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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Author: 김나비
소지아는 난처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임건우를 고마운 마음에 한번 보았고 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소지아를 대신하여 입원 수속을 밟았다.

간호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소지아에게 설명했다.

“아가씨, 앞으로 오랫동안 치료받아야 하는데, 약물은 모두 주사로 투약합니다. 매번 수액을 맞을 때마다 혈관에 맞아야 하고, 이로 인해 혈관에 불가피한 약물치료 손상이 생깁니다. 심각할 때는 약물의 외투도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화학 치료 약물은 부식의 위험이 있어서 이러한 어려움을 막기 위해, 저희는 팔에 수액관 삽입을 추천합니다.”

“약물이 정맥 및 전신의 각 장기에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도록 정맥에 미리 통로를 만들어두는 거죠. 그 장점은 사용 시간이 비교적 길다는 거예요. 다음 약물치료는 혈관을 더 이상 찾지 않아도 주사관 입구가 확보되어 편리하고 안전하죠. 그러나 단점은 이 팔로는 앞으로 무거운 물건을 더 이상 들면 안된다는 거예요.”

소지아는 간호사의 제안에 동의하고 약물치료 앞서 먼저 작은 수술을 하고 팔에 수액관을 달았다.

몸에 마약 성분의 진통제에 대한 항체가 있어서 주사하는 것을 거절했고, 칼이 연약한 피부를 긋자, 눈살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사가 말했다.

“아가씨처럼 고통을 참는 환자는 참 드문데.”

소지아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아무도 옆에서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없으니 괴로워한다고 누가 알아주나요?”

그녀는 1년 전에 물에 빠진 후 의사가 긴급히 응급처치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취제를 맞았어도 수술칼이 복부를 가르는 통증이 생생하게 느껴졌고, 그날 수술대에서 심한 통증에 몇 번 기절했다가 또 아파서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이도윤은 백채원의 병실 밖을 지키고 있었다. 소지아는 목이 터져라 이도윤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 후로 소지아는 아무리 아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약물치료가 끝난 이튿날,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제히 나타났고 임건우는 그녀를 대신하여 퇴원수속을 했다.

입원실에서 지하 주차장까지의 이 짧은 거리를 내려오면서 소지아는 여러 번 중간에 멈춰 쉬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어지럽고 오심이 느껴졌다. 몸의 기력이 마치 누군가에게 통째로 빼앗긴 것 같았다.

임건우는 한숨을 쉬고 쪼그리고 앉아 그녀를 안았다. 소지아는 갑작스러운 임건우의 행동에 놀라 안색이 변하며 도움을 거절했다.

“선배, 안 그래도 돼요...”

임건우는 이번에 그녀를 따르지 않고 말투가 엄숙했다.

“너 현재 몸 상태 완전 바닥이야. 만약 네가 내 도움이라도 받지 않으면 네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네 가족에게 알릴 수밖에 없어. 지금 올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은 이도윤뿐이지?”

소지아는 아이러니하기 그지없다고 느꼈다. 이혼 수속이 끝나기 전에는 이도윤이 여전히 법적 남편으로서 유일하게 자신을 돌볼 ‘가족’이었다.

“그러지 마요.”

이미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에 이도윤이 만약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면 더욱 즐거워했을 것이다. 아무런 존엄도 없이 이도윤에게 멸시와 조소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

임건우는 조심스럽게 소지아를 아파트로 데리고 갔다.

“지아야, 너 반드시 돌봐줄 사람을 찾아 잘 쉬어야 해. 지금 너는 하루 세 끼 잘 먹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소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내 친구가 곧 귀국할 텐데, 나를 돌보러 올 거예요. 선배는 또 돌아가서 일해야 하잖아요, 이만 가봐요.”

임건우는 시계를 보았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오늘 또 중요한 수술이 있어 몇 마디 말로만 당부하고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소지아는 혼자 침대에 누워있었고 이것이 어떤 느낌인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아팠다. 몸 구석구석 어디든 아팠다.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했으며 위는 더욱 세차게 불편했다. 팔의 상처도 은은하게 쑤셨다.

