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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작가: 김나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15 14:47:51
김민아는 술을 잘 마시는 게 아니라 아예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만약 소지아가 김민아를 막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룸 안에서 다른 사람과 사고를 쳤을 것이다. 아무튼 소지아는 김민아가 남자를 껴안고 자신이 외로운 여자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김민아가 몹시 취한 것을 보고 소지아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새로 세든 아파트로 데려갔다.

얼마 전에 간병인 아주머니는 소지아가 집을 찾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친척 소유의 아파트를 소개해 주었다. 중개사무소를 거치지 않으면 중개비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게다가 간병인이 보증을 서 주었기에 흔쾌히 계약에 서명했다.

집주인은 시간이 좀 지나야 귀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아직 계약서를 쓰지는 않았다. 소지아는 카카오톡에서 집주인과 이야기를 대충 나누었고, 서로 합의가 끝난 뒤 청소를 시작하고 이삿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런 법적 절차도 밟지 않았으니 이도윤이 소지아를 찾을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작은 아파트는 파산 전 소씨 저택보다 못하고, 신혼집보다도 못했지만 작고 아늑해 보였다. 소지아는 이곳을 좋아했고 특별히 아버지가 좋아하는 열대어를 길렀다.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데, 전에 그녀는 블린시트가 이도윤이 그녀에게 준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고, 현재 백채원이 귀국하자마자 입주했다.

오랜 시간동안 소지아는 은근히 화가 나고 괴로웠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그녀가 본 바다와 똑같은 바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파트에는 작은 테라스가 있었고, 그곳에 두꺼운 담요를 깔았다. 아버지의 상황이 좀 더 호전되면 집으로 모셔올 생각이었다. 평소에 한가할 때 이곳에서 햇볕을 쬐며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불치병에 걸릴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아버지가 지금처럼 누워계실 줄도 몰랐다.

술 몇 잔을 마셔서 소지아의 위가 쓰렸다. 그녀는 약을 좀 먹고 방으로 돌아가 좁은 아기 침대에 누웠다.

매일 밤 이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했지만, 이런 자세라야 조금이라도 잠을 잘 수 있었다.

알코올이 더해져 어젯밤 그녀는 아주 잘 잤다. 다음 날 깨어났을 때, 해가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김민아는 먼저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준비했고, 두 사람은 모두 어젯밤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성인들은 모두 낮에 자신의 취약함을 숨기는 데 능숙했다. 김민아는 하이힐을 들고 급히 현관으로 달려갔다.

입에 토스트 한 조각을 물고 김민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침 다 해놨으니까 얼른 먹어. 나 늦겠다. 먼저 갈게, 지아야.”

소지아는 김민아를 불렀다.

“민아야, 나 요 며칠 좀 바쁠 거라서 아마 너와 놀 시간 없을 거 같아.”

“안심해, 너는 정말 내가 부자라고 생각하니? 일이 없으면 돈을 그렇게 쓰게? 어젯밤 그것은 우리에게 지나간 청춘과 이별의 의미로 그런 거야. 오늘 이 언니는 또다시 부활했는데, 남자가 돈보다 중요하겠니? 오히려 네가 도움이 필요하면 꼭 나에게 말해, 혼자서 그렇게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지 말고.”

“응, 알았어.”

소지아는 그녀를 배웅하며 김민아를 살짝 안았다.

“민아야, 넌 더 좋은 사람을 찾을 거야.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행복을 위한 길이지.”

김민아는 농담으로 말했다.

“나를 위로하다니. 그렇게 좋은 남자도 지키지 못했으면서, 네가 앞으로 어떻게 더 좋은 남자를 찾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앞으로?”

소지아는 태양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글쎄...”

김민아는 원래 떠나려고 했지만 소지아의 연약한 뒷모습을 보고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당분간 바쁠 거니까 시간 나면 놀아줄게. 너도 자신을 잘 보살펴야 해. 곧 눈이 올 거야. 네 손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자신을 잘 보살피라고.”

“알았어.”

김민아를 보내고 소지아는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서야 핸드폰을 켰다.

뜻밖에도 이도윤이 어젯밤에 그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음을 발견했다.

‘아마 이혼을 위해서였겠지.’

아쉽게도 소지아는 최근 며칠간 누군가와 통화할 시간이 없었다.

