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특별히 의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임산부는 임신기에 정서가 매우 불안정했다.그는 자신 때문에 지아의 가슴속에 응어리가 맺혔다는 것을 알고, 몇 달 동안 꾹 참으며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오늘 시체를 찾은 일은 지아의 마음속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렸고, 그녀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뱃속의 아이는 지아의 괴로움을 느낀 듯, 뱃속에서 마구 움직이기 시작했다.지아는 얼른 울음을 멈추었고, 도윤은 뜨거운 수건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달랬다.“그냥 너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낯선 사람일뿐, 슬퍼할 필요가 없어. 그 사람이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틀림없이 네가 고마울 거야. 네가 그 사람의 시체를 찾았고, 가족과 다시 모이게 했으니까.”지아는 훌쩍이며 답답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마 다 같은 소씨라서 그런지, 소시영 씨가 대표님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난 마치 내 가족이 떠난 것처럼 슬펐어.”지아는 이 말을 하면서 자신도 좀 우습다고 느꼈고,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건가 봐.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그녀는 촉촉하게 젖은 두 눈을 들어 도윤을 바라보았다.“전에 대표님은 확실히 날 도와줬지만, 그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난 줄곧 대표님을 친오빠로 여겼고, 우린 네가 생각하는 그런 더러운 사이가 아니야.”도윤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진지하게 지아를 쳐다보았다.“응, 알아.”지난번에 도윤이 지아가 소시후의 아이를 가졌다고 오해했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뿌리 깊은 트라우마가 생겼다.“시간도 늦었으니 좀 일찍 쉬어.”말을 마치자, 도윤은 몸을 돌려 방을 떠났다. 정원의 플루 메리아와 매화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도윤은 오히려 하나 또 하나의 담배를 피웠다.그 잘생긴 얼굴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지금의 도윤은 예전의 지아처럼 조심스럽고 또 불안해했다.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해도, 다시 그녀를 자극할까 봐 걱정이 되어 도윤은 그
지아는 깨어나자마자 바로 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왼손은 심지어 자신의 배를 가리고 있었다.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경계하는 것을 보고, 도윤의 마음은 마치 갈기갈기 찢어진 것 같았다.“너무 긴장하지 마, 난 그냥…… 아이들 좀 만져보고 싶었어.”하지만 지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병아리를 보호하는 암탉처럼 크게 소리쳤다.“나가.”“알았어, 지아야, 흥분하지 마, 나 바로 나갈게.”“아…….”이때 지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도윤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이 소리를 듣고 얼른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왜 그래? 아이가 또 발로 찼어? 아까부터 아이들 너무 자주 움직이는 것 같던데.”“아파…….”지아는 자신의 배를 꼭 안았고, 도윤은 깜짝 놀랐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바로 의사 불러올게.”다행히 이곳에 각종 기계가 완비되어 있어서 의사들은 즉시 지아에게 검사를 진행했다.지아는 도윤의 손을 꼭 잡았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녀는 1년 전 조산으로 아이를 잃은 날을 생각하며 온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끊임없이 도윤의 이름을 불렀다.“이도윤, 아이, 꼭 우리의 아이를 지켜내야 해.”“지아야, 긴장하지 마. 피 안 났으니까 별문제 없을 거야.”하지만 도윤이 어떻게 위로하든, 지아는 줄곧 극도의 공포 속에 처해있었다.한차례의 검사를 마친 후, 노지혜는 마침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에겐 큰 문제가 없어요. 태아의 심장소리를 들어보니 모두 건강한데, 갑자기 배가 아픈 원인은 사모님의 정서와 관계가 있어요. 혹시 오늘 무슨 일 있었나요?”도윤은 지아를 부축하며 수건으로 그녀의 이마에 있는 땀을 닦아주었고, 그녀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긴장이 풀렸다.“응, 그럴 일이 좀 있었어. 그런데 아이들은 정말 괜찮은 거야?”“네, 아직은 다른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사모님, 제가 잔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비록 지금 이미 3개월을 무사히 보냈지만, 임신
