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아는 전효를 따라 뒷문으로 빠져나갔고, 그녀는 특별히 옷차림을 바꾸었다.소지아를 놀라게 한 것은 전효의 변용술이 매우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뭔가를 붙였을 뿐이지만, 그는 쉽게 소지아의 이목구비를 바꿀 수 있었다.짙은 색의 가루를 덧입히자, 소지아는 순식간에 40대 정도로 변했다.전효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중년 남자로 변신하여 그의 본모습을 감추었다.두 사람은 다시 풍원 정신병원에 갔다. 소지아는 간소연의 먼 친척을 사칭하여 원장을 찾았고 전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철망을 넘어 들어갔다.소지아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어안이 벙벙했다. ‘철망에 전기가 없어도 위에는 전부 날카로운 가시인데, 그는 어떻게 했지!’그들은 문 앞에서 갈라졌고, 소지아는 찾아온 뜻을 설명했다. 그녀를 맞이한 원장의 얼굴에도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아이고, 이 아이도 얼마나 불쌍한지. 여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서 그녀의 부모님은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시체도 찾아가지 않았고.”소지아는 간소연이 이미 화장된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녀의 시체는 아직 장례식장에 있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간소연의 젊은 얼굴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은 불쌍하게 살아갔지만 죽을 때까지 줄곧 불쌍했을 줄이야.“원장님, 안심하세요. 우리는 그녀를 데리고 돌아가서 잘 안장할 거예요. 그녀의 부모님은 지금 외국에 있어서 돌아오기가 좀 번거롭거든요. 내가 그녀의 뒷일을 처리할게요. 여기에 그녀의 물건들이 있겠죠.”“그래요 그럼, 그녀의 물건은 내가 다 정리해 두었으니 이리 와요.”소지아는 지난번 그 병실을 거칠 때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그래요, 그녀가 죽은 후에 그녀와 한방 쓰던 환자들도 모두 병실을 옮겨서 이 방도 이젠 비었네요.”소지아는 문을 밀었고, 방안의 장식은 그날보다 더욱 썰렁했다. 병실은 침대와 궤짝 외에 다른 것이 없었고, 벽은 새하얗게 칠해졌다.햇빛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자, 먼지가 공기 중에
소지아는 처음으로 이런 곳에 와 봤는데, 방안은 무서울 정도로 추웠다. 한기는 발에서 온몸으로 퍼졌고 뒤에는 마치 무수한 눈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서 있는 것만으로도 소지아는 이미 모든 정력을 소모했다.“겁내지 마.”전효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지아는 손에 식은땀이 배어 있었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와 작별인사를 하고 싶네요.”“그래요, 너무 오래 걸리지 마요. 난 밖에서 기다릴게요.”직원이 떠나자, 어디서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소지아는 놀라서 전효의 품속으로 도망쳤다.전효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넌 이곳과 잘 맞지 않으니까 나가서 기다려. 나도 곧 나올 거야.”“그래도…….”전효의 표정은 엄숙했다. “나도 죽은 사람을 많이 봤으니 어떤 시체를 두려워하겠어?”소지아는 뭐라 해도 떠나려 하지 않았고, 전효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럼 눈 감고 있어. 내가 상황을 말해줄게.”“좋아요.”소지아는 마침내 그의 이 제의에 동의했다.그녀는 전효의 뒤로 물러나 전효의 검은 재킷에 있는 어두운 무늬를 바라보았다.그는 팔에 힘을 주더니 손잡이에 손을 얹고 힘껏 당겨 단숨에 보관함을 열었다.시체가 끌려나오는 순간, 악취가 확 풍겼다.소지아는 위가 좀 아팠는데, 그 바람에 속이 뒤집혀 바로 입을 가리고 헛구역질을 했다.소지아는 눈을 들어 보려고 했지만, 눈앞에 갑자기 손바닥 하나가 나타나 그녀의 눈을 덮었다.남자의 손바닥은 따뜻했고, 모든 빛을 가렸다.그리고 전효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보지 마, 시체가…… 좀 비참해서 그래.”소지아는 당시 뉴스에서 본 모자이크 처리한 간소연의 사진을 떠올렸다. 붉은색으로 가득한 모자이크를 생각하면 그녀는 현장에 많은 피가 흘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사실 그뿐만 아니었다.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보관함에 있어도 그 시체는 매우 무섭게 변했다.전효는 끝내 소지아에게 시체의 모습을 형용하지 않았다.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그