이도윤 외에 변진희가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남겨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곧 연결되었고, 전화 너머에서 변진희가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아야, 너는 왜 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는 거니? 요 며칠 네가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어. 돈이 얼마나 부족하니? 내가 바로 입금해줄게.”

바다가 암초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소지아의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엄마가 떠난 후 여러 해 동안 엄마가 왜 자신을 버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년 만에 만난 엄마가 백채원의 계모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소지아는 이 현실을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 하필 백채원의 계모였을까?’

아무리 슬퍼도 그 일은 이미 기정사실이었고 소지아는 자신의 무능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엄마, 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요. 이도윤이 나한테 돈을 줬으니 아빠 입원비는 신경 쓰지 마세요.”

변진희는 딸이 큰 어려움을 무릅쓰고 살아가는 모습을 생각하자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지아야, 너 지금 어디에 있니? 너와 꼭 만나고 싶고, 또한 요 몇 년 동안 너에게 진 빚을 갚고 싶구나.”

소지아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정말 나에게 관심 있었다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어요. 아빠에게 약간의 정이라도 남아 있으면 귀국해서 한 번도 보러 가지 않았을 리가 없고요. 다 내 잘못이에요. 함부로 엄마를 찾아가는 게 아니었는데. 엄마가 이미 재혼했다는 것을 잊고 부탁을 한 것이니 이런 잘못은 앞으로 다신 없을 거예요.”

“지아야, 난...”

“엄마, 우리는 여전히 예전처럼 지내면 돼요. 아빠는 내가 돌볼 거고, 엄마는 여태껏 이런 딸 둔 적 없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나도 엄마가 처음부터 없었다고 생각할 거고요.”

소지아는 자기가 백채원 앞에서 체면을 구겼다고 탓한 것이 아니라 변진희가 출국한 후 그녀에게 전혀 관심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자신이 엄마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오히려 백채원의 곁에 있으면서 돌봐주고 있었다.

이것은 변진희의 선택이었다. 엄마를 원망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용서할 수도 없었다.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 가서 그만 두겠다고 말했고, 결국 이도윤에게 최근 매우 바빠서 이혼 수속은 다음에 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진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소지아와 이도윤은 돌이킬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친구도 아니고 연인일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소지아는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병원으로 갔다. 임건우는 소지아가 혼자 오는 것을 발견했다. 햇빛이 그녀의 그림자를 아주 길게 끌어당겨 소지아는 더욱 연약해 보였다.

임건우는 마음속의 동정심을 누르고 지난날과 다름없이 온화하게 말했다.

“두렵지 않아?”

“좀 무서웠는데, 선배 보니까 좀 안심이 되네요.”

“안심해. 약물치료의 약은 내가 직접 조제한 거니까 가능한 한 약효를 보장하는 동시에 불편함을 최소화할 거야.”

“고마워요, 선배.”

입원실에 도착해서야 소지아는 인간세상에서 지옥으로 가는 현타가 느껴졌다. 병원에 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환자를 만났다. 남녀노소가 각기 달랐다. 유일하게 비슷한 점은 누구나 머리에 가발을 쓰거나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 명의 상관없는 아저씨들이 맨머리로 복도를 지나갔고, 대부분의 병실에는 약물치료 중인 사람들 몇몇이 누워 있었다.

누군가는 울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소지아는 자신이 머지않아 그들처럼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눈에는 더 이상 발랄한 빛이 사라질 것이고, 삶에도 더 이상 희망이 없을 것이다.

자연히 병실을 향한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임건우 덕분에 그녀는 1인실로 들어갔다.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간호사가 매우 친절하게 인사했다.

“소지아 씨 맞죠? 임 선생님께서 미리 말씀해 주셨어요. 일단 이쪽으로 와서 준비하고 가족은 가서 입원 수속과 약을 받고 비용을 납부하시면 됩니다.”

‘가족?’

그래, 여기 사람들은 모두 한두 명의 가족이 간호하고 있는데, 소지아만 홀몸이었다. 주위 사람들 모두 안됐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이런 병에 걸리면 그만이지만 약물치료까지 혼자 오다니.

소지아는 이를 악물며 어색하게 말했다.

“나는 가족이 없으니 간병인을 구하면 돼요.”

