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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9화

작가: 윤지
번화한 거리에서 걷고 있던 세 식구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 쪽으로 향했다.

“와! 저 아이 너무 귀엽네요. 엄마 아빠도 잘생기고.”

“그렇네요. 저 아이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인터넷 스타 같네요.”

기분이 들떠있던 박윤우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려 하자 재빨리 마스크를 썼다.

“엄마, 빨리 가.”

박민정은 의아했다.

“왜 그래?”

“나중에 말해줄게.”

박윤우가 박민정의 손을 잡아당기며 서둘러 도망가려 하자, 유남준이 박윤우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아이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파묻었다.

“얼굴을 드러내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일렀거늘. 너 때문에 나와 네 엄마도 숨어야 하잖아. 차라리 그냥 너 혼자 숨는 게 낫겠다.”

조금 억울하긴 했지만, 이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 박윤우는 유남준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쓰레기 아빠, 앞으로는 제 도움받을 생각하지 마세요. 흥!”

말은 그렇게 해도 박윤우의 마음속에는 유남준 생각뿐이었다.

불고기 맛집에 도착한 세 사람은 VIP룸에 들어갔다.

그제야 박윤우는 유남준의 가슴에 파묻었던 얼굴을 드러냈다.

“아이고. 하마터면 질식할 뻔했잖아.”

“대체 무슨 일인데?”

박민정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묻자, 박윤우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한 사실을 그녀에게 털어놨다.

“엄마, 내가 라이브 방송해도 괜찮지?”

돈을 주겠으니 라이브 방송을 그만두라고 고영란은 입이 닳도록 박윤우에게 말했었다.

“괜찮고말고. 어린 나이에 라이브 방송까지 했다니. 너무 훌륭한데.”

당근을 주고 나서 박민정은 채찍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직 어리니까 공부에 집중해야 해.”

‘공부’라는 말에 박윤우는 머리가 아팠다.

“알았어요. 엄마.”

불고기가 나오자마자 다들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박민정이 박윤우의 그릇에 불고기를 담아주면 유남준은 박민정에게 집어주었다.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배불리 먹고 나자, 박윤우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엄마, 나 화장실 가고 싶어.”

그 말에 박민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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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0화

    하민재의 말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을 눈치챘지만 박민정은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어렸을 때의 일들을 대부분 기억해요.”“그렇구나.”하민재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보자, 옆에 있던 홍주영은 이 소개팅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연지석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던 하민재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왜 혼자 있어요? 유남준은 같이 안 왔나요? 민정 씨가 무슨 변고라도 생기면 어쩌려고.”박민정은 하민재에게 적대감을 느끼고 한마디 내뱉었다.“화장실 갔으니 곧 올 거예요. 저 그러면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친 박민정이 자리를 뜨려고 돌아서자, 하민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나 보네.”그는 재빨리 뒤쫓아가 박민정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민정 씨, 어디를 그리 급히 가려고요? 저는 지석 형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은데.”하민재가 갑자기 자기 손목을 잡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할 얘기가 더 남았나요?”“지석 형을 받아들였다가 거절한 이유, 그리고 그를 기억에서 지운 이유를 설명하시죠.”하민재는 자신의 롤모델인 연지석이 박민정에게 현혹된 이유를 알고 싶었다.그에게 움켜잡힌 손목 부위가 박민정은 너무나 아팠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오해?”하민재는 쓴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지석 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좋아한 적이 있긴 했었나요?”하민재의 말을 통 알아듣지 못했던 박민정이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하민재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보다 못한 홍주영이 하민재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당장 민정 씨를 놔주세요.”박민정을 어렵게 만났기 때문에 하민재는 그녀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연지석의 억울함을 풀어드려야 해서 더욱 그러했다.바로 그때, 유남준이 박윤우와 함께 화장실 안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이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그는 잡고 있던 박윤우의 손을 놓은 후, 즉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1화

