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란의 위협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전향자는 철저히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고, 금세 당시의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하늘과 땅에 대고 맹세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 우유에 독이 든 줄 몰랐어요. 그 우유를 제가 마셨다가 병원에 실려 가고 난 뒤에야 뭔가 잘못된 걸 알게 됐죠. 그래서 명란이를 찾아가 따졌더니 그제야 딸이 계획을 털어놓았어요. 이후로는 절대로 아이에게 독을 먹이지 않았어요.”전향자는 이명란을 비난하며 말했다. “그때 저도 명란이에게 속은 것뿐이에요. 당신들이 찾는 사람은 바로 명란이에요. 제가 아이에게 독 먹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할 거예요.”지아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그렇다고 깨끗한 척은 하지 마세요. 독을 먹이지 않은 건, 할머니도 결국 책임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더 잔인한 방법을 선택했잖아요. 아이를 속여서 집에 보낸 뒤, 결국 홍수에 휩쓸리게 만든 거잖아요.”이명란과 그녀의 가족은 모두 악마였지만, 화연은 이런 악몽 같은 상황에서도 결국 살아남았다.“선생님, 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어요. 제 남편들은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났고, 저 혼자 시골에서 먹고 살길도 없는데, 제가 어린아이를 어떻게 키우겠어요? 아이가 7살이 되어서 학교에 보내려고 했는데, 딸년이 양심도 없어서 저한테 돈 한 푼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이가 저 같은 가난한 늙은이와 함께하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죠.”전향자가 어떤 의도였든, 결국 화연에게 독이 든 우유를 먹이지 않은 덕분에 화연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할머니, 저희가 할머니를 모신 이유는 지금 이 사건의 증인으로 나서서 경찰에 협조해 그때 있었던 일을 낱낱이 밝히길 원하기 때문이에요.”이명란은 눈을 감고,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발 미셸만은 살려주세요. 미셸은 어쨌든 사모님께서 정성으로 키운 아이입니다. 사모님의 친딸이나 다름없습니다. 미셸이
미셸은 자기 생모의 피가 묻은 과도를 쥔 채 민연주를 향해 걸어갔다. 이 광경은 어처구니없고,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하용은 미셸이 화연을 해칠까 봐 화연의 앞을 가로막았고, 부장경은 놀라서 새하얘진 얼굴로 민연주 앞을 지켰다.“세상에! 살인이다!”전향자는 비명을 지르며 피가 튈까 봐 멀리 도망갔다.지아는 이 광경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이 가족은 정말 정상적이 아니네. 어머니는 자식을 인정하지 않고, 자식은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어.’‘이명란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자기 친딸도 엄마에게 조금의 연민조차 없었어. 이명란은 그런 대가를 치러 마땅하지.’민연주는 서둘러 미셸을 막아섰다. “이쪽으로 오지 마.”“엄마, 어떻게 나를 버릴 수 있어요? 나는 설이에요. 내가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엄마가 나를 어떻게 부인할 수 있어요.”부장경은 칼을 든 미셸을 간단하게 제압했다. 미셸은 사실 다른 사람들을 해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오빠, 오빠는 나를 제일 아꼈잖아.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미셸의 눈물에 부장경이 느끼는 감정은 오직 단 한 가지였다. ‘악어의 눈물...'오늘 이명란의 세 모녀가 보여준 행동들은 부장경에게 크디큰 충격을 주었다. 잔혹함도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지아는 이명란의 상처를 살펴보고 응급 처치를 했다. 집에는 더 이상의 의료 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지아는 경호원들에게 이명란을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이명란이 저지른 일들은 분명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부씨 가문의 저택에서 죽는다면 부씨 가문에게는 큰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미셸은 다시 방으로 끌려가 감시를 받으며 지내게 되었다. 민연주는 사람들을 불러서 혈흔이 있는 카펫을 교체하게 했고, 하용은 화연을 조심스럽게 달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화연은 이미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이었다. 화연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지만
