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아는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변진희가 정말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지아도 그녀가 대중들 앞에서 손을 쓸 줄은 몰랐다.이 뺨은 소지아를 멍하게 만들었다.그녀의 인상 속의 변진희는 성질이 좀 차가웠고, 자신을 대할 때 무척 싸늘했다.그러나 그래도 변진희는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았으니 어떻게 대중들 앞에서 막무가내로 자신을 때릴 수 있었을까?소지아는 얻어맞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숨을 크게 쉬고서야 마음속의 화를 억눌렀다.“백 부인, 설명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소지아, 네가 오늘처럼 이런 뻔뻔스러운 꼴이 될 줄 알았으면, 애초에 난 너를 낳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 정말 나를 너무 실망시켰구나!”요 며칠간 즐거웠던 소지아의 심정은 변진희의 이 뺨에 의해 바람처럼 사라졌다.주위의 동료들이 궁금해하는 눈빛 속에서, 소지아는 너무나도 창피했다.“무슨 일 있으면 나가서 이야기해요.”변진희는 소지아의 손을 뿌리쳤다.“왜? 내가 네가 한 그 일들 폭로할까 봐 두려워? 나는 정말 네 아버지가 요 몇 년 동안 널 어떻게 가르쳤는지 모르겠어. 뜻밖에도 널 이렇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키웠다니! 남은 이미 너와 선을 그었는데, 넌 왜 아직도 뻔뻔스럽게 회사로 쫓아왔지?”소지아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백채원은 스스로 이도윤의 결정을 개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변진희에게 고자질했던 것이다.변진희는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구겼고, 소지아로 하여금 스스로 떠나게 하고 싶었다.이런 수단은 그다지 대단하진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다.소지아는 변진희의 얼굴에 시선을 돌리고 다소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당신은 내 엄마잖아요.”그녀는 자신의 친엄마이면서도 백채원을 두둔하는 변진희가 이해되지 않았다.변진희는 백채원이 소지아의 가정을 파괴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백채원을 책망하지 않고 뜻밖에도 백채원의 부추김을 받아 회사로 달려와 소동을 일으켰다.변진희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얼굴에 노기가 가득했다.
소지아는 변진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외국으로 날아갔다.떠난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 변진희가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딸인 자신을 잘 대하는 게 아닌가?이렇게 하면 자신의 명예를 망치고 엄마로서의 체면까지 구길 텐데, 변진희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변진희는 멍해지더니 곧 더욱 흉악해졌다.“소지아, 내가 말했지, 사람은 당당해야 한다고. 넌 천벌 받는 것도 두렵지 않니?”소지아는 손바닥을 꽉 쥐고 있어 이미 약간의 핏기가 배어 있었다.“내가 왜 두려워해야 하죠? 두려워해야 하는 사람은 그녀일 텐데…….”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냉정한 남자 목소리가 울렸다.“백 부인, 대표님께서 두 분 올라오시라고 합니다.”이 일은 뜻밖에도 이미 대표 사무실까지 전해졌고, 진환은 공손하게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을 데려갔다.소지아는 줄곧 고개를 숙이고 변진희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기억 속의 모습과 비슷했다.소지아는 단지 우습다고 느낄 뿐이었다. 만약 자신의 어머니가 이런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면, 소지아는 요 몇 년 동안 여전히 기대하고 있었을까?문이 열리자 진환은 공손하게 변진희에게 말했다.“부인님, 앉으세요.”변진희가 앉자 진환은 소지아에게 손짓을 하려 했지만, 소지아는 바로 거절했다.“아니야, 난 서 있으면 돼.”이도윤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일어났다. 그의 속도는 아주 빨라 소지아의 곁을 지날 때 찬바람이 불었다.이도윤은 변진희 맞은편에 앉아 말을 하지 않았고, 몸에 찬 기운이 만연했다.소계훈이든 백정일이든, 변진희 앞에서 항상 부드러운 모습만 보여주었기 때문에 변진희는 아랫사람의 카리스마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회사에 오셨는데, 왜 미리 인사를 하지 않았죠. 사람 시켜 모시러 갈 수 있었는데.”이도윤은 테이블 앞에 앉아 스스로 차를 끓이며 컵을 씻었고, 그 수법은 마치 늙은 노인처럼 능숙했다.변진희는 아래층에서 떠벌리던 모습을 지우고, 손을 무릎에 얹고 대갓집 규수의 모습을 보였다
