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소씨 가문이 율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상상할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씨 집안의 재력에 경탄했다.‘수천 억을 들고 도망을 갔다고?’“그럼 당신들과 연락한 적은 없나요?”“응, 그녀는 떠나기 전에 모든 가족을 차단했어. 그래서 우리는 그녀와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고.”“그럼 돈은요? 그녀는 돈을 써야하지 않겠어요? 이를 통해 그녀의 위치를 판단할 수 없나요?”소시후는 고개를 저었다.“그게 가능했으면 좋겠지만 두 달 전, 율이는 소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떠날 때 온 가족이 그녀가 남긴 난장판을 수습하고 있었어. 우리는 율이를 너무 핍박하여 그녀가 더욱 미친 일을 할까 봐 먼저 그녀를 내버려뒀어. 바깥의 무서움을 알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하지만 그녀가 떠나자마자 일부러 종적을 감추고 신속하게 돈세탁을 해 그녀의 계좌에 있는 수천억의 자산을 이전할 줄은 몰랐어. 우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율이는 이미 A시에 도착했고, 계좌는 텅 비어 있어 소비 기록으로 그녀를 찾을 수 없었던 거야.”지아는 들을수록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이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도망치는 것 같지가 않고 마치 누군가 일찍 계획한 것처럼 느껴지네요. 짧은 시간에 돈세탁을 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전문적인 팀이 있을 것이고, 또 자신의 행방을 숨길 수 있었다니. 나는 율이 아가씨가 다른 사람에게 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우리도 이런 추측을 하고 특별히 그 남자의 가족을 찾아갔는데, 그의 국적과 신분이 전부 가짜란 것을 발견했어.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몰라. 가족은 이미 한달 내내 율이를 찾고 있었고, 나도 특별히 A시로 날아온 거야. 왜냐하면 그녀는 전에 이 나라가 너무 좋아서 이곳에 정착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거든. 그러나 내가 여기에 온지 일주일이나 넘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소시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우리 가족은 모두 안달이 났어. 가능한 한 빨리 율이를 찾아야 하는데, 얘도 참…….”
소시후는 사방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사실대로 말하였다.“사실 맨처음에 독충은 천웅이란 의학조직이었어. 천하 사람들의 영웅이란 것을 의미하거든. 이 조직을 건립하는 초심은 과학연구를 위해, 인류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어. 각국 최고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했는데, 바로 인류가 해결할 수 없는 병증을 공략하기 위해서야. 예를 들면 암, 에이즈, 백혈병, 광견병 및 각종 바이러스로 인한 병증들. 그러나 후에 조직 내부에서 점차 의견이 갈라지기 시작했지.”“어떡해요?”“어떤 실험은 아주 잔혹했거든. 실험은 보통 임상적인 시험이 필요한데, 그것은 한두 명의 사람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들은 고가로 자원자를 모집했고 또 그들더러 자발적으로 생사 협의서에 사인하라고 했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어. 그렇게 실험체가 부족하면 일부 특수한 경로를 빌어야 하지.”여기까지 말하자, 소시후는 지아를 한 번 보았다.“양심을 어기고 불법적인 수단으로 사람을 상품으로 판매하여 이윤을 얻는 조직이 많다는 거, 알고 있어? 이런 경로를 통해 구매한 사람들은 강한 생존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점차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 거야.”“일부 사람들은 생존욕이 있는 사람에게 실험을 하는 것은 양심이 없고, 살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어. 다른 일부 사람들은 좋은 결과만 있다면 이 사람들의 희생은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고, 이는 가치가 있다고 믿었거든.”“이로 인해 양쪽에서 격렬한 다툼이 벌어진 후, 일부 극단적인 학자들은 천웅에서 나와 그 후 다시 독충이라는 조직을 세웠지. 천웅과 독충은 마치 해와 달 같았고, 행동 방식도 확연히 달랐지. 심지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변하면서, 사람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기 시작한 거야.”지아는 속으로 감탄했다.“이런 일이 있었군요.”“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독충은 비록 많은 국가의 정부 요인들과 이익 관계를 형성했지만, 이 나라에서는 줄곧 엄격히 단속하며 금지하고 있
