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자, 아주머니는 일찍 돌아갔고 별장에는 지아와 도윤 두 사람만 남았다.“안 졸려?”지아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하나도 안 졸려. 그냥 드라마 좀 보고 싶어서 그래.”사실 지아는 어색함을 느낄 뿐이었다. 비록 두 사람은 이미 결혼한 부부였지만, 지금 그녀에게 있어 도윤은 여전히 낯선 사람이었기에, 그와 친밀한 접촉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색했다.도윤은 그녀가 긴장해하는 것을 보고 하나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좋아, 그럼 같이 있어줄게.”지아는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었고, 도윤은 옆에서 공무를 처리하며 노트북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렸다.가끔 지아는 도윤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금색 테두리 안경을 쓰고 있었고, 머리 위의 불빛은 노란 빛을 드리우며 그의 차가운 얼굴을 부드럽게 비추었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듯 도윤은 고개를 들었다.검은색 실크 잠옷은 질감이 아주 좋았고, 심지어 불빛 아래에서 부드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그가 낀 안경까지 밝게 비추었다. 그는 길쭉한 중지로 가볍게 안경을 위로 밀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았다.“왜 그래?”남자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지만. 지아는 왠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더니 목이 탔다.“아, 아무것도 아니야.”하지만 도윤은 이미 노트북을 내려놓았다.“목이 마른 거야? 아니면 배고픈 건가? 저녁에 별로 먹지 않은 거 같은데, 야식해 줄까?”지아는 큰 눈을 깜박거리며 도윤을 바라보았다.“정말 요리할 줄 아는 거야?”전에 아주머니는 말을 아주 과장하게 했기에 그녀는 아주머니가 일부러 자신에게 도윤을 어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도윤은 이미 소매를 걷어붙였고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어루만졌다.“기다리고 있어.”말을 마친 다음, 도윤은 긴 다리를 내디디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주방에서는 곧 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지아는 남자가 기껏해야 자신에게 파스타를 만들어 줄줄 알았지만,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마치 미슐랭 셰프와도 같았다.번쩍이는 불빛 속에
지아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닭발 맛있어 보인다. 먼저 먹어볼게.”그녀가 집기도 전에, 도윤은 재빨리 뼈가 없는 닭발 하나를 그녀에게 먹여주었다.“맛있어?”먹자마자 달콤새콤한 향이 입안에서 퍼졌다.익숙한 맛이 혀끝에서 위로 전해졌고, 오랫동안 먹지 못한 맛에 지아는 매워서 혀를 내밀며 레몬물을 마셨다.“그렇게 매워?” 도윤이 얼른 물었다.“조금 매운데 맛있어.” 지아는 매워서 귀까지 빨개졌지만 여전히 먹으려고 했다.도윤은 옆에서 닭발의 뼈를 발라주고 있었지만, 지아가 먹는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다.“천천히 먹어.”“너무 맛있어. 이 요리 솜씨로 가게 하나 차려도 될걸.”지아는 물을 마시면서 도윤을 칭찬했다.도윤은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아무나 자신이 만든 매운 닭발을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지아는 오랫동안 먹지 않아서 그런지 아무리 매워도 꾸준히 물을 마시면서 먹었다.그녀는 혼자 뼈를 바르는 속도가 너무 느렸지만 도윤은 아주 빨랐다.남자가 건네주지 않아도 지아는 이미 머리를 내밀었고, 입을 벌려 도윤의 손에 있던 닭발을 성공적으로 흡입했다.순간, 도윤은 멍해졌다.방금 지아는 너무 빨리 먹어서 입이 그의 피부에 닿았다. 비록 일회용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그 촉감은 여전히 부드러웠고 마치 깃털이 그의 마음을 살살 간지럽히고 있는 것 같았다.“두근두근.”그의 심장은 아주 빠르게 뛰고 있었다.지아는 자신이 마른 장작에 불을 지핀 것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지아를 바라보는 도윤의 눈빛은 마치 지아가 접시에 있는 닭발을 보고 있는 것과 같았다. 달콤하고 매콤해서 그는 그녀를 한입에 삼키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지아가 여전히 자신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에 처했을 뿐,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숨을 깊이 쉬더니 그는 충동을 애써 참았다.‘충동하면 안 돼, 지아가 놀랄 수도 있어.’지아가 그를 보기도 전에, 도윤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과일 좀 썰어 줄게.”지아