이도윤의 이 말은 소지아가 하고자 하는 말이었다. 그는 소지아가 변진희란 어머니에 대해 어떤 기대를 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리워라던 사람이 귀국하자마자 그녀를 이렇게 대하다니, 소지아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이도윤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변진희는 몰랐다.그녀는 소계훈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딸에 대해서도 매우 무관심했다.설사 백채원이 자신을 존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특히 백정일이 없으면, 백채원은 암암리에 변진희를 몰래 괴롭힌 횟수가 적지 않았다.그러나 사람의 천성은 또 이러했다. 보통 가장 부드러운 면을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고, 몹시 욱하고 나쁜 면은 가족에게 남김없이 드러냈다.변진희가 백채원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것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마치 습관적으로 소지아를 무시하고 무관심하고 개의치 않으며, 심지어 마음대로 버리는 것과 같았다.이도윤의 말에 변진희는 결코 반성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봐주지 않고 말했다.“나는 단지 지금 네가 채원과 약혼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야. 너와 지아는 이미 끝났어. 지아야, 엄마가 너에게 부탁할게. 도윤을 멀리하고 채원의 가정을 파괴하지 말자, 응?”소지아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가까스로 불태운 생존 희망도 변진희에 의해 조금씩 사라졌다.“백 부인, 내가 무엇을 하든 다 잘못인 거죠?”“네가 정말 눈치가 있다면, 그의 회사에 남아 채원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야.”소지아는 그 냉담한 얼굴을 보면서 어릴 때 자신이 매번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본 다음, 만족스러운 답안지를 변진희에게 보여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그녀도 바로 이런 표정이었다.무관심.“알았어, 손 씻고 밥 먹어. 오후에 혼자 집에서 피아노 수업 받고, 난 미용실에 다녀올 거야.”자신이 기대했던 칭찬은 한 마디도 없었고, 소지아는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분명히 반 친구들은 모든 부모님들이 성적이 좋고 우수한 아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엄마는
소지아는 눈을 들어 자신의 앞에 훤칠한 몸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이도윤은 변진희의 손을 잡았다.만약 전에 여전히 어른이라고 봐줬다면, 지금 이도윤의 눈에는 압박과 차가운 기운이 용솟음치고 있었다.“지금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변진희는 응석받이로 자라서 손목이 이도윤에게 쥐어지니까 무척 아팠다. 아파서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이도윤, 나는 너를 돕고 있는데, 너는 또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도와준다고요?” 이도윤은 냉소하면서 손을 놓지 않고 은근히 힘을 더했다.“난 내 일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알겠어요?”변진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알았어, 일단 손부터 놔.”“당신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잘 보세요. 그녀야말로 당신의 딸이라고요!”이도윤은 말하면서 손을 뿌리쳤다.변진희의 얼굴에는 두 줄기의 눈물자국이 생겼는데, 이도윤에게 잡혀 아파서 운 것이었다.변진희는 소지아를 바라보는 표정이 더욱 흉악하여 이도윤이 가져다준 고통을 소지아에게 더해주었다.“봐, 다 네가 한 짓이야. 네가 채원처럼 말을 잘 들었다면 나도 안심할 수 있었을 텐데.”소지아는 자신의 위를 안고 화가 나서 피가 솟구쳤다.“당신이 떠난 지 십여 년이 되었는데, 나에게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죠?”변진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화를 냈다.“넌 결국 내 딸이야. 난 밤낮으로 너를 걱정하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이렇게 매정한 말을 할 수 있니? 소계훈이 어떻게 너를 가르쳤는지 모르겠…….”이번에 그녀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소지아는 탁자 위에 방금 데운 찻잔을 들었고, 잔에는 아직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소지아는 오히려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당장이라도 던지고 싶었지만, 변진희의 얼굴을 마주하니 그녀는 또 망설였다.“내가 경고하는데, 다시는 우리 아빠 언급하지 마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요!”변진희도 소지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너, 너…
