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35화

도윤은 머릿속으로 자신이 이 부탁을 할 때의 지아의 표정을 상상해 봤다. 그녀는 틀림없이 두 손을 가슴에 얹은 채 자신을 비웃을 것이다.

“아이를 가지자고? 그래, 그럼 너와 네 여동생 중 한 명은 죽어야 해.”

지금 그와 지아의 대화는 거의 이렇게 변했다.

“당신 왜 아직도 죽지 않은 거야?”

“안 죽었는데 왜 왔어?”

“오늘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당신은 왜 죽으러 가지 않는 거야? 마땅한 산소를 찾지 못한 건가?”

“이도윤, 나 오늘 좋은 무덤 하나 알아보았는데, 당신을 묻기에 아주 적합하더군.”

“만약 정말 죽고 싶지 않다면, 내가 당신과 같이 죽을게. 이렇게 하면 당신도 마음 놓고 죽을 수 있지 않겠어?”

지아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미소 외에 싸늘한 웃음이었고, 자신에 대한 애정이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도윤은 그래도 무척 만족했다.

적어도 그는 시시각각 지아를 볼 수 있었다.

소계훈을 침대에 눕힌 다음, 도윤은 다시 지아의 방으로 갔다. 문을 밀자 그는 지아가 한 손을 자신의 배에 올려놓은 것을 보았고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얼굴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넘쳐흘렀다.

다만 자신을 본 순간, 지아의 눈빛은 갑자기 차가워졌고 목소리도 날카로워졌다.

“노크할 줄도 모르는 거야?”

그녀는 마치 온몸에 가시가 돋친 고슴도치처럼 시시각각 자신을 경계하고 있었다.

“미안.”

도윤은 나간 다음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여긴 분명 내 집인데, 왜 내가 낯선 사람과 같지?’

‘하긴, 나와 예린이 지아에게 많은 빚을 졌지.’

그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

“들어가도 될까?”

안에서 지아의 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 꺼져.”

그러나 도윤은 여전히 문을 밀고 들어왔고, 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염치없다니깐.”

도윤은 지아의 싸늘한 표정을 무시하고 곧장 걸어왔다.

“지아야, 난 단지 네가 좀 보고 싶었을 뿐이야.”

“나 보지 마, 정말 토할 것 같아.”

지아는 자신의 입덧 반응에 대해 좋은 핑계를 댔다.

도윤은 한숨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