이건 분명히 인간 세상인데 1분 1초마다 지옥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이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이도윤일 줄은 몰랐다. 어느 해 급성 충수염에 걸렸던 일이 떠올랐다. 이도윤은 펑펑 쏟아지는 큰 눈을 무릅쓰고 자신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때 그녀는 여전히 응석받이였다. 수술실로 실려갈 때 겁이 나 눈물을 흘리자 이도윤은 자신의 손을 놓지 않고 줄곧 수술실까지 따라 들어왔다. 의사는 이도윤의 주시하에 모든 수술을 마쳤다.

설사 이렇게 오래되었다 하더라도 소지아는 여전히 그가 ‘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라는 말을 하는 표정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수술 후 한 달이 지나도 침대 아래로 내려갈 필요도 없이 이도윤의 보살핌은 지극 정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여자 곁에서 자기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소지아는 그의 바람기와 잔인함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그가 보여줬던 모든 좋은 점을 잊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격렬한 통증 속에서 소지아는 움찔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를 악물고 자기가 반드시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아직 다 밝혀내지 못한 진상이 있으니 지금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라도 먹기 위해 흰쌀을 씻을 때,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볼을 타고 쌀 씻는 그릇 속으로 떨어졌다.

가장 아픈 것은 약물이 골수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는 이도윤에 대한 짙은 감정이었다. 마치 예리한 칼날 같아서, 미친 듯이 몸을 자르고 잡아당기는 듯 아파서 그녀는 숨도 쉴 수 없었다.

꼬박 3일, 그녀는 침대에서 죽을 정도로 아팠다. 나흘째 되는 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 몸의 통증이 좀 줄어든 것 같았다. 이제 머리도 그렇게 어지럽지 않은 것 같았다.

“와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커튼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바로 요 며칠 퇴근하자마자 그녀를 돌보러 온 것은 임건우였다.

신선한 식재료와 함께 소지아가 가장 그리워하는 군고구마를 가져왔다.

매우 급하게 오느라 검은색 외투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도 촉촉해 보였다. 고개를 숙이고 소지아의 기색을 살펴볼 때, 소지아는 그의 빽빽한 긴 속눈썹 위에 아직 녹지 않은 눈송이를 발견했다.

“밖에 눈 오나요?”

소지아는 힘없이 말했다.

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젯밤에 밤새 눈이 내렸어. 며칠 후에 네가 회복되면 나가서 같이 보자.”

“그래요, 오늘은 그렇게 아프지 않은 것 같아요.”

소지아는 두툼한 잠옷을 입고 일어났다.

고개를 돌리니 베개 위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큼지막하게 쌓여 있었다.

이미 머리카락이 빠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짧게 잘랐지만 여전히 깜짝 놀랐다.

소지아는 급히 이불을 끌어올려 베개를 가렸다. 곤란한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먼저 씻을게요.”

임건우는 암환자를 지금까지 너무 많이 보아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외에 흔히 이런 자신의 현실을 직면하기 어려웠다.

“그래, 천천히 씻어.”

소지아는 욕실 문을 닫고 거울 속의 자신의 초췌해진 얼굴을 보았다. 머리를 위로 잡아당기자 힘을 쓸 필요도 없이 수없이 많은 검은 머리카락이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소지아도 어쨌든 꽃처럼 아름다운 소녀였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천천히, 검은 머리카락들이 전부 다 빠질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이혼 수속을 끝내야 했다.

소지아는 자신이 머리가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리다 민머리로 이도윤과 만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소지아는 마침내 핸드폰을 켰다. 휴대폰에 아직 확인하지 못한 여러 메시지들을 무시하고 가장 먼저 이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 며칠 이도윤이 자신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전화는 전처럼 세 번 울려야 받는 것이 아니라 벨이 울리자마자 바로 받았다. 그리고 이도윤의 화난 목소리가 울렸다.

“소지아, 너 어디에 있는 거야?”

이도윤은 꼬박 4일 동안 소지아를 찾아 헤맸다!

소지아는 자세한 설명도 없이 간단히 말했다.