변진희는 이 말을 듣고서야 표정이 많이 누그러졌다.“내가 말했잖아. 틀림없이 이 계집애가 너를 귀찮게 하고 매달린 거라고. 지아 너도 들었지. 지금 가서 물건을 정리하고 엄마와 집에 가자.”변진희는 손을 뻗어 소지아의 손을 잡았다.“엄마는 방금 좀 흥분했어. 그러니 그 말들 마음에 두지 마. 나도 너를 위해서야. 이혼한 이상 깨끗하게 정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두에게 민폐라고…….”소지아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이 말이 맞네요. 이혼하면 깨끗하게 정리해야죠. 설령 전 남편이 곧 병으로 죽어도 볼 필요가 없겠죠.”변진희는 멍해졌다. 말하자면 그녀는 귀국한 후에 확실히 소계훈을 보러 가지 않았다.“너 지금 나 탓하는 거야? 내가 돌아왔을 때 너의 아버지는 ICU에 있었다고.”그녀의 설명에 소지아는 더욱 웃음이 나왔다.“변 여사님, 나는 정말 당신에게 도대체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하네요. 그때 변씨 집안은 파산위기에 처해있었고, 우리 아빠가 나서서 도왔죠. 당신이 그에게 시집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아빠는 당신을 기다렸지만, 당신은 시집와서도 달갑지 않았죠. 그리고 이 혼인을 수치로 여겼고요. 그러나 우리 아빠는 무슨 잘못이 있죠? 당신은 애인이 돌아오자마자 바로 떠났고, 우리 아빠는 지금까지 장가들지 않았어요. 이 세상에서 당신은 누구든 원망할 수 있지만, 우리 아빠를 원망할 자격이 없어요.”소지아의 말에 변진희는 얼굴이 빨개졌다. 소지아는 지금 자신을 은혜 모르는 사람이라고 욕하고 있었다.말이 끝나자 소지아는 이도윤을 쳐다보았다.“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이유로 날 해고하는 거지?”이도윤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회사에 온 지 며칠 만에 적지 않은 일을 일으켜 회사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으니까. 우리 회사는 너 같은 직원 따윈 필요 없어. 인사팀으로 하여금 계약의 3배에 따라 너에게 배상하라고 할 테니까, 지금 내려가서 돈 받아.”소지아는 이가 근질근질할 정도로 이도윤이 미웠다. 하필 자신이 사실을
소지아가 물건을 안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는데, 맞은편에서 늠름한 자태의 한 여자가 걸어왔다. 바로 B팀 팀장이었다.손승옥은 두 손을 가슴에 안고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뭐랬어. 남자를 의지하고 올라오면 오래가지 못한다니깐.”인간의 추악함은 바로 전에 모르던 사람이 단지 몇 마디의 루머로 다른 사람에게 가장 큰 악의를 품을 수 있단 것이다.바로 손승옥처럼, 소지아가 그녀가 가질 수 없는 것을 얻었기 때문에, 손송옥은 소지아를 향해 침을 뱉을 수 있었다.소지아는 한창 화가 났기에 몸을 곧게 펴고 받아쳤다.“화장실에 가서 똥이라도 먹은 거예요? 말이 왜 이렇게 더러워요.”“뭐라고?” 손승옥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소지아는 차갑게 그녀의 시선을 맞이했다.“남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당신만 이렇게 찾아와서 욕을 먹으려 하고 있잖아요. 우리 아는 사이에요? 왜 자꾸 달려와서 사람 성질 건드리는 거죠? 이번에 잘 들었어요? 안 들려요? 안 들리면, 당신이 죽을 때 내가 사람 시켜 당신 묘비에 이 말을 새길게요.”손승옥도 어쨌든 팀장이었기에, 여태껏 남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녀의 안색은 바로 변했다.소지아는 상대하기 귀찮아서 직접 손승옥을 부딪치더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빌딩을 나서자 날씨조차 좋지 않았고, 구름 한 점 없는 좋은 날씨였지만, 지금은 비가 내렸다.소지아는 구름 속으로 우뚝 솟은 그 건물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이도윤이 꼭대기 층의 창문 앞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높이에서 소지아는 이도윤의 그림자조차도 볼 수 없었다.마치 두 사람은 하늘과 땅인 것처럼, 처음부터 그들은 어울리지 않았다.소지아는 입가를 구부렸다.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번거로움과 문제를 모두 혼인에 맡겼기 때문이다.그리고 혼인은 자질구레한 문제들로 가득 찼다.소지아는 홀로 여길 왔으니 깔끔하게 떠났다.요 며칠 소지아의 생활은 조용해졌고, 매일 그녀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소계훈의 곁에 머물었다.