    하민재가 반응하기도 전에 홍주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씨 가문의 장남?”조금 전 하민재와 유남준이 다투고 있을 때 홍주영이 하민재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그는 사실 부잣집 아들이었다.그제야 하민재는 자신이 충동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신분 위장하고 소개팅하러 나온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홍주영은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었다.“하씨 가문의 도련님과 소개팅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네요.”하민재는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어차피 재미도 좀 봤으니, 그녀를 이만 잊는 것도 나쁘지 않아.’홍주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계산을 마친 뒤 자리를 떴다.홍주영이 떠나든 말든 하민재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는 듯하여 숨쉬기가 힘들었다.이때, 할머니의 전화가 걸려 왔다.“민재야, 주영과는 잘 돼가고 있는 거야? 괜찮다면 집에 와서 혼사를 논하자꾸나. 연말에 결혼하는 걸로 하고.”대부분 가문의 풍습은 늘 이런 식이었다.소개팅한 뒤 한두 달 연애하다가 결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민재는 고민하고 있었다.“할머니, 좀 더 얘기해 봐야 하니 조급해하지 마세요.”말을 내뱉자마자 그는 후회했다.‘아참, 그녀와 이제 끝이라고 말해야 했는데.’그의 말에 하민재의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주영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 많이 해. 이 할미가 점을 보니 주영이 너와 아주 잘 맞더라. 게다가 점쟁이 말로는 그녀가 우리 하씨 가문의 명예를 드높인다던데.”“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앞으로는 점 보러 좀 다니지 마세요.”하민재가 다급하게 전화를 끊고 홍주영을 뒤쫓아나갔을 때는 그녀가 사라진 뒤였다.“걸음이 왜 그렇게 빨라?”하민재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모든 것이 내 잘못이구나. 신분을 숨기지 말아야 했는데.”그는 홍주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미안해요. 주영 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2화

    “필요 없으니 이만 끊을게요.”홍주영은 차갑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그녀의 집안 형편이 유씨 가문만큼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것도 아니었다.‘남우 도련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수발을 들었다면 내가 결코 이토록 적극적이지 않았을 텐데. 남우 도련님은 바보도 아니면서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차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보던 홍주영의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이 고였다.유남우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슬픈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기어코 자신에게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그 고집 때문이었다.한편, 휴대폰 너머에 있던 유남우는 편치 않은 마음으로 홍주영이 끊은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홍주영으로부터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한 하민재의 마음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내가 그렇게도 매력이 없단 말인가?’얼마 지나지 않아 하민재는 또 할머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놈아. 왜 주영을 화나게 한 거야? 주영의 말로는 너와 어울리지 않으니 그냥 친구로 남겠다던데.”전달받은 내용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민재의 할머니는 최대한 완곡하게 말했다.하민재는 조금 당황했다.“제가 거절당했다는 말인가요?”“그걸 말이라고 해? 이 개자식아, 대체 왜 주영을 화나게 한 거야? 어서 그녀에게 사죄해! 한심해서 원. 내가 진주까지 가서 혼내야 정신 차릴 테냐? 주영의 할머니가 내 어렸을 적의 절친이니 그녀와 결혼하지 않겠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궁합도 봐야 한다면서요?”“궁합 보니 너와 잘 맞더라.”하민재의 할머니가 허풍을 보탰다.“내가 소개해 준 여러 여자 중에서 주영과의 궁합이 제일 좋아.”“알았으니까 이만 끊어요.”하민재는 짜증 내며 전화를 끊었다.여자를 차버린 적은 있어도 차인 적이 없었던 하민재가 소파에 앉아 홍주영의 마음을 되돌릴 궁리를 하고 있었다.…한편, 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차에 앉아 박씨 가문 옛 저택으로 가고 있었다.가는 도중 박민정은 하민재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3화

    박민정은 어떡해야 할지 몰랐다.‘얘가 TV에서 그런 걸 봤다고?’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유남준은 박민정의 손을 덥석 잡았다.박민정이 손을 빼려 하자, 유남준이 말했다.“민정아, 윤우 말이 맞아. 손잡는 것부터 시작하자.”박윤우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좋다고 생각해요.”박민정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박윤우가 계속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가는 내내 그녀의 손등과 손바닥은 땀으로 가득 찼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손을 빼려 했지만 유남준이 놓아줄 리 없었다.유남준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윤우가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손잡고 있어도 되지?”앞에서 걸어가던 박윤우가 뒤를 돌아보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이들이 거실로 들어오자, 불고기를 먹으려고 모여든 설인하와 다른 사람들이 손깍지를 낀 이 둘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민수아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민정아, 설마 기억을 되찾은 거야?”박민정은 민망한지 즉시 손을 뺐다.“아직이야.”“오.”설인하와 민수아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불고기를 가지고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그러자 거실에는 박민정과 유남준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박민정은 조금 어색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서연이 돌아왔는지 모르겠네. 제가 서연 방에 가볼게요.”말을 마치고 진서연의 방에 가서 문을 두드렸으나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인기척이 없었다.시간을 보니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로 봐서는 뭔가 있는 것이 분명해.’유남준은 그녀와 얘기를 좀 더 할 생각이었다.하지만 박민정은 내일 학부모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근 뒤 씻으러 갔다.다음 날 아침,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려는 박민정을 유치원까지 태워주려고 유남준은 이른 아침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회사 안 가요?”박민정은 원래 택시 타고 가거나 아니면 기사에게 부탁해 유치원까지 갈 생각이었다.“같은 방향이야.”유남준은 거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4화