“이도윤, 한 시간 후 가정법원 앞에서 기다릴게. 이제 더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아. 우리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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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렇게 됐을까?소지아는 2년 전, 그 근심 걱정 없는 때로 돌아가고 싶다.“나 있어, 나 여기 있어.”이도윤은 귀찮아하지 않고 소지아에게 대답했다.소지아는 그의 이때의 부드러움이 단지 잠시일 뿐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가까워지면 안 되었지만 이도윤의 작은 따뜻함이라도 느끼고 싶었다.‘이도윤, 만약 네가 여전히 그때의 너라면 얼마나 좋을까?’...이도윤은 날이 밝기 직전에 깨어났다. 눈을 뜨기도 전에 팔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어젯밤 마신 빈 술병을 생각했다. 이도윤은 주량이 아주 센 편이지만 충분히 절제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술을 마신 후 필름이 끊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 어젯밤에 일어난 일은 아무리 해도 생각나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하여 눈을 뜨고 옆의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한참 뒤 눈을 뜨자 자신이 안고 있는 여자가 소지아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각자의 입장을 떠올리더니 당장 여자의 몸을 세게 뿌리치려 했다.팔을 빼려고 할 때, 갑자기 소지아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면서 그는 동작을 멈추었다.이렇게 조용히 소지아를 본 지 이미 오래였다. 최근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고 다투기 일쑤였다.메이크업이 없자, 그녀의 흰 피부가 드러났다.소지아는 피부가 매우 하얗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지나치게 창백했다. 심지어 종이처럼 핏기가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이목구비가 정교한 그 작은 얼굴은 핏기 하나 없어 만화 속의 요정처럼 하얬다.소지아는 몸을 옆으로 기울여 그의 팔에 기대 잠들었지만 예전처럼 손발로 자신을 감지 않고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었다.이도윤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미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이를 생각하자 마음속에 또 화가 치밀어 올랐고 이도윤은 자신의 팔을 호되게 빼냈다.소지아는 바삐 눈을 뜨고 깨어났다.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마치 작은 고양이처럼 이도윤을 바라보았다.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웠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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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자 방금 머리카락을 치우던 소지아는 깜짝 놀라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어 찔린 듯 그를 바라보았다.“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도윤이 웃통을 벗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남자의 건장한 몸은 그렇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소지아의 눈에 들어왔다.분명히 그와 아이까지 가졌는데, 1년 넘게 보지 못했던 몸은 여전히 소지아를 좀 불편하게 했고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남자의 그림자는 그녀의 얼굴을 뒤덮고 그의 독특한 뜨거운 기운이 그녀의 얼굴을 덮쳤다. 소지아는 무의식중에 몸을 웅크리고 방어적인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뭐 하려는 거야?”이도윤은 천천히 몸을 숙였고 짙은 검은 눈동자는 그녀의 창백한 볼에 떨어져 입을 열어 물었다.“너 이전에 네가 아프다고 말했는데, 무슨 병이야?”소지아는 궁금증으로 가득 찬 그의 두 눈동자를 보며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그 두 눈은 조롱, 경멸도 없었고 차갑지도 않았다. 진심으로 자신의 병을 묻고 있었다.이 순간 소지아의 마음은 복잡했다. 갑자기 생각이 하나 더 많아졌다. ‘지금 이도윤에게 말하면, 혹시 자신이 과거에 한 일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소지아가 주저하는 것을 보고 이도윤은 몸을 더 낮게 숙였고, 두 사람의 거리는 지척에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 같았다.“응? 말해봐.”그가 재촉했다.소지아는 마음이 당황하여 온 사람이 매우 긴장했고 마른 입술을 핥으며 입을 열었다.“나는...”이도윤의 전화가 울렸다. 백채원이 전화를 걸 때 울리는 벨소리였다. 백채원의 벨소리는 1년 동안 소지아의 눈엣가시였다.전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이 벨소리만 들으면 이도윤이 무엇을 하든 만사를 제쳐두고 백채원을 향해 달려갔다.지금까지도 소지아는 다른 곳에서 이 벨소리를 들으면 긴장하고 불안했다.오늘 이 벨소리는 마치 소지아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적셨다.‘이렇게 여러 번 상처를 입어놓고도 여전히 두려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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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4화