“그럼 어떡해요? 가족이 사인을 해야 하는데.”

간호사는 무척 난감했다.

“그럼 남편은 없어요? 부모님도 되고, 형제자매는요?”

소지아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기에 서 있었다. 마치 학부모회에 부모님이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처럼 외롭고 불쌍했다.

임건우는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내가 가족이니까 내가 사인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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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21화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 들리자 소지아는 넋을 잃은 듯 멍하니 대답하는 것도 잊었다. 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이렇게 취했을까, 마치 전에 헤어진 적이 없는 것처럼 이도윤은 습관적으로 소지아를 품에 안았다.소지아는 이도윤의 품에 안겨 남자의 익숙하고 뜨거운 품을 느꼈다. 이는 소지아에게 큰 충격이었다.그녀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손을 뻗어 이도윤을 밀치려 했지만 이도윤에게 손을 잡혔다. 이도윤은 소지아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따뜻한 입술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스치며 여전히 중얼거렸다.“자기야, 어디 갔었어? 오랫동안 찾았잖아.”소지아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마치 한 해 동안 흘릴 눈물을 지금 이 순간 다 흘린 것처럼 폭풍 눈물이 쏟아졌다.그녀는 슬픔을 참으며 말했다. “네가 직접 나를 밀어낸 거 아니야?”“말도 안되는 소리.” 이도윤은 소지아를 좀 더 꼭 껴안았다. 이도윤은 술기운을 빌어 소지아의 귀 뒤에 키스를 퍼부었다.“내가 평생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너인데, 내가 어떻게 너를 밀어낼 수 있겠니?”소지아는 그를 밀치고 물었다.“이도윤, 내가 누군지 잘 봐?”방안에는 불이 켜지지 않았고 커튼도 쳐지지 않았으며 정원에서 들어오는 미약한 불빛이 그녀의 얼굴에 쏟아졌다. 이도윤은 그녀의 눈가의 반짝이는 눈물을 보았다.“자기야, 잠 설쳤어?”이도윤은 몸을 숙이고 소지아의 눈물 가득한 눈에 조금씩 키스하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지아야 울지 마, 누가 너를 괴롭혔어? 내가 다 갚아줄게!”이도윤의 술에 취한 말들에 소지아는 오히려 더욱 심하게 울음이 나왔다. ‘얼마나 마셨길래 이렇게 취한 거야?’이도윤이 약간 정신이 돌아오면 그 원한을 잊지 않을 것이며, 더욱이 이렇게 유치하게 그녀와 이야기할 리 없었다.소지아는 머리를 그의 품에 묻고 숨을 들이마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도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또 헛소리, 네가 죽긴 왜 죽어?”“사람은 다 죽을 거야. 생로병사, 누구도 피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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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22화

    왜 이렇게 됐을까?소지아는 2년 전, 그 근심 걱정 없는 때로 돌아가고 싶다.“나 있어, 나 여기 있어.”이도윤은 귀찮아하지 않고 소지아에게 대답했다.소지아는 그의 이때의 부드러움이 단지 잠시일 뿐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가까워지면 안 되었지만 이도윤의 작은 따뜻함이라도 느끼고 싶었다.‘이도윤, 만약 네가 여전히 그때의 너라면 얼마나 좋을까?’...이도윤은 날이 밝기 직전에 깨어났다. 눈을 뜨기도 전에 팔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어젯밤 마신 빈 술병을 생각했다. 이도윤은 주량이 아주 센 편이지만 충분히 절제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술을 마신 후 필름이 끊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 어젯밤에 일어난 일은 아무리 해도 생각나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하여 눈을 뜨고 옆의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한참 뒤 눈을 뜨자 자신이 안고 있는 여자가 소지아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각자의 입장을 떠올리더니 당장 여자의 몸을 세게 뿌리치려 했다.팔을 빼려고 할 때, 갑자기 소지아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면서 그는 동작을 멈추었다.이렇게 조용히 소지아를 본 지 이미 오래였다. 최근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고 다투기 일쑤였다.메이크업이 없자, 그녀의 흰 피부가 드러났다.소지아는 피부가 매우 하얗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지나치게 창백했다. 심지어 종이처럼 핏기가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이목구비가 정교한 그 작은 얼굴은 핏기 하나 없어 만화 속의 요정처럼 하얬다.소지아는 몸을 옆으로 기울여 그의 팔에 기대 잠들었지만 예전처럼 손발로 자신을 감지 않고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었다.이도윤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미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이를 생각하자 마음속에 또 화가 치밀어 올랐고 이도윤은 자신의 팔을 호되게 빼냈다.소지아는 바삐 눈을 뜨고 깨어났다.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마치 작은 고양이처럼 이도윤을 바라보았다.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웠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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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8화