소지아와 채의사는 시간을 정했고, 이번 금요일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하늘에서 내려오는 가랑비를 보면서 소지아는 우산을 쓰고 김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김민아의 목소리는 무기력하게 들렸고, 연결되자마자 불평하기 시작했다.“귀찮아 죽겠어. 두 밤을 지새웠는데, 새로 온 사장은 정신이 나갔는지 아주 일중독이야.”소지아는 입술을 가리고 웃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장이 멋있다고 말한 거 기억하는데.”“잘생기면 또 뭐가 어때서? 내 남자친구도 아닌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을 바꾸지 말았어야 했어. 전의 회사에서 매일 노는 것도 나쁠 게 없었지.”김민아는 전 남친과 헤어진 후, 전 남친이 그녀의 원래 회사에 가서 매일 애원을 했고, 김민아는 화가 나서 바로 사직하였다.김민아는 예전처럼 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아 이도윤의 초청을 거절하고 업계에서 매우 소문난 부동산 회사로 갔다.비록 그 후 매일 김민아는 사장님을 직원들의 뼈다귀까지 갉아먹는 사람이라 욕했지만.“참, 민아야, 너 금요일에 시간 있어?”“아니, 사장님이 나더러 B시로 같이 출장 가자고 했는데, 왜?”소지아는 김민아가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겉으로는 사장님을 욕하고 있지만, 사실 김민아는 출세하길 원했다.지금이 바로 그녀의 업무 상승기이니, 김민아도 당연히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소지아는 할 말을 삼켰다.“아무것도 아니야. 너와 밥을 먹고 싶어서. 그럼 다음에 먹자.”“좋아, 아직 시간이 많잖아. 지아야, 내가 B시의 특산물 사다줄게.”김민아는 몇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고, 또 방안을 고쳐야 했다.소지아는 웃으며 작별 인사를 했다.비가 자욱한 화면을 보며 소지아는 손을 뻗어 빗방울이 손바닥에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시원한 물기는 소지아로 하여금 비로소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게 했다.소지아는 마치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처럼 두 무릎을 안고 나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보고 있었다.망망한 세상에
주원은 소지아의 눈에 비친 실망을 보지 못한 듯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지나갈 때 누나를 보았는데, 길을 잃은 거예요, 아니면 발을 삐었던 거예요?”소지아는 주원의 부축을 거절하고 스스로 일어나 하는 수없이 웃었다.“방금 약간 넋을 잃고 무슨 일을 생각하느라 어느새 여기에 멈추었어.”“요 근처가 우리 집인데, 개의치 않는다면 하루를 보러 갈 수 있어요. 하루는 줄곧 누나가 보고 싶었거든요.”소지아는 이 이유를 거절할 수 없었다.따뜻한 차 안과 밖은 선명한 대조를 이뤘고 주원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밀크티 한 잔을 건넸다.“집에 가서 마시려고 했는데, 누나 몸 좀 녹여요.”소지아는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았다. 대추차였다.“고마워.”“뭐가 고마운 거예요?” 주원은 웃으며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고개를 돌렸다.소지아는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이 대추차는 원래 주원이 그녀에게 사준 것이고, 그가 자신을 만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었다.그러나 소년의 얼굴은 깨끗해서 이상한 생각이 조금도 없는 것 같았다.소지아는 자신의 그런 이상한 환상을 지웠다.“누나, 왜 날 그렇게 봐요?”소지아는 따뜻한 대추차를 안고 한 모금 들이켰다.“나는 단지 감탄하고 있을 뿐이야. 그때의 꼬마가 이렇게 컸다니.”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앳된 기운과 젖살이 없었고, 팽팽한 턱선은 유창하며, 은근히 날카로운 기운이 배어 있지만, 수염은 조금도 없었다.주원이 핸들을 잡을 때, 손목시계가 반짝이고 있었다.‘신기해.’소년의 풋풋함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의 진중함도 뒤섞여 있다니, 이 두 가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풍격은 뜻밖에도 그의 몸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다.주원은 차를 길가에 세우고 입가를 구부렸다.“누나, 잠깐만 기다려요.”말하면서 그는 큰비 속으로 뛰어들었고, 10분 후에 돌아왔는데, 손에는 큰 가방과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신선한 과일이 좀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복도 한 벌 있었다.주원은 가방을 소지아의 품에 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