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준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박민정이 가로막았다."그냥 바꾸라고 해요. 확실히 새해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는 것도 좋으니까요. 이 집사님, 어머님께 고맙다고 전해주세요.”말을 듣던 이 집사의 주름진 얼굴이 찡그려졌다."네."박윤우는 묵묵히 떡국을 먹고 있었지만 눈에는 한기가 가득했다.그의 외할머니가 막 감옥에 들어갔더니, 이제는 할머니가 또 와서 엄마를 괴롭히고 있다.안돼, 이번엔 엄마가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생각을 정리한 후, 박윤우가 젓가락을 놓았다. "엄마, 나 다 먹었어.”"나 산책 좀 해도 돼?”박민정이 동의했다. "그래, 엄마도 같이 가자.”"엄마, 설날 음식도 준비해야 한다며? 혼자 다녀올게, 금방 올게, 괜찮아."박윤우은 누가 봐도 꾀를 부리는 얼굴이었다."그럼 민기 삼촌이랑 같이 있을래?”박민정은 박윤우가 몰래 혼자 유씨네 저택으로 달려간 사건 이후 그를 혼자 두지 못했다.박윤우가 말했다. "엄마, 설인데 민기 삼촌한테 하루 좀 쉬라고 해.”박민정은 원래 정민기에게 집에 가서 쉬라고 제안했지만, 정민기는 그의 가족은 모두 죽었으니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내가 같이 있어줄게."그때,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박윤우가 거절하려 했지만 유남준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아니. 아니, 그게 아니...”박민정은 두 사람이 함께 나가는 것을 보았다.밖으로 나온 박윤우가 유남준을 향해 말했다."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거에요? 놔줘요, 난 할 일이 있다고요.”유남준이 손바닥으로 그의 엉덩이를 치자 박윤우가 순간 태도를 바꿨다."흑흑, 아저씨 지금 나 때렸어요? 역시 새아버지가 생기니까 이런 대접을 받는 거겠지? 내 친아빠는... 흑흑...”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입을 막았다.“시끄러워.”이 자식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너무 짜증났을 것이다.박윤우는 그에게 입이 막힌 채 그의 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소리 없이
일단 박윤우를 돌려보내고 유남준은 고영란에게 전화해서 더 이상 참견하지 말라고 했다.아들의 쓴 소리를 거의 들을 일이 없었던 고영란은 화가 나서 박민정과 유남우의 일을 다시 꺼냈다."남준아, 너 비록 눈이 보이지 않고 기억을 잃었지만, 그래도 유씨 가문의 장손인데, 여자가 부족하겠어? 박민정처럼 도련님이나 탐내는 여자는 우리 유씨 집안에 들어올 자격이 없어.”"만약 두...”‘아이만 아니었다면...’고영란은 ‘아이’라는 두 글자를 말하지 않았다.아직 확실하게 조사하지 못해서 유남준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누가 뭐라고 했어요?"유남준이 눈을 가늘게 뜨자 고영란이 움찔하며 약간 어설프게 말했다.“내가 박민정과 남우 두 사람이 붙어있는 걸 직접 봤어.”때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속여야 한다.휴대전화를 꽉 움켜쥔 유남우의 손가락뼈가 약간 하얗게 질렸다."앞으로 그 얘기는 하지 마세요.”말이 끝나자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영란은 끊어진 전화를 보고는 미간을 부자연스럽게 찌푸렸다.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유남준은 여전히 그 여자를 믿고 있었다. 교통사고 후에 귀신에 홀린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안타깝게도 의사는 기억은 당장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만약 유남준이 기억을 회복했다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고영란은 믿었다.......전화를 끊고 별장으로 돌아가려는 유남준에게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오빠."그는 걸음을 멈추었다.김인우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유남우에 의해 구출된 이지원이 다시 유남준 앞에 나타났다.그녀는 옅은 색의 모직 외투를 입고,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리고, 얼굴빛이 창백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수척해 보였다."오빠...”이지원은 유남준이 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그를 향해 걸어가 그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건드리자마자 유남준에 의해 뿌리쳐졌다.“꺼져.”이지원의 손이 허공에 굳어 있었다.유남준은 이 여자를 상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박민정의 신