    “무엇 때문에요?”지원 엄마의 앞에서 걷던 박민정이 물었다.전에 그녀와 교류한 적이 있어서인지 박민정은 크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지원 엄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휴. 제가 한마디만 할 테니 화내지 마세요. 사실 최현아가 도한 엄마를 이용하여 예찬 엄마를 견제하려 했거든요.”박민정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지원 엄마를 바라보았다.“지원 엄마는 멀쩡하네요.”지원 엄마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손가락 세 개를 세우며 맹세했다.“예찬 엄마를 배신한 적이 없다고 저는 맹세할 수 있어요. 비록 지난 1년 동안 아부 떨며 최현아의 비위를 맞춰주긴 했지만 그게 전부에요. 어떻게 감히 최현아의 심기를 건드리겠어요?”예전에 줏대가 없던 지원 엄마는 이제 완전히 박민정의 편에 섰다.지원 엄마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그때 제가 말한 비밀을 잊은 건 아니죠? 비밀까지 말했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예찬 엄마를 배신할 수 있겠어요.”‘비밀?’기억을 잃어버린 탓에 박민정은 많은 일들이 생각나지 않았다.겉으로는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그냥 말해본 거니까 다른 뜻은 없어요.”“네. 어서 회의실로 갑시다.”“그럽시다.”지원 엄마와 함께 박민정은 학부모 회의가 열리는 회의실에 도착했다.최현아를 중심으로 대부분 학부모가 모여 앉아 있었다.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어제 최현아의 사진을 봤었던 박민정은 단번에 그녀를 알아봤다.최현아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웃으며 말했다.“민정이 왔네. 이번이 마지막 학기여서 다시는 학부모 회의에서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박민정도 예의 바르게 웃었다.“작년에는 일이 있어서 못 참석했어요. 이제 돌아왔으니 당연히 참석해야죠.”“잘 왔어. 어서 앉아.”박민정을 바라보며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최현아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민정이 많은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지?’학부모 회의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아이들의 학습 상황과 향후 수업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5화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리 와. 엄마가 안아줄게.”그녀가 쪼그리고 앉아 박예찬을 향해 손을 내밀자, 박예찬은 얼굴이 빨개진 채 쭈뼛거리며 박민정에게 다가갔다.“엄마, 이제 괜찮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아이의 걱정스러운 말에 박민정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아주 좋아졌어.”“그렇다면 나와 동생은 기억난 거야?”박예찬은 약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그의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죄책감이 느껴진 박민정은 아이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응. 조금.”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이어서 덧붙였다.“너와 네 동생은 내 자식인데 내가 어떻게 잊어.”박예찬의 눈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역시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야.”박민정은 마음이 쓰라렸다.기억하지 못해서 애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박예찬은 문득 유지훈이 했던 말이 떠올라 박민정에게 물었다.“엄마, 학부모 회의가 이미 끝나지 않았어? 왜 집에 안 가?”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안 가. 이따가 행사가 있다더라.”박민정이 혹시라도 위험에 처하게 될까 봐 박예찬은 노심초사하였다.“엄마, 그러지 말고 집 가.”“왜?”박민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엄마가 남아 있는 게 싫어?”박예찬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게 아니라… 엄마가 남아 있겠다면 나야 좋지. 하지만… ”박민정이 아이의 말을 끊었다.“걱정하지 마.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너와 많은 시간을 보낼 거야.”박예찬이 김씨 가문에서 지내고 있던 탓에 박민정은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이 너무 적었다.이렇게 된 이상 박민정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박예찬은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행사는 별거 없었다.그저 게임이나 하고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저녁 식사하는 것이 전부였다.야외 활동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느라고 학부모들이 바삐 움직이자, 박민정도 그들을 도와 나섰다.하지만 지원 엄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을 보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6화