    조경숙이 갑자기 납치되면서 소씨 가문의 안팎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병상에 누워 있던 시언조차 몸을 일으키려 애썼으니 말이다. 시후는 곧장 소명담의 본가로 향했다.‘사람은 도망칠 수 있어도 근거지는 숨길 수 없는 법이지.’ 하지만 소명담을 잡기도 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한편, 지아는 무무의 머리를 땋고 있었는데, 아이의 머릿결은 매끄럽고 윤기가 흘러, 까만 머리카락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도윤은 모녀의 곁에서 작은 수납 상자를 들고 서 있었고, 상자 안에는 아이들의 머리끈과 머리핀들이 가득했다. 도윤이 초록색 리본 모양의 머리핀을 건넸다.“이걸로 하자. 초록색이 예쁘잖아.” 지아는 그것을 받아 무무의 머리를 묶어주었고,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우리 딸, 정말 예쁘다.”무무의 초록색 눈동자에 웃음기가 만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한 손으로 지아를, 다른 손으로 도윤을 잡고 아주 행복해했다. 바로 이때, 진봉이 급히 들어왔다.“사모님, 나쁜 소식입니다!” 지아는 대충 짐작이 갔다.“소명담이 도망친 거야?” 이는 지아도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소명담이 그렇게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을 소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요, 죽었습니다.”지아가 빗을 들고 있던 손을 멈추며 물었다.“뭐라고? 죽었다고?” 이것은 지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말도 안 돼!’“그게 말이 돼? 설마... 그 사람 뒤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걸까?” 지아는 과거 자신과 대면했던 소명담을 떠올렸다.‘그 사람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어.’‘그런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고?’ 그때 진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가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진봉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 같네요.”“소명담은 죽은 게 맞습니다만, 죽은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본 소명담은 누군가가 변장했던 거야?” 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7화

    아무도 소시월의 입가에 떠오른 희미한 미소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관찰하던 지아는 시월의 표정을 정확히 포착했다. 시월은 마치 자기 행동을 들킨 것처럼 고개를 돌려 지아와 눈을 마주쳤다. 곧이어 시월은 다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소 선생님,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지아가 침착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아가씨께서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시월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지아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소 선생님, 오랫동안 고생하셨으니 잠시 옆 방에서 쉬는 게 어떠세요? 여긴 우리가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지아는 은근히 자기 손목을 향하는 시월의 시선을 감지했다.그 손목은 몇 년 전 도윤의 총에 맞았던 곳이었다. “아가씨, 왜 그러세요?” “피부가 정말 하얗고 매끄러우시네요. 정말 부러워요. 평소엔 어떻게 관리하세요?” 지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사모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는데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시네요? 평소에 가족에게 효심이 지극하신 분이, 왜 이런 일엔 관심이 적으신 거죠?” 지아의 말은 정확히 급소를 찔렀고, 시월은 당황한 듯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소씨 가문에 이렇게 많은 일이 연달아 터지는데, 제가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저 지금은 제가 조급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오빠들을 도와 손님들을 챙기려 했던 거라고요.”“그런데 소 선생님께서 갑자기 저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하시니까 조금 속상하네요.” 두 사람은 몇 번의 수를 주고받았지만, 어느 쪽도 명확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시월은 지아의 정체를 의심했다. 그녀는 지아의 손목에 총상 흉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앞의 지아는 매끈한 손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전혀 총알 자국이 없었다. 지아 역시 시월에게서 의심스러운 점을 느꼈다.하지만 모든 증거가 소명담을 가리키고 있었고, 시월과는 아무런 관련이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6화