지금의 지아는 도윤과 이혼하기 전과 많이 비슷했다. 그때의 그녀는 순진하고 해맑았으며 매일 희망을 품고 살아갔다.아무리 자질구레한 일 때문에 골치가 아파도, 지아의 웃는 얼굴을 보면 도윤은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가 무심코 한 고백에 지아는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를 보고 있으니 그녀도 참을 수 없었다.지아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체리가 참 크고 다네.”“좋아하면 됐어.”도윤은 아주 바쁜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만들었지만, 그는 별로 먹지 않았고, 지아에게 뼈를 발라준 다음 또다시 노트북을 가져와 업무를 처리했다.지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참, 아직 네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데, 평소에 하는 일이 뭐야?”“매니지먼트.” 도윤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어쩐지 이렇게 바쁘더라니.”그녀는 도윤이 업무를 빌어 주의력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지아는 그렇게 귀여웠으니 그는 자신이 욕망을 참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지아는 혼자서 닭발 한 접시를 다 먹은 다음 또 많은 과일을 먹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도윤이 엄숙한 표정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체리를 그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이…… 이거 좀 먹을래?”예전의 지아도 자주 도윤에게 먹을 것을 먹였기에, 도윤은 보지도 않고 체리를 먹었다.혀는 무심코 지아의 손가락을 스쳤고, 그녀는 쑥스러워서 작은 얼굴을 붉히더니 어쩔 바를 몰랐다.“나 너무 많이 먹은 거 같아. 올라가서 소화 좀 할게.”마침 지아도 배가 불러서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얼른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러나 그녀는 뒤에 있는 한 쌍의 눈이 안경을 통해 불타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사실 오늘 하루의 체험은 꽤 좋았다. 도윤의 상냥함과 친절함은 모든 기억을 잃은 그녀의 불안감을 잘 달래주었다.그는 그녀를 공주처럼 아끼고 사랑했다.개봉하지 않은 샴푸조차 지아가 좋아하는 냄새였고, 그녀는 거품을 만들며 공기 속에는 달콤
이 댓글을 보자, 지아는 정신을 차렸다.오늘 지아가 깨어난 후, 모든 사람들은 그녀에게 한 가지 사실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녀와 도윤 사이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도윤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이 모든 것은 마치 완벽하게 포장된 선물과 같았고, 겉으로는 아무런 흠도 없어 무척 정교했다.‘아이를 잃은 건 뜻밖의 사고라 쳐도, 내 손은 또 누구 때문에 다쳤을까?’지아는 샤워할 때 자신의 몸에 많은 상처와 흉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었지만, 가지에 긁힌 찰과상이나 넘어져서 생긴 상처 같았다.그녀의 손바닥도 온통 굳은살이었다. 그녀의 몸매는 아주 아름답지만, 야위거나 연약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근육까지 있었다. 상처는 최근에 생긴 것이었고, 헬스장에서 오랫동안 운동한 결과였다.이것은 도윤이 말한 자신이 가정주부란 이미지에 부합되지 않았다.가장 중요한 것은 지아의 핸드폰에는 단 몇 개의 연락처만 저장되어 있었는데, 도윤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호원들의 전화였다. 게다가 핸드폰도 새것이라 어쩌면 번호까지 새로 바뀐 것일지도 모른다.지아가 기억을 잃은 것처럼, 그녀의 과거는 마치 깨끗이 지워진 것 같았고, 조금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지아는 즉시 경계하기 시작했다.“늦은 시간에 뭘 보고 있어?”이때 한 손이 그녀의 등을 두드렸고, 지아는 놀라서 재빨리 화면을 잠근 후 휴대전화를 베개 밑으로 숨겼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소설 보고 있었어. 왜, 널 방해한 거야?”남자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고, 지아는 그의 뜨거운 가슴을 느꼈지만, 등에는 오히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이런 느낌은 마치 공포소설의 결말에서, 살인자가 뜻밖에도 자신의 뒤에 서 있는 것과 같았다.지아는 긴장해서 숨까지 죽였다.그러나 도윤은 그녀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몸에 힘주는 것을 느끼자, 그는 지아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아니야. 불 끄고 핸드폰 보면 눈에 안 좋으니까 이제 그만