소지아는 집안 어르신이 세상을 떠날 때, 그 시체를 언뜻 본 적이 있었는데, 앞의 이 비참한 시체와는 전혀 달랐다.비록 그녀는 간소연의 얼굴조차 똑똑히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놀라서 헛구역질이 끊이지 않았다.전효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그녀를 달랬다. “괜찮아?”“미안해요.”소지아는 미안해하며 입을 열었다.“일반 사람들은 시체를 본 적이 없는데다, 이런 시체는 더 말할 것도 없으니 이해할 수 있지.”“당신은 왜 안 무서워하는 거예요?”“많이 봐서 그래.”전효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깊은 눈언저리에는 희미한 감정이 스쳤다. “게다가 이 세상에서, 산 사람은 죽은 사람보다 더 무섭지.”소지아는 이 남자가 도대체 무엇을 겪었는지 몰랐다. 분명히 그녀보다 몇 살밖에 안 큰 것 같았지만 너무 신비로웠다.고난을 겪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런 눈빛이 없었을 것이다.이 세상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종래로 소지아 혼자뿐만 아니었다. 소지아는 마음속의 공포를 극복하고 손전등을 켰다.“내가 비춰줄 테니까 얼른 검사해봐요.”“음.”전효는 담담하게 분부했다. “눈 감고, 다른 것은 나에게 맡겨.”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소지아는 재빨리 눈을 감았다.이때 전효는 소지아의 손목을 잡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례하는군.”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시체 앞으로 걸어갔다. 차가운 방에서 전효의 손의 온도는 유난히 뜨거웠다.소지아는 또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마도 전효가 시체의 바지를 벗기고 있는 것 같았다.다행히 정신병원의 바지가 비교적 헐렁해서 그는 큰 힘을 쓰지 않고 바로 벗겼다.비록 보이지 않았지만, 소지아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소리를 통해 전효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었다.그녀는 손전등을 높이 들었다.“됐어.”전효가 일깨워 주었다. “눈 뜨지 마. 내가 시체를 보관함에 넣을 때까지 기다려.”소지아는 기다릴 수 없단 듯이 물었다.“어때요?”“그녀의 자궁경관은 가로로 갈라졌어.”“보통 아이를 낳은 적이
소지아는 다소 의외였는데, 뜻밖에도 이도윤이 자신을 데리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비록 모든 일을 전효에게 맡겼지만, 소지아는 차에 탈 때 여전히 약간 긴장되어 자꾸 이도윤의 눈이 자신을 단번에 간파할 수 있다고 느꼈다.차에 오르자 놀랍게도 이도윤은 그녀에게 물었다.“잘 놀았어?”“그럭저럭, 근데 좀 무서웠어. 철이는 놀라서 엉엉 울 뻔했고.”소지아는 말을 하면서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고, 이도윤은 담담하게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었다.이도윤은 자신이 일부러 소지아를 이 아이들과 함께 있게 하면 그녀는 예전처럼 다시 해맑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실이 말해주다시피,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두 사람의 감정 외에 또 소지아 자신도 있었다.예전에 두 사람이 같이 앉으면, 소지아는 이도윤의 팔을 잡고 재잘재잘 말을 하며 작은 입을 거의 멈추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소지아는 단정하게 앉아 팔걸이를 잡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도윤이 한 마디 물어야 소지아가 대답했는데, 입을 열지 않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천지를 사이에 둔 것 같았다.숨이 막힐 정도로 침묵한 분위기에 두 사람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소지아는 자신에게 떨어진 이도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줄곧 불안했다. ‘설마 내가 몰래 뛰쳐나간 일을 들켰나?’결국 어젯밤에 이도윤은 금방 자신에게 경고를 했다. 그는 섬을 개발하여 주민들의 생활 조건을 보장할 수 있지만, 그 조건은 바로 자신이 다시는 전효를 만나지 않는 것이었다. 소지아는 맹세하자마자 이튿날에 바로 약속을 어겼으니 이도윤이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랐다.이도윤이 말을 하지 않자, 소지아는 자신에게 떨어진 눈빛이 마치 자신을 칼로 베는 것처럼 느꼈다.이씨 집안에 도착할 때까지 이도윤이 화를 내지 않은 것을 보고 소지아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이도윤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난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을 거야.”“응. 알았어.”소지아는 차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이때