지아가 들리지 않는 안전한 곳에 도착한 다음, 도윤은 다시 입을 열었다.“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그는 담배 하나를 꺼냈지만, 불을 붙이지 않았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아닙니다, 안심하세요. 아이에게는 아직 문제가 없지만, 대표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사모님은 전에 대출혈 때문에 몸을 크게 다쳤기에 지금 자궁내막이 아주 얇아 유산하기 쉬운 상황에 처해있으십니다.”도윤이 말을 하지 않자 의사는 계속 보충했다.“임산부의 정서도 특히 중요하니까, 대표님께서도 사모님의 상황을 잘 살피셔야 합니다. 될수록 임신기에 사모님을 자극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모체가 자극을 받아 스스로 임신을 중지할 것이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사모님은…….”노지혜는 조심스럽게 도윤을 바라보았다. 도윤은 손에 든 담배를 꽉 쥐었고, 목소리를 낮추었다.“계속 말해봐.”“사모님은 쌍둥이를 가졌기에 임신 기간은 일반 임산부보다 더 힘드실 것이고, 유산하면 사모님에게 더 큰 손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심각하면 생명에 위험까지 생길 겁니다.”“알아, 지아가 임신하는 동안, 너희 팀이 전적으로 책임져.”“안심하세요, 대표님. 저희는 꼭 사모님을 지키며,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그럼 수고해.”노지혜가 떠나자, 도윤은 계단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았다.의사의 뜻은 간단했다. 지아는 지금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기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산산조각 날 것이다.이제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 도윤은 더욱 엄격히 적들을 대비하며 더 이상 아무런 문제도 생기게 못하게 막아야 했다.날이 밝자마자 진환이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대표님, 전에 분부하신 일, 이미 결과가 나왔습니다.”진환은 한 묶음의 자료를 건네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소씨 집안의 프로필이었다.“소 회장님과 그 아내분은 금슬이 좋으셔서, 선후로 여섯 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그 시체는 4남 2녀 중 다섯 째로, 밑에는 또 한 명의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아가 잠에서 깨어날 때, 도윤은 이미 별장을 떠났고, 그녀는 경호원이 더욱 많아진 것을 발견하였다.지아는 소시후를 찾아가려고 차를 대기시키라고 했지만, 염경훈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이미 분부를 내리셨는데, 지금부터 아이를 출산하실 때까지 별장을 떠나시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하지만…….”“대표님께서는 사모님의 안전을 위해 그런 결정을 내리셨으니, 의문이 있으시면 직접 대표님께 물어보세요.”지아는 어젯밤 심한 태동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도윤이 이렇게 한 것도 자신을 위해서였으니 지아는 이 결정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없었고,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배를 어루만지며 방으로 돌아갔다.들어가자마자 도윤의 전화가 걸려왔고 지아는 바로 받았다.“응, 나야.”“소시후 여동생의 부검 결과 나왔는데, 그 사람 오늘 아침 일찍 시체를 데리고 귀국해서 장례식을 거행했어. 난 사람 시켜서 줄곧 공항까지 호송하라고 했으니 넌 이쪽을 걱정할 필요 없어. 참, 그 사람 떠나기 전에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 이렇게 도와줘서 말이야.”지아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았지만 도윤은 이미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부검 결과는?”“네가 말한 것처럼, 가슴에 맞은 총상이 치명상이었어. 다행히 죽기 전에 그 여자는 다른 고통을 겪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죽었어. 이제 이 일은 여기서 끝이니 지아야, 오늘부터 더 이상 그 어떤 일도 신경 쓰지 마. 지금 몸을 잘 챙기면서 출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돼.”“알았어.”“그동안 나도 네 눈에 띄지 않을게.”도윤은 대답을 듣지 못하자 지아가 바로 전화를 끊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가 먼저 끊기를 기다렸다.그리고 전화가 끊기기 전에, 그는 맞은 편서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고마워.”도윤은 자신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지금 그의 입가는 이미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이쪽의 지아는 한숨을 돌렸다. ‘이제 마침내 대표