    애 엄마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자, 최현아가 물었다.“민정아, 이 뭐 하는 짓이야? 왜 갑자기 테이블 들어 엎은 것도 모자라 사람을 고의로 밀치기까지 해?”“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에요.”박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미안해요.”그녀의 사과에 애 엄마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박민정이 기억을 잃어서 상대하기 쉬워졌다고 최현아는 생각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민정아, 너 일부러 이런 거지? 됐어. 다들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니, 이번만은 그냥 넘어갈게.”말을 마친 후 최현아는 다른 애 엄마들과 함께하던 일을 계속했다.박민정도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옆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지원 엄마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예찬 엄마가 대단하네. 나 같았으면 최현아와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을 텐데. 복도 참 많긴 하지. 호산 그룹과 IM 그룹의 대표인 유남준 같은 남편을 두었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워할까?’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자, 당분간은 박민정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최현아가 애 엄마들에게 지시했다.행사가 시작된 후, 미소를 지으며 박민정에게 다가온 최현아가 케이크를 건네며 말했다.“민정아, 어서 먹어 봐. 이건 애 엄마들이 직접 만든 거야. 아주 맛있어.”박민정이 거절하기도 전에 박예찬이 경계심을 보이며 재빨리 다가왔다.“현아 이모, 엄마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케이크를 못 먹어요. 그냥 마음만 받을게요.”독이 들어 있을까 봐 박예찬은 두려웠다.‘비록 그럴 가능성이 작겠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야.’박민정도 경계하며 말했다.“맞아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요. 의사도 이런 걸 먹지 말라고 해서.”그러자 최현아는 케이크를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알았어.”그녀는 박민정의 옆에서 서성이며 떠날 생각이 없었다.“언제쯤이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나랑 같이 쇼핑도 하고 놀러도 가고 그래야지.”최현아는 마치 친 언니처럼 그녀를 챙겼다.박민정은 조하랑을 통해 최현아가 어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47화

    박민정이 돌아왔을 때는 정민기가 도한 엄마에 대해 조사를 마친 뒤였다.박민정이 실종된 후에 최현아는 다른 애 엄마들과 함께 지원 엄마와 도한 엄마를 고립시켰다.하지만 지원과 도한은 박예찬과 달라서 고립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했다.이 때문에 도한은 병까지 얻게 되었다.다행히 지원 엄마가 세 치 혀를 놀려 최현아의 환심을 산 덕에 지원은 유치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되었다.반면 도한 엄마는 아들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유치원에 보내야 했다.게다가 그곳은 환경도 별로 좋지 않았다.“저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말인가요?”박민정이 물었다.도한 엄마가 예전에 자신을 매우 지지했다는 사실과 자신과 최현아 사이의 불화를 박민정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정민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하지 않았다.“네. 맞아요.”최현아가 박민정에 대한 불만을 도한 엄마에게 돌렸던 것이었다.정민기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약간 죄책감이 들었다.“아무것도 기억 안 나서 그러는데 혹시 그녀의 연락처를 알고 있나요?”“물론이죠.”휴대폰을 꺼낸 정민기가 박민정에게 도한 엄마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다가 뭔가 생각나서 한마디 덧붙였다.“맞다. 민정 씨가 예전에 쓰던 휴대폰에도 애 엄마들 연락처가 있을 거예요.”‘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내가 예전에 쓰던 휴대폰을 남준 씨가 줬잖아.’배터리가 다 떨어진 데다 휴대폰을 볼 시간이 없어서 박민정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네. 한 번 봐야겠네요.”“그러세요.”서둘러 방으로 들어온 박민정은 자신이 원래 쓰던 휴대폰을 꺼내 충전한 후 지문으로 열었다.그러고는 자신의 소셜 계정에 로그인하였다.유남준이 그녀의 휴대폰에 손을 대지 않은 덕분에 예전의 채팅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애 엄마들의 단톡방에는 박민정과 지원 엄마, 도한 엄마, 그리고 손연서라는 사람이 있었다.단톡방에는 작년 이맘때쯤에 보낸 손연서의 메시지가 있었다.[민정 씨, 괜찮나요? 왜 아무 소식도 없어요?]그리고 지원 엄마가 보낸 메시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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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6화