소지아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오늘 저녁에 안 돌아올 거야?”그 진지한 모습에 이도윤은 바로 소지아가 무척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걸로 협박했는데, 그녀는 뜻밖에도 엄청 기뻐하다니?’소지아는 확실히 기뻐했다. 요 며칠 이도윤과 동침하면서 그는 수도 없이 하마터면 그녀와 관계를 맺을 뻔했다.이도윤이 자신에게 어떤 마음이든지, 소지아는 지금 이도윤에게서 멀어질수록 좋았다.이도윤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 “너는 내가 돌아오지 않기를 매우 바라는 것 같더라?”소지아는 전의 사람 짜증나게 하는 자신을 떠올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지금 너는 백채원의 약혼자잖아. 너희들은 약혼을 앞두고 있으니 절대 나 때문에 두 사람 사이 틀어지면 안 돼. 만약 너와 나에 관한 소문이 터진다면 회사 주가에도 영향을 줄 거야.”말을 마친 소지아는 또 이도윤의 손을 두드리며 맹세했다.“안심해. 난 절대로 과거처럼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도록 할게.”‘내가 이렇게 진지하게 맹세한 이상, 이도윤은 그래도 내가 눈치 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겠지?’소지아는 자신이 이렇게 비위를 맞추면 이도윤이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도윤의 안색이 점점 더 보기 흉해지더니 그녀의 턱을 잡은 손에 힘이 더 커질 줄은 전혀 몰랐다.‘이 정도로 아직 부족한 건가?’소지아는 미간을 비틀어 사색했다.이도윤은 그녀의 눈빛에서 섭섭하고 슬퍼하는 감정을 보지 못하자, 손을 거두어 차갑게 소지아의 귓가에 대고 한마디 남겼다.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오늘 밤, 나는 백씨 집안에 남을 거야.”“그래, 그럼 나 먼저 밥 먹으러 갈게.”이도윤이 소지아의 표정에 슬픔이 나타났는지를 관찰하기도 전에, 소지아는 그가 손을 놓은 순간 차문을 열고 잽싸게 차에서 내렸다.그 뒤도 안 돌아보는 뒷모습은 조금의 슬픔이라도 없었다.그들은 이혼한 지
술을 마시자, 탁자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렸고, 백정일은 손에 든 술잔을 탁자 위에 세게 찧었다.전쟁터에서 싸워온 사람은 카리스마를 절로 내뿜었으니, 몸에는 강하고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줄곧 웃지 않던 백정일은 차갑게 말했다. “먹으려면 먹고, 먹지 않으려면 당장 꺼져!”변진희는 재빨리 그의 팔을 잡고 얼굴에 웃음기를 띠며 말렸다. “당신 또 왜 그래. 도윤이 어렵게 시간을 내서 왔는데, 왜 눈치를 주는 거야? 정말 그가 당신 밑에서 훈계를 받는 신병인 줄 아나보지?”말을 마치고 변진희는 또 이도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도윤아, 그를 탓하지 마. 그는 부대에 있는 게 습관이 돼서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자신이 부대에 있는 줄 안다니깐.”백채원도 재빨리 말했다. “아빠, 도윤 씨는 평소에 바빠서 그래요.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이해 좀 해줘요.”전에 백정일은 이도윤이 마음에 무척 들었지만, 소지아가 그의 전처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백정일은 마음이 좀 불편했다.필경 모두 같은 명문 집안이었기에, 이도윤이 소지아와 이지윤을 찾기 위해 전례를 깨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는지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백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성질이 좀 난폭했고, 백정일은 직접적으로 말했다. “자네는 채원이와 아이까지 있는데, 두 사람 결혼부터 하라니까 하필이면 굳이 약혼을 먼저 하려 하다니. 약혼 시간을 질질 끌면 그만이지만, 지금까지 두 사람은 혼인 신고조차 안 했어. 대체 내 딸과 결혼할 거야 말 거야, 오늘 나에게 똑똑히 말해봐.”“아빠,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우리 모두 한 가족이니까 할 말 있으면 천천히 하세요.”“그래, 화 좀 풀어, 애들 놀라겠다.”이 일에 있어서 변진희와 백채원은 마음이 맞았다.줄곧 침묵하며 말을 하지 않던 백씨 집안 어르신도 젓가락을 세게 내려놓았다. “여자들은 입 닥쳐!”어르신이 말을 꺼내자 변진희는 몸을 떨었고, 그를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자네 결혼한 적이 있다는 것에 대해 나는 의견이