이른 아침, 지아는 눈부신 햇빛을 맞이하며 유유히 깨어났다.그녀는 눈을 천천히 떴고, 눈빛은 아이처럼 깨끗하고 맑았다.깨어나자마자 지아는 좀 멍했고, 큰 눈을 깜박였는데 무척 깜찍해 보였다.“어젯밤 잘 잤어?”지아는 곁에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미소를 머금은 그의 얼굴은 너무나도 잘생겼다. 설령 기억을 잃었다 하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설렜다.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남자의 이목구비는 어떤 각도에서 보나 조금의 흠집도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웃지 않을 때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웃으면 봄의 따스한 햇살처럼 사람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지아는 작은 입을 벌리며 대답했다.“그, 그럭저럭.”전에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에 얽매여 잠을 이루기 어려웠는데, 잠 들어도 끊임없이 악몽을 꾸었다.그러나 오늘, 지아는 날이 밝을 때까지 잘 잤다.“그럼 됐어. 좋은 아침이야, 우리 자기.”도윤은 고개를 돌려 가볍게 지아의 미간에 키스를 한 후, 침대에서 내려와 씻으러 갔다.지아는 멍하니 자신의 이마를 만졌는데, 분명히 가벼운 키스였지만, 그녀는 설렘에 심장이 곧 튀어나올 것 같았다.‘미남이라 그런지 정말 장난이 아니군.’그러나 머릿속에는 즉시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바보같이 굴지 마. 그 잘생긴 외모 아래 얼마나 추악한 마음을 숨겼을지 알고. 지금 이 남자는 미소로 널 현혹시키고 있는 거야.’씻고 나온 도윤은 지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두 손을 침대에 받치자, 상쾌한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응?”일부러 변성을 하지 않았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정말 너무 섹시했다. 응이라고 물어보는 말은 마치 깃털처럼 지아의 마음을 간지럽히고 있었다.“아니야, 나 씻으러 갈게.”뒤에서 남자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지아는 더욱 빨리 도망쳤다.그리고 그녀는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을 sns에 올렸다.[하지만 그는 날 자
지아는 즉시 뒤로 물러섰지만, 그녀의 뒤에는 열린 옷장이었고, 그렇게 자신을 더욱 좁은 공간으로 가두었다.그녀의 두 손은 도윤의 가슴에 올려놓았는데, 작은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지아는 지금 sns에 이 상황을 올려 네티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고 싶었다.도윤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를 만졌다.“오늘 추우니까 많이 입어.”말이 끝나자, 그는 지아를 놓아주며 물러났고 지아는 얼른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알았어.”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도윤이 무슨 이상한 짓 하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도윤은 이미 드레스룸에서 나왔다.“아침 다 됐어.”“응, 곧 내려갈게.”지아는 홍조가 사라진 후에야 황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고, 식사 후, 그녀는 도윤을 따라 외출했다.밖에 세워진 수십억 짜리의 차를 보고 지아는 침을 삼켰다.“이거 네 차야?”“우리 사이에 네 거 내 거가 어딨어.”지아는 충격을 느끼며 차에 올랐다.‘이 남자 지금 돈을 노리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설마 우리 집 파산했다고 말한 건 거짓말인가?’지아는 약간 멍해서 차량이 나는 듯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어젯밤 금방 큰 눈이 내렸기에, 도시는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유난히 몽환적이다.차는 곧 시내에 도착했고, 그들은 골목 입구에서 내렸다.이곳에는 높은 빌딩이 없었고, 대부분 단층집이었다.“뭐 좀 생각나니? 여긴 네가 결혼하게 전에 살던 곳이야.”지아는 떠들썩한 골목을 살펴보았는데, 만두 가게의 시루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고, 한 아주머니는 작은 수레를 밀고 골목을 돌아다니며 고구마와 떡꼬치를 팔고 있었다.머릿속에는 아무런 인상이 없었지만 모든 것이 익숙했다.소씨 집안의 별장에 도착하니, 지아는 만감이 교차했다.“들어가.”도윤은 문을 열었다. 도우미가 줄곧 청소를 하고 있었기에, 정원에는 낙엽이 없었고 심지어 길가의 눈까지 쓸어냈다.정원의 매화나무가 한창 아름답게 피어 있었는데, 이때 하얀 고양이 한 마리