    문밖에 갇힌 채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유남준의 눈에는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이 서렸다.그는 대체 언제쯤 아내와 제대로 함께 지낼 수 있을까?두 사람은 이미 오래된 부부나 다름없건만 정작 함께하는 모습은 연애 초기보다도 못했다.오전 아홉 시가 넘어서야 윤소현은 정수미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곧장 병실로 향했다.그곳에서 정수미가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그녀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엄마, 깨어나셨어요? 왜 비서에게 미리 연락하라고 하지 않으셨어요?”정수미는 차가운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리더니 먼저 의사에게 나가달라고 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비서에게 들었어. 너랑 민정이가 밤새 나를 지켰다고. 괜히 너희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긴장된 마음으로 한 걸음씩 다가서며 윤소현이 말했다.“엄마, 전 엄마 딸이에요. 그런 걸 신경 쓸 필요가 어디 있어요?”이어서 그녀는 걱정스럽게 물었다.“지금 몸은 좀 어떠세요?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많이 나아졌어.”정수미가 잠시 말을 멈춘 뒤 덧붙였다.“의사 말로는 아마도 상한 음식을 먹은 탓일 거라고 하더구나.”“어제 저희가 요리사에게 같은 음식을 다시 만들게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무언가 찾아내셨나요?” 윤소현은 다급히 물었는데 혹여 정수미가 진실을 알게 될까 두려웠다.그러나 정수미는 고개를 저었다.“의사는 음식에서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어. 아마도 고객과 외식하는 자리에서 뭔가 잘못된 걸 먹었을 거라고 하더구나.”그 말을 듣고서야 윤소현은 긴장했던 마음을 살짝 놓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모양이었다.“앞으로는 꼭 조심하셔야 해요.”“그래야겠지.” 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녀가 윤소현을 바라보는 눈빛은 묘하게 의미심장했다.“엄마, 민정이는 어디 갔어요?”주위를 둘러보던 윤소현은 박민정이 보이지 않자 자연스레 물었다.“이제 난 괜찮으니 민정이에게 돌아가 쉬라고 했어.”“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만약 엄마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5화

    박민정도 이번만큼은 그녀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그렇게 정수미는 드디어 박민정의 얼굴을 만져볼 수 있었고 뜨거운 촉감은 그녀가 지금 꿈꾸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해줬다.그리고 어느새 누가가 빨개진 채 계속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민정아, 민정아...”“네, 저 여기 있어요.”“내가 지금 꿈꾸는 게 아니라 진짜 우리 민정이구나. 난 네가 또, 또 사라지는 줄 알았어.”정수미는 아주 기나긴 악몽을 꾸게 되었는데 꿈속에서 누군가가 자기 딸을 데려갔고, 또 나중에 박민정을 만났는데 꿈속의 그녀는 절대 정수미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차갑게 말했다.박민정은 그런 정수미의 모습을 보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유남준이 마침 마실 물을 가져왔고 박민정은 조심스레 그녀에게 먹여줬다.의사도 와서 다시 한번 정밀 검사를 해줬다.모든 검사가 끝난 뒤 의사는 병실 밖에서 그들에게 결과를 말해줬다.길연서도 인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정 대표님께서 혹시 깨어나셨나요?” 그녀가 묻자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방금 깨어나셨어요.”길연서는 빠르게 핸드폰을 꺼냈다.“지금 당장 큰 아가씨한테 알릴게요.”막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의사가 길연서 더러 먼저 병실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전했다.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던 정수미는 그녀를 보자마자 귓가에 무언가 말해줬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길연서는 다시 핸드폰을 끄더니 이후에도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박민정과 유남준은 밖에서 기다리다가 길연서의 부름에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정수미가 한껏 기운 없는 목소리로 박민정을 불렀고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갔다.그러자 정수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민정아, 괜히 나 때문에 온 밤 고생했어. 이제 괜찮으니까 너도 빨리 돌아가서 쉬어.”“네.”박민정은 가볍게 대답만 했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그녀가 깨어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두 사람을 떠나보내자마자 정수미는 갑자기 침대에 털썩하고 쓰러지더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4화