화연은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눈을 감기만 하면 이명란을 찌른 칼에서 떨어지던 그 선명한 피의 붉은색이 떠올랐다. 지아는 예정된 시간에 와서 화연에게 침을 놓으며 말했다.“고모님이 잠들지 않고 계시는 거 알아요.”화연은 눈을 뜨고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네.” 지아는 은침을 내리며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고모님의 잘못은 너무 착하고, 지나치게 마음이 여리다는 거예요.”“지아야...”지아는 마치 아이같이 순수하고 맑은 화연의 눈동자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 제가 고모님을 구해드린 이유도 바로 고모님의 이 눈동자 때문이었어요. 고모님은 정말 예전의 저와 많이 닮았거든요. 저도 한때는 사람들과 잘 지내면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죠. 하지만, 고모님,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오히려 고모님이 남을 너무 많이 생각할수록, 그 사람들은 그것을 더 당연하게 여길 거예요.”“사실, 고모님의 연약함은 고모님 자신에게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만들 수 있어요.”그 순간 지아는 과거에 강미연이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그때 죽지 않았다면 미연이는 지금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겠지... 하지만 이제는 모든 걸 잃고 땅속에 묻히고 말았어...’“지아야,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남을 구하려는 집착은 이제 내려놓으셔야 해요. 그 사람들에게 자기 운명은 자기 스스로 감당하게 두세요. 불필요한 동정은 하지도 말고, 이제 고모님 자신만 생각하세요. 그리고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라진 고모님의 아이를 기억하세요. 조금 더 단호해지셔야 고모님도, 가족도 지킬 수 있어요. 제 말, 이해하셨죠?”지아는 화연이 자신이 했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랐다. 지나친 선량함은 결국 남의 손에 내가 쥐여주는 칼이 될 뿐이니까.화연은 평평한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소지아는 백채원이 저지른 일들을 절대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도윤의 일은 차치하고라도, 백채원 때문에 자신의 부모님, 특히 아버지 소계훈이 죽은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지아가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 소계훈을 구해냈지만, 그는 결국 백채원 때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도대체 왜 악한 자들이 이 세상에서 버젓이 살아가는 것일까?’...“엄마.”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지아는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소녀는 바로 백채원과 꼭 닮은 모습이었지만, 키는 지아의 아들 지윤보다 훨씬 작았다. ‘이 아이... 바로 이채나군...’이채나, 전림과 백채원 사이의 유일한 혈육. 지금 채나가 아마 학교에서 돌아온 듯, 아직 교복 차림이었다.채나의 얼굴을 보자, 지아는 그동안 이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채원은 딸을 보자 눈이 반짝였다. “우리 딸, 어서 엄마한테 와서 얼굴 좀 보여줘.”채나의 눈은 전효와 많이 닮아 있었다. 지아는 채나를 통해 채원과 전림, 두 사람을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이 아이랑 우리 지윤이의 생일도 얼마 안 남았네. 올해 두 아이 다 만으로 아홉 살이 되는구나...’전효 때문일까, 지아는 이상하게도 채나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이 들지 않았다.“이분은 누구세요?” 채나의 시선이 지아에게로 향했다.채원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딸, 이분은 명의 바네사 선생님이야. 엄마 아픈 다리를 많이 회복시켜 주셨어. 이분 덕분에 수술만 하면 엄마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야.”채나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도 나중에 의사선생님 되고 싶어요. 나중에 선생님께 질문해도 돼요?”지아는 어린 시절 채나와 지윤이 함께 자랐던 것이 기억났다. 지윤은 독립적이었고, 채나보다 훨씬 발육이 좋았다. 지윤이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 채나는 겨우 소파를 붙잡고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어쩌면 모녀 간의 혈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채나는