"그래요,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줄게요."유남우가 말하자 이지원이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둘째 도련님, 제가 이 일을 성공시키면 다시 연예계에 복귀할 수 있게 도와주시기로 약속한거 잊지 않으셨죠.”"물론이죠."이지원은 그제서야 자신의 계획을 유남우에게 몰래 알렸다.비록 계획의 내용은 악랄했지만, 이것으로 확실히 박민정을 단념시킬 수 있었기에 유남우는 동의했다.......유남준은 돌아와서 사람을 시켜 별장 밖의 감시카메라를 돌려보게 했는데, 역시 유남우가 차에 타 있었고 이지원과 접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유남준은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가능한 한 빨리 이 동생을 해외로 쫓아내야 할 것 같았다.안타깝게도 그는 지금 눈이 보이지 않아 일하는 데 많은 불편함이 있었다.방 안.박민정은 섣달 그믐날의 음식을 모두 준비했다.저녁에는 살짝만 덥히기만 하면 된다.그녀는 박윤우가 혼자 돌아오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너랑 남준 아저씨 같이 산책하러 나가지 않았어?”박윤우가 하품했다. "생각해보니까 그냥 쉬고 싶어요.”"그래, 윤우야. 가서 쉬어.”박민정은 박윤우가 또 몸이 안 좋은 줄 알고 대뜸 말했다.박윤우는 위층으로 갔고, 박민정은 유남준이 아직 돌아오지 않자 밖으로 나갔다.밖으로 나온 뒤, 그녀는 마침 그 낯익은 뒷모습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갑자기 차가워졌다.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이지원을 똑똑히 기억한다.박민정은 손을 꼭 쥐고 그 자리에 섰다.유남준은 부하들의 전화를 끊고 나서야 박민정이 왔다는 걸 알아차리고 돌아섰다.“유남준 씨.”여자가 그의 이름 석자를 불렀다.유남준이 그 자리에 굳었다."민정아?”"밖이 추운데 왜 나왔어?"그는 소리를 따라 박민정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유남준이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을 보고는 예전처럼 모든 것을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고 바로 털어놨다."이지원이 여긴 뭐하러 왔죠? 당신 아직도 그녀를 기억해요?”"무슨 일로 날 찾아왔는지 나도 몰라."유남준이 말했다.
박민정은 어리둥절해하며 그를 올려다보고는 말했다."모르겠어요, 지금 당장은 그냥 두 아이를 잘 돌보고 싶어요.”그리고 박씨 집안의 물건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뱃속에 있는 두 아이가 태어나면 박윤우에게 수술을 시켜야 했다.유남준의 마음이 가라앉았다."당신이 안 괜찮다면, 우리 그냥..." 박민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말을 끊었다.“괜찮아.”괜찮냐고?어떻게 괜찮을 수 있을까.하지만 괜찮지 않다고 하면 그녀는 또 떠날 것이다.유남준은 이제껏 지금과 같은 약자의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뜨거운 호흡이 박민정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밖이 추우니 내가 방까지 안아줄게."그의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했다.박민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혼자 갈 수 있어요.”그의 품에서 벗어나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다.그리고 유남준이 느릿느릿 그녀의 뒤를 따랐다.분명히 눈이 내리고 있는데도 박민정은 전혀 춥지 않았다. 오늘 유남준은 줄곧 그녀의 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그가 지금 사용하는 모든 도구는 시각장애인 전용이었다.박민정이 책을 들고 소파에 앉아서 보고 있으면,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다가왔다.분명히 큰 소파인데 그가 억지로 자기 옆으로 붙어 앉아 있으니 공간이 매우 비좁은 것 같기도 했다."저 좀 밖에 나갔다 올게요.”박민정이 일어나자 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같이 가.”“일 안 해요?”"설이라 일 안 해도 돼.”"그래요."옷을 갈아입으러 갔다가 내려온 박민정은, 유남준이 저번에 자기가 사준 밝은 색의 패딩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옷을 입으니 사람도 부드러워 보였다.그녀는 한동안 멍해 있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골라준 옷이 어떤 모습인지 볼 수 없었다."어때?”"좋아요."그녀가 사실대로 말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박윤우에게 두 시간 후에 돌아올 것이라는 쪽지를 남겼다.박윤우는 보통 낮잠에 들면 세 시간 정도 잔다.정민기도 요즘 일이 없어서 차로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갔다."민기
