아가 좋아하는 냄새였고, 그녀는 거품을 만들며 공기 속에는 달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