본가로 돌아온 도윤은 줄곧 근심으로 가득 찼지만, 지아를 본 순간, 눈빛은 부드러워졌다.“돌아왔어?”지아는 전의 일로 따질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도윤을 향해 걸어갔다.“백채원은 어떻게 됐어?”“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라.”“독충의 사람이 한 거야?”“아직은 확신할 수 없어. 난 그녀와 만나서 아주머니에 관한 일을 묻고 싶었는데, 보기도 전에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그러나 그녀는 죽지 않았을 거야.”지아가 물었다.“왜?”“만약 상대방의 목적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면, 현장에 있던 그녀는 이미 마지막 숨만 남은 상태였고, 그들은 어떻게든 그녀를 죽일 수 있었지. 상대방이 이렇게 큰 힘을 들여 백채원을 데리고 간 것은 분명히 그녀의 목숨을 원하는 게 아니야.”지아도 미간을 찌푸렸다.“근데 왜 백채원을 데려간 거지?”‘만약 나 때문에 엄마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백채원은 또 무엇 때문일까?’도윤은 피곤한 미간을 비볐다.“적어도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지. 아주머니가 갑자기 발병한 것은 백채원과 관계가 있고, 상대방은 그녀가 날 만나 무엇을 폭로할까 봐 이런 방법을 생각해낸 거야.”지아는 소파의 등받이를 세게 두드렸다.“도대체 누구지! 이렇게 하면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처음에 지아는 주모자가 이예린이라 확신했지만, 지금 이런 일들이 발생하니 그녀는 상대방의 의도를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설마 상대방의 목적은 이도윤과 나의 가족들을 모두 소멸시키려는 건가?’도윤은 표정이 엄숙했다.“아직은 판단할 수 없어.”“아저씨는 이 일을 알고 있는 거야?”“이미 숨길 수 없는 일이야. 그것은 백씨 집안의 차였으니, 중대한 교통사고로 경찰은 이미 그들에게 통지했어. 아마 어르신과 아저씨도 모두 알고 있을 거야.”말하는 사이, 도윤의 전화가 울렸는데 바로 어르신이었다.지아는 도윤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여전히 어르신의 화가 난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도윤은 전화를 끊었다.그는 손을 뻗어 지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난 그녀들의
생김새가 다를 뿐 아니라, 채나는 성격도 지윤과 정반대였다.어린 소녀의 눈에는 지아에 대한 적의가 가득했다. 아이는 비록 어리지만 모두 다 알고 있었다.주은청은 즉시 설명했다.“죄송해요, 아가씨. 채나는 성격이 소심해서 낯선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지아는 이미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비록 백채원에 대한 원한을 한 아이에게 화풀이하고 싶지 않았지만, 채나가 자신을 이렇게 싫어하는 것을 보니, 지아도 더는 그 아이를 달래고 싶지 않았다.사람들의 관계는 무척 이상했다. 지윤도 분명히 백채원의 아이였지만, 지아는 첫눈에 친근함을 느꼈다.“괜찮아, 아이일 뿐이니까. 근데 넌.”지아는 주은청의 다리를 바라보았다.“다리는 괜찮은 거야?”유람선에 있을 때 전효는 그녀를 향해 총을 쏘았다.주은청은 살짝 웃었다.“아가씨의 관심, 정말 고마워요. 그때 급소를 다치지 않았고, 이미 몇 달 동안 휴양했어요. 비록 부상당한 신경은 아직 천천히 회복해야 하지만, 지금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것에는 영향이 없어요.”보아하니 전효는 그래도 봐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다리도 망가졌을 것이다.“괜찮으면 됐어.”지아는 지윤을 내려놓았다. 지윤은 전보다 키가 많이 커서 품에 안으니 꽤 묵직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그렇게 침을 흘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다.지아는 손을 뻗어 그의 작은 코를 가볍게 잡았다.“으이그, 침 좀 그만 흘려.”지윤은 입을 벌리고 웃으며 하얀 이빨을 드러냈고, 왼쪽 볼에는 옅은 보조개가 나타났다.전에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지만, 지아는 이번에 분명히 보았다. 그녀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도윤과 백채원은 모두 보조개가 없는데, 이 아이는 어떻게 보조개가 있는 거지?’이때 지아의 머릿속은 갑자기 소시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도 웃으면 왼쪽 볼에 보조개가 하나 있었다.지아는 고개를 저었다.‘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아마도 격세 유전이겠지.’“엄마, 같이 공 놀아요.”