그 두 여학생은 보기에 열여덟 살 정도였는데 작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박민정은 그 모습이 조금 의외였다. 지금 유남준의 나이는 적어도 그녀들보다 10살은 더 많으니, 그들의 삼촌 뻘 일 텐데.유남준은 눈살을 약간 찌푸리고 얇은 입술을 열었다."꺼져.”그 두 글자에 두 여자의 얼굴이 더욱 붉게 물들었다.전에는 부끄러워서였다면 지금은 화나고 놀라서였다.박민정도 놀랐다. 그는 유남준의 성질이 이렇게 나쁠 줄은 몰랐다.유남준은 기억을 잃은 이후로 큰소리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더욱이 꺼지라는 등의 욕설은 말 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역시 본성은 바꾸기 어려운 걸까. 그는 역시 부드러운 척은 할 수 없는 사람인가보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서서 어색함을 풀었다."다 샀으니 가요.”유남준은 박민정의 목소리를 듣고 싸늘했던 얼굴이 조금 누그러졌다.박민정의 예쁜 얼굴을 본 두 소녀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박민정은 그녀들에게 예의 바르게 웃었다.두 여학생은 더욱 부끄러워하며 서로의 손을 잡아당겼다."가자, 가자, 저렇게 잘생긴 남자는 분명 애인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그 중 한 여학생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두 사람은 속삭이며 재빨리 자리를 떴다.그녀들이 가는 것을 보고 박민정은 손에 든 간식을 유남준에게 건넸다."자, 방금 다 구운건데. 먹을래요?”어릴 적, 박민정은 연지석과 꼬치를 파는 아주머니의 밀차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걸 제일 좋아했다.어떤 때는 아주머니가 다 팔지 못한 꼬치를 공짜로 주기도 했고, 두 사람이 아주머니를 도와서 손수레를 밀기도 했다.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 먹었던 꼬치튀김이 유난히 맛있었던 것 같았다.유남준은 예전에 밖에서 산 이런 길거리 음식을 절대 먹지 않았지만, 박민정이 음식을 앞에 내밀자 거절하기 어려워 느릿느릿 먹기 시작했다."우리 이따가 윤우 먹을 것 좀 사가요.”"그래."유남준은 그녀를 따라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이따금씩 두 사람 쪽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유남준이 장님인
박민정은 아직도 유남준이 얼굴을 굳힌 채 아무도 없는 곳으로 그녀를 끌고 가 호통을 쳤던 걸 기억한다."아직도 덜 창피해?”유남준은 손에 들고 있던 장미꽃을 쓰레기통에 버렸다.“할 일 없으면 가서 일이나 더 해, 이런 쓸데없는 거 하지 말고.”그때, 박민정은 그 자리에서 마음이 반쯤 식었다."다른 남자들은 다 남자가 여자한테 고백하는데, 내가 당신한테 고백하면 당신이 좋아할 줄 알았어요.”어쨌든 두 사람은 이미 결혼했는데, 계속 진전이 없자 그녀는 결국..."앞으로 사랑한다는 말 꺼내지도 마, 유치해."유남준은 한마디를 내던지고는 떠났다.그때부터, 박민정은 사랑을 입에 담지 못했다.그렇게 많은 다정한 연인들이 매일 사랑을 입에 달고 사는 느낌을 그녀는 여태껏 느껴본 적이 없다.펑-!올해는 불꽃놀이를 허가했는데 날이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는데도 벌써 멀리서 불꽃놀이 소리가 나면서 박민정의 정신을 일깨웠다.그녀는 자신을 품에 안은 유남준을 바라보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어떤 트라우마는 한번 생기면 치유하기가 정말 어렵다."유남준 씨, 우리 다 어린애가 아닌데, 유치하게 굴지 마요.”그녀는 그를 떼어 놓았다.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에 뜻밖에도 붉은 반점이 촘촘히 깔려 있는 것을 보았다."당신 알레르기가 있어요...”유남준은 얼굴이 간지럽다고 생각은 했지만 알레르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박민정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가요, 지금 민기 씨에게 전화해서 병원에 데려다 줄게요.”정민기는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겨우 한 시간밖에 안 됐는데 유남준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채 나타났다.두 사람은 유남준을 병원으로 데려와 검사를 받게 했다.박민정은 그가 꽃가루 알레르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꼬치구이를 먹어도 알레르기가 생길 줄은 몰랐다. 체질이 강하지 않은 타입인 것 같다.나중에 알레르기 테스트를 한 후에야 유남준이 꼬치구이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행인과 일부 사람들이 사용하는 특정 향수
