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의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녀는 수건을 내려놓으며 냉담하게 말했다.“당신이 씻겨줘. 난 옷 갈아입으러 갈게.”말을 마친 다음, 지아는 도윤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떠났다.그녀는 한 아이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지만, 도윤이 아이를 사랑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이런 모습에 지아는 그 아이가 살아있다면 오늘 날의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사실 다를 것도 없었다. 그 아이를 이 세상에 데리고 오는 것은 그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과 다름없었다.‘결국 지금의 난 나 자신의 안전조차 보장할 수 없으니까.’도윤은 재빨리 따라왔고, 지아는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녀의 새하얀 피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지아가 가볍게 소리치자 도윤은 바로 몸을 돌렸다.두 사람은 분명히 가장 친밀한 일까지 했지만, 지금은 이미 낯선 사람으로 변한 것에 습관이 되었다.몸의 본능까지 도윤에게 이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었고, 어느새 그들은 서로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지아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도윤은 다시 걸어 들어왔다.“아이는? 그렇게 어린 아이를 욕조에 남겨둔 거야?”“안심해, 도우미에게 맡겼으니까.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어.”“그래.”지아는 티셔츠를 입었는데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또 외투를 밖에 걸쳐 자신을 꽁꽁 싸맸는데 조금의 피부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도윤은 그녀의 이런 행동에 대해 다소 불만을 품었지만 시간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즉시 본론을 얘기했다.“오늘 밤 난 아저씨와 함께 독충을 만나러 갈 거야.”“나는 당신의 아내가 아니니까 나에게 행방을 알릴 필요가 없어.”지아는 관심이 없다며 한쪽에 앉아 책 한 권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지아야, 꼭 이래야겠어?”지아는 책을 덮고 눈을 들어 반문했다.“이도윤,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지? 널 관심하라고? 내가 무슨 자격으로? 네 전처? 아니면 네 원수?”도윤은 주먹으로 쥐었다.“우리 정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
지아는 잠들지 않았기에, 어두운 밤에 빛이 반짝이는 순간, 그녀는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가져왔다.소시후가 보낸 문자였다.[자?]지아는 얼른 몸을 뒤척이며 침대에서 내려왔는데 아이를 깨울까 봐 화장실에 간 다음 바로 소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음.” 귓가에 소시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늦었는데도 안 잔 거야?”“아직이요, 무슨 새로운 소식이 있는 거예요?”“응, 두 가지 일을 알아냈어. 첫 번째는 백정일 선생과 장미 부인이 곧 만난 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아 씨가 나에게 조사하라고 한 사람을 찾았단 거야.”지아는 눈이 밝아졌다. 그녀는 한 번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소시후를 찾아갔는데, 그가 이렇게 믿음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누구죠?”“독충의 사람들은 모두 가짜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말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녀의 호칭은 해당화. 그러나 나는 이미 그녀의 현재 위치를 확정했는데, 지아 씨, 그녀가 이동하기 전에 만나보지 않을래?”소시후의 말 한마디에 지아는 바로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래도 되는 거예요?”“나는 너희들 사이의 원한을 모르지만, 그녀를 식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물론 그녀는 독충의 일원으로서 매우 위험하니까 지아 씨는 반드시 나의 명령을 듣고 행동해야 해. 이렇게 해야만 지아 씨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좋아요.”“그럼 지금 차 보낼게요.”지아는 전화를 끊고 마음속으로 무척 기뻐했다. 하느님은 역시 그녀를 박하지 않았다. 원래 그녀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는데, 뜻밖에도 하느님이 또 창문을 열어주었다니.지아는 지윤을 주은청에게 맡겼고, 주은청은 시간을 보았다.“아가씨, 이렇게 늦었는데 어디로 가려고요?”“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좀 있어.”“그러나 대표님은 오늘 저녁에 외출하지 마시라고 분부하셨어요.”지아는 간단하게 설명했고, 주은청도 그녀를 막을 수 없어 떠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바깥의 경호원들은 달려들어 막으