두 사람은 번갈아 입을 열어 이도윤에게 거절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게다가 지금, 이도윤과 백채원의 결혼은 이미 확정된 일이었다.백채원은 그동안 이도윤이 소지아에 대한 감정이 매우 애매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도윤이 후회할까 봐 자신의 옷자락을 꼭 쥐어뜯었다.이도윤은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우로 술잔을 들더니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백채원은 걱정하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고 얼굴에 다시 웃음이 나타났다. “할아버지, 아빠, 내가 말했잖아요, 도윤 씨는 내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 거라고.”어르신은 이도윤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제일 좋고.”백정일도 일깨워 주었다.“지아는 그래도 진희의 친딸이니 우리 백씨 집안의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자네가 돌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녀를 잘 보살펴 줄 거야. 그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내일부터 너희들 계속 얽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구나.”이도윤은 술잔을 든 손가락에 힘을 주더니 눈동자가 어두워졌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래 그는 소지아에게 일부러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을 뿐인데, 지금은 정말 돌아갈 수 없을 줄이야.이도윤은 백씨 집안 별장에 갇혀 억지로 한 방에서 묵었다.밤이 점점 깊어지자 백채원은 목욕을 마치고 특별히 섹시한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소파 옆의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이도윤은 그녀에게 뒷모습만 남겨주었을 뿐, 앉아 있어도 그의 등은 구부러진 적이 없었다.이도윤은 한 손은 팔걸이에, 다른 한 손은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고, 미간에는 근심이 가득 찼다.백채원은 이도윤이 지금 자신에 대한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도윤 씨, 지금 아주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이도윤은 심지어 눈조차 들지 않았다. “응.”“그, 시간도 늦었는데, 먼저 씻으러 가요. 난…….”백채원은 얼굴을 붉히며 아양을 떨었다. “난 여기서 기다릴게요.”어슴푸레한 밤빛에 독수리 한 마리가 나무 위를 날아가며 울부짖는 소리
소지아는 이런 일에 있어 자신이 이미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 순간이 되어서야 그녀는 여전히 이 남자를 자신의 세계에서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렇게 오래 이 남자를 사랑한 소지아는 두석 달 만에 포기할 수 없었다.그녀는 두 무릎을 안고 머리를 무릎에 얹으며 이도윤이 지금 백채원과 침대에 있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가슴은 칼로 베인 것처럼 아팠다.이렇게 날이 밝을 때까지 생각했고, 소지아는 밤을 지새우며 그 부엉이가 떠날 때까지 버텼다.소지아는 곁의 그 차가운 침대를 보고 자신을 비웃었다.이때 침대 머리맡의 휴대폰이 울리더니, 그녀는 재빨리 받았다. 맞은 편에서 변진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지아에게 백씨 집안으로 올 것을 재삼 요구했다. 변진희는 소지아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아침밥을 지어준데다 또 백정일도 그녀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소지아는 차갑게 전화를 끊었지만 다리는 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이미 오랫동안 엄마가 한 아침밥을 먹지 못했다.기억 속에서 변진희는 어진 아내라 요리솜씨가 아주 뛰어났다. 비록 그녀는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매번 솜씨를 선보일 때마다 소지아를 놀라게 했다.소지아가 정신을 차릴 때, 그녀는 이미 백씨 집 앞에 도착했다.하인은 정중하게 그녀를 맞이했도, 변진희는 여전히 고귀하고 대범했다.백정일은 그녀에게 확실히 잘해 준 모양이었다. 그동안 만날 때, 변진희는 줄곧 활짝 웃고 있었다.소계훈의 곁에 있었던 날과는 달랐다. 그때의 변진희는 종래로 웃지 않았다.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변진희는 감정을 모두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그때 그녀는 소계훈과 소지아에게 무척 냉담했고, 밥을 하는 것조차도 기분이 좋을 때만 하곤 했다.소지아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 사이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기에 될수록 착한 아이로 행동했다.설사 어머니가 만든 밥을 아주 좋아한다 하더라도, 매번 학부모회의 때, 변진희가 가주길 원하더라도, 소지아는 종래로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