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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두 사람은 번갈아 입을 열어 이도윤에게 거절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이도윤과 백채원의 결혼은 이미 확정된 일이었다.

백채원은 그동안 이도윤이 소지아에 대한 감정이 매우 애매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도윤이 후회할까 봐 자신의 옷자락을 꼭 쥐어뜯었다.

이도윤은 뼈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우로 술잔을 들더니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백채원은 걱정하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고 얼굴에 다시 웃음이 나타났다.

“할아버지, 아빠, 내가 말했잖아요, 도윤 씨는 내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 거라고.”

어르신은 이도윤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제일 좋고.”

백정일도 일깨워 주었다.

“지아는 그래도 진희의 친딸이니 우리 백씨 집안의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자네가 돌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녀를 잘 보살펴 줄 거야. 그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내일부터 너희들 계속 얽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구나.”

이도윤은 술잔을 든 손가락에 힘을 주더니 눈동자가 어두워졌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 그는 소지아에게 일부러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을 뿐인데, 지금은 정말 돌아갈 수 없을 줄이야.

이도윤은 백씨 집안 별장에 갇혀 억지로 한 방에서 묵었다.

밤이 점점 깊어지자 백채원은 목욕을 마치고 특별히 섹시한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소파 옆의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도윤은 그녀에게 뒷모습만 남겨주었을 뿐, 앉아 있어도 그의 등은 구부러진 적이 없었다.

이도윤은 한 손은 팔걸이에, 다른 한 손은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고, 미간에는 근심이 가득 찼다.

백채원은 이도윤이 지금 자신에 대한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도윤 씨, 지금 아주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이도윤은 심지어 눈조차 들지 않았다.

“응.”

“그, 시간도 늦었는데, 먼저 씻으러 가요. 난…….”

백채원은 얼굴을 붉히며 아양을 떨었다.

“난 여기서 기다릴게요.”

어슴푸레한 밤빛에 독수리 한 마리가 나무 위를 날아가며 울부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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