    “세라야,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줘.”시하가 부드럽게 설득했다. 시하와 강세라의 대화는 다른 방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하 오빠의 미남계가 통한 모양이네요.” 시후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분노했다.“역시 그 자식일 줄 알았어!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지아는 마음 한편이 실망스러웠다. 지아는 모든 일이 시월과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 순간, 양지운이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왔다. “소 선생님, 사모님께서 사용하시는 화장품과 약물을 검사했는데, 매일 사용하시는 안약에서 추가적인 약물이 발견됐습니다. 그 약물은 정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시력을 저하시켜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나쁜 새X!” 시후가 분노하며 벌떡 일어섰다.“드디어 증거를 잡았어! 양 비서, 당장 그 자식을 붙잡아! 우리 소씨 가문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여태까지의 모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자고!”“예!”시하가 시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형, 너무 화내지 마. 화내다 몸 상하면 안 되잖아. 이제 그 능구렁이를 잡았으니, 나도 안심이야.”지아는 옆에서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았다.“지아야, 왜 아직도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모든 게 네 계획대로 되고 있잖아. 혹시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어?” 지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든 게 계획대로라는 게 오히려 마음에 걸려요. 너무 순조롭잖아요.” “순조로운 게 어때서?” “그냥 좀 불안해요. 물론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이제 원인을 찾았으니, 사모님께선 약물을 끊은 후에 제대로 진찰받고 휴식까지 취하시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좋아, 나는 이 좋은 소식을 시언이한테 알려야겠어. 마음 놓고 푹 쉴 수 있도록 말이야.”“저도 같이 갈게요.” 지아는 곧 동이 트려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모든 일이 해결되었으니, 남은 일은 소 선생님께 맡기면 될 거야.’ 하지만 그때 불길한 소식이 전해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양지운이 급히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5화

    강세라의 얼굴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왜 안 된다는 거야? 네가 걱정하는 게 뭔지 말해줘. 내가 전부 해결해 줄게.” 시하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때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에겐 아마 아이도 있었을 거야. 네가 그랬잖아, 너 닮은 아들이랑 나 닮은 딸 하나씩 낳고 오순도순 살자고. 세라야, 시간을 더 낭비하려는 건 아니지?” 강세라가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이미 큰 금기를 어겼어. 나는 한낱 바둑돌일 뿐인데, 바둑돌은 임무 대상에게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되는 법이잖아. 하지만 나는 이제 시하 씨의 따스함을 외면할 수가 없어.’ 강세라는 이미 시하를 해친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수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단 하루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으며, 시하에 대한 사랑 또한 포기할 수 없었다.“세라야, 두려워하지 마. 네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반드시 널 지켜줄 거야.” 강세라는 눈물로 얼굴이 범벅이 되어 말했다.“하지만 내 가족이 아직 그 사람들의 손에 있어요. 내가 입을 열면, 내 가족들이 죽을 거라고요! 내 조카는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에요. 이제야 인생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강세라는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가족이 위협받는 바람에, 나는 그동안 당신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원망스럽다면 내 목숨을 가져가도 좋아요. 나는 절대로 말할 수가 없으니까요.”“세라야, 소 선생님을 암살하려던 건 이미 실패했어. 우리가 너를 잡았다는 소식도 벌써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네가 말하지 않아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야.” 강세라는 그제야 눈을 크게 떴고, 시하의 손목을 꽉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시하 씨, 나는...” “지금은 나를 믿어야 해. 나만이 진심으로 너를 도우려는 사람이니까. 가족이 걱정되는 거라면 안심해도 돼. 나는 이미 삼 일 전부터 네 가족들의 행방을 알아냈고, 사람을 보내 보호하고 있었어. 믿기 어렵다면 지금 바로 전화해서 확인해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4화