    기다린 지 벌써 세 시간이 넘었으나 정수미는 여전히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길연서는 야식을 배달시켰다. “두 분은 이것 좀 드시고 가서 쉬어요. 여기는 제가 있을게요.”윤소현은 진작에 졸려서 죽을 것 같았는데 그녀의 말에 음식을 힐끗 보더니 손을 저으며 답했다.“저는 안 먹을래요. 시간도 늦었고 지금 먹으면 살도 찌고 건강에도 안 좋아요.”말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지개를 켰다.“그럼 전 이만 쉬러 갈 테니까 제 동생이랑 지키고 있어요. 혼자서 지키면 제가 마음이 안 놓여서요.”사실 윤소현은 다른 계획이 있었다.그러나 박민정은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졸리지도 않았고 이따 유남준이 오기에 그를 기다려야 했다.윤소현이 떠나가자마자 길연서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20년 넘게 키운 수양딸이라고 해도 어떻게 지금껏 헤어져 있었던 친딸보다 더 정이 없는지, 길연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둘째 아가씨, 아니면 저기 간병인 침대에서 잠깐만이라도 눈 좀 붙이세요.”그러나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아직 안 졸려요.”“그럼 뭐라도 좀 드세요.”박민정은 그녀의 말대로 음식을 조금 가져와서 먹은 뒤 계속 앉아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이 찾아왔는데 가녀린 몸으로 정수미 곁을 지키고 있는 박미정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민정아.”박민정은 지금 유남준을 보기만 해도 무섭고 떨렸다.“왔어요?”원래 유남준에게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기어코 아이들을 재우고 이쪽으로 달려왔다.길연서는 정수미의 사위가 온 모습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깍듯이 인사했다.“유 대표님.”“안녕하세요.”“그럼 말씀 나누세요.”굳이 부부 사이에 끼기 싫어 길연서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박민정은 원래 그녀를 불러세우려고 했으나 한발 늦은 것 같았다.그렇게 병실 안에는 유남준과 박민정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이때, 박민정이 어색함을 깨려고 먼저 말을 걸었다.“이만 돌아가서 쉬어요. 시간도 늦었고 내일 출근해야 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3화

    어쨌든 정수미는 박민정의 친엄마다.길연서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나서야 안심되었다.그러나 윤소현은 계획이 틀어지자 박민정에게 한껏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민정아, 설마 엄마 유산을 네가 못 받을까 봐 걱정돼서 여기 남겠다는 건 아니지?”박민정은 원래 그녀와 입씨름하기 싫어 그냥 무시하려고 했는데 자꾸 자극하는 윤소현을 더는 봐주기 힘들어 이참에 깔끔하게 인정하기로 했다.“맞아요. 정 대표님은 제 친엄마인데 당연히 제가 유산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더구나 유언장에도 제가 유산 절반을 상속받는다고 되어있고요.”박민정이 살짝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만약 정 대표님께서 진짜 돌아가셨는데 제가 없는 틈에 누군가가 유언장에 손을 대면 어떡해요?”“너!”윤소현이 박민정의 뺨을 때리려고 손을 높게 들자 옆에 서 있던 정민기가 단번에 그녀의 팔목을 잡고 내팽개쳤다.그러다가 윤소현은 뒤로 몇 발짝 휘청거리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박민정, 엄마가 죽길 바라는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윤소현이 불같은 화를 냈지만 박민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저 수술실 문 쪽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오래 기다린 끝에 마침내 수술실 문이 열리면서 정수미가 밀려 나오자 윤소현이 빠르게 달려가 의사한테 물었다.“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는 괜찮나요?”그러자 의사가 대뜸 엄숙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혹시 환자분께서 어제저녁이랑 오늘 아침에 뭘 드셨을까요?”순간 윤소현은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늘 드시던 음식이었어요.”자신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녀는 한껏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한 분이 대표로 가서 혹시 환자분이 먹다 남은 음식이 있으면 싸 오세요.”의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길연서는 곧바로 집안 도우미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윤소현이 그녀를 말렸다.“매일 먹다 남긴 음식은 모두 음식물 쓰레기 통에 버리는데 그걸 어떻게 갖고 와요? 의사 선생님, 우리 엄마는 대체 왜 저렇게 된 걸까요?”“일단 응급처치해서 맥박은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여