이번엔 지아가 깜짝 놀랐다.‘이 아이 대체 어떻게 된 거야?’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지윤은 심지어 걸음도 떼지 못했지만 이미 그녀의 옷을 잡고 엄마라고 불렀다.“그는 정말 다른 사람을 엄마라 부른 적이 없어?”“그럼요, 저는 도련님과 함께 먹고 함께 지냈으니, 그는 혼잣말을 하는 것 외에,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부른 적이 없어요. 게다가 비록 어리지만 성격은 대표님과 똑같아서, 걸음을 뗀 이후로, 사람에게 안기려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도련님이 뜻밖에도 아가씨와 이렇게 다정하게 지내면서 심지어 아가씨를 엄마라고 부르다니.”이 말에 지아는 좀 뻘쭘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 핑계나 댈 수밖에 없었다.“지난번 섬에 있을 때, 내가 줄곧 그를 데리고 있었기에 나와 친해졌나봐.”“아마도 그렇겠죠, 근데 그날 아가씨 정말 용감했어요. 그 악당들이 총을 들고 있었는데도 그렇게 쫓아가다니. 아가씨가 아니었으면 도련님은 돌아올 수 없었을 거예요.”지아는 어색하게 웃었고, 눈을 드리우며 지윤을 바라보았다.지아가 주은청과 이야기를 나눌 때, 지윤은 영리하게 그녀의 품에 안겨 그녀의 옷에 있는 장식품을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입가에 초롱초롱한 침이 걸려 있어 무척 천진난만해 보였다.주은청은 채나에게 기저귀를 잽싸게 갈아준 다음 또 분유를 타주었다. 채나는 소파에 얌전하게 앉아 우유를 마셨지만 한 쌍의 눈은 줄곧 지아를 주시했다.이것은 지아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백채원과 닮은 작은 얼굴과 마주하고 있으니 마치 백채원이 그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주은청은 지윤 앞에 가서 말했다.“도련님은 이미 기저귀를 뗐기에 제가 데리고 화장실에 갈게요.”지윤은 작은 머리를 갸웃거리더니 바로 지아의 품에 기대어 전보다 많이 똑똑하게 입을 열었다.“엄마가 안아줘.”“그냥 내가 할게.” 지아는 지윤을 안고 화장실로 갔다.전에 지아가 갑자기 지윤을 버려서 그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지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지아가
백씨 집안.백정일은 본래 충격을 받은 데다 이번에 딸까지 사고가 나서 전보다 많이 초췌해 보였다.이도윤이라도 이런 백정일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팠다.“아저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채원이는 틀림없이 살아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녀들도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일 필요가 없었을 거예요.”백정일은 한숨을 내쉬었다.“살아 있어도, 크게 다쳤겠지…….”어르신은 탁자를 세게 두드렸다.“도대체 누가 이렇게 겁도 없이 감히 내 손녀에게 손을 대는 게야!”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 바로 백채원이란 손녀였다. 그가 애지중지하던 손녀를 건드렸으니, 어르신도 화가 났다!“현재의 증거는 모두 독충을 가리키고 있어요.”어르신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그럴 리가 없어! 절대 독충일 리가 없다고!”도윤은 어르신이 너무 흥분하고 있다고 느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검은 눈동자에는 의심이 스쳐지나갔다.“왜 독충일 수 없는 거죠?”어르신은 즉시 감정을 가라앉혔다.“너희들은 줄곧 독충을 엄하게 타격하고 있지 않았나? 그런데 그들이 어떻게 감히 나타나서 일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 게다가 내 손녀는 그들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그들은 이렇게 할 필요가 어딨겠는가?”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최근 몇 년 동안 독충은 일을 점점 더 크게 벌이고 있죠. 의료조직이라고 하기보다는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게 더 마땅할 것 같네요. 난 해킹된 현장 감시 카메라를 복구했는데, 현장에 나타난 남자는 독충의 일원이었어요.”어르신이 계속 반박하려는 것을 보고 도윤은 직접 증거를 내놓았다.“바로 이 남자가 채원이를 데려갔어요.”“이 사람은 온몸을 꽁꽁 감쌌는데, 넌 어떻게 그가 바로 독충의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거지?”도윤이 화면을 확대하자, 남자의 손목에는 독수리 문신이 절반 드러났다.“이 사람의 본명은 오정인, 독충 조직의 멤버 중 하나예요. 그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바로 이 문신인데, 그도 납치 사건에 참여했거든요.”백정일은 찻잔을 바