유남준은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박민정은 그를 부르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 바로 용건을 말했다.“지석이에게 상처 입혔어요?”유남준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거짓말하지 마요." 박민정이 이어서 말했다.유남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응.”"네? 진짜로 때린 거에요?”박민정은 믿을 수가 없었다.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연지석을 때렸고 심지어 중상을 입혔다고?박민정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유남준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렸다.유남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박민정이 연지석 때문에 자신을 때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비록 아프지는 않지만, 그는 달갑지 않았다.그냥 남자잖아? 때리면 때리는거지. 묻어버리지 않은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유남준은 입으로는 감히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민정아, 남자끼리는 갈등이 있는게 정상이야. 게다가 우리는 연적이라 싸우는 게 이상하지 않아.”"그냥 싸움이라니? 민기 씨 말로는 지석이는 아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어요."박민정은 화가 치밀어 다시 주먹으로 내리쳤다.유남준은 피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박민정이 이렇게 다른 남자를 보호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 연지석 곁으로 날아가서 그를 죽여버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앞으로는 안 할게."하지만 여전히 입은 살아 있었다.박민정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이렇게 근육이 많아서야 그를 때리는 것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연지석이 그에게 맞아 병실에 들어갔다는 생각을 하고는 이대로 그를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손을 들어 그의 팔을 매섭게 꼬집었다.마침내 유남준의 안색이 달라졌다.“민정아, 아파.”그렇게 꼬집는 건 정말 좀 아팠다."그냥 꼬집는 것도 아픈데, 지석이는요?”"걔가 나를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걔가 아니었다면 나는 외국에서 죽었을 텐데, 당신은 그때 뭘 했는데요?”"뭘 했냐고요.”박민정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힘껏
집에 돌아온 박민정은 사 온 음식을 윤우한테 요기하라고 건넸다. 그러고는 유남준한테 눈길도 주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갔다.유남준은 그녀가 일시적으로 삐쳐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저녁 식사를 할 때까지 박민정은 말 한마디 없었다.윤우도 그들 사이의 이상한 기류를 감지하고 신이 나서 어깨춤이 절로 나올 것만 같았다.‘엄마 성질을 건드린 모양인데? 쌤통이다, 쓰레기 아빠한테 이런 날이 다 오다니, 하하하!'밥 먹을 때 윤우는 일부러 박민정한테 반찬을 집어달라, 먹여달라 하며 어리광을 부렸다. 그녀의 관심이 온통 자신에게 쏠려있다는 걸 유남준한테 과시하듯이 말이다.“엄마, 저 닭고기 먹고 싶은데 너무 멀어. 엄마가 먹여주면 안 돼?”“어, 그래.”박민정은 내내 윤우만 챙겼다. 유남준이 손을 뻗어 음식을 집으려 했다.던 젓가락으로이 몇 번을 집어도이 음식이 나집히지 않아못하고 빈 젓가락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그는 불평 없이 묵묵히 밥을 먹었다.식사가 끝나고 온 가족이 TV를 보고 있는데 거실에서는 박민정과 윤우의 말소리만 들렸다.그녀가 화장실을 간 틈을 타 윤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도 이젠 알겠죠? 엄마의 영원한 보배는 저예요. 아저씨는 언제 누구한테 대체될지도 모르는 임시용일 뿐이라고요.”가뜩이나 불안한데 윤우까지 한술 더 뜨니 유남준은 더 심란하여 미간을 좁혔다.“그 입 좀 다물어.”“싫은데요!”윤우는 그를 향해 혀를 내밀며 메롱을 했다. 하지만 또 이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런데 대체 어쩌다가 엄마 성질을 은 어떻게 건드린 거예요?”웬만하면 거의 화를 내지 않는 순한 성격의 박민정이 화를 냈다는 것에 윤우는 호기심이 동했다.유남준은 일일이 설명해 주기가 귀찮아 눈을 흘겼다.“어린놈이 뭘 안다고 캐물어.”“누가 어린놈이에요, 흥!”윤유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엄마가 쓰레기 아빠를 멀리하기만 하면 그 이유가 뭐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자리에 바로 앉아 TV를 시청했지만 프로그램들이 하나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