지아는 이들의 복잡한 관계를 잘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딸이 도윤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자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 이것 역시 지아가 도윤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너무 많은 ‘가시’가 있었고, 그 가시들을 다 뽑아낸다고 해도 남은 상처는 여전히 지아에게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끊임없이 상기시킬 것이다. 도윤과 지아 사이에는 백채원과 이채나뿐만 아니라, 도윤의 여동생 이예린도 존재했다. 최근 며칠 동안 도윤과 지아는 가까워졌지만, 채나가 도윤을‘아빠’라고 부른 한마디는 마치 차가운 물이라도 끼얹은 듯 지아의 마음속 도윤에 대한 열기를 식혀버렸다.[음, 오늘은 조금 어려울 것 같아.]도윤은 천천히 말했다. [아빠 일이 좀 많아서. 나중에 시간 나면 꼭 데리러 갈게. 함께 가고 싶은 식당도 예약해 둘게.]도윤은 채원과 얽히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만약 식사한다면, 그것은 오직 채나와 단둘이서 할 생각이었다.채나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묻어났다. 아이도 진정으로 도윤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채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내일 엄마한테 수술해 주신대요. 아빠, 오늘 밤에 우리 다 같이 모여서 식사하면 안 돼요?”잠시 후, 도윤은 마침내 승낙했다. [그래, 아빠 퇴근하고 나서 갈게.]지아는 도윤이 왜 승낙했는지 알고 있었다. 며칠 전, 도윤은 밤에 담을 넘으려다 실패한 적이 있었다. 어젯밤에는 부남진이 직접 부하들을 데리고 와 도윤을 붙잡았고, 도윤은 외벽을 넘으려다 결국 궁지에 몰렸다. 미리 도윤에게 신호를 보내주던 사람도 다른 곳으로 전출되어, 도윤은 어쩔 수 없이 붙잡히고 말았다.부남진은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도윤을 바라보았다. “이 늦은 밤에 자네는 이걸 운동 삼아 하는 거라고 생각해야 하나?”도윤조차도 얼굴이 붉어졌다. 이 일이 알려지면 도윤의 입장에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었다. 부남진에게 몇 마디 훈계를 들은 후, 도윤은 경비병의 호위를 받아
지아는 두 손가락으로 백지수표를 집어 들며 차가운 시선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백호는 담담하게 답했다. “사적인 이유입니다. 선생님이 협조해 주길 바랍니다.”“하지만 제가 이미 동생분에게 내일 수술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씀드렸습니다.”백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수술이란 시험과 같은 것이죠. 가끔 실수하는 것도 괜찮지 않습니까?”“그럼 백호 씨의 뜻대로 하죠.” 지아는 펜을 들어 수표에 ‘200억’이라는 금액을 적었다. “백호 씨, 이 정도면 괜찮으신가요?” 지아는 일부러 큰 금액을 불렀다.백호는 수표를 한 번 쓱 보고 말했다. “문제없어요. 좋을 대로 하세요.”지아는 수표를 챙기며 말했다. “그럼, 좋은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백호는 ‘바네사’의 명성을 들어왔었다. ‘바네사’는 어느 병원에도 속해 있지 않고, 사람을 살리거나 치료하는 것도 그녀의 마음에 달려 있었다. 백호는 ‘바네사’가 이 거래를 받아들일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바네사’가 동의해주었다.백채원은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도윤이 도착한 것은 꽤 늦은 시간이었고, 지아는 차실에서 백중권을 모시고 차를 마시며 도윤이 오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고 있었다. 도윤의 손에는 투명한 작은 선물상자가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흰색과 빨간색 에콰도르 장미로 만든 작은 눈사람이 들어 있었다. 그 눈사람은 옆으로 빼뚜름하게 산타모자를 걸치고 있었고, 매우 귀여워 보였다.이제야 도윤이 늦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선물을 사러 갔던 것이다.채나는 멀리서 도윤을 보자마자 달려갔다. 도윤은 눈사람을 채나에게 건네주었고, 아이는 무척 기뻐하며 도윤의 팔을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우리 채나도 많이 컸구나!”도윤은 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채원은 오랜 시간 화장을 하고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객관적으로 보면, 채원의 외모는 미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식사 자리에서 백중권은 진지한 표정으로 도윤의 손을 잡고 말했다.“내게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다, 도윤아. 원래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손녀사위감은 자네였는데, 자네와 채원이는 인연이 없었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더는 많은 걸 바라지 않겠네. 