    지아를 바라보는 장민호의 창백한 얼굴에 갈망이 스쳤다.“지아 씨, 나랑 함께했던 지난 2년 동안, 단 한 순간이라도 저를 좋아한 적 있었나요?” 차갑게 장민호를 응시하는 지아의 눈빛에는 얼음처럼 냉랭한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아니요, 늘 당신의 죽음만을 바랐어요.” 장민호가 쓸쓸히 웃었다. “그랬군요.” 모든 일은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법이었다. 탕!놀란 새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붉은 선혈이 땅에 흩뿌려졌다. 장민호는 무덤의 차가운 사진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미연아, 너한테 빚진 건 전부 갚았어...” 지아는 눈앞에서 연이어 죽어간 사람들을 보며 가슴속 깊은 곳이 조여오는 고통을 느꼈고, 천천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미연아, 우리의 복수가 이렇게 끝이 나네. 이젠 너도 편히 쉬어.” 지아는 이날을 너무도 오래 기다려왔지만, 복수를 끝낸 후에는 마음이 텅 빈 듯 허전하기만 했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지금, 따뜻한 봄바람 속에서 해경의 뒤를 쫓는 무무의 발목에서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해경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외쳤다.“어서 잡아봐!” 멀리서 꽃으로 화환을 엮던 소망이 지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허리 좀 숙여봐.” 지윤은 순순히 허리를 숙였고, 소망은 지윤에게 화환을 씌워주었다.“와, 정말 잘 어울린다! 아빠랑 똑같이 생겼어!” 지아는 어린 시절의 도윤을 보듯 따스한 눈길로 지윤을 바라보았다. “자기야.”바로 그때, 지아의 귓가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아가 고개를 돌리자, 한쪽 무릎을 꿇은 도윤의 모습이 보였다.도윤이 한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든 채 말했다.“나랑 다시 결혼해 줄래?” 아이들이 옆에서 환호하며 소리쳤다.“결혼해요! 결혼해요!” 지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도윤 씨...”도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지아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지아야, 다시는 너한테 상처 주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소망이 꽃으로 만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3화

    사랑에 미친 장민호는 이 모든 것이 지아가 2년에 걸쳐 설계한 함정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 지아가 도윤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본 순간에야 자신의 정체가 이미 드러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끝났구나...’비록 소씨 가문 사람들이 이겼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심세호와 조경선, 그리고 소시월이 힘을 합쳐 저지른 일들로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으니, 소씨 가문 사람들이 완전히 이긴 것은 아닌 셈이었다. 심지어 소시영 또한 그들의 희생자가 되었고, 젊은 나이에 영면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아가 시영의 무덤 앞에서 향을 올리며 말했다.“언니, 다음 생엔 꼭 행복하게 살자. 이번 생에는 내가 가족들을 잘 돌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바로 그때, 산들바람이 불어오며 나뭇잎 한 장이 지아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마치 시영이 지아의 말에 응답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소영수는 소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강렬한 기세로 돌아왔고, 환희 역시 마침내 안식의 땅에 묻혔다. 환희의 장례식은 비밀리에 치러졌지만, 부남진은 몰래 그곳을 찾았다. 부남진과 소영수는 무덤 앞에서 서로를 마주했는데, 생전 환희에게 가장 중요했던 두 남자가 환희가 죽고 나서야 얼굴을 마주한 것이었다.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눈가가 붉어진 부남진은 가지에서 가장 어린 복숭아꽃 한 송이를 꺾어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그 순간, 지아의 눈에 노인이 아닌 아침 햇살 속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낸 젊고 잘생긴 소년의 모습이 비쳤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던 조경숙의 눈도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는 상태였기에, 지아는 장민호와 소시월을 데리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산속은 한창 따듯한 봄이었다. 산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강미연의 무덤 앞에는 형형색색의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소시월은 숨이 가쁜 상태로 강미연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고, 장민호는 무덤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런 날이 올 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2화