지아는 소시후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을 보는 그의 눈빛은 비록 부드럽지만 남녀 간의 감정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다.지아는 눈을 깜박였다.‘오빠가 있는 게 이런 느낌인가?’“괜찮아요.”지아는 웃으며 말했다.“안타깝게도 나는 외동딸이라 동생이 가득한 대표님보다 많이 외롭게 자라서요.”소시후는 지아의 쓸쓸한 표정을 보고 마음이 좀 아팠다. 그는 서류가방에서 자료 한 장을 꺼냈다.“참, 이것이 바로 그 해당화의 자료야, 봐봐.”지아는 단지 말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소시후는 도윤조차 찾을 수 없는 자료를 모두 가져왔다.다만 이 자료 위의 여자는 여우 탈을 쓰고 있어 진면목을 볼 수 없었다.소시후는 설명했다.“이것은 독충의 규정이야. 신분을 누설하지 않기 위해 매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조차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없거든.”“그렇군요.”비록 생김새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방면의 자료는 오히려 매우 상세하게 쓰여져 있었다. 예를 들어 그녀가 독충에 가입한 후에 무엇을 했는지.자료라기보다는 이력서과 같았다. 위에는 해당화의 과거 이력을 똑똑하게 적었다.그녀는 심리학과 정신적인 약물 개발에 능한 천재 의사였다.전에 외국에서 몇 차례 큰 사건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몽유 거리’였다.그것은 한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몽유를 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들은 비록 먼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이 멍하여 마치 영혼을 잃은 것처럼 망연히 걷고 있었다.각국은 앞다투어 이를 보도하였고, 또 일부 사람들은 이게 바로 귀신이 한 짓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사람들은 악마에 의해 통제되어 넋을 잃었다며 초혼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일시에 각국의 과학자들이 잇달아 인터뷰를 받으며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들은 전부 실험품이었고, 정신류의 약물을 주사 받아 신경에 이상을 초래했기에 그런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그녀는 올해 겨우 22살인데, 12년 전에 독충에 가입했다니. 이렇게 어린 아이도 받아들이
지아도 이 질문이 너무 당돌하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들의 이런 우연히 만난 관계로 소시후가 이렇게 많은 내막을 말해주었으니 그녀는 이미 감지덕지했다.차는 카메라가 없는 골목에서 멈췄는데, 그곳에는 이미 새까만 지프차가 세워져 있었다.“우리 이제 다른 차로 옮겨야 해.”“네.”지아는 바삐 차에서 내렸는데, 그 지프차의 성능이 아주 좋아 창문조차도 방탄유리라는 것을 발견하였다.차는 교외를 향했고, 지아가 약간 긴장하는 것을 보고 소시후는 작은 냉장고에서 요구르트 두 병을 꺼냈다.“좀 마실래?”지아는 깜짝 놀랐다. 비싼 사파이어 반지를 낀 남자가 뜻밖에도 요구르트를 빨아 마시다니, 그것도 딸기 맛의 요구르트였다.“고, 고마워요.”소시후는 가볍게 웃었다.“솔직히 말해줄게, 사실 우리 집안 사람들 모두 요구르트를 좋아하거든. 특히 딸기 맛.”“네, 맛있네요.” 지아는 자신이 너무 긴장한 것을 보고 소시후가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새콤달콤한 맛이 혀끝에서 퍼지자 지아는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두려워하지 마, 난 지아 씨를 다치게 하지 않을 테니까.”소시후가 부드럽게 말했고, 지아를 바라보는 눈빛마저 부드러웠다.“우리가 모두 같은 소씨인 것을 봐서라도, 난 지아 씨를 여동생으로 여길 거야.”‘정말 대단해, 나의 미세한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다니.’역시 권력자답게 소시후는 지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소시후는 또 그녀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었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 지아더러 자신의 요구에 따라 위장하도록 했다.지아는 옷을 갈아입은 다음 얼굴에 가면까지 썼다.이것이 바로 독충의 사람들의 옷차림이었는데, 다른 사람과 부딪혀도 티가 나지 않았다.주위의 집이 갈수록 적어지면서 등불도 점차 드문드문해졌다. 그리고 지아는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지 못했다.‘오늘 밤, 난 진실을 알 수 있을까?’이때 도윤은 새까만 옷을 입은 채 백정일을 따라갔다. 얼굴은 미리 화장을 해서 그는 지금 용모