  • 죽기 전엔 못 놔줘   재1682화

    그렇더라도 이상하게 이번이랑 지난번이랑 느낌이 다른 것 같았다. 지난번에는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아무 미련없이 돌아섰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자꾸만 머릿속에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이게 한 사람에게 감정이 있는 거랑 없는 것 차이일 것이다.오후가 되어서야 박민정은 진서연과 에리가 가짜 연인 연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은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그녀의 물음에 진서연이 답했다.“에리 씨 아버님이랑 어머님께서 크게 실망하실까 봐요.”“이러다가 나중에 들통나면 오히려 더 불쾌해하실 거야. 그때 가서 했던 말들을 주워 담기에는 이미 늦었고.”“에리 씨가 요 며칠 시간을 이용해서 최대한 빨리 여자 친구를 찾겠대요. 그러면 저는 슬쩍 빠지면 되거든요.”“그래.”박민정은 더 이상 말하기도 뭐했다.저녁 퇴근길에 그녀는 정민기의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급정거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는데 하마터면 앞에 차를 들이받을 뻔했다.정민기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며 그녀에게 연신 사과했다.“정말 죄송합니다.”여태껏 운전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실수를 범했는데 한눈에 봐도 정민기는 지금 온통 진서연과의 일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민기 씨, 혹시 서연이랑 무슨 오해가 생긴 건가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는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꽉 쥐었다.“아니요.”그가 부정하는 모습에 박민정은 원래 진서연과 에리 사이의 일을 솔직하게 말해주려 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보니 정수미 비서인 길연서였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시죠?”“둘째 아가씨,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병원에 한 번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정 대표님께서 지금 응급실에 실려 왔거든요.”울먹이면서 말하는 비서의 목소리에 박민정도 순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네, 바로 가겠습니다.”정민기는 그길로 박민정을 병원까지 데려다줬다.도착해보니 응급실 복도에서 윤소현이 안정부절못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사실 그녀는 어제 정수미와 이모 정주보가 통화하는 걸 우연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1화

    에리는 그런 그녀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하늘 아래에 널린 게 남잔데 왜 하필 정민기 씨에요?”그도 정민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보고는 분명 평범한 보디가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에리 씨는 아마 모를 거예요. 저 같은 여자가 그런 남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건 하늘에 별 따기라는 사실을요.”진서연은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정민기는 마치 드라마 속의 여느 멋진 남주처럼 느껴지면서 더욱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에리는 반지를 다시 그녀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아니에요. 이건 제가 드리는 위로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요.”에리는 항상 씀씀이가 컸고 더구나 아직 여자 친구가 없는 그로서는 반지를 다시 돌려받는다고 해도 줄 사람이 없었다.진서연은 원래 기뻐해야 할 상황이지만 이상하게 기쁘지 않았다.“싫어요. 이런 반지는 나중에 진짜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한테서 받을래요.”에리는 난생처음으로 여자에게 준 선물을 거절당했는데 순간 자신이 저따위 보디가드보다 매력이 없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그럼 이렇게 합시다. 어차피 지금 헤어진 마당에 그냥 제 가짜 여자 친구가 되는 건 어때요? 당연히 이에 따르는 보상도 있고요.”에리는 잠깐 뭔가를 고민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아직 그 사람이 신경 쓰이잖아요. 그러면 정민기 씨도 서연 씨가 신경 쓰이게 저를 이용해서 한번 자극해 보는 건 어때요?”“정민기 씨는 자기랑 헤어진 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저 같은 대스타랑 연애한다고 생각하면 분명 배 아파할 겁니다.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잖아요? 많은 여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남자들한테 자신이 매우 인기가 있다는 걸 느끼게 만들잖아요.”진서연은 어느새 눈물콧물 범벅이 된 채 그에게 물었다.“그래도 될까요?”“어차피 헤어졌는데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그렇게 두 바보는 이상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민수아가 지나가다가 두 사람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어 박민정의 사무실로 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80화