백정일은 다시 독충에게 연락했는데, 백채원이 사고가 난 후, 상대방이 소통을 거절할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그들은 백정일에게 제때에 약속 장소에 나오라고 했다.독충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제각기 약소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대책을 상의하고 난 다음, 도윤은 돌아가서 계획을 세우려 했다. 떠날 때 그는 어르신이 멍을 때리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았다.백씨 집안을 떠나자, 도윤은 바로 분부하였다.“어르신이 최근에 무엇을 했는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알아봐.”진환은 바로 눈치를 챘다.“대표님, 어르신을 의심하시는 겁니까?”“만약 독충을 숨긴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미 그들의 종적을 찾았을 거야. A시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아. 그리고 오늘 어르신의 표정이 매우 이상해.”진환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약 어르신이라면, 그런 사람과 연락할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왜 약을 파는 사기꾼들의 목표가 항상 노인들인지 알아? 그들이 어리석기 때문에? 아니. 사기꾼이 번번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노인들이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무슨 약점이죠?”“죽음을 두려워하는 거지. 강한 사람일수록 죽음을 더욱 두려워하거든. 독충과 각국의 고급 정부 요인 간의 접촉은 약물로부터 시작됐어. 그들이 내놓는 약은 시중의 약보다 훨씬 좋으니까.”“그래서, 어르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는 거군요.”“어르신은 몇 년 전부터 다리가 좋지 않았는데, 지금 상태가 전보다 많이 좋아졌어. 그는 몰래 독충과 무슨 거래를 했을 수도 있으니, 백채원의 교통사고가 독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충격을 받은 거야.”도윤은 비웃었다.“그는 마음속으로 독충을 파트너로 여겼을 거야. 심지어 독충은 그에게 의탁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나 최근 몇년간 독충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을 거야.”진환은 한순간 침묵하다 결국 감탄했다.“어르신도 결국
지아의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녀는 수건을 내려놓으며 냉담하게 말했다.“당신이 씻겨줘. 난 옷 갈아입으러 갈게.”말을 마친 다음, 지아는 도윤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떠났다.그녀는 한 아이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지만, 도윤이 아이를 사랑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이런 모습에 지아는 그 아이가 살아있다면 오늘 날의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사실 다를 것도 없었다. 그 아이를 이 세상에 데리고 오는 것은 그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과 다름없었다.‘결국 지금의 난 나 자신의 안전조차 보장할 수 없으니까.’도윤은 재빨리 따라왔고, 지아는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녀의 새하얀 피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지아가 가볍게 소리치자 도윤은 바로 몸을 돌렸다.두 사람은 분명히 가장 친밀한 일까지 했지만, 지금은 이미 낯선 사람으로 변한 것에 습관이 되었다.몸의 본능까지 도윤에게 이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었고, 어느새 그들은 서로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지아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도윤은 다시 걸어 들어왔다.“아이는? 그렇게 어린 아이를 욕조에 남겨둔 거야?”“안심해, 도우미에게 맡겼으니까.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어.”“그래.”지아는 티셔츠를 입었는데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또 외투를 밖에 걸쳐 자신을 꽁꽁 싸맸는데 조금의 피부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도윤은 그녀의 이런 행동에 대해 다소 불만을 품었지만 시간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즉시 본론을 얘기했다.“오늘 밤 난 아저씨와 함께 독충을 만나러 갈 거야.”“나는 당신의 아내가 아니니까 나에게 행방을 알릴 필요가 없어.”지아는 관심이 없다며 한쪽에 앉아 책 한 권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지아야, 꼭 이래야겠어?”지아는 책을 덮고 눈을 들어 반문했다.“이도윤,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지? 널 관심하라고? 내가 무슨 자격으로? 네 전처? 아니면 네 원수?”도윤은 주먹으로 쥐었다.“우리 정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