    “오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지아는 루이스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기에, 지아가 이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시후뿐이었다. “지아야, 가까이 오지 마. 여긴 너무 위험해!”시후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해지자, 루이스가 고개를 돌려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실험은 곧 성공할 거야. 저 아이는 환희의 후손이라, 몸속에 환희와 같은 피가 지니고 있을 테니까.” 그 순간, 지아의 얼굴빛이 달려졌다.‘스승님이 나한테 유독 신경 쓴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예전의 지아는 그것이 자기 몸과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루이스는 처음부터 지아의 정체를 알고 있던 것이었다. 루이스가 말한 ‘생체 개조 계획’도 사실은 환희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저 사람...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할머니를 부활시키려고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다니!’ ‘하마터면 개조 계획이라는 거짓말에 깜빡 속을 뻔했어!’ 백발이 성성한 소영수가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루이스, 그만둬! 환희는 이미 죽은 지 오래야. 환희의 혼도 이미 윤회에 들었을 텐데 부활이라니, 그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야!” “네가 그동안 저질러온 실험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는지 알아? 아, 그걸로도 부족하다는 건가?” “네 과거 실험 데이터를 살펴봤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실패했더군. 그런데도 네가 저 아이를 건드리지 못한 이유는...”소영수가 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아이가 환희의 핏줄이고, 환희와 닮은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었어. 혹시라도 실험에 실패할까 봐 저 아이를 건들 수 없었던 거야, 그렇지?” 지아는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고, 환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느꼈다.‘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목숨을 잃었을 거야.’ 루이스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내 최고의 실험 대상이야. 어서 스승인 나를 도와주렴.” 시후와 도윤이 동시에 지아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1화

    섬에 도착한 지아는 섬의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풍경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섬 곳곳에 있던 로봇들은 사라진 듯했는데, 원래라면 섬에 내리자마자 로봇들이 눈에 띄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섬 가장자리에 밀집한 수많은 군함이 눈에 띄었고, 그것들은 대부분 외국 민간 무장 단체와 용병들이 사용하는 군함 같았다. ‘대규모 인원이 섬에 상륙한 모양인데...’ ‘대체 무슨 일이지?’ ‘스승님은 괜찮으신 걸까?’ 루이스가 지아를 인체 개조 대상으로 삼으려 했음에도 지아는 루이스가 살아남길 바랐는데, 루이스처럼 뛰어난 과학자가 유명을 달리한다면 큰 손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자기야, 진정해. 이 섬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윤은 지아를 재빨리 진정시켰다. 이렇게 많은 군함이라면 분명 강력한 무기를 많이 실었을 테지만, 섬의 꽃과 나무, 건물들은 여전히 온전했다. “아니야, 이 섬에는 원래 사람이 많지 않았어. 대부분 로봇이었단 말이야! 그나저나 우리 오빠는 어디 있는 거지?” 지아는 며칠 전 시후가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여기에 왔던 것을 떠올린 후,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섬 안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잠시 후, 지아는 겨우 작동하고 있는 한 로봇을 마주했는데, 로봇에서는 전기 스파크가 튀고 있었고, 몸체에서는 쇠약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루이스 스승님은 어디 있어?” 지아가 다급히 물었지만, 이미 언어 기능을 상실한 로봇은 전자 화면에 두 글자를 표시할 뿐이었다. [뒷산.]‘뒷산이라니!’뒷산은 루이스가 지아에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유일한 장소였다. ‘거기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야!’ 지아는 미친 듯이 뒷산으로 달려갔다.그곳에는 수많은 로봇과 인간들이 쓰러져 있었고, 원래 뒷산 입구를 막고 있던 기계 문도 강제로 파괴된 상태였다.‘큰일이네. 루이스 스승님은 괜찮으신 걸까?’ 루이스의 로봇도 많은 수를 자랑했는데, 상대는 그보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0화

    그날, 부남진과 소임호는 단둘이 오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물론 소씨 가문 사람들은 그것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단지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다. 하지만 민연주는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이렇게 많은 자손이 생기다니, 만약 저 사람들이 모두 부씨 가문 사람이 된다면, 내 아들과 딸에게 돌아갈 재산이 줄어들진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법이다. 정말 이런 상황에 닥친다면, 그 누가 자기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소임호와 부남진이 이야기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것은 바로... 소씨 가문 사람들이 소임호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임호는 부씨 성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즉, 소임호의 어머니가 소영수와 결혼한 이상, 소임호를 비롯한 그 자손의 생에는 소씨 가문 사람들에 속했기에, 부씨 가문과는 친척 관계로 왕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부남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소영수가 자기 자손들을 잘 대해준 것을 생각하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소임호의 자손들에게 잠시 부씨 가문에 머무르며 상처를 치료해달라고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지아는 돌아온 이튿날 아이들을 데리고 묘지로 갔는데, 도윤과 함께 환희와 소계훈을 찾아뵙기 위해서였다. 묘지는 산속에 있었고, 산에는 복숭아나무와 배나무가 활짝 꽃을 피워 푸른 신록이 빛나고 있었다. 소계훈의 묘 앞에는 이끼가 조금 늘어나 있었는데, 지아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은 채 오랫동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아빠, 드디어 제 가족을 찾았고, 배후의 손도 밝혀냈어요.” “유일하게 아쉬운 건... 그 여자를 데리고 와 아빠의 묘비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도록 하지 못한 거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저는 이제 성장했고, 다른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도윤은 지아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소계훈의 묘비 앞에 담배 한 개비를 놓았다. “기대를 저버려서 정말 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9화