    박민정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왜?”그러자 진서연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저도 모르겠어요.”어제 집에 돌아간 뒤, 진서연이 막 자려고 누웠는데 정민기가 갑자기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하여 진서연은 두 사람 사이에 드디어 진전이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건 정민기의 이별 선고였다.그리고 그녀는 지금까지 멍한 상태였다.낮에는 별말이 없었다가 왜 저녁에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이유가 뭔지 물어봤어?”“우리 두 사람은 안 어울린대요.”진서연은 어느새 눈가가 빨개져서는 겨우 말을 이었다.“그러면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말했어야지 왜 이제 와서 안 어울린다고 할까요? 설마 밖에 다른 여자가 생긴 건 아니겠죠?”“설마.”박민정은 정민기가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면 왜 그럴까요? 갑자기 저한테 흥미가 떨어졌을까요?”진서연은 박민정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다시 중얼거렸다.“내가 못 생겨서 질렸나?”진서연은 진심으로 정민기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니 자꾸 이상한 생각만 들면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분명 무슨 오해가 있다고 생각해. 일단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기회를 봐서 민기 씨한테 물어볼게.”“네.”진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걱정스레 말했다.“혹시 물어보실 때 절대 제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가볍게 원인만 물어봐 주시면 돼요. 네?”비록 헤어졌지만 자존감은 지키고 싶었고 정민기한테 집착하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래, 알겠어.”박민정은 먼저 진서연을 회사로 보낸 뒤 곧바로 씻으러 갔다.“민정아, 왜 날 피해?”유남준이 언제부터 화장실 문 어구에 서 있었는지 박민정은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양치하던 물을 삼킬 뻔했다.“설마요. 제가 왜 남준 씨를 피하겠어요?”유남준은 그녀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진짜 일부러 피한 게 아니라고?”그가 들어오면서 순간 화장실이 좁아졌는데 박민정은 숨을 한번 깊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79화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진서연은 볼록해진 배와 트림까지 하더니 대뜸 감탄하기 시작했다.“에리 씨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랐을 텐데 너무 행복했겠어요.”“서연 씨는 식성이 좋아서 뭐든 다 맛있다고 하는 것 같은데요?”그녀의 말대로 에리는 어렸을 때부터 산해진미를 먹고 자라서 오늘 요리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그게 복인 줄도 모르고.”진서연은 투덜거리다가 아까 받았던 돈봉투를 에리에게 돌려줬다.“자, 이건 돌려줄게요.”어차피 가짜 여자 친구인데 밥 한 끼 정도는 먹어줄 수 있어도 이 돈은 받을 수 없었다.그러자 에리가 덤덤하게 답했다.“하루 일당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요.”“맛있는 밥도 얻어먹었는데 돈은 당연히 돌려줘야죠.”“제가 그 돈이 아쉬운 사람처럼 보여요?”에리의 물음에 진서연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 사람한테는 이깟 돈이 아무것도 아니다.“그럼 사양하지 않고 받을게요. 고마워요.”비록 봉투 안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께를 만져보니 적지 않은 돈인 것 같은데 문득 출근하는 것보다 수입이 짭짤하다고 생각되었다.“별말씀을요. 저희는 친구잖아요.”에리는 그길로 진서연을 박씨 가문 옛 저택까지 데려다줬다.도착해보니 저택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져 있었다.진서연은 차에서 내린 뒤 에리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그러나 누군가가 어두운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진서연은 집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봉투를 열어보았는데 역시나 5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 있었다.이때 갑자기 봉투에서 무언가가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졌는데 줍고 나서야 그게 커다란 다이아몬드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대박, 너무 예뻐!”진서연은 그들이 여기에 다이아몬드까지 넣어줄 줄은 몰랐다.이렇게 큰 사이즈면 분명 몇천만 원도 넘을 것이다.첫 만남에 50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만 이런 다이아몬드는 당연히 받을 수 없었다.하여 진서연은 내일 아침 일찍 회사에 가자마자 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78화

    결국 진서연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의 말을 들어줬다.그리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정민기에게 오늘은 안 될 것 같으니 내일 같이 밥 먹자고 문자를 보냈다.이 시각, 정민기는 문자를 보자마자 혹시나 진서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걱정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원래 많이 물어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는 비록 궁금하긴 하지만 애써 참고 메시지에 답장했다.“네.”저녁때쯤, 에리는 진서연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갔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정민기가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따라오던 그의 부하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보스, 오늘 형수님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요?”“일 있대.”“헐, 저거 엄청 비싼 차인데!”그의 말에 정민기가 고개를 돌려보니 두 사람은 값비싼 슈퍼 카를 타고 자리를 떴다.부하들은 원래 정민기를 무서워했지만 같이 지낸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많이 편해진 것 같았다.“보스, 형수님은 왜 갑자기 저런 차를 타고 갈까요?”정민기는 원래 몇십억짜리 자동차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했지만 부하가 대놓고 물어보니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나도 몰라.”그리고 퉁명스럽게 대답한 뒤 다시 자기 차에 올라탔다.지금 그가 타고 다는 차는 고작 몇천만짜리였고 길거리에 몰고 나가도 눈길 한 번을 안 줄 그런 차였다.그저 박민정의 보디가드로서 너무 좋은 차를 끌고 다녀 굳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정민기가 말없이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본 부하들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설마 형수님이랑 다툰 건가?” “아까 그 차는 한눈에 봐도 엄청 비싼 차일 것 같은데 설마 형수님께서 마음을 바꾼 건 아니겠지? 우리 보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어떻게...”“대단하면 뭐 해? 지금 시대는 돈이 제일 쓸모가 있단 걸 몰라?”“하긴 요즘 사람들은 너무 현실적이야.”부하들의 말을 정민기는 차 안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꽉 쥐었다.그러나 지금은 퇴근한 박민정을 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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