이 결과는 지아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비록 아버지가 남긴 물건은 그녀에게 있어 소중한 보물이었지만 사실 큰 가치가 없었다.지금의 상황은 댓글이 말한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도윤은 그녀의 돈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그럼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지?’소씨 집안의 별장에서 한참이나 머물렀지만, 지아는 여전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떠나기 전에 하루가 따라왔고, 지아는 하루를 데려가고 싶다고 말하려다 갑자기 멈칫했다. 지금 머릿속의 누군가 지아에게 도윤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속삭이고 있었다.“왜 그래?”지아는 발밑에 있는 고양이를 가리켰다.“하루 데리고 같이 가면 안 돼?”하루는 이미 나이가 먹어서 오래 살지 못했기에 지아는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도윤은 아주 깔끔하게 대답했다.“좋아, 사람 시켜서 데려가라고 할게. 우리는 오늘의 데이트를 계속해야지.”지아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데이트?”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지아의 손을 잡았다. “응. 결혼했다고 데이트하면 법에 어긋나는 게 아니잖아? 우리는 합법적인 부부로서 데이트하는 건 너무 정상이지.”그는 직접 운전을 했고, 지아에게 안전벨트를 매주었다.“우리 전에도 데이트 많이 했어?”도윤은 앞을 바라보며 성실하게 대답했다.“아니, 예전의 난 엄청 바빴고 자주 출장까지 갔기에 너와 함께 한 시간이 아주 적었어. 그러나 앞으로 난 가능한 한 시간을 내서 너와 함께 할 거야.”그의 표정은 거짓말을 한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했다.“지아야, 난 이미 널 위해 출국 수속을 밟았어. 만약 다른 계획이 없다면, 내가 손에 있는 업무를 처리한 후, 우리 이번 달 끝나기 전에 X국에 가자. 넌 그곳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고, 겸사겸사 우리 어머니도 만나볼 수 있어.”지아는 의문이 들었다.“전에 만나 뵌 적 없는 거야?”장씨 아주머니는 그들이 노부인과 함께 지낸 적이 있다고 말했지만, 도윤의 부모님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응, 우리 어머니는 정신적인 질병이 있
지아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더니 고개를 돌려 도윤을 바라보았다.“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러나 도윤은 여전히 먼 곳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람은 결국 죽는 법이지. 만약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그런 게 어딨어. 이제 그런 말 하지 마.” 지아는 가슴이 답답했다. 그녀는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고, 손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배를 만졌다.그후, 그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도윤은 지아를 근처의 백화점으로 데려가 두 사람은 평범한 커플처럼 쇼핑하고 밥을 먹으며 영화를 보았다.이것은 모두 예전의 지아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설령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뿌듯함을 느꼈다.밤이 되자, 하늘에 눈송이가 흩날리기 시작했고, 도윤은 한 손으로 쇼핑백을 들며 다른 한 손으로는 지아의 손을 잡은 채 백화점에서 나왔다.영화를 보고 나니, 시간은 저녁 9시가 넘은 데다가 바깥의 온도가 매우 낮아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거리에는 반짝이는 장식품이 많이 걸려 있었고, 흩날리는 눈송이과 함께 무척 낭만적이었다.“안 추워?” 도윤이 물었다.“괜찮아, 어차피 차가 요 앞에 있으니까 얼른 걸어가면 돼.”도윤은 지아가 몸을 살짝 떠는 것을 보고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었다.“가자.”“그럼 넌…….”“난 안 추워.”도윤은 지아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고, 지아는 그가 손을 놓으면 자신이 떠날까 봐 두려워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했다.그의 따뜻한 손과 자신의 작은 손을 보면서, 지아는 뜻밖에도 달콤함을 느꼈다.마치 이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린 것 같았다.이때 지아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도윤도 침착하게 그녀를 기다렸다.“왜 그래?”“저기 앞에 있는 나무 좀 봐.”앞의 큰 나무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빨간 부적들이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어 많은 상점 주인들을 손님을 유혹하기 위해 해마다 인연의 나무란 이벤트를 개최했다.100년이 된 이 나무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