    지아 일행은 다시 소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시후가 관리 중인 소씨 가문은 이미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시하의 다리도 많이 회복되어 이제는 더 시아 장애를 가장할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시언의 건강은 단기간에 완전히 회복될 수는 없었지만 눈에 띄게 좋아졌고, 소임호 역시 지아가 떠나기 전보단 훨씬 건강해 보였다. 소시월이라는 사람 때문에 소씨 가문은 거의 전멸할 뻔했지만, 지금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지아가 돌아오자 소임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지아야, 시후한테 네 몸에 독벌레가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젠 다 나았으니까요. 그런데... 소시월은 아마 바닷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아요.” 소임호가 지아를 단단히 껴안으며 말했다.“괜찮다, 괜찮아. 난 그저 너희들만 무사하면 그만이야.” 짧디짧은 시간에도 몇 살은 더 늙어버린 듯한 소임호의 모습을 보며 지아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엄마 쪽 소식은 없는 거예요?”“시후가 몇 가지 단서를 찾아냈는데, 아직 추적 중이란다. 참, 부씨 가문에서 우리가 한 번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구나.” 최근 부남진은 신분상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소씨 가문 사람들이 본국으로 가야만 했다. 마침 지아도 다른 아이들이 그립던 터였다.“좋아요. 아이들이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분명히 기뻐할 거예요.” 그렇게 가족들은 전용기를 타고 본국으로 향했다. 본국은 이미 초봄의 시기로 접어들어, 추운 겨울을 지난 후 생기가 넘치는 대지를 뽐내고 있었다. 나뭇가지엔 새싹이 돋았고, 벚꽃이 활짝 피는 계절이었으니 말이다. 지아는 가벼운 봄옷으로 갈아입었고, 무무는 연한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지아의 곁을 따랐다. 도윤도 모처럼 정장을 입지 않고 모녀와 함께 커플룩을 맞춘 듯한 연한 초록색 줄무늬 셔츠와 흰 바지를 입고 있었다. 도윤은 차 문을 열고 무무를 안아 내렸다. 세 사람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눈길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8화

    배신혁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심규철은 말 그대로 충격에 휩싸였고, 머릿속엔 온통 한대경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에 대한 상상이 가득했다. ‘낡은 민간 보호시설에서 삼류, 사류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란 걸로도 모자라, 그 무엇도 가져본 적이 없으니 잃는 것도 두렵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이영화가 세상을 떠난 이후, 심규철은 심장후에 대해 그다지 마음을 쏟지 않았지만 물질적인 부분만큼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친아들을 찾은 지금, 심규철은 가슴 한편이 아려져 왔다. ‘그 결혼이 아들의 유일한 소망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주고 싶어.’ 한편, 지아는 바닷가에 서서 멀리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시월은 이미 바다 밑에 잠겼을 테지만, 지아의 마음은 조금도 평온하지 않았다. ‘죄의 근원이 사라지면 무슨 소용이야? 우리 소씨 가문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고, 엄마는 아직 행방불명 상태인데.’ 지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아직 젊은데,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한대경이 물었다. 지아의 옆에 털썩 앉은 한대경은 바닥의 모래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한대경은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앉아봐. 별건 아니고, 그냥 얘기나 좀 하자고.” 지아는 한대경을 한 번 흘긋 보고,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난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아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거야, 뭐야?”한대경은 지아가 자신을 뱀 보듯 피하는 모습이 못마땅한 듯 말했지만,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한대경, 우리가 친구로 지낼 순 있어도 그 이상은 불가능해.” 그 순간, 갑자기 다가온 한대경이 짙은 남성미로 지아를 압도했다. “소지아, 진짜 날 피하고 싶었다면, 애초에 나한테 희망을 주지도 말았어야지!” “정말 미안해, 한대경.” 지아는 그 임무에 한대경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터였다. “시도도 해볼 수 없다는 거야? 단 한 번이라도?”한대경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7화