곧 의료팀의 모든 사람들이 들어왔다.“사모님, 이제 환자분에게 응급 치료를 진행할 테니 먼저 나가세요.”미연은 급히 멍해진 지아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안색이 매우 좋지 않은 지아를 보며 미연은 애가 탔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은 틀림없이 무사하실 테니까 뱃속의 아이부터 생각하세요.”지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쪽은 자신의 아이이고, 다른 한쪽은 소계훈이었다.어젯밤 의사는 특별히 그녀에게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지아는 도무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초조한 눈빛으로 방을 바라보다, 잠시 후 의사가 땀을 닦으며 걸어 나왔다.지아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물었다.“어떻게 됐어?”“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어르신께서는 별일 없어요.”간호사는 펜던트를 지아에게 돌려주었다.“사모님, 어르신은 원래 오로지 한 가지 집념으로 지금까지 버티셨으니, 사모님도 어르신이 그런 생각을 유지하도록 주의하셔야 해요. 어르신은 지금 풍선과 같아서, 일단 풍선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 바로 저 멀리 날아가겠죠.”“알았어, 앞으로 주의할게.”그들이 떠난 후, 지아는 침대 위에 누운, 점점 여위고 허약해지는 남자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한 편으로는 자신이 비할 데 없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아도 소계훈을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아빠, 가지 마세요. 이제 아이가 곧 태어날 거예요. 아빠가 떠나면, 그들에겐 영원히 외할아버지가 없는 거잖아요.”“어젯밤에 배가 엄청 오래 아팠는데, 다행히 별일은 없었고, 아이들도 아주 건강해요. 아빠, 아빠가 이대로 떠나면, 내가 얼마나 슬프겠어요, 아빠도 내가 우는 거 보고 싶지 않잖아요.”지아는 소계훈의 곁을 지키며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고, 그의 심박수가 정상으로 된 것을 확인하고서야 방을 떠났다.‘아빠, 미안해요, 하지만 난 아직도 아빠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요.’날은 하루하루 지나갔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 다음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지아는 나뭇잎이 노랗게 물든 정원의 은
닭볶음탕을 먹고 있던 지아는 고개를 돌려 강미연을 바라보았고, 미연이 전화를 끊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집에 무슨 일 생겼어?”“제 동생이 집에 가는 길에 차에 치여서 다리가 부러졌어요. 아가씨, 저…….”미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아가 말했다.“이틀 휴가 줄 테니까, 얼른 돌아가. 가족이 제일 중요하지.”“고마워요 아가씨. 하지만 이쪽은…….”“여기 의사, 하인, 경호원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그들은 나 한 사람만 모시고 있으니 나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네 이번 달 월급을 미리 당겨주라고 할게.”“아가씨, 그럴 필요는 없어요.”“빨리 가봐, 사양하지 말고. 내가 기사더러 널 병원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지아는 손을 흔들더니 염경훈에게 미연을 데려다주라고 분부했고, 또 미리 외과 의사에게 상황을 말했다.그녀는 염경훈이 미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는데, 하필이면 미연은 오로지 자신의 선배만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선배란 사람에 대해 지아는 평가하고 싶지 않았지만, 적어도 염경훈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었고, 지아도 그들 두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염경훈이 떠날 때, 지아는 그를 향해 눈을 깜박였고, 염경훈은 얼굴을 붉히며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지아는 산뜻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았고, 손은 배를 쓰다듬었다.이때 장씨 아주머니는 그릇을 치우러 왔고, 그녀를 관심했다.“사모님,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얼른 들어가세요.” 지아는 머리 위의 그 시커먼 먹구름을 바라보았다. 만약 오늘 비가 내린다면 아마 억수같이 쏟아질 것이다.“알았어.”“자, 제가 부축해 줄 테니까, 천천히 일어나세요.”지아는 배를 받쳤고, 장씨 아주머니는 지아의 팔을 부축했다. 그리고 출산하는 임산부와 거의 비슷한 지아의 큰 배를 보면서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쌍둥이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겨우 6개월맊에 되지 않았는데, 배가 이렇게 크다니. 임신 후기에는 또 어쩜 좋아요. 아이는 7, 8개월이 될 때 엄청 빨리 자라거든요.”