백채원의 절박한 눈빛을 마주하자, 여자는 그녀의 산소마스크를 벗겼고, 백채원은 전처럼 날뛰지 못한 채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 거예요?”“무엇을 하고 싶냐고?” 여자는 가볍게 웃었다. 그 아름다운 얼굴은 백채원의 기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시간은 그녀를 유난히 부드럽게 대한 것 같았고 그녀의 얼굴에 주름을 더하지 않았다.다만 전의 그녀는 부드럽고 착했으며 영원히 부드럽게 자신을 바라보았고, 백채원에게 아주 행복한 어린 시절을 가져다주었다.그래서 백채원의 마음속에서 가장 착한 여자는 바로 그녀의 엄마였고,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다.교통사고가 발생할 때, 백채원은 진수련 입가에 있는 미소를 보고서야 이 여자가 얼마나 모진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 되었다.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자, 백채원은 목소리가 쉬었다.“전에 아빠를 사랑했잖아요? 근데 왜 죽은 척하고 이 모든 것을 계획한 거냐고요?”“사랑?”진수련은 무서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마치 부드럽고 상냥한 어머니처럼 백채원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졌다.그러나 백채원은 오히려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하루만에 그녀는 너무 많은 사실을 알았고, 점차 멘붕을 느꼈다.앞에 있는 이 여자는 천사가 아니라 생각이 깊은 악마였다.“내가 그렇게 무서워? 근데 넌 어렸을 때 매일 나한테 매달리면서 밤마다 나랑 같이 자려고 했잖아, 착한 우리 딸, 이 엄마를 잊은 거야?”엄마란 소리에 백채원은 소름이 돋았다. 백채원은 눈물을 줄줄 흘렸고 한 방울 한 방울 이불을 적셨다.그녀는 몇 번이나 울었는지 눈시울까지 붉어졌다.몸은 아팠지만 마음의 상처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내가 그동안 줄곧 당신을 엄마라고 불렀는데, 설령 내가 당신 친자식이 아니라고 해도, 당신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날 키웠잖아요. 근데 지금은 날 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이 십년 동안 나는 줄곧 당신을 그리워하고, 지금까지 그 여자를 받아들인 적이 없어요. 심지어 난 당신이란 엄마에
별장은 거의 텅 비어 있었고 동시에 발자국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고 넓었다.늦은 밤이었지만 안에는 오직 오래된 벽부등이 몇 개 켜져 있었고 대부분은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이 고요한 밤, 별장에서 피아노 소리가 울렸는데, 바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아는 연주곡인 ‘꿈속의 결혼식’이었다.다른 곳에서 들으면 분명히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할 수 있는 곡이었지만, 지금 이 음산한 고성에서, 그것도 한밤중에 이것을 들으니 나름 섬뜩했다.백정일은 음악 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독충의 이 신비한 리더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그는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정원에 남은 이도윤은 소리 없이 처마 밑에 숨었는데, 그는 이미 이 근처의 감시 카메라를 전부 찾아냈다.도윤에게 있어서 카메라를 해킹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한 일이었다. 몇 분 후, 그는 감시 화면이 여전히 원래의 화면에 머물도록 고장 나게 만들었다.그리고 도윤은 별장의 구조를 관찰한 다음, 1층의 파이프를 통해 소리 없이 별장 속으로 잠입했다.그는 마치 검은 표범이 어둠 속을 누비는 것처럼 몸이 날렵했다.그리고 도윤은 꼭대기 층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들었다.‘이렇게 노골적이게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종래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장미 부인일 거야.’독충의 실험실은 대부분 지하실에 설치되어 있었기에 도윤은 몰래 지하실로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이 별장의 지하실은 매우 컸고, 지하는 수천 평을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여러 층이 있었다.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윤은 재빨리 계단의 모퉁이로 숨어들었다.다행히 위쪽의 벽부등은 어두웠고, 1남 1녀는 황급히 지나갔다.도윤은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미스터 Y가 왜 지금 이 시기에 찾아오셨을까? 부인은 우리에게 그녀의 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분부했고, 해당화와 레오는 약물 테스트하느라 바쁜데, 우리만 가서 접대하는 것은 너무 예의가 없는 거 아닌가?”“이 악물고 나서는 거 빼고 또 무슨 방법이 있겠어