    직접 마주한 이 순간, 지아의 말이 진실임이 입증되었다. 처음부터 강세라가 그에게 접근한 이유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시하가 강세라의 입에 물린 천을 제거하자, 강세라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며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미안해요.”강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속였어요.” 시하는 강세라를 와락 끌어안았다.“세라야,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네가 살아 있다니 정말 다행이야.” 강세라는 시하가 진실을 알게 된 후 분노할 줄 알았지만, 그는 그녀를 꼭 안으며 뜨거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시하 씨, 당신을 속였는데도 날 원망하지 않는 거예요?” “원망해, 어떻게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어? 하지만 네가 살아 있는 것에 비하면 그까짓 건 아무것도 아니야. 너도 알지? 난 수년 동안 밤낮으로 신께 기도했어. 왜 죽은 사람이 내가 아니고 너였어야 했냐고. 너만 살아 있다면 나는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고.” 시하는 곧장 강세라의 손발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강세라는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그럼 소 선생님과는...” “소 선생님은 네가 살아 있다는 걸 내게 알려준 사람이야. 그때의 나는 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기회가 없어서 소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이런 연극을 꾸몄던 거야.”“세라야,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랑한 사람은 오직 너뿐이야. 내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 없었어.” 세라의 몸을 묶고 있던 줄이 모두 풀리자, 두 사람은 재회한 기쁨에 망설임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알아요, 그동안 당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미안해요, 시하 씨, 내가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예요.” “세라야, 다시 나한테 돌아와 줄래? 난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 “나는...”강세라는 머뭇거리며 지난날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시하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받아들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리를 다쳐서 싫어진 거야?” “아니에요!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강세라가 시하의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3화

    “도윤 씨, 당신이랑 함께 떠날게. 하지만 강세라의 일을 마무리할 시간을 줘. 그 여자의 일이 끝나는 대로 떠나자, 응? 그리고 사모님의 눈 치료도 약속했단 말이야. 더 지체되면 사모님은 정말 시력을 잃게 될지도 몰라.” “지아야, 네가 의술에 뛰어난 건 알겠지만, 세상에는 너만큼 뛰어난 의사도 많아. 내가 두려운 건 네가 더 깊이 관여하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거야... 여긴 A시가 아니야. 일이 더 크게 번지면 나도 널 지킬 수 없을지도 몰라.” 지아는 도윤의 단호한 결심을 느끼고 간절히 부탁했다.“3일, 3일만 더 있으면 안 될까?” 도윤은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딱 3일이야. 3일 후에는 나랑 집으로 가야 해, 알았지?”두 사람은 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 지아에겐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강세라는 그들 뒤에 숨어 있는 진범을 잡을 중요한 열쇠였다. ‘강세라가 모든 걸 털어놓기만 하면, 삼 일도 걸리지 않아 모든 미스터리가 풀릴 거야.’ 지아는 이 소식을 소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렸고, 소식을 접한 시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잡았어? 나도 곧 갈게.][맞다, 지아야, 네가 말한 대로 어머니께서 최근에 사용하신 약과 화장품 샘플을 검사에 맡겼어. 곧 결과가 나올 거야.]“좋아요.”지아는 이 소식을 시하에게도 전하며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시하는 멍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진 듯했다. 시하는 수년 동안 강세라의 죽음에 얽매여 살아왔다. 이전에 지아가 강세라가 살아있을 가능성과 그 의도를 추측했을 때도, 그것은 단지 말뿐인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강세라가 실제로 잡혔다는 사실 앞에서, 시하의 마음은 복잡해졌다.강세라가 단순히 죽음에서 돌아온 것이라면 시하는 기뻤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증거는 강세라가 소씨 가문을 공격하는 계획에 가담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강세라를 향한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시하는 그녀를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2화

    뒤돌아보지 않아도, 지아는 자신을 향한 차가운 한 줄기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저도 오래 기다렸답니다.”지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키가 조금 작은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록 그 사람은 철저히 변장한 상태였으나, 지아는 단번에 그 사람의 눈을 알아보았다.“강세라!”지아가 자신의 이름을 바로 부르는 것을 보고, 상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어떻게...” 지아를 위해 준비한 함정이 결국 자신을 묶는 족쇄가 되었음을 느낀 강세라는 자신의 목적을 되새기며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했다. 탕!총성이 울리자 강세라의 손목에 총알이 박혔고, 강세라가 들고 있던 총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골목 입구에는 훈련받은 사람들이 가득 서 있었고, 강세라는 손목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소리쳤다.“저 X을 죽여!!” 모든 상황은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졌다. 강세라의 부하들이 행동하기도 전에, 골목 입구 2층에서 몇 명이 뛰어내려 잽싸게 강세라의 부하들을 제압해 버렸으니 말이다. 혼란을 틈타 지아를 향해 총을 쏘려던 한 사람은 뒤에서 덮친 누군가의 일격으로 즉시 쓰러지기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세라가 데려온 여섯 명은 모두 능숙한 사람들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강세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총을 쏜 사람을 바라보았다. 골목 입구에 서 있는 그는 키가 컸으나, 역광으로 인해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그의 차가운 시선은 강세라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남자는 느릿느릿 걸어왔고, 말 한마디 없이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를 본 지아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여긴 왜 왔어?” 도윤이 지아 옆에 서더니 자연스레 그녀를 품에 안았다. 도윤은 먼 길을 고생하며 달려왔고, 전날 밤 한숨도 자지 못해 목소리가 다소 쉰 듯했다. “더 늦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다정한 두 사람을 본 강세라는 욕설을 퍼부었다.“이 더러운 X아! 감시 시하 씨를 두고 다른 남자와 놀아나?! 난 이미 네 속셈을 알고 있었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1화