“사모님.” 염경훈은 몹시 억울했다. “제가 미연 씨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미연 씨 눈에는 오직 그 사람밖에 없어서 그래요. 그러니 어떻게 제가 보이겠어요?”지아가 생각하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그녀가 전에 이도윤을 사랑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고백했지만, 지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심지어 고백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이제 더는 찾고 싶지 않아요.”“융통성이 없어.” 지아는 이마를 짚으며 어이가 없다고 느꼈다.‘어쩜 하나하나 고집이 이렇게 셀까?’“사모님, 곧 비가 올 것 같은데, 저녁에 외출하지 마세요. 정원의 오솔길이 미끄러우니 넘어지실 수 있어요.”“음.”지아는 계속 국을 마셨고 뱃속의 아이도 지금 아주 활발했다. 그래서 지아는 방에서 잠시 산보하다 잠을 자려 했다.밤새 억수 같은 비가 내렸는데, 천둥까지 쳐서 지아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이튿날, 큰비가 여전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아는 창가에 앉아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저 돌아왔어요.”미연은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손에 간식을 들고 달려와 지아에게 건네주었다.“호떡 드시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특별히 사 왔어요.”“오랜만에 안 먹어서 너무 먹고 싶었거든.”지아는 먹으면서 물었다.“네 선배와는 어떻게 됐어?”미연은 수줍어하며 말했다.“어젯밤에 저에게 고백했어요. 이거 보세요, 이것은 선배가 저에게 준 팔찌인데, 외국에서 특별히 사람을 찾아 주문 제작한 거래요. 비록 비싸진 않지만, 나름 정성을 들였어요. 위에 저 닮은 귀여운 토끼까지 있어요, 예쁘죠?”미연이 팔찌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지아는 그녀가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팔찌는 받을 수 있지만 너무 흥분해 하지 마. 내가 전에 한 말 꼭 명심하고.”“안심하세요, 아가씨. 저도 다 알고 있으니까요. 선배는 제 집안 상
염경훈은 전화를 끊은 후, 지아가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는지에 대해 몰랐다.‘설마 사모님께서 무슨 이상함이라도 발견하셨단 말인가?’그는 직접 감시실로 갔고, 별장은 산 중턱에 있어서, 길을 따라 카메라를 가득 설치했다.만약 차가 올라왔다면, 산기슭에서 발견되어 실시간으로 그들의 감시를 당할 것이다.이곳은 외지고 또 호화로운 별장이 있어, 일반인들은 거의 찾아오지 않았는데, 가끔 몇몇 등산객들이 올라오더라도 절반쯤 올라왔을 때, 내려가라는 경고를 받곤 했다.그동안 그들 자신만이 차량으로 각종 필수품을 운송했기에 다른 사람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염경훈은 한참 동안 카메라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옮기더니, 맨 아래에 있는 몇 개의 카메라가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이 몇 개의 카메라는 절벽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 절벽은 원래 가파른 데다가 요 며칠 수위가 위로 이동해서, 파도와 큰비 때문에 훼손당할 수도 있었다.낮에 절벽에서 올라오는 것도 불가능했으니, 오늘 밤처럼 이런 악렬한 날씨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산을 오르는 길에 수상한 사람과 차량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염경훈은 그제야 감시실을 떠났다.분명히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염경훈의 마음속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는 자꾸만 자신이 무엇을 소홀히 했다고 느꼈다.‘도대체 무엇을 소홀히 한 걸까?’이때 염경훈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는 바로 어제 자신과 처음 만난 장민호였다.두 사람은 만날 때만 악수를 했고, 그 후 미연은 바로 남자를 끌고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염경훈은 자신이 그의 눈에 거슬릴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떠났다.염경훈은 이제야 그 남자의 힘이 센 데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미연은 그 선배가 외국에서 학술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평소에 컴퓨터와 펜을 쓰는 사람이 어떻게 손에 온통 굳은살이 박힐 수 있을까?‘설마…….’염경훈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나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