    심규철은 약간 지친 듯했다.‘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된 거지?’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를 찾은 것 같군.’ ‘이 세상에 30년 동안 얼굴도 못 본 아들이 만나자마자 가족 걱정은커녕 결혼하겠다고 소리치는 경우가 또 있을까?’ ‘그리고 평범한 여자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상대는 이미 이혼한 데다 아이를 넷이나 데리고 있는 여자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가장 골치 아픈 건, 소지아의 전남편이 내 여동생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이야. 게다가 두 사람의 관계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잖아?’ ‘손바닥도 손등도 모두 살인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심규철은 매우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한대경은 심규철의 곤란한 표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나는 끊었단다.”심규철이 손을 저으며 말하자, 한대경은 혼자 담배를 피우며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 모습은 공사장의 현장 소장과 같았는데, 도무지 한 나라의 군주다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심규철은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대체 그동안 어떻게 자란 거지?’ “되는지 안 되는지 확답이나 주시죠.”한대경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하자, 심규철은 아들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쉽지 않을 거라면 어쩔 셈이지? 그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야. 물론 두 집안의 사정을 따지는 건 아니란다.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면, 거지가 상대라 해도 바로 혼약을 허락해 줬을 거야. 하지만 상대는 소씨 가문 사람이라고.” “넌 모를 수도 있겠지만, 요즘 소씨 가문에 문제가 좀 생겼어. 그 집안은 이미 진정한 소씨 가문과 관계가 끊긴 상태인 데다,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단 말이지... 이 결혼은 정말 쉽지 않을 거야.”한대경이 담배꽁초를 던지며 말했다.“그럼 안된다는 겁니까? 아버지라는 호칭을 쓴 게 아까울 지경이군요.” 한대경은 기분이 상한 듯 몸을 돌려 떠났고, 심규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뭐야, 왜 저렇게 쉽게 포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6화

    시름시름 앓던 심규철은 지금까지 자신이 낳은 친아들이 오랜 세월 동안 외지에 버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 아들이 수많은 겪었음에도 거대한 나무처럼 성장했다는 사실에 아주 놀랐는데, 거대한 나무는 맞지만, 어쩐지 그 나무는 조금 삐딱하게 자란 것 같았다. 부자지간임에도 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은 것 같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진실이 드러났다면,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동적이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한대경은 아버지를 만난 기쁨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심씨 가문의 큰아들이라는 신분과 소씨 가문의 여섯째와의 혼약에 훨씬 더 관심을 보이는 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복잡하니, 천천히 논의해 보자꾸나...”“제가 친아들이라면서요?”한대경은 성격이 급하고 불같았으며, 그의 어머니와 똑같이 누군가의 설득 따윈 듣지 않았다. 한대경은 이미 심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관계를 철저히 파악했기에, 혼약의 존재를 알아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마터면 혼약이라는 걸 전혀 몰랐을 뻔했잖아?’“그럼, 당연하지. 이미 친자 확인 결과도 나왔으니 말이야... 하지만 지금 소씨 가문 상황이 조금 복잡해서 지금은...”“어쨌든 저랑 결혼할 사람은 소씨 가문의 여섯째인 거죠?” “그래.”“그 혼약은 심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어른들이 정한 거고요?” “그래.”“그럼 됐으니, 어서 결혼부터 준비해 주세요. 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심규철은 아들이 아주 성급하다는 것을 느꼈다.‘기다리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잖아? 만약 이 상황이 올림픽이었다면 쟤는 분명히 부정 출발로 탈락했을 정도야.’ “결혼 같은 중대한 일보다는 네 아비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하지 않니? 그토록 오래 떨어져 지냈는데, 네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알고 싶지 않냐는 말이야.” 한대경은 냉담하게 말했다.“전혀요, 아버지는 이미 반쯤 땅에 묻혀가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에 대해 제가 뭘 궁금해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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