다만 우리 두 집안의 오랜 인연을 생각해서 앞으로 우리 집안에 해를 끼치지 말고, 많이 도와주게나.”백중권이 이 말을 할 때 백호는 잔을 꽉 쥐고 있었지만, 백중권의 시선을 의식하자 백호는 다시 가식적인 상냥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이전에 백호가 하용과 만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백호가 분명 하씨 가문과 한 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백중권의 말에 백호가 불만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백호야, 너도 도윤이에게 많이 배워야 한다.”백호는 잔을 들며 도윤에게 겸손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도윤은 백호의 시선을 스치며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을 보였다. “그래요.”채원도 잔을 들어 올리며 도윤에게 말했다. “도윤 씨, 나 내일 수술 받는데... 와줄 수 있겠어요?”채원은 도윤에게 수없이 거절당했기에, 이번에도 도윤이 어떻게 대답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와 행동에는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었다.“그래.”이 수술은 지아가 집도하는 것이었고, 도윤은 지아와 더 가까이 있고 싶었다. 특히 그는 이제 부씨 가문의 저택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결국 채원의 제안을 승낙했다.채원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도윤 씨가 있으면 난 정말로 안심이 될 거예요.”백호는 채원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속에서 질투가 일어나 마치 수천 마리의 벌레가 그의 심장을 갉아먹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 질투 때문에 백호의 표정은 완전히 일그러졌다.지아는 아무렇지 않게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았다. ‘백호는 진심으로 백채원을 사랑했지. 정말 뼛속까지 깊이 사랑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채원의 눈과 마음속에는 오직
지아는 목소리를 낮추며 도윤을 밀었다. “장난치지 마.”하지만 차가운 눈 속에서 도윤은 술기운에 살짝 취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야, 난 네가 그리웠어. 이제는 저 ‘늙은이’가 담 넘는 것도 막아.”그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서글픔이 묻어 있었고, 지아는 비록 현장을 보지 못했지만 그 장면을 상상하니 꽤 흥미진진했다. ‘언제나 단단하고 고고했던 이도윤이 그런 대우를 받은 적이 있었을까?’지아는 발끝을 살짝 들어 도윤의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알았어, 그만해. 밤에 보상해줄게.”두 사람은 자신들 가까이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채나였다. 채나는 엄마가 또 그 ‘나쁜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밖으로 나왔지만, 자신이 본 화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채나는 의식이 생긴 후로 줄곧 아버지 이도윤을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특히 어머니 백채원에게는 더욱 냉담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아빠가 엄마에게 미소 지은 적이 없었어. 아빠는 늘 엄마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지.’ ‘난 그게 아빠의 원래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아빠가 의사 선생님에게 따뜻한 미소를 짓고, 마치 연인처럼 다정하게 안아주다니!’ ‘나에게조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그 미소를...’ ‘왜일까? 아빠는 엄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다른 여자에게는 저렇게 따뜻하게 웃어주는 걸까.’채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토록 이상적이라 생각했던 아빠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채나는 언젠가 아빠가 다시 엄마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장면을 본 이상, 그 희망은 이제 사라지고 말았다.지아는 도윤의 품에서 벗어나 두 사람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는데, 다이닝 룸으로 돌아오니 채나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이때 백중권이 말했다. “채나가 엄마를 찾으러 갔는데, 너희는 못 봤니?”지아는 눈빛이 흔들렸고,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