소지아는 소시후의 곁을 따라다녔고, 소시후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다.다만 그는 전에 끼던 사파이어 반지를 뺀 다음 오팔 에메랄드로 바꾸었다.이 고성에 들어서자, 지아는 꼭대기 층에서 전해오는 피아노 소리를 들었는데, 마침 까마귀 두 마리가 머리 위를 날아갔다.장미꽃 덩굴은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무척 요염하고 다채로워 보였다. 바람이 불어오자, 분명히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아의 등에는 이유 없이 소름이 돋았다.소시후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었다.“두려워하지 말고 날 바짝 따라와. 이따 지아 씨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말도 하지 마.”지아는 가볍게 응답했다. 결국 이번에 지아가 여기에 온 것도 단지 이예린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성에 발을 들이자마자, 그 피아노 소리가 뚝 그쳤다.온 세상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이때 맞은편에서 1남 1녀 두 사람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다가왔다.그들이 가까이 다가와서야 지아는 이 두 사람을 똑똑히 볼 수 있었는데, 두 사람은 각자 반쪽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아는 한눈에 남자가 오정인이고 여자가 문청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이 두 사람을 다시 만난 지아는 자신의 얼굴에도 가면이 있단 것을 다행이라고 느꼈다. 가면은 그녀의 흥분된 표정을 가렸다.이 두 사람이 여기에 있다는 것은 그녀와 이예린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두 사람은 거의 뛰어서 왔는데, 숨을 헐떡였지만 여전히 소시후와3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오셨어요, 미스터 Y.”지아는 소시후의 우뚝 솟은 뒷모습을 주시했다. 정원의 가로등은 그의 그림자를 아주 길게 만들었다.그는 손을 뒤로 하고 있었고, 비록 얼굴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없었지만, 몸에서 차갑게 발산되고 있는 카리스마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보아하니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소시후의 눈빛은 두 사람에게 떨어졌고, 그 두 사람은 즉시 안절부절
곧 문밖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고, 지아는 긴장을 느끼며 옷소매를 꽉 잡았다.전에 이예린이 암암리에 모든 것을 조종해왔지만, 지금은 두 사람의 입장이 뒤바뀌었고, 이예린은 지금 아직 지아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진실이 바로 지척에 있었으니 지아는 또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문이 열리자, 하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는데, 몸매는 늘씬하지만 매우 야위었다.그리고 비록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밖으로 드러난 피부는 눈처럼 하얬다.몸매만 봐도 지아는 그 가면 아래 숨겨진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알 수 있었다.그녀의 다리는 정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고의로 다리를 절뚝거리는 청소 아주머니로 위장한 다음 또 일부러 얼굴을 검게 칠하여 사람들을 속인 것 같았다.바람은 여자의 하얀 치맛자락을 하늘하늘 불고 있었고, 얼굴을 보지 않으면 매우 부드럽고 착한 여자일 것 같았다.그녀는 3미터 되는 거리에서 멈추었고, 두 손은 자연스럽게 몸 옆에 놓으며 약간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를 찾으셨어요?”이것은 아마도 여자의 본래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전과 달리, 듣기 좋은 편은 아니었고 심지어 성대에 손상이 생긴 것처럼 들렸다.소시후는 두 다리를 겹치며 천천히 보석 반지를 돌렸고, 저도 모르게 강하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그는 그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나가.”문청과 오정인은 비록 걱정의 기색이 역력했지만 소시후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그저 문을 밀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방안에는 세 사람만 남았고, 지아는 자신의 흥분된 마음을 달랬다.그녀는 소시후가 한 말을 명심했다. ‘오늘 난 단지 이예린의 신분을 확인하러 왔을 뿐이야.’이예린이 얼마나 신중한지 알고 있는 지아는 심지어 일부러 호흡까지 통제했다.비록 방안에는 이예린만 남았지만, 그녀는 꼿꼿이 서 있었고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이때, 소시후가 일어나더니 한 걸음 한 걸음 이예린을 향해 걸어갔다.그리고 그는 이예린 앞에 멈추더니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