    지아는 자연스레 시하의 목을 끌어안으며 목소리를 약간 높였다.“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둘째 도련님은 꼭 나아질 거예요. 오빠의 몸까지 망가뜨리면 안 된다고요.” 시하는 지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깊은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내 곁에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을 거야.” 지아는 얌전히 시하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고, 두 사람은 연인처럼 낮게 속삭였다. 지아는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자,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가봐야겠어요. 맞다, 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죠? 뭐 좀 사 올 테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사람만 무사하면 다 잘될 거예요.” “그런 일은 경호원이 하면 돼.” “어차피 병원에선 제가 도울 일이 별로 없잖아요. 오빠의 입맛은 제가 더 잘 아니까 제가 다녀올게요.” 이 말을 끝으로 지아는 시하의 무릎에서 일어났다. 지아는 병원을 떠나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나서는 기척을 느꼈다. 한편, 눈빛이 변한 시하가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어. 따라가서 소 선생님을 보호해!” 병원에는 환자와 가족들이 많아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경호원들은 지아를 따라나섰다. 지아는 고의로 시간을 끌며 강세라라는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 며칠 강세라는 질투심에 미쳐가고 있었을 것이었다. 간신히 기회를 찾아 행동에 나섰는데 강세라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지아는 근처 야시장으로 향했다. 신호등의 초록불이 켜지고 막 건너려던 순간, 멈춰 서 있던 차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지아를 향해 돌진했다.불빛도 경적도 없는, 뒤에서 덮치는 호랑이와 같은 기습 공격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때는 이미 차가 지아에게 근접한 상태였다. 다행히 지아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차가 다가오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설 수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운이 좋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인도는 비명으로 가득 찼다. 어떤 사람은 가까스로 달아났고, 어떤 사람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50화

    시언은 지아가 왜 시월의 반응을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월이를 두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월이를 제 품에 안은 거죠. 이게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겁니까?” 지아는 차마 시언에게 냉혹한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아직은 증거를 모아야 해’ ‘이 사람들은 소시월을 너무도 아끼는 사람들이라, 늘 눈에 장밋빛 필터를 쓰고 있어.’ “아니요, 도련님은 정말 훌륭한 오빠였습니다. 저는 단지 당시 상황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그러니 조금만 진정해 보세요. 제가 시하 오빠의 다리를 고쳤듯이, 도련님의 손을 고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정말입니까?”“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럼 시하의 다리가 이미 치료되었는데, 왜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거죠?” 지아가 시언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소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검은 손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인즉슨...”지아는 그제야 모든 계획을 시언에게 말했다.“죄송해요, 시언 도련님.”“그동안 도련님도 제 의심의 대상 중 한 명이였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않았던 거예요. 이런 곤경을 겪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시언은 잠시 멍하니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모든 것을 서서히 받아들였다.그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 디자인에 몰두하던 사람이 오늘 병상에 누워서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계획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큰형이 계속 많은 경호원을 대동하라고 했던 거군요. 저는 그저 형의 과민 반응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형은... 제가 정말로 사고를 당할까 봐 두려웠던 거였어요. 이제야 알겠습니다. 소 선생님, 그 사람은 대체 누굴까요?” “처음에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오늘 일로 약간의 실마리를 잡았어요.”“도련님, 제가 이 비밀을 말하는 이유는 도련님